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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도 꿈도 없는 미국, 그래도 여인은 꿋꿋하다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개봉 50년 명작 시리즈
<11> 앨리스는 이제 여기…
아들과 떠도는 중년 여인의 로맨스와 성장기
거장 스콜세지의 70년대 대표 페미니즘 영화

'앨리스는 이제 여기 살지 않는다'는 현대 미국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유일한 여성 주연 드라마 영화로 70년대의 대표적 페미니즘 영화로 손꼽힌다. '잭 니컬슨의 여자 버전' 엘렌 버스틴이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Warner Bros]

'앨리스는 이제 여기 살지 않는다'는 현대 미국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유일한 여성 주연 드라마 영화로 70년대의 대표적 페미니즘 영화로 손꼽힌다. '잭 니컬슨의 여자 버전' 엘렌 버스틴이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Warner Bros]

‘앨리스는 이제 여기 살지 않는다(Alice Doesn’t Live Here Anymore)’는 남성성의 상징적 영화들을 만들어온 현대 미국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보기 드문 여성 주연의 로맨스 드라마다. 남성에 의존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여주인공 앨리스가 여러 남자들을 거치면서 자아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다룬다.  
 
이 영화는 ‘내 문을 두드리는 자는 누구인가’(1969), ‘비열한 거리’(1973) 등의 독립영화로 비평가들의 관심을 모아오던 스콜세지의첫 번째 스튜디오 영화다. 이후 스타로 떠오른 조디 포스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로라 던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스콜세지 영화의 단골 배우 하비 카이텔과 다이앤 래드도 모습을 보인다.  
 
1974년 개봉된 대작들 ‘대부2’와 ‘차이나타운’에 밀려 아카데미상에서는 엘렌 버스틴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지만, 영국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스콜세지는 2년 후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불멸의 명작 ‘택시 드라이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다. 그는 네 작품 만에 거장의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의 나이 34세에 불과했던 시기의 일이다.  
 
35세의 평범한 가정주부인 앨리스(엘렌 버스틴). 12세 아들 토미를 옆에 태우고 뉴멕시코와 애리조나 사막을 달리고 있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림을 정리한 후 고향 몬터레이로 가는 중이다.  
 
트럭 운전을 하던 건달 남편은 아들이 앨리스의 이전 남자의 아이라며 토미를 학대했다. 앨리스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아들을 새 학교에 입학시키고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가수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이들의 여정은 두 모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앨리스는 집으로 가는 도중 돈을 벌기 위해 술집 밤무대 가수로 취직하고 술집 주인 벤(하비 카이텔)을 만나 사귀기 시작한다. 그러나 곧 벤이 유부남인 사실이 드러나고 이에 실망한 앨리스는 사이코 기질이 농후한 벤을 피해 목장 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연하남 데이비드(크리스 크리스토퍼슨)를 만난다. 그녀는 셔츠 단추도 제대로 끼지 못하는 데이비드의 신사다운 매너와 친절함에 호감을 느낀다. 앨리스에게 ‘완벽한 남자’로 다가온 데이비드와 함께 이제 그녀는 고통스러웠던 지난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가 있을까.  
 
사회의 모순이나 부정적 현실에 비판적 시각이 강했던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네마’의 성향이 강한 이 영화는 영웅도, 신화도, 꿈도 없는 미국 사회의 실상을 통해 남녀 관계 속에서 억압 받는 여성을 동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일부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영화의 통속적인 결말에 대해 스콜세지가 할리우드와 타협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된 한 여인의 홀로서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두 모자의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 ‘앨리스는 여기 살지 않는다’는 엘렌 버스틴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주었다. ‘레퀴엠’, ‘엑소시스트’ 등의 작품으로 당시 ‘여자 잭 니컬슨’으로 평가받던 버스틴은 최고조에 오른 감정 표현 연기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의 박수를 받았다. 그녀는 아들 토미 역의 아역 배우를 리드하며 엄마와 아들이 서로에게 짜증을 내는 즉흥적이고 웃픈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연기파 배우 다이앤 래드의 조연 연기에도 찬사가 이어졌다. 가시가 돋친 말로 앨리스를 골탕 먹이는 동료 웨이트리스 플로렌스를 연기한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래드의 딸 로라 던이 영화 속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여자아이 역으로 출연한다.
 
엘튼 존의 ‘다니엘’, 돌리 파튼의 ‘I Will Always Love You’ 등의 노래들이 앨리스의 지치고 고달픈 인생 여정을 묘사하는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1976년 이 영화를 원작으로 한 시트콤 TV 스핀오프가 기획되어 로버트 앨트만 감독의 연출로 9년 동안 CBS를 통해 방영됐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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