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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오스카와 소수계

아카데미 시상식이 할리우드의 태도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지난 10일 열린 제96회 시상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오펜하이머’의 7개 부문 수상, 다른 하나는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시상 장면이다.   ‘오펜하이머’의 수상은 예상된 것이었고 이견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쓴 데서 다시 백인의 잔치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연기 부문 시상 장면은 이런 우려를 강화했다. 남우조연상 수상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시상자 키 호이 콴을, 여우주연상 수상자 에마 스톤이 시상자 양자경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은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3년간 이어지던 다양성 존중이 약해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2020년 오스카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갔다. ‘기생충’을 7개 부문 후보에 올리더니 각본상과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안겨주었다. 백인 남성의 잔치라는 거센 비난에 시달렸던 오스카로서는 탈출구가 필요했고 마침 작품성 높은 ‘기생충’이 명분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LA타임스는 “‘기생충’이 오스카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오스카에게 ‘기생충’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21년엔 ‘노매드랜드’와 ‘미나리’가 다양성의 상징이 됐다.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들어 올렸다. ‘미나리’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그쳤지만 소수계를 다룬 저예산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에 오른 것 자체도 의미가 작지 않았다.   2023년은 아시안 가족을 다룬‘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독무대였다. 11개 부문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녀조연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하며 오스카의 다양성 포용 노력이 정점에 이르렀다.   2020년 이후를 놓고 볼 때 올해 소수계 수상이 적다고 해서 다양성이 후퇴했다고만 할 수는 없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라이브즈’가 각본상에서도 밀린 것은 아쉽지만 이것을 다양성 후퇴로 봐야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올해 오스카는 결과적으로 다양성보다 영화산업과 정치를 더 많이 반영했다. ‘오펜하이머’는 제작비 1억 달러를 투입해 3시간의 상영시간에도 전 세계에서 약 10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흥행대작이 영화산업을 이끈다는 할리우드의 믿음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영화산업 중시에는 지속가능성 문제를 고민하게 했던 지난해의 파업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감독 데뷔작 ‘아메리칸 픽션’으로 각색상을 받은 코드 제퍼슨은 수상 소감에서 “2억 달러 한 편 대신 1000만 달러 영화 20편을 만들어 보자. 아니면 400만 달러짜리 50편을”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작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펜하이머’의 7개 부분 석권에는 미·중 대결, 특히 미래 패권의 핵심인 반도체 경쟁이 어른거린다. 영화 내용인 핵무기 개발 경쟁의 승리와 승리 뒤의 그늘에는 지금의 패권 경쟁이 투영돼 있다.   물론 올해도 오스카는 다양성 부족 비판을 받았다. ‘오펜하이머’처럼 제작비 1억 달러를 들인 ‘바비’는  전 세계 흥행에서 15억 달러로 더 많았지만 주요 부문에서 빈손이 됐다.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한 그레타 거윅을 푸대접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한인 배우 그레타 리(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 실패도 백인 남성의 오스카라는 비판이 나오는 근거다.   그래도 2020년 이후 작은 영화와 아시안, 여성은 오스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두각을 보였다. 오스카의 다양성 수용도 있겠지만 아시안과 여성이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산업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오스카에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이건 분명하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오스카 소수계 올해 오스카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자

2024-03-25

[프리즘] 우주 대항해 시대

22일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우주선 ‘오디세우스’가 달에 착륙했다. 미국으로서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의 달 착륙이고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이다.   기업의 우주 탐사는 낯설지 않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은 이미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우주로 진출하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착륙하자 빌 넬슨 연방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오늘은 나사의 상업적 파트너십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날”이라고 자축했다. 새로운 형태의 우주 탐사가 성공 궤도에 올랐다는 선언이다. 나사는 우주선 등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민간 기업에 맡겨 경쟁을 유도해 적은 비용으로 속도를 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수립해 달 탐사 프로젝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오디세우스도 아르테미스와 연계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계획의 일부였고 나사가 1억1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아르테미스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착륙점에 들어있다. 오디세우스가 내린 곳은 물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지하 얼음이 존재하는 달 남극 근처다. 이번엔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지만 다음 달에는 지하 얼음을 시추할 우주선을 보낸다.     물이 있으면 인간이 거주할 수 있다. 또 수소와 산소를 분리해 로켓 연료로 사용하면 다른 행성으로 가는 데 필요한 우주 주유소, 우주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희토류 광물과 헬륨-3 채굴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우주 광산 개발과 식민지 건설 회사인 ‘웨이랜드-우타니’ 같은 기업이 이미 문을 연 겻인지도 모른다.   나사는 2026년에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3단계에 들어가고 궁극적으로는 정기적으로 우주 함대를 보낼 계획이다. 이미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기업은 우주 배달 서비스를 목표로 나사와 협력해 세 번째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시간이 흐르면 2개월 이상 거주가 가능한 일종의 달 정착촌이나 달 농업, 달 경제 같은 말이 익숙해지는 때가 올 수 있다.   1960년대 달 탐사는 냉전 시기 국가 경쟁의 산물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패권 경쟁의 연장이었고 공포에 휩쓸린 측면도 있다. 핵무기가 대기권을 벗어났다 재진입하는 공간인 우주는 공포와 파괴를 연상시켰고 대중문화 속의 외계인은 온통 기괴한 외모에 가늠할 수 없는 파멸적 힘을 가진 존재로 그려졌다. 그 시대 달 착륙은 적국을 압도하는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 능력의 과시이기도 했다. 달은 국가의 힘이 뻗어갈 수 있는 최대치인 점이어서 어떤 의미에서 달에 갔다 오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수 있다.   이제 달은 찍고 오는 점이 아니라 활동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당장은 기술과 경제지만 정치와 생활, 문화가 확장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달 조각 125개가 오디세우스에 실려 도착함으로써 달 최초의 예술작품이 된 것은 상징적이다.       나사가 민간 기업과 손잡고 우주 진출의 새로운 역사를 연 것은 왕실이 탐험가를 후원하면서 지리의 발견과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 것과 유사하다. 대항해 시대는 결국 유럽의 세계 패권 장악으로 이어졌고 최종적으론 미국의 개국으로 귀결됐다. 지금이 우주 대항해 시대의 출발점이라면 이 흐름에 올라타느냐 탈락하느냐가 오랜 시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인도와 러시아, 일본, 이스라엘이 경쟁적으로 달 착륙에 뛰어든 이유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한국 신문의 1면 톱 제목은 '인간 달에 서다'였다. 신문 1면 톱에서 '인간 달에 살다'라는 제목을 보게 될 때가 그리 머지않을 수 있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대항해 우주 우주 탐사가 우주 경쟁 넬슨 연방항공우주국

2024-02-25

[프리즘] 나만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

“미쳤다(crazy).”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의 셀린 송 감독은 “이렇게 엄청난 인정을 해준 아카데미에 정말 감사하다. 믿을 수 없는 영광이다. 내 첫 번째 영화로…”라고 소감을 밝히다 ‘미쳤다’라는 한마디에 감격을 담았다. 그럴 만하다. 작품상은 제작자에게 주는 것이지만 자신이 쓰고 감독한 첫 작품이 오스카 후보에 오르다니…누구에게 ‘미친’ 일이 아닐까.   송 감독의 오스카 후보 지명은 2020년 이후의 흐름 속에 있고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수상도 중요하지만 메인 부문 수상은 할리우드 영화도 드문 영광이어서 외국 작품으로는 더욱 눈이 부신 성취였다. 2021년 오스카에서는 한인 정이삭이 쓰고 감독한 ‘미나리’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수상은 못 했지만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에 올라간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2021년은 또 ‘오징어 게임’의 해였다. 영화뿐 아니라 미니시리즈에서도, 오스카라는 기성 시스템뿐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시스템에서도 통했다.   올해 한인의 작품은 영화와 미니시리즈에서 동시에 빛을 발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스카에서 빛났고 LA 한인이 주축이 된 ‘성난 사람들(Beef)’은 에미상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 남우·여우주연상, 캐스팅상, 편집상, 의상상을, 말 그대로 휩쓸었다.   2020년 이후 한국인 혹은 한인이 만들어 성공한 작품의 공통점은 한국어로 쓰고 한국어로 연기했다는 점이다. 나고 자라고 영화를 만든 장소가 한국과 LA, 조지아, 캐나다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한국어다. 이 정도면 한국어 작품으로 묶어도 될 듯하다.     ‘미나리’와 ‘패스트 라이브즈’, ‘성난 사람들’은 미국과 캐나다 한인의 작품임에도 한국어 대사 영화다. 이것만으로도 이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샌드라 오와 존 조, 김윤진, 대니얼 대 김, 그레이스 박 등 엔터테인먼트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첫 세대는 주로 배우였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 나만의 목소리와 감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가 적었다. 단편적으로 봐도 당시 한국어 각본이라면 지금처럼 제작이 가능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2세대 영화인들은 한국어로는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관객이, 평단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멈칫거리지 않는다. 세 작품 모두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해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필요하다면 한국어로 제작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국어로만 작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에 필요하다면 영어나 다른 언어로도 할 것이다. 한인 이민진 소설가의 ‘파친코’가 2022년 애플+tv 미니시리즈로 화제가 된 것이 그 예다. 정이삭 감독도 오는 7월 ‘트위스트’ 속편을 개봉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소감이다. 이건 새로운 세대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남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맞추기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성공한 2세대의 공통점이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물론 누구든 내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세대의 ‘내 얘기’는 개인의 이야기에 보편성을 불어넣어 공감을 끌어낸다.     세대가 바뀐 한인들이 4·29 폭동을 소재로 영화나 미니시리즈를 만든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4·29 폭동은 한인이 아닌 이들이 만든 작품에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수준이었다. 새로운 세대가 얘기하면 아주 다를 것 같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이야기 오스카 작품상 한국어 작품 감독상 각본상

2024-01-25

[프리즘] 대선 이슈로 커지는 불법 입국

지난 24일 연방정부는 불법 입국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7일 고위직 여러 명이 멕시코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크리스마스 바로 전날인 데다 방문자가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장관,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행보였다. 불법 입국 문제가 돌발적인 사안이 아닌 점으로 볼 때 대통령선거 국면과 연관됐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최근 불법 입국자 문제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공화당 대선 주자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뉴햄프셔 선거행사에서 “불법 이민이 우리나라의 피를 더럽히고 있다. 그들은 전 세계의 감옥에서, 정신병원에서 오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특히 피를 오염시킨다는 표현이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등장한다는 지적과 함께 대선 국면에서 극우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의도는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 입국자 허용 정책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중미와 국경을 접한 텍사스주 등이 불법 입국자를 다른 주로 보내면서 북부 지역의 도시에서는 수용 한계와 비용 문제를 놓고 반발이 일고 있다. 시카고시는 올해 초에 이미 수용한계를 선언하며 이송 버스 진입을 금지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 9월 “끝이 안 보이는 이민자 문제는 뉴욕시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불법 입국자를 보내는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향해 “텍사스의 미치광이 때문에 문제가 시작됐다”고 극렬하게 비난했다. 뉴욕시는 불법 입국자 대처에 3년간 120억 달러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뉴욕이 감당 못 하면 다른 도시는 더 힘들 것이다. 특히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도시는 더 큰 재정 압박을 느끼게 돼 대선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이 문제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은 시기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압도적인 지지도가 흔들리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지지율이 10% 중반대를 넘어서며 대항마로 부상하더니 22일 발표한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의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는 29%까지 올라섰다. 트럼프 지지율 33%와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서며 대항마에서 경쟁자로 커졌다.   다음날인 23일엔 트럼프가 헤일리에게 러닝메이트를 제안하는 방안을 측근과 상의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트럼프로서는 헤일리와 격차를 다시 벌려놓아야 러닝메이트 제안도 힘을 얻는다. 이민 문제는 지지율 격차 확대에 필요한 선명성을 드러내기 적합한 이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나온 국무장관 등의 멕시코 방문 발표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휘발성 큰 대선 이슈를 사전에 차단하는 조처로 해석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연방정부는 이민 문제를 쿼터제도로 조절했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이 1만 명 단위로 국경에 몰려들자 국경 봉쇄냐 수용이냐는 일차적 결정을 내리는 문제로 바뀌었고 정부 부담은 더 커졌다.     이미 지난 9월 20일 연방정부는 7월 31일 이전에 입국한 베네수엘라 이주민 47만2000명에 강제추방 면제와 취업 허가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줄어들 것처럼 보이던 불법 입국자도 이달 들어 다시 늘고 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미국-멕시코 국경의 이민자 수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한다며 당장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5일에도 중남미 이민자 1만여 명이 멕시코 남부에서 미국 국경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불법 입국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하루 5.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 비율은 2012년과 2022년 사이 중남미에서 크게 늘어 칠레와 우루과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크게 악화했다. 그중 베네수엘라는 29%에서 90%로 폭증했고 아르헨티나도 4%에서 36%로 급증했다.     불법 입국의 가장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해법은 미국으로 오는 통로에 위치한 멕시코의 협조다. 연말에 고위직들이 멕시코로 급히 달려간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불법 입국자 문제는 상존하고 경제 상황이 악화라도 하면 언제든 대선 핵심 이슈로 튀어나올 수 있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대선 이슈 불법 입국자 대선 이슈 불법 이민

2023-12-26

[프리즘] 어디서 본 듯한 대선

비영리 민간기구 대통령토론위원회(CPD)는 지난 20일 2024년 11월 5일 열릴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 일정을 발표했다. CPD의 발표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굳어지고 있는 내년 대선이 한 발 더 다가왔다.     대선에서는 흔히 현직의 안정감과 도전자의 신선함이 각축한다. 하지만 내년 선거는 현직에 대한 자신감이나 도전자에 대한 설렘은 크지 않다. 1년이나 남았지만 벌써 언젠가 본 듯한 기시감이 앞선다. 후보가 결정되면 이를 정치적 축제로 전환하는 것이 미국식 정치였다. 현실은 양당 모두 사실상 확정된 자당의 후보에 놓고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난감함 혹은 어쩔 수 없다는 체념, 나아가 오지 않은 미래를 벌써 봐버린 듯한 씁쓸함 등 감상이 복잡한 듯하다.   가장 큰 기시감은 트럼프의 복귀다. 공화당 후보가 되면 트럼프는 이번이 세 번째 대선이다. 전직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것도 그렇지만, 재선에 실패했는데도 당내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도 드문 일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극렬한 반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고령 후보의 대결도 그대로다. 2016년에도 당시 69세인 힐러리 클린턴과 70세인 트럼프의 대결은 역사상 최고령 후보의 대결이었다. 이제 트럼프는 77세, 바이든은 81세로 내년 대선은 나이에선 신기록을 세운다. 이를 평균수명 길어지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8년 전에도 대두했던 정계의 신구 조화나 신진 발굴 실패 우려는 더 커졌다.   젊은 층이 갖고 있는 자당 후보에 대한 실망감은 여전히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힐러리는 후보 당시 대선 출마 직전에 클린턴재단을 딸 첼시에게 물려주면서 당내 젊은 층의 반발을 샀고 경선과 본선 내내 비난에 시달렸다. 바이든 대통령도 젊은 층에 낮은 지지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기시감은 경합주 패배의 악몽이다. 힐러리의 패배는 곧 경합주에서 패배였고 바이든의 승리는 경합주에서 승리였다. 특히 힐러리는 민주당이 우세한 위스콘신에서 유세를 하지 않아 결국 득표율 0.77% 차이로 졌다.     힐러리의 패배는 뜻밖이었지만 바이든은 벌써 밀리고 있어 판세를 뒤집어야 하는 수세에 몰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지난 대선 승리를 견인했던 경합주인 네바다와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가운데 위스콘신 한 곳에서만 앞섰다. 더구나 10~11월 전국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이 공화당을 이긴 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권자들이 알 것 다 안다고 생각하고 마음도 어느 정도 정해져서 궁금증이 줄어든 현직 대통령 대 전직 대통령의 대결은 상대 진영 빼앗기보다는 내 편 다지기에 집중할 것이고 더욱 공격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바이든은 전혀 나이가 많은 게 아니다. 심하게 무능한 것이다”라고 공격을 시작했다. 양측은 이미 전장을 사법으로까지 확대한 터라 그 어느 때보다 거친 공격이 난무할 듯하다.     이런 기류에서 더 큰 문제는 대선 이후 혼란이다. 트럼프는 이미 “(재집권하면) 나를 심하게 핍박한 사람들을 샅샅이 조사해 기소할 것이고 그들은 업계와 정계에서 모두 밀려날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책 혼란도 예정돼 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이 완전히 바뀌는 일은 벌써 두 차례 일어났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면 하루 안에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놓고는 칼라 샌즈 고문에게 “첫날, 일자리와 산업을 죽이는 조 바이든의 규제를 하나도 빠짐없이 없애겠다”고 예고했다. 내년 리턴 매치의 핵심은 여러 면에서 대선 결과보다는 격앙된 대결이 낳을 급선회와 분열에 쏠려있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부국장프리즘 대선 내년 대선 대선 승리 대선 이후

2023-11-26

[프리즘] 세 개의 전선에 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에겐 꽃놀이패였다. 중동 사태가 벌어지자 두 개의 전쟁 혹은 중국과 대결까지 세 개의 전쟁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국내 정치력과 외교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에게 러시아의 국력을 소진할 기회였다. 직접 참전 없이 지원만으로도 러시아의 경제와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불어나는 군비 지원액을 줄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얻는 것이 더 많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상황은 복잡해졌다. 전선은 두 개로 늘었고 미국인 희생자와 인질이 발생하면서 제한적으로라도 병력을 투입해 구출 작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600억 달러에 더해 이스라엘 지원 140억 달러를 요청하면서 전비 부담은 현실이 됐다.     간접 지원만으로도 두 개의 전쟁은 지금의 미국에겐 벅차다.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2023회계연도에만 1조6950억 달러에 이른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은 전년보다 23%나 늘어 연 1조 달러선으로 급증하며 국방 예산을 추월하고 있다. 코로나19 때 푼 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다시 막대한 재정을 풀었고 은행의 도미노 파산을 막기 위해 또 돈을 풀었다. 결국 국채 발행을 급격히 늘려야 하지만 큰손인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고 있고 일본은 여력이 없다. 이런 공백을 연방 정부는 단기 국채로 메우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에는 다급한 사정이 드러난다. 옐런 장관은 지난 16일 “미국은 확실히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양쪽의 편에 설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전쟁 수행 자신감이 국방장관이 아니라 재무장관이 언급할 사안인가. 의아한 일이다. 그만큼 지금 미국이 직면한 두 개의 전선은 힘의 전쟁보다 돈의 전쟁이다. 그런데 연방 하원은 하원의장 선출을 놓고 정치적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오죽하면 옐런 장관이 “하원의장을 찾아 앉히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위치에 두는 것은 실제로 하원에 달려 있다”고 말했을까.     당장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은 미국의 포탄과 미사일 쟁탈전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포탄의 블랙홀이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과 북한도 비축분을 내놓은 형상인데 밑을 알 수 없는 독이 또 하나 생겼다. 이스라엘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포탄 비축분의 반을 내놓았다고 하니 세상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나 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사에서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세계와 관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미국은 20년간 2조 달러를 쏟아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이 테러 전쟁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다. 몸을 가볍게 하고 동맹과 손잡고 중국 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변수에 부딪쳤다. 미국은 주전선 중국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도 동시에 승리할 수 있을까.   이번에 확실히 드러난 것이 있다. 중동 외교 실패다. 2018년부터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은 복잡하고 골치 아픈 중동에서 반 발짝 발을 빼는 듯했다. 대가는 따랐다. 개스값 급등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을 요구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번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일정이 잡혀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요르단 국왕,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을 갖지 못했다. 미국 외교의 중동 굴욕이다. 당장의 이익과 거리가 생겼다고 외교에서 거리를 두면서 벌어진 일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미국 전선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양쪽

2023-10-23

[프리즘] 할리우드 파업과 ‘파이널 판타지’

2001년 콜롬비아 픽처스는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the Spirits Within)’라는 영화를 개봉했다. 영화는 수작이 아니었지만 특별한 것이 하나 있었다. 모든 등장인물을 컴퓨터로 만들어냈다는 점이었다. 애니메이션과는 또 달랐다. 배우를 컴퓨터 영상으로 만들어 낸 실사영화였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표정과 움직임이 어색해 현실성이 없었지만 ‘배우 없이 실사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만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20여년 전 시사회에서 ‘파이널 판타지’의 감상은 찜찜한 의문이었다. 사람 없는 사람 이야기가 영화의 미래가 될 수 있나?   그 뒤로 ‘파이널 판타지’류의 시도는 없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흥행에도 참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르고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자 ‘파이널 판타지’가 꿈꾸었던 배우 없는 실사영화는 현실로 훅 들어왔다. 할리우드에서 196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장기 파업이 발생한 배경에는 ‘파이널 판타지’의 시도가 현실이 된 시대 흐름이 있다. 할리우드 작가조합(WGA)은 5월부터, 영화배우조합·미국방송인연맹(SAG-AFTRA)은 7월 14일부터 동반파업에 들어가면서 AI와 스트리밍 시대에 맞는 계약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상대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에 소속된 메이저 영화사와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회사다.     이들의 요구에는 당장 배우나 작가가 처한 두려운 현실이 반영됐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배우들에게 배역 연기가 아닌 단순 촬영을 요구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AI가 배우를 촬영한 영상을 데이터로 배우가 실제로 하지 않은 연기를 만들어 영화에 사용할지도 모른다. 이런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틱톡에는 딥 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가짜 톰 크루즈가 춤을 추고 골프를 치는 영상이 화제다. 진짜 크루즈와 구별도 어렵다. 조금 더 진전되면 실제 배우를 촬영하지 않고도 디지털로 새로운 배우를 만들어 낼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가 원하던 배우 없는 실사영화 시대가 열렸다. 제작사들에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법적 제약이 없어지겠지만, 배우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AI가 만든 스크립트 초본을 작가가 다듬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은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을 뿌리째 바꾸고 있다. 1949년 연방 대법원은 영화사가 제작·배급·상영을 장악하는 수직통합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금지했다. DVD를 우편으로 대여하며 비디오 대여 산업 자체를 없앤 넷플릭스는 제작·배급·상영을 수직통합했지만 반독점을 언급하는 이들은 없다. 스트리밍 상영 덕분에 필름을 복사해 전 세계에 배급하고 영화관과 수익을 나누는 비용도 사라졌다.     스트리밍은 기존의 이익 배분도 파괴했다. 디지털 시대 이전 영화는 북미 극장, 해외 극장, 북미 비디오, 해외 비디오, 북미 방송, 해외 방송까지 6개의 시장으로 나뉘었다. 그때마다 감독, 배우, 작가 등은 재상영 분배금(residual)을 받았다. 스트리밍 시대엔 기존의 순차적 개봉 개념이 사라지면서 분배금은 껍질만 남았다. 넷플릭스 초기 히트작인 ‘오렌지는 새로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의 재상영 분배금에 대해 에마 마일스는 20달러를, 키미코 글렌은 27.30달러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넷플릭스 성공의 일등공신인 ‘오징어 게임’의 제작진도 재상영 분배금을 받지 못해 노동착취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AI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사진과 그림, 문학, 영화 같은 창작의 영역에 제일 먼저 도입됐고 할리우드는 AI와 부딪치는 최전선이 됐다. 할리우드는 싸우고 있고 그 결과는 창작과 다른 분야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할리우드 파이널 파이널 판타지 할리우드 작가조합 최근 할리우드

2023-09-19

[프리즘] 마우이의 비극, 우리의 미래

하와이주 마우이 섬의 라하이나 지역을 통째로 삼킨 산불은 비극이지만 기후변화가 몰고 올 미래가 어떤 형상일지 보여줬다는 면에서 더 비극적이다. 마우이의 비극이 우리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불은 라하이나를 삼켰지만 피해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4일 “수색대원들이 하루에 (시신을) 10∼20명씩 발견할 수 있어 사망자 수 파악에 10일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연락이 두절된 주민이 1300여명에 이르고 피해 주택을 일일이 수색해야 사망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현실은 불이 얼마나 빨리 한 마을을 덮쳤는지 보여준다.   라하이나의 비극적 피해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와이는 1950년보다 평균 기온이 2도 더 상승했고 라하이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건조한 곳이었다. 800마일 떨어진 곳에 형성된 허리케인 도라는 시속 45~67마일의 바람을 라하이나를 향해 부채질했다. 마우이에는 기온 상승으로 역전층이라 불리는 따뜻한 공기층이 다른 때보다 낮게 형성돼 있었다. 화산섬인 마우이의 서쪽 해안가 평지에 위치한 라하이나 마을로 불어온 바람은 산으로 몰려가다 역전층에 막혀 갇혀있다 라하이나의 평지를 향해 가속도가 붙어 밀려왔다.     이런 요인들이 더 나빠진 배경에는 모두 기후변화가 있었다. 작은 불꽃 하나면 대참사가 일어날 조건이 하나로 모여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경보 시스템과 소화전 미작동, 산불 발생 뒤 예방적 전력 차단 부재 등 인재도 가세했다. 15일에는 강풍에 끊긴 송전선이 산불의 원인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근 100년 내 미국에서 발생한 최대 참사가 된 마우이 산불은 기후변화 시대에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의 규모와 강도를 보여준다.     기후변화는 직접적으로 산불과 홍수, 가뭄 등을 몰고 오지만 조건을 악화해 복합요인 재해 가능성을 파괴적으로 높일 수 있다. 재해 시스템이 갖춰진 곳도 악화한 조건에 대처하기 어렵고 시스템이 부족한 곳은 더 파괴적인 재해를 맞을 수밖에 없다. 올해 발생한 중국 등 아시아의 홍수와 유럽의 폭염 등을 보면 거의 모든 국가가 재해의 속도와 규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 6월 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구 표면의 대기 온도가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올랐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이 뚫린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27일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한 것이나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짐 스키 의장이 “기후변화는 우리 행성의 존망을 가를 위협”이라고 한 발언도 1.5도 붕괴가 불러올 비극적 변화에 대한 두려움의 표시일 것이다.   물론 스키 의장은 한마디를 더 했다.  “지구의 온도가 파리협정에 따른 목표인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더 올라도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   세상은 끝나지 않겠지만 당장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생태계는 지금까지 인간이 살던 세상과는 사뭇 다를 것이고 인간에게 더 적대적으로 변할 듯하다. 수온 상승으로 플로리다의 산호초가 흰색으로 죽어가고 애팔래치아 산맥의 소나무를 파괴했던 딱정벌레가 따뜻한 날씨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고 인도의 밀이 화씨 100도의 고온에 죽어가는 것은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생태계는 이미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적응을 시작했지만,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인간은 아직 적응을 시작도 안 했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마우이 비극 마우이 산불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비극적 피해

2023-08-15

[프리즘] 보수의 반격

연방 대법원이 낙태와 어퍼머티브 액션, 학자금 대출 탕감 등에서 잇따라 보수적인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허용했던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지난달에는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으로 시작된 소수계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대학입시 적용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1조5000억 달러가 넘는 학자금 대출 탕감에 제동을 건 것은 보수적이기는 해도 역사적 맥락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낙태와 어퍼머티브 액션 판결은 역사적이라고 불릴 만하다. 어퍼머티브 액션과 낙태 허용은 1960년대 미국을 뒤흔들었던 민권운동과 여성운동이 거둔 대표적 승리이면서 진보적 시대의 결실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6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나온 대법원의 판결에서는 시대의 조류에 생긴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놨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낙태 판결 비판도 판결의 역사적 맥락과 연관이 있다.     보수적 판결의 원인으로는 대법원의 구성 변화가 지적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대법원 구성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바뀐 것이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도 시대의 흐름을 벗어나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때론 시대의 흐름을 앞에서 이끌고 때론 흐름을 따라가기도 할 뿐이다. 어느 경우든 최근의 판결에는 대법원의 구성 변화와 함께 보수의 목소리가 커진 현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버드라이트 맥주 불매운동도 조류 변화 사례다.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기용하자 시작된 불매운동은 버드라이트를 맥주 1등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SNS는 뭐든 가속도를 붙이지만, 단일 사안으로 대처할 여유도 없이 단기간에 어떤 상품이 1등 지위를 잃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버드라이트의 주간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1.3%까지 급감한 것은 핵심 소비층의 반발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버드라이트가 광고로 소비자의 반감을 유도했을 리는 없다. 또 소비자들이 성소수자를 차별해서 불매운동에 나섰다고 할 수도 없다. 소비자는 상품뿐 아니라 상품의 이미지도 소비한다. 불매운동은 내가 선호하는 상품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관을 드러낸 행동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관보다 ‘드러냈다’는 행동이고 SNS를 타고 짧은 시간에 분출됐다는 점이다. 이걸 보수의 반발이라고 한다면 시대의 물결엔 변화가 생겼다.   디즈니의 실사영화 ‘인어공주’에 대한 호불호도 성격이 비슷하다. 흑인 인어공주가 어색했다는 반응에는 흑인 캐스팅 자체에 대한 반발보다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인어공주의 이미지 혹은 환상이 깨진 개인적인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가운데 특히 낙태권 후퇴나 종교적 이유로 동성 커플에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는 판단은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더 주목할 것은 낙태보다 덜 논쟁적이었던 어퍼머티브 액션 판결이다. 이 판결에는 소수계 차별엔 반대하지만 모든 것을 집단에 대한 차별로 볼 수 없다는 보수의 논리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 어퍼머티브 액션 판결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유사한 시각은 법원 밖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대학 입학에서 구조적 인종차별보다 개인의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는 보수의 논리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힘을 얻었다. 이 논리에 논리로서 답하지 못하면 보수적 판결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보수 반격 보수적 판결 대법원 판결 액션 판결

2023-07-16

[프리즘] 사법으로 간 정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방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열린 기소인부절차(arraignment)에서는 피고인이 법정에 처음으로 나와 기소 이유와 헌법이 보장한 권리 등을 듣고 유무죄 여부를 주장한다. 재판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형사 재판을 받는 첫 번째 전·현직 대통령이 됨으로써 이제 심리적 혹은 정치적 내전 상태로 불리는 미국의 분열은 사법부까지 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번 기소됐다. 지난 3월에는 뉴욕 지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과거 성관계를 폭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 처리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다. 지난 9일에는 플로리다 연방 검찰이 기소했다. 혐의는 기밀문서 유출과 사법방해 등 모두 37건이다.   대통령이 어떤 혐의를 받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각각 워터게이트 사건과 성 추문과 관련한 위증 혐의를 받았지만 기소되거나 재판을 받지 않았다. 입장에 따라 의견이나 해법이 다를 수 있지만, 정치가 해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됐고 재판이 시작됐다. 2016년 대선 이후 미국이 거대한 단절선으로 갈라졌다는 우려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타협 없는 단절은 이제 중요한 정치 분석 틀이 됐다. 양 진영의 단절 정도를 둘 사이의 거리로 측정한다면 지금이 가장 멀리 떨어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단순히 더 멀어진 것이 아니라 단절의 단계가 달라졌다.   양 진영의 지지자가 법원 앞에서 “트럼프는 죄가 없다” 혹은 “트럼프를 감옥으로”라고 정반대 구호를 외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발언은 지금까지의 단절과 다르다. “이게 여기서 끝날 것 같은가. 다음 공화당 대통령은 조 바이든과 가족, 그의 마약 중독 아들 누가 됐든 범죄 혐의를 적용하고 기소할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다.” 루비오 의원이 폭스뉴스에서 한 이 발언만 해도 양 진영의 단절은 단계가 달라졌다.   기소 이유야 충분할 것이다. 정치로 해결하기에는 혐의가 너무 중할 수도 있다. 정치력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법부 문턱을 넘으면 이유는 흐려진다. 중요한 것은 사법부로 넘어갔다는 현실이다. 정치에는 원고와 피고가 없지만, 사법엔 있다. 사법에서는 정치처럼 양측 사이 어디에선가 악수하기 어렵다. 정치도 사법으로 가면 원고와 피고로 나뉠 뿐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정의를 세울지 모르지만, 정치의 문제까지 해결하진 못한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할 수 있다.     정치를 좌우하는 여론은 그렇다.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8∼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성향 유권자 5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 수치만 봐도 사법은 정치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 수치는 또 루비오 의원이 말한 “엄청난 압박”이기도 하다.   트럼프 현상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소외된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당선으로 이들은 정치적 변방에서 주류로 단번에 진입했다. 아마 몇 십년 만에 거의 처음으로 맛본 승리였을 것이다. 개인은 무력하지만, 집단의 힘은 강하다는 것도 체감했을 것이다. 이들은 선거 결과 불복이나 연방 의사당 공격 같은, 기존 규범을 깨는 과속을 했지만 여전히 정치적 세력이다. 트럼프는 사라져도 이들은 남아 트럼프 현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민주주의 체제와 미국적 전통 안으로 어떻게 수용할지는 정치의 몫이다. 그건 민주당도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사법 정치 사법부 문턱 정치적 내전 정치 분석

2023-06-15

[프리즘] 가주의 ‘유용한 불’ 작전

주말에 LA동부에 있는 피터 샤버룸 공원으로 하이킹을 갔다. 예년엔 허리 높이 정도였던 겨자꽃이 올해는 키 높이를 넘어 자랐다. 키만 큰 것이 아니라 그 어느 해보다 꽃이 만개해 카메라만 대면 사진이 됐다. 황량한 느낌이 들곤 했던 샤버룸 공원은 한 철 비로 온갖 색이 피어난 청춘의 땅으로 빛났다.     올해 초 가주에 내린 폭우는 10년가량 이어진 가뭄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바닥을 드러냈던 호수는 다시 찰랑거렸고 산마다 눈이 쌓였다. 비는 남가주 전역을 들꽃으로 덮어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지친 많은 이들을 위로하는 듯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와 꽃이 피운 생명의 아름다움을 다 만끽하기도 전에 지레 여름 산불 걱정이 새어 나오고 있다. 봄꽃이 지기도 전에 여름 산불을 걱정하다니. 기후변화는 봄꽃 뒤에서도 어른거린다.   머지않아 여름이 오고 땡볕이 쏟아지면 봄철 대지를 덮었던 꽃과 초록의 덤불은 물기를 잃고 바짝 마른 회색빛 대궁으로 변해 언제든 산불을 나르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잘 자란 꽃과 덤불은 그 어느 해보다 불쏘시개가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방항공국의 위성 영상에 따르면 샌디에이고에서 초목 지역은 2022년 약 25%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30%를 넘어섰다.   이것이 꼭 기우는 아니다. 2016년 겨울 가주에는 지역별로 예년보다 30~50% 많은 비와 눈이 내렸다. 2017년 10월이 되자 늘어난 불쏘시개의 영향으로 산불 피해지역은 전년의 2배가 넘는 150만 에이커에 달했다.   다가올 여름의 땡볕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전조는 이미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주와 같이 태평양 연안의 서부주인 오리건과 워싱턴주는 예년보다 25~30도가 높은 90도대 초반까지 올라갔다. 가주의 북부 지역까지 포함하면 1200만 명이 폭염주의보 대상 지역에 거주한다. 그 위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와 앨버타 일부 지역에는 특별 기상 주의보가 발효됐다. 캐나다는 이미 150건의 산불이 발생해 110만 에이커가 탔다. 이들 지역에는 90도대 더위와 산불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 지역적으로 볼 때 가주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국 등 아시아 12개국은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태국의 일부 지역은 사상 최고 기온을 여러 차례 갱신하며 113.7까지 치솟았다. 한국도 15일 낮 최고기온 93도를 기록하며 여름 폭염을 예고했다.     유럽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알제리도 4월에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하며 기후변화가 불러온 더위와 싸우고 있다. 스페인은 폭염 시 야외작업 금지 조치 시행을 예고하고 나섰다.     우기의 푸른 덤불이 건기의 산불 발화제가 되는 것을 잘 아는 가주 정부는 지난해 전략적 계획(Strategic Plan)을 세웠다. 2025년까지 매년 덤불 지역 40만 에이커를 제거하는 ‘유용한 불(Beneficial Fire)’ 개념을 도입했다. 발화 지역을 미리 제거해 산불 발생과 확산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불이 나기 전에 불을 질러 없애는 것이다. 가주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매년 100만 에이커까지 미리 불을 내 제거한다.     기존의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대응을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전환한 가주의 산불 대책은 사실상 올해 첫 시험대에 오른다. 특히 덤불이 많이 자란 해인 만큼 효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기후학자들은 일찍 찾아온 올해의 폭염이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내년에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한다. 가주의 유용한 불 계획이 산불 진화의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가주의 작전 산불 피해지역 가주의 북부 여름 산불

2023-05-15

[프리즘] 아시아로 회귀

지난달 29일 국방부 홈페이지에 마크 밀리 합동참모회의 의장의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발언을 요약한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밀리 의장, 중국과 러시아와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고 발언’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미국은 중대한 국가안보 이익에서 처음으로 2대 주요 핵 강국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남아야 한다.” 제목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지만 방점은 ‘중국과 러시아와 전쟁’에 찍혀있다.   미국 독주를 유지해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는 전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11년 아시아 회귀로 시작됐다. 그때의 목표도 중국이었다. 경제적으로는 환태평양동반자경제협정(TPP)으로 중국을 배제하고 군사적으로는 한미일을 동맹으로 묶어 대응하는 것이었다.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이 일본과 동맹을 꺼리자 웬디 샤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국에 일본과 과거사를 묻고 미래로 가라며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해 시끄러웠던 것이 그때다.   자본주의로 들어온 중국은 저임금을 수출하고 미국은 물가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아시아 회귀 전략이 나올 때쯤 중국 상품이 미국의 일상을 지배했다. 미국의 제조업은 약해졌고 그 대가를 코로나19 발생 때 치른다.   중국 견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시작해야 했다는 주장도 많지만, 미국은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만으로도 버거웠다.   그 사이 2014년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1년 연방 붕괴 이후 힘을 잃었던 러시아의 대국굴기였다.     2020년 3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언한 미국은 2021년 8월 어쩔 수 없이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함께 테러와 전쟁을 끝냈다. 2조 달러나 쏟아부은 테러 전쟁의 부담을 덜어낸 미국은 코로나19로 커진 반중국 정서 속에서 아시아 회귀 시즌2를 시작했다. 시즌1 당시 부통령은 대통령이, 국무부 정무차관은 국무부 부장관이 되었다.     그사이 추가된 러시아의 부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견제에 성공하고 있다. 다시 중국이 남았다. 경제적 고립, 군사적 압박은 시즌1보다 강력하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산업의 동력을 약화하고 군사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대만 카드를 뺐다.   한미일 동맹도 다시 나왔다. 시즌1의 교훈 때문인지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식민지배의 과거를 청산하고 동맹을 맺으라는 압박을 대놓고 하지 않지만, 속도는 훨씬 빠르다. 대신 경제적 이익은 최대한 챙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중국 시장을 잃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는 일제히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75년 중립국이었던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놀란 폴란드는 급속도로 군비증강에 나섰다. 오랜 기간 자유무역 체제의 순풍 속에 있던 세계는 군비경쟁의 위험한 게임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한편에선 각자도생이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거래에 위안화 사용을 시작했고 중국에서 오랜 적대관계였던 이란과 손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또 미국 보란 듯이 러시아와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 인도는 중국 포위망에 거리를 두고 있고 베트남과 필리핀은 중국의 팽창에 맞서 떠났던 미군에 항구를 다시 개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 방문 뒤 유럽은 미국의 추종자가 아니라는 강성 발언까지 했다. 그만큼 정세는 심상치 않고 믿을 건 자국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아시아 회귀 아시아 회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프랑스

2023-04-11

[프리즘] 반도체 제조업의 권력 교체

반도체칩·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지난해 7월 27일 상원을 통과해 8월 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법은 28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을 다시 반도체 제조업 중심국가로 만들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는 것이 목표라는 정도로 알려졌다.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등 외국 기업과 인텔 등 자국 기업이 보조금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넘은 지난달 28일께 보조금에 붙은 단서가 알려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보조금을 받는 조건에 기업의 경영상태 제출, 연방정부에 시설 접근권 제공, 초과 이익 발생 시 지원금의 최대 75% 환수, 우려 대상국(사실상 중국)에서 10년간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금지 등이 들어있었다. 결국 중국 배제를 넘어 우방국의 경쟁력 약화 유발도 포함된다.   반도체를 향한 굳은 의지는 지난해 8월 백악관이 법안 서명과 함께 발표한 온라인 보도자료에 잘 나온다. 백악관은 법안의 취지로 비용 감소와 공급망 강화, 중국 견제를 들었다. 이 세 가지는 코로나19로 초미의 현안이 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 중국의 제조업 능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고민에 대한 해법이다.   백악관은 반도체 중심국가 정책을 우주개발 경쟁과 비교했다. “이 법은 과학기술의 우위를 확고하게 유지할 것이다. 달 착륙 경쟁이 절정이던 1960년대 중반, 연방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나 2020년에 이르러 이는 1% 미만으로 줄었다.” 냉전 시대 옛 소련과 벌인 체계 경쟁 수준이다.     법안을 상정한 연방 상원 통상과학교통위원회 마리아 칸웰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세부사항을 알리며 “반도체 제조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 지위 회복 경쟁에 신호탄이 울렸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로 미국은 자국 내 제조업 시설 부족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 부족을 미래 산업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국가안보로 보고 우방국의 경쟁력까지 끌어오기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조업 시설을 해외로 보내 생산가를 낮추던 오프쇼어링(offshoring)에서 제조업을 다시 끌어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을 거쳐 우방국의 제조업까지 끌어오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우방국의 제조업은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는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일본의 반도체 몰락을 떠올린다. 미국의 지원으로 일본은 한때 전 세계 반도체 매출 톱 10 기업 중 7개를 차지했다. 일본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8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미국이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와 마르크화의 환율을 낮추고 1986년 정부 간 협정으로 일본 반도체 기업의 생산 원가 공개와 미국 반도체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 20%를 못 박았다. 미국은 또 1987년 일본의 협정 위반을 이유로 수퍼301조를 앞세워 무역보복에 나섰다. 결국 반도체 제조업 권력은 한국과 대만으로 이동하고 2020년 반도체 매출 톱 10 기업에 일본은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시기상 반도체 기업의 퇴조와 함께했다.   미국은 한 번도 반도체 강국이 아닌 적이 없다. 설계와 시스템반도체는 압도적인 1위다. 다만 위탁생산(파운드리)과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대만과 한국에 밀리며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이 1990년 37%에서 현재 12%로 줄었을 뿐이다. 이 부분마저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에 서명했고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 벌써 효과도 있다.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올해 1, 2월에만 25%가 급감했다. 반도체 제조업의 2차 권력 교체는 시작됐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반도체 제조업 반도체 제조업 반도체 생산능력 반도체 중심국가

2023-03-12

[프리즘] 총과 공포의 균형

오래전 한국에서 막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다. “미국 집들은 왜 담이 없어요?” 당시 LA에는 갱단의 신고식이 도시 괴담처럼 떠돌았다. 새 갱단원이 신고식으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끄고 가다 누군가 이를 알려주려 경적을 울리면 해코지한다는 것이었다. 한데 새 갱단원의 신고식에는 빈집털이도 있었다. ‘미국 집에는 왜 담이 없느냐’는 질문의 답은 빈집털이가 미국에선 갱단원 신고식이 되는 현실에 있다. ‘총을 갖고 있을지도 몰라.’ 이 불확실성 하나로 미국 집에는 담보다 더 높은 공포가 쳐져 있다.   최근 가주에서 중국계가 연이어 총기를 난사해 충격을 줬다. 아시안이 총기 난사를 하는 사건은 거의 없는 데다 이틀 새 연이어 발생했고 사망자가 많다는 면에서 충격이 극대화될 요소가 겹쳤다.   총기와 거리로 따지면 가장 멀리 있는 듯했던 아시안이 총기 난사를 연속 두 건 벌였다 해서 아시안이 집단으로 태도나 행동 양식을 바꿨다고 볼 수는 없다. 아시안이 어느 날 집단으로 ‘이제부터 화가 나면 총을 쏠 거야’ 다짐했을 리는 없지 않은가. 그저 우연이 겹쳤을 것이다. ‘아시안이 난사했다’보다는 ‘난사한 이가 아시안이었다’가 아닐까.   오히려 사건과 관련해 증오범죄와 연결해 생각해야 할 것은 아시안의 총기 소지 증가다. 2021년 7월 타임지는 전국사냥스포츠협회(NSSF)의 조사를 바탕으로 2020년 상반기 아시안의 총기와 탄환 구매가 42%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증오범죄가 작용이었다면 총기 구매 증가는 반작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총이 약자에게 더 효율적인 무기임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총을 갖는 순간 오랜 육체적 수련은 필요 없다. 사용법과 안전한 관리법만 익히면 육체적 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다.   문제는 총을 꼭 나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처럼 치정이나 분노는 가장 흔한 방아쇠 역할을 한다.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며 총기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가 늘면 접촉 사고 확률이 늘듯 총기가 늘면 총격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아시안의 총기 소지가 늘어났다는 것은 아시안의 총기 사고나 범죄가 늘어날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그것도 아시안 가정이나 커뮤니티에서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총기 구매의 가장 큰 동기는 공포다.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총기 판매가 느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19가 발발하자 경제활동 마비로 생계형 범죄가 늘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총기 판매가 급증했다. 이 기간 총기 구매는 흑인 58%, 히스패닉 49%, 아시안 43% 순으로 증가했다.   통계가 없어서 그렇지 애틀랜타 한인 스파 총격 사건도 아시안 여성, 특히 비즈니스 오너에게 적지 않은 공포를 주었을 것이다. 코로나 기간 총기 판매상 앞에 줄을 서 있던 한인 네일샵 업주는 총기 구매를 취재하던 중앙일보 기자에게 “여자만 있는 업소여서 범죄 대상이 되지 않을까 무서워서 권총을 산다”고 털어놓았다. 한인만 그런 건 아니다. 지난해 4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아시아태평양계 총기소유자협회의 크리스 청 이사는 아시안의 총기 구매 증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제2의 애틀랜타 스파 총기 난사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아시안은 이 질문을 하며 각성했다.”     아시안 대상 범죄 증가-아시안 총기 구매 증가가 ‘공포의 균형’을 가져오면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기 구매는 공포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우발성 범죄를 늘렸다. 코로나 이후 총기회사가 아시안 등 소수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안 커뮤니티는 총기 구매의 늪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공포 균형 총기 구매 상반기 아시안 아시안 여성

2023-02-05

[프리즘] 반 고흐의 그림처럼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것인지까지는 불확실하지만, 새해는 왔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아쉬움의 자리에 기대와 희망을 채우는 법인데 올해는 의례적으로 있을 법도 한 기대와 희망이 이례적으로 적었다.   언론만 봐도 그렇다. 연말께면 새해엔 가능하다며 공상과학 같은 희망이라도 재미로 내놓는데 올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경기침체 가능성이 20%에서 70%까지 오르는 전망 기사가 중계방송처럼 이어졌다.   최대 현안도 대부분 지난해의 난제였다. 경기침체부터 실업률, 임금,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결, 코로나19, 기후변화까지 대부분 지난해의 문제이거나 잠복했다 불거질 만한 것이었다.   이를 예고라도 하듯 지난해 연말을 장식한 것은 눈 폭풍과 주가 급락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덮친 눈 폭풍과 한파는 영화 세트장 같은 기묘한 모습을 연출하며 기후변화가 불러올 미래를 예고했다. 2021년 텍사스 한파의 충격 이후 1년여 만이라는 점도 위협적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인은 같다. 북극 찬바람이 온난화로 약해진 제트기류를 뚫고 내려왔다. 다만 발생 주기가 짧아졌다.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산타 랠리가 사라졌던 주가는 새해 첫날부터 반짝 상승했다 하락장으로 돌아섰다. 10년 넘게 증시를 장악하며 세상을 삼킬 기세였던 IT 성장주는 코로나 시대의 광폭 상승과 함께 마지막 불꽃을 태운 것일까. 불안한 증시를 반영하듯 새해가 시작되자 경제지마다 배당수익이 높은 주식 기사를 쏟아냈다. 여기에 국채와 부동산까지 합하면 불안하지 않은 자산이 거의 없다.   금리 전망도 밝지 않다. 시장은 금리 인상이 멈추거나 다시 내려가길 바라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실업률이 너무 낮거나 임금 상승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은 멈추지 않고 연준도 금리를 내릴 수 없다. 다른 물가가 내려가도 한번 오르면 내려가기 어려운 임금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잡기에 한계가 있다. 벌써 새해엔 임금이 오르는 저소득층이 유리하고 고소득층이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불리까지 따질 정도인가 싶긴 하지만 인플레이션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19도 완전히 끝날 조짐이 없다. 변이 확산과 방역을 완화한 중국 관광객의 대량 확진에서 보듯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는 이제 반쯤 지났을 뿐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지나치게 기술적이라고 여길 수는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각심은 사라지고 집중적 대처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서 일이 터지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더 커졌다.     드러난 리스크는 이미 리스크가 아니라는 말에 기대면 헛된 기대나 위험한 희망보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조심스럽게 해를 맞는 것이 꼭 나쁠 것은 없다. 적어도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돌진은 하지 않을 것이고 돌격보다는 진지전의 자세로 조심스럽게 현실을 잘 지키다 보면 위기에서 기회가 나올지도 모른다.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는 앞쪽으로 황금색 밀밭이 펼쳐져 있고 밀밭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들판 끝에는 검푸른 하늘이 드리웠고 검은 까마귀가 전조처럼 날고 있다. 일자리가 넘치고 임금이 오르는 현실과 어두운 거시경제처럼. 전망에 비해 현실이 지나치게 화사한 것일까, 현실에 비해 전망이 지나치게 어두운 것일까. 올해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닮았다. 안유회 / 에디터·국장프리즘 고흐 그림 임금 상승 실업률 임금 인플레이션 잡기

2023-01-03

[프리즘] ‘스트레인지 월드’의 흥행 참패

디즈니는 지난달 대작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의 흥행 참패를 경험했다. 영화 전문 사이트 IMDB가 추정한 제작비는 1억2000만 달러인데 현재까지 북미 흥행 총수입은 1900만 달러를 조금 넘는다.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전망한 손실액이 최소 1억 달러. 추수감사절 연휴를 겨냥한 흥행대작이면서 코로나19 이후 영화 흥행을 회복하려던 것을 고려하면 망했다고 할 만하다.   영화 산업에서 흥행 참패는 언제나 있는 일이다. 1980년작 서부영화 ‘천국의 문(Heaven’s Gate)’은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흥행에 참패해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를 문 닫게 했다. 영화 한 편으로 오랜 역사의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는 MGM에 팔렸고 할리우드는 한동안 서부극 제작을 꺼렸다. ‘스트레인지 월드’ 한 편의 실패를 디즈니의 상황과 영화 산업의 변화를 대변한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지난 6월 ‘라이트이어’의 흥행 저조 등 최근 디즈니의 상황은 영화 산업의 밑바탕이 바뀌는 격변을 반영하는 면이 있다. 콘텐트 제국으로 불리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서 잇따라 실패하는 것은 기존의 영화사에는 두려운 소식이다. 더구나 디즈니는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5배 늘린 공룡이다. 덩치만큼 기존의 할리우드 시스템을 어느 정도 대변한다. 적어도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까지는 시장 장악력을 높여 떠오르는 온라인 배급사에 대항한다는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영화 제작은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DVD 대여회사였던 넷플릭스가 디지털 배급을 거쳐 제작사로 자리 잡고 제작과 배급·상영에 이르는 영화 산업의 전 분야를 아우르며 할리우드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디지털 배급사가 할리우드라는 아날로그 방식의 기존 권력에 도전할 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할리우드는 수세에 몰렸고 디지털 배급사는 기세등등했다. ‘오징어 게임’은 영화산업 시스템 변화의 기수였다.   기술 혁신은 권력을 바꾸고 권력 변화는 기술 혁신으로 빨라진다. 넷플릭스 주가의 급락은 너무 빠른 속도에 대한 조정일 뿐, 영화산업의 권력 이동이 멈추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애플도, 아마존도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이미 ‘파친코’라는 세계적 히트작을 내놓았고 아마존은 할리우드 제작사 MGM을 인수했다. 디즈니는 막강한 콘텐트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세력에 반격을 가하고 있지만 그리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스트레인지 월드’의 흥행 참패는 할리우드 시스템, 그중에서도 블록버스터의 작동 방식 종식이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조스’ 이래 할리우드는 거대한 자본의 흥행작 제작과 대대적인 홍보, 대규모 동시 개봉의 공식을 만들었고 세계 영화산업을 지배했다. 디지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제 그 공식이 깨지고 시작했고 이 공식에 의존한 콘텐트는 어려움을 겪을 리스크가 높아졌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적어도 방증 정도는 된다.     내년에 디즈니는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디즈니의 새로운 100년을 기다리는 것은, 새로운 기술은 오래된 할리우드의 영화제작 노하우를 탐하고 오래된 할리우드는 새로운 기술을 탐하는, 경계가 무너진 시대일 것이다. 밥 아이거의 복귀를 둘러싼 희망과 우려는 이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디지털 영화사의 성공 영웅이 ‘오징어 게임’과 ‘파친코’라는 점이다. 두 작품은 코로나19 시기에 세계적 담론을 이끌었다. 기술 혁신이 할리우드 시스템이 만든 미국과 백인의 가치 중심도 바꾸었다. 주변이 중심이 될 수 있고 중심이 주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이른 것일까.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스트레인지 월드 스트레인지 월드 디지털 배급사 영화산업 시스템

2022-12-01

[프리즘]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한 이상기후

지난달 24일 가주는 주방위군에 각종 재해에 전방위적으로 긴급 투입할 ‘팀 블레이즈’를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전방위적인 긴급대응팀이라지만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에 대비한다는 주정부 발표를 보면 재해 중에서도 산불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주의 전국 최초 산불 대응팀 신설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현실로 가까이 다가왔는지, 기후변화가 얼마나 큰 비용을 요구할지, 얼마나 일상을 바꿀지 느낄 수 있는 눈에 띄는 조처다.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둘러싼 많은 논쟁은 거대담론이었다. 거대한 기후 변화와 이에 맞선 탄소 배출 감축 같은 것이었다. 기후변화가 미국 제조업계의 경쟁력을 약하게 하려는 거짓말이라는 등의 음모론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최근에 나오고 있는 ‘인류 멸종’ 같은 종말론적 경고에 사람들이 마냥 설득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최근 들어 폭염은 더 사납고 폭우는 더 거센 양극단의 날씨가 잦아지고 피해 지역이 넓어지면서 이상기온 자체에 대한 의심은 줄었다.   물론 의심을 거둔다 해서 이상기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기온이 2도 올라가면 문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1.5도 상승에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그대로다. 이것도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천연가스 부족 사태에 화석연료 사용이 늘면서 계획표가 어긋났다. 설사 1.5도에도 막는다 해도 어느 나라에서는 저수지와 강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옆 나라에서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후변화는 이제 전 세계와 국가 단위의 거대담론에서 지역과 개인의 미시적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 가주의 ‘팀 블레이즈’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기후변화 시기의 산불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새로운 현실에서 나온 것이다. 가주는 산림 지역과 거주 지역 사이에 있는 덤불 지역을 완충지대로 설정하고 산불을 막았다. 이런 전략을 구사할 시스템과 이에 필요한 훈련, 장비, 노하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어지간한 산불이 나도 ‘소방국이 막을 거야’라는 믿음은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이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을 전체가 불타고 9명이 사망한 북가주 파라다이스 산불이다. 최근에는 소방관의 부상이 잦아졌고 사망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집값이 치솟자 완충지대에 집을 지으면서 산불 방어에 필요한 공간이 좁아졌고 여기에 기후변화로 산불이 더 자주 더 빠르게 더 넓은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기존의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가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팀 블레이저’는 300갤런의 물을 실은 4인승 소방차로 거친 지형에 접근한다. 산불 대응도 속도가 중요해졌고 공세적 진화로 전환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기후변화에 맞춰 전략과 시스템, 장비, 훈련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은 산불 진화만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가뭄과 홍수에 맞춰 많은 분야에서 기준이 바뀔 것이고 새로운 시스템 구축과 운용에 적지 않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올해만 해도 폭염이 계속된 가주에서 평균적으로 가구마다 냉방용 전기료 지출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화재와 홍수 피해가 늘면 보험료도 올라간다. 어느 단계에 이르면 보험사는 보험료 산정 기준 자체를 바꿀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는 이미 일상을 바꾸었다. 중산층의 주말 일과 중 하나였던 세차와 잔디 정리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은 버리거나 줄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새로운 비용은 친환경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모두에게 고통을 줄 것 같다. 기후변화가 개인에게도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이상기후 청구서 기후변화 시기 산불 대응팀 피해 지역

2022-09-05

[프리즘] 6가 다리, 개통보다 안전

지난달 10일 LA다운타운에는 약 6년 동안 5억8800만 달러를 들여 재건한 6가 다리가 열렸다. 성대한 개통식과 함께 통행이 시작된 6가 다리는 코로나19가 불러온 폐쇄와 위축의 시기가 저물었음을 상징하는 듯했지만 오래지 않아 혼란에 빠졌다.   구름다리의 왕복 4차선에서는 영화에서나 등장할 자동차 스턴트가 난무했다. 제자리에서 뒷바퀴를 회전시켜 타이어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번아웃(burnout), 제자리를 빙빙 돌며 도로에 타이어 자국을 그리는 도넛(donut) 같은 스턴트가 굉음 속에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그러다 자전거 도로로 돌진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런 일들이 한적한 밤에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차가 꽉 막히는 시간에도 버젓했다.     22일 저녁에는 순식간에 200여명이 몰려들어 다리를 점거하고 불법 불꽃놀이와 낙서를 했다. 아치에 올라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주차 금지 지역에 무단으로 밤샘 주차를 해 충돌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다리는 도시의 역사와 성격, 지향점을 담고 있다. 6가 다리도 그렇다. 보일하이츠와 다운타운을 잇는 6가 다리 아래로 LA강과 101번·5번 프리웨이가 지난다. 대개 다리 아래로는 강물이 흐른다. 6가 다리 아래에도 LA강이 흐르지만 유수량이 많지 않아서 푸른 강물 대신 프리웨이와 자동차가 흐른다. 자동차 문화가 꽃핀 LA다운 다리 풍경이다. 그러니 재개통 이후 6가 다리 위의 혼란을 자동차 문화의 (일시적인) 과도한 분출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6가 다리의 혼란은 코로나19 이후 법질서의 일부가 무너진 또 다른 현장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통제가 풀리면서 LA에도 증오범죄와 미행 강도, 떼강도 같은 혼란과 불안이 증가했다. 코로나19는 고비를 넘겼지만 2년여 동안 지속한 비정상의 정상과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던 예외의 홍수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그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지속하고 있다. 개통 16일 만에 일시 폐쇄됐던 6가 다리는 불법의 경계선을 슬쩍 넘어도 될 것 같은 느슨한 분위기가 아직 곳곳에 남아있다는 증거다.     공권력의 대응도 깔끔하지 못했다. LA경찰국(LAPD)은 수시로 다리를 폐쇄하고 있다. LAPD는 26일 “불법 행위와 공공 안전 우려 때문에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27일 통행이 재개하면서 LAPD는 “상황을 지켜보며 일일 단위나 야간 단위 폐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6가 다리는 길게는 며칠, 짧게는 2시간 동안 폐쇄가 반복됐다. 미리 공지한다고 해도 언제 폐쇄될지 모르는 길은 길이 아니다. 체포된 범죄자가 풀려나 다시 범행을 하는 등 공권력이 이전의 일관성과 단호함을 되찾지 못하는 양상이 6가 다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에릭 가세티 시장은 개통식에서 공공 이벤트에 따른 통행 제한이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리의 최대 기능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하는 것이지 이벤트 개최가 아니다.     6가 다리는 새로운 시대의 다리다. 자동차에 전적으로 통행권을 주었던 이전과 달리 자전거와 도보자에도 통행의 권리를 보장했다. 개방형 도로는 환영할 일이지만 안전 기준을 낮춰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4차선 공간은 결과적으로 자동차 스턴트를 감행할 여지를 주었다. 차도와 자전거 도로 사이의 안전장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플라스틱 튜브가 전부였다. 균열이라는 구조적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리를 새로 만들었지만, 통행 안전에는 실패했다.     밤이 되면 아치 20개에 불이 들어오고 6가 다리는 허공에 빛나는 불의 리본으로 바뀐다. 그 모습은 아름답겠지만, 안전 없는 장관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안유회 / 에디터·국장프리즘 다리 개통 la다운 다리 다리 아래 공공 안전

2022-08-01

[프리즘] 낙태권 충돌과 F워드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4일 낙태권을 인정했던 1973년 판례를 폐기했다. 이로써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4주 이전까지는 낙태를 허용한다는 연방의 기준선이 사라졌다. 이제 낙태 허용 여부와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주정부와 주의회가 각자 결정하게 됐다. 주마다, 주 안에서 편차와 혼란이 일 것은 당연하다.   낙태는 총기 문제와 더불어 가장 휘발성이 강한 이슈로 꼽힌다. 시각차가 첨예해 의견을 좁히기 어려워, 논쟁이 격화되기 쉽고 그만큼 민주적 토론 과정을 걸쳐 사회적, 정치적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   낙태권 인정 판례 폐기 직후 나온 반응은 낙태 문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은 “주법으로 낙태가 불법이었던 1800년대로 돌아간 것”이라고 비판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세대 만의 가장 큰 승리”라고 환호했다. 말 자체로도 격차를 메우기 얼마나 힘들지 느껴진다.     주마다 견해 차이는 더 격렬하다. 미주리주의 에릭 슈미트 검찰총장은 “생명의 신성함을 위한 기념비적인 날”로 규정했고 미시간주의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는 낙태권 유지를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 해도 낙태를 둘러싼 근원적 주장은 바뀌지 않았다. 흔히 낙태 반대와 찬성으로 번역되지만, 원래의 주장은 ‘생명 옹호(pro-life)’와 ‘선택권 옹호(pro-choice)’다. 두 주장을 떼어내 보면 모두 정당성이 있다. 태아의 생명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나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 가지 가치를 나란히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안에 따라 어느 가치를 우선할 것이냐는 바뀔 수 있지만 판결 직후 나온 미주리주의 법안처럼 “의학적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낙태하거나 유도해서는 안 된다”라고 못 박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래전부터 사람의 신체, 특히 출산하는 여성의 몸을 보는 시각은 개인의 입장과 사회와 국가의 입장이 뒤섞여 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인가는 그 시대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낙태 문제가 어려운 것은 몸과 생명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시대 정신과 사회의 정체성, 진영간 시각이 그 어느 문제보다 강하게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1973년 낙태를 허용한 연방대법원 판결은 진보의 물결과 함께 나왔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낙태 관련 문제는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는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지난달 내려진 73년 판결 폐기 결정은 보수의 확산과 흐름을 같이한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보충의견에 동성결혼 및 피임 관련 판례도 재검토할 의무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도, 연방대법원이 포괄적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린 것도 이런 맥락을 보여준다.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가 낙태 제한으로 이어질지, 거센 반발 속에 낙태권 인정으로 회귀할지, 양 진영이 주별로 계속 충돌할지 알 수 없지만 우려되는 것은 민주적 토의 절차 자체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공개된 자리에서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에게 F워드를 사용했다. 논쟁이 격화되면 의견이 아니라 의견을 낸 사람을 공격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주적 체계와 시스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깨지고 토론 절차가 파괴된다. 결국 찬반 토론은 합의가 아닌 혐오로 증오로 향한다. 거기까진 가지 말아야 한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프리즘 낙태권 충돌 낙태권 인정 낙태권 유지 낙태 문제

2022-07-04

[프리즘] 흔들리는 치안 시스템

어느 나라든 유난스러운 것들이 있지만, 미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건을 꼽자면 총기 난사와 경찰의 차량 추격일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그 빈도와 강도에서 다른 어느 나라와도 차별화되는 가장 미국적인 것이다. 또 미국이 총기와 자동차의 나라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24일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도 초기 보도를 보면 지금까지 벌어졌던 총기 관련 사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8세 고등학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을 총기로 살해했다는 사실은 따로 떼어내면 이런 참극이 없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량 총기 사건이 213건, 학교 내 총격만 27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정도면 일상화된 참극이다. 이 모든 일이 총기 합법의 틀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면에서 시스템화된 참극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총기 생산과 판매, 소비도 시스템이고 사건 발생 이후의 논란과 논쟁, 수용, 결말도 마치 정해진 루트를 가는 것처럼 보인다. 과정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결말은 정해진, 장르가 된 비극이랄까.   논쟁이나 해법도 사건처럼 반복적이다. 충돌하는 주장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한쪽에서 “총이 문제다”라고 시스템을 지목하면 다른 쪽에서 “사람이 문제다”라며 개인의 일탈을 지적한다. 시간이 흐르면 총기 관련 시스템 자체를 바꾸자는 주장은 잊히고 총기 판매와 구매를 조금 엄격하게 하는 법률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다시 참극이 반복된다.   이번 사건에도 등장한 군용 돌격 소총과 합법적인 구매 연령 논쟁, 범죄 예고, 총알 1657발 대량 구매, 315발 지참, 142발 발사 같은 심각성이 결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   오히려 롭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 이전과 전혀 다른 것은 치안 시스템의 와해다. 한두 가지 정도가 아니라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터진 것처럼 보일 정도다.     우선 범인이 학교로 들어간 문은 열려 있었다. 학교 안전 프로토콜에 따르면 이 문은 닫혀 있는 것은 물론 자물쇠로 닫아 놓아야 한다. 사건 당시 학교 경찰은 현장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초기 발표 때는 경찰이 총격전을 벌였다고 얘기했다.   용의자가 학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28분. 그로부터 35분 뒤인 오후 12시 3분 한 여학생이 911에 전화해 범인과 같은 교실 안에 있다고 신고했다. 몇 분 뒤 유밸디교육구는 페이스북에 캠퍼스가 전면 폐쇄됐지만, 학생과 교직원은 건물 안에 안전하게 있다고 공지했다. 12시 3분에 신고했던 여학생은 911에 두 번 더 전화해 여러 명이 죽었고 학생들이 남아 있다고 알렸다. 이 사이 경찰은 학교 안으로 진입하는 대신 울부짖는 부모를 막거나 수갑을 채웠다. 이로부터 34분 뒤에야 현장에 출동한 국경순찰대가 학교 안으로 진입해 범인을 사살했다.   사건이 벌어진 78분 동안 치안 시스템은 방임 상태에 가까웠다. 코로나19 이후 치안 시스템이 느슨해졌다고 하지만 롭 초등학교 사건은 제대로 작동한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상황이라면 총기 관련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그나마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당장 치안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LA에서는 미행강도와 떼강도, 좀도둑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안 시스템이 불안하다. 최근 가주에선 라구나우즈 교회와 새크라멘토 유흥가에서 대형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그나마 치안마저 흔들리면 언제 어디서나 작게 끝날 사건도 대형 참극으로 번지는 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론이 들끓자 교사 무장론에 이어 방탄 문과 유리를 설치하는 학교 요새화 주장까지 나왔다. 요새화는 할 수도 있겠지만 잠그기로 한 문이 열려있는 시스템 해이까지 막지는 못할 것이다.   안유회 / 사회부장·국장프리즘 시스템 치안 치안 시스템 총기 난사도 초등학교 총격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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