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욕만 하면 중국 넘나
지난주 중앙일보의 온라인 중국전문 페이지 ‘더 차이나’에 글 하나가 실렸다. “젊은 중국 박사들, 빅테크 기업 아닌 ‘여기’서 가능성 봤다”는 제목이 붙었다. ‘여기’가 어딘가 보니 ‘농업’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는 순간 댓글이 보인다. “미세먼지나 해결해라. 지구 최대의 민폐국.” 확깬다. 중국 기사 말미마다 붙는 반중(反中) 내지 혐중(嫌中)의 글이다.누구는 댓글을 무시하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목소리 중 하나다. 아쉬운 건 그저 중국 욕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감정 배설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6년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이후 보이는 현상이다. 특히 우리 청년 세대의 반중 감정은 유난히 높다. 일각에선 언론탓을 한다. 우리 언론이 부추긴 결과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우리 청년 세대는 공정과 상식에 민감하다. 한국의 많은 청춘이 중국에 반감을 갖는다는 건 중국이 현재 보여주는 모습이 공정과 상식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걸 뜻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다는 걸 듣지 못했다. 홍콩 시위는 중국의 무자비한 단속으로 사그라졌다. 지난 3년간 지구촌을 쑥대밭으로 만든 코로나19의 경우 적어도 그게 어디서 시작됐는가 하는 기원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폭발적으로 발생한 건 우한이 맞는데도 이에 대해 어떤 미안하다는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했다.
여기에 한복과 김치의 원조까지 중국이라는 주장엔 말문마저 막힌다.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팽배하게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매력 상실’에 있다. 10여 년 전 후진타오 집권 시기만 해도 중국 하면 ‘발전’ ‘평화’ ‘부상’ 등의 수식어가 따랐다. 한데 이젠 거칠고 공격적이며 이기적이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느 사이 긍정이 아닌 부정의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이 또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은 다시 오랜 전통의 미덕을 회복할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자세다. 중국이 싫다고 담만 쌓아선 안 된다. 그럴수록 더욱 중국을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실패하기엔 또는 몰락하기엔 너무 큰 나라가 됐다. 중국이 가라앉으면 한국도 딸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 마침 그제부터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인대와 정협 회의)가 시작됐다. 총리 등 중국 지도부 개편이 예정돼 있다. 그런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분석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 욕만 하는 것으로 중국을 넘어설 수는 없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