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배타심…뇌검사 필요한 사회
RMN(뇌검사)
2007년 차우세스쿠 독재정권 치하의 낙태 문제를 다루었던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 크리스티안 문지우(Cristian Mungiu)는 최신작 'RMN'에서 뇌검사가 필요한 존재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라고 말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직면한 최저임금제,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전통과 변화에 대한 갈등과 분열을 다룬다. 임금 조건이 좋은 독일에서 일하던 루마니아인 마티아스는 직장 동료들의 인종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동료 한 명을 때려 눕힌다. 크리스마스와 때를 같이해 고향 트란실바니아로 도주한 그는 루마니아의 고용시장에서도 횡행되고 있는 인종차별과 또다시 맞닥뜨린다.
마티아스는 직장을 찾던 중 옛 애인 실라와 재회한다. 그녀는 그가 없는 동안 빵공장의 매니저로 승진했다. 공장은 EU의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스리랑카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외국인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하여 의견이 갈리고 그들의 더러운 손으로 만든 빵을 사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마티아스는 실라와, 루마니아사람들은 이웃국가 헝가리 사람들과, 고용주는 고용인들과 갈등한다. 카톨릭 신자인 스리랑카 사람들은 교회에서 내쫓기고 방화와 협박으로 온 마을이 시끌벅적거린다.
'RMN'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인 다른 인종 혹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배타심은 루마니아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라고 해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배타주의는 여전하고 우리는 모두 인종문제에서만큼은 관대하지 못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작동 방식은 우리의 사고 회로와 일치하지 않는다. 아니, 많은 부분, 우리의 이성적 사고와 반대로 작동될 때가 많다. 영화는 꽤 비관적이다. 그러나 손 놓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지우 감독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영화 'RMN'을 통해 제기하는 비관적 문제의식에는 어렴풋이 희망이 있는 듯 보인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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