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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본다는 것은 선택이다

“아유,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이네요!”
 
어떤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여인이 매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참 난감하고 미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커다란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큼직한 모자를 푹 눌러 쓴 데다가, 시커먼 색안경까지 단단히 걸쳤으니…. 알아볼 도리가 없다. 마치 가면무도회에 참석한 것 같다.
 
몹쓸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 알아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눈만 보고는 누군지 알아볼 재간이 없다. 그래도 알아본다면 난봉꾼이거나 간첩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스크 덕에 입술연지의 판매량이 크게 줄고, 그 대신에 눈 화장용품이 잘 팔린다는 기사를 읽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참….
 
한데, 잘 생각해보면, 코로나 이전에도 인간관계는 늘 그랬었다. 눈에 보이는 일부분을 통해 전체를 미루어 파악하면서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누구나 자신의 극히 일부분, 자기에게 유리하고 멋진 부분만 내보이고, 부족한 것은 가리며 살아간다. 사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류의 미술에서도 같은 현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인물화, 초상화가 그런데, 대부분의 초상화는 그 인물의 가장 이상적인 각도와 조건에서 그린 작품이다. ‘미술은 사물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철학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리는 대상이 신이나 성인이니 거룩하고 성스럽게 묘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철학은 모든 문화 예술과 일상생활에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영정사진이 그렇고, 컴퓨터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하는 작업 등이 그렇다.  
 
역사적 인물의 영정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한국 화폐의 인기 모델인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의 얼굴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얼굴은 화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 인물의 어느 한 시절의 이미지일 따름이다. 그러니까, 한 인물의 실체를 꾸밈없이 말해주는 진실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는 인물 사진들은 실제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젊은 시절의 멋있는 모습, 그중에서도 가장 잘 나온 사진인 경우가 많다. 특히 광고에 큼직하게 나온 여자 사진의 경우 더 그렇다.
 
이처럼 사물을 하나의 고정된 각도에서만 바라보는 관념에 반발한 것이 인상파, 입체파 같은 새로운 미술운동이다. 보는 것과 진실에 대한 성찰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인상주의는 사물의 고유색(固有色)이라는 전통을 부정하고, 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오묘한 색채를 그리려 한 운동이다. 입체파는 하나의 각도에서 보는 시각만으로는 사물의 본질을 표현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이미지를 한 화면에 입체적으로 그렸다. 그렇게 현대미술은 다양한 시각으로 지평을 넓혀나갔다.
 
우리는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제대로 보고 있는가?
 
미술평론가 존 버거는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라고 말했다. 보고 싶은 것, 마음에 드는 것만 본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도 생겨났다.
 
그런데… 그래서 좌파와 우파가 철천지원수 되어 으르렁거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다. 시각을 조금만 넓히거니, 다각도로 보면 생기지 않을 다툼이니 말이다. 내 눈으로 본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절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주장이 꼭 틀린 것도 아니다.

장소현 / 시인,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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