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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1.5세 제작 영화 칸 진출

LA 출신 한인 1.5세 여성이 제작한 장편영화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5월15~23일)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할리우드의 신생 프로덕션 필드트립(Field Trip)의 샐리 수진 오(사진) 대표가 제작한 ‘블루 선 팰리스(Blue Sun Palace)’가 제63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경쟁부문에 출품된 1050편 중에서 7편의 장편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15일 주최 측이 발표했다.   1962년 시작된 비평가 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전 세계 신규 감독의 데뷔작이나 두 번째 작품 중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부문이다. 매년 장편 7편, 단편 12편 안팎을 소개한다.   올해 경쟁부문의 7편은 상금 1만 파운드의 그랑프리와 심사위원상, 최고의 시나리오에 수여되는 SACD상, 영화 배급을 돕는 개너(Gan) 재단 상, 유명 샴페인회사 루이 로드레가 만든 재단의 떠오르는 스타상 등 5개 부문 수상을 놓고 겨루게 된다.     블루 선 팰리스는 뉴욕 퀸즈에 사는 중국 이민자 커뮤니티를 다룬 영화로, 중국계 감독인 콘스탄스 탕이 메가폰을 잡고, 대만 배우 이강생 등이 출연했다. 주연을 맡은 이강생은 대만 유명 감독 차이밍량의 페르소나로, 지난 2020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데이즈(Days)’를 통해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6살 때 미국에 온 오 대표는 라크라센타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UC샌타바버러를 졸업했다. 비욘세 뮤직비디오 제작팀에서 활동하며 할리우드에 입문, 경력을 쌓은 그는 3년 전 독립해 프로듀서로 나섰다.     오 대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원은) 적지만 유능한 스태프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모두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이 이야기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다”며 “내 가족에게도 커다란 축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인 제작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제작 영화 베를린영화제 경쟁

2024-04-26

한인 1.5세 제작 영화 칸 진출…필드트립 샐리 수진 오 대표

LA 출신 한인 1.5세 여성이 제작한 장편영화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5월15~23일)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할리우드의 신생 프로덕션 필드트립(Field Trip)의 샐리 수진 오(사진) 대표가 제작한 ‘블루 선 팰리스(Blue Sun Palace)’가 제63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경쟁부문에 출품된 1050편 중에서 7편의 장편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15일 주최 측이 발표했다.   1962년 시작된 비평가 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전 세계 신규 감독의 데뷔작이나 두 번째 작품 중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부문이다. 매년 장편 7편, 단편 12편 안팎을 소개한다.   올해 경쟁부문의 7편은 상금 1만 파운드의 그랑프리와 심사위원상, 최고의 시나리오에 수여되는 SACD상, 영화 배급을 돕는 개너(Gan) 재단 상, 유명 샴페인회사 루이 로드레가 만든 재단의 떠오르는 스타상 등 5개 부문 수상을 놓고 겨루게 된다.     블루 선 팰리스는 뉴욕 퀸즈에 사는 중국 이민자 커뮤니티를 다룬 영화로, 중국계 감독인 콘스탄스 탕이 메가폰을 잡고, 대만 배우 이강생 등이 출연했다. 주연을 맡은 이강생은 대만 유명 감독 차이밍량의 페르소나로, 지난 2020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데이즈(Days)’를 통해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6살 때 미국에 온 오 대표는 라크라센타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UC샌타바버러를 졸업했다. 비욘세 뮤직비디오 제작팀에서 활동하며 할리우드에 입문, 경력을 쌓은 그는 3년 전 독립해 프로듀서로 나섰다.     오 대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원은) 적지만 유능한 스태프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모두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이 이야기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다”며 “내 가족에게도 커다란 축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게시판 한인 제작 영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베를린영화제 경쟁

2024-04-18

‘화장실’로 돌아온 거장 “완전에 이르면 세상은 없다”

빔 벤더스는 관습으로부터의 자유, 상업주의 탈피를 외쳤던 60, 70년대 독일의 영화사조 ‘뉴저먼 시네마’를 주도했던 감독이다. 1984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파리, 텍사스’, 천사의 눈을 통해 바라본 베를린을 그린 1987년작 ‘베를린의 천사’(Wings of Desire)가 그의 대표작이다.     벤더스의 영화들은 대체로 전후 독일의 회의적 운명론과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 그리고 동시에 타문화를 침식하는 미국 문화에 대한 비판을 특징으로 한다. 80년대의 전성기 이후, 침체기를 가졌으나 2010년대에 들어서는 극영화보다는 ‘피나’(2012),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2014), ‘안셀름’(2023)과 같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주로 활동해왔다.     빔 벤더스의 6년 만의 장편 컴백작으로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줬으며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의 일본 출품작이었던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시의 ‘화장실 프로젝트’ 홍보영상 기획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둡고 더럽고 냄새나고 무서운 인식이 지배적인 공중화장실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쿄시는 2022년 초 벤더스 감독에게 단편 4편 중 1편을 의뢰한다.     “예술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과 함께 단편 제작을 의뢰받았을 때, 도쿄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나를 화장실의 비중이 높은 일본 문화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줘서 그 제안이 고마웠다.”     그와 일본, 특히 도쿄와의 인연은 70년대 초로 돌아간다. 그가 50년대 일본영화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에 매료되어 일본에 빠져들어 가던 시기였다.   “처음 도쿄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지하철을 타고 매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 거대한 공간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돌아다닌 그 몇 시간 동안 나는 도쿄와 사랑에 빠졌다. 옛것들과 현대적인 것들, 고층빌딩과 지하 2층, 3층 고속도로 등 혼란스러움 가운데 보이는 심플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가 둘러본 시부야의 공중 화장실들은 ‘위생의 사원’처럼 보였다. 도시의 복잡함, 그러면서도 평화로워 보이는 생활 공간, 그 안에 보이는 미로가 그를 유혹했다. 공중화장실을 소재로 한 빔 벤더스 버전의 도쿄 ‘퍼펙트 데이즈’의 제작 동기다.     “화장실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사람과 예술을 찾아내고 싶었다. 일본에서 화장실은 작은 성역이다. 평화와 존엄이 존재하는 곳이다. 단편은 나의 언어가 아니다. 화장실을 소재로 한 장편영화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일본의 ‘공동선’ 의식, 도시와 서로에 대한 상호 존중은 그에게 영화로서 접근하기에는 버겁고 너무나도 새로운 영역이었다. 각본을 함께 작업한 타카사키 타쿠마와 많은 토론을 하며 벤더스 감독은 마침내 ‘우리의 남자’ 히라야마의 캐릭터를 찾아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그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히라야마를 연기한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다. 야쿠쇼는 이 역으로 칸영화제를 비롯, 일본 아카데미상, 토론토영화제, 아시안영화제, 시애틀평론가협회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최우수남우연기상을 수상했다.     “야쿠쇼는 평소 존경하던 배우였다. 그는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지닌 히라야마의 삶을 연기할 수 있는 최고의 배우였다.”     ‘퍼펙트 데이즈’는 공중화장실 청소부가 직업인 한 남자의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행복의 디테일’을 찾아가는 내용을 다룬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늘 겸허하며 겉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는 도심 한구석의 외로운 영혼이었음을, 벤더스 감독 특유의 시적인 터치로 묘사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건, 가장 낮은 지점에서 깨달음을 얻은 히라야마의 내면이다. 그는 과거를 가진 남자이다. 그가 어떻게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게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지옥을 경험했을지도 모르는 히라야마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게 된다.”   떨어지는 나뭇잎이 태양 빛에 반사되는 실루엣을 히라야마가 촬영하는 장면이 있다. 벤더스 감독은 히라야마의 일상 안에 숨어있는 상징성을 ‘코모레비’라는 말로 설명한다.     “코모레비라는 햇빛에 의해 벽에 춤추는 나뭇잎의 그림자 이미지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서 히라야마는 단순함과 겸손함을 배운다. 그리고 청소부로 헌신적인 삶을 살아간다.”   히라야마는 자신이 가진 몇 안 되는 것들에 만족한다. 그는 구식 필름 카메라로 나무 곁에 앉아 코모레비의 순간을 포착하고 문고판 책만을 읽으며 어렸을 때부터 모아둔 카세트테이프로 록음악을 듣는다.   “공중 화장실 청소부는 ‘열등한’ 직업이 아니다. 오히려 영적인 행위이다. 평등과 겸손, 공동선의 몸짓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것이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태도라는 걸 알고 공동선의 개념을 이해하게 됐다.”   ‘퍼펙트 데이즈’는 벤더스 감독이 그의 스승 오즈 야스지로에게 헌정하는 영화다. 1982년, 오즈 감독의 마지막 영화 ‘꽁치의 맛’(1962) 이후 20년 만에 다큐멘터리 ‘Tokyo-Ga’를 제작했었다. 그리고 60년이 지나 다시 도쿄에 입성, ‘퍼펙트 데이즈’를 제작했다. 두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히라야마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즈 감독의 어떠한 점들이 그의 영화에 그토록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궁극적으로 그를 일본 문화에 심취하게 했을까.       “그의 영화에 스며든 모든 느낌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 그의 영화의 모든 것이 독특하다. 단 한 번 일어나는 사건들이지만, 그가 펼치는 이야기들에는 영원성이 담겨 있다.”     ‘퍼펙트 데이즈’는 ‘Always’라는 규칙적인 리듬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를 통해, 우리의 삶이란 독특한 이벤트, 독특한 만남, 독특한 순간이 사슬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을 뿐, ‘완전(Perfect)’에 이르면 그 이상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분히 동양적인, 그리고 극히 단순한 진리를 탐구하는 영화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화장실 완전 공중화장실 청소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2024-03-13

요리…음식에 사랑을 쓰다

프랑스의 2024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출품작. 근대 베트남의 어두운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1993)와 ‘시클로’(1995)를 연출했던 베트남 출신의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흥의 최근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사랑과 음식은 하나다. 음식에 대한 욕구, 배고픔은 따뜻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는 행위와 사랑을 하나로 ‘조리’하는 영화 ‘테이스트 오브 싱스’는 19세기 미식가 도댕(브누아 마지멜)과 그의 연인 유진(쥘리에트 비노슈)의 사랑 이야기다.     도댕이 주최하는 미식가 클럽의 만찬을 준비하는 주방 풍경을 스케치하는 38분 동안의 오프닝신. 음식을 만들고 맛보고 평가하는 이 초반부의 오랜 조리 시퀀스는, 음식을 만드는 행위도 예술일 수 있음을 입증(?) 해 보인다.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음식들을 바라보며 관객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오직 한 가지, 나도 저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면.   그러나 관객은 곧 영화가 후각 자극의 이면에 ‘관계’를 숨기고 있음을 감지한다. 화면을 오가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관찰하면서 이 영화가 음식들의 층 위에서 말하고자 함이 사랑이란 걸 알게 된다.     도댕과 유진은 20년을 함께 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이 어떻게 만났고 어떤 관계에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도댕이 유진에게 구혼을 하는 장면이 있고 유진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들만의 사랑의 밀어로 둘의 관계를 이어간다. 도댕은 가끔씩 기절하는 유진의 건강이 우려스럽다.     주방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휴식을 취하는 밤, 그녀를 찾아오는 그의 방문. 유진은 그와 함께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의 방문을 기다리는 지금의 설레는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한다. 도댕과 결혼을 하게 되면 이 모든 행복이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두렵다. 언제나 일관되게 유지되는 건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존중이다.   영화는 사랑에 관한 프랑스적 감성의 언어들로 가득하다. 그들의 시적 표현들은 언제나 사랑을 노래한다. 그리고 도댕과 유진은 그 사랑을 요리로 표현한다.     도댕이 오직 유진만을 위해 요리하는 후반부의 한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행위가 그 어떤 말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란 안 흥 감독은 은유와 상징을 영화 언어로 사용하는 감독이다. 정물의 정직함을 믿는 그는 종종 설명 없이 이미지로만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영화의 후반부. 유진은 가고 없다. 그녀가 없는 주방 공간에 도댕과 유진이 나누었던 달콤한 대화들이 메아리쳐 온다. 진정한 요리의 미학은 음식의 맛에 있지 않다. 영화는 질문한다. 당신이 음식을 함께 나누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음식 사랑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영화 언어 지난해 칸영화제

2024-02-09

여교사·학생 성관계, 20년 뒤 그들은…

1996년 자신이 가르치던 학교에서 13살 제자 빌리 푸알라우와 성관계를 맺고 아동 강간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30대 여교사 ‘메리 케이레트르노(Mary Kay Letourneau) 사건’이 모티브다.  ‘다크 워터스’(2019)를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작이었다.   실제 사건이 더욱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레트르노가 7년의 형량을 마치고 출소한 뒤 푸알라우와 다시 만나 결혼을 했기 때문이었다. 여교사와 남자 제자 사이에 일어났던 성범죄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던 사건, 그들의 관계와 사랑에 숨어 있는 미스터리에 헤인즈 감독은 심도 있는 심리극 형식과 상상력으로 접근해 들어간다.     영화는 20년 전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유부녀와 미성년자의 불륜을 영화화하기 위해 여주인공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먼)가 실제 사건의 주인공 커플 그레이시(줄리앤 무어)와 조(찰스 멜턴)를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이제 30대이고, 그녀는 50대이다. 그들은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녀는 꽃꽂이를 가르치며 케이크를 만들어 팔고 그는 엑스레이 기술자다. 그레이시의 위엄과 조의 온화함 때문인지 이 커플은 마치 상하 관계에 있는 듯 보인다.     엘리자베스와 이들 부부가 조우하면서 묘한 3각 구도가 형성된다. 그레이시와 조의 어둡고 뒤틀린 과거가 표면으로 올라온다. 세상은 지금도 가족을 버리고 미성년자와 불륜을 저지른 유부녀 그레이시를 갖가지 형태로 비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커플의 사생활보다 배우로서의 자신의 커리어에만 몰두한다. 조를 따로 만나 그를 유혹한다. 조는 압박감과 불안에 몸부림치며 그레이시에게 달려간다. 그는 그레이시로부터 헤어나오려 하지만 그녀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음을 깨달을 뿐이다.   영화는 외설적인 내용을 부각시키기보다 3자의 심리를 파고드는 데 주력한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 그리고 그녀를 연기하는 배우 사이에 감도는 긴장감, 깊어만 가는 미스터리, 흔들리는 조의 영혼.     영화적 공간은 상상력과 예술적 표현의 영역이다. 그 안에서의 윤리적 판단은 늘 모호하다.   김정 영화평론가여교사 성관계 학생 성관계 유부녀 그레이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2023-12-08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상영…내달 1일 LA한국문화원에서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내달 1일 문화원 아리홀에서 장철수 감독이 웹툰을 바탕으로 연출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포스터)’를 상영한다.     올해 개봉 10주년을 맞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는남파한 북한의 엘리트 간첩이 동네 바보가 되라는 특수지령을 받고 한국 달동네에서 체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  ‘김수현’, ‘박기웅’, ‘손현주’ 등이 출연해 만화와 같은 완벽한 싱크로율과 연기로 화제를 모으며 개봉 당시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장철수 감독은 이달말 채프먼대학교와 UC어바인 대학에서 영화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영화 클래스를 진행하기 위해 LA를 찾는다. 영화 상영 후에 장철수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장 감독은 2010년 개봉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대종상 신인감독상, 제라르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고,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본 상영회는 좌석이 한정되어 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주소: 5505 Wilshire Blvd. LA   ▶문의: (323)936-7141 이은영 기자la한국문화원 영화 영화 상영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우수상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2023-10-29

편견·배타심…뇌검사 필요한 사회

주인공의 아버지가 뇌검사를 받는 장면이 있다. 영화 제목 'RMN'은 루마니아어로 뇌검사(MRI)를 뜻한다.   2007년 차우세스쿠 독재정권 치하의 낙태 문제를 다루었던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 크리스티안 문지우(Cristian Mungiu)는 최신작 'RMN'에서 뇌검사가 필요한 존재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라고 말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직면한 최저임금제,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전통과 변화에 대한 갈등과 분열을 다룬다. 임금 조건이 좋은 독일에서 일하던 루마니아인 마티아스는 직장 동료들의 인종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동료 한 명을 때려 눕힌다. 크리스마스와 때를 같이해 고향 트란실바니아로 도주한 그는 루마니아의 고용시장에서도 횡행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또다시 맞닥뜨린다.   마티아스는 직장을 찾던 중 옛 애인 실라와 재회한다. 그녀는 그가 없는 동안 빵공장의 매니저로 승진했다. 공장은 EU의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스리랑카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외국인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하여 의견이 갈리고 그들의 더러운 손으로 만든 빵을 사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마티아스는 실라와, 루마니아사람들은 이웃국가 헝가리 사람들과, 고용주는 고용인들과 갈등한다. 카톨릭 신자인 스리랑카 사람들은 교회에서 내쫓기고 방화와 협박으로 온 마을이 시끌벅적거린다.     'RMN'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인 다른 인종 혹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배타심은 루마니아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라고 해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배타주의는 여전하고 우리는 모두 인종문제에서만큼은 관대하지 못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작동 방식은 우리의 사고 회로와 일치하지 않는다. 아니, 많은 부분, 우리의 이성적 사고와 반대로 작동될 때가 많다. 영화는 꽤 비관적이다. 그러나 손 놓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지우 감독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영화 'RMN'을 통해 제기하는 비관적 문제의식에는 어렴풋이 희망이 있는 듯 보인다. 김정 영화평론가뇌검사 배타심 루마니아인 마티아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최저임금제 외국인

2023-04-28

한인 2세 스토리 담당…칸영화제 폐막작 선정

한인 2세가 감독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오는 5월 27일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세계 최초 상영된다.     픽사 애니메이션이 칸 영화제에 선정된 건 ‘업’, ‘인사이드 아웃’, ‘소울’에 이어 4번째다.   한인 피터 손 (사진) 감독이 감독한 엘리멘탈은 불, 물, 땅, 공기 거주자들이 함께 사는 엘르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강하고 열정적인 여주인공 엠버와 재미있고 재빠르면서도 변덕스러운 웨이드가 우정을 쌓아가며 그들이 사는 세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픽사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피터 닥터는 “비범한 이야기꾼 피터 손이 감독한 엘리멘탈은 너무 재미있고, 마음을 가득 채우며 놀랍다. 관객들이 큰 스크린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으로 칸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인 2세인 손 감독은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이자 아티스트다.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를 거쳐 2000년 9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입사한 후 ‘니모를 찾아서’(2003), ‘인크레더블’(2004) 등에서 스토리보드 작업을 했고, 2015년 ‘굿다이노’로 첫 장편 애니메이션 연출을 맡았다.     또 ‘라따뚜이’(2007), ‘몬스터 대학교’(2013)에서는 성우로 활동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업’의 러셀, ‘몬스터 대학교’의 스퀴시는 손 감독을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한편 엘리멘탈은 오는 6월 16일부터 미국에서 개봉한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미국 칸영화제 칸영화제 폐막작 국제영화제 폐막작 한인 피터

2023-04-20

[영화몽상] 왕관의 무게를 견딘 ‘칸의 여왕’

요즘은 한국 영화가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탄들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기가 겸연쩍다. 국제 영화제만 아니라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이미 엄청난 활약을 봤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작품상·감독상을 포함해 트로피 네 개를 휩쓸었고, 윤여정은 미국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서구의 국제 영화제 중 이름난 칸영화제는 말할 것도 없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즉 최고상을 안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브로커’의 송강호가 나란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미래의 한국 관객들에겐 실감이 덜 할지 몰라도, 2007년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은 호들갑을 떨고도 남을 일이었다. 한데 한국 배우 사상 첫 칸영화제 트로피가 그에게 영광만 안겨주진 않았다. 수상 이후 신작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오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데다, 들어오는 작품도 다양하지 않았다고 한다. ‘칸의 여왕’인데 이런 작품을 할까 하는, 그가 최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쓴 표현을 빌리면 “무게감 있고 영화제에 갈 법한 작품”이나 “작품적으로 인정받는 작품”만 할 것이란 지레짐작이 작용했던 셈이다.   그가 연기 잘하는 배우,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인 배우란 건 진작부터 이견이 없었다. 동시에 그는 대중 스타, 멜로나 로맨스를 포함해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캐릭터로도 친근한 스타였다. 지난달 종영한 TV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그 장기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반찬가게 사장님이자, 조카를 딸처럼 키워온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고 연애하는 모습을 특유의 연기로 아주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맞아, 전도연이 이런 배우였지’하는 느낌을 준달까.   이어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길복순’의 전도연은 또 다르다. 중학생 딸을 둔 엄마이자, 기업형 살인 청부 조직의 에이스 킬러로 등장한다. 장르의 전형성을 판타지적 스타일로 변주하는 이 영화는 이 관록의 배우가 지닌 이미지 역시 살짝살짝 변주해 투영하는 듯 보인다. 극 중 킬러들이 일할 때 ‘슛 들어간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역시 총을 쏜다(shoot)는 뜻이 아니라 영화 촬영(shoot)에 킬러의 일을 비유하는 듯 들린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걸 밥 먹듯 해온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수상 트로피들을 집에 전시해 두지 않는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다. 영광의 순간은 흘러간다. 전도연이 이전에 보여준 연기의 스펙트럼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보여줄 게 많은 배우란 점에서 ‘칸의 여왕’으로만 그를 기억하는 건 공평하지 않을 듯싶다. 그게 한국 영화의 영광스러운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할 터다. 이후남 / 한국 문화선임기자영화몽상 왕관 무게 칸영화제 트로피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국제 영화제

2023-04-12

[그 영화 이 장면] 티탄

“신인류의 탄생을 목격하다.”(박찬욱 감독) “내가 지금 뭘 본 건가.”(강동원 배우) “이건 ‘처음보는 영화’다.”(이해영 감독) 작품에 대한 코멘트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2021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쥘리아 뒤크루노 감독의 ‘티탄’은 꽤 충격적이다.     특히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우리가 ‘몸’에 대해 지닌 관념과 감정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티탄’은 젠더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신체와 기계를 결합시킨다. 알렉시아(아가트 루셀)는 어릴 적 사고로 머리에 티타늄을 심는 수술을 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유독 금속에 끌리는 그는 모터쇼 쇼걸이 되고, 어느 날 자동차와 성관계를 맺는다. 일반적인 ‘카섹스’가 아니다. 그리고 임신을 한다.   이후 ‘티탄’은 기계-금속과 결합된 기괴한 육체를 지니게 된 알렉시아가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때 그는 뱅상(뱅상 랭동)을 만난다. 긴 세월 동안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헤매던 뱅상은 그를 자식으로 받아들이는데, 이후 알렉시아가 아기를 낳을 때 곁에 있는다. 이 대목은 꽤 충격적이다.     삭발을 한 산모 알렉시아, 그를 아들로 여기는 산파 뱅상. 양수 대신 검은 기름이 흘러나오고 금속성 빛이 드러나는 알렉시아의 육체에선 다소 기이한 비주얼의 아이가 태어난다. 우린 이 존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표현 말고는 불가능할 것 같다. “신인류의 탄생을 목격하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티탄 알렉시아가 출산하기 이후 알렉시아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2023-03-10

막판 대반전도 못 바꾼 음란한 자본주의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은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 (Ruben Ostlund) 감독의 전작 ‘포스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더 스퀘어’(2017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부조리한 남성’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3월 27일 거행되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지난해 5월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확실시되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제치고 이 영화가 수상작으로 선정, 발표되자 야유와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사회 풍자성이 강하고 대중성보다는 아트하우스 청중을 지향하는 외스틀룬드 감독의 작품 성향이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자못 기대된다.     러시아 무기상을 비롯, 상상을 초월하는 부호들이 호화 크루즈에 오른다.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모델 야야(찰비 딘)와 그의 모델 남친 칼도 홍보용(?)으로 초대된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선장 토마스(우디해럴슨)의 지휘 아래 요트 항해에 들어간다.     그러나 선장과 무기상이 술에 취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설전을 벌이면서 크루즈가 전복되고 그중 일부가 무인도에 남겨진다. 전복된 것은 크루즈뿐만이 아니다. 크루즈에서의 갑과 을의 서열도 뒤바뀌어 버린다. 화장실 청소부 애비게일(돌리 드 레온)이 재빠르게 생존자 그룹의 권력을 장악한다. 물고기를 잡고 불을 지필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자 애비게일은 구명정 안에 자신의 개인 침대를 마련하고 칼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성을 상납(?)받는다. 야야의 질투심이 유발되고 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영화는 계급평등론과 마르크스주의를 숨기면서 진수성찬을 즐기고 섹스를 탐닉하는 자본주의의 사치와 음란한 삶을 신랄하게 비난한다. 외스틀룬드 감독이 사용하는 풍자의 노골적인 방식은 종종 관객의 시각을 불편하게 한다. 정교하게 연출된 그의 세계관에서 자본주의의 부유한 향락은 음란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가 돈이 썩어 나는 ‘갑’들에게 던지는 조롱과 비난은 한동안 가난한 ‘을’들에게 보상심리를 제공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역대급 대전환은 절망에 가깝다. 무인도가 결국은 어느 부호의 휴양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부유할 뿐 무능한 백인들의 타락을 그대로 흉내 내던 애비게일은 어떤 길을 택하게 될까. 필리핀 배우 드 레온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유감이다. 그녀는 칸영화제 기간 내내 연기상 유력 후보로 언급됐었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자본주의 대반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황금종려상 수상작 작품상 감독상

2023-02-03

[그 영화 이 장면] 400번의 구타

‘400번의 구타’는 프랑수아 트뤼포가 27살 때 내놓은 그의 첫 장편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물결(누벨 바그)가 시작되었음을 알린 작품이다. 감독 자신의 자전적 요소를 토대로 한 이 영화는 긴 세월 동안 그의 페르소나가 될 배우 장 피에르 레오를 세상에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앙트완 드와넬은 이른바 ‘문제아’다.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고, 무단결석을 한 후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부모도 그다지 아들에게 관심 없고, 급기야 앙트완은 가출한 후 타자기를 훔치다가 경찰에 넘겨져 소년원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도 탈출한 앙트완은 어디론가 정처 없이 달린다. ‘400번의 구타’는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당하고 교화 시설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소년에 대한 고통스러운 성장 영화다.     흥미로운 건 유독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앙트완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며, 이것은 기성세대의 부조리함에 저항하는 앙트완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엔딩은 인상적이다. 달리던 앙트완은 바닷가에 도달한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그는 돌아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이때 화면은 멈추며 소년의 클로즈업으로 영화는 끝난다.     외롭고 방황하는 청춘을 담아낸,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엔딩 중 한 장면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구타 칸영화제 감독상 프랑스 영화 프랑수아 트뤼포

2023-01-27

국민배우는 과찬…묵묵히 연기하겠다

'밀양'(여우주연상 전도연)으로 시작, '박쥐'(심사위원상), '기생충'(황금종려상)에 이르기까지 칸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온 송강호(사진)에게 지난 5월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브로커'가 지난달 28일을 기해 미주 개봉에 들어갔다.   '브로커'는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을 연출한 일본 감독 코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작으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한 아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일들을 따듯한 감동으로 그려낸 로드무비이다. 송강호는 늘 빚에 시달리며 건달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세탁소 주인이며 신생아를 암거래하는 브로커 '상현'을 연기한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칸영화제에서 첫 번째 연기상을 수상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어느 배우도 수상을 생각하고 연기를 하는 배우는 없다. 한국 거장들의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하다 보니 영화제에 7번이나 초청됐고 코레에다 감독과 함께 작업한 이번 작품에 행운이 따랐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본다."   -송강호 특유의 한국적 토속성이 과연 외국 관객들에게 유효하게 전달될까 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다.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데.   "영화에는 정해진 규정이 없다. 영화제에 참가하면서 현지의 반응이 국내와 상당히 다르다는 걸 느껴왔다. 현실적인 부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국내 관객과는 달리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영화를 대한다. 칸의 관객들은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하며 자유로운 평가들로 반응한다. 나의 연기가 토속적이라는 생각은 국내에만 존재하는 거 같다."   -'송강호 장르'라는 말을 접했다. 한국영화에 과연 송강호 장르가 존재하는가.   "봉준호, 박찬욱 감독에게는 그런 표현을 붙이는 게 맞다. 그러나 배우에게는 무슨 장르가 있겠는가. 배우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칭찬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한 감독들과 다양한 작품을 하게 되는 배우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본다. 배우로서 묵묵하게 걸어온 길을 다시 묵묵하게 걸어갈 뿐, 어차피 모든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상현' 역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특별히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나.   "'베이비 박스'라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매개로 해서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한국의 미혼모 문제를 다루는 영화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 미혼모가 주소재인 건 맞지만 '브로커' 또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코레에다 감독은 혈연 외에도 다른 형태의 가족이 있다는 걸 그리고자 했을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이웃에 대한 마음이 혈연관계 이상의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상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브로커'를 굳이 가족영화로 한정하기보다는, 거대한 가족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영화, 인간의 순수한 마음으로 상처받은 자들을 위로하는 영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브로커'는 일본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K콘텐츠의 지형이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들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영화계에서 이런 시도들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나.   "반가운 문화현상이라고 본다. '브로커' 외에도 최근 OTT를 통해 일본 감독의 '커넥트'라는 드라마가 소개됐고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리라 예상한다. 반대로 일본 작품을 한국 감독들이 연출하는 일도 있다. 국적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는 일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저에게는 위대한 예술가와 협업을 했다는 일이 가장 큰 의미로 남을 것 같다."   -고레에다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지게 됐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코레에다 감독은 15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만났고 '브로커'의 출연 제의를 받은 건 6년 전의 일이다.  코레에다 감독의 매니아들이 한국에도 있던 터라 오래전부터 서로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동안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그래서인지 이질적인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친한파 감독이고 특별히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 '브로커'가 로드 무비이고 강동원 배우가 미식가이다 보니 그의 안내로 전국을 돌려 '맛집 탐방'을 다닌 일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 같다. 코레에다 감독은 낙곱새와 간장게장을 특별히 좋아한다."   -송강호 배우를 '국민배우'라고 부른다. 국민 배우 송강호가 말하는 좋은 배우란.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과찬이다.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배우가 진정한 좋은 배우다. 배우든 감독이든 예술가는 대중적인 성과 혹은 예술적 결과를 보고 움직이는 존재들이 아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새로움을 향해 나가는 열정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다."   -차기작을 소개해달라.   "'반칙왕', '밀정' 등을 함께 작업한 김지운 감독과 함께 5번째 작품 '거미집'을 끝냈다. 내년에 개봉될 예정인데 이전 작품들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대중적 재미를 지녔으면서도 상당히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김정 영화평론가일본 국민배우 송강호 배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한국 감독들

2023-01-06

[J네트워크] 칸영화제의 두 남자

“내 인생에는 이제 내리막길만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찬욱 감독의 말은 뜻밖이었다. 2004년 40대 초반의 그가 ‘올드보이’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직후였다. 당시 한국영화의 칸영화제 수상은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사상 두 번째. 더구나 심사위원 대상은 작품에 주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다음으로 큰 상이다.   현장에 있던 취재 기자의 느낌으로는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을 운운하면서 벅찬 감격을 마냥 쏟아내도 될 것만 같았는데, 박 감독은 달랐다. “내리막길”이란 표현에 대해 “지금 정점에 올라 최고로 기쁘다는 뜻”이라고 덧붙이는 말투조차 담담했다.   어쩌면 그는 수상의 영광이 멍에가 되는 일을 경계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올드보이’는 칸 경쟁부문 초청작 중에 예외적인 경우였다. 이 콧대 높은 영화제가 주요 작품에 월드 프리미어, 즉 세계 최초 상영을 고집하곤 하는 것과 달리 ‘올드보이’는 그 전년도에 한국에서 개봉해 호평과 함께 흥행 성공을 거뒀다. 한국 관객들에 비하면 칸은 이 영화를 뒤늦게 ‘발견’한 셈이었다.   자조적 예상과 달리 박찬욱의 영화 인생은 내리막길로 치닫지 않았다. 대신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감독상이라는 큰 기쁨을, 오랜 동료 송강호의 남우주연상과 한 무대에서 누렸다. 수상으로만 따지면 송강호야말로 칸의 발견이 한국 관객들에 비해 늦어도 한참 늦은 셈.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보듯,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보듯 그는 나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연기 잘하는 배우가 아니다. 동료 연기자들과 앙상블을 이루면서, 때로는 한 걸음 뒤에서 동료를 돋보이게 하면서 놀랄만큼 연기 잘하는 배우다. “꼭 상을 받기 위해 어떤 형태의 연기를 해야 하고 어떤 포지션을 갖춰야 한다는 건 의미 없는 얘기 같다. 배우들은 자유로워야 하고 끊임없이 그런 것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수상 직후 그가 칸에서 했다는 말이다.   두 사람의 이번 수상은 때로는 까칠하고 때로는 열광적인 시선으로 이들의 영화를 수십 년 지켜본 한국 관객들로서도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만한 결과다.     이제 한국 대중문화의 힘은 돌출적인 사건이 아니다. 송강호와 함께 ‘브로커’에 출연한 아이유가 레드카펫 주변에 몰려든 현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모습도 묘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칸의 주역들의 젊은 날이 그랬듯 과연 지금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한 씨 뿌리기가,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고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충분히 진행되고 있는지. 물론 그전에, 이번 달 차례로 개봉하는 송강호 주연의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러 극장에 갈 일이 즐겁게 기다려진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J네트워크 칸영화제 남자 칸영화제 수상 당시 한국영화 박찬욱 감독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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