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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저무는 싼 물건의 시대

안유회 뉴스룸 에디터·국장

안유회 뉴스룸 에디터·국장

저가 제품 전문 체인점인 99센트 온리가 최근 전 매장의 문을 닫겠다며 폐업을 선언했다. 패밀리 달러는 8000여 개 매장 가운데 1000여 곳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두 체인점은 경영에 문제가 있었다. 99센트 온리는 매장 평균 크기가 2만 스퀘어피트로 운영비용이 많이 들었고 제품의 마진이 낮았다. 패밀리 달러는 매장 관리 부실과 과도한 확장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쥐가 들끓는 창고에 보관한 제품을 판매했다가 제품 안전표준 위반 혐의로 4160만 달러의 벌금 처분도 받았다.  
 
그렇다고 내부 문제가 다는 아니다. 폐업까지 이른 데는 경영 외적인 요인도 있다. 두 회사가 내놓은 최대 악재는 인플레이션과 소매 절도였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타격을 받았고 소매점 절도로 손실이 커졌다. 이들 악재는 최근 소매점이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임금 상승과 공급 불안, 유가 상승은 당장 해결되기 쉽지 않다. 저가 매장이 저가 제품을 팔기 어려우니 힘들 수밖에 없다. 99센트 온리는 이미 지난해 99센트 이하 제품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경제 수치로 보면 고용도 뜨겁고 소비도 뜨거운 호시절이지만 체감은 그렇지 않다. 99센트 온리의 파산은 통계와 현실이 다른, 뜨거운 아이스크림 같은 경제 상황의 무시할 수 없는 단면이다. 금리 인하는커녕 다시 금리 인상이 거론될 정도로 인플레이션은 아직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여전히 불안한 중동 정세는 개스값을 흔들고 떨어질 줄 모르는 부동산은 렌트비를 떠받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99센트 온리의 파산은 싼 물건이 사라지는 인플레이션 시대의 첫 번째 확증일 수 있다. 싼 물건이 사라지면 인플레이션은 가계를 더 조일 것이다. NBC4 방송의 현장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딸기 한 팩, 멜론, 감자 3파운드, 토티야 한 팩, 우유 1갤런의 가격을 비교할 때 99센트 온리는 11.39달러, 랄프스는 17.96달러였다. 제일 싼 가격대가 사라지면 더 많은 돈을 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저소득층이 맥도널드 대신 집에서 요리해 먹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맥도널드의 이언 보든 최고 재무책임자가 투자자 회의에서 한 말이다. “지금은 어려운 소비자 환경이다. 많은 소비자가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 줄어드는 저축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맥도널드에서 버거는 예사로 8달러를 넘고 세트 메뉴는 10달러를 넘는다. 꼭 맥도널드만은 아니다. 종류에 상관없이 패스트푸드 식당에 가보면 부담 없이 먹던 음식이 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싼 것이 사라지는 현상은 중산층 제품으로도 이미 번졌다. 100온스에서 92온스로 줄었는데 가격이 오른 세제, 4분의 1온스가 줄었는데 가격이 오른 비누가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쓸 만한데 싼 물건의 시대는 다시 돌아올까. 연방정부와 함께 기업이 중국을 벗어나 공급망을 다시 만들려는 노력이 완결되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산 소비는 확실히 줄었다. 1인당 수입품 지출액의 25%를 차지했던 중국산은 16.6%로 줄었다. 하지만 전 세계 물가를 안정시키던 중국의 역할을 멕시코와 베트남, 태국 등이 대체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테무와 쉬인이 중국산 저가품의 새로운 상징이 된 것은 이것과 맞물린다. 두 회사의 제품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력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수입사가 팔던 방식이 중국 회사가 직접 파는, 중국 제품이 도매에서 소매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 시대의 합작품이다.
 
“지금 경기는 좋다. 차와 집을 살 일이 없다면.” 모든 것이 가격에 반영되는 시장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지적한 말이다. 하긴 지금 차와 집만큼 싼 것이 없는 상품이 또 있을까.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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