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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전쟁과 노래

‘한강’이란 노래를 들으면 6.25 당시의 한강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1.4후퇴 때 방송국 소속 공무원이던 최병호는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기 전 정부가 마련한 마지막 열차를 타고 피란지 부산으로 향했다. 당시 결빙된 마포강을 건너는 피란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는 1952년 피란지 방송국에 근무하던 중 서울을 그리워하며 ‘한강’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한 많은 강가에 늘어진 버들가지는/ 어젯밤 이슬비에 목메어 우는구나/ 떠나간 그 옛님은 언제나 오나….’ 이 노래는 가수 심연옥이 불러서 크게 유명해졌다. 심연옥은 미국으로 이민 와서 작년 10월 뉴욕에서 93세로 작고했는데 새소리 같이 맑고 물소리 같이 투명한 목소리는 한강물 같이 사람들 마음 속에 길이 아름답게 흘러갈 것이다.  
 
6.25 당시 한반도는 전쟁터가 되어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서의 치열한 격전 끝에 전선의 방향이 바뀌었다. 11월 중공군이 개입했지만 미 제1해병사단의 분전으로 장진호 전투가 마무리 됐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사투했던 전사의 피는 한반도 산하에 스며들었다. 이역에 가서 잠든 유엔군과 국군의 산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학도병들의 순국 또한 아픈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사 항전의 의지가 대단함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는 휴대폰에  “어머니에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쓰러지고 있어요. 그들은 자신을 내던져 우리가 지나가는 걸 막고 있어요… 엄마, 정말 힘들어요”라는 내용을 남겼다.  
 
우크라이나의 체르니히우에서는 전투기 추락으로 부상을 입은 러시아 조종사들이 “푸틴 명령에 따랐을 뿐,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폭파 지도를 소지한 또 다른 조종사도 “비행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에서는 최소 117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한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민간인 희생자는 더 많아질 것이고 명령을 실행하다 죽어간 병사들의 묘비 또한 줄을 이을 것이다.  
 
차라리 군복을 벗어던지고 히피족처럼 팔을 들어올리며 노래하는 광기라도 한 번 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60년대 스콧 맥켄지가 불렀던 ‘샌프란시스코’를 들으면 반전운동을 근간으로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며 인간성 회복을 부르짖던 젊은 혈기를 느끼곤 한다.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전쟁의 와중에도 사람들이 노래에 감정을 의탁하는 것은 비장미(悲壯美)에 그 근원을 두었을까?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전쟁터의 참혹한 실상과는 딴판으로 음악적 리듬에 매몰되어감은 현실적 비극에 따른 절망을 넘어서기 위한 예술적 방편이라고 해야 할까.

권정순 / 전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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