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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문제가 문제를 낳는 홈리스 정책

안유회 뉴스룸 에디터·국장

안유회 뉴스룸 에디터·국장

LA가 홈리스 위기를 겪은 것은 2차대전 때였다. 급격히 불어나는 인구 증가 속도를 주택 증가 속도가 따라잡지 못한 탓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LA에 제2의 홈리스 위기가 찾아왔다. 경제활동이 마비되면서 길거리로 내몰린 저소득층이 늘어난 탓이었다.  
 
홈리스는 늘 있었지만 최근 상황은 복합적인 원인과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 때문에 갈수록 난제가 되고 있다.
 
올해 가주의 홈리스는 17만1000명 수준이다. LA카운티에는 7만5312명, LA시엔 4만5252명이 있다. 가주 인구 비중이 전국의 12%인데 홈리스 인구 비중은 전체의 30%에 이르니 해결은커녕 통제도 벅찬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회계감사관실의 보고서는 상황을 더 암울하게 만든다. LA시는 지난 5월까지 최근 17개월 동안 홈리스 대처에 3억4105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홈리스 주거비에 61%를 썼다. 홈리스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인력 확보에 31%가 들었다. 홈리스 문제 해결의 핵심 중 하나인 홈리스 영구주택 확보 예산은 5.6%에 불과하다.
 
이중 주목할 부분은 인건비 31%다. 홈리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인력 운용에 예산의 3분의 1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대부분은 정부의 역할을 대행하는 비영리단체 등에 들어가는 돈이다. 일을 하자면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엔 사람이 필요하다. 대신 한 번 고용한 인력은 유지되려는 성향이 강하고 인건비는 그대로 고정비용이 된다. 61%로 가장 많은 홈리스 주거비도 당장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의 홈리스를 시설에 수용하기 위한 비용이다. 영구주택 같은 해결책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가주에는 홈리스 대처 프로그램이 30개나 된다. 주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여기에 사용한 예산은 240억 달러에 이른다. 30개의 프로그램 예산 가운데 프로그램 자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고정비용이 많을수록 문제 해결에 직접 사용되는 예산은 준다. 보고서도 이를 우려했다. 홈리스 한 명에 들어간 예산은 연 5만 달러인데 효용성은 높지 않고 예산 사용은 추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의 결론은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느꼈을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홈리스 문제는 이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문제 해결 방식이 또 다른 문제가 되는, 문제가 문제를 낳는 상황까지 왔다.
 
에릭 가세티 시장 시절 공청회도 없이 한인타운에 홈리스 셸터를 지으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인사회가 크게 반발했다. 가세티 시장 시절 이미 홈리스 예산은 약 1억 달러로 90% 넘게 폭증했다. 소란은 컷지만 문제는 오히려 악화했다. 캐런 배스 시장은 이 부분을 공격하며 홈리스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배스 시장의 해결책은 ‘인사이드 세이프’다. 이전의 홈리스 정책이 숙소로 이용되는 구조물을 철거해 떠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인사이드 세이프는 홈리스를 본인의 동의 아래 모텔 등 임시 숙소로 거처를 옮기고 6개월 안에 영주 주거지를 찾아주는 정책이다. 한눈에도 돈이 많이 드는 정책이다. 올해에만 예산 1억8500만 달러를 들였다. 결과는 초라하다. 줄어든 홈리스 숫자는 통계로 보면 2.2% 정도다. 공약은 했고 민원과 불만은 넘치고 치안 문제는 발생하니 당장 거리에서 임시거처로 옮기는, 단선적인 정책으로 단기간에 난마로 얽힌 문제를 해결할지 의문이다. 해결은커녕 상황 관리도 버거워 보인다.
 
한쪽에선 벌써 2028년 LA올림픽 걱정이 나온다. 현재 추세면 3만명의 홈리스와 함께 올림픽을 치른다는 계산도 나온다. 지금 LA올림픽의 홈리스는 파리올림픽의 센강이다. 이제라도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도록 홈리스 정책을 현실성 있게 재검토해야 한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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