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아파트를 지켜라…그 육중한 메시지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24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출품작이다. 아파트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욕망을 재난영화 형식으로 표현한 디스토피아 드라마이면서 곳곳의 코믹한 톤에도 육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파트에 배 있는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를 아카데미가 얼마나 실감할 수 있을지가 수상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겨울에 찾아온 멸망의 시간, 인류는 그들이 만든 콘크리트 더미 속으로 묻혀버린다. 쓰나미가 솟아오르듯 대지진이 일어나고 서울은 폐허로 변해있다. 한강까지 말라 버린 가운데 황궁 아파트 103동만은 온전히 살아 남아있다.
국가나 뉴스 기관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 시야에 들어오는 건 시체와 잔해들뿐이다.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 부부를 비롯한 103동 주민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사이, 외부 생존자들도 이곳으로 몰려든다. 103동 주민들은 김영탁(이병헌)을 주민대표로 선출하고 급기야 외부인들을 몰아낸다. 그러나 식량이 바닥나면서 위기에 처한다. 그들은 ‘황궁’ 바깥의 모든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그들의 적이 된다.
결국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판단은 103동 주민들을 붕괴시켜 버리고 만다. 법과 윤리, 도덕이 사라진 사회, 오로지 날것들의 생존 경쟁과 강한 자만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 주민들의 의식에도 피가 튀기 시작한다.
오합지졸 속에서도 명화는 보편적 양심과 상식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다. 김영탁의 모호함을 의심하는 그녀는 사람을 살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며 남편과 대립하고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영화의 공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엄태화 감독은 등장인물들을 절박하고 무서운 상황에 놓이게 하지만 옳고 그른 판단을 유보한다. 대신 관객들에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끔 유도한다.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융통성 없는 명화의 생각과 태도가 옳았음을 시사한다.
야만성과 광기가 상상력으로 표현된 디지털 이미지와 환상적인 세트로 합성된 황무지 영상은 인간의 ‘비인간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나마 인간성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폐허 속에서 삶은 감자를 나누어 먹고 있는 바깥세상 사람들이었다.
김정 영화평론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