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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살을 에는 추위

다음 중 바르게 표현된 것은?   ㉠ 살을 에이는 추위   ㉡ 길을 헤매이었다   ㉢ 날이 개이었다   ㉣ 면도날에 턱이 베이었다   한국의 겨울은 추울 때는 바깥 공기를 좀 쐬면 정말로 살이 따가울 정도다. 이런 경우 ㉠처럼 ‘살을 에이는 추위’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추위라는 뜻이다. 하지만 ‘에이는’이 아니라 ‘에는’이 바른 표현이다. ‘에이다’가 아니라 ‘에다’가 기본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을 에는 추위’라고 해야 한다.   ‘㉡길을 헤매이었다’는 어떨까? 이 역시 ‘헤매이다’가 아니라 ‘헤매다’가 기본형이므로 ‘길을 헤매었다’고 해야 한다. 줄임말도 어려운데 ‘헤매었다’는 줄이면 ‘헤맸다’가 된다.   ‘㉢날이 개이었다’도 비슷한 형태다. 날씨가 맑아지다는 뜻의 단어는 ‘개이다’가 아니라 ‘개다’가 기본형이다. 따라서 ‘날이 개었다’고 해야 한다. ‘개었다’를 줄이면 ‘갰다’가 된다. ‘개였다’는 ‘개이었다’의 줄임말이므로 틀린 표현이다.   그렇다면 ‘㉣면도날에 턱이 베이었다’는 어떻게 될까? 이는 맞는 표현이다. 무엇을 끊거나 자르다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는 ‘베다’가 기본형으로 “칼로 나무를 벴다” “낫으로 벼를 벴다”처럼 쓰인다. ‘베이다’는 ‘베다’의 피동형으로 ‘㉣턱이 베이었다’처럼 사용된다. 줄면 ‘턱이 베였다’가 된다. 따라서 정답은 ㉣.우리말 바루기 추위 바깥 공기

2024-08-05

[우리말 바루기] 살을 에는 추위

다음 중 바르게 표현된 것은?   ㉠ 살을 에이는 추위   ㉡ 길을 헤매이었다   ㉢ 날이 개이었다   ㉣ 면도날에 턱이 베이었다   ㉠처럼 ‘살을 에이는 추위’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추위라는 뜻이다. 하지만 ‘에이는’이 아니라 ‘에는’이 바른 표현이다. ‘에이다’가 아니라 ‘에다’가 기본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을 에는 추위’라고 해야 한다.   ‘㉡길을 헤매이었다’는 어떨까? 이 역시 ‘헤매이다’가 아니라 ‘헤매다’가 기본형이므로 ‘길을 헤매었다’고 해야 한다. ‘헤매었다’는 줄이면 ‘헤맸다’가 된다. ‘헤매였다’는 ‘헤매이었다’의 줄임말이므로 잘못된 표현이다.   ‘㉢날이 개이었다’도 비슷한 형태다. 날씨가 맑아지다는 뜻의 단어는 ‘개이다’가 아니라 ‘개다’가 기본형이다. 따라서 ‘날이 개었다’고 해야 한다. ‘개었다’를 줄이면 ‘갰다’가 된다. ‘개였다’는 ‘개이었다’의 줄임말이므로 틀린 표현이다.   그렇다면 ‘㉣면도날에 턱이 베이었다’는 어떻게 될까? 이는 맞는 표현이다. 무엇을 끊거나 자르다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는 ‘베다’가 기본형으로 “칼로 나무를 벴다” “낫으로 벼를 벴다”처럼 쓰인다. ‘베이다’는 ‘베다’의 피동형으로 ‘㉣턱이 베이었다’처럼 사용된다. 줄면 ‘턱이 베였다’가 된다. 따라서 정답은 ㉣.우리말 바루기 추위

2023-12-19

애틀랜타 목요일까지 '30도' 내외…신경써야 할 4P

12월을 앞두고 찬 공기와 거센 돌풍이 만나 당분간 추울 전망이다.   애틀랜타 방송국 WSB-TV는 28일 메트로 애틀랜타와 조지아 북부 지역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캐나다 북부의 찬 공기가 남하하며 이번주 내내 예년 평균보다 약 10~20도 낮은 기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영하권 추위는 목요일 오전까지 이어지며, 서리 예보도 있을 전망이다. 최대 시속 25마일의 돌풍이 더해져 체감 온도는 훨씬 낮을 수 있다.   이에 방송은 "배관(Pipes), 반려동물(Pets), 식물(Plants), 사람(People)의 4P에 대한 겨울철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배관은 물을 가늘게 흘려보내는 상태를 유지하고 실외에 위치한 배관의 경우, 보온재로 잘 감싸두어야 한다. 반려동물의 경우, 털이 있다 하더라도 영하의 날씨에 외부 활동을 하면 건강 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하는 것이 좋다. 식물 역시 추위에 강한 종자가 아니라면 이번주부터 실내에 미리 들여 놓아야 한다. 야외에 나설 때는 손가락, 코, 귀 등 신체 말단부위를 감싸는 방한 용품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트로 애틀랜타의 각 카운티는 혹한기 쉼터인 ‘워밍센터’를 운영해 취약계층의 한파 대피를 돕는다. 갑작스런 동파 등의 이유로 난방, 온수 불량 문제를 겪는 주민도 방문 가능하다. 센터는 드칼브, 길머, 귀넷 등에 설치되며 해 질 무렵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잠자리와 따뜻한 음식을 함께 제공한다. 기관에 따라 반려 동물 동반이 가능하기도 하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애틀랜타 내외 애틀랜타 방송국 영하권 추위 캐나다 북부

2023-11-28

[행복한 가드닝] 씨앗의 선택

가을은 식물이 씨앗을 떨어뜨리는 계절이다. 자식을 대지에 내보내는 파종의 시간이다. 원예 분야에선 그간 봄에 씨앗을 뿌리라고 권했는데, 최근엔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처럼 가을이 더 좋다는 설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이 이론대로 가을에 씨앗을 뿌렸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겨울을 나고 봄에 싹을 틔워야 하는데 날이 따뜻하자 바로 돋아난 것이었다. 연초록으로 수북하게 올라온 싹이 곧 몰아닥친 겨울 추위를 맞았다. 얼마나 미안하고 안타깝던지. 하지만 다음 해 봄, 반전이 일어났다. 가을의 따뜻함을 참았다가 긴 겨울을 보낸 나머지가 싹을 틔워내면서 화단은 그 어느 때보다 예쁘게 변했다.   식물도 일종의 집단생활을 한다. 같은 씨를 뿌려도 동시에 다 싹을 틔우지 않는데 이건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 지구에서 살아온 삶의 지혜기도 하다. 과학적으로는 ‘위험분산(Hedge your bets)’이라고 하는데 경제에서도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씨앗은 스스로 선택한다. 선봉에 서는 씨앗은 재빨리 싹을 틔우지만 후발대는 차분히 기다려 다른 상황이 오기를 기다린다. 선봉이 유리할지, 기다림이 유리할지는 사실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걸 생존의 ‘무작위’라고도 한다.   식물의 위기 전략은 농부들에겐 치명적이다. 한번 씨를 뿌리고, 한꺼번에 수확해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곡물의 경우 아예 유전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해안가에 몰려오는 파도처럼 우리 삶은 정말이지 일없는 날이 없다. 그리고 우린 이 일들 속에 매번 어떤 선택을 한다. 그 결과가 초래한 값에 좌절도 하고 행복도 느낀다. 하지만 선봉에 서서 싹을 틔웠던 씨가 잘못이 없듯 우리의 선택도 무작위로 벌어진 일일 뿐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 생존하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경아 /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행복한 가드닝 씨앗 선택 겨울 추위 위기 전략 시간 지구

2023-11-19

툭하면 폭우·추위…"봄옷 장사 망쳤다" 한숨

#. 자바시장에서 아동·청소년 의류를 취급하는 한인 A씨는 계속되는 폭우로 울상이다. 작년 여름부터 봄철 호황기를 대비해 신상품을 준비했는데 소매뿐 아니라 대형 업체 납품도 최소 30% 이상 줄었다. 그나마 날씨와 상관없는 ‘바지’가 꾸준히 팔려 매장은 겨우 운영하고 있다.     #. 파티복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한인 B씨는 4월부터 시작될 학교 프롬(Prom) 파티를 대비해 대량의 물품을 준비해 뒀다. 파티용 드레스는 봄철 시즌에 불황이 없고 꾸준한 품목인데도 최근 ‘이상할 정도로’ 문의가 없어 재고만 늘어나고 있다. 소위 ‘땡처리’도 어려운 물품이라 쌓이는 재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잦은 폭우와 저온에다 경기 한파까지 겹치며 봄 의류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 4월이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겨울옷을 판매하는 업체도 많다. 한인 의류 업체가 많은 자바시장은 한계절 앞서서 신상 의류를 준비하는데 비 오는 날이 이어지고 기온까지 떨어지면서 봄철 장사를 놓쳤다고 한탄했다.   특히 티셔츠부터 청바지까지 자바시장 업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니어 라인(Junior Line)’의 경우 피해가 심각하다. 상당수 업체가 예년에 없던 폭우로 지난해 여름부터 준비해 둔 신상품의 판매가 최소 3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자바시장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K씨는 “이런 날씨는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렇게 추워 본 적이 없다. 곧 봄철 시즌이 끝나는 데 여전히 겨울 상품을 팔고 있다. 애써 준비한 봄철 신상품이 나가지 않아서 다음 달에 재고로 처리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업소는 아예 장사를 접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패션노바 등 대형업체로부터의 주문도 90% 가까이 감소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봄 의류 상품 판매가 매우 저조해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덧붙였다.     아동 댄스복을 전문으로 하는 또 다른 업체는 매장 판매뿐 아니라 아마존 등 온라인 판매까지 줄었다. 특히 댄스복은 겨울 상품이 없어 최근 추위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     업체 대표는 “9년째 아마존 영업을 해왔다. 매년 20%씩 성장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소매업체에서 물건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도매업체에서 들어오는 주문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장영기 한인의류협회(KAMA) 이사장은 “올해 폭우와 경기 한파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고 진단했다.     재고 처리도 골치다. 소위 ‘땡처리’라고 불리는 재고 처리 방법도 요즘은 수월치 않다. 보통 6~7달러에 팔리는 의류는 재고 처리 때 1달러 50센트 선에서 거래된다. 하지만, 지금은 1달러를 불러도 쉽지 않다.   양재영 기자 [email protected]폭우 추위 봄철 신상품 봄철 장사 자바시장 업체

2023-03-29

추위에 탕·탕·탕…‘뜨거운 국물’ 인기

남가주를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LA한인타운이 때아닌 뜨끈한 국물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설렁탕, 갈비탕, 생태탕, 삼계탕, 매운탕, 알탕 등 ‘탕탕탕’ 메뉴 판매가 급증한 것.     LA한인타운 내 설렁탕, 한식전문점, 일식당 등 식당업계는 “통상 3월이면 시원한 메뉴가 첫선을 보이지만 올해는 추운 날씨로 오히려 따뜻한 탕이나 찌개 등 국물 메뉴를 찾는 고객이 대폭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악천후와 낮은 기온으로 야채값이 2배 이상 상승했고 가스비 포함 유틸리티 비용도 천정부지로 올라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짝 매출 덕에 업소 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해마루 황경원 사장은 “설렁탕, 감자탕, 갈비탕, 해장국 등 모든 국물 요리 매출이 올해 들어 30% 증가했다”며 “ 배달 앱을 이용하면 2~3달러 정도 비싸도 추운 날씨와 비에 운전을 꺼리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배달 앱을 통한 주문 비중도 높아졌다”고 웃음을 지었다.     뜨거운 탕이나 찌개 메뉴를 찾는 한인들이 증가하면서 시원하고 얼큰한 생선 찌개도 인기다.     한식 전문점 죽향의 김혜란 사장은 “갈비탕, 삼계탕 뿐만 아니라 3주 전부터 선보인 생태찌개가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대폭 늘었다”며 “인플레이션 때문에 고객이 줄었지만, 요즘은 점심시간에도 대기 줄이 길다”고 설명했다.     일식당 아라도의 김용호 대표도 “식사하면서 뜨근한 국물의 탕을 함께 시키는데 특히 민어 매운탕과 내장탕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요식업계뿐만 아니라 한인마켓에서도 3월에 때아닌 찌개와 같은 국물 요리 밀키트 판매가 늘고 있다. 소스와 재료가 미리 준비돼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     마켓에서 만난 이수진(41세) 씨는 “개스비가 치솟아 오랫동안 끓이는 국물 요리 대신 간편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밀키트 제품을 산다”며 “즉석 사골국물을 이용해 순두부, 김치찌개, 설렁탕을 15분 이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온마켓 버몬점에서는 국물 요리 밀키트 제품 판매가 부쩍 증가하면서 대대적인 할인 행사도 시작했다. 와카메 오뎅탕 8.99달러, CJ 우동 4.99달러, 한미 추어탕 4.99달러, 한성 홍합탕 4.99달러, 맛찬 홍합탕 3.99달러, 바지락 조개탕 3.99달러, 오대양 대구, 해물, 꽃게탕 14.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제이 방 버몬트점장은 “밀키트는 대부분 냉동식품이어서 세일할 때 여러 제품을 한 번에 대량 구입하는 고객이 많다”며 “사골국물, 조개탕, 홍합탕을 국물 베이스로 활용해 간편하게 국물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기자 [email protected]추위 국물 국물 메뉴 탕요리 설렁탕 생태탕 갈비탕 삼계탕 죽향 해마루 아라도 매운탕 박낙희

2023-03-01

[중앙 시론] 월동준비를 충분히 하자

남국인 조지아주 일대에도 겨울 추위가 엄습하고 있다. 5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낮 최고 기온도 주말 내내 영하의 날씨다. 한 주 정도 반짝 추위가 지나가면 다시 예년 수준으로 기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생활 수준 향상으로 겨울나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일찌감치 월동준비를 해야 했다. 최근 미주지역에서 K-푸드의 하나로 부상하는 김치 담그기도 겨울을 나기 위한 방편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지만 급격한 경기변동에 따른 경제 한파로 추운 겨울을 더 춥게 지내야 하는 현실이 닥쳤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은퇴를 했다가 다시 일을 찾아 나서는 장년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영업을 하던 A씨는 몇 년 전 은퇴를 했다. 그동안 모아 놓은 재산과 각종 은퇴연금으로 충분히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다시 직업을 찾았다. 은퇴 후 생활자금이 당초 계획보다 더 필요해진 데다, 물가가 급등한 것이 주된 이유이다.   B씨도 최근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가용자금이 묶인 것이다.   기업들의 상황도 그리 밝지는 않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나선 지 오래다. 대규모 해고통지를 하는가 하면 채용을 중단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공급망 붕괴 등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자 앞다퉈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추위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들어 매출이 격감하고 있다. 외견상 매출이 줄지 않은 곳도 있지만, 최근 가격 인상에 따른 착시현상이다. 이에 따라 시설 확충이나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금융기관에서 필요자금을 융자받으려 해도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아울러 금융 비용 상승 등으로 대출이 크게 위축, 금융 여건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 터널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모두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올해보다 글로벌 성장세가 더욱 둔화하여,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올 한 해를 괴롭혔던 인플레이션도 정점을 지났지만, 여전히 하향 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경제침체가 올 것인가? 결과는 신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산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때 한국 바둑계를 풍미했던 서봉수 9단은 “형세판단이 불리할 때는 한없이 참고 기다린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기업이든 가계이든 현금 흐름에 유의하면서,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불확실성 시대에는 변칙보다 정석이 우선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지금부터라도 월동준비를 충분히 해 두자. 다행히 내년 경기가 예상외로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최근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힘들지도, 길지도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경제 한파를 생각보다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 시론 월동준비 경기 침체 글로벌 경기 겨울 추위

2022-12-25

[열린 광장] ‘스트레스’가 꽃을 피운다

해마다 이맘때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라는 시다. 시인은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말씀이라고 하면서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라고 노래했다.   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을 하는 봄을 보면서 부지런함을 배우고,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봄을 맞으며 꿈을 키우던 시인은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으며 봄의 기운을 가득 품은 채 싹을 내는 봄 풍경을 통해 만물이 새로워짐을 경험했다.     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조금씩 더디게 저물던 해가 어둑어둑해야 할 저녁 나절을 환하게 비치는 것을 보면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한껏 움츠렸던 나무며 풀들이 따사로운 햇살에 기대어 움을 틔우는 것을 보면서 영락없이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해마다 봄이 되면 봄처럼 부지런해지고, 꿈을 키우고, 새로워져야 마땅한데 팬더믹 속에서 맞는 올봄은 부지런함보다는 나태함이, 꿈보다는 절망이, 새로움보다는 낡아빠진 쓸쓸함으로 가득하다.     50년 전 미국의 환경운동가 레이철 카슨이 경고했던 ‘침묵의 봄’이 살충제와 제초제의 남용으로 인해 각종 동물의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사라진 채 맞이하게 될 봄이었다면, 팬더믹을 지나며 맞는 봄은 만남을 상실한 시대에 말할 상대를 잃어버린 채 외로움 속에서 맞는 ‘침묵의 봄’이다.     자연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아니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니라, 때가 되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 진짜 세상임을 알리듯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지난 겨울 심었던 나팔꽃 넝쿨이 어느새 사람 키만큼 뻗더니 드문드문 꽃을 피우며 봄소식을 전한다. 봄의 기운을 흠뻑 받은 철쭉도 연분홍 꽃을 흐드러지게 자랑하며 봄 노래를 부른다. 어디 그뿐이랴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도 봄의 온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채 어기찬 생명력을 보여준다.     철마다 꽃들은 새치기도 지각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순서를 지키며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꽃이 피는 것이야 벌과 나비와 같은 곤충을 불러들여 종족 번식을 하려는 생존 수단이라고 하지만, 때맞춰 꽃을 피우는 데는 자연의 신비가 숨어 있다.     꽃은 달라진 낮의 길이와 높아진 기온으로 꽃 피울 때를 알아챈다. 또, 추위를 지나야지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어떤 식물학자는 꽃이 피는 이유를 한마디로 ‘스트레스’라고 했다.   일정한 온도와 빛 아래에서 알맞게 물을 주면 꽃이 잘 필 것 같지만 꽃이 피기 위해서는 달라진 낮과 밤의 길이와 변화된 기온, 추위와 바뀐 환경이라는 스트레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꽃이 피는 것이 봄이 왔기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이겼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인생의 꽃도 마찬가지다. 팬더믹이라는 긴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인생의 꽃을 피울 때다. 올봄에는 자연에서 피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인생의 꽃, 인내와 희망으로 스트레스를 이기고 피어나는 인생의 꽃향기가 가득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열린 광장 스트레스 환경운동가 레이철 조병화 시인 기온 추위

2022-02-13

[시로 읽는 삶] 가만히 있자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도종환 시인의 ‘병든 짐승’ 전문       꽤 오래전에 나온 시인데 읽다 보니 우리가 겪고 있는 이즈음의 상황과 겹쳐진다. 우리는 모두 돌기가 원활치 않은 바퀴에 끼인 것처럼 불편을 겪고 있다.    현대인들은 갖가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강박감 아니냐고 하듯이 일상이라는 사소함에도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더군다나 코로나라는 이겨내기가 어려운 상대를 만나고 보니 나 남 할 것 없이 병 아닌 병을 얻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두 군데 고장 난 곳 없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마음의 허약함을 호소하곤 한다. 삶이 다양하듯이 겪고 있는 병적 징후들도 다양하다.     “나도 가만히 있자”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은 조용한 절규 같기도 하다. 가만히 있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라는 듯,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 코로나 앞에서 낮은 포복으로 숨을 죽이고 있는 이즈음의 우리들이 이렇지 않은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는 절망적인 심리상태를 역동적인 곡선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작가 생전에 붙인 제목은 ‘자연의 절규’라고 한다. “어느 날 저녁 친구 둘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마을이 있고 아래쪽에는 피오르드가 있었다. 나는 피곤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 (···)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은 피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 나는 자연을 뚫고 나오는 절규를 느꼈다. 실제로 그 절규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진짜 피 같은 구름이 있는 이 그림을 그렸다. 색채들이 비명을 질러댔다”라는 화가의 글은 매우 유명하다.   자연의 절규가 들리고 색채들이 지르는 비명을 들을 수 있는 심리상태란 어떤 것이었을까. 자연의 절규가 들린다는 건 아마도 심리상의 이상 증상일 것이다.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화가의 성장배경이나 미술사적인 해석은 젖혀두고 단지 자연이 내는 신음을 감지한다는 것에만 주목하고 싶다.   무심코 밟고 지나던 풀들도, 쇄골을 드러내고 있는 겨울나무도, 추위를 피해 웅크리고 있을 짐승들도 제 삶의 격랑으로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극한의 피로감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들의 생존을 위한 발버둥은 그게 무엇이든 절박하고 진지하다. 사람인 우리에게만 수시로 복병이 나타나는 건 아닐 터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난감한 현실은 진즉에 자연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사람의 편리에만 집중한 탓이라는 것은 이미 공감대가 넓어졌다. 병은 무슨 병이 든 지 전조증상이 있기 마련이다.     봄이 오면 땅을 밀고 올라오는 새싹들처럼 스스로 체온이 오르는 때가 올 때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환호할 것이고 바람은 출렁일 것이다.     다만 회색 하늘에 무지갯빛의 플래카드를 걸어놓는 기지가 필요하다. 빨리 낫기를 바라며 아등바등하는 일도 허망하다.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치유의 능력이 생길 때까지 자연의 한숨 소리를 듣고 자연이 건네는 메시지를 해독하는 신경증을 겪으며 서두르지 말고 가만히 있자.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절규 같기 한숨 소리 겨울나무도 추위

2022-02-01

노숙자 추위 녹인 ‘사랑의 점퍼’

 “유난히 추운 올 겨울을 노숙자들이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앙일보 산하 비영리 기관인 해피빌리지가 홈리스를 위한 사랑의 점퍼 나눠주기 행사가 지난 18일 맥아더 파크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토렌스제일장로교회(담임 고창현 목사)에서 나온 봉사자 30여명과 윌셔라이온스클럽 회원 등 총 40여명이 참여해 추위에 떠는 홈리스들에게 사랑의 점퍼를 직접 찾아가 전달했다.   이날 나눠준 사랑의 점퍼는 해피빌리지가 자선 모금을 통해 제작한 총 1500벌의 방한 점퍼 중 일부로, 나머지는 한인 커뮤니티의 16개 홈리스 사역 단체들을 통해 각 지역의 홈리스들에게 배부했다.     한편 해피빌리지는 앞서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비누, 치약과 칫솔 등 각종 생필품과 옷, 양말 등이 담긴 사랑의 구디백을 만들어 홈리스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해피빌리지는 연말까지 400여개의 슬리핑백을 추가로 배포해 올겨울을 지내는 홈리스들이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해피빌리지의 김장호 국장은 “후원자들의 관심과 후원 없이는 홈리스를 위한 사랑의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추운 겨울 커뮤니티에 따뜻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준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장연화 기자노숙자 추위 노숙자 추위 방한 점퍼 홈리스 사역

2021-12-19

[이 아침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

 산다는 것은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일이다. 허허벌판 생의 빈땅 한 모퉁이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넣고 땅 파고 작은 생명을 심는다. 여리고 작은 나무 한 그루 사서 뿌리가 단단하게 흙을 밟아준다. 뼈 깎는 한겨울 추위에 죽지 않고 목숨만 보존하면 나무는 작은 두 손 벌리고 무성한 잎새를 키울 것이다.     까닭없이 슬퍼지는 날은 널 그리워했다. 네가 어디서 무얼하며 사는지 이제 흔적조차 찾을 길 없지만 그리움은 잊기 위해 그리워하는 것이다. 편지 한 줄, 예쁜 카드 한 장 부치지 못하지만 우체통 열 때마다 네 소식을 기다리며 가슴이 뛴다. 아파도 참고 견디며 슬퍼도 울지 말고 씩씩하게 달력의 마지막장을 넘겨 주겠니. 그 많은 날들을 무심하게 흘려보내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리워하는 나를 용서해 주겠니.     참회는 성인들만 하는 것이다. 잘못을 뉘우쳐 해탈할 인내도 참선을 수행할 용기도 없어 그냥 사는 게 부끄럽고 여러 사람에게 미안할 뿐이다.     참회의 참(懺)은 범어의 ‘크샤마’로 ‘용서를 빈다’, ‘뉘우친다’는 뜻이다. 원시불교의 참회에는 포살(布薩)과 자자(自恣)가 있다. 포살이란 비구들이 보름마다 한 번씩 부처나 대비구(大比丘)를 모시고 계본(戒本)을 읽는 전통적인 의식으로, 계(戒)를 범한 비구들은 그 죄를 고백하여 참회를 얻는다.     참회 받고 훈계를 가르치는 대비구에게는 때에 따라서 말할 것, 진실성을 지닐 것, 부드럽게 말할 것,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말할 것, 자비심을 지니고 말할 것 등 다섯가지 주의가 요구된다. 참회는 ‘데사나’ 즉 고백을 의미한다. 스스로 자기의 모든 허물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진솔한 뉘우침이 요구된다.     화가는 그림으로 순교한다.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에 고통 받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단테의 ‘신곡’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죽음은 냉혹한 수확자가 낫으로 건초를 자르듯 인간을 잘라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짧은 인생을 산 자는 좀 더 용서 받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여긴다. 산다는 것은 시시각각 죄를 지으며 살고 하루를 더 산다는 것은 구원에서 더 멀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최후의 심판에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천상에서 지옥으로 차례를 매김하는 벌거벗은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스도 발 아래 오른편에는 살가죽이 벗겨지는 고통 속에 순교한 성 바르톨로메오가 오른 손에 칼, 왼손에 가죽을 들고 있는데 축 늘어진 살가죽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는다.     미켈란젤로는 칼로 정교하게 벗겨진 성자의 얼굴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넣고 예술가인 자신의 삶이 부끄러워 차마 그대로 바라볼 수 없어 작품 속에 그의 두 눈을 파버린다. 그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고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을 죽임으로써 예술적 순교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기획되고 예측 가능한 여행이 아니라 알지 못할 항구를 향해 떠나는 돛단배 항로다. 풍랑에 휩쓸리고 두려움과 절망에 내몰려도 닻을 내릴 수 없다.     부족함을 알고 부끄러움을 감내하면 생이 아름답고 빛나는 물감으로 채색되지 않을까. 네 모습 그대로  닮은 작은 나무 한 그루 심는 내일이 오기를 간구한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나무 예술적 순교 한겨울 추위 인내도 참선

2021-12-13

LA 오늘부터 폭풍·추위…한파 다음주까지 이어져

이번주 겨울폭풍 영향으로 남가주 전역에 비와 강추위가 예보됐다. 기상당국은 가뭄 해갈도 기대했다.   12일 국립기상청(NWS)은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겨울폭풍이 남가주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보했다. 겨울폭풍 영향으로 LA와 오렌지카운티 등 남가주 전역은 주말까지 한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WS는 LA 등 남가주 지역은 오늘(13일)부터 흐린 날씨가 시작돼 14일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해안가 지역 강우량은 최대 3인치, 산간지역은 최대 5인치가 예상됐다. 4500피트 이상 고지대에는 최대 1~2피트 높이의 눈이 쌓이겠다.   14일 겨울폭풍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WS 측은 “강한 제트기류가 LA카운티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샌개브리엘과 앤텔로페 밸리 지역은 13일 밤부터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겨울폭풍이 몰아치는 동안 지역에 따라 최대풍속 60마일의 강풍도 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당국은 서핑 등 물놀이 금지, 하수도 등 배관시설 입구 청소, 주택가 고목 쓰러짐 주의 등을 당부했다.   겨울폭풍이 몰아치면서 LA 등 남가주 지역 대부분 낮 최고기온은 55~60도, 밤 최저기온은 40~50도까지 떨어져 강추위가 예상된다. NWS는 이번 한파가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재 기자폭풍 추위 겨울폭풍 영향 이번주 겨울폭풍 남가주 지역

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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