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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진정한 미식

음식으로 보는 세상은 다양성이 넘친다. 여행을 가지 않고서도 이국적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제는 프랑스·이탈리아 음식을 넘어 스페인·포르투갈 음식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다. 라오스·캄보디아·레바논을 가본 적이 없어도 그 음식을 맛보는 건 국내에서 가능하다.
 
현지보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 보일 때도 있다. 태국 음식점만 해도 그렇다. 현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 입맛에 맞춘 태국 음식을 내놓는 곳도 있다. 중국 음식으로 가면 시대적 다양성마저 뚜렷하다. 근대 한반도에서 발달한 중화요리는 한반도에서 거리상 가까운 산둥성에서 넘어온 화교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짜장면·짬뽕은 한식으로 생각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한국화한 중국음식이다.
 
하지만 요즘 대세가 된 중국음식은 마라탕이다. 최근 4년간 (2019~2022년) 체크카드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고등 여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떡볶이가 아니라 마라탕이었다. 마라·훠궈 전문점 이용 비중이 떡볶이 전문점을 앞섰다. 짜장면·짬뽕·탕수육이 구화교의 중국음식이라면 양꼬치·마라탕·훠궈는 신화교의 중국음식이다.
 
마라는 이제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맛이다. 얼얼하게 혀를 마비시키는 듯한 마라의 매운맛은 고추와 함께 사용하는 두 가지 재료, 즉 화자오·마자오에서 온다. 하지만 연합뉴스 베이징 특파원이며 중국음식 전문가인 김진방 기자는 『중국의 맛』에서 정확하게 화자오와 마자오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썼다. 둘 다 동글동글한 모양이 통후추처럼 생겼지만 화자오는 적갈색, 마자오는 황갈색이다. 매운맛은 화자오, 얼얼한 맛은 마자오가 더 세게 느껴진다.
 
음식을 백 번 먹어도 지식이 저절로 늘지 않는다. 알아보려 해야 알 수 있다. 이국적 음식을 전보다 쉽게 맛볼 수 있게 된다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지 않는다. 맛에만 개방적일 뿐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이나 포용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저명한 법학 교수이자 문장가인 스탠리 피시가 ‘부티크 다문화주의’라고 칭한 현상이다. 겉으로는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멋진 사람 같지만 속으로는 이민자·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낯선 나라의 음식을 좋아하면서 정작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싫어하는 모순적 태도다.
 
한국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2018년에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다. 농촌에 가면 외국어로 부르는 노동요가 들린다. 해외에서 우리가 당한 차별에 울분을 토했던 과거를 기억하며 이제는 한국 내의 이민자·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할 때다. 음식 뒤에는 늘 사람이 있다. 진정한 미식은 혀가 아니라 주방 너머의 사람까지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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