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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내 영혼의 집은 어딘가?

책을 읽다가 ‘영적 홈리스’라는 낱말 앞에서 딱 멈추었다. 나도 ‘영적 홈리스’가 아닐까? 라는 고약한 생각에 심각해진 것이다. 내 영혼의 집은 어딘가?   노숙자 문제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다. LA같은 대도시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골칫거리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나빠지는데 대책은 거의 없는 답답한 현실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낱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우스 리스’가 아니고 ‘홈 리스’다. 생존과 사랑의 문제, 생명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걱정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물질적 공간의 문제가 고작이다. ‘홈리스’의 아픔을 돌보기까지는 멀고도 멀었다. 정신세계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내 영혼의 집은 어딘가? 현실적으로 가장 근본적이고 많은 대답은 신앙일 것이다. 교회에 가서 열심히 기도하고, 절에 가서 절하는 일…. 하지만 그것으로 끝일까? 그럴까? 성직자가 아닌 사람이 언제나 절대자에 기대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영혼의 집은 어디인가? 내 마음의 고향은? 혹시 예술이 영혼의 안식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야무진 꿈을 꾸어보지만 이 또한 충분치 않다.   내 영혼의 집, 내 마음의 고향은 어디인가?   “몸이 많이 아팠던 작년 겨울 어느 날, 그가 서재에 있는 어머니 사진 앞에 망연히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죽음이 바짝바짝 쫓아오는 그 암담한 시기에도 어머니는 여전히 그의 기댈 언덕이었던 모양이다. 아내도 자식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그런 절박한 시간에 그는 어머니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령 선생의 부인 강인숙 관장이 고인을 기리며 쓴 책 ‘만남’의 한 구절이다. 기독교 세례를 받기 전의 이어령 선생에게 어머니는 신성(神性)을 지닌 절대적 존재였다는 것이다. 선생의 어머니는 그가 11세 소년일 때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몸은 70년 전에 떠나가셨지만, 어머니는 평생 아들의 영혼의 집,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있었던 것이다.   강인숙 관장이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어느새 잊어가는 자신을 한탄하자, 이어령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감동적이다.   “걱정 마, 어머니는 다시 돌아와. 와서 영원히 안 떠나셔.”   어머니를 구원의 상징으로 그린 예술작품은 많다. 러시아 한인(韓人) 화가 변월룡(1916~1990) 화백의 어머니 초상화도 좋은 예다. 그는 죽기 얼마 전에 어머니를 그렸다. 이미 40년 전에 세상 떠나신 어머니를 그림으로 살려냈다. 울면서 그렸다, 미술전문가들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이 그림은 변월룡 화백의 거의 마지막 작품이다. 화가는 이 그림을 그린 지 얼마 안 돼서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5년 뒤 숨졌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어머니를 그린 것이다.   화가 변월룡은 러시아 최고의 레핀미술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이 대학의 정교수가 된 당대 최고 수준의 화가이며, 리얼리즘 미술에서는 단연 한국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존재였다.   그가 그리움을 담아 그린 ‘어머니’는 참으로 많은 것을 말해준다. 화가는 왜 말년에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렸을까? 그림 맨 밑 오른쪽 귀퉁이에 한글로 ‘어머니’라고 적었다. 평생 타향살이를 한 화가에게 어머니는 고국과도 같은 말일 것이다. 디아스포라 예술가에게 어머니는 조국 같은 존재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든다. 비틀비틀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헤매는 ‘홈리스’들에게 잠시라도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주면 정신 차리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예술이 그런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야무진 헛꿈인가?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영혼 어머니 초상화 어머니 사진 이어령 선생

2024-06-06

[우리말 바루기] 접미사 ‘-다랗다’의 사연

기다랗고 가는 목에 타원형의 얼굴. 모딜리아니 초상화의 특징이다. 이런 화풍은 그의 병증이 한몫했다는 주장도 있다. 모딜리아니의 작품 속 형태 변형이 심한 난시와 관련됐다는 것이다.   매우 길다는 의미의 단어 ‘기다랗다’도 잘못된 형태로 종종 표현되곤 한다. “긴 타원형의 얼굴 아래로 음악처럼 흐르는 길다란 목” “백조같이 길다랗고 가는 목”처럼 쓰면 안 된다. ‘기다란’ ‘기다랗고’로 고쳐야 바르다. ‘길다랗다’를 기본형으로 알고 잘못 활용한 경우다.   ‘길다’에 그 정도가 꽤 뚜렷하다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다랗다’가 붙은 말이므로 ‘길다랗다’로 읽고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왜 어간 ‘길-’에서 ㄹ이 탈락한 ‘기다랗다’를 표준말로 삼은 걸까? 발음이 [기ː다라타]로 난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때 ㄹ소리가 안 나면 나지 않는 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28항 규정에 따랐다.   ‘높다랗다(←높다)’와 같이 용언의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는 게 원칙이나 ‘기다랗다’는 변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았다. ‘가느다랗다(←가늘다)’도 같은 예다.   ‘짤따랗다(←짧다)’는 왜 이런 형태가 됐을까?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을 땐 소리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21항 규정 때문이다.우리말 바루기 접미사 사연 모딜리아니 초상화 형태 변형 얼굴 아래

2023-02-24

[문화산책] 본다는 것은 선택이다

“아유,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이네요!”   어떤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여인이 매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참 난감하고 미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커다란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큼직한 모자를 푹 눌러 쓴 데다가, 시커먼 색안경까지 단단히 걸쳤으니…. 알아볼 도리가 없다. 마치 가면무도회에 참석한 것 같다.   몹쓸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 알아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눈만 보고는 누군지 알아볼 재간이 없다. 그래도 알아본다면 난봉꾼이거나 간첩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스크 덕에 입술연지의 판매량이 크게 줄고, 그 대신에 눈 화장용품이 잘 팔린다는 기사를 읽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참….   한데, 잘 생각해보면, 코로나 이전에도 인간관계는 늘 그랬었다. 눈에 보이는 일부분을 통해 전체를 미루어 파악하면서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누구나 자신의 극히 일부분, 자기에게 유리하고 멋진 부분만 내보이고, 부족한 것은 가리며 살아간다. 사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류의 미술에서도 같은 현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인물화, 초상화가 그런데, 대부분의 초상화는 그 인물의 가장 이상적인 각도와 조건에서 그린 작품이다. ‘미술은 사물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철학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리는 대상이 신이나 성인이니 거룩하고 성스럽게 묘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철학은 모든 문화 예술과 일상생활에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영정사진이 그렇고, 컴퓨터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하는 작업 등이 그렇다.     역사적 인물의 영정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한국 화폐의 인기 모델인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의 얼굴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얼굴은 화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 인물의 어느 한 시절의 이미지일 따름이다. 그러니까, 한 인물의 실체를 꾸밈없이 말해주는 진실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는 인물 사진들은 실제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젊은 시절의 멋있는 모습, 그중에서도 가장 잘 나온 사진인 경우가 많다. 특히 광고에 큼직하게 나온 여자 사진의 경우 더 그렇다.   이처럼 사물을 하나의 고정된 각도에서만 바라보는 관념에 반발한 것이 인상파, 입체파 같은 새로운 미술운동이다. 보는 것과 진실에 대한 성찰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인상주의는 사물의 고유색(固有色)이라는 전통을 부정하고, 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오묘한 색채를 그리려 한 운동이다. 입체파는 하나의 각도에서 보는 시각만으로는 사물의 본질을 표현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이미지를 한 화면에 입체적으로 그렸다. 그렇게 현대미술은 다양한 시각으로 지평을 넓혀나갔다.   우리는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제대로 보고 있는가?   미술평론가 존 버거는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라고 말했다. 보고 싶은 것, 마음에 드는 것만 본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도 생겨났다.   그런데… 그래서 좌파와 우파가 철천지원수 되어 으르렁거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다. 시각을 조금만 넓히거니, 다각도로 보면 생기지 않을 다툼이니 말이다. 내 눈으로 본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절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주장이 꼭 틀린 것도 아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선택 인물화 초상화 인상파 입체파 역사적 인물

2022-08-01

[문화산책] 본다는 것은 선택이다

“아유,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이네요!”   어떤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여인이 매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참 난감하고 미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커다란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큼직한 모자를 푹 눌러 쓴 데다가, 시커먼 색안경까지 단단히 걸쳤으니…. 알아볼 도리가 없다. 마치 가면무도회에 참석한 것 같다.   몹쓸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 알아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눈만 보고는 누군지 알아볼 재간이 없다. 그래도 알아본다면 난봉꾼이거나 간첩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스크 덕에 입술연지의 판매량이 크게 줄고, 그 대신에 눈 화장용품이 잘 팔린다는 기사를 읽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참….   한데, 잘 생각해보면, 코로나 이전에도 인간관계는 늘 그랬었다. 눈에 보이는 일부분을 통해 전체를 미루어 파악하면서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누구나 자신의 극히 일부분, 자기에게 유리하고 멋진 부분만 내보이고, 부족한 것은 가리며 살아간다. 사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류의 미술에서도 같은 현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인물화, 초상화가 그런데, 대부분의 초상화는 그 인물의 가장 이상적인 각도와 조건에서 그린 작품이다. ‘미술은 사물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철학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리는 대상이 신이나 성인이니 거룩하고 성스럽게 묘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철학은 모든 문화 예술과 일상생활에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영정사진이 그렇고, 컴퓨터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하는 작업 등이 그렇다.     역사적 인물의 영정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한국 화폐의 인기 모델인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의 얼굴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얼굴은 화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 인물의 어느 한 시절의 이미지일 따름이다. 그러니까, 한 인물의 실체를 꾸밈없이 말해주는 진실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는 인물 사진들은 실제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젊은 시절의 멋있는 모습, 그중에서도 가장 잘 나온 사진인 경우가 많다. 특히 광고에 큼직하게 나온 여자 사진의 경우 더 그렇다.   이처럼 사물을 하나의 고정된 각도에서만 바라보는 관념에 반발한 것이 인상파, 입체파 같은 새로운 미술운동이다. 보는 것과 진실에 대한 성찰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인상주의는 사물의 고유색(固有色)이라는 전통을 부정하고, 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오묘한 색채를 그리려 한 운동이다. 입체파는 하나의 각도에서 보는 시각만으로는 사물의 본질을 표현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이미지를 한 화면에 입체적으로 그렸다. 그렇게 현대미술은 다양한 시각으로 지평을 넓혀나갔다.   우리는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제대로 보고 있는가?   미술평론가 존 버거는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라고 말했다. 보고 싶은 것, 마음에 드는 것만 본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도 생겨났다.   그런데… 그래서 좌파와 우파가 철천지원수 되어 으르렁거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다. 시각을 조금만 넓히거니, 다각도로 보면 생기지 않을 다툼이니 말이다. 내 눈으로 본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절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주장이 꼭 틀린 것도 아니다. 장소현 / 시인, 극작가문화산책 선택 인물화 초상화 인상파 입체파 역사적 인물

2022-07-28

시각예술가 투 잉밍 작가 개인전

E2아트 갤러리(관장 최희선)에서 다음 달 15일까지 투투(Tu-2)로 알려진 대만계 미국인 작가 투 잉밍의 전시회 ‘자아 찾아가는 여정(Route to Root: Journey to the Center)’을 개최한다.     투 잉밍(Tu-2) 작가는 그림,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에 초점을 맞춘 시각 예술가로 이번 전시회에 유화, 드로잉, 디지털 아트 등 다양한 작품 40여점이 소개된다.     투 잉밍 작가는 대만에서 태어나 대만국립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UCLA에서 사진학 석사를 공부하면서 드로잉을 함께 공부했다.     유년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리는 투 잉밍(Tu-2)을 부모님이 지원했지만 13세 때 아버지 사망으로 정신적, 물질적으로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림으로 재개한 투 잉밍의 첫 작품은 아버지 초상화로 예술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여정이 시작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술계에 늦깎이로 출발한 투 잉밍(Tu-2) 작가의 시각예술가로서 진화되는 창의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투 잉밍은 “사람들이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작품을 통해 자신을 통찰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소: 1215 W. Washington Blvd. LA   ▶문의: (213)741-0014 이은영 기자시각예술가 개인전 작가 개인전 시각 예술가 아버지 초상화

2022-06-26

[등불아래서] 하나님의 매력

종교 개혁자였기에 그런지 아니면 널리 알려진 그의 초상화 덕인지, 왠지 날카롭기만 할 것 같은 칼빈은 그의 책 기독교 강요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께서 오직 배고픔만 채우라고 음식을 지으셨겠는가. 우리 마음과 기분을 즐겁고 유쾌하게 하시려는 것은 아니겠는가. 풀과 나무, 과일 역시 그 다양한 용도를 넘어 아름다운 모습과 상쾌한 향기를 가지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단지 쓰임새만이 아니라 매력 있게 만드신 것이다.”   그렇다. 한 끼의 식탁에서도 우리는 이 매력적인 하나님을 만나며 즐거워할 수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하나님이 주신 자연과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영감을 받는다. 훌륭한 식탁 역시 그럴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아무리 먹음직스러운 흑트뤼플에 캐비어를 곁들이고 푸아그라나 오르톨랑을 먹는다고 해도, 텃밭에서 꽃을 피우고 나비가 노닐며 열매를 맺는 오이 하나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바쁘다는 핑계로 시멘트벽만 바라보며 사는 우리에게 푸르른 하늘은 여전히 매력을 뿜어낸다. 우리가 피워낸 먼지와 매연이 온통 하늘을 가려도 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별빛을 쏟아낸다. 꽃으로 가득한 벌판 그리고 숨이 멎을 것 같은 노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이 있다.   하나님은 이 순간을 당신이 없이는 완성하지 않으신다. 할 말조차 잊게 하는 벅찬 장관을 보는 것은 산도 아니요, 꽃도 아니다. 별도 아니며 해도 아니다. 당신을 위해, 언제 쳐다볼지도 모르는 우리를 위해 오늘도 펼쳐져 있다. 하나님의 은혜는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 우주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결국 사라질 것들조차 이토록 경이롭게 만들어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은 그 매력으로 영원한 나라를 준비하셨다. 하나님을 따라 지어진 당신을 위해서 말이다.   이 나라를 상속받은 자는 더 이상 얻을 구원이 없고 잃어버릴 천국도 없다. 사라질 세상조차도 당신을 위해 빛내시는 하나님이 어찌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생을 빛내시지 않으랴. 이 매력적인 위대한 예술가는 연탄재와 지푸라기로도 피카소조차 부끄럽게 하실 분이시니 말이다.   사바트(Sabbath). 멈추어 보라. 그리고 이 역사의 끝에서 당신과 함께 이 순간을 완성해 가시는 하나님을 보라. 구름이 흐르는 하늘과 빛나는 태양만이 아니다. 어두운 뒷골목과 암울한 빌딩까지도 당신과 함께 지금을 완성하시는 하나님의 매력을 막을 수 없다. 당신은 하나님의 매력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아래서 하나님 초상화 덕인지 종교 개혁자 기독교 강요

2022-06-06

팬데믹에도 '예술혼'은 멈추지 않았다

LACMA 1월 2일까지 오바마 초상화전 암호화폐·디지털 예술 결합 'NFT' 붐   팬데믹이후 예술작품 전시나 클래식 공연은 생활에서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 남가주에서 예술 문화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하면서 올해도 미술관, 공연장은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지난해 보다는 크게 개선됐다. 일부는 다시 문을 열고 주목할 만한 전시와 공연을 열고 있다.     올해 남가주 문화예술계 이슈를 정리했다.     ▶LACMA 오바마 초상화 투어     2018년 2월 스미소니언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서 오바마 전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초상화가 공개된 후 전례 없는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박물관의 공식 초상화로 자리 잡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여사의 초상화를 보려면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소니언 국립 박물관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오바마 초상화 전시회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브루클린 박물관, LACMA, 하이 아트 박물관 및 휴스턴 미술관 등 전국 5개 도시 순회 전시 중이다. 현재는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전시 중으로 스미소니언 국립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바마 초상화전은 LACMA에서 전시 중인 200년에 걸친 약 140개 그림과 사진이 포함된 ‘블랙 아메리칸 포트레이트(Black American Portraits)’전에서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거의 실물 크기의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초상화가 큰 공간에 한 개 작품씩 전시되어 거대한 작품이 주는 압도적인 감상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일까지 진행되며 사전 티켓 구매가 필요하다.     ▶NFT 붐   예술작품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거래되는 자산이 됐다. 2009년 출시된 암호화폐는 순수한 디지털 교환 수단을 도입했다. 올해 암호화폐 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예술 ‘NFT’가 등장했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각 디지털 토큰을 고유하고 대체할 수 없도록 만들어 암호화폐 아이디어를 자산급 예술로 발전시켰다. 아트작품에 NFT기술을 적용하고 구매자들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디지털 아트 작품을 구매하고 거래한다. NFT에는 그림,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 데이터가 저장되고 예술적 가치가 있으면 아트 작품이 된다.       비플이라는 예명을 쓰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매일-첫 5000일(Everyday - The First 5000 Days)'이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판매되면서 본격적인 NFT붐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비플이 2007년부터 매일 온라인에 올린 JPG 파일로 제작한 모든 이미지의 콜라주 작품이다. 비플의 동영상 '교차로(Crossroad)'는 660만 달러에 판매됐다.     ▶게티 CEO 제임스 쿠노 은퇴     지난 여름 게티 트러스트 최고 경영자(CEO)인 제임스 쿠노(70)가 은퇴를 발표하면서 남가주 미술계는 누가 쿠노 CEO의 뒤를 이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게티센터와 게티빌라 두 개의 박물관, 비교할 수 없는 연구기관, 영향력 있는 자선 재단 및 약 8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이 있는 게티 트러스트는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재단이다.     쿠노 은퇴로 게티 트러스트가 후임자를 찾으면서 문화예술계에 엄청난 기회가 열렸다.      ▶인피니티 미러룸 재개관 연기   다운타운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바로 옆에 있는 브로드 박물관은 2015년 개관한 가장 핫한 현대 미술관이다. 부동산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엘리 브로드가 개인 소장품 2000여점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야요이 쿠사마, 제프 쿤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바스키아, 앤디 워홀 등 유명 현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가득하다.     야요이 쿠사마는 1965년 인피니티 미러룸 제작을 시작해 현재까지 20개 이상 작품을 만들었다. 엿보기 같은 방부터 멀티미디어 설치에 이르기까지 쿠사마의 각 만화경은 무한한 공간의 환상으로 들어갈 기회를 제공한다.     '롱잉 포 이터니티'(2017)는 지금 전시 중이며 '인피니티 미러드 룸'(2013)은 전시가 연기돼 내년 1월 사전 예약을 받아 공개된다.     ▶LA 필 등 부스터 샷 요구   오미크론 출현과 함께 다시 LA카운티에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LA 필, LA 마스터 코럴, 뮤직센터 등은 지난 23일 실내 공연 및 행사에 입장하려면 부스터 샷 접종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LA 필은 1월 18일부터 부스터샷 접종 증명 요구를 시작하고 뮤직센터는 17일부터 발효된다. 내년 3월 이전 공연계획이 없는 LA 오페라는 현재 부스터 샷 접종 증명 규정을 검토 중이다.         한편, 지난 9일 CTG(Center Theatre Group)는 직원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발견되자 '크리스마스 캐롤' 나머지 공연을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CTG는 지난 4월 기준 아만슨과 다운타운 마크 테이퍼 포럼, 컬버 시티의 커크더글라스 극장 폐쇄로 인해 4500만~5500만 달러의 박스 오피스 수익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예술혼 남가주 예술작품 전시 초상화 전시회 디지털 예술

2021-12-26

450,300,000 달러…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00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경매 사상 최고 기록이다. 구매자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최고 경매 기록은 2015년 5월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세운 1억7940만 달러였다. 공개적인 경매가 아닌 개인적 거래 기록으로는 지난 2015년 9월 윌렘 데 쿠닝의 '인터체인지'가 세운 3억 달러가 최고 판매 기록이었다. '살바토르 문디'는 현존하는 다빈치 그림들 중 유일하게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이다. 소유주는 러시아의 억만장자이며 미술품 수집가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였다. 다빈치가 1500년에 그린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예수의 상반신을 담고 있다. '살바토르 문디'는 '세계의 구원자', 즉 구세주 예수그리스도란 뜻이다. 그림 속의 예수는 왼손에 수정으로 만든 큰 구슬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위를 가르키고 있다. 크기는 가로 45.4cm, 세로 65.6cm이다.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게 알려지지 않았던 1958년에는 45파운드(약 60달러)에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적도 있다. 한편, 작품의 진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레오나르도 작품 전문가이자 예술사학자인 프랑스의 자크 프랑크는 16일자 뉴욕타임스(NYT)에 "살바토르 문디는 레오나르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레오나르도는 뒤틀린 움직임을 선호했다"면서 "(경매에 부쳐진 작품은) 기껏해야 레오나르도(의 요소)를 조금 갖춘 좋은 스튜디오 작품이고, 많이 손상됐다"면서 "이 작품은 '남성 모나리자'라고 불려왔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이손 프라고노프도 작품의 진위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지그재그 형태의 수 매듭 등 작품 속 예수의 의상을 거론하며 '이슬람교의 터치'가 가미됐다면서 "레오나르도 작품을 기술적으로 분석해보면 의상에 값싼 남동광 색보다는 순 청금 색을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2017-11-16

다빈치의 예수 초상화 경매에…1억 달러 호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500여 년 전 그린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사진)'가 경매에 부쳐진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의 억만장자 미술품 수집가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는 다음 달 15일 열리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림을 1억 달러에 내놓을 예정이다. 리볼로프레프가 제시한 1억 달러는 경매에 나온 다빈치 그림 중 가장 높은 제시 가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살바토르 문디'는 현재 20점도 남지 않은 다빈치 그림 중 유일하게 개인이 소장하던 작품이다. 대표작 '모나리자'를 비롯한 다빈치의 나머지 작품들은 현재 프랑스 루브르 등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다빈치가 1500년쯤 제작한 이 그림은 오른손을 들어 축복을 내리고, 왼손으로는 크리스털 보주를 잡고 있는 예수의 상반신을 담았다. 그림은 유럽 귀족들의 손을 거치며 심한 덧칠 등으로 손상됐고, 누구의 작품인지 확인되지 않은 채 수백 년을 보냈다. 1900년경 영국의 그림 수집가 프레더릭 쿡 경이 사들인 이 작품은 1958년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단돈 45파운드(약 7만 원)에 팔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5년 그림의 붓질과 염료 등을 정밀 감정한 결과 이것이 다빈치의 진품이라고 확인했고, 작품은 2011년 영국 런던 국립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후 2013년 리볼로프레프의 손에 들어갔다. 리볼로프레프 측은 이번 경매 호가가 2013년 구입가격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가 돈이 필요해서 그림을 파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2017-10-11

[이점봉 기자의 타임머신]"최후의 만찬""모나리자" 그림을 읽읍시다.

*<최후의 만찬>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되기 하루 전날, 12 제자가 흰 테이블을 중심으로 일렬로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바로 "최후의 만찬"이다. 예수를 중심으로 양쪽에 6명씩으로 나누었고 이 6명은 다시 3명씩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뒷 배경에는 3개의 창문이 보이는데 이 모든 것은 삼위일체, 4개의 복음서,새 예루살렘의 12문을 상징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예수를 소실점으로 좌우 대칭의 원근법을 구사하여 그림이 안정되고 균형 잡힌 이상적 그림으로 칭송된다. 이 그림은 예수가 오늘 저녁 누군가 나를 팔아 넘길 것이란 말에 대한 반응을 상상하고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제자들을 묘사했다. 맨 왼쪽의 3명을 살펴보자. 바르톨로메오, 소 야고보 그리고 안드레아인데 두 손을 허공에 쳐들고 놀라는 안드레아가 인상적이다. 왼쪽에서 두번째 그룹의 3명은 유다,베드로,요한이다. 뇌물로 받은 돈자루를 쥔 유다 그리고 칼을 들고 요한의 어깨에 기댄 베드로의 적극적인 대응 모습이 보인다. 예수의 오른편 그룹에는 토마스, 대 야고보, 빌립보가 있다. 예수가 처형 당하자 의심의 눈빛으로 못자국을 찔러 본 토마스는 두번째 손가락을 높이 쳐들고 의심스럽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두 손을 가슴에 얹은 빌립보는 자신의 결백을 표하고자 하는 모습니다. 그림 오른편의 마지막 그룹 3명은 마테오, 다데오, 시몬이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마테오, 심각한 토론을 벌이는 듯한 시몬의 모습이 이채롭다. 당시 그림 속에 나타난 음식을 살펴보자. 기름진 음식보다는 간소하고 건강 위주의 음식이 주다. 당시에는 양고기, 빵, 포도주가 그림에 많이 등장하던 시절이지만 이 그림에는 생선 즉 장어가 메뉴에 등장한다.성경보다는 다빈치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림으로 해석된다. 생동감 넘치는 제자들의 얼굴 인상이 담긴 이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고의 작품으로서 149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사료된다.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피렌체 상인들의 자화상을 그려 주곤 했다. 모나리자는 귀족 계급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초상화가 남아 있음에 주목한다. 이는 50세에 피렌체로 온 다빈치가 장사꾼 프렌체스코 델 조콘도의 아내인 리자 게라르디니를 그린 그림으로 밝혀졌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건물로 플로린 금화가 유행할 정도로 제2의 로마 시대를 구가했으며 15세기 유럽의 월 스트리트를 상징하는 "천국의 문"은 당시 메디치가의 문화 사랑의 일환으로 밀라노에서 다빈치에 대한 후원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반증한다고 한다. 밀라노에서 피렌체로 온 후 상인 계층과 밀접한 교류를 가진 다빈치는 프렌체스코 상인이 자기 아내의 초상화를 의뢰하자 거절하지 못하고 그렸다는 것이다. 모나리자 그림은 눈썹이 없는 특징이 있다. 얼굴의 윤곽 등이 당시 유명하던 뚜렷한 선 대신 희미한 색깔로 처리되어 있다. 이를 '스푸마토 기법'이라 부른다. 피렌체의 고문서 보관서에서 그림을 X레이 촬영한 결과 밑그림조차 흐릿하게 처리해 그 당시 보기 드문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귀족의 의상을 걸치지 않은 모나리자는 독특한 기법으로 처리되어, 옆 모습을 주로 그린 당시의 그림과는 달리 관객과의 감정 교류를 일으키게 하는 눈과 입가의 잔잔한 미소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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