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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의 블루 파라다이스, 피지(남태평양)

남태평양의 피지(Fiji)는 내로라하는 여행지는 모두 다녔을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 및 정재계 인사들이 바쁜 일정 속 나른한 휴식과 달콤한 낭만을 누리러 향하는 곳이다. 연중 따스한 날씨에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푸르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남국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야자수 나무가 가득 차 마치 '천국에서 누리는 휴가'와 같은 기분을 완성해 준다. 피지는 그림 같은 풍광과 때 묻지 않은 자연 덕분에 여러 영화에 등장했다.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남태평양'부터 톰 행크스의 열연이 인상적인 '캐스트 어웨이', 브룩 쉴즈 주연의 '블루 라군' 등 눈이 시원해지는 영화들이 피지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피지 면적은 7100스퀘어마일로 제주도의 약 10배 정도 된다. 약 333개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3개의 큰 섬 이외에는 모두 작고 아담해 섬 하나에 초호화 리조트가 하나씩 들어선 셈이다. 국제공항이 있어 피지 여행의 관문이 되는 난디는 가장 큰 섬인 비티 레부의 서쪽에 위치한다. 이곳에서는 피지의 기원이 된 비세이세이 마을부터 빼곡히 들어선 가게들이 왁자지껄한, 그야말로 사람 사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난디마켓,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야자를 시음할 수 있는 퍼스트랜딩, 세계적인 난초 정원 등이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난초 정원의 정식 이름은 '잠자는 거인의 정원'이다. 산의 형상이 마치 거인이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대 난초를 좋아했던 미국 영화배우의 개인 별장이었던 것이 지금의 명소가 됐다고 한다. 춤추는 발레리나, 매니큐어 바른 열 손가락 등 재미있는 별명을 가진 희귀한 난초들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피지 여행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크루즈 투어다. 영화에서나 보던 멋진 범선을 타고 인근 섬을 탐험하게 된다. 가장 가볼 만한 곳은 티부아 아일랜드. 이 섬에 가까워지면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글라스보텀보트로 갈아타고 해안으로 이동한다. 발아래 형형색색의 산호, 열대어가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으로 깔려 있다.   잘 찍은 유명 관광지의 사진을 보고 실제로 그곳에 가게 됐을 때 간혹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지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오히려 무엇을 예상했든 그 이상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 보인다. 남태평양에 콕 박힌 파라다이스에 머물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늘에서 쏟아질 듯한 별들, 지는 저녁노을,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또 감동하게 된다. 또한 전 세계에 단 네 군데밖에 없다는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어서 아침마다 세상에서 제일 먼저 뜨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피지를 특별하게 하는 요소다.   피지를 한 마디로 정의 내려야 한다면 남태평양에 콕 박힌 파라다이스라는 표현이 제일 근사하게 잘 어울릴 것 같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 파라다이스 영화 남태평양 블루 파라다이스 블루 라군

2024-08-15

신화와 전설이 숨쉬는 파라다이스, 마우이(Maui)

신화와 전설로 가득 찬 신비로운 섬 마우이는 여행자들의 버킷 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하와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인 마우이는 청정 자연과 하름다운 해변, 에메랄드 바다로 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00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여행금지령이 내려졌으나 두 달 뒤인 10월 관광이 재개된 바 있다. 지난 1월 포브스가 선정한 '2024년 최고의 여행지' 7위에 랭크된 마우이의 현재 방문객 수는 산불 이전 75%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이브·국립공원   마우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 드라이브로 한번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마우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는 '하나로 가는 길(Road To Hana)'.   카훌루이(Kahului)에서 하나(Hana)까지 총 64마일 코스인 이 길은 마우이의 상징적인 도로다. 그러나 600여 개의 구불구불한 커브길과  50개 이상의 다리를 지나야 하는 운전 난이도가 높은 난코스여서 직접 운전을 할지 관광상품을 이용할지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운전 내내 아름다운 숲과 신비한 폭포, 하이킹 코스를 지나게 돼 명소마다 정차한다면 하루 만에 완주는 불가능할 수 있다. 운전 도중 지나는 와이아나파나파 주립공원(Waianapanapa State Park)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고 어느 해변 캠핑지에서 캠핑을 할 수도 있다. 할레아칼라 국립공원(Haleakala National Park)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울창한 열대우림과 멋진 화산 지역이 어우러져 어메이징한 자연 경관을 선물한다. 하루 만에 공원을 다 둘러보는 건 너무 빠듯하므로 3일간 출입할 수 있는 입장권을 구입해 여유를 두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 티켓 가격은 30달러. 이 공원 인기 하이킹 코스로는 피피와이 트레일(Pipiwai Trail)과 슬라이딩 샌즈 트레일(Sliding Sands Trail) 등이 있다.   ▶폭포·해변   마우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폭포 방문은 필수다. 마우이에서 가장 큰 폭포는 호노코하우 폭포(Honokohau Falls)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로드 투 하나'에서 만날 수 있는 쌍둥이 폭포(Twin Falls)다. 이 그림 같은 폭포까지 하이킹을 한 후엔 폭포가 떨어지는 웅덩이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와이모쿠(Waimoku Falls), 오헤오 협곡(Oheo Gulch), 푸날라우 폭포(Punalau Falls)도 인기 있는 폭포 명소다.     마우이 전설과 역사가 빼곡한 이아오 밸리(Iao Valley)도 잊지 말자. 이 계곡 어딘가에 하와이 최고 추장 유해가 묻혀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신성한 곳이다. 하이킹 코스로는 이아오 니들 트레일(Iao Needle Trail)이 대표적이다.     아름다운 해변도 빼놓을 수 없다. 마우이 대표 해변이라 할 수 있는 카아나팔리(Kaanapali Beach)를 비롯해 그림같은 낙원을 보여주는 카팔루아베이 비치(Kapalua Bay Beach), 마우이에서 가장 큰 해변인 마케나 비치(Makena Beach)는 꼭 들러봐야 할 해변 명소다. 또 화산 잔해와 용암 파편으로 형성된 블랙샌드 비치도 잊지말자. 와이아나파나파 주립공원 내 파일로아 해변(Pa'iloa Beach)가 마우이 대표 블랙샌드 비치다.     ▶뭘 먹을까   마우이 리조트와 맛집은 주로 서북부 지역에 몰려있는데 와이히-와이에후(Waihee-Waiehu) 타운을 포함한 북부 지역은 현지인들의 최애 찐 맛집들이 몰려 있다. 현지인 추천 맛집으로 아시안 패스트푸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틴루프 마우이(Tin Roof Maui)가 유명하다. 공항에서 2마일 떨어져 있어 출도착 전에 들르면 좋은 이 식당은 유명 셰프 부부가 운영하는데 포키볼과 삼겹살이 시그니처 메뉴다. 럭셔리 다이닝을 원한다면 마마스 피시 하우스(Mama's Fish House)를 빼놓을 수 없다. 오션뷰 식당에서 그날그날 들어오는 신선한 해산물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이곳은 워낙 인기가 많아 몇 달 전 예약을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리조트가 몰려 있는 서쪽 지역에서는 호텔 내 유명 레스토랑을 포함해 저렴한 푸드트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이중 키나올 그릴 푸드 트럭(Kinaole Grill Food Truck)은 이 지역 대표 핫플로 하와이안 메뉴를 즉석에서 요리해 준다. 바삭한 칼라마리, 마히마히, 치킨가스, 코코넛 새우 등 맥주 한 잔과 곁들이기 좋은 메뉴가 인기다.  글=이주현 객원기자, 사진=마우이 관광청(Maui Visitors and Convention Bureau) 제공파라다이스 마우이 해변 마우이 국립공원 마우이 마우이 최고

2024-06-2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 피지(남태평양)

2023년 새해가 밝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 한 해를 돌이켜보고 정리해야 하는 12월이다. 인생이 20대 때는 시속 20㎞로 느리지만, 40대 때는 40㎞로 달리다가 60대가 되면 60㎞, 70대가 되면 70km 속도로 달린다던 농담이 실감 난다. 연말이 되면 빠르게 흐르는 세월 속에서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마음에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떠나고 싶은 개개인의 상황과 취향, 목적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맘때엔 늘 같은 곳이 생각나곤 한다. 바로 남태평양의 지상낙원, 시간이 멈춘 섬, 피지다.   남태평양 쪽빛 바다가 넘실거리는 겨울의 피지는 정말 따뜻하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불라(Bula)!' 하며 여행객들을 반겨주는 피지 주민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정겹다. 잘 찍은 유명 관광지의 사진을 보고 실제로 그곳에 가게 됐을 때 간혹 실망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피지만큼은 뛰어난 사진이나 비디오로도 그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그 덕에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일', '캐스트 어웨이' 등의 촬영지로 활약했으며 영화 '트루먼 쇼'에서도 한 번도 자신이 사는 섬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주인공 트루먼이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남태평양의 낙원 피지를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피지는 행복의 섬이자 살아서 여행하는 천국 그 자체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여행지를 다녀보았을 할리우드 연예인 및 정재계 인사들이 바쁜 일정 속 휴식을 취하기 위해, 또한 허니무너들이 신혼여행을 위해 피지를 찾는다.   피지에는 총 333개의 부속 섬이 점점이 박혀 있는데 큰 섬을 빼고는 하나의 섬에 하나의 리조트만 조성함으로써 잠시나마 섬 전체를 통째로 소유하는 듯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프라이빗 바다에서는 스노클링이나 씨 카약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데다가 수영장 시설도 수준급이고 정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정원까지 어우러져 리조트에 머무는 것만으로 완벽한 힐링이 된다. 이윽고 밤이 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별들이 총총 모습을 드러내 별 헤는 낭만까지 누릴 수 있다. 이처럼 하늘에서 쏟아질 듯한 별들, 지는 저녁노을, 지구상에 거의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또 감동하는 곳이 피지다.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어서 아침마다 세상에서 제일 먼저 뜨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피지를 특별하게 하는 요소다.   피지 사람들의 행복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전염이라도 되는 것일까? 투어멘토인 필자뿐만 아니라 피지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모든 이들은 입을 모아 천국에 머물렀던 것처럼 '행복했다'라고 이야기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 파라다이스 남태평양 쪽빛 점도 피지 낙원 피지

2023-12-21

쪼들리는 LA 중산층…식품·양육비도 벅차다

지속된 물가 상승과 소득 정체로 LA 중산층도 거주비, 식품, 양육비 등 필수생활비(essential expenses)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드윅 공유경제번영연구소(LISEP)가 최근 전국 50개 메트로 지역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LA지역 필수생활비가 100이라고 하면 중산층 소득은 80으로 20%가 부족했다. 즉, LA의 4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 거주비, 식품, 양육비 등 필수생활비로 총 10만7371달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소득은 이보다 20%가 모자랐다는 것이다. 〈표 참조〉 전문가들은 “이는 LA 중산층 가정마저 소득이 부족해서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쪼들린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LISEP는 LA메트로 지역의 비싼 물가와 많은 저임금 일자리가 중산층도 필수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주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LA지역 저임금 직업의 비율은 전국 중위 수치인 34.5%보다 10.6%포인트 높은 45.1%이었다. 반대로 고임금 직업의 중위 수치는 17.8%로 전국 수치(19.2%)보다 1.4%포인트 낮았다. LA에서 중간 수준의 임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비율은 37.1%로 전국 수치인 47.8%보다 10.7%포인트 밑돌았다.     LA처럼 필수생활비가 소득보다 많아 생활 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전국 메트로 지역 50곳 중 10곳이나 됐다.   이중 LA메트로 지역보다 생활여건이 더 나쁜 지역은 가주 프레즈노와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파라다이스 지역이었다. 프레즈노는 소득이 생필품 등 꼭 필요한 지출보다 21.5%, 라스베이거스 지역 역시  22.1%나 부족해서 50개 지역 중 중산층이 가장 살기 어려운 도시로 꼽혔다.   이밖에도 뉴욕의 버팔로-나이아가라폴스, 로체스터, 가주 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 하와이 호놀룰루, 뉴욕-뉴저지-롱아일랜드, 샌디에이고-칼스배드-샌마코스 순으로 소득이 필수생활비보다 모자랐다.   이와는 반대로 50개 지역 중 중산층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는 가주 샌호세-서니베일-샌타클라라 지역이 꼽혔다. 필수생활비를 소득에서 제하고도  25.4%의 소득이 남았다.   샌호세 지역의 4인 가구는 생활에 필요한 지출이 LA보다 1000달러가량 많은 11만7456달러였지만 고임금 일자리가 많아서 소득이 지출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샌호세 메트로 지역의 고임금 일자리 비율은 LA의 두 배를 웃도는 42.4%였다.     텍사스 오스틴-라운드록 지역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25.2%, 워싱턴DC도 소득이 지출보다 22.1% 많았다. 가주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프리몬트 지역의 경우, 필수생활비를 지출하고도 소득이 18.2%가 남아서 중산층이 살기에 쾌적한 지역이었다.   조지아의 애틀랜타-샌디스프링스-마리에타, 일리노이 시카고-네이퍼빌-졸리엣,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위스콘신 블루밍턴도 각각 소득이 생활 필요 지출보다 10% 중반대 수준으로 많았다.   LISEP은 필수생활비에서 렌트비 등 주거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주거 비용이 너무 올라서 일상생활을 꾸리기 힘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0년간 주거비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4% 올랐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주거비의 경우, 같은 기간 무려 149% 가파르게 올랐다.   보고서는 임금 상승 폭이 주거비를 포함한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해서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도 필수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훈식 기자 [email protected]온라인 엠바고 중산층 생활 지출 la 중산층 파라다이스 지역

2023-11-26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천국으로…래퍼 쿨리오 LA에서 사망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로 1990년대 힙합계를 호령한 래퍼 쿨리오(사진)가 28일 별세했다. 59세.   AP통신은 매니저를 인용해 그가 LA에 있는 친구 집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본명이 아티스 리언 아이비 주니어인 그는 1963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쿨리오는 1994년 토미 보이 레코드사에서 첫 앨범을 출시했다. 이 음반에 수록된 '환상적 여정'이 빌보드차트 3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15살 때 힙합을 접했고 18살 때는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지만, 생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자원봉사 소방수나 공항 경비원 등으로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1995년 미셸 파이퍼가 주연한 영화 '위험한 아이들'의 삽입곡인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를 불러 그래미상을 받으며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는 흑인 빈민가의 절망적인 삶을 다루면서도 상투적인 욕설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서사적 가사로 유명하다.   또 쿨리오는 1990년대 동서부 힙합 라이벌 분쟁에서 어느 한쪽에 얽히지 않는 처신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작가 조세파 살리나스와 잠시 혼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4명의 자녀를 낳았다.  파라다이스 갱스 파라다이스 천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동서부 힙합

2022-09-29

파라다이스 데이케어 … 어르신들 모시고 소풍

 파라다이스 데이케어(Paradise Adult Daycare)가 지난 10일, 어르신들을 모시고 에반스산 인근의 에코 호수로 소풍을 다녀왔다. 어르신들은 오전 9시에 파라다이스 데이케어에서 만나 함께 아침식사를 한 후 호수로 출발했다. 80도의 화창하고 청명한 날씨에 시원한 호숫가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모처럼의 나들이에 다들 들뜨고 기분좋은 모습이었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파라다이스 데이케어 측은 “여름을 맞아 그동안 코로나19로 답답하게 실내생활만 하셨던 어르신들이 모처럼 야외로 소풍와서 바람도 쐬고 에너지도 충전하고 기분전환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우리들도 덩달아 기뻤다. 앞으로도 매달 한번씩은 야외활동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파라다이스 데이케어 측은 “여름을 맞아 그동안 코로나19로 답답하게 실내생활만 하셨던 어르신들이 모처럼 야외로 소풍와서 바람도 쐬고 에너지도 충전하고 기분전환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우리들도 덩달아 기뻤다. 앞으로도 매달 한번씩은 야외활동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어르신들은 파라다이스측에서 준비한 과자, 뻥튀기, 수박, 김밥, 음료수 등 푸짐한 간식을 즐겼으며, 예쁜 숲길을 산책하면서 아름다운 에코 호수의 풍경을 만끽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또 호숫바람에 살짝 쌀쌀해져 몸이 추워질 것을 우려해 파라다이스 데이케어는 따뜻한 어묵탕을 준비하는 세심함을 보이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도 예전같지 않고, 잘 걷지도 못하니 어딜 놀러 가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체념하고 살았다. 파라다이스가 이렇게 노인들을 배려해 경치 좋은 곳에 소풍을 다녀오니 기분도 좋고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 파라다이스에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파라다이스 데이케어의 한국어 담당인 김낸시씨는 “우리 데이케어는 치매예방을 위한 두뇌자극 프로그램, 치매예방체조, 라인댄스, 빙고, 노래방, 생신잔치, 외식, 영화관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침과 점심식사, 간식 등 식사제공, 무료 미용 서비스, 병원 라이드 및 픽업을 위한 무료 셔틀버스 상시제공, 메디케이드와 영어로 된 우편물을 가져오시면 무슨 내용인지 읽어드리는 서비스 등으로 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려 편안하고 즐거운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늘 가족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또한 최대 50시간이 가능한 가족케어 등 홈케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문의해달라”고 밝혔다. 파라다이스 데이케어 주소는 10692 E. Bethany Dr. #900, Aurora, CO 80014이며, 문의 전화는 720-822-4124로 하면 된다.     이하린 기자파라다이스 어르신 홈케어 서비스 두뇌자극 프로그램 서비스 병원

2022-06-17

“세대와 시대 잇는 가교 역할 다할 것”

 사춘기에 미국에 이민 와 부동산 업계에 투신한 두 명의 전문가가 의기투합했다.   2022년 1년 동안 남가주 한인부동산협회를 이끌 신임 조나단 박 회장과 제이 장 이사장이 주인공이다. 팬데믹으로 적지 않은 단체들이 차기 회장단을 확정 짓지 못했지만, 부동산협회는 지난달 일찌감치 내년 준비를 마쳤다.   제33대 박 신임 회장은 “한인사회 곳곳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장 이사장님이 선뜻 요청에 응해주셔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며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협회에서 이사직을 맡으며 꾸준히 봉사해 온 박 회장은 미 육군에서 3년간 현역 복무를 했고, UC어바인에서 역사와 회계학을 전공했다.     현재 파라다이스 부동산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주변의 평가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붙임성이 최고의 장점으로 꼽힌다.   박 회장은 “협회도 1.5세와 2세의 비중이 커졌고 1세와의 연결이 보다 중요해졌다”며 “한국 문화에 익숙하고 영어에도 불편함이 없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인에 대해 말했다.   레드포인트 부동산 LA 오피스를 책임맡고 있는 장 신임 이사장은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그는 “모두가 예상했던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 등이 팬데믹으로 크게 바뀌었다”며 “에이전트는 물론, 고객들도 혼란스러운 이때 협회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관통해서 살아가는 한인들에게 협회가 도움을 주겠다는 바람이다.   내년 가주의 에이전트와 홈오너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SB 9 법을 꼽은 장 이사장은 “단독주택 조닝에 최대 4유닛 건축이 가능해져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내년 초 가능한 한 빨리 2022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세미나를 열고 최대한 많은 장학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가교 한인부동산협회 부동산 시장 레드포인트 부동산 차기 회장단 파라다이스 부동산

2021-11-07

[김정미의 와인 이야기] 정열적인 탱고와 축구…천혜의 고원지대

제3편 - 고도의 숨결,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와인들 오랜 종주국이었던 스페인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프랑스의 예술을 동경하고 영국인의 실용성을 닮고 싶어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염두에 둔 말이다. 또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에 대규모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유입되면서 지금은 아르헨티나 곳곳에서 이탈리아의 흔적이 발견된다. 작별인사도 스페인말 ‘아디오스’ 대신 이탈리아말 ‘챠오’를 더 많이 사용한다.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두고 있는 칠레의 산티아고와 멘도사 사이를 오가는 데엔 불필요한 검역도 없고 통관 절차도 수월한 편이다. 가방에 몇 병의 와인을 들고 비행기를 타도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와인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많이 다르다. 칠레가 수출에 주력하는 반면 아르헨티나는 내수시장이 강세다. 생산되는 와인의 대부분이 자국인들에 의해 소비되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와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와인시장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이며 6위의 소비국인 아르헨티나가 세계 수출 시장에 기지개를 켜며 눈을 돌리고 있다. 탱고처럼 정열적으로 마라도나의 드리블처럼 거침없이 말이다. 천혜의 고원지대, 멘도사(Mendoza) 산티아고에서 멘도사로 넘어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륙한 지 30분 정도 지나 안데스 산맥을 넘을 즈음 터뷸런스(Turbulence-갑작스런 기류변화로 비행기가 흔들리는 현상)가 일어났다. 10분 동안이나 난기류에 흔들리는 비행기 안의 장면을 상상해 보라.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바로 내 뒤에 앉아 있는 여인은 아예 목을 놓아 울었다. 그 숨막히는 공포가 끝날 무렵 비행기 창으로 아콘카과(Aconcagua)의 기골 장대한 산맥들이 눈에 들어왔다. 히말라야, 킬리만자로와 같이 세계 7대 높은 봉우리로 유명한 아콘카과의 정상은 해발 6962m에 달한다. 발 아래 펼쳐진 웅장한 산맥과 만년설 그리고 쪽빛의 호수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와인산지, 멘도사는 하늘과 맞닿은 고원지대다. 대부분의 포도원들은 해발 800~1500m의 고도에 위치한다. 병풍처럼 멘도사를 두르고 있는 안데스 산의 만년설은 달력사진에 어울릴 만한 수려한 배경인 동시에 포도원의 관개용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이 부족한 저습지대의 멘도사에 눈이 녹아내린 물은 자연의 기운을 담은 생명수처럼 포도열매를 키워낸다. 천혜라고 하는 것은 고원지대에 쏟아지는 태양과 고마운 수자원인 만년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혈압이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와인에 주목할 이유가 있다. 고지대 와인이 심장병에 탁월하다는 런던 윌리엄 하비 연구보고서가 그 근거다. “해발 800~1500m에서 일조량을 충분히 받는 포도 열매들은 껍질이 검게 그을리고 두꺼워져서 다른 어떤 지역의 열매보다 훨씬 강한 폴리페놀을 포함하게 된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대명사, 말벡(Malbec) 서두에서 얘기했듯 아르헨티나에는 이탈리아 이민자가 많다. 멘도사가 대표적인 도시다. 그들은 고급 와인보다는 식사와 함께 할 적절한 와인이 필요했다. 또한 질보다는 벌크 와인처럼 가격이 저렴한 와인들을 선호했다. 그러다 보니 잡다한 포도종을 섞어 만든 와인이 많았고 대부분의 와인이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으로 소비됐다. 그런 아르헨티나 와인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말벡 품종이다. 말벡은 원래 프랑스 남부의 카오르(Cahors)지방에서 나는 종이었으나 그곳에서는 이렇다 할 특징을 드러내지 못했다. 영국의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은 “남프랑스에서 유입된 말벡이 남미에서 더욱 영광을 드러내고 있다”고 극찬했다. 1852년경 프랑스 보르도에서 유입된 말벡 품종에 심혈을 기울이면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 몇몇 아르헨티나 와인주자들에 힘입어 말벡은 새 생명을 얻었다. 국제적인 경험과 시장의 원리를 빠르게 깨달은 Nicolas Catena(Catena Zapata포도원의 오너)같은 선각자가 없었다면 말벡은 아직도 빛을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안데스의 정기를 받은 기골 장대한 구조, 부드럽고 풍부한 타닌, 잘 익은 과일 향, 야생 허브와 향신료 향, 숙성될수록 우아해지는 피니쉬가 특징인 말벡은 이제 아르헨티나 와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전통과 혁신의 이중주, 멘도사의 포도원들 “잠자던 거인이 깨어났다”고 와인스펙테이터 기자 James Molesworth의 말대로 최근 아르헨티나는 세계 와인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와인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나파밸리에 로버트 몬다비가 있고, 피에몬테에 안젤로 가야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니콜라스 카테나가 있다”고 할 정도로 니콜라스는 ‘말벡의 파이오니아’로 통한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 와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월드 클래스의 와인을 멘도사에서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 그는 다년간의 연구와 조사,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신념을 바탕으로 말벡의 질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그의 노력의 결과는 카테나 사파타(Catena Zapata) 포도원에 응집돼 있다. 새벽 어스름을 가르며 카테나 사파타 방문길에 올랐다. 포도원에 도착하니 동이 터 왔다. 안데스 산 자락의 여명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야 문명을 연상케 하는 카테나 사파타의 양조장 꼭대기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며 포도밭을 비칠 때는 마치 천지창조의 한 장면처럼 장엄했다. 지하 셀러는 매우 현대적인 설비를 갖추고 있고 올드 빈티지의 와인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루티니(Rutini) 포도원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원 중 하나다. 1885년에 이탈리아로부터 건너온 루티니 일가에 의해 조성된 이 포도원은 19세기에 지은 양조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정원에 딸린 와인박물관에는 4500점에 달하는 옛 포도 농기구들이 진열돼 있어 방문객들의 흥미를 더해준다. 연간 6만6000명의 방문객이 이 예스러운 박물관을 찾는다. 루티니의 철학은 멘도사의 전통을 최대한 보존하여 전수하는 것이라 한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식재료도 포도원 주변의 농가와 축사에서 얻는다. 신선한 야채 샐러드와 숯불에 막 구워 내온 각종 육류로 마련된 오찬은 매우 정겨웠고 마치 가까운 친척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1996년 칠레의 콘차이 토로와 기술제휴하여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트리벤토(Trivento) 포도원도 주목할 하다. 역사는 짧지만 자동 온도조절 시스템 같은 첨단 양조시설을 갖추었고 전통보다는 실험정신과 역동성에 중점을 두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보석과 악세서리 회사인 스왈로브스키가 소유하고 있는 노르통(Norton) 포도원의 와인들도 주목 받고 있다. 이곳은 산지별, 등급별로 체계를 두어 스파클링 와인을 비롯해 화이트, 레드 와인을 골고루 생산한다. 노르통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아르헨티나의 보석을 만나는 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제 아르헨티나의 특징을 고루 갖춘 말벡 베이스의 와인들을 즐길 차례다. <추천 와인 & Tasting Notes> -카테나 사바타, 말벡 아르젠티노 2006 (Catena Zapata Malbec Argentino) $90~100 보랏빛이 감도는 짙은 적색. 검은 후추, 블랙베리, 삼나무 향, 신선한 산도, 입안을 가득 메우는 복합적인 부케, 부드럽고 달콤한 타닌, 긴 여운. 오래 숙성이 가능한 고급와인 -니콜라스 카테나 사바타 2006 (Nicolas Catena Zapata) $90~100 보랏빛이 감도는 깊고 짙은 적벽돌색, 잘익은 자두, 블랙베리, 토스트와 토바코 향,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타닌, 견고하고 힘찬 구조, 전체 밸런스 우수함, 긴 여운. -루티니, 트럼페테 리저브 말벡 2008 (Rutini, Trumpeter Reserve Malbec) $19 짙고 깊은 적색. 체리, 자두, 민트, 스모크 향, 강하면서 달콤한 타닌, 바닐라 맛. 풀바디. 중간 정도의 여운 -루티니, 카베르네 소비뇽-말벡 2008 (Rutini, Cabernet Sauvignon-Malbec) $25 짙은 적벽돌색, 체리, 딸기, 검은 후추, 토바코와 시나몬 향, 달콤한 타닌, 강건하고 견고한 구조, 감미로운 뒷맛과 비교적 긴 여운 -트리벤토, 리저브 말벡 2007 (Trivento, Reserve Malbec) $11. 밝은 루비색, 바닐라, 체리 향, 둥글고 부드러운 타닌, 신선한 산도, 거칠지 않은 미디엄 바디, 균형감이 돋보임 -노르통, 퍼드리엘 싱글 빈야즈 2005 (Norton, Perdriel Single Vineyards) $50 60%의 말벡, 28% 카베르네 소비뇽, 12% 메를로 블랜딩 와인. 깊고 짙은 적색, 농축된 붉은 과일 향, 풍부한 질감과 탄력 있는 구조, 강건한 타닌, 매우 신선한 산도, 제비꽃과 삼나무 향, 균형 잡힌 긴 여운. 이 밖에 프랑스 슈발블랑과 아르헨티나 테라자스의 합작품인 슈발데잔데스(Cheval des Andes), 알타비스타(Alta Vista), 트라피체(Traoiche) 포도원의 와인들도 추천 대상이다.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는 동안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삶의 여유와 가치였다. 한 때 세계 4위의 부자나라였던 아르헨티나는 추억 속에만 존재한다. 금융위기로 경제적인 어려움은 일상이 돼버렸고 탈출구 찾기는 아직도 요원하다. 그런데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여유가 넘치고 문화적인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휴일이면 메케한 자동차 매연으로 가득 찬 거리에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쉽지 않은 삶을 대변하듯 남루한 옷차림이지만 표정만은 밝고 따뜻하다. ‘아사도’라 불리는 바비큐를 즐기고, 철제그릴 파리야에 염소고기 치비토를 구워 먹으며 마냥 행복해 하고, 소박한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밤 늦게까지 이야기 꽂을 피우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겐 가난의 고단함 보다는 행복과 소통의 기쁨이 엿보인다.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를 통해 “인류가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공동체의 행복과 공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빈곤해도 삶의 질적인 면에서 행복을 누리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 아닌가 싶다.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주 오래 전부터 와인을 동반한 아르헨티나 사람들. 그들에게 와인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다. 와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인간의 노동과 자연의 섭리를 어렵게 거론하지 않아도 그들은 와인이 삶의 동반자며 공동체의 행복을 이끌어내는 공감의 도구라는 것을 매우 일찍 깨달았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방문을 도와준 측에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와인에 관심 있고 전문적인 교육과 와인 네트워킹을 원하는 분들을 위한 TIP Society of Wine Educators: 1977년 캘리포니아의 Davis를 필두로 매년 미국의 도시를 순회하며 와인컨퍼런스를 여는 와인전문가 및 와인애호가 소셜 네트워킹. 와인교육가를 배출 하는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Certified Wine Educator(CWE)와 Certified Specialist of Wine(CSW)이 있다. 지난 2010년 7월 28~30일, 사흘 동안 워싱턴 DC에서 34회 컨퍼런스가 열린 바 있고 내년 2011년엔 Rhode Island의 Providence에서 35회가 예정 돼 있다.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와인시음, 저명한 와인 피플과의 조우, 와인파티, 와인 교육 세미나다. 전문가 수준이 아니더라도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www.societyofwineeducators.org Tel 202 408 8777 글·사진=워싱턴 중앙일보 와인명예기자

2010-10-21

[김정미의 와인 이야기] 와인세계에서의 오감만족···삶의 질 향상

제2편 - 오감만족, 칠레 모든 감각이 골고루 발달해 있다면 축복받은 인생이지만 설사 오감 중에 한 가지만 발달해 있다 해도 슬퍼할 일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테너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시각을 잃었지만 발달한 청각으로 음의 세계를 그리며 천상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유난히 감각이 무딘 사람들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감각은 훈련을 통해 섬세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웨이트 트레이닝의 반복을 통해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무딘 감각보다는 섬세한 감각이 삶의 질을 높여주고 행복을 배가시킨다고 한다. 그 오감을 훈련시키거나 만족시키는 한가운데 와인의 세계가 있다. 문화유산이 풍부한 유럽 같은 구세계뿐 아니라 칠레나 아르헨티나 같은 신세계에도 오감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는 와인들이 가득 하다. ◇칠레와인과 한국음식의 마리아주 한국인의 술 문화에선 술이 주가 되고 음식은 안주로 불리며 보조 역할을 한다. 반대로 서양인들에겐 음식이 주고, 와인은 그 음식을 더 즐기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와인을 고를 때 음식과의 조화를 중요시 한다. 종종 서양인들은 한국 음식이 매운 맛이 강해서 와인과 어울리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 음식엔 짜고 매운 맛, 달고 싱거운 맛을 포함해 다양한 맛이 공존하고 있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 한국 음식이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라는 구호가 한창인 지금, 우리 음식을 알아달라고 하기에 앞서 ‘지피지기’의 전략으로 서양인의 필수인 와인을 먼저 이해하는 것은 어떤가? ‘와인과 어울리는 한국 음식’으로 접근하면 한국음식의 세계화는 생각보다 수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한국음식과 산지 별로 다양한 칠레와인을 짝맞춰보고자 한다. 칠레 태평양 연안에 근접한 카사블랑카 밸리와 남쪽의 비오비오 밸리는 화이트 와인을 추천할 만 하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마일드한 음식이 인기 있는 편인데, 이 마일드한 음식에는 화이트와인이 레드와인보다 낫다. 서늘한 기후의 영향으로 상큼하고 은은한 향이 좋은 이 두 지역의 소비뇽 블랑과 어울리는 한국 음식으로는 흰 살 활어회나 세꼬시가 그만이다. 막 잡아 올린 생선의 신선함을 배가 시키고 비릿함을 없애주는 데에는 소비뇽 블랑의 산도가 한 몫 하기 때문이다. 한편 샤르도네는 크림처럼 부드럽고 적당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으며, 지나친 오크통 사용을 절제해 가볍고 마시기 편하다. 어울리는 한국음식으로 석화와 광어, 도미, 참치와 같은 살짝 숙성시킨 회를 추천한다. 생선살에 흐르는 기름기를 샤르도네의 미네랄이 잡아 주고 와인의 크리미한 텍스쳐가 생선회의 탄력을 높여준다. 석화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먹기 직전에 오픈하고 고추장 소스 대신 레몬 즙만 사용한다면 샤르도네와는 금상첨화다. ▷추천 와인 & Tasting Notes - 에밀리아나 아도베 소비뇽 블랑 2010 (Emiliana, Adobe Sauvignon Blanc) $15 밝은 볏짚 색, 라임,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과일 향, 허브 향, 신선한 산도, 전체 밸런스 우수함 - 에밀리아나 아도베 샤르도네 2009 (Emiliana, Adobe Chardonnay) $15 투명하고 엷은 노란색,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 과일 아로마, 넛트류의 풍미, 신선함과 여운이 돋보임. - 베란다 소비뇽 블랑 2009 (Veranda Sauvignon Blanc) $20 그린이 감도는 밝은 노란색, 건초 향과 망고, 자몽과 같은 열대 과일 향, 신선미과 복합미, 적절한 산도. - 베란다 샤르도네 2008 (Veranda Chrdonnay) $20 부드러운 노란색, 그린 애플, 시트러스 향과 미네랄 풍미, 미디엄 바디, 길고 우아한 여운. 마이포 밸리는 19세기 중반부터 칠레의 고급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주요 산지다. 칠레의 전통적인 포도원들이 밀집돼 있어서 칠레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은 지역이다.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지만 거의 대부분이 레드와인용이고 전체 포도밭의 60%가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과실 향이 풍부하고 농익은 타닌, 풀바디가 특징인 이 지역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한국음식 중 붉은 육류요리와 조화를 이룬다. 특히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생갈비 구이, 씹는 맛이 있는 안창살과 치맛살 구이, 소금 간을 사용하는 수원갈비와는 최상의 궁합이다. 와인의 복합적인 향과 진하고 풍부한 타닌은 고기의 풍미를 더해주고 육질을 부드럽게 해준다. ▷추천 와인 & Tasting Notes - 콘차이토로 마르케스 드 카사 콘챠 2008 (Concha y Toro, Marques de Casa Concha) $20 짙은 루비색, 체리, 블랙베리, 삼나무 향, 강건한 타닌, 부드러운 구조, 긴 여운. - 벤티스케로 얄리 리미티드 에디션 2008 (Ventisquero, Yali Limited Edition) $45~48 깊고 진한 적색, 블랙베리, 카카오 향, 살짝 감도는 페퍼 향, 강한 타닌, 풀바디, 긴 여운. - 운두라가 파운더스 콜렉션 2006 (Undurraga, Founder's Collection) $30~35 짙은 루비색, 복합적인 아로마, 블랙베리, 무화과 맛, 부드럽고 풍부한 타닌, 균형미, 우아하고 긴 여운. - 테라마테 리미티드 리저브 2007 (TerraMater, Limited Reserve) $14 보랏빛이 감도는 진한 적색, 말린 자두, 블랙커런트, 초콜릿 향, 풍부한 타닌, 풀바디, 중간 정도의 여운 콜차구아 밸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하여 칠레의 토착품종인 카르메네르를 블랜딩하여 만든 와인, 또는 카르메네르 100%로 만든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카르메네르는 칠레의 토착품종으로 가장 칠레다운 특징을 갖는다. 칠레와인주자들은 꽃 향과 페퍼 향이 짙고 타닌은 풍부하며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 카르메네르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품종 개발에 힘을 쏟는다. 한국음식으로는 삼겹살 구이, 비빔밥이 잘 어울린다. 타닌은 비빔밥의 고추장 소스처럼 매운 맛을 만나면 좀 무뎌지고 쓴맛이 강해지는데, 검은 후추 향이 강한 까르메네르 와인은 고추장의 매운 맛과 충돌이 덜 하다. 가끔 외국의 와인전문가들이 매운 맛을 보완하기 위해 단맛의 와인을 추천하곤 하는데, 비빔밥 같은 음식을 먹을 때 단맛이 강해지면 입맛을 잃게 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추천 와인 & Tasting Notes - 로스바스코스 카베르네 소비뇽 2009 (Los Vascos, Cabernet Sauvignon) $10, 루비색, 풍부한 아로마, 부드러운 타닌, 붉은 과일 향, 균형 잡힌 구조, 저렴하지만 좋은 품질의 와인 - 카사실바 카르메네르 로스 린구스 그란 리제르바 2008 (Casa Silva, Carmenere Los Lingues Gran Reserva) $20 옅은 보라색이 도는 적색, 복합적인 아로마, 말린 자두, 검은 후추향, 신선함, 풍부한 타닌, 긴 여운. 이밖에 발디비에소(Valdivieso) 포도원의 화이트 와인들도 추천 할 만하다. 산 안토니오 밸리의 레이다 지역에서 재배한 열매로 만든 화이트 와인들은 신선하고 풋풋한 아로마와 균형 잡힌 산도를 지닌다. 한국의 삼색전, 튀김요리, 물회, 가벼운 생선회와 잘 어울린다. ▷추천 와인 - 발디비에소, 샤르도네 와일드 페르멘티드 싱글 빈야드 2008 (Valdivieso, Chardonnay wild fermented single vineyard, LEYDA) $15~20 - 소비뇽 블랑 와일드 페르멘티드 싱글 빈야드 2009 (Sauvignon Blanc wild fermented single vineyard, LEYDA) $15~20 ◇산티아고에서 가볼 만 한 레스토랑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를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놓치기 아까운 레스토랑들이 있다. 애브뉴 비타쿠라(Ave. Vitacura)는 맛과 멋을 고루 갖춘 레스토랑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활달한 거리엔 고급 상점들이 즐비하고 와인을 취급하는 곳이 많다. 그 중 씨푸드 레스토랑, 미라올라스(Miraolas-tel 206 0202)는 간판이 없고 단지 4171이라는 번지수만 있다.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 신선한 재료를 생명으로 한다. 애브뉴 프로비덴챠(Ave. Providencia)에 위치한 바코 (Baco-tel 231 44 44)는 와인, 음식 맛, 서비스, 분위기까지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와인은 개인 취향대로 잔술로 마실 수 있고 음식은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며 양은 과하지 않다. 페루비안 시푸드 레스토랑, 라 마르(La Mar-tel 206 78 39)의 야외 테라스는 마치 크루즈를 탄 듯한 인상을 준다. 볕이 잘 드는 자리를 잡아 맛있는 요리를 두 어 개 주문해 와인을 마시기에 최고 장소다. ◇칠레포도원에서 즐기는 여유와 놀이 포도원을 방문할 때 말을 타고 다니는 전통카우보이들을 만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후아소(Huaso)라고 불리는 카우보이들이 로데오 경기장에서 소몰이를 하는 것을 관람하는 것은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다. 폴로 경기 또한 유명한 볼거리다. 콜차구아 밸리의 카사 실바와 마이포 밸리의 아라스 드 피르케 포도원의 폴로 경기장은 세계적인 폴로 클럽의 명소로 정기적인 행사가 열린다. 포도원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여유는 아로마테라피다. 칠레 와인에서 나는 허브 향의 근원지가 되는 유칼립투스 숲. 그 한가운데 서기만 해도 향기에 취하게 된다. 칠레인들은 식후에 레몬과 시트러스 향이 나는 차 잎, 세드론(Cedron-영어로 레몬 버르베나)을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기를 좋아한다. 소화 기능을 돕고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포도원 근처에서 쉽게 발견되는 볼도 나무(Boldo tree)의 나뭇잎도 훌륭한 아로마테라피 재료가 된다. 칠레 포도원에서는 맘만 먹으면 자연 테라피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태평양의 숨결 같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와인 잔을 부딪치고 향기를 맡으며, 살살 녹는 전통음식을 먹고 자연 아로마테라피를 즐기는 일, 그리고 로데오나 폴로 경기장을 찾는 일. 이런 행운을 누리게 되면 와인의 세계에 왜 빠질 수 밖에 없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와인세계에서의 오감만족’이다. 이 같은 오감만족을 위해서 어찌 감각을 녹슬게 할 수 있겠는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오감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다. 제3편 <고도의 숨결,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와인들>이 이어집니다. 멘도사는 와인생산에 있어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만년설이 쌓인 안데스 산아래 펼쳐진 포도원의 이야기를 기대하세요. 글,사진=김정미 워싱턴 중앙일보 와인명예기자 기타 사진 협조=카사 실바, 벤티스케로

2010-10-14

[김정미의 와인 이야기] 역경 딛고 '희망의 불' 사르는 칠레 와인

제1편, 역동하는 칠레 와인의 끊임없는 도전 지구에서 가장 길고 좁은 국토를 가진 칠레, 라틴 아메리카의 남서부에 위치한 칠레는 가로길이는 180km에 불과하지만 세로는 무려 4300km의 장신이다. 그렇다고 ‘키 큰 사람은 싱겁다’는 식으로 칠레를 판단하면 오산이다. 동쪽으로는 장엄한 안데스 산맥, 서쪽으로는 태평양, 남쪽으로는 피오르드 해안과 북쪽으로는 아타카마 사막이 있는 매우 다양한 지형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1818년 스페인의 통치를 벗어나 자치 정부를 수립한 칠레에는 잉카문명과 유럽 문화가 공존한다. 바다와 호수, 화산과 빙하, 사막, 그리고 포도 밭들. 칠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야성적이고 매력적인 동시에 순수해서 우리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더욱 유발시킨다. 유럽과 북미의 와인산업이 고전하고 있는 동안에도 칠레의 와인산업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디어 넘치는 젊은 세대의 합류와 그들의 실험정신은 칠레 와인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또한 세계적인 와인명가와의 합작품인 프리미엄 와인들은 칠레 와인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칠레는 현재 세계 5위의 와인 수출국이며 한국 와인 시장에서는 점유율 2위의 와인강국이 되었다. 이런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기쁨의 뒤안길엔 고난도 있었다. 피노체트 독재정권 당시 금주령의 암흑기를 겪은 칠레는 올 초 2월 27일 발생한 리히터 8.8의 강진으로 또 한 번의 혹독한 시련을 맛봐야 했다. 그리고 칠레와인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공헌했던 몬테스의 공동 창업자, 더글러스 머레이(Douglas Murray)가 지난 6월 30일 68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레 와인주자들은 역경과 자연재해를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희망의 불을 끄지 않는다면 시련은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것을 칠레 와인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산지 별로 다양하게 즐기는 칠레 와인 칠레 와인은 ‘친근한 와인(Friendly Wine)’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숙성기간이 짧아도 쉽게 마실 수 있고 음식과 조화를 잘 이루며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칠레 와인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물론 칠레 와인에도 알마비바, 세냐, 돈멜쵸와 같은 고가의 프리미엄 와인들과 지나치게 실험적인 저가의 와인들이 혼재한다. 선택에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칠레 와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떨고 싶을 때든, 노을 지는 창가에서 분위기를 잡고 싶을 때든 언제나 친근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떠오르는 지역으로 산 안토니오 밸리가 있다. 태평양의 서늘한 바람은 피노누아,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요소인 선선한 기후를 형성한다. 지역 주민들은 이 고마운 해풍을 ‘라스 브리사스(Las Brisas-태평양의 숨결)’라 부른다. 레이다(Leyda), 가르세스 실바(Garcés Silva), 카사 마린(Casa Marin)의 와인들은 천편일률적인 와인에 싫증 난 애호가들이 장바구니에 담아야 할 리스트다. 카사블랑카 밸리는 포도밭이 조성된 1980년대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도 산티아고와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항구도시, 발파라이소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서늘한 해양성 기후에 일교차가 심하며 아침에는 짙은 안개가 낀다. 화이트 와인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 지역에선 신선하고 상큼하며 시트러스 풍미를 지닌 소비뇽 블랑과 크림처럼 부드럽고 과하지 않은 미네랄을 지닌 샤르도네가 인기다. 그 중 유기농 와인 생산의 선봉에 있는 에밀리아나(Emiliana), 코포라 그룹의 베란다(Veranda), 남미 특유의 예술 감각이 돋보이는 비냐 마르(Viña Mar), 1996년에 거대한 프로젝트에 기치를 세운 비냐 모란데(Viña Morandé)의 와인들은 추천할 만 하다. 마이포 밸리와 콜차구아 밸리는 칠레와인 산업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종의 포도 나무를 경작하지만 카베르네 소비뇽 재배면적이 각각 6418헥타르와 1만1258헥타르로 주종을 이룬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두 지역엔 보르도와 이탈리아 그리고 북미의 자본과 양조 기술이 접목된 포도원들이 밀집돼 있다. 콘차이토로, 알마비바, 까사 라포스톨르, 몬테스, 로스바스코스 와인들은 와인애호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마이포 강의 남쪽, 해발 700 미터에 세워진 아라스 드 피르케(Haras de Pirque)의 양조장은 말발굽 모양으로 건축의 미와 경마장의 활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곳곳에 강진의 상흔으로 안타까움을 주면서도 빠른 속도로 상처를 극복하고 있는 콜차구아 밸리의 카사실바(Casa Silva)와 쿠리코 밸리의 발디비에소(Valdivieso) 와인들, 카차포알 밸리의 떠오르는 별, 알타이르 (AltaÏr)와 아콩가구아 밸리의 새로운 이정표, 에라쥬리즈(Errazuriz)의 와인들, 그 어느 하나도 놓치기 아깝다. 와인여행의 묘미는 만남에 있다. 새로운 와인은 물론이고 명주를 빚는 장인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자 배움이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비범한 칠레 와인 양조가 두 사람을 만나 잔을 부딪치고 이야기 꽃을 피운 것이었다. 한 사람은 콜차구아 밸리의 비냐 비크(ViñaVik)에서, 다른 한 사람은 마울레 밸리의 라베린토(Laberinto)에서 만났다. 규모로만 보면 두 포도원은 판이하게 달랐지만 와인 양조가의 꿈과 열정은 매우 닮아 있었다. 비냐 비크에서는 무려 240억원이 투자된 거대한 프로젝트가 한창인 반면 라베린토는 칠레 남쪽의 호숫가에 자리한 자그마한 부티크 포도원이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삶의 모든 열정을 포도원에 바치고 있는 두 양조가의 꿈은 한 곳을 향해 있다. 그 꿈의 바탕에 깔린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열정이야 말로 칠레 와인의 미래가 아닐까. 홀리스틱 서사시, 비냐 비크 (Viña VIK)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위대하다(The whole i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비냐 비크의 프로젝트는 홀리즘(Holism)을 향한 한편의 대서사시처럼 느껴진다. 포도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홀리즘은 바로 WHOLE에 포커스를 두는데 환경과 사람, 양조기술과 포도밭이 함께 어우러져 창조해내는 ‘위대한 와인’이다. 이 거대한 서사시는 불과 4년 전, 노르웨이의 한 사업가의 꿈에서 비롯됐다. 2006년, 알렉산더 비크(Alexander Vik)는 4325헥타르의 칠레 땅을 사들였고, 보르도의 와인 양조가 파트릭 발레트(Patrick Valette)를 영입했다. 보르도의 명가인 샤토 파비의 전 오너였던 파트릭은 40년을 프랑스에서 보내고 25년 간 와인 양조를 해온 칠레인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홀리스틱 와인’을 만들고자 지금까지 들인 투자금액만도 240억. 아직 투자는 끝나지 않았다고 하니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단번에 짐작하는 것은 무리다. 끝없이 펼쳐진 황금의 땅 언덕 꼭대기에 지은 산장은 방문자를 위한 숙소 겸 부티크 호텔로 사용된다. 파티오에 서면 360도의 자연 풍광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모던하고 세련된 목조 건물은 한치의 군더더기도 허락하지 않았다. 1호실은 더욱 특별하다. 전자동 블라인드 스위치를 누르면 사방의 한 면이 자연을 향해 열린다. 하늘 저편으로 칠레 최상의 와인산지인 아팔타의 끝자락이 보이고 공사가 한창 중인 인공 호수가 눈에 들어 온다. 방 한 켠에 마련된 망원경 렌즈에 눈을 대면 소풍 나온 산토끼 가족들을 코 앞에서 볼 수 있다. 포도원에 스며드는 노을은 그 어떤 위대한 화가라도 그려내기 어려운 장엄함 그 자체다. 8월, 늦은 겨울을 녹이는 벽난로에서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를 음악 삼아, 첫 빈티지인 2009년산 VIK 와인을 마셨다. 칠레 토착 품종인 카르미네르 65%와 카베르네 소비뇽 35%의 블랜딩으로 만든 레드 와인. 아직 병입 전인 배럴 테이스팅이었지만 경이로웠다. 균형 잡힌 구조에 신선한 과일 아로마, 막 딴 체리와 자두 맛, 부드러운 실크 감촉의 타닌 그리고 지속적인 여운이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우아했다. 평생을 와인에 바친 파트릭은 와인을 마시며 자신의 인생을 나지막이 이야기 했다. 보르도를 떠나 칠레의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 적잖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새 프로젝트, 자신과 동반자들의 꿈. 그는 VIK 포도원에 대해 “제로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촉촉해진 그의 눈빛이 입가의 잔잔한 미소와 블랜딩되어 와인 잔으로 흘러내렸다. 굴번 호숫가의 미로, 라베린토(Laberinto) 마이포 밸리에서 출발하여 마울레 밸리를 향해 다섯 시간을 자동차로 달렸다. 어둠이 짙게 깔려 사방이 구별되지 않았다. 한참 달리다 보니 귀가 멍멍해져 왔다. 보이지 않아도 고도가 높은 산기슭을 오르고 있다는 것을 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불빛 하나 없는 비포장 도로였다. 불안이 엄습해올 때 즈음 앞쪽에서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밝혔다. 라베린토라는 작은 부티크 포도원을 찾아가는 우리 일행을 한 남자가 마중 나온 것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다시 500m 정도 달려 그의 작은 성지에 도착했을 때는 허기가 목 끝까지 차 올랐다. 막 오븐에서 꺼내온 홈메이드 파스콸리나(Pascualina-속에 야채를 넣고 구운 큰 페스추리의 일종)를 먹고 나서야 그를 찬찬히 살필 수 있었다. 1966년 산티아고 출생인 라파엘 티라도(Rafael Tirado)는 평범한 사십 대 중년의 남자처럼 보였다. 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고, 아이들과 바다에서 보트 타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그가 준비해 놓은 와인들이 테이블에 올려졌다. 와인들은 모두 ‘Laberinto’라고 쓰여 있었고 화이트와인은 연둣빛, 레드와인은 보랏빛 레이블이었다. 라베린토는 ‘미로’라는 뜻이란다. 2007년 산 소비뇽 블랑과 2009년 산 피노누아, 1997년 산 100%의 카베르네 소비뇽, 2006년과 2007년 산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블랜딩된 와인들을 시음했다. 2007년 산 소비뇽 블랑을 입안에 넣는 순간 적잖이 놀랐다. 이전에 경험한 칠레산 소비뇽 블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2007년은 라베린토 소비뇽 블랑의 첫 빈티지였다. 오크 숙성을 시키지 않은 이 와인은 3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신선함을 간직한 채 반짝였다. 청명한 연둣빛에 꽃 향이 풍부했고 건초 향이 살짝 배어 나왔다. 기분 좋은 산도는 전체 바디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화려함으로 치장하지 않은 채 단아함과 우아함을 지녔다. 6헥타르에서 3000병 정도 생산됐다고 하니 자주 만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소량의 부티크 와인임을 감안하더라도 좀 아쉽다. 라파엘은 남프랑스와 스페인의 리오하 그리고 나파밸리에서 와인양조의 경험을 쌓았고 현재 비아 와인즈(Via Wines)의 양조가로 일하고 있다. 게다가 와인 양조가가 되면서부터 꿈꿔온 아름다운 그만의 세계를 여기 마울레 밸리의 굴번 호숫가에 풀어 놓았다. 햇살에 눈이 부셔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에머럴드 빛의 호수에 반사되어 날아온 햇살들은 푸른 빛을 띠었다. 칠레식으로 간단히 조찬을 한 후 라파엘이 설계한 포도밭과 자그마한 양조장을 돌아보았다. 포도밭은 레이블에 그려진 미로 그 자체였다.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뜻 보기엔 야생 동물들이 밤새도록 헤집고 다닌 쑥대밭처럼 보였다. 햇빛이 노출되는 방향을 따라 각각 심은 포도나무들이 하나의 미로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의 독창성과 자유로움이 ‘라베린토-미로’라는 이름으로 파란 호숫가 주변에 피어났음을 알아차렸다. 그 때였다. 수리매 한 마리가 포도원 주변의 하늘을 맴돌았다. 라베린토의 귀재, 라파엘의 꿈이 시작된 이곳에서 비상하는 수리매의 꿈과 와인 생산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날아온 나의 꿈이 오버랩되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제2편 ‘오감만족, 칠레’가 이어집니다. 1편에서 언급된 포도원들의 구체적인 와인리스트, 그와 어울리는 칠레와 한국음식들, 칠레의 레스토랑과 칠레 포도원의 놀이문화 등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워싱턴 중앙일보 와인명예기자 김정미씨는… 김정미씨는 한국에서 8년동안 와인전문지 'Winies'를 발행했고, 글로벌 와인아카데미 원장, 보르도 배럴테이스팅 심사위원, 빈이탈리 와인컴피티션 심사위원, 독일 문두스비니 심사위원, 스페인 그랑리오하 심사위원, 시칠리아 엉프리뫼르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일년에 4~5 회 이상 와인산지를 돌며 와인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내는 와인칼럼니스트다. 현재 워싱턴에 거주하며 워싱턴 중앙일보의 와인 명예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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