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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우리는 영원히 순례자

최근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필자는 짧은 일정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프랑스길 대신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시작하는 길을 택했다.  
 
다녀와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해진 느낌이다. 익숙했던 곳에서 떨어지고 낯선 환경, 낯선 사람 속에 나를 던지면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된다.  
 
떠나기 전에 약간 번 아웃 증상도 있었다. 하던 일들과 사역들도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고 이래저래 지천명에 접어드니 허한 느낌이었다.  
 


한 일주일 아무 생각 없이 눈뜨면 걷고, 배고프면 먹었다. 사람들과 금방 친해져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쉼을 줬다.  
 
전세계의 다양한 순례자를 만나니 사고의 틀이 넓어진 느낌이다. 거주 지역과 인종, 문화를 벗어나 타인의 가치와 경험을 듣는 다는 것은 중요하다.  
 
요즘 특히 양극화와 SNS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인간은 더욱 편협해지고 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에게 던지는 것은 '나'를 성장시킨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세상은 넓고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은 많다.
 
유럽에 있다 보면 미국에서의 삶이 어떤 점에서는 이상한 것이 있다. 너무 물질적이고 사이즈가 다 크다는 점이다. 이 길을 걸으면 소량, 미니멀이 몸에 밴다. 달랑 배낭 하나에 삶을 다 넣을 수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살며, 더 가지려고 버둥대는 모습을 보면서 중독된 삶을 살지 않나 생각한다.  
 
순례 길에선 만인이 평등하다. 돈이 많든 적든, 인종이 뭐든, 우리의 목표는 하나다. 하루 걸어야 할 길을 무사히 걷는 것이다.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희로애락이 있다. 그러면서 우여곡절 끝에 종착지에 도착한다.
 
미국서 살다 보면 내비게이션으로 길을 찾는다. 우리는 속도와 시간이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살고 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들에 핀 꽃과 교감하고, 개, 돼지, 양들과도 소통하면서 빠름이 아닌, 때론 느리게 가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평소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때론 길을 잃어버려 돌아가더라도 인생에는 허비가 없다. 다 의미가 있다.  
 
주변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사람 때문에 지쳐서 순례길에 온 사람들이 다시 사람과 만나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저마다 사는 곳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주변에 무관심하고 '나'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순례길에서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옆도 돌아보는 삶을 살지 않을까 기대한다.  
 
영성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고 소외된 자들과 같이 하는 것이라 믿는다. 현대사회에서 휴대폰만 쳐다보면서 자기주변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보길 권한다.  
 
걷는 것도 영성이다. 위대한 철학자, 작가들이 걸으면서 했던 많은 생각은 천천히 걸음으로서 머리만이 아니라 전인적으로, 전 육체적으로 느끼며 떠오른 결과다.  
 
순례길에서 호스텔 주인인 아나의 응원이 생각난다.  
 
"Once a pilgrim, Always a pilgrim(우리는 영원히 순례자이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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