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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스트레스’가 꽃을 피운다

해마다 이맘때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라는 시다. 시인은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말씀이라고 하면서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라고 노래했다.
 
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을 하는 봄을 보면서 부지런함을 배우고,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봄을 맞으며 꿈을 키우던 시인은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으며 봄의 기운을 가득 품은 채 싹을 내는 봄 풍경을 통해 만물이 새로워짐을 경험했다.  
 
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조금씩 더디게 저물던 해가 어둑어둑해야 할 저녁 나절을 환하게 비치는 것을 보면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한껏 움츠렸던 나무며 풀들이 따사로운 햇살에 기대어 움을 틔우는 것을 보면서 영락없이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해마다 봄이 되면 봄처럼 부지런해지고, 꿈을 키우고, 새로워져야 마땅한데 팬더믹 속에서 맞는 올봄은 부지런함보다는 나태함이, 꿈보다는 절망이, 새로움보다는 낡아빠진 쓸쓸함으로 가득하다.  
 
50년 전 미국의 환경운동가 레이철 카슨이 경고했던 ‘침묵의 봄’이 살충제와 제초제의 남용으로 인해 각종 동물의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사라진 채 맞이하게 될 봄이었다면, 팬더믹을 지나며 맞는 봄은 만남을 상실한 시대에 말할 상대를 잃어버린 채 외로움 속에서 맞는 ‘침묵의 봄’이다.  
 
자연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아니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니라, 때가 되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 진짜 세상임을 알리듯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지난 겨울 심었던 나팔꽃 넝쿨이 어느새 사람 키만큼 뻗더니 드문드문 꽃을 피우며 봄소식을 전한다. 봄의 기운을 흠뻑 받은 철쭉도 연분홍 꽃을 흐드러지게 자랑하며 봄 노래를 부른다. 어디 그뿐이랴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도 봄의 온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채 어기찬 생명력을 보여준다.  
 
철마다 꽃들은 새치기도 지각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순서를 지키며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꽃이 피는 것이야 벌과 나비와 같은 곤충을 불러들여 종족 번식을 하려는 생존 수단이라고 하지만, 때맞춰 꽃을 피우는 데는 자연의 신비가 숨어 있다.  
 
꽃은 달라진 낮의 길이와 높아진 기온으로 꽃 피울 때를 알아챈다. 또, 추위를 지나야지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어떤 식물학자는 꽃이 피는 이유를 한마디로 ‘스트레스’라고 했다.
 
일정한 온도와 빛 아래에서 알맞게 물을 주면 꽃이 잘 필 것 같지만 꽃이 피기 위해서는 달라진 낮과 밤의 길이와 변화된 기온, 추위와 바뀐 환경이라는 스트레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꽃이 피는 것이 봄이 왔기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이겼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인생의 꽃도 마찬가지다. 팬더믹이라는 긴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인생의 꽃을 피울 때다. 올봄에는 자연에서 피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인생의 꽃, 인내와 희망으로 스트레스를 이기고 피어나는 인생의 꽃향기가 가득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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