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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아베노믹스

“일본은행(BOJ)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  
 
2012년 11월 아베 신조 당시 자민당 총재가 깜짝 발언을 했다. 돈을 뿌려 ‘잃어버린 20년’에 갇혀 있던 일본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말에 시장은 반색했다. 닛케이 지수는 한 달 만에 10% 넘게 올랐다. 극우의 상징이었던 그는 일본 경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바로 다음 달 치른 중의원 선거는 아베 총재가 이끈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총리가 된 그는 선거 때 약속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에선 돈을 풀고(양적완화) 정부에선 돈을 쓰고(재정완화) 경제 체질도 바꾼다(구조개혁)는, 이른바 3개의 화살이다. 아베노믹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아베 집권 초기 아베노믹스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가는 튀었고 엔화 값은 가파르게 내렸다. 집권 첫해인 2013년 경제성장률이 2%로 올라서며 성공 가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의 영문 이름 ‘Abe’를 빗대 ‘자산 거품 경제(Asset Bubble Economy)’에 그칠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가 집권한 2013~2019년 일본의 연평균 실질 경제성장률은 0.98%에 그쳤다. 10년간 연평균 2% 성장을 이뤄내겠다던 그의 공언과 거리가 멀었다. 그가 총리에 오르기 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집권 초기 4%대였던 실업률은 2%대로 내려갔지만 저출생 영향이 컸다.  엔저와 법인세 감면으로 늘어난 기업의 이익은 근로자 주머니로 가지 않았다. 가처분소득, 소비지출 등 가계지표는 악화했다.  
 
코로나19 위기까지 터지며 그의 입지는 더 흔들렸다. 2020년 8월 건강을 이유로 들긴 했지만 그는 최장수 총리 기록(7년 8개월)을 남긴 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아베노믹스는 실패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서의 탈출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샐러리맨 세대는 가난해졌고 많은 사람이 생활고로 고통받고 있다”(얀베 유키오 『일본 경제 30년사』)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8일 전직 해상자위대원이 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아베 자신이 쏜 3개의 화살이 그가 예견하지 못한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조현숙 / 경제정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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