[뉴스 포커스] 증시 주무르는 이민자 CEO들
M7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시가총액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6위까지가 이들 차지다. 가장 순위가 낮은 테슬라도 10위 권이다. M7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13조 달러(이하 2월 말 기준)가 넘는다. 미국 5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이 42조 달러니, M7의 비중이 30%나 된다. 해외 증시와 비교하면 규모는 더 선명해진다. 미국을 제외하고 상장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이 M7보다 많은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수익 규모도 엄청나다. 도이치뱅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G20 국가 가운데 상장 기업 전체의 수익이 M7보다 많은 곳은 중국과 일본밖에 없을 정도다. 당연히 M7의 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을 크게 앞지른다. 한마디로 지금은 M7이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M7에는 IT기업들이라는 것 외에 한 가지 특징이 더 있다. 이민자 출신 CEO(최고경영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7개 중 4개 기업의 CEO가 해외 출생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주인공들이다. 나델리와 피차이는 인도, 황은 타이완,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나델리와 피차이, 머스크는 유학생으로, 황은 초등학생 때 미국에 왔다. 굳이 우리 기준으로 보면 황은 1.5세, 나머지는 1세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에게도 ‘이민자’ 꼬리표는 약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최고 기업의 CEO 위치까지 올랐다. 당연히 이들의 출중한 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버티는 것만도 성공이라는 IT업계 생태계를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황의 말처럼 끝없는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고 그 위치에 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 발휘도 기회가 주어졌기에 가능했다. 미국에서의 합법적 취업 기회 말이다. 만약 이들이 유학을 마치고 출신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알파벳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 세계 IT업계의 상징처럼 된 ‘실리콘밸리’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실리콘밸리’는 그야말로 천재들의 전쟁터다. 전 세계에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취업비자 받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은 이들 기업이 쿼터의 대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리콘밸리에는 제2, 제3의 나델리, 피차이, 황이 즐비하다.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들이 업계에 지속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포용적인 이민정책이 낳은 긍정적 효과의 한 단면이다.
헌데 선거철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이슈가 이민정책이다. 정치인들은 이민자가 미국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보다 이민자 증가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을 부각한다. 그래야 쉽게 표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이민이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됐다.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자 증가 문제 해결 방안을 둘러싼 공방이 핵심이다. 그런데 혹여라도 불법 입국자 문제가 반이민 분위기로 번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워낙 휘발성이 강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19팬데믹 기간에 맹목적인 인종 증오의 위험성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의 불필요한 말 한마디로 인해 ‘반아시안’ 분위기가 조성했고, 한인을 포함해 많은 아시안이 피해를 보았다. 정치인의 메시지는 정확하고 명확해야 한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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