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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은 달라졌나

북한의 대내외 선전 매체들은 최근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이 획기적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성공 신화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초기에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며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집권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10년간 경제 관리 개선 조치, 경제·핵 병진 노선, 경제 건설 집중 노선, 자력갱생과 정면 돌파전을 호기롭게 펼쳐왔다.  
 
하지만 핵 개발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제 봉건왕조인 북한에서 지도 사상은 최고 지도자의 독점 분야다. 그래서인지 북한 매체들이 내세운 김정은 집권의 ‘성공신화’ 첫 자리에 ‘김일성·김정일주의 정식화’와 ‘인민 대중 제일주의 사상’을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도 사상들이 기존의 주체사상이나 선군사상과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제일주의 재강조 움직임은 인민 대중 제일주의의 실체가 ‘북한판 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측면에서 조선노동당 당 대회와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를 수시로 개최함으로써 북한은 정상적인 리더십을 갖추고 ‘정상 국가의 길’을 걷는 것처럼 과시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초기 권력 기반인 ‘운구차 7인방’과 ‘삼지연 8인방’까지 가혹하게 숙청했다.
 
이런 공포정치를 강행함으로써 김씨 왕조는 김정은·김여정의 ‘남매 정권’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우리식 경제 관리방법’을 앞세워 제한적 개혁·개방 조치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3중고로 인해 경제 회생이 좌절됐다. 인민 생활 안정을 위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자력갱생 경제의 한계로 인해 목표 수치를 대폭 낮춘 5개년 정비·보강 계획조차 흔들리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는 김정은 정권 들어 네 차례 핵 실험과 130여 회 미사일 발사 도발이 있었다. 이를 통해 핵 무력 보유를 선언하고 자칭 ‘세계적인 전략 국가 지위 확보’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 정책 강화, 주변 비핵국가들의 핵 보유 자극을 초래함으로써 최대의 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 남한의 핵 무장을 자극해 북한의 핵무기가 무용지물이 된다면 핵 무력 보유라는 북한의 ‘유일 업적’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대외적으로는 김정은 집권 초기 ‘2·29 합의’ 이행을 저버리면서 전쟁 위기에 직면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남한 정부를 들러리로 앞세워 이른바 정상회담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그 속임수가 들통나는 바람에 2019년 ‘하노이 노딜’이라는 참담한 외교 실패로 이어졌다. 북한은 ‘무오류의 수령’의 위상이 깨지자 앙갚음 차원에서 대미·남북 관계를 과거의 적대 관계로 되돌렸다.
 
김정은 집권 10년은 이처럼 암울하다. 총체적인 기능부전 상태에 놓여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 무력과 백두혈통,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측근들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그의 통치는 감시와 규율이 핵심이다.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의 시간벌기에 일조하고 있다. 대북 정책의 초점은 김씨 일가보다 북한 주민 앞에 놓아야 한다.

이병순 /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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