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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후보 토론회 승자는 트럼프

양당 부통령 후보 토론회였지만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했다.   1일 오후 CBS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의 대결은 정작 본인들이 아닌 대통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이었다.   월즈와 밴스 후보는 주어진 외교, 보건, 국경, 이민 등에 대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보다는 두 대선 후보의 기본 철학과 정책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나(I)’ 보다는 ‘She(해리스)’ 또는 ‘He(트럼프)’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지구촌 위협이 되고 있는 중동 전쟁과 외교 상황에 대해서 밴스는 현 정부 책임론, 월즈는 트럼프 책임론을 내세웠다.   월즈는 “트럼프의 위험한 외교정책은 지금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밴스는 “트럼프 집권 시 중동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가장 평화로운 질서를 유지했다는 것을 미국인 모두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내 민생 물가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앞섰다.   밴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가진 민생과 물가 정책이 맞다면 지금 현재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미국인들은 모두 실망한 상태”라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록을 통해 1.5%의 인플레이션으로 국가를 이끌었다. 상식이 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월즈는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노동계층과 중산층은 공정한 대우와 처우를 원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정책은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대기업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팩트 체크(fact check)’ 질문도 두 후보를 긴장하게 했다.   월즈는 1989년 홍콩과 중국을 방문했다는 기록은 사실이 아니라는 진행자의 지적에 “그해 여름 분명 방문했으며 이후 외교적으로 관계를 이어왔다”며 “방문 이후 시기를 잘못 언급했다. 하지만 나는 지역에서 정직한 정치인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밴스는 2016년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를 향해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다’, ‘히틀러가 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가 다시 손을 잡게 된 이유를 묻자 “매체들만을 믿었던 당시 나의 판단은 잘못됐다. 더 자세히 알게 될수록 그의 접근이 맞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당시 정책이 집행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면 당시 의회의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는 비교적 밴스가 우위에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주요 매체들은 월즈 주지사가 첫 전국 무대에서 밴스보다는 정갈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진영을 공식 지지한 뉴욕타임스는 “토론의 진행과 설득력 측면에서 밴스 후보는 뛰어난 실력을 보였고 오히려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의 정책과 방향을 잘 설명해냈다”고 전했다.   밴스는 일관된 톤과 어조로 차분함을 이어가면서 기존의 강한 이미지를 개선했지만, 월즈는 마치 흥분한 교사처럼 발언 내용을 강조하느라 시종 눈을 부릅뜨며 인상을 찌푸린 모습을 보였다.   토론 후 정치권에서는 밴스에 대해 연방 무대에서 단련된 실력이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가능하고, 월즈는 아직 중원에 나선 경험이 없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정치 전문 폴리티코는 “해리스-트럼프 대리전에서 밴스가 승리했지만 정작 부통령 후보 자신들의 모습과 철학을 설명할 기회는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토론회 트럼프 트럼프 책임론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집권

2024-10-02

[열린 광장] 무엇을 위하여 싸우고 있는가

세상이 발전할수록 인간관계는 왜 극과 극으로 달리는 것일까.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삶을 힘들게 한다는 뜻인가. 세상은 싸움 투성이다. 싸움이란 말이나 힘으로 이기려고 상대방과 다투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가려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우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가 생기면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내 서로 정당함을 논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준을 무시하고 무조건 본인이나 자기편 주장이 옳다며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상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상대편을 제압하기 위해 투쟁도 벌인다. 이런 모습은 단체나 정치권, 심지어 교계에서도 나타난다. 각자 자기주장만 옳다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말 잘하고 투쟁적인 사람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웅변을 잘하는 학생을 보면 참으로 부러웠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때  말 잘하고 투쟁력이 있는 믿음직한 친구가   도와주면  마음이 후련했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 친구들이 멋지게 보였다.      군인은 국방을 튼튼히 해 국가와 국민을 지킬 의무가 있고, 정치인에게는 국민이 잘살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정치권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특히 집권 보수 세력의 내부 혼란이 심각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모 신문에는 “국가의 침몰 위기에도 보수 우파 장치인들은 싸움도 할 줄 모르고, 투쟁력도 없고, 쓸개도 자존심도 없고 오로지 보신주의 계산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칼럼까지 게재됐다. 칼럼은 이런 상황을 “비겁하고 천박한 이기적 욕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정의를 위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국익을 위하려는 열정과 끈기없이 남의 집 싸움 구경하듯  보고만 있어야 되겠냐는 질타다. 집권 여당은 과연 여당의 역할을 하는지 그럴만한 능력이 되는지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언제 어디서 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세계는 잇단 천재지변과 전염병 등과 싸우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사회에 만연된 불법과도 싸워야 한다. 세상은 온통 싸움판이고 전쟁터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늘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목표가 어디고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싸워야 한다. 군대는 주적이 분명해야 작전계획을 세워 승리할 수 있듯이 정치는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인간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엔  역부족인가. 왜 무의미한 싸움을 끝없이 하는 것인가. 탐욕을 싹 버리고, 국민의 삶을 위해 말싸움도 하고 성난 곰과 같은 투쟁력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저 푸르고 높은 하늘 바라보며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사랑하며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열린 광장 집권 여당 집권 보수 우크라이나 전쟁

2024-06-04

[FOCUS] 1월 대만, 3월 러시아, 11월 미국…지구촌 대선 레이스

지구촌은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 하마스 등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비극 속에서 2024년을 맞게 됐다. 그렇게 맞이하는 새해는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새해 벽두부터 연말까지 1년 내내 전 세계 곳곳에서 각국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현재 선거가 예정된 나라만 40개국이 넘고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 명 이상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2024년이 ‘수퍼 선거의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내년 1월 13일엔 대만의 새 총통을 선출하는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리고 내년 3월에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어 내년 4~5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될 인도 총선이, 내년 6월엔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고 내년 11월엔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지구촌 곳곳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선거 레이스가 숨가쁘게 전개되는 셈이다.   2024년 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각국의 내부 정치는 물론 국제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글로벌 공급망 구도 등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친미 노선을 내세우는 집권 민진당과 대중 화해 노선을 추구하는 야당 국민당이 맞붙는 대만 총통 선거는 중국과의 갈등과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이슈 속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약 민진당 후보가 승리해 또다시 집권하게 될 경우 대만 통일을 부르짖는 중국 입장에선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중국은 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각종 여론전과 선전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에선 ‘국민당은 평화의 당, 민진당은 전쟁의 당’이란 글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건 약과다. 일각에선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 베이징 당국이 대만을 봉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의 대학교수들도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대만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쑹타오 주임도 지난 7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인 300여 명을 베이징으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쑹 주임은 휴가를 내서라도 대만으로 돌아가 총통 선거에 투표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골적인 압박과 회유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14억 인구의 인도 총선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모으는 선거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미·중·러 경쟁 구도 속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모디 총리의 연임 여부가 달린 선거라는 점에서다. 모디 총리는 국경 분쟁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쿼드(Quad)를 결성해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러시아와도 석유를 다량 수입하고 무기를 공동 개발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미·러와 등거리 외교 전략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모디 총리는 더 나아가 중남미·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사이에서도 맹주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이를 위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들 국가에 대대적인 백신 공여에 나서는 한편 화상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도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중국·독일·일본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하는 등 국제경제적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모디 총리의 집권 연장에 강대국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기전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적할 야당 후보가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지의 관심은 과연 몇%의 지지를 얻을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무난히 승리해 2030년까지 집권하게 될 경우 휴전 협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주목거리다. 반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내년 3월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은 오랜 전쟁과 계엄령 등의 여파로 연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어 2024년 지구촌 대선 릴레이의 대미는 미국 대선이 장식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판세로는 백악관을 수성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세하게나마 앞서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레이스는 시작하지도 않은 만큼 섣불리 승패를 예측하긴 쉽지 않은 형국이다.   미 대선 결과에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동맹 강화 전략과 가치 외교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게 될 경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고립주의 외교 노선이 강화되면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관측이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FOCUS 중국 미국 선거 레이스 집권 민진당과 대만 통일

2024-01-01

[중국읽기] 욕만 하면 중국 넘나

지난주 중앙일보의 온라인 중국전문 페이지 ‘더 차이나’에 글 하나가 실렸다. “젊은 중국 박사들, 빅테크 기업 아닌 ‘여기’서 가능성 봤다”는 제목이 붙었다. ‘여기’가 어딘가 보니 ‘농업’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는 순간 댓글이 보인다. “미세먼지나 해결해라. 지구 최대의 민폐국.” 확깬다. 중국 기사 말미마다 붙는 반중(反中) 내지 혐중(嫌中)의 글이다.   누구는 댓글을 무시하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목소리 중 하나다. 아쉬운 건 그저 중국 욕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감정 배설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이후 보이는 현상이다. 특히 우리 청년 세대의 반중 감정은 유난히 높다. 일각에선 언론탓을 한다. 우리 언론이 부추긴 결과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우리 청년 세대는 공정과 상식에 민감하다. 한국의 많은 청춘이 중국에 반감을 갖는다는 건 중국이 현재 보여주는 모습이 공정과 상식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걸 뜻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다는 걸 듣지 못했다. 홍콩 시위는 중국의 무자비한 단속으로 사그라졌다. 지난 3년간 지구촌을 쑥대밭으로 만든 코로나19의 경우 적어도 그게 어디서 시작됐는가 하는 기원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폭발적으로 발생한 건 우한이 맞는데도 이에 대해 어떤 미안하다는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했다.   여기에 한복과 김치의 원조까지 중국이라는 주장엔 말문마저 막힌다.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팽배하게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매력 상실’에 있다. 10여 년 전 후진타오 집권 시기만 해도 중국 하면 ‘발전’ ‘평화’ ‘부상’ 등의 수식어가 따랐다. 한데 이젠 거칠고 공격적이며 이기적이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느 사이 긍정이 아닌 부정의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이 또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은 다시 오랜 전통의 미덕을 회복할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자세다. 중국이 싫다고 담만 쌓아선 안 된다. 그럴수록 더욱 중국을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실패하기엔 또는 몰락하기엔 너무 큰 나라가 됐다. 중국이 가라앉으면 한국도 딸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 마침 그제부터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인대와 정협 회의)가 시작됐다. 총리 등 중국 지도부 개편이 예정돼 있다. 그런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분석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 욕만 하는 것으로 중국을 넘어설 수는 없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양회 전인대 감정 배설 후진타오 집권

2023-03-06

[시조가 있는 아침] 풍파(風波)에 놀란 사공

풍파(風波)에 놀란 사공 장만(1566~1629)   풍파에 놀란 사공(沙工)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九折羊腸)이 물도곤 어려웨라 이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를 하리라 -청구영언(靑丘永言)   공명정대한 경쟁과 관리   바다의 거친 바람과 파도에 놀란 뱃사공이 배를 팔아 말을 샀다. 그랬더니 꼬불꼬불한 산길을 말을 몰고 오르내리는 것이 물길보다 더 어려웠다. 이후론 배도 말도 그만두고 농사를 지어야겠구나.   장만(張晩)이 과거에 급제한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7년 전쟁을 겪고 형조판서로 있던 1622년(광해군 14년), 집권 대북파(大北派)의 국정 혼란을 상소한 것이 왕의 노여움을 사서 사직했다. 인조 2년(1624년), 평안도에서 이괄의 난이 일어나자 팔도도원수로 난을 평정해 1등 진무공신(振武功臣)에 올랐으나, 그 3년 뒤 정묘호란 때 적을 막지 못한 죄로 삭탈관직 돼 충남 부여에 유배됐다. 이 시조는 지은이가 파란만장한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본 소회를 읊은 것이다.   ‘풍파’와 ‘구절양장’은 벼슬살이의 어려움을, 배와 말은 문신과 무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문인으로 관직에 나아갔으나 무인으로 옮겨 공을 세웠다. 그것은 전쟁의 시대를 산 지식인의 필연적 선택이기도 했다. 또한 벼슬을 단념하고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당시 사대부들의 생활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성취하는 사람보다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경쟁의 세계다. 공명정대한 경쟁과 관리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유자효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풍파 사공 집권 대북파 필연적 선택 국정 혼란

2022-11-24

[중국읽기] 시진핑 집권의 세 모델

시진핑은 언제까지 집권할 건가. 당총서기 3연임에 이어 최고 지도부를 모두 자신의 사람으로 채워 ‘공산당 1당 지배’를 넘어 ‘시진핑 1인 천하’를 열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제 관심은 시진핑 시대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다. ‘15년+알파(α)’의 임기 중 알파가 얼마냐의 이야기다. 시진핑의 초장기 집권과 관련한 롤 모델로 세 명이 있다.   첫 번째는 마오쩌둥이다. 1893년생인 마오는 1976년 사망할 때까지 1인자였다. 은퇴가 없이 죽어야 권력을 내려놓는 이는 황제다. 그래서인지 마오에겐 황제라는 말이 따랐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한 것이었기에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괴물 황제’ 마오는 83세까지 집권했다.   두 번째는 덩샤오핑이다. 덩은 89년 군사위 주석에서 물러났지만 97년, 93세로 죽을 때까지 1인자였다. 87년의 공산당 13기 1차 전체회의에서 중대한 문제는 덩의 집에 모여 회의를 하고 덩이 최종 결정할 수 있게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런 당내 비밀을 자오쯔양이 89년 천안문 사태 때 외부에 발설해 숙청당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됐다.   세 번째 롤 모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푸틴은 시진핑보다 한 살 많은 1952년생이다. 48세이던 2000년부터 지금까지 22년간 러시아의 최고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헌법을 수정한 결과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6년 임기 대통령직을 두 번 더 하면 2036년, 즉 84세까지 집권할 수 있다.   시진핑은 총서기가 된 후 가장 먼저 푸틴을 찾아 “당신과 나는 닮은 데가 참 많다”고 했다. 뭐가 닮았다는 건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보인다. 푸틴이 2036년 84세까지 집권한다면, 시진핑이 2037년 84세까지 집권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시진핑이 22차 당대회가 열리는 2032년 다섯 번째로 총서기에 선출되면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19일 홍콩 명보(明報)에 글 하나가 실렸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영어 통역을 한 가오즈카이(高志凱) 중국 쑤저우(蘇州)대학 교수 인터뷰다. 가오는 86년의 덩샤오핑은 세계의 중심으로 모든 사람이 중국으로 와덩을 만나려 했다고 회고했다. 그때 덩의 나이 82세.   그러면서 가오는 중국이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는 2035년이 시진핑의 나이 82세가 될 때라고 말했다. 시진핑이 임기 내 대만 문제를 해결하면 중국 역사상 위인이 돼 앞으로 5년 아니라 더 집권해도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종신집권을 위한 바람잡기는 이미 시작됐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시진핑 집권 초장기 집권 임기 대통령직 당총서기 3연임

2022-11-07

[J네트워크] 아베노믹스

“일본은행(BOJ)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     2012년 11월 아베 신조 당시 자민당 총재가 깜짝 발언을 했다. 돈을 뿌려 ‘잃어버린 20년’에 갇혀 있던 일본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말에 시장은 반색했다. 닛케이 지수는 한 달 만에 10% 넘게 올랐다. 극우의 상징이었던 그는 일본 경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바로 다음 달 치른 중의원 선거는 아베 총재가 이끈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총리가 된 그는 선거 때 약속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에선 돈을 풀고(양적완화) 정부에선 돈을 쓰고(재정완화) 경제 체질도 바꾼다(구조개혁)는, 이른바 3개의 화살이다. 아베노믹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아베 집권 초기 아베노믹스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가는 튀었고 엔화 값은 가파르게 내렸다. 집권 첫해인 2013년 경제성장률이 2%로 올라서며 성공 가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의 영문 이름 ‘Abe’를 빗대 ‘자산 거품 경제(Asset Bubble Economy)’에 그칠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가 집권한 2013~2019년 일본의 연평균 실질 경제성장률은 0.98%에 그쳤다. 10년간 연평균 2% 성장을 이뤄내겠다던 그의 공언과 거리가 멀었다. 그가 총리에 오르기 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집권 초기 4%대였던 실업률은 2%대로 내려갔지만 저출생 영향이 컸다.  엔저와 법인세 감면으로 늘어난 기업의 이익은 근로자 주머니로 가지 않았다. 가처분소득, 소비지출 등 가계지표는 악화했다.     코로나19 위기까지 터지며 그의 입지는 더 흔들렸다. 2020년 8월 건강을 이유로 들긴 했지만 그는 최장수 총리 기록(7년 8개월)을 남긴 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아베노믹스는 실패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서의 탈출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샐러리맨 세대는 가난해졌고 많은 사람이 생활고로 고통받고 있다”(얀베 유키오 『일본 경제 30년사』)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8일 전직 해상자위대원이 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아베 자신이 쏜 3개의 화살이 그가 예견하지 못한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조현숙 / 경제정책팀 차장J네트워크 아베 집권 아베 총재 경제 체질도

2022-07-13

[시조가 있는 아침] 풍파에 놀란 사공 -장만(1566~1629)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이   물도곤 어려웨라 이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를 하리라   -청구영언   공명정대한 경쟁 바다의 거친 바람과 파도에 놀란 뱃사공이 배를 팔아 말을 샀다. 그랬더니 꼬불꼬불한 산길을 말을 몰고 오르내리는 것이 물길보다 더 어려웠다. 이후론 배도 말도 그만두고 농사를 지어야겠구나.   장만이 과거에 급제한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7년 전쟁을 겪고 형조판서로 있던 1622년(광해군 14년), 집권 대북파의 국정 혼란을 상소한 것이 왕의 노여움을 사서 사직했다. 인조 2년(1624년), 평안도에서 이괄의 난이 일어나자 팔도도원수로 난을 평정해 1등 진무공신에 올랐으나, 그 3년 뒤 정묘호란 때 적을 막지 못한 죄로 삭탈관직 돼 충남 부여에 유배됐다. 이 시조는 지은이가 파란만장한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본 소회를 읊은 것이다.   ‘풍파’와 ‘구절양장’은 벼슬살이의 어려움을, 배와 말은 문신과 무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문인으로 관직에 나아갔으나 무인으로 옮겨 공을 세웠다. 그것은 전쟁의 시대를 산 지식인의 필연적 선택이기도 했다. 또한 벼슬을 단념하고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당시 사대부들의 생활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선거의 계절이다. 성취하는 사람보다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경쟁의 세계다. 공명정대한 경쟁과 관리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풍파 사공 집권 대북파 필연적 선택 국정 혼란

2022-03-02

[살며 생각하며] 동물농장과 대한민국

역사는 아마도 문재인 정부를 ‘진보독재’ 가 아니라 이 땅에 ‘중우정치(衆愚政治)’를 끌어들인 정권으로 평가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건 흘러간 독재가 아니라 중우정치다. 그 형태는 요샛말로 하자면 ‘팬덤정치’ 의 공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빠’ 혹은 ‘대깨문’으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극렬한 팬덤이 진앙지다. 이들은 정권이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비판을 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이런 무지막지한 팬덤이 주는 중압감은 ‘독재시절’의 압박감을 넘어서고, 표현의 자유는 저절로 침해당한다. 지배의 방식은 다르나 현상은 독재 시절과 별로 다르지 않다.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우매한 군중이 준동하는 중우정치로 타락할 수밖에 없는 정치체로 경멸했다. 중우란 어리석은 군중이라는 의미의 단어로서, 중우정치는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대중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정치를 의미한다. 영어로 몹 룰(mob rule)이라고 경멸조로 부르기도 하는데 라틴어에도 ‘모빌레 불구스(mobile vulgus)’라고 "변덕스러운 군중들"이란 용례가 있다. 다른 말로 폭민정치라고도 부른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우민화 정책은 바로 로마 제국의 빵과 서커스 정책이며 히틀러가 인용함으로써 더 유명해졌다. 아돌프 히틀러는 이렇게 외쳤다. “인민을 다스리는 방법은, 빵과 서커스만 있으면 된다.” 히틀러의 집권은 다수결에 의해 독재자가 뽑혀서 민주주의가 자멸해버린 사례이자, 군중의 선택이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히틀러는 결코 강압과 협박, 폭력만으로 권력을 잡지 않았다. 물론 히틀러는 맥주홀 폭동 같은 수법도 시도했지만, 그런 수법들은 실패했다. 즉, 폭력과는 별 상관없이 투표에서 지지를 받아 집권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수권법 통과 등의 정치적인 모략을 꾸며서 체제를 완성하면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민주적인 정부를 파괴해버렸다. 히틀러가 독일 권력의 정점에 도달하고, 나치당이 집권한 것은 독일 국민에 의한 지지와 투표 결과였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당시 스탈린이 집권하던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신랄히 비판하는 우화소설이다. 인간에게 핍박받던 동물들이 혁명을 일으켜 자유를 얻지만, 지배층이 된 소수의 돼지들이 권력의 유지를 위해 다른 동물들을 노예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동물들을 향한 인간의 만행에 분노하여 혁명을 일으켰지만, 그토록 혐오하던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돼지들의 행태는 온갖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다. 돼지들의 선동과 거짓에 번번이 속으며 점점 노예화되는 피지배 동물들 또한 그 어리석음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오웰이 그린 권력층의 탐욕과 교묘한 협잡, 대중의 우매함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소설에서 동물들은 자기들만의 천국을 이룩하겠다면서 혁명을 일으켜 농장 주인을 내쫓는다. 그런데, 혁명을 주동한 돼지들 사이에서 권력다툼이 일어나 나폴레옹이란 돼지가 권력을 장악한다. 이후 나폴레옹은 옛날 인간이 하던 대로 다른 동물들을 착취하고 심지어 도살업자에게 팔아넘기며 농장의 권력자로 군림한다.   돼지들은 혁명을 일으키면서 혁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7계명을 내세운다. 하지만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말바꾸기와 궤변이 동원된다.‘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는 구호는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시트를 깔고 자면 안 된다’로 수정된다.    돼지들이 권력을 잡고 보니 인간처럼 아늑한 침대에서 자고 싶어졌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의 시선이 의식되자 궁리 끝에 ‘시트 사용 금지’라는 규정을 추가하고 자기들은 시트가 아닌 담요를 덮고 잤다. 그러면서 다른 동물들에겐 “너희는 건초 깔고 자. 건초도 침대잖아”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동물농장의 혁명 공약인 7계명이 모두 폐기된 후 집권 돼지들은 단 하나의 새로운 조항을 선포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동서고금을 통해 민중은 언제나 지도자와 지도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장치인 제도로부터 압제를 당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오웰의 지론이다. 특히 전체주의 국가의 권력자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자신의 절대권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할 때 민중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폭정에 시달리는 민중에게 해방을 약속하며 권력을 장악하는 혁명지도자나 이상주의자도 민중을 억압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웰은 “기존의 폭군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폭군은 항상 있다. 새 폭군은 전임자만큼은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폭군임에는 틀림없다.”라며 정치적 이상주의자들을 경계했다. 그는 “도덕주의자들이 급진주의자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혁명가들은 도덕주의자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회의 모습을 변경시키면 모든 일이 바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를 변혁함으로써 모든 악을 제거하고 사회를 완벽하게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어떤 종류의 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인간의 현실적 생존조건:에 바탕을 두지 않는 관념적 사회혁명의 무망함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혁명은 결국 부패한다. 이것은 7계명이 모두 배신당하고 원래의 혁명이념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는 과정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혁명의 부패는 인간의 원죄로 인한 것이다. 인간의 원죄는 인간성에 내재하는 악을 말한다. 인간은 높은 도덕성과 이상을 추구하는 선한 존재이면서도 생존을 위한 몰도덕적 공격본능과 무한의 욕망으로 인해 악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존재이다.    오웰은 사회주의자였다. 그러나 당대의 대부분의 지식인들처럼 현실과 유리된 관념적인 사회주의자는 아니었다.  그가 발견한 것은 빈민들의 세계에도 정교하고 엄격한 계급이 제도화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오웰을 높이 평가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사회주의 국가 소련을 용인하고 찬양하는 시대의 주류에 함몰되지 않고 소련의 독재와 만행을 바로 인식하고 비판할 수 있는 예지와 용기를 가졌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도 오웰이 그린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회는 점점 고도화 복잡다단화 되어가고 있다. 사회지배층과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복잡한 제도 뒤에 숨고 그들끼리 견고한 유착관계를 형성해 서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치밀함으로 자신들의 이권을 설계한다. 겉으로는 누구나 선에 서있고 정의를 말하며 정당성을 내세운다. 그들이 이런 수법으로 세상을 속일 때 우리 또한 동물농장과 같이 무지와 무기력, 맹목적 믿음으로 그들의 폭주를 방조하는 것은 아닌가.   나라의 운명이 벼랑 끝이다. 정의와 불의의 잣대가 뒤집히고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기막힌 세상을 살고 있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 선거다. 정권 교체나 정당 재편을 넘어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을 퇴치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진정한 정치가의 소명은 문재인 정권의 연성 파시즘과 싸워 조국을 살리는 데 있다. 베일에 가려진 실상을 명료하게 응시하기 위해선 깨어 있어야 한다. 오직 깨어있는 자만이 스스로를 지키고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플라톤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정치를 외면하는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런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동물농장 대한민국 관념적 사회혁명 피지배 동물들 집권 돼지들

2022-01-04

[시론]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은 달라졌나

북한의 대내외 선전 매체들은 최근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이 획기적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성공 신화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초기에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며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집권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10년간 경제 관리 개선 조치, 경제·핵 병진 노선, 경제 건설 집중 노선, 자력갱생과 정면 돌파전을 호기롭게 펼쳐왔다.     하지만 핵 개발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제 봉건왕조인 북한에서 지도 사상은 최고 지도자의 독점 분야다. 그래서인지 북한 매체들이 내세운 김정은 집권의 ‘성공신화’ 첫 자리에 ‘김일성·김정일주의 정식화’와 ‘인민 대중 제일주의 사상’을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도 사상들이 기존의 주체사상이나 선군사상과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제일주의 재강조 움직임은 인민 대중 제일주의의 실체가 ‘북한판 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측면에서 조선노동당 당 대회와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를 수시로 개최함으로써 북한은 정상적인 리더십을 갖추고 ‘정상 국가의 길’을 걷는 것처럼 과시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초기 권력 기반인 ‘운구차 7인방’과 ‘삼지연 8인방’까지 가혹하게 숙청했다.   이런 공포정치를 강행함으로써 김씨 왕조는 김정은·김여정의 ‘남매 정권’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우리식 경제 관리방법’을 앞세워 제한적 개혁·개방 조치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3중고로 인해 경제 회생이 좌절됐다. 인민 생활 안정을 위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자력갱생 경제의 한계로 인해 목표 수치를 대폭 낮춘 5개년 정비·보강 계획조차 흔들리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는 김정은 정권 들어 네 차례 핵 실험과 130여 회 미사일 발사 도발이 있었다. 이를 통해 핵 무력 보유를 선언하고 자칭 ‘세계적인 전략 국가 지위 확보’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 정책 강화, 주변 비핵국가들의 핵 보유 자극을 초래함으로써 최대의 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 남한의 핵 무장을 자극해 북한의 핵무기가 무용지물이 된다면 핵 무력 보유라는 북한의 ‘유일 업적’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대외적으로는 김정은 집권 초기 ‘2·29 합의’ 이행을 저버리면서 전쟁 위기에 직면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남한 정부를 들러리로 앞세워 이른바 정상회담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그 속임수가 들통나는 바람에 2019년 ‘하노이 노딜’이라는 참담한 외교 실패로 이어졌다. 북한은 ‘무오류의 수령’의 위상이 깨지자 앙갚음 차원에서 대미·남북 관계를 과거의 적대 관계로 되돌렸다.   김정은 집권 10년은 이처럼 암울하다. 총체적인 기능부전 상태에 놓여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 무력과 백두혈통,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측근들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그의 통치는 감시와 규율이 핵심이다.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의 시간벌기에 일조하고 있다. 대북 정책의 초점은 김씨 일가보다 북한 주민 앞에 놓아야 한다. 이병순 /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시론 김정은 북한 집권 목표 경제 분야 조치 경제

2021-12-14

"이승만은 과실보다 공로가 많은 대통령"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확실한 역사적인 위업이 있기에 연구할 가치가 있는 세계적인 대통령입니다. 공과를 따져 보는 기회였습니다." 사단법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LA 회장 최학량)는 지난달 30일 오전 영생장로교회(담임 김혜성 목사)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국 70주년 기념 LA포럼을 '아 !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역사 제대로 알기'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이날 국무조정실 정책조정 차장(차관급)을 지내고 이승만대통령 기념사업회 한국본부의 신철식 회장이 강사로 나섰다. 신 회장은 고 신현확 전 총리 아들로 서울대와 스탠퍼드대학원을 졸업했다. 신철식 회장은 "자유대한민국을 유지하고 가야 한다. 그리고 꼭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며 "상해임시정부 초대 대통령도 이승만 자유대한민국 초대대통령도 이승만이다. 그는 과실보다는 공로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나고 보니 북이 따라올 수 없게 정치적 교육적 언론 등에서 공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학생 양성 여성참정권 부여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이 탁월했다"면서 "농지개혁은 공산당보다 더 농민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김회창 그레이트한반도통일리더십연구소 대표는 "좌우 모두 리더십의 기회는 올 것이고 양측 장단점은 다 있다"며 "이승만의 경우 확실한 역사적인 위업이 있기에 연구할 가치가 있는 세계적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목사장로중창단의 찬양 김평우 변호사 등이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행사를 주최한 최학량 기념사업회 LA회장은 "이승만 제대로 알리기 행사가 1년에 최소 2번씩 진행되고 있다"며 "관심있는 한인들은 다음 기회라도 증언을 들어보고 앞으로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할지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은 무엇인지 살펴보자"고 덧붙였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18-07-02

"풍운아 청년 이승만, 상해 밀입항하려 관속에 숨기도"

워싱턴을 방문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신철식 회장이 26일 버지니아 우래옥에서 청년 이승만에 대해 강연했다. 신 회장은 미디어, 행사 등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기념할 때 노인시절 사진을 주로 보여줘 이미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20년도에 촬영한 45세 사진을 써야 그의 인생을 잘 보여줄 수 있다”며 “영화 같은 삶을 산 용기 있는 풍운아, 열혈청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승만 박사가 46세 때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상해에 밀입항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당시 ‘일본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이승만이 싫었던 일본은 300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며 “호놀룰루에서 상해 임시정부에 가려고 했던 이승만은 일본경찰들에게 잡힐까봐 시체로 가장해 관속에 숨어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갔다. 중국인처럼 변장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청년 이승만의 대학 졸업사진을 보여주며 멋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졸업사진을 보면 꼭 안경을 쓰고 나오는데, 이승만은 눈이 나쁘지 않았다”며 “그때 안경은 지식인들의 패션이었고, 이승만은 멋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을 만날 때 등 중요한 미팅 때는 외교관 예복을 입고 안경을 쓰는 등 멋을 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청년 이승만은 상황에 대처하는 지혜가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지워싱턴대와 프린스턴대에서 학위를 받으려면 똑똑한 사람도 10년 걸리는데, 이승만 박사는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꼭 공부를 잘해서만은 아니다. 미국에 가기 전 목사 등 지인들에게 추천서를 17장 가까이 미리 받아놨고, 미국 대학 총장들과 당당하게 대면해 자신은 ‘배재학당을 나온 대한제국의 특사’라면서 거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은 청년시절 무력으로 일본에 대항하려는 독립운동가들과 달리, 언론·선교·교육으로 나라를 세우는 전략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투쟁으로 나라를 찾아야 한다고 믿었던 운동가들에 의해 임시정부 총재직에서 탄핵당하기도 했다”며 “당시 운동가들이 무력으로 일본인 1명을 잡으면, 우리나라 민간인 10~20명이 보복을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승만 박사는 무장투쟁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박사는 언론과 선교, 교육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청년 이승만은 최초의 일간지인 매일신문을 만들어 불의를 비판하다가 4개월 만에 폐간당했고, 이후 최초의 한글전용 신문인 제국신문을 창간했다”며 “일반인들이 글을 깨우치고 정치를 알아야 한다는 신념 가운데 신문을 만들었다. 글을 쓰면서 강연을 다녔고, 자주독립과 인권향상을 외쳤다”고 말했다. 이승만은 신문을 통해 왕을 비판하고 운동가들을 조직하는 열혈청년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군주제를 버리고 민주공화정, 입헌군주제를 해야 한다고 운동하다 사형수가 됐고 4년 7개월을 0.24평에서 옥살이했다”며 “이때 아펜젤러 선교사가 넣어준 성경책을 읽으며 크리스천이 됐고 ‘아버지, 저와 저의 민족을 구원하소서’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때 이승만은 크리스천 정신에 기초한 건국정신, ‘모든 사람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품게 됐다”고 신 회장은 말했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워싱턴중앙일보 dc.koreadaily.com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8-06-26

"이승만은 과오보다 공로가 큰 지도자"

"역대 지도자들은 모두 공로과 과오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큰 공로를 무시하고 작은 과오를 부각합니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에 너무 인색한 이유는 결국 정치적인 의도때문입니다.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 LA지회'(회장 최학량)가 오는 30일(토) 오전10시30분 영생장로교회(1829 S Western Ave LA)에서 건국 70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한다. 최학량 회장은 "미국의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도 대통령으로서의 공로와 과오에 있어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그러지 못하다. 특히 자유 대한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이승만 대통령의 공로는 제대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공산체제를 선택한 북한이 독재와 기아 속에 신음했던 지나간 70년을 따져보면 이승만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며 "특히 한미방위조약을 맺어 이제까지 한국이 국방에 대한 부담을 크게 지지 않고 오로지 경제 건설에만 매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다. 이런 것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 강사로 나서게 되는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 제11대 신철식 회장은 서울대 스탠퍼드 MBA 행시 출신으로 차관급 공무원을 역임했다. 부친인 신현확 국무총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저술한 '신현확의 증언'을 썼다. 특히 강연에서 신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은 물론 역사적 공헌과 위상을 재평가하고 이승만의 건국정신의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게 된다. 이승만이 선견지명과 강력한 의지로 광복 후 어지러웠던 정국을 정리했고 2차대전 후 비슷한 상황에서 공산화 됐던 동유럽 국가들과 달리 자유와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등 이제까지 잘 알지 못했던 역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승만 건국대통령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바탕으로 국가적 정통성을 확립하는 것이 한민족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가장 시급한 일이며 역사적 사명"이라며 "미주 한인들도 중장년은 물론 청년세대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문의:(310)953-7867 (213)453-4572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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