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중년, 집값 폭등에 뉴욕 떠날 결심
신발 가게 직원부터 평범한 직장인, 한식당 주인까지. 취재를 위해 퀸즈 한인밀집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40~50대 한인들을 만났지만, 이들은 “결국 모든 애로사항의 근원은 ‘돈’ 문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값 걱정에 잠 못 이뤄=아스토리아 투 베드룸에 거주하며 두 딸을 양육 중인 40대 진 모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아직은 자녀들이 어려 한 방은 안방으로, 나머지 방은 아이 둘이 공용으로 사용하는데, 딸들이 더 크면 방을 따로 줘야 할 것 같아 이사를 고려 중이다. 진 씨는 “지금 투 베드룸 렌트 내는 것도 부담인데, 3베드룸으로 이사 가면 부담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했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신발가게 직원 40대 주 모 씨 역시 “아내와 맞벌이를 하는데, 1명 수입은 온전히 렌트로 나간다”며 “아이가 셋이라 최소 투 베드룸 이상에는 살아야 하는데 아무리 저렴한 지역으로 구해도 렌트가 최소 3000달러 이상이니 렌트 낼 날짜만 다가오면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자녀들이 크면 교육비도 더 들 것 같아 집을 사려고 생각 중인데, 뉴욕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대부분 뉴저지·커네티컷·필라델피아 등 지역으로 떠난다. 근데 또 타지역에는 일자리가 부족하니 선뜻 가기도 꺼려진다. 뉴욕주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혜택을 조금이라도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양육비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퀸즈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는 40대 한 모 씨는 자신을 ‘세 아이에게 늘 미안한 엄마’라고 소개했다. 한 씨는 “맞벌이해야 겨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데, 둘 다 일하면 애 봐줄 사람이 없어 결국 베이비시터 비용이 들어간다”며 “베이비시터 비용에 생활비, 렌트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일을 하니 아이랑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도 거의 없는데, 결국 자녀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도 못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히 지원을 해주지도 못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40대 주 씨는 “3살, 3·5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유아원과 학교 픽업해 줄 사람이 없어 골머리”라며 “한 명이 일을 그만두면 렌트도 못 내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 고공행진에 장사도 휘청=퀸즈 머레이힐에서 2대째 한식당을 운영 중인 50대 정 모 씨는 “요즘만큼 장사하기 힘든 적이 없었다”며 “재료비는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렌트는 3000달러 이상 올랐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이 지역에 오는 손님은 한정적인데 식당은 점점 포화 상태가 돼가고, 인건비며 세금이며 안 오르는 게 없으니 장사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몸은 쑤셔오고, 보험료는 부담되고=40대 진 씨는 “이 나이 되니까 슬슬 관절도 아프고, 당뇨 오는 친구들부터 암 걸리는 지인들까지 아픈 곳들이 점점 생긴다”고 전했다. 진 씨는 “남편 회사에서 건강보험 지원이 되지만, 30% 정도는 직접 내는데 이마저도 부담되는 액수”라며 “미국에 온 후로는 보험이 있어도 병원비가 워낙 비싸 아프면 큰일이라는 생각으로 지낸다”고 했다. 50대 이 모 씨는 “한인 기업의 경우 건강보험 지원도 잘 안 해줘서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집값 한인 퀸즈 한인밀집지역 한인 중년 베드룸 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