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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공격 받고 있는 ‘미국적 가치’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 사회에 뜻하지 않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미국적 가치로 당연시했던 것들이 도전을 받으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표현의 자유’에서 점화됐다. 지난해 10월 초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를 공격하자 주요 대학에서 ‘반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졌다. 민간인 피해를 막아달라는 요구였다. 당연히 팔레스타인계 학생들이 주도했고 개중에는 ‘인티파타(봉기)’, ‘유대인 학살’ 등 과격한 구호도 등장했다. 그렇다고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일부 보수계 인사들이 이를 문제 삼았고, 급기야 지난해 12월 초에는 연방하원에서 청문회까지 열렸다.  
 
청문회장에는 미국 최고 대학들인 하버드,MIT, 펜실베이니아대 등 3개 대학 총장들이 불려 나왔다. 엘리즈 스테파닉 의원(공화)은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 혐오 발언의 교칙 위반 여부를 ‘예스’, ‘노’로 답하라”고 총장들을 몰아세웠다. 총장들은 “맥락을 파악한 후 결정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특히 클로딘 게이 당시 하버드대 총장은 “반유대주의 혐오 발언이 하버드의 가치에는 어긋나지만 표현의 자유는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전해지자 반유대주의를 부추긴다며 이들에 대한 사퇴 압박이 쏟아졌다. 결국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청문회 4일 후 사퇴했고, 게이 총장도 지난 2일 물러났다. 게이 총장 사임의 표면적 사유는 논문 표절이었지만 교내 반유대주의 시위대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진짜 이유다.      
 
그러자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정헌법 1조인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확한 한계는 없지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증오 발언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표현도 억압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미국이 언론,사상,종교,학문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되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덕분이다. 이들은 시위대의 반유대주의 구호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들의 입을 막지 못했다고 총장을 물러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게이 총장 사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 있다.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라는 해지펀드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빌 애크먼이다. 하버드대 동문인 그는 게이 총장이 사임을 발표하던 날 소셜미디어 X에 ‘샐리, 너마저?(Et tu, Sally)?’라는 글을 남겼다. 유명한 ‘브루투스 너마저?(Et tu, Brute?)’라는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샐리는 샐리 콘불루스 MIT 총장을 의미한다. 그는 청문회에 참석했던 3명의 총장 가운데 콘불루스 총장만 사임하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런 애크먼이 전선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다른 가치에 대한 공격도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기업들의 ‘DEI(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 정책에 대한 비난이다. 그는 역시 X에 DEI 정책은 반자본주의적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의 긴 글을 올렸다. DEI는 기회의 형평성이 아니라 결과의 형평성을 요구한다며 자본주의에 해로운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적 발상으로 미국적 가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애크먼은 게이 총장에 대해서도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DEI 덕에 하버드대 총장이 된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수익이 있는 곳이라면 전쟁터라도 투자하는 헤지펀드사 대표다운 생각이다.  
 
 DEI는 많은 기업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도입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같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서는 기업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치다. 애크먼처럼 이미 모든 것을 가진 월가의 억만장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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