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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크라이나의 ‘하이브리드 전쟁’

 전쟁은 구 질서를 밀어내고 미지의 세계를 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 주도한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1991년 소련연방 몰락 후 30년간의 범세계적인 평화가 끝나고 전쟁터와 온라인에서 동시에 싸우는 ‘하이브리드(hybrid)’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남북전쟁이 사진전, 2차 세계대전이 라디오전, 베트남전이 TV전이라면 우크라이나전은 소셜네트워크 전쟁이다.  
 
보통 사이버전은 비밀스럽고 교활하다. 이해 관계 때문에 범법자와 피해자 쌍방이 침묵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유리한 공론과 적국에 불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 서방 국가는 첩보 공개로 푸틴을 압박한다.
 
빅테크 회사 플랫폼이 정보전의 전장이고 테크 회사들이 축적한 데이터와 서비스가 우크라이나 전략 수립의 생명줄이 됐다. 텔레그램,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으로 난민 기금을 모으고 시민들의 탈출을 도우며 러시아군 동향을 추적한다.  
 


전쟁 전 값싼 고급 인력이 풍부한 우크라이나에는 25만 명 이상이 빅테크 회사의 외주 직원으로 근무했다. 컴퓨터 코드와 소프트웨어 제작에 능한 사람이 많아 공영 앱들이 전시 앱으로 재빠르게 재탄생됐고 러시아의 무차별 가짜 뉴스가 상당히 무력화됐다.
 
우크라이나는 곡창지대임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에 소련이 조작한 식량난 때문에 400만 명이 아사했다. 외부에서는 비극을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자원자들이 전쟁 상황을 디지털 문서화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사일이 터진 현장, 폭파된 버스, 피투성이 주검을 배경으로 매일 일기 쓰듯이 동영상을 올린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디지털 혁신부 장관은 트위터와 텔레그램으로 세계 기업들에게 4000건 이상 도움을 청했다. 덕분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게 수 천개의 스타링크 인공위성 인터넷 접시를 지원 받아 인터넷을 살리고 또 드론과 연결해 러시아 탱크를 부순다. 인공위성 기업들에게 지상 사진 공유를 요청해서 선명한 사진으로 러시아군 배치를 알고 전략을 짠다.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폴란드에 도착하면 전화회사 자원봉사자들이 심카드(sim card)를 주고 충전을 돕는다. 이들은 앱으로 숙소를 찾고 고국의 남은 가족과 연락한다.  
 
터지는 굉음 속 지하철역에서 5명의 음악가가 연례행사인 ‘하르키우 국제 고전음악회’를 연 것이 소셜 네트워크로 감명을 주었다. 서방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러시아군 사진과 동영상의 진위 확인 후에 그 위치를 우크라이나 군에게 보고한다.
 
러시아 침공 2주 후 외국 저널리스트들이 모두 피신하고 AP통신 소속 두 명만 우크라이나에 남았던 때의 이야기다. 이들은 마리우풀 병원에서 보도하면서 의료진인 양 러시아 군의 표적 체포를 피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시민들이 이들을 찾았다. 함께 미사일 폭격 사이의 시간을 계산하면서 영원 같은 10분을 뛰었다. 목숨 건 구조 이유가 궁금했다. “포로가 되면 러시아는 카메라를 당신 얼굴에 대고 ‘기록한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말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들이 마리우풀에서 했던 모든 수고가 헛된 것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짜와 가짜 뉴스의 불꽃 튀는 진실 공방을 넘어 소셜네트워크의 순기능이 드러난 새 패러다임의 전투가 됐다.  

정 레지나 / LA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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