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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리스본(포르투갈)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한 이화자 작가는 '트래블 어게인'이란 책에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치 20대의 영광을 다 누린 후 곱게 나이가 든, 그 자체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이 떠오른다. 유럽의 화려한 다른 도시들처럼 꾸미고 성형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더 아름다운 사람. 주름마저 빛나는 사람. 영광과 고통의 상처를 온몸에 문신처럼 새긴 리스본의 사람들과 건물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알디시피 포르투갈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대표 국가이자, 제국이었다. 이베리아반도의 끝에 위치한 땅이 좁은 이 국가는 일찌감치 바다로 눈을 돌렸고, 한때 바다의 지배자가 됐다.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해양왕 엔리케 왕자는 아프리카를 탐험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희망봉을 발견했던 바스쿠 다 가마도 이 시대 인물이다. 현지에서는 '리스보아(Lisboa)'란 이름으로 불리는 리스본은 대항해 시대의 중심이었던 도시다. 한때 신대륙을 누비며 본토의 몇 배나 되는 식민지를 건설하고 금과 향신료를 실어 날랐던 포르투갈의 번영과 쇠락의 역사가 응축해 있다. 당시에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불렸지만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인해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새로운 도시계획이 진행되면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눠졌는데, 구시가지에 있는 벨렘 지구에서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엔리케 왕자의 아프리카 탐험을 기념해 세운 발견기념비, 그리고 항해의 안전을 수호하는 마리아상이 있는 벨렘탑 등이 대표적이다. 이 탑은 바스쿠 다가마의 세계 일주를 기념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한때 탑의 일부가 왕족의 거실로도 사용되기도 했는데, 여러 역사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인근에 있는 제로니모 수도원도 빼놓을 수없다. 이탈리아, 스페인, 플랑드르 디자인을 합친 건축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근처 에그타르트 원조 맛집인 '파스테이스 데 벨렘((Pasteis de Belem)'도 꼭 들러야 할 명소로 거론되는데, 이 집 에그타르트 레시피의 출발지가 바로 수도원이라는 점이다. 당시 수녀들은 수도승의 옷을 세탁할 때 달걀 흰자를 썼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노른자가 남았는데, 수녀들은 고민 끝에 이를 빵의 원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프랑스 크루아상만큼 유명한 에그타르트 외에도 명물인 대구 요리와 정어리 소금구이, 올리브 오일이 듬뿍 들어간 문어 요리, 하몽, 풍미 좋은 와인 등도 리스본 여행의 행복을 더해준다.   리스본을 여행하는 동안에는 지금껏 포르투갈 말인지조차 모르고 사용했던 '따봉!'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골목마다 역사의 흔적들이 툭툭 나타나고 전망대에 다다르면 붉은 지붕들과 저 멀리 바다가 그림처럼 다가오기에. 과거와 현재가 멋스럽게 공존하는 리스본을 유럽에 남은 마지막 보석이라 부르고 싶은 이유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포르투갈 리스본 리스본 여행 도시 대부분 에그타르트 레시피

2023-12-07

[문화산책] 내 마음을 울리는 노래들

세상에 수많은 음악과 노래가 있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축축하고 뻐근해지는 노래가 있다. 어떤 때, 가령 깊은 밤중에 들으면 울컥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각별한 노래가 있겠지만, 내게는 아르헨티나의 민중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삶에 감사하며’, 포르투갈 전통음악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검은 돛배’, 미국의 흑인 가수 마리안 앤더슨이 부른 ‘깊은 강’, 일본 엔카의 여왕 미소라 히바리의 마지막 노래 ‘강물의 흐름처럼’, 사다 마사시가 원자폭탄의 잔인함을 노래한 ‘히로시마의 하늘’ 같은 명곡들이 그런 노래들이다.   한국노래 중에는? 글쎄? 김민기의 ‘철망 앞에서’, ‘금관의 예수’, ‘친구’, 조용필의 명곡 ‘꿈’, 그리고 나애심의 ‘미사의 종’, 재즈가수 박성연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른 ‘바람이 부네요’ 등등….노래 잘하기로 이름난 패티 김, 이미자, 나훈아는 유감스럽게도 없다. 노래를 너무 잘 부르기 때문일까?   음악은 즐겁고 흥겨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청승맞고 구슬픈 노래들이다. 무슨 노래가 이렇게 궁상맞고 처량하냐고 투덜거린다. 이런 노래가 내 가슴을 울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노래의 비밀은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지닌 진동과 듣는 사람의 마음의 떨림 사이에서 발견된다.”-칼릴 지브란   “가장 달콤한 노래는 가장 슬픈 생각을 담은 노래이다.”-퍼시 비쉬 셸리   공감이 가는 말씀이다. 이 노래들은 가수의 목소리에 타고난 애수가 깔렸고, 노래 내용에 삶의 짙은 냄새가 배어 있다. 잔재주 부리지 않고, 가슴에서 우러나 치고 올라오는 소리다.   노래를 부른 이의 인생 자체가 감동을 주기도 한다. 메르세데스 소사의 길고 험난한 망명생활도 그렇고, 사다 마사시의 인생 굴곡도 그렇고….     아말리아의 일화도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1999년 10월 6일, 포르투갈의 민속 음악인 ‘파두(fado)’를 세계 정상의 음악으로 끌어 올린 국민가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가 세상을 떠나자, 포르투갈 정부는 사흘 동안의 조의 기간을 공포했고, 조기를 달았다.   아말리아의 장례식은 리스본 대성당에서 생중계되는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신부님의 미사 집전이 끝나고, 아말리아의 관을 여섯 명의 운구위원이 어깨에 메고, 성당 정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대성당 안에 있던 모든 조문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아말리아의 관을 향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운구위원들이 성당의 긴 복도를 걸어서 나갈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박수소리가 계속 성당을 가득 채웠다.   성당 정문이 열리고, 아말리아의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모든 시민도 똑같이 박수를 쳤다. 그리고, 전통 복장을 한 기마병의 호위 속에 장지로 가는 길 양쪽에 끝없이 줄을 지어 인산인해를 이룬 리스본 시민도 모두 박수를 보냈다.   “워낙 포르투갈 국민이 아말리아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살아온 인생을 사랑했기 때문에, 아무 약속 없이 다 박수를 쳤다”고 포르투갈 사람들은 말했다.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 길을 간다. 이런 감동적 대접을 받을 가수가 우리에게도 있을까?   내 식으로 표현하면, 이들은 빼어난 광대다. 광대라니? 예술가를 우습게 보는 거냐? 천만의 말씀. 광대를 낮춤말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본디는 그렇지 않다. 광대(廣大)는 글자 그대로 ‘넓고 큰’ 사람이다. 자신을 한껏 낮출 줄 아는 예인(藝人)이다. 그렇게 보면,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K-팝 스타들도 멋지고 아름다운 광대들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마음 노래 음악과 노래 국민가수 아말리아 포르투갈 전통음악

2023-08-03

[종교와 트렌드] 우리는 영원히 순례자

최근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필자는 짧은 일정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프랑스길 대신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시작하는 길을 택했다.     다녀와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해진 느낌이다. 익숙했던 곳에서 떨어지고 낯선 환경, 낯선 사람 속에 나를 던지면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된다.     떠나기 전에 약간 번 아웃 증상도 있었다. 하던 일들과 사역들도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고 이래저래 지천명에 접어드니 허한 느낌이었다.     한 일주일 아무 생각 없이 눈뜨면 걷고, 배고프면 먹었다. 사람들과 금방 친해져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쉼을 줬다.     전세계의 다양한 순례자를 만나니 사고의 틀이 넓어진 느낌이다. 거주 지역과 인종, 문화를 벗어나 타인의 가치와 경험을 듣는 다는 것은 중요하다.     요즘 특히 양극화와 SNS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인간은 더욱 편협해지고 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에게 던지는 것은 '나'를 성장시킨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세상은 넓고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은 많다.   유럽에 있다 보면 미국에서의 삶이 어떤 점에서는 이상한 것이 있다. 너무 물질적이고 사이즈가 다 크다는 점이다. 이 길을 걸으면 소량, 미니멀이 몸에 밴다. 달랑 배낭 하나에 삶을 다 넣을 수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살며, 더 가지려고 버둥대는 모습을 보면서 중독된 삶을 살지 않나 생각한다.     순례 길에선 만인이 평등하다. 돈이 많든 적든, 인종이 뭐든, 우리의 목표는 하나다. 하루 걸어야 할 길을 무사히 걷는 것이다.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희로애락이 있다. 그러면서 우여곡절 끝에 종착지에 도착한다.   미국서 살다 보면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는다. 우리는 속도와 시간이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살고 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들에 핀 꽃과 교감하고, 개, 돼지, 양들과도 소통하면서 빠름이 아닌, 때론 느리게 가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평소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때론 길을 잃어버려 돌아가더라도 인생에는 허비가 없다. 다 의미가 있다.     주변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사람 때문에 지쳐서 순례길에 온 사람들이 다시 사람과 만나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저마다 사는 곳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주변에 무관심하고 '나'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순례길에서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옆도 돌아보는 삶을 살지 않을까 기대한다.     영성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고 소외된 자들과 같이 하는 것이라 믿는다. 현대사회에서 휴대폰만 쳐다보면서 자기주변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보길 권한다.     걷는 것도 영성이다. 위대한 철학자, 작가들이 걸으면서 했던 많은 생각은 천천히 걸음으로서 머리만이 아니라 전인적으로, 전 육체적으로 느끼며 떠오른 결과다.     순례길에서 호스텔 주인인 아나의 응원이 생각난다.     "Once a pilgrim, Always a pilgrim(우리는 영원히 순례자이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순례자 산티아고 순례길 대신 포르투갈 인종 문화

2023-04-17

[월드컵 8강전] 내일 모로코 대 포르투갈, 영국 대 프랑스 전 열려

[월드컵 8강전]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4강 선착-내일 모로코 대 포르투갈, 영국 대 프랑스 전 열려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가 갈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8강전 4경기 가운데 2경기가 열린 9일, 두 경기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불꽃 튀는 접전 끝에 승자를 가렸다.   LA시간으로 오전 7시에 시작된 크로아티아와 브라질 경기는 연장전에서 1대1로 비긴 가운데 승부차기에서 크로아티아가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강력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을 4대2로 꺾고 가장 먼저 4강에 진출했다.   이어 오전 11시에 벌어진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도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 속에서 2대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이 경기에서는 아르헨티나 골키퍼가 네덜란드의 1번 키커와 2번 키커의 슛을 잇달아 막으며 승부의 추를 가져왔고 결국 아르헨티나가 4대3으로 승리하며 준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와 맞붙게 됐다.   내일(10일)은 8강전 나머지 두 경기가 열린다.   오전 7시 모로코와 포르투갈, 오전 11시 잉글랜드와 프랑스전이 펼쳐진다. 이 두 경기의 승자가 4강에서 격돌한다.   준결승전은 13일(화) 오전 11시에 1경기, 다음날인 14일(수) 오전 11시에 다른 경기가 예정돼 있다.     17일(토) 오전 7시에는 3위 결정전,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은 18일(일) 오전 7시에 열린다.    이들 경기 모두 폭스11(채널 11.1)과 스페인어 방송인 텔레문도(채널 52.1)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김병일 기자월드컵 8강전 영국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골키퍼 포르투갈 오전

2022-12-09

'기적의 16강'…함께 울었다

추가 시간이 진행 중이던 후반 막바지, 손흥민(30·토트넘)이 역습 찬스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하프라인을 넘어 상대 아크 부근까지 진출한 그는 슈팅 대신 공간을 파고드는 황희찬(26·울버햄프턴)에게 볼을 넘겼다. 황희찬의 오른발 슈팅에 이은 득점. 16강행 티켓의 주인을 바꾼 극장 골이 터지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4만4000여 관중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또 한 번 ‘도하의 기적’을 완성했다.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머쥐며 본선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한 건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두 번째이자 12년 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한국은 2일 오전 7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9위)과의 카타르월드컵 본선 H조 3차전에서 전반 김영권(31·울산)의 동점 골과 후반 황희찬의 추가 골을 묶어 히카르두 오르타(28·브라가)가 한 골을 기록한 포르투갈에 2-1로 이겼다.     앞선 조별리그 1·2차전을 1무1패(승점 1점)로 마친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포르투갈을 꺾고 승점을 4점으로 끌어올린 뒤 우루과이가 가나와의 3차전에서 이기거나 비기길 기다리는 시나리오였다. 같은 시간 열린 우루과이-가나전에서 우루과이가 2-0으로 앞서나가며 16강을 위한 경우의 수가 ‘포르투갈전 승리’로 좁혀졌고, 한국은 단 한 골만 추가하면 H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후반 추가시간(6분)을 알리는 부심의 사인이 등장한 직후, 기적이 만들어졌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득점포로 한국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와 관중석 모두 뜨거운 함성으로 물들었다.   결국 H조에서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2승1패로 마무리한 포르투갈(승점 6점)과 더불어 1승1무1패를 기록한 한국(승점 4점)이 16강 티켓을 거머쥐어다. 승점과 골 득실까지 같은 우루과이를 다득점에서 앞섰다. 가나는 1승2패(3점)로 최하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앞서 16강행을 확정 지은 호주,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세 번째로 16강행에 성공했다.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아시아 국가 3팀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제 실점은 한국의 수비 조직력이 제대로 다듬어지기도 전인 전반 5분에 나왔다. 포르투갈의 측면 수비수 디오구 달로트(2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시도한 땅볼 크로스를 정면에서 쇄도하던 오르타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한국이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생긴 배후공간을 포르투갈 공격진이 파고들어 득점으로 연결한 장면이었다.   동점 골은 전반 27분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노쇼 사건’으로 국민적인 공분을 산 상대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적)가 한국의 득점에 관여했다. 코너킥 찬스에서 상대 위험지역 정면으로 올린 볼이 호날두의 등에 맞고 흐르자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영권이 넘어지며 왼발로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적극적인 돌파와 슈팅으로 흐름을 장악했다. 후반 20분 이재성(30·마인츠)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된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활발한 돌파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앞서 조별리그 1,2차전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한 황희찬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에 결승 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경기 종료 후 초조함 속에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리던 선수들은 우루과이 2-0 승리 확정 소식에 또 한 번 환호했다. 센터 서클 부근에 둥글게 모여 어깨동무한 채 기다리던 선수들의 환호가 관중들의 함성과 어우러졌다.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도하의 기적’이 비로소 완성된 순간이었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13%에 불과한 승률(통계 웹사이트 파이프서티에이트)을 현실화한 한국팀은 오는 5일 (월) 오전 11시 G조 1위 브라질을 상대로 운명의 16강전 단판 승부를 펼치게 된다.   송지훈, 박린 기자기적 포르투갈 카타르월드컵 본선 포르투갈전 승리 후반 추가시간

2022-12-02

꿈은 이루어진다

추가 시간이 진행 중이던 후반 막바지, 손흥민(30, 토트넘)이 역습 찬스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하프라인을 넘어 상대 아크 부근까지 진출한 그는 슈팅 대신 공간을 파고드는 황희찬(26, 울버햄프턴)에게 볼을 넘겼다. 황희찬의 오른발 슈팅에 이은 득점. 16강행 티켓의 주인을 바꾼 극장골이 터지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4만4000여 관중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축구대표팀이 또 한 번 '도하의 기적'을 완성했다.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역전승하며 본선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한 건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두 번째이자 12년 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한국은 2일 오전 9시(시카고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9위)과의 카타르월드컵 본선 H조 3차전에서 전반 김영권(31)의 동점골과 후반 황희찬의 추가골을 묶어 히카르두 오르타(28)가 한 골을 기록한 포르투갈에 2-1로 이겼다.   앞선 조별리그 1, 2차전을 1무1패(승점 1점)로 마친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포르투갈을 꺾고 승점을 4점으로 끌어올린 뒤 우루과이가 가나와의 3차전에서 이기거나 비기길 기다리는 시나리오였다. 같은 시간 열린 우루과이-가나전에서 우루과이가 2-0으로 앞서나가며     16강을 위한 경우의 수가 ‘포르투갈전 승리’로 좁혀졌고, 한국은 단 한 골만 추가하면 H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후반 추가시간(6분)을 알리는 부심의 사인이 등장한 직후, 기적이 만들어졌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득점포로 한국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와 관중석 모두 뜨거운 함성으로 물들었다.   경기 종료 후 초조함 속에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리던 선수들은 우루과이 2-0 승리 확정 소식에 또 한 번 환호했다. 센터서클 부근에 둥글게 모여 어깨동무한 채 기다리던 선수들의 환호가 관중들의 함성과 어우러졋다. '도하의 기적'이 비로소 완성된 장면이었다.   결국 H조에서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2승1패로 마무리한 포르투갈(승점 6점)과 더불어 1승1무1패를 기록한 한국(승점 4점)이 승점이 같은 우루과이를 골득실로 제치고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가나가 1승2패(3점)로 최하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앞서 16강행을 확정 지은 호주,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세 번째로 16강행에 성공했다.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아시아 국가 3팀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16강 진출을 축하한다”는 축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도전은 다시 시작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축하한다”며“선수 여러분, 감독과 코치진 여러분, 투지와 열정으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며 함께 기뻐했다. 이어 “그동안 준비한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십시오. 경기를 즐기십시오. 지금까지 그랬듯이 승패를 넘어 대한민국 축구의 가능성을 온 세상에 보여주길 기대합니다”라며 남은 경기에 대해 응원했다. 윤 대통령은 “저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이라며 축전을 마쳤다.  J 취재팀포르투갈 역전승 카타르월드컵 본선 포르투갈전 승리 후반 추가시간

2022-12-02

[음식과 약] 진정한 미식

음식으로 보는 세상은 다양성이 넘친다. 여행을 가지 않고서도 이국적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제는 프랑스·이탈리아 음식을 넘어 스페인·포르투갈 음식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다. 라오스·캄보디아·레바논을 가본 적이 없어도 그 음식을 맛보는 건 국내에서 가능하다.   현지보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 보일 때도 있다. 태국 음식점만 해도 그렇다. 현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 입맛에 맞춘 태국 음식을 내놓는 곳도 있다. 중국 음식으로 가면 시대적 다양성마저 뚜렷하다. 근대 한반도에서 발달한 중화요리는 한반도에서 거리상 가까운 산둥성에서 넘어온 화교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짜장면·짬뽕은 한식으로 생각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한국화한 중국음식이다.   하지만 요즘 대세가 된 중국음식은 마라탕이다. 최근 4년간 (2019~2022년) 체크카드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고등 여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떡볶이가 아니라 마라탕이었다. 마라·훠궈 전문점 이용 비중이 떡볶이 전문점을 앞섰다. 짜장면·짬뽕·탕수육이 구화교의 중국음식이라면 양꼬치·마라탕·훠궈는 신화교의 중국음식이다.   마라는 이제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맛이다. 얼얼하게 혀를 마비시키는 듯한 마라의 매운맛은 고추와 함께 사용하는 두 가지 재료, 즉 화자오·마자오에서 온다. 하지만 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이며 중국음식 전문가인 김진방 기자는 『중국의 맛』에서 정확하게 화자오와 마자오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썼다. 둘 다 동글동글한 모양이 통후추처럼 생겼지만 화자오는 적갈색, 마자오는 황갈색이다. 매운맛은 화자오, 얼얼한 맛은 마자오가 더 세게 느껴진다.   음식을 백 번 먹어도 지식이 저절로 늘지 않는다. 알아보려 해야 알 수 있다. 이국적 음식을 전보다 쉽게 맛볼 수 있게 된다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지 않는다. 맛에만 개방적일 뿐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이나 포용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저명한 법학 교수이자 문장가인 스탠리 피시가 ‘부티크 다문화주의’라고 칭한 현상이다. 겉으로는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멋진 사람 같지만 속으로는 이민자·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낯선 나라의 음식을 좋아하면서 정작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싫어하는 모순적 태도다.   한국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2018년에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다. 농촌에 가면 외국어로 부르는 노동요가 들린다. 해외에서 우리가 당한 차별에 울분을 토했던 과거를 기억하며 이제는 한국 내의 이민자·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할 때다. 음식 뒤에는 늘 사람이 있다. 진정한 미식은 혀가 아니라 주방 너머의 사람까지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태국 음식점 이국적 음식 포르투갈 음식

2022-08-10

[J네트워크] 진정한 미식

음식으로 보는 세상은 다양성이 넘친다. 여행을 가지 않고서도 이국적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제는 프랑스·이탈리아 음식을 넘어 스페인·포르투갈 음식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다. 라오스·캄보디아·레바논을 가본 적이 없어도 그 음식을 맛보는 건 국내에서 가능하다.   현지보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 보일 때도 있다. 태국 음식점만 해도 그렇다. 현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 입맛에 맞춘 태국 음식을 내놓는 곳도 있다. 중국 음식으로 가면 시대적 다양성마저 뚜렷하다. 근대 한반도에서 발달한 중화요리는 한반도에서 거리상 가까운 산둥성에서 넘어온 화교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짜장면·짬뽕은 한식으로 생각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한국화한 중국음식이다.   하지만 요즘 대세가 된 중국음식은 마라탕이다. 최근 4년간 (2019~2022년) 체크카드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고등 여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떡볶이가 아니라 마라탕이었다. 마라·훠궈 전문점 이용 비중이 떡볶이 전문점을 앞섰다. 짜장면·짬뽕·탕수육이 구화교의 중국음식이라면 양꼬치·마라탕·훠궈는 신화교의 중국음식이다.   마라는 이제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맛이다. 얼얼하게 혀를 마비시키는 듯한 마라의 매운맛은 고추와 함께 사용하는 두 가지 재료, 즉 화자오·마자오에서 온다. 하지만 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이며 중국음식 전문가인 김진방 기자는 『중국의 맛』에서 정확하게 화자오와 마자오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썼다. 둘 다 동글동글한 모양이 통후추처럼 생겼지만 화자오는 적갈색, 마자오는 황갈색이다. 매운맛은 화자오, 얼얼한 맛은 마자오가 더 세게 느껴진다.   음식을 백 번 먹어도 지식이 저절로 늘지 않는다. 알아보려 해야 알 수 있다. 이국적 음식을 전보다 쉽게 맛볼 수 있게 된다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지 않는다. 맛에만 개방적일 뿐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이나 포용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저명한 법학 교수이자 문장가인 스탠리 피시가 ‘부티크 다문화주의’라고 칭한 현상이다. 겉으로는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멋진 사람 같지만 속으로는 이민자·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낯선 나라의 음식을 좋아하면서 정작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싫어하는 모순적 태도다.   한국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2018년에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다. 농촌에 가면 외국어로 부르는 노동요가 들린다. 해외에서 우리가 당한 차별에 울분을 토했던 과거를 기억하며 이제는 한국 내의 이민자·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할 때다. 음식 뒤에는 늘 사람이 있다. 진정한 미식은 혀가 아니라 주방 너머의 사람까지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J네트워크 태국 음식점 이국적 음식 포르투갈 음식

2022-08-02

땅 끝나고 바다 시작되는 곳 '포르투갈'

먼 옛날,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물리치고 해가 떨어지는 땅의 서쪽 끝에 이르렀다. 아틀라스 왕이 다스리는 나라였다. 왕에게 하룻밤을 묵게 해달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그는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 들었고 아틀라스 왕의 수염과 머리카락은 숲, 팔과 어깨는 절벽, 머리는 산꼭대기, 그리고 뼈는 돌로 변했다. 그렇게 아틀라스 산이 되었고 그 앞의 드넓은 바다는 아틀라스의 바다, 즉 대서양(Atlantic Ocean)이라 불리게 되었다.     대서양은 포르투갈이란 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바다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동경했다. 바다 끝에 있는 지옥 입구 폭포에 떨어지거나 적도를 지나가면 까맣게 타죽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과 인도항로를 개척하고 동양으로부터 막대한 부를 가져와 대항해 시대의 찬란한 역사를 써 내려 갔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위치한 벨렘 지구는 제국의 전성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역사 관광지다. 그 유명한 제로니무스 수도원부터 벨렘탑, 로시오 광장 등이 강변을 따라 줄지어 있다. 16세기 희망봉을 돌아 인도 항로를 개척한 바스쿠 다가마의 세계 일주를 기념하는 벨렘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특히 이곳에 왔다면 제로니무스 수도원 수녀들이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면서 은은하게 단맛이 우러나오는 에그타르트를 반드시 맛봐야 한다.     또한 파티마는 포르투갈 산타렝주 빌라노바데오렘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길이 모이는 이유는 성모마리아의 발현지가 있기 때문이다. 1917년 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매달 13일에 3명의 목동 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는 '파티마의 기적'이 일어났으며 이후 레이리아 주교가 그 신빙성을 인정해 성지로 지정됐다.   이윽고 까보다로까. 지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땅덩어리인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이 끝나는 곳을 일컫는 명칭이다.   ‘까보다’는 끝이란 뜻이고 ‘로까’는 곶이란 뜻이다. 대서양을 향하고 있는 큰 십자가가 우뚝 서 있는데, 북위 38 도 47분, 서경 9도 30분이라는 방위 표시(우리나라 38선과 같은 위도라는 것도 흥미롭다)와 함께 유명한 글귀가 새겨져 있다. “AquiOndi A Terra Se AcabaE O Mar Comeca”(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이곳에서 바다가 시작된다)   바로 포르투갈의 대문호 카몽이스(Camoes)의 작품에 나온 글귀다. 까보다로까는 단순히 유럽 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지리적 의미만이 아니라, 바다를 정복하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선 포르투갈의 대탐험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유럽의 땅끝마을이라는 상징성을 차치하더라도 흰 포말을 일으키는 대서양의 파도와 키 작은 녹색 선인장,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빨간 등대가 연출하는 까보다로까의 경치가 근사하다. 대항해 시대 모험가들처럼 벅찬 각오를 다지기 좋은 곳이다. 모험과 낭만이 교차했던 그동안의 인생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와 함께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두둥실 부푼다. 그래서 까보다로까는 단지 유럽 대륙의 끝이 아니라, 희망이고 출발이고 시작점이라 소개하고 싶다.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포르투갈 레저

2022-04-28

[이 아침에] 리스본에서 만난 파두

몇 해 전, 어렵게 짬을 내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했다. 마음속에 오래 그려왔던 곳이었다.   미국 이민 초기, 삶이 고달프고 힘들었다. 어느 날 운전 중 포르투갈 민속음악 ‘파두’를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다. 파두 가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애절한 음률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한을 푸는 듯한 절절한 노래였다. 그 음조는 우울한 마음을 파고들어 결국 나를 울렸다. 그날 이후, 리스본 어느 카페에서 파두를 들으며 가슴 적시는 시간을 기다려 왔다.     숙소에 도착했다. 높은 언덕에 자리한 호텔이다. 방을 안내 받았다. 유리창을 여니 타구스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리스본 사람들의 운명을 쥐고 너울거리는 바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바다 가운데 서서 빌고 있다’라는 파두 노랫말이 떠올랐다.     다음 날 골목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며 길 따라 강을 향해 내려갔다. 건물과 집들, 검푸른 이끼가 낀 담장에 세월의 더께가 보인다. 창가에 놓인 붉은 제라니움 꽃과 시간이 멈춘 듯 낡고 오래된 골목길이 어울려 풍취가 배어난다. 차 소리가 들린다. 남편과 나는 벽에 등을 붙이고 조각품처럼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작은 상점이 즐비하다. 진열장 안쪽 해바라기를 한 아름 품고 있는 큼직한 하늘색 화병이 좋아 커피라도 마시자며 앞서가는 남편 팔을 잡아당겼다.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천장과 벽 장식에 세월의 운치가 묻어난다. 시간이 박제된 듯한 분위기 속으로 파두가 흐른다.   검정과 하얀 타일로 모자이크된 좁은 길을 걷는다. 레코드 가게 앞이다. 반갑다. 안으로 들어가니 레코드 재킷이 벽면에 가득하다. 1990년을 지나면서 LP는 CD로 바뀌고,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사라진 추억의 레코드 가게다.     턴테이블에 앨범을 올리고 바늘을 조심스럽게 얹었다. 마음의 위안을 받았던 시간이 스친다.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아 조금씩 맛을 보듯 음반을 바꿔가며 파두를 몇 구절씩 들어보았다. 어두운 시대에 약속할 수 없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우울하고 구슬픈 가락이 보드랍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리스본 중심가 뒷길로 들어섰다. 여기저기서 파두가 흘러나온다. 1820년 무렵 리스본에서 태어난 음악 장르, 서민의 애환이 맞닿아 만들어진 파두를 선술집 분위기 속에서 듣고 싶었다. 무대 없이 관객들과 마주하고 앉은 두 남자가 기타를 치고 검은 숄을 두른 여인은 노래를 한다. 애절한 음악을 들으며 우울함을 달랬던 시간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사람 살아가는 일은 슬픔과 기쁨, 행복과 불행의 굴곡을 이어가는 것이다. 숙명이란 뜻의  ‘파두’는 인생의 애환을 노래하며 한을 풀어내어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넘어 아리랑을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파두와 함께 살아가는 리스본의 삶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파두와 함께 깊어가는 리스본 밤거리를 남편과 나는 풍경이 되어 걸었다.   이정숙 / 수필가이 아침에 리스본 fado 포르투갈 리스본 리스본 중심가 리스본 밤거리

2022-03-08

LA교육구 새 교육감에 카르발로…포르투칼 출신 이민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공립 교육구인 LA통합교육구(LAUSD)의 새 수장에 포르투갈 출신 이민자가 임명됐다.   LA교육위원회는 9일 은퇴한 오스틴뷰트너 전 교육감의 뒤를 이어 알베르토 카르발로(57·사진)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공립학교 교육감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켈리 고네즈 교육위원장은 “알베르토 카르발로 교육감은 교육자와 리더로서 쌓은 깊이 있는 경험을 LAUSD에 가져올 것”이라며 “그의 리더십은 코로나19팬데믹으로 겪고 있는 단기적인 도전을 헤쳐나가고 회복에 필요한 장기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위원회는 팬데믹으로 크게 떨어진 학업 수준을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교사 경험이 많은 교육감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발로 교육감의 임기나 부임 일정은 최종 계약이 체결되는 대로 확정될 예정이나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에 부임하기는 시간이 촉박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AUSD의 교육감직은 부교육감이던 메건 레일리가 임시 대행 중이다.     포르투갈에서 태어나 17세에 미국 시민이 된 카르발로 교육감은 공사장과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금을 받고 배리대학에 진학했으며 졸업 후에는 마이애미잭슨고교에서물리학·화학·수학을 가르쳤다. 교감을 거쳐 교장으로 승진했으며 이후 교육구에서 연방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됐다.     2008년부터 그가 이끄는 마이애미-데이드교육구는 미국에서 4번째로 큰 공립 교육구다. 교육구 웹사이트에 게재된 그의 이력에 따르면 카르발로 교육감은 교육 개혁·재정·리더십 개발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로 꼽힌다. 부임 후 학교 선택권을 확대해 각종 상을 받기도 했다.         장연화 기자la교육구 포르투칼 포르투칼 출신 포르투갈 출신 공립 교육구인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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