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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내 마음을 울리는 노래들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세상에 수많은 음악과 노래가 있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축축하고 뻐근해지는 노래가 있다. 어떤 때, 가령 깊은 밤중에 들으면 울컥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각별한 노래가 있겠지만, 내게는 아르헨티나의 민중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삶에 감사하며’, 포르투갈 전통음악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검은 돛배’, 미국의 흑인 가수 마리안 앤더슨이 부른 ‘깊은 강’, 일본 엔카의 여왕 미소라 히바리의 마지막 노래 ‘강물의 흐름처럼’, 사다 마사시가 원자폭탄의 잔인함을 노래한 ‘히로시마의 하늘’ 같은 명곡들이 그런 노래들이다.
 
한국노래 중에는? 글쎄? 김민기의 ‘철망 앞에서’, ‘금관의 예수’, ‘친구’, 조용필의 명곡 ‘꿈’, 그리고 나애심의 ‘미사의 종’, 재즈가수 박성연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른 ‘바람이 부네요’ 등등….노래 잘하기로 이름난 패티 김, 이미자, 나훈아는 유감스럽게도 없다. 노래를 너무 잘 부르기 때문일까?
 
음악은 즐겁고 흥겨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청승맞고 구슬픈 노래들이다. 무슨 노래가 이렇게 궁상맞고 처량하냐고 투덜거린다. 이런 노래가 내 가슴을 울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노래의 비밀은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지닌 진동과 듣는 사람의 마음의 떨림 사이에서 발견된다.”-칼릴 지브란
 
“가장 달콤한 노래는 가장 슬픈 생각을 담은 노래이다.”-퍼시 비쉬 셸리
 
공감이 가는 말씀이다. 이 노래들은 가수의 목소리에 타고난 애수가 깔렸고, 노래 내용에 삶의 짙은 냄새가 배어 있다. 잔재주 부리지 않고, 가슴에서 우러나 치고 올라오는 소리다.
 
노래를 부른 이의 인생 자체가 감동을 주기도 한다. 메르세데스 소사의 길고 험난한 망명생활도 그렇고, 사다 마사시의 인생 굴곡도 그렇고….  
 
아말리아의 일화도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1999년 10월 6일, 포르투갈의 민속 음악인 ‘파두(fado)’를 세계 정상의 음악으로 끌어 올린 국민가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가 세상을 떠나자, 포르투갈 정부는 사흘 동안의 조의 기간을 공포했고, 조기를 달았다.
 
아말리아의 장례식은 리스본 대성당에서 생중계되는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신부님의 미사 집전이 끝나고, 아말리아의 관을 여섯 명의 운구위원이 어깨에 메고, 성당 정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대성당 안에 있던 모든 조문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아말리아의 관을 향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운구위원들이 성당의 긴 복도를 걸어서 나갈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박수소리가 계속 성당을 가득 채웠다.
 
성당 정문이 열리고, 아말리아의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모든 시민도 똑같이 박수를 쳤다. 그리고, 전통 복장을 한 기마병의 호위 속에 장지로 가는 길 양쪽에 끝없이 줄을 지어 인산인해를 이룬 리스본 시민도 모두 박수를 보냈다.
 
“워낙 포르투갈 국민이 아말리아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살아온 인생을 사랑했기 때문에, 아무 약속 없이 다 박수를 쳤다”고 포르투갈 사람들은 말했다.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 길을 간다. 이런 감동적 대접을 받을 가수가 우리에게도 있을까?
 
내 식으로 표현하면, 이들은 빼어난 광대다. 광대라니? 예술가를 우습게 보는 거냐? 천만의 말씀. 광대를 낮춤말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본디는 그렇지 않다. 광대(廣大)는 글자 그대로 ‘넓고 큰’ 사람이다. 자신을 한껏 낮출 줄 아는 예인(藝人)이다. 그렇게 보면,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K-팝 스타들도 멋지고 아름다운 광대들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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