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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터치] 헤즈볼라

1983년 10월 23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던 미군 막사 시설에 폭발물을 실은 트럭이 돌진해 미군 241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이어진 테러로 프랑스군 58명도 사망했다. 이 폭탄 테러를 주도한 것이 헤즈볼라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있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축출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을 침공하자 시아파 무슬림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아랍어로 ‘신의 당’이라는 뜻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친 이스라엘 정권을 세웠지만, 헤즈볼라가 성장할 토양도 만들었다.   헤즈볼라는 정치조직으로도 성장했고, 레바논 남부를 실질 지배하면서 레바논 연립 여당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도자는 하산 나스랄라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 두 단체 모두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의 삐삐 폭탄 공격으로 지휘부가 대거 사망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지상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펴자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강경파가 득세하고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93년 이스라엘과 PLO는 평화 공존에 합의하는 오슬로 협정을 맺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이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그 불신으로 중동 분쟁은 판을 키우며 꼬여가고 있다. 김원배 / 한국 중앙일보 논설위원뉴스터치 헤즈볼라 이스라엘 정권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침공

2024-09-30

[중국읽기] 대만 향한 중국의 아나콘다 전략

빈 라덴을 제거한 미 해군특전단의 최정예 팀6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이미 1년 넘게 훈련해온 사실이 최근 영국 언론을 통해 알려져 관심을 끈다. 이 보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잠시 우리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은 중국의 대만 공격이 쉽지 않다고 본다.   대만 침공에 필요한 중국의 상륙함이 충분치 않은 등 중국의 군사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대만 정복이 서구가 생각하는 전면적 무력 충돌을 통해서만 이뤄질까? 그렇지 않다는 게 최근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분석이다. FDD는 중국이 대만을 향해 ‘아나콘다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뱀인 아나콘다는 먹이를 칭칭 감아 서서히 조여서 죽인다.   중국이 전면 침공과 같은 작전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대신 인터넷 공격과 허위 정보 유포 등 사이버 전쟁과 봉쇄 등 경제적 압박을 통해 대만을 굴복시키려 한다는 거다. 이는 지난 5월 미 기업연구원(AEI)이 발표한 ‘중국은 어떻게 전쟁 없이도 대만을 취할 것인가’의 보고서 내용과도 맥이 닿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의 4대 중점 부문을 공략한다.   첫 번째는 미-대만 간 전략 관계의 파괴다. 미-대만 간 경제, 군사, 외교적 협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만 정부 무력화다. 대만으로 향하는 선박에 대한 검문 등 봉쇄를 통해 대만 국민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대만 정부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킨다. 세 번째는 광범위한 심리전 전개다. 중국에 정치적 양보를 해 평화를 얻는 게 낫다는 선전을 통해 대만 민중의 저항 의지를 꺾는 것이다.   마지막은 대규모 선전 활동이다. 대만 지지가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미국 정부와 국민을 설득해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도록 한다는 작전이다. 이와 함께 필요할 경우 특정 목표를 향해 소규모 공격을 병행하면 전면전 없이도 대만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 해협을 무인 지옥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서방이 직접 충돌만 생각할 때 중국은 협박과 압박을 통한 승리를 꿈꾼다. 아나콘다 전략은 상대편 왕을 잡는 체스와 달리 점차 세(勢)를 넓히는 바둑을 닮은 모양새다. 중국의 사유에 보다 부합해 주목된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아나콘다 아나콘다 전략 대만 정부 대만 침공

2024-09-23

[프리즘] 세 개의 전선에 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에겐 꽃놀이패였다. 중동 사태가 벌어지자 두 개의 전쟁 혹은 중국과 대결까지 세 개의 전쟁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국내 정치력과 외교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에게 러시아의 국력을 소진할 기회였다. 직접 참전 없이 지원만으로도 러시아의 경제와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불어나는 군비 지원액을 줄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얻는 것이 더 많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상황은 복잡해졌다. 전선은 두 개로 늘었고 미국인 희생자와 인질이 발생하면서 제한적으로라도 병력을 투입해 구출 작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600억 달러에 더해 이스라엘 지원 140억 달러를 요청하면서 전비 부담은 현실이 됐다.     간접 지원만으로도 두 개의 전쟁은 지금의 미국에겐 벅차다.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2023회계연도에만 1조6950억 달러에 이른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은 전년보다 23%나 늘어 연 1조 달러선으로 급증하며 국방 예산을 추월하고 있다. 코로나19 때 푼 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다시 막대한 재정을 풀었고 은행의 도미노 파산을 막기 위해 또 돈을 풀었다. 결국 국채 발행을 급격히 늘려야 하지만 큰손인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고 있고 일본은 여력이 없다. 이런 공백을 연방 정부는 단기 국채로 메우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에는 다급한 사정이 드러난다. 옐런 장관은 지난 16일 “미국은 확실히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양쪽의 편에 설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전쟁 수행 자신감이 국방장관이 아니라 재무장관이 언급할 사안인가. 의아한 일이다. 그만큼 지금 미국이 직면한 두 개의 전선은 힘의 전쟁보다 돈의 전쟁이다. 그런데 연방 하원은 하원의장 선출을 놓고 정치적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오죽하면 옐런 장관이 “하원의장을 찾아 앉히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위치에 두는 것은 실제로 하원에 달려 있다”고 말했을까.     당장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은 미국의 포탄과 미사일 쟁탈전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포탄의 블랙홀이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과 북한도 비축분을 내놓은 형상인데 밑을 알 수 없는 독이 또 하나 생겼다. 이스라엘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포탄 비축분의 반을 내놓았다고 하니 세상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나 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사에서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세계와 관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미국은 20년간 2조 달러를 쏟아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이 테러 전쟁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다. 몸을 가볍게 하고 동맹과 손잡고 중국 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변수에 부딪쳤다. 미국은 주전선 중국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도 동시에 승리할 수 있을까.   이번에 확실히 드러난 것이 있다. 중동 외교 실패다. 2018년부터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은 복잡하고 골치 아픈 중동에서 반 발짝 발을 빼는 듯했다. 대가는 따랐다. 개스값 급등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을 요구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번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일정이 잡혀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요르단 국왕,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을 갖지 못했다. 미국 외교의 중동 굴욕이다. 당장의 이익과 거리가 생겼다고 외교에서 거리를 두면서 벌어진 일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미국 전선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양쪽

2023-10-23

[아메리카 편지] 영웅 만들기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캐나다 방문 기념으로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와 함께 의회에 참석했다. 그때 98세 우크라이나 출신의 퇴역 군인이 소개되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와 맞서 싸웠다는 영웅이라는 이유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과거에 나치 친위대 ‘갈리시아’의 제1 우크라이나 사단 소속 대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캐나다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트뤼도 총리는 공식 사과했고, 하원 의장 안토니 로타는 사임했다. 러시아는 캐나다를 맹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갈리시아 사단에 자원한 이들은 고국을 소련의 끔찍한 지배에서 독립시키기 위해 활동한 전쟁 영웅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복잡한 지정학적인 세력에 얽매인 피해자라는 사실은 한국인으로서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원전 6세기 말 아테네의 아고라에 세워진 조각상 ‘폭군 살해자들(Tyrannicides)’이 떠올랐다.   이는 그리스 역사상 처음으로 신화 속 인물이 아닌 실재 인물을 기념하는 동상이었다. 젊은 청년 하르모디우스와 그의 연상 연인인 아리스토게이톤이 검을 내리치는 순간을 포착한 모습이다. 이들은 아테네의 폭군을 암살한 주인공으로, 민주주의를 일으킨 영웅으로 추대받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기원전 5세기의 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이들 두 명의 영웅담을 개인적인 명분의 암살이라고 지적한다. 하르모디우스가 폭군의 아우 히파르코스에게 성희롱당한 것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사건이며, 폭군 히피아스가 아닌 그 아우를 암살했다고 상기시킨다. 새로운 민주정치 체제를 도입한 아테네는 시민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영웅이 필요했고, 이 두 인물이 퍼펙트한 모델로서 부상했던 것이다. 인류사에서 영웅이 만들어지고 취소되는 수많은 사례의 원천이라 볼 수 있겠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영웅 우크라이나 사단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출신

2023-10-13

[시조가 있는 아침]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 이이 (1537-1584)

제2곡 화암(花巖)   이곡(貳曲)은 어디메오 화암에 춘만(春晩)커다   벽파(碧波)에 꽃을 띄워 야외로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勝地)를 모르니 알게한들 어떠리   - 율곡전서(栗谷全書)   천재도 극복하지 못한 난세(亂世)   이이(李珥)가 43세 때 해주 석담(石潭)에 은거하며 지은 10수의 연시조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다. 서시에 이어 관암(冠巖)의 아침을 즐기는 제1곡, 그리고 꽃바위의 늦봄 경치를 읊은 것이 제2곡이다.     푸른 물결에 꽃을 띄워 멀리 들판으로 보내 이 아름다운 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알게 하면 어떻겠는가고 노래하고 있다. 이 시조는 주희(朱熹)의 무이도가(武夷櫂歌)를 본떠서 지었다고 하나 율곡의 미의식은 주희와 달랐다. 율곡은 “시는 담백하고 꾸밈이 없어야 한다”는 시론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주희의 시가 수채화라면 율곡의 시는 묵화라고 하겠다.   이이는 13세에서 29세까지 생원시와 식년문과에 이르기까지 아홉 번 치른 과거에서 모두 장원을 차지해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불렸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병석에 눕자 매일 외할아버지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홀로 들어가 기도했으며 열한 살 때 아버지가 와병하자 칼로 자신의 팔을 찔러 흐르는 피를 아버지의 입에 넣어드리며 울었다 한다.     통일 일본의 조선 침공 대비를 주장했으며 붕당을 초월해 인재를 등용할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과로로 병을 얻어 48세로 사망하였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고산구곡가 제2곡 화암 연시조 가운데 조선 침공

2023-10-05

메트로밴쿠버 휘발유값 9개월 만에 170센트 대로 급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르게 오르던 주유비 가격이 지난 며칠간 큰 폭으로 떨어지며 9개월 만에 다시 리터당 170센트 대로 내려왔다.   캐나다 주요 도시의 주유비를 사전에 미리 알려주는 Gas Wizard는 19일 밴쿠버의 일반 휘발유의 리터당 가격이 172.9센트라고 알렸다. 이는 전날보다 3센트가 내린 가격이다.   실시간으로 각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을 보여주는 Gas Buddy의 18일 가격표에서 메트로밴쿠버의 대부분의 주유소의 일반 휘발유 주유비는 리터 당 175.9센트를 보였다. 이는 전날에 비해 리터 당 10센트나 하락한 수치다.   이렇게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Gas Wizard는 각 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리는 등 경기 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과 실제 경기 위축으로 휘발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소비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러시아가 수세에 몰리고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양측이 휴전을 모색하고 있는 사실도 그동안 원유 가격 상승 요인이었던 미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다는 영향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든 상황을 감안해 고동행진을 하던 주유비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한다고 전망이다. 따라서 휘발유값이 급락했다고 서둘러 주유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이 완전 종식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언제 다시 주유비가 급등할 지도 불확실성은 남아 있기 때문에 마냥 더 내려가기를 기다릴 수도 없기도 하다.   Gas Wizard의 19일 예상 주유비에서 밴쿠버 이외의 주요 도시 중 토론토는 155.9센트, 몬트리올은 170.9센트, 캘거리는 138.9센트, 에드몬튼은 135.9센트 등을 기록했다. BC주의 주요 도시들은 다 170센트 대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BC주나 메트로밴쿠버가 다른 캐나다의 도시보다 항상 높은 주유비 가격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요구된다.   표영태 기자메트로밴쿠버 휘발유값 메트로밴쿠버 휘발유값 우크라이나 침공 예상 주유비

2022-11-18

[중국읽기] 중국의 푸틴 조롱…검려기궁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찬사가 넘쳤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담은 푸틴의 연설에 중국은 ‘눈물이 난다’며 공감을 표했다. 그런 중국의 태도가 최근 싹 바뀌었다. 러시아와 푸틴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러시아는 반드시 진다! 푸틴은 반드시 패배한다!” “특별군사작전이 국가수호 전쟁으로 변한 건 2차 대전 이래 최대 웃음거리” 등과 같은 말이 나온다.   그런 비아냥 중 중국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愼坤)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을 ‘검려기궁(黔驢技窮)’에 비유한 게 눈에 띈다. 검려기궁은 당(唐)대의 문장가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우화(寓話) ‘검지려(黔之驢)’에 나온다. 검(黔)은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의 별칭이고 려(驢)는 나귀라는 뜻이니 ‘구이저우의 나귀’로 해석할 수 있다. 우화에 따르면 옛날 구이저우엔 나귀가 없었다. 한데 한 사람이 나귀를 구이저우로 들여와 산아래에 풀어 놓았다. 이를 본 호랑이가 놀랐다. 처음 보는 데다 몸집도 크고 울음소리도 컸다.   한데 며칠을 살피니 뒷발질만 할 뿐 다른 재주가 없었다. 그 기량을 다 파악한 호랑이는 졸지에 나귀를 덮쳐 잡아먹고 말았다. 여기서 ‘구이저우에 사는 나귀의 재주’란 뜻의 ‘검려지기(黔驢之技)’란 성어가 나왔다. 쥐꼬리만 한 재주란 의미다. 그리고 그 보잘것없는 재주가 바닥이 난 걸 ‘검려기궁’이라 한다. 호기롭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이 대단한 영웅인 줄 알았는데 별것 아니며, 그 재주가 바닥이나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는 조롱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속이 터질 노릇이다. 우리가 주목할 건 중국의 민심 변화다. 중국의 여론이 순식간에 바뀐 건 지난달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이후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에 관한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의 민심이 홱 돌아섰다. 둘의 관계에 틈이 생겼다고 보고 푸틴 조롱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이처럼 시진핑 주석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입장이 바뀐다.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선 시주석의 마음부터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중 간 사드(THAAD) 갈등도 시 주석 입장이 누그러져야 풀리지 그 아래 어떤 고위층이 나선다 해도 답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1인 체제의 시 주석 집권 기간 한·중 관계의 모든 문제가 이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니 우리로선 시 주석의 일거수일투족 연구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겠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중국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침공 옛날 구이저우

2022-10-03

[J네트워크] 질문과 우려

“귀하의 질문과 우려를 이해한다.”   지난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바프로스이(질문)’와 ‘오자보첸나스띠(우려)’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첫 만남에서다. 크렘린 궁이 발언을 공개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며 질문과 우려를 자세히 설명하겠다고도 했다.   미국은 중국의 ‘우려’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봤다. 1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 세계의 우려를 반영했다”며 “인류 전체의 이익에 대한 침략”이라고 했다. 또 ‘우려’가 침략을 끝내도록 압박한다며 시진핑·푸틴의 균열을 파고들었다.   과연 그럴까. 지난 9일 중국 현 권력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대 위원장이 모스크바에서 “러시아는 응당 취해야 할 조처를 했고 중국은 이해했다”고 말했다. 침공에 우려는 없었다. 중국은 이른바 민주집중제를 따른다. 1인자와 3인자의 생각이 다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 주석의 ‘질문과 우려’는 푸틴의 최근 고전을 겨냥한 말 아니었을까.   설명은 만족스럽지 않아 보였다. 2월 베이징에서 “한계 없는 협력”을 다짐하던 미소가 사라졌다. 푸틴의 표정에는 절박함까지 묻어났다.   중국 내부 정치에 밝은 우궈광(吳國光)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는 일찌감치 국가의 이익과 리더의 이익이 다를 수 있음을 간파했다. 저명 저널 차이나리더십모니터(CLM) 여름호에서다. 개인적 야심에 바탕을 둔 중·러 밀착을 지적했다.   러시아의 전쟁과 중국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실린 사이트 ‘중미인상(中美印象)’을 류야웨이(劉亞偉) 미국 카터센터 중국프로젝트 주임이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류야웨이의 형은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의 사위인 류야저우(劉亞洲) 상장(대장)이다.   최근 차이샤(蔡霞) 전 중앙당교 교수도 류야저우 상장을 언급했다.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 기고문에서다. 류 상장이 2017년경 정부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 편지를 최고 지도부에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마오쩌둥 이래 당의 자정 메커니즘을 따랐다면서다. 우 교수는 류 상장이 지난해 말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현재 중국 지도부의 언로가 막혔다는 징후다.   1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질문과 우려’를 사설로 다뤘다. 푸틴이 더 광범한 패배에 직면한다면, 지금까지 그의 계속된 오산을 볼 때 뒤따를 결정 역시 현명하지 않을 것을 경고했다. 러시아만이 아니다. 푸틴 옆 시 주석의 굳은 표정을 보며 중국을 향한 ‘질문과 우려’도 떠올랐다. 신경진 / 베이징총국장J네트워크 우크라이나 침공 블라디미르 러시아 우크라이나 위기

2022-09-28

[열린 광장]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

영국의 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오랜 연구를 통해 ‘문명의 성장과 쇠퇴는 반복한다’는 역사의 흐름을 깨닫는다. 그러기에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국토를 가진 러시아는 세계 45위 국토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1억5000만 인구의 러시아가 1/3 수준도 안 되는 4400만 우크라이나를, 그리고 세계 2위의 군사력을 소유한 러시아가 세계 25위 국방력을 가진 우크라이나를 선제공격한 것이다. 정당성이 없는 전쟁이다.     더욱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공연히 ‘형제 나라’라고 불렀는데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와 옛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는 독재자 푸틴의 야심에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만 깬 것이 아니라 러시아 자국의 평화마저도 사라지게 한 야욕의 산물이다.     1950년 세계 공산화를 꿈꾸었던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소련제 무기를 북한의 김일성에게 제공해 전쟁을 일으키게 했다. 소총과 수류탄이 무기의 전부였던 대한민국은 국토가 찢기고 가족이 이별하는 비극을 겪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1950년 한국 전쟁의 반복일 수도 있다. 북한이 일으킨 전쟁으로 93만 명의 북한군과 100만 명의 중공군이 피해를 당했으며 62만 명의 국군과 16만 명의 유엔군이 대한민국을 지키려다 피해를 봤다. 당시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도 전쟁의 피해를 겪었고 한반도는 허리가 잘린 채 70년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전쟁 후, 국민들의 노력과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원조로 대한민국은 폐허를 딛고 일어섰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원조 받은 나라’에서 ‘원조 하는 나라’가 됐고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되는 위업을 이루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은 과거 유엔과 자유 국가들의 원조를 망각한 것이 된다.     우크라이나는 여러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의 절실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자유 진영에서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도 원조의 행렬에 동참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도와야 할 때를 잘 알고 있다. 도와야 할 때 돕지 못해 기회를 놓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지종근 / 전 남가주평남도민회장열린 광장 우크라이나 지원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자국 대한민국 정부

2022-05-26

[기고] ‘G3 체제’ 서막 알린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의 ‘붉은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상대로 저지른 비인도적 만행이 국제사회의 규탄 대상이 됐다.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호전성과 비문명적 태도에 경악하고 있다. 훗날 역사는 이번 전쟁을 푸틴 대통령의 치명적인 정치적 오판으로 기록할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014년 러시아의 크림 강제 병합과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 내전으로 우크라이나의 국가 기능이 약해졌다. 크림 병합 이후 친서방 정권이 두 차례 집권했지만, 우크라이나는 국가의 미래를 러시아와 서방에 의존했다.     우크라이나는 매년 20억 달러 정도의 천연가스 통관료를 러시아로부터 받아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각종 군사기지를 건설해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자국에 대한 방위 공약으로 여긴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실용 외교처럼 보이지만 강대국에 기생하고 의존한 정책이었다.   2013년 유로 마이단 시위를 계기로 권력을 잡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동서로 양분된 국론을 사실상 방치했다. 러시아가 침공하고 나서야 집권 세력이 위기의식을 발휘하고 국론을 결집하자 우크라이나 국민이 목숨을 걸고 항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처절하게 서방의 직접 개입을 요청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한동안 침묵했다. 우크라이나가 동맹국이 아니기 때문에 참전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유럽 지역에 미군을 배치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는 차선 같은 최선을 선택했다. 미군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관여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대가는 참혹하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상자가 쏟아지고 우크라이나엔 5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은 무엇을 원하는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나토의 흔적을 지우고 러시아식 정체성을 이식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열망을 구현하려 할 것이다. 러시아는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새로운 안보 지형을 구축하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서방이 나토의 확장 금지를 구두로 확약한 사실에 기초해 나토의 진출선을 조정하려고 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양분됐던 국제 질서의 현상 변경을 의미한다. 미·중·러 ‘주요 3개국(G3) 체제’의 서막을 전망하는 이유다. 향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교훈 삼아 주변국의 위협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구한말 조선의 역사를 소환한다. 강대국에 포위돼 주권을 침탈당했던 치욕 같은 역사의 반복은 절대 안 될 일이다.     평화 제일주의는 실존하는 위협을 관리할 수 없다. 평화의 전제는 자신을 지키는 힘과 의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안보 위협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결국 자강이 중요하다. 북한은 지난 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해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국론 통합에 집중할 때다. 두진호 /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기고 우크라이나 체제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정부 우크라이나 국민

2022-04-18

[시론] 우크라이나 지원의 ‘딜레마’

지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간인들의 생활 기반이 파괴됐다. 군사 시설이 아닌 대학, 기차역, 공항 등 시설들을 러시아군이 공격해 왔다”며 “지금까지 우리(우크라이나) 측의 집계로는 교육기관만 900곳 이상 파괴됐고 수많은 병원도 파괴됐다”고 참상을 고발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옥죄고, 우크라이나를 분리시키고자 한다”며 “우크라이나 민족, 문화, 언어 등을 없애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군에 장기간 포위된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마리우폴 시민들 최소한 몇 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1950년대에 전쟁을 한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결국은 이겨냈다. 당시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 배, 러시아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며 “우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독립을 유지할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군사적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초 군사·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 세계에 발송했다. 당시 소총과 대전차 미사일 등 살상 무기가 지원 요청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국방부는 살상 무기를 제외하고 군수 및 의료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지난달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최적의 협력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국이 6.25전쟁으로 국가운명이 풍전등화였을 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기에 우크라니아의 요청을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분단국가로 언제 어떻게 예기치 않은 북한도발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핵실험까지 운운하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원 요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간 평화협상도 몇 차례 있었지만 진정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집단학살 등 전쟁 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전해오는 소식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규모 결전이 임박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급박한 상황에 한국도 국제 사회와의 공조가 불가피하다. 분단국가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분쟁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우방국가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올 또 다른 분쟁에 휩싸이지 않도록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이 필요한 때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우크라이나 딜레마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민족

2022-04-12

[기고] 우크라이나의 ‘하이브리드 전쟁’

 전쟁은 구 질서를 밀어내고 미지의 세계를 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 주도한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1991년 소련연방 몰락 후 30년간의 범세계적인 평화가 끝나고 전쟁터와 온라인에서 동시에 싸우는 ‘하이브리드(hybrid)’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남북전쟁이 사진전, 2차 세계대전이 라디오전, 베트남전이 TV전이라면 우크라이나전은 소셜네트워크 전쟁이다.     보통 사이버전은 비밀스럽고 교활하다. 이해 관계 때문에 범법자와 피해자 쌍방이 침묵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유리한 공론과 적국에 불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 서방 국가는 첩보 공개로 푸틴을 압박한다.   빅테크 회사 플랫폼이 정보전의 전장이고 테크 회사들이 축적한 데이터와 서비스가 우크라이나 전략 수립의 생명줄이 됐다. 텔레그램,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으로 난민 기금을 모으고 시민들의 탈출을 도우며 러시아군 동향을 추적한다.     전쟁 전 값싼 고급 인력이 풍부한 우크라이나에는 25만 명 이상이 빅테크 회사의 외주 직원으로 근무했다. 컴퓨터 코드와 소프트웨어 제작에 능한 사람이 많아 공영 앱들이 전시 앱으로 재빠르게 재탄생됐고 러시아의 무차별 가짜 뉴스가 상당히 무력화됐다.   우크라이나는 곡창지대임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에 소련이 조작한 식량난 때문에 400만 명이 아사했다. 외부에서는 비극을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자원자들이 전쟁 상황을 디지털 문서화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사일이 터진 현장, 폭파된 버스, 피투성이 주검을 배경으로 매일 일기 쓰듯이 동영상을 올린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디지털 혁신부 장관은 트위터와 텔레그램으로 세계 기업들에게 4000건 이상 도움을 청했다. 덕분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게 수 천개의 스타링크 인공위성 인터넷 접시를 지원 받아 인터넷을 살리고 또 드론과 연결해 러시아 탱크를 부순다. 인공위성 기업들에게 지상 사진 공유를 요청해서 선명한 사진으로 러시아군 배치를 알고 전략을 짠다.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폴란드에 도착하면 전화회사 자원봉사자들이 심카드(sim card)를 주고 충전을 돕는다. 이들은 앱으로 숙소를 찾고 고국의 남은 가족과 연락한다.     터지는 굉음 속 지하철역에서 5명의 음악가가 연례행사인 ‘하르키우 국제 고전음악회’를 연 것이 소셜 네트워크로 감명을 주었다. 서방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러시아군 사진과 동영상의 진위 확인 후에 그 위치를 우크라이나 군에게 보고한다.   러시아 침공 2주 후 외국 저널리스트들이 모두 피신하고 AP통신 소속 두 명만 우크라이나에 남았던 때의 이야기다. 이들은 마리우풀 병원에서 보도하면서 의료진인 양 러시아 군의 표적 체포를 피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시민들이 이들을 찾았다. 함께 미사일 폭격 사이의 시간을 계산하면서 영원 같은 10분을 뛰었다. 목숨 건 구조 이유가 궁금했다. “포로가 되면 러시아는 카메라를 당신 얼굴에 대고 ‘기록한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말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들이 마리우풀에서 했던 모든 수고가 헛된 것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짜와 가짜 뉴스의 불꽃 튀는 진실 공방을 넘어 소셜네트워크의 순기능이 드러난 새 패러다임의 전투가 됐다.   정 레지나 / LA독자기고 우크라이나 하이브리드 우크라이나전은 소셜네트워크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전략

2022-04-06

하루 100만 배럴 전략비축유 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급등한 유가를 잡기 위해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또 국가적 비상시국에도 유전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석유업체에는 과태료를 물리고, 필수 광물 증산을 위해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진 국방물자조달법(DPA)을 발동할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푸틴이 자행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가가 급등했다”면서 “공급량 부족에 따른 것으로 더 많은 원유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해 총 1억8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   백악관 측은 이에 대해 “전례 없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하고, “국내 석유 생산이 본격화되는 올 연말까지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전역에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시추시설이 9000개 이상 있다고 언급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석유업체들을 비난했다.     이들 업체들이 원유값 급등에 따른 이익을 얻고자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시추용 공공부지를 임대했지만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물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단, 이는 연방의회 법안 통과가 필요한 사안으로 민주·공화 동석인 연방상원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같은 원유 가격 급등에 대응한 단기적인 처방 외에도 청정에너지 전환과 같은 장기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에너지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의 일환으로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이용되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의 광물 생산을 위해 DPA를 발동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당국 발표에 대해 “푸틴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서 “약간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비축유 대량 방출 결정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3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7.54달러) 내린 10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6일 이후 보름동안 가장 낮은 가격이지만, 올해 1분기 동안 WTI는 33% 급등했다.   장은주 기자 chang.eunju@koreadailyny.com전략비축유 석유업체 원유값 급등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전쟁

2022-03-31

조지아 농민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향

조지아주 농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30일 러시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제제재로 조지아주 농부들이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농업은 여전히 조지아주 주에서 가장 큰 단일 산업이다. 조지아 대학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식품 및 섬유 산업은 2020년에 694억 달러의 주 생산량을 기록했다.   AJC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대러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주요 상품들이 세계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았고 이 때문에 해당 물품들의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연료와 비료를 수출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베로니카 니 미국농민연맹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 질소 수출의 16.5%, 칼륨 16.5%, 인산염 12.7%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농업에 필수적인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주요 생산지이다.   조지아 남동부 스크레븐 카운티의 농부 조 보드디포드씨에 따르면 15개월 전 1톤에 393달러였던 비료 하나가 현재 1430달러에 팔려 5배가까이나 상승했다. 아울러 농기구에 쓰이는 디젤 연료는 1갤런당 1.50 달러가 올랐는데, 보드디포드씨는 매년 7500갤런의 디젤 연료를 구입한다. 이 때문에 보드디포드씨는 올해 2300에이커의 옥수수, 면화, 땅콩을 심었지만 수확된 작물을 판매하고 있지만 수익이 남을지 확실치 않다.   조지아 대학의 농업 경제학자 아만다 스미스교수와 양쉬안 류 교수는 이로 인해 농부들의 옥수수 재배 비용이 에이커당 356달러에서 460달러로, 면화는 465달러에서 623달러로, 땅콩은 615달러에서 663달러로, 밀은 217달러에서 346달러로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박재우 기자우크라이나 조지아 우크라이나 침공 조지아 농민들 조지아주 농부들

2022-03-30

[시론]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2월 초부터 꾸준히 보도됐었다. 하지만 그저 위협에 그치고, 전쟁으로까지 확대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 바람을 비웃듯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실화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참상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의 지식은 러시아 근처에 위치하고 소비에트 연방에 속한 국가였다는 것 정도였다. 전쟁이 터졌다는 뉴스를 보면서 대체 우크라이나는 어떤 나라이고 러시아와 어떤 관계에 있었나 하는 호기심에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대략 알아본 정보는 다음과 같다. 영토의 크기는 미국의 텍사스주보다 약간 작아, 러시아 국토의 28분의 1 정도라는 것이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나와 독립국가가 됐다. 현재 인구는 4400만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용감하게 대항해 결사 항쟁을 이끌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배우 출신 정치가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세)가 대통령이다.       한편 인구 1억4000만이 넘는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70세)은 2012년에 대통령이 되어 지금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에 수상, 대통령 대행과 같은 직함으로 실권을 쥐고 있어서, 실제로는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떠오른 의문은 “왜”였다. 옛날 학창시절에 배운 이론이 떠올랐다. 국가의 통치자가, 백성들이 불만에 차 있어 반란의 위험이 있다는 느낌이나 정보가 있으면 외침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정치 현실과 국민의 여론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 이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동기를 설명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현재 지배적인 견해는 2차 세계 대전 후 옛 소련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 캐나다가 함께 결성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우크라이나가 가입할 가능성을 예방 내지 차단하기 위해 선제 공격을 했다는 해석이다.       영토의 크기, 인구, 국력에서 상대가 될 수 없는 두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보고 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국가의 입장에서도, 자체의 능력과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주어진 조건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치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한국이 수천년 동안  중국의 정치적, 문화적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 영국과 같은 섬나라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장점이 되어 외침을 받았던 예가 없었다. 이는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예이다.     유감스럽게도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인 면에서 결코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다. 러시아라는 거대한 땅 덩어리와 붙어 있어서, 누가 러시아의 통치자가 되느냐에 따라 항상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운명이다.                   러시아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문호 도스토옙스키와 위대한 작곡가인 차이콥스키를 비롯해 수많은 천재들을 배출한 예술의 나라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보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명언을 모방해서 “총칼은 잠시이고 문화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만들어 보았다. 러시아가 끔직한 살상과 파괴를 조속히 중단해 종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시론 우크라이나 평화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국민들 러시아 침공

2022-03-29

[이 아침에] 전쟁과 노래

‘한강’이란 노래를 들으면 6.25 당시의 한강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1.4후퇴 때 방송국 소속 공무원이던 최병호는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기 전 정부가 마련한 마지막 열차를 타고 피란지 부산으로 향했다. 당시 결빙된 마포강을 건너는 피란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는 1952년 피란지 방송국에 근무하던 중 서울을 그리워하며 ‘한강’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한 많은 강가에 늘어진 버들가지는/ 어젯밤 이슬비에 목메어 우는구나/ 떠나간 그 옛님은 언제나 오나….’ 이 노래는 가수 심연옥이 불러서 크게 유명해졌다. 심연옥은 미국으로 이민 와서 작년 10월 뉴욕에서 93세로 작고했는데 새소리 같이 맑고 물소리 같이 투명한 목소리는 한강물 같이 사람들 마음 속에 길이 아름답게 흘러갈 것이다.     6.25 당시 한반도는 전쟁터가 되어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서의 치열한 격전 끝에 전선의 방향이 바뀌었다. 11월 중공군이 개입했지만 미 제1해병사단의 분전으로 장진호 전투가 마무리 됐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사투했던 전사의 피는 한반도 산하에 스며들었다. 이역에 가서 잠든 유엔군과 국군의 산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학도병들의 순국 또한 아픈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사 항전의 의지가 대단함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는 휴대폰에  “어머니에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쓰러지고 있어요. 그들은 자신을 내던져 우리가 지나가는 걸 막고 있어요… 엄마, 정말 힘들어요”라는 내용을 남겼다.     우크라이나의 체르니히우에서는 전투기 추락으로 부상을 입은 러시아 조종사들이 “푸틴 명령에 따랐을 뿐,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폭파 지도를 소지한 또 다른 조종사도 “비행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에서는 최소 117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한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민간인 희생자는 더 많아질 것이고 명령을 실행하다 죽어간 병사들의 묘비 또한 줄을 이을 것이다.     차라리 군복을 벗어던지고 히피족처럼 팔을 들어올리며 노래하는 광기라도 한 번 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60년대 스콧 맥켄지가 불렀던 ‘샌프란시스코’를 들으면 반전운동을 근간으로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며 인간성 회복을 부르짖던 젊은 혈기를 느끼곤 한다.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전쟁의 와중에도 사람들이 노래에 감정을 의탁하는 것은 비장미(悲壯美)에 그 근원을 두었을까?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전쟁터의 참혹한 실상과는 딴판으로 음악적 리듬에 매몰되어감은 현실적 비극에 따른 절망을 넘어서기 위한 예술적 방편이라고 해야 할까. 권정순 / 전직 교사이 아침에 전쟁 노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조종사들 러시아 병사

2022-03-17

[시론]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주목하는 까닭

“우리 여기 있다.” “죽는 것이 두렵지만 대통령으로 그럴 권리는 없다.” “우리는 산, 들, 바닷가, 길거리에서도 싸울 것이다.” 항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외친 자국민의 전의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절절한 말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72년 전 6.25 남침과 흡사하다. 소련의 지원으로 적화통일을 하려던 북한, 소련연방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의 푸틴, 러시아와 동맹인 중국, 그리고 침략자의 퇴치를 적극 지원한 해리 트루먼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줄곧 침공을 준비했다. 경제제재를 피하려고 달러와 유로화는 줄이고 위안화, 엔화, 금 보유를 늘려 외환 보유고 6430억 달러를 마련했다.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20만 병력을 집결하면서 디도스 공격과 악성코드를 심는 사이버 공격을 먼저 감행했다. 국민에게는 신나치를 응징하는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알렸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참전 대신에 혹독한 경제 제재를 택했다. 루블화는 폭락하고 주식시장은 닫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대외 자산은 동결되고 국제금융통신망(SWIFT)에서 퇴출됐다. 많은 기업들이 자진해서 러시아를 떠났다. 러시아는 자국민의 입을 막는 무시무시한 ‘가짜뉴스법’을 제정했고, 테크회사들은 러시아가 퍼뜨리는 허위정보 차단을 위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제한했다. 유엔은 지난 2일 ‘침공 규탄과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방어에 집중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러시아를 퇴치할 첨단 무기 공급을 필사적으로 서두르고 있다. 휴대용 스팅어 대공미사일,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지대공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 연방 의회는 백악관이 요청한 64억 달러의 두 배인 136억 달러 지원금을 승인했다. 바이든은 미군 10만 명을 나토에 파병했다.       한국은 광복 후 신탁통치를 찬성하는 좌익과 반대하는 우익의 충돌로 혼란스러웠다. 소련과 북한은 1948년 1월 유엔 임시 한국위원단의 북한 입국을 막았다. 남한 단독으로 1948년 8월 정부를 수립하고 유엔의 승인을 받았다. 1949년 봄부터 미군 철수가 시작됐다. 1950년 1월 미국 전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미국 극동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하는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소련과 북한의 남침 계획에 힘이 됐다.     한국전 발발 후 미국은 극적으로 움직였다. 남침한 6월 25일 오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마침 소련이 불참해서 ‘38선 북으로 퇴각하라’는 구속력 있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미국은 이틀 후에 참전을 결정했고 유엔이 다음날 이를 인가했다. 7월 7일 유엔군 파병이 합의됐고 다음날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유엔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6.25는 역사상 가장 폭넓은 지원을 받은 전쟁이다. 16개국의 참전, 39개국의 물자지원, 8개국의 의료진 파견이 있었다. 60명 이상의 미국 육해공군 장성이 참전했다. 월턴 워커 중장은 서울서 지프 사고로 사망했고, 중공군 참전 후에 한반도 전체를 민주화하려고 북진을 고집한 맥아더 장군은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파면됐다.     속전속결을 계획했던 러시아는 점점 잔인해지고 전쟁은 장기전이 될 태세다. 세계 각지의 의용군과 용병의 참전으로 확전 위험도 있다. 전쟁은 엄청난 비극이다. 러시아와 북한 침공은 민주주의가 피의 대가임을 깨닫게 한다. 이것이 우리가 계속 우크라이나 전쟁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정 레지나 / LA독자시론 우크라이나 까닭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중앙은행

2022-03-15

[디지털 세상 읽기] 발언의 자유 절대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접속을 끊거나 방해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정보통신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일론 머스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PR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머스크는 곧바로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서비스를 개통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았다는 보도도 있지만, 그래도 스타링크는 도움이 됐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런데 세계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수위를 높이면서 많은 나라에서 전쟁에 대한 허위정보를 퍼뜨리던 러시아 언론사가 퇴출당했지만, 머스크는 스타링크에서 러시아 뉴스 매체를 막지 않고 있다. 그는 트윗에서 “미안하지만 나는 발언의 자유 절대론자(absolutist)”라고 밝혔다.   그는 가짜 뉴스든 진짜 뉴스든 모든 발언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러시아 미디어처럼) 더 심한 매체가 있을 뿐 모든 뉴스는 부분적으로는 프로파간다”라는 입장이다. 즉, 그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개통한 건 ‘모든’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지 우크라이나의 자유만을 보장하려는 건 아니었다는 거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절대론 발언 자유 절대론자 우크라이나 정보통신부 우크라이나 침공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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