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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아쉬운 오스카 후보 탈락

한국 출품작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예비 후보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주류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점은 성과로 꼽힌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1일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10개 부문 쇼트리스트(예비 후보)를 발표했다. 모두 88개국이 출품한 국제장편영화 부문에서는 조나단 글래이저 감독의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영국) 등 15개국의 출품작이 선정됐다. 아카데미는 내년 1월 11~16일 투표를 거쳐 2차 예비 후보를 선정해 1월 23일 공식 발표한다. 수상작은 2월 22일 최종 투표로 결정되며 3월 10일 LA 돌비극장에서 시상식을 개최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일커 차탁 감독의 ‘티처스 라운지’(독일)와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일본),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폴른리브스’(핀란드) 등과 경쟁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후보작에 오르지 못했지만, 주류 언론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7일 뉴욕타임스(NYT)는 영화에 대해 “익숙한 장르에 계급 투쟁과 연민 실종 같은 잔인한 소재를 부드럽게 가공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어 “사회적 무질서 속에서 인간다움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사실적이고 처절하게 보여준다”고 영화의 완성도에 주목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지난달 11일 기사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해 “생존 의지의 혈투와 피가 어우러진 영화”라며“‘지진’(1974·감독 마크 롭슨)이 ‘파리 대왕’(1990·감독 해리 후크)과 교차한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버라이어티는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를 보면서 ‘만약 내가 이 영화 안에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면서 “역동적이고 어지러운 재난 영화 형식을 사용하여 인간과 집의 가치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되는 영화”라고 몰입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엄태화 감독, 이병헌·박서준·박보영 주연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높은 완성도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영화는 12월 현재 전 세계에서 2억7609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약 38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올해 흥행 4위에 올랐다. 정하은 기자 [email protected]콘크리트 유토피아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국제장편영화 부문

2023-12-21

마지막 아파트를 지켜라…그 육중한 메시지

영화는 서울의 우뚝 솟은 아파트 단지에 대한 TV 다큐멘터리로 시작된다. 뉴스 캐스터는 아파트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하여 보도하고 있다. 아파트는 한때 더 큰 집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서의 아파트는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파트값의 오르고 내림에 따라 대통령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을 지닌 욕망의 실체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24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출품작이다. 아파트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욕망을 재난영화 형식으로 표현한 디스토피아 드라마이면서 곳곳의 코믹한 톤에도 육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파트에 배 있는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를 아카데미가 얼마나 실감할 수 있을지가 수상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겨울에 찾아온 멸망의 시간, 인류는 그들이 만든 콘크리트 더미 속으로 묻혀버린다. 쓰나미가 솟아오르듯 대지진이 일어나고 서울은 폐허로 변해있다. 한강까지 말라 버린 가운데 황궁 아파트 103동만은 온전히 살아 남아있다.     국가나 뉴스 기관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 시야에 들어오는 건 시체와 잔해들뿐이다.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 부부를 비롯한 103동 주민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사이, 외부 생존자들도 이곳으로 몰려든다. 103동 주민들은 김영탁(이병헌)을 주민대표로 선출하고 급기야 외부인들을 몰아낸다. 그러나 식량이 바닥나면서 위기에 처한다. 그들은 ‘황궁’ 바깥의 모든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그들의 적이 된다.   결국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판단은 103동 주민들을 붕괴시켜 버리고 만다. 법과 윤리, 도덕이 사라진 사회, 오로지 날것들의 생존 경쟁과 강한 자만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 주민들의 의식에도 피가 튀기 시작한다.     오합지졸 속에서도 명화는 보편적 양심과 상식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다. 김영탁의 모호함을 의심하는 그녀는 사람을 살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며 남편과 대립하고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영화의 공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엄태화 감독은 등장인물들을 절박하고 무서운 상황에 놓이게 하지만 옳고 그른 판단을 유보한다. 대신 관객들에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끔 유도한다.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융통성 없는 명화의 생각과 태도가 옳았음을 시사한다.     야만성과 광기가 상상력으로 표현된 디지털 이미지와 환상적인 세트로 합성된 황무지 영상은 인간의 ‘비인간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나마 인간성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폐허 속에서 삶은 감자를 나누어 먹고 있는 바깥세상 사람들이었다.   김정 영화평론가아파트 메시지 아파트 단지 마지막 아파트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12-08

[컷 cut] 평범한 우리가 만드는 무서운 세상

대지진으로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아파트 한 동만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살을 에는 혹한 속에 사람들이 아파트로 밀려든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받아들였던 주민들은 외부인과의 충돌 사건을 계기로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다 같이 살아야죠”라는 이상론은 “그건 다 같이 죽자는 얘기”라는 현실론에 맥없이 허물어진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야기다.   주민들은 902호 영탁(이병헌)을 임시 대표로 선출하고 방범대와 배급 시스템을 구축한다. 첫 조치는 ‘바퀴벌레’(외부인들)를 내쫓는 ‘방역’이다. 왜냐고?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니까. 이 헌법 제1조는 주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정당화한다. 대표 영탁은 말한다. “우리가 뭘 하든 죄책감 가질 것도 없고 자부심 가질 것도 없어요. 우리 지금 당연한 거 하고 있으니까. 가장이 가족 지키는 거.”   602호 명화(박보영)는 “사람이 어떻게 그래?”를 되뇌지만 ‘아파트를 지키자’는 구호 앞에 속수무책이다. 수많은 일들이 폭풍처럼 몰아친 뒤 아파트를 빠져나온 그녀에게 다른 지역 주민이 묻는다. “그 아파트에선 사람 막 잡아먹고 그런다던데?” 명화는 답한다. “아니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평범한’이란 수식어가 그렇게 무섭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우린 스스로를 평범하고 선량하다 여기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상황, 어떤 지경에 놓이면 그 주어진 ‘조건값’에 따라 행동하는 게 보통의 사람들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았던 것도, 마녀 화형식을 했던 것도, 히틀러 지휘에 따라 유대인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던 것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무서운 세상은 평범한 우리들이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 가족의 ‘유토피아’를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의 삶 따위는 언제든 ‘죄책감도, 자부심도 없이’ 저버릴 수 있는 당신과 내가. 권석천 /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컷 cut 콘크리트 유토피아 지역 주민 임시 대표

2023-08-25

미국발 콘크리트 테이블서 마약 적발…X레이 검사…깨보니 마약나와

인천공항세관은 미국에서 대마초와 마약을 몰래 들여와 유통하려 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30대 A씨를 지난 5월 인천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28일(한국시간) 밝혔다.   A씨는 대마초와 마약을 넣은 콘크리트 테이블을 제작해 미국에서 배송하는 수법을 사용해 밀수를 기도했다.   세관은 올해 1월 미국에서 특송화물로 발송된 콘크리트 테이블을 X-레이로 검사하다 내부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 테이블을 깨뜨려 그 안에 있던 대마초 4.48㎏을 찾아냈다. 이어 이 화물의 서류에 수신자로 적힌 A씨를 화물 수취 주소지에서 긴급 체포했다.   세관은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같은 수법의 밀수 계획을 추가로 포착했다.   A씨의 계획대로 2월 미국에서 콘크리트 장식품이 국제화물로 배송됐고, 이 안에서 대마 4.06㎏과 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MDMA·속칭 엑스터시) 1936정을 찾아냈다.   세관은 A씨 등이 밀수하려 한 대마초만 총 8.54㎏으로 이는 총 1만7000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대마초 1회 흡연량 0.5g)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A씨 거주지에선 대마 카트리지, 해시시 오일, 케타민 등 불법 마약류와 유통·판매를 위한 도구를 발견했다.   세관은 A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에 있는 50대 미국인과 공모해 마약류를 국내에 밀수·유통하려 한 것으로 보고 이 미국인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또 한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 내 대마·마약류 공급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해 수사할 계획이다.미국 콘크리트 콘크리트 테이블 마약류관리법 위반 콘크리트 장식품

2023-07-28

LA카운티, ‘빅원’ 대비, 노후 건물 보강 의무화

LA카운티가 ‘빅원’에 대비해 노후건물 점검 및 지진 보강공사를 의무화한다.   지난 28일 LA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는 만장일치로 노후 콘크리트 건물 보강공사 의무화 조례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해당 업무 부서와 LA카운티 검찰은 건물 보강공사 관리코드 등 시행안 마련에 들어갔다.     조례안에 따르면 점검 및 지진 보강공사 대상은 카운티 소유 또는 직할구역 콘크리트 건물이다.     조례안은 지은 지 10년이 지난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non-ductile concrete building)’의 보강공사를 요구하도록 했다.     또한 건물 소유주는 3년 안에 구조 안전성 평가를, 5년 안에 지진 보강공사 또는 철거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조례안을 발의한 홀리 미첼과 힐다 솔리스 수퍼바이저는 “지진 발생 시 고층식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붕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6년 이전에 지은 건물은 안전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진에 취약한 건물은 벽돌을 쌓아 올린 저층 건물 또는 지진 발생 시 좌우 흔들림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다.   최근 LA타임스는 LA지역 건축물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해 1000채 이상의 콘크리트 건물이 지진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LA시는 지난 2015년 지진에 취약한 건물 1만3000채를 대상으로 보강공사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승인한 바 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콘크리트 la카운티 고층식비연성 콘크리트 보강공사 의무화 건물 보강공사

2023-03-01

[가주가 배울 튀르키예 지진 7가지 교훈] ‘강진 단층’ 명심해야…비내진 건물도 많아

모든 자연재해는 기억과 교훈을 남긴다. 막을 수 없다면 최대한 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빅원’이 낯설지 않은 이곳 가주에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이번 피해를 통해 상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LA타임스가 최소한 되새겨 봐야 할 7개의 주안점을 정리했다.     ▶크기와 반복의 가능성   시기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진도 7~8의 강진이 반드시 있으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린 지진 단층 위에 살고 있으며 과거처럼 앞으로도 언제든지 땅의 뒤틀림은 있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튀르키예처럼 큰 지진이 ‘연달아’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피해 규모는‘어마어마’     연방지질조사국의 예측은 샌안드레아 단층이 7.8의 지진을 일으킬 경우 1800여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재로 900여 명, 빌딩 붕괴로 600여 명, 교통사고로 150여 명이 사망하며 5만여 명이 다치게 된다. 총 피해 액수는 2000억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 북가주 헤이워드 단층에서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1만8000여 명이 사망할 수 있다.     ▶큰 피해, 부실한 건물 탓   튀르키예 강진으로 지금까지 3만5000여 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은 무너진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경우다.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일부 건설업자들을 잡아들였다. 정해진 규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AP 통신은 정부 규정대로만 건설했다면 이번 지진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주에도 유사한 건물 많아   주정부 당국자들은 ‘비연성(non-ductile) 콘크리트 빌딩’의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들은 2차 대전 이후 건설 붐이 일었을 때 지어진 빌딩들로 내진 공사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만약 7.8의 지진이 LA에 발생한다면 50여채의 비연성 콘크리트 빌딩이 무너지고 최대 7500여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한다.     ▶나무 주택, 거라지도 위험   1994년 노스리지 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준 건물 중 하나는 ‘소프트 스토리(soft story)’로 불리는 부실한 1층 구조다. 단순히 뼈대만 세운 차고나 소매 업체는 실제 지진 발생 시 매우 취약할 수 있다. 보강 공사를 하지 않은 벽돌집도 위험하다. 인랜드 지역에는 이와 같은 건물이 640여채가 있는데, 수십 년 동안 거듭된 지적에도 아직 보강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신 두절=피해 가중   연락이 끊긴다는 것은 피해 상황조차 집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화, TV, 방송, 개스, 전기 공급 등이 중단되면서 2차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동시에 교통망이 끊기면서 고립되면 부상자들의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고 필요한 물자의 보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최소한의 대비책 절실   의료, 식량, 물 등이 포함된 비상용 키트를 준비해야 한다. 인근 이웃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정도는 갖고 있다면 도움이 된다. 비상시 가족이 어떻게 연락하고 만날 것인지 계획도 세워놓는 것이 좋다. 동시에 지진을 겪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면 충분히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지진 터키 터키 현지 보강 공사 콘크리트 빌딩

2023-02-13

한인타운 윌셔가 빌딩 16채 강진에 취약

‘빅원’이라 불리는 강진이 발생하면 LA한인타운 내 16채 이상을 포함, LA 지역 콘크리트 건물 1000채 이상이 붕괴할 것으로 나타났다. LA시 등 일부 도시는 노후화된 해당 건물을 대상으로 보강공사를 의무화했지만, 이행률은 낮은 상황이다.     10일 LA타임스는 LA지역 건축물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해 1000채 이상의 콘크리트 건물이 지진에 취약하다고 보도했다.     우선 지진에 취약한 해당 건물은 1950년대 전후 지어졌다. 당시에는 최신 건축공법을 사용했지만, 강진 대비는 소홀히 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신문에 따르면 지진에 취약한 건물은 ‘벽돌을 쌓아 올린 저층건물 또는 지진 발생 시 좌우 흔들림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non-ductile concrete building)’이다.     특히 LA지역에는 이런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다수를 차지한다. LA한인타운의 경우 1956년 지어진 LA총영사관과 뱅크오프호프 본점으로 쓰이는 3200 윌셔 빌딩, 이웃케어 클리닉이 입주한 3255 윌셔 빌딩 등이 해당한다.   또 윌셔 불러바드 선상 탈마지·게이로드 아파트, 6가 인근 윌셔 크리스천 교회 등 16채가 포함됐다.   LA타임스는 이들 건물의 공통점으로 LA카운티 재산세 산정국 자료를 토대로 내진 보강공사의 기록이 없고 건물주 및 관리회사에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LA다운타운 등 도심 전역의 준고층 콘크리트 건물 1000채 이상이 비슷한 상황이다. 해당 유형의 건물은 좌우 흔들림이 심할 때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은 철근 수직 기둥과 각 층을 이루는 수평면과 결속이 약하다. 이런 상태에서 좌우 흔들림이 발생하면 철근 기둥 파열이 쉽고, 각 층은 시루떡처럼 무너져 내릴 수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7.8과 7.5)으로 2만3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벽돌식 저층건물과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많아서였다.   지진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피해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USC 제임스 도란 교수는 “지진으로 (LA지역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철근 기둥이 파열되는 순간 각층은 ‘팬케이크’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1971년 실마 지진(규모 6.6), 1994년 노스리지 지진(규모 6.7) 때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이 속절없이 무너져 피해를 키웠다.   연방 지질조사국(USGS)은 규모 7.8 지진이 남가주에서 발생하는 시뮬레이션 분석결과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50채가 부분 또는 완전히 무너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건물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7500명이나 된다.   또한 2008년 기준 강진 발생 시 벽돌식 건물과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2채 중 1채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 지질조사국(USGS)은 해당 건물을 철근 등 등으로 보강공사를 해야 강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A, 샌타모니카, 웨스트 할리우드는실마 지진 이후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보강공사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LA시의 경우 의무화 기한이 2040년까지로 강제력이 약하다. 건물주도 지진 보강공사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건축회사 미야모토 인터내셔널 키트 미야모토 대표는 보강공사 의무화 기한이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한 뒤 “가주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로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A지역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현황은 웹사이트(graphics.latimes.com/non-ductile-concrete)로 확인할 수 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한인타운 빌딩 콘크리트 건물 비연성 콘크리트 벽돌식 저층건물

2023-02-10

[열린 광장] 천천히 써야 써지는 볼펜처럼

어디든 다운타운은 자동차와 사람으로 넘쳐난다. 오랜만에 찾은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도 그랬다. 붐비는 자동차의 행렬, 사람들의 잰 발걸음, 빽빽한 빌딩 숲을 헤집고 건물을 세우는 건축 현장의 활발함이 다운타운을 가득 메웠다.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지인을 방문하고 점심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다운타운에서는 어디를 가든 주차하기가 어렵다기에 식당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신호등 몇 개만 지나면 금새 갈 수 있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다운타운의 번잡한 길을 지나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더구나 그분의 발걸음은 왜 그리도 느린지, 분주함에 익숙한 나는 중간중간 멈춰서서 그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기를 몇 번 하다 보니 이제 나도 그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자 놀랍게도 또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높은 빌딩 사이로 푸른 하늘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인사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의 칙칙함 속에서 생명의 기운 가득 품은 가로수는 바람과 햇살을 한껏 머금은 채 춤을 추어댔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젊은이들의 흥겨운 몸짓, 짧은 점심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저마다의 삶을 멋지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더구나 천천히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에는 한 이민자가 지나왔던 진솔한 삶의 여정이 고즈넉이 녹아 있었다. 그 느긋함은 식당에서도 이어졌다. 우리 일행을 자리에 앉히고는 한참 만에 음료수 주문을 받은 직원은 다시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서야 음식 주문을 받으러 왔다.     예전 같으면 짜증이 앞섰을 텐데 어차피 마음을 비우고 느린 걸음으로 찾아온 식당에서 바쁜 티를 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옆에서 재촉하는 이들의 어수선함이 눈과 귀를 거슬리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만한 점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운전대를 잡으니 끊겼던 필름이 다시 돌아가는 것처럼 멈췄던 세상이 또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속도를 줄였다.     뒤에서 달려드는 자동차가 추월하도록 슬쩍 자리를 내주고, 옆에서 끼어드는 차가 편하게 들어오도록 속도도 살며시 줄여주었다. 자동차의 속도를 조금 줄였을 뿐인데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세상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에 저런 건물이 있었구나, 저 광고판은 언제부터 있었지?’ 늘 다니던 길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을 뇌까리다 보니 어느새 집이다. 가끔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야 보이는 세상을 접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날의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볼펜을 들었다.     늘 쓰던 볼펜인데 아무리 써도 나오지 않았다. ‘속에는 까만색 잉크가 가득한데 왜 써지지 않을까?’ 두덜대면서 볼펜을 이리저리 재빠르게 움직여 봤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끌쩍거리는데 어느 한순간 볼펜이 지난 길에 검은색 줄이 뚜렷이 나타났다. 볼펜을 아주 천천히 움직였을 때였다.     오늘도 조금만 천천히 살아보자. 천천히 써야 써지는 볼펜처럼, 걷기도 천천히, 운전도 천천히, 생각도 천천히 하다 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이 선명하게 펼쳐질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열린 광장 볼펜 한순간 볼펜 콘크리트 건물 음료수 주문

2022-07-31

LA에 미주 정상들 모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북미와 중남미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2022 아메리카 대륙 서밋(The Summit of Americas)’이 6일부터 LA에서 시작됐다.   올해로 9번째로 열리는 아메리카대륙 서밋은 1994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최한 후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서밋에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연방국무장관 등 백악관 주요 인사들까지 대거 LA를 방문해 LA국제공항 인근은 물론 행사가 열리는 다운타운 일대에 차량정체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에릭 가세티 LA시장 사무실은 6일 이와 관련해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경호 등의 이유로 교통통제가 불가피하다. 행사가 끝나는 10일 오후까지 LA다운타운과 LA국제공항 인근에 차량정체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가능한 인근 지역 도로 이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LA시 교통국(LADOT)이 예상하는 교통혼잡 도로는 ▶110번 프리웨이를 만나는 10번과 101번 프리웨이 사이 ▶10번 북쪽 방면 피코불러바드부터 9가, 6가, 4가, 3가로 가는 다운타운 출구 ▶110번 남쪽방면 6가와 윌셔 불러바드 출구  ▶워싱턴불러바드와 3가 사이 피게로아 남북 방면 ▶유니온가 그랜드 애비뉴 사이 피코 불러바드 양쪽 방면 ▶빅셀스트리트와 플라워스트리트 사이 7가 양쪽 방면 ▶빅셀과 플라워 프리웨이 사이 윌셔 불러바드 양쪽 방면이다.     한편 가주민은 LADOT 웹사이트에서 LA 및 로스펠리스 지역 커뮤니티의 주요 교통량을 공식 트위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twitter.com/CaltransDist7   장연화 기자la다운타운 la 다운타운 콘크리트 방어막 인터컨티넨탈 호텔

2022-06-06

[아트 앤 테크놀로지] 허드슨 야드의 셰드 전시장

허드슨야드는 재비츠센터 옆에 새로 생긴 대형 상업 및 주거 지역이다. 2020년 팬데믹이 올 예상을 못 하고 대규모 쇼핑센터와 기업의 사무실이 입주하였다. 2012년 착공을 시작하여 2024년 모든 구조물이 들어서도록 기획되었다. 블룸버그가 입주한 건물에 셰드(The Shed)라는 이름의 미디어 아트센터가 있다. 2019년 4월 문을 열고 디지털 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심 재개발 사업이 이루어질 때마다 대형 스크린이나 조명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 체험관이 생겨나고 있다. 런던의 바비칸센터라든지 뉴욕시의 링컨센터 같은 곳들이 복합문화센터로 탄생한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였다. 허드슨야드는 가장 최신 사업 지역이며 복잡하기로 손꼽히는 맨해튼에 생겨난 것으로 특이하다. 도시의 과밀화를 우려하여 반대가 많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가들과 사업가들은 열심히 추진하였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시민들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퍼블릭 공간도 빠짐없이 포함되었다.     베슬(Vessel)이라고 불리는 빗살무늬토기 모양의 대형 구조물은 팬데믹 동안 투신자살 등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많아서 당분간 폐쇄되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올라갈 수 없는 공공조각 같은 기념물로 남아있다.     셰드는 이에 비해 극장처럼 평범하다. 30스트리트의 전면이 유리로 된 로비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입구가 나온다. ‘드리프트: 부서질 듯한 미래 (Drift: Fragile Future)’라는 제목의 전시가 12월 중순까지 진행되었다. ‘들어 올리다’ 말뜻 그대로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 5개가 가벼운 종이 상자처럼 공중에 떠서 움직인다. 아노니(ANOHNI)라는 작곡가의 음악을 배경으로 마치 현대 무용가의 추상적인 움직임처럼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회색 기둥이 춤을 춘다.   네덜란드 출신의 로네케 고딘과 랄프 나우타 두 작가가 64명의 미술작가, 기술자, 엔지니어 등을 모아서 만든 회사가 스튜디오 드리프트이다. 부서질 듯한 미래는 공연 중심의 기둥을 보기 전에 준비된 일련의 조그마한 전시장을 지나면서 느껴진다. 우리가 쓰는 많은 기계 부품이나 학용품 등이 손톱처럼 작은 큐브의 물질로 표현된다.     쓰레기가 쌓이듯이 수백만 개의 생필품들이 이러한 큐브의 형태로 전환되고 같은 물질들이 모인다면 곧 컨테이너 트럭만큼 거대한 기둥이 될 것이다. 그러한 육면체 기둥이 사람들이 없이 텅 빈 거리의 빌딩 사이를 떠돌아다니는 비디오 작품에서 디스토피아의 엄습을 느낀다.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거리는 고요하고 아름답다. 이런 단상처럼 스쳐 가는 이미지를 경험하고 거대한 전시장에 서면 숭고함이랄까 경건함이 든다.   서커스나 마당극 공연장에서처럼 바닥 여기저기 관객들이 앉으면 공중에 매달린 콘크리트 기둥이 우리를 향해 내려온다. 원을 그리기도 하고 높이를 달리하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전체 공연은 45분에 달하는 상당히 긴 작품이었다.     25달러의 입장료를 낸 사람들에게 충분한 감상의 기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캐나다 출신의 태양의 서커스를 보는 느낌이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과 무대 배경 속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서커스 단원의 곡예 대신에 다소 단조로우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우주선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회색의 밋밋한 기둥이 들어 올리고 내리고 하는 모습을 본다. 가끔 뿜어져 나오는 연기 효과와 조명이 그나마 댄스 클럽의 여흥을 떠올리게 하지만 기계음을 순화시켜 놓은 것 같은 배경 음악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디지털 아트의 한 축은 요즘 유행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체 불가한 토큰(NFT)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은 스튜디오 드리프트처럼 미디어 아트와 기계공학을 바탕으로 한 체험 위주의 설치미술을 만드는 것이다. 20세기 중반 현대 미술이 개념 미술을 중심으로 공간을 이용한 설치 미술의 가능성을 소개했다면 21세기 중엽은 설치 미술을 장르를 넘나들면서 오감을 이용하여 경험하도록 해준다. 테크놀로지가 미술의 창작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런 디지털 아트 전시장은 앞으로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미술 작품의 수집, 보관, 활용을 목적으로 생긴 기존의 미술관들도 앞다투어 이런 ‘체험관’을 설치하고자 노력한다. 사회 다른 분야에 적용된 테크놀로지가 그러했듯이 자본의 집중화는 가속화되어 이런 대형 설치 작품은 엄청난 자본과 협동이 있어야 실행 가능하다. 혼자 활동하고 생각하는 미술 작가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허드슨 전시장 미술작가 기술자 미디어 아트센터 콘크리트 기둥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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