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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여고생 치사 운전자 4년형…2년 전 과속 질주 중 사고

차를 과속으로 몰다 인도를 걷던 한인여고생 등 2명을 치어 살해한 범인에게 고작 징역 4년형이 선고돼 유가족이 반발하고 있다.   버지니아 페어팩스카운티 법원 랜디 밸로우 판사는 피고 우스먼 사히드(사진·사건 당시 18세)에게 징역 4년형과 보호관찰 3년형을 선고했다. 과실치사 혐의 한 건당 2년씩 모두 4년형으로, 지난 4월 배심원단의 징역 4년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사히드가 사고를 낸 건 지난 2022년 6월7일이다. 당시 도로 주행 연습을 위한 임시면허만 소지했던 사히드는 3명의 동승자를 태운 채 흰색 BMW 승용차를 운전하다 브레이크 레인과 파이브 오크스 로드 교차로에서 81마일로 과속 질주했다. 사히드의 BMW 차량은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려던 도요타 포러너와 충돌한 뒤 갓길 인도를 덮쳐 길을 걷던 한인 리안 안(당시 15세)양과 애다 가브리엘라 마르티네즈 놀라스코(당시 14세)가 사망했다. 안양과 놀라스코는 오크톤 고교에 재학 중이던 친구 사이다.   무남독녀 외동딸 리안양을 잃은 어머니 이영진씨는 이날 선고 재판에 출석해 피해자의 낮은 형량에 눈물을 흘리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딸과 함께 했던 15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찬란했던 시기였다. 내 딸은 자랑스러운 딸이었고 사랑스러운 보물이었다”며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눈물로 밤을 지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현장의 참혹함이 아직도 생생한데 배심원단의 낮은 실형 권고는 뺨을 맞은 것처럼 모욕적”이라며 “숨진 아이들 1명당 고작 2년형이라니 생명의 가치가 그것밖에 되지 않는가. 내 딸과 친구 삶의 존엄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재판부는 버지니아 형법 상 배심원단의 실형권고안보다 많은 실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피고도 피해자 유가족에게 사과했으나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피고의 변호인은 “피고가 음주나 마약을 한 상태나 악의적인 범행도 아니었고 단순히 운전할 때 최악의 판단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사히드는 단지 제한속도 35마일 도로에서 노란불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 빨리 지나가기 위해 81마일로 달렸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김옥채 기자여고생 운전자 과속 질주 한인 여고생 과실치사 혐의

2024-09-10

[글로벌 아이] 11월로 질주하는 ‘설국열차’

온도계가 영하 30도를 찍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온몸을 찔렀다. 체감온도가 영하 40도에 육박하면서 예정됐던 집회는 줄줄이 취소됐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미국 아이오와에서 ‘대선열차’는 이렇게 출발했다. 11년 전 나온 영화 ‘설국열차’처럼 말이다.   설국열차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요약하면 “애초부터 자리는 정해져 있다”는 윌포드의 앞잡이 메이슨의 말에 목숨을 걸어 투쟁하고,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대사로 끝을 낸다. 그런데 2024년 미국 정치판에선 이렇게 뻔하디뻔한 서사 구조가 사라졌다.   현재까지 유력한 11월 대선 시나리오는 전·현직 대통령의 맞대결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다. 특히 상대방이 당선되면 “민주주의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 중 한 명을 골라야 할 미국인의 입장에선 결과와 무관하게 민주주의의 종말이 예고된 선거란 의미가 된다.   미국 정계에서 ‘정치 박사(Dr. Politics)’로 불리는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에게 이 말을 꺼내자 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 “참 슬픈 현실”이라며 “인간의 공격성을 억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혐오를 조장하며 이를 무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익숙한 말을 이어갔다. 공화당은 입법부를 통제할 순 없지만, 의회를 멈춰 세울만한 의석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타협과 협상을 하지 않으면 정부 기능이 마비될 거란 설명이었다. 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치가 의회를 떠나 법원과 길거리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은 주어를 한국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바꿔도 신기할 정도로 상황이 맞아떨어진다.   미국인들의 인식 역시 비슷하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분의 3이 트럼프와 바이든의 재대결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선 바이든 지지자의 절반 이상이 바이든이 좋아서가 아니라 트럼프를 낙선시키기 위해 투표한다고 했다.   최선(最善)도 차선(次善)도 아닌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대선이란 뜻이다. 슈미트 교수는 “정말 미국과 전 세계에 가장 피해가 작을 것 같은 후보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며 “이제 미국의 대선은 더는 멋지지도 훌륭하지도 않다. 이게 솔직한 현실”이라고 했다.   영화 설국열차는 열차에 탄 승객들이 현실을 깨닫고 스스로 열차를 멈춰 세운 뒤에야 끝이 난다. 정치라는 열차 역시 유권자가 멈춰 세우기 전까지는 온갖 모순을 가득 실은 채 계속 질주할 뿐이다. 강태화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글로벌 아이 설국열차 질주 영화 설국열차 정치가 의회 슈미트 교수

2024-01-17

빗속 질주…한인 150여명 완주

“마라톤 구간을 꽉 메운 든든한 길거리 응원으로 완주했어요”   올해 38회째를 맞는 LA 마라톤에 한인 건각 150명 이상이 LA 도심 26.2 마일을 완주했다.     19일 이른 아침 다저 스타디움에는 한인 마라톤 동호회 10여곳이 모였다. 한인 참가자들 얼굴에는 팬데믹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LA 마라톤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날 아침부터 LA지역은 비가 흩뿌리면서 55~56도의 서늘한 날씨였지만, 지난해 보다 늘어난 마라톤 참가자들로 인해 대회 열기는 뜨거웠다.     마라톤은 다저 스타디움에서 오전 6시 30분부터 휠체어 장애인, 여성 프로, 남성 프로, 일반 참가자 순으로 시작됐다.     한인 선수들은 다저 스타디움→LA시청→리틀도쿄→에코파크→실버레이크→할리우드→웨스트할리우드→베버리힐스→웨스트LA→센추리시티 구간을 달렸다.     100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하는 LA러너스클럽(회장 김재창)은 40~70대 회원 17명이 참가, 전원이 마라톤 구간을 완주했다.  사우스베이 지역 여성 회원 중심의 K러너스클럽(회장 엘리진) 역시 30~50대 회원 5명이 참가했다. 해피러너스클럽(회장 송두석)은 30~70대 회원 25명이 참가했다.     해피러너스클럽의 유성은 코치는 “마라톤은 습도가 중요한데 비로 인해 습도가 80% 정도라 선수가 뛰기에 쉽지 않은 날씨였다”며 “대신 지난해 보다 늘어난 길러리 응원으로 선수들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인 참가자는 지난 대회보다 더 늘었다. 한인 마라톤 동호회 관계자들은 “지난 대회의 경우 100명 정도 참가했는데 올해는 50% 이상 선수들이 늘어났다”며 “올해 한인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은 대부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고 입을 모았다.     LA러너스클럽 서상호 코치는 “처음 마라톤에 도전해 완주한 회원이 3명이고,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권도 3명이나 받게 돼서 기쁘다”며 “처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윤복 씨가 풀코스 마라톤을 4시간 이내 완주하는 서브 4(sub-4)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해피러너스클럽에서도 마라톤을 시작한 지 1년 남짓한 웬디 리씨가 서브 4(sub-4)를 달성했다.     이날 LA 마라톤 운영회 측은 마라톤 전체 구간에 급수대 20개를 설치하고 1마일마다 음료수를 나눠줬다. 각 한인 마라톤 동호회들도 마라톤 구간에 각 동호회 배너를 걸고 서포즈팀이 회원들에게 물을 나눠주며 열띤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K러너스클럽 엘리진 회장은 “LA 마라톤 구간은 차이나타운, 선셋, 할리우드, 베버리힐스 등 LA의 상징적인 볼거리가 많아 재미있다”며 “비가 오는 날씨에도 새벽 훈련을 거쳐 마라톤 완주를 끝내는 만족감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38회 LA 마라톤에는 총 2만명이 참가했다. 여자부에서 케냐의 스테이시 엔디와가 2시간 31분으로 결승선을 처음으로 통과해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남자부에서 우승한 에티오피아의 제말 이머는 2시간 13분 13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빗속 질주 한인 참가자들 한인 마라톤 마라톤 참가자들

2023-03-19

도로 점거 성행하는데 '분노의 질주' 촬영?

영화 ‘분노의 질주(Fast & Furious)’ 속편 촬영이 진행될 지역 주민들이 영화 촬영을 반대하고 나섰다.     24일 LA타임스는 지난 2001년부터 시리즈로 개봉 중인 영화 ‘분노의 질주’ 촬영지로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 앤젤리노하이츠(Angelino Heights) 지역 주민들이 영화 촬영을 반대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최근 영화 속편이 제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많은 ‘스트리트 테이크오버(Street Takeover)’, 즉 불법 도로점거가 이뤄지고 있다며 호소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밥스 마켓(Bob’s Market)’ 앞에는 영화처럼 스피닝이나 드리프트 등을 시도하는 차들로 이미 바닥에 타이어 자국이 가득하다.     비영리단체 ‘스트리츠 아 포 에브리원(Streets Are for Everyone)’ 설립자 데미안 케빗은 “불법 레이서들은 정기적으로 와서 바퀴를 끌며 굉음을 내고, 타이어 타는 냄새를 풍긴다”며 “이들은 지역의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을 모두 위험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오늘(26일) 오전 9시부터 분노의 질주 10번째 작품 ‘패스트 X(Fast X)’ 촬영이 이곳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민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시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LA에서 불법 도로점거가 급증하면서 LA 경찰국(LAPD)은 단속의 칼을 빼 들었다. LAPD는 지난 19~20일 양일간 남가주 일대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40명을 체포하고 43대의 차량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무기소지 위반 4명, 살인미수 지명수배 1명, 뺑소니 중범 용의자 1명 등이 포함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은 단속 기간 동안 82건의 티켓을 발부했으며 22건의 도로 점령 불법행위를 방지했다고 전했다.     LAPD와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 통계에 따르면 올해 667건의 불법 도로점거가 신고됐으며, 그 가운데 차량 439대가 압수되고 2000건의 티켓이 발부됐다. 또한 600명 가까이가 불법 도로점거와 관련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온라인상에서 불법 도로점거 혹은 불법 레이싱 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1000달러의 벌금 혹은 최대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찰은 경고했다. 장수아 기자분노 질주 질주 촬영지 지역 주민들 영화 촬영

2022-08-25

105살 할머니의 100m 질주 …"1분은 안 넘기려 했는데"

  지난 6일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린 전미 시니어경기대회(NSG) 육상 100m트랙 결승선으로 백발 곱슬머리에 들꽃을 한쪽 귀에 꽂은 여성이 뛰어 들어왔다.    이름은 줄리아 호킨스, 나이는 105세다. '허리케인' 호킨스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이번 대회 기록은 1분 2초 95. '105세 이상 여자 선수' 부문에 출전해 당당히 금메달을 거머쥐고 세계기록까지 세웠지만, 그는 자신의 기록이 마뜩잖은 듯 "1분은 넘기고 싶지 않았는데…"라고 말했다.   '102'라는 숫자가 나이보단 적으니까 괜찮은 성적 아니냐는 물음에는 "노(No)"라고 잘라 말했다.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그는 이미 유명한 노년 스포츠 스타다. 퇴직 교사인 그는 이미 시니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80세에 사이클링 타임 트라이얼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해 몇 차례 금메달을 땄다. 그러다 "사이클에서는 이제 내 나이대에 나갈 대회가 없다"며 100세가 된 2017년에 단거리 달리기로 종목을 바꿨고 자녀들이 신청해준 첫 대회에서 100세 이상 여자 부문 금메달을 땄다. 기록은 39초 62였다.   2019년에는 46초 07 기록으로 역시 금메달을 땄다.   호킨스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달리는 게 너무 좋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도 너무 좋다"이라며 "달리는 모든 순간이 마법같은 순간(magic moment)"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이 나이 들면 나처럼 되고 싶다고 하는데, 사람들한테 희망과 기쁨을 준다면 오래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이상 매일 달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활동적으로 지낸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하루 1∼2마일(1.6∼3.2㎞)씩 걷거나 가볍게 조깅하고 가끔 50m 달리기도 연습할 계획이라고 한다.   호킨스의 또 다른 취미는 정원 가꾸기이다. 그는 '허리케인 호킨스'보다는 '플라워 레이디'라고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한다.  할머니 질주 전미 시니어경기대회 허리케인 호킨스 줄리아 호킨스

2021-11-12

주한미군·중국군, 한반도 유사시 대비 핫라인 놓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 제재 이행 상황과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정보 공유에 합의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5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양국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북한을 관할하는 양측 군사 담당 부문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직통전화(핫라인)를 개설키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사히는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양국 군의 정보기관 담당 간부들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여는 것 외에 유사시에 대비해 북한을 담당하는 중국군 북부전구와 서울의 주한미군사령부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양측 간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정보 외에도 대북제재 이행이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 미국과 북한 간 충돌 또는 북한 체제 붕괴 등의 유사시 북한 핵의 안전성 확보 난민 발생 문제 등에 대한 정보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아사히는 또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양국 군 고위 관계자들 간 '합동전략대화'에서도 유사시 양국 군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위기관리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면서 "한반도 유사시의 문제가 최대 의제였다"는 미 정부 관계자 발언도 함께 전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 내부 급변사태와 관련해 "(미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38선 이남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중국에 약속했다"고 밝힌 것도 현재 양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논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중국 측이 지금까지는 한반도 유사시에 대한 논의 자체를 꺼려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측의 자세가 달라진 건 미.북 간 충돌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충돌이 현실화하면 이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아사히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시간30분 동안 북한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압력을 계속 가해야 하고 ▶ 제재 등의 대북 조치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강화해 이를 완전히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중국이 북한에 대해 취하는 조치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의 상무.세관.금융 당국이 수주일 또는 수개월마다 관련 조치의 이행 상황을 미국에 설명하기로 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중국이 이 같은 협조를 이어가는 한 미국 측도 대북 군사행동을 포함한 단독행동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며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이 주장하는 '대화에 의한 문제 해결'에 이해를 표시했다고 한다. 아사히는 그러나 "제제 이행과 정보 공유가 충분치 않을 경우 미국 측은 강경노선을 더 강화할 것이며 (이럴 경우엔 양국 간) 협력체제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2017-12-25

[법과 생활] 한국에셔 경험한 양극화

한국의 여름을 잊은 지가 벌써 30년이었는데 가족 일정을 맞추다 보니 한여름에 맞춰 한국에 나가게 됐다. 이번 여행은 캘리포니아 그것도 남가주에 사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가를 일깨워준 여행이었다. 지난 10년간 정기적으로 한국 방문은 했지만 악명높은 한국의 찜통더위를 피하거나 살짝 걸쳤지 본격적으로 불볕 가마솥 속에 나의 몸을 맡긴 적은 없었다. 밖은 온통 사우나에 들어간 후텁지근한 날씨와 택시, 상점 등 웬만한 건물과 집들에 설치된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공존하고 있었다. 밤에 잘 때는 에어컨을 틀면 춥고 끄면 더운 게 반복돼 왠지 이 환경에선 건강이 좋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 기후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 국민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지만. 에어컨을 사서 집에 둘 여력이 없거나 일의 성격이 에어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은 이 더위에 얼마나 힘들까도 생각해 보며 내가 처한 환경에 감사를 해봤다. 날씨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팁과 세금 걱정 없이 메뉴판에 적힌 밥값만 지불하면 되는 점,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된 지하철과 대중교통과 저렴한 교통비용, 친절한 관공서 직원들의 자세, 언제든 의사를 부담 없이 찾아가 만나볼 수 있는 점, 언제 어디든 해주는 배달 서비스들은 여전히 한국의 장점이요 부러운 점이었다. 이렇게 한국에 잠시 체류하는 동안 한국 역시 캘리포니아 주 고용주들이 안고 있는 유사한 이슈로 사회갈등이 유발되고 있었다. 알바, 비정규직, 최저임금 인상 등이 내가 체류하고 있는 동안 북한 문제를 빼고는 가장 많이 접하게 된 사회적인 이슈였다. 체류 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결국엔 양측이 다 만족스럽지 못한 선에서 일단 휴전(?)을 하고 최저임금을 미국 돈으로 7달러 선에서 합의하는 것을 지켜봤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 원을 목청껏 소리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를 가장 많이 쓰는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은 인상 반대나 소폭 인상 쪽을 원한다. 최저임금 문제는 여기도 그렇지만 찬반양론이 다 그럴 듯한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또 하나의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와 얽힌 게 알바 문제다. 일을 의미하는 아르바이트란 독일어의 어원이 아마도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어원이 변질된 듯한데 대학생들이 학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임시로 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변화된 아르바이트가 이젠 알바라는 용어로 변화됐고 단순히 대학생뿐만 아니라 임시 시급으로 일하는 모든 일을 가리키는 듯하다. 알바는 곳곳에 널려있는 편의점과 기타 프랜차이즈식 상점들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직종이랄까.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존재를 전제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알바직 보단 사업체가 좀 규모가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한다. 많은 경우 임금 면에선 알바보단 낫지만 고용안정성과 임금 외 혜택에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알바나 비정규직의 공통점은 미국식으로 치면 고용 안정성이 거의 없는 임시직의 의미가 강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노동계급 간의 갈등이 노와 사만큼의 갈등만큼 심각한 상태다. 알바와 비정규직 등 힘든 노동계급이 있는 만큼 한편으론 일년내 신생 자영업자 생존율이 바닥이라고 할 만큼 영세 상인과 중소 기업주들도 어려운 상태다. 한국 사회는 지난 10년간 대기업과 재벌, 강남 땅 부자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계층 간 갈등이 곪아있어 북한 문제만큼이나 사회 양극화 문제는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가 된 것으로 느껴졌다.

2017-08-13

브루클린 주택시장 양극화

브루클린 주택시장이 양극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라스엘리먼이 13일 발표한 지난 2분기 맨해튼.퀸즈.브루클린 주택 매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브루클린 주택 중간 매매가는 전년 동기 대비 20.6%나 뛴 79만5000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평균 매매가는 22.1% 오른 99만7654달러로 100만 달러에 가까워졌다. 이 기간 콘도 중간 매매가는 90만 달러, 코압은 42만3000달러, 1~3가구 주택은 104만6440달러로 모든 종류의 주택에 걸쳐 매매가가 동시 상승했다. 브루클린 주택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3분기부터 세 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중간 매매가는 4개 분기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지난 2분기 주택 매매량은 총 2845채로 전년 동기(1888채) 대비 50.7%나 늘었으나, 재고 물량은 2257채로 전년 동기(2672채) 대비 15.5%나 줄어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한 것이 가격 상승을 이끈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택 렌트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동시 발표된 렌탈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브루클린 중간 렌트는 전년 동기 대비 1.6% 내린 2813달러로 조사됐다. 반면 임대 주택 재고 물량은 전년 동기(2309채) 대비 13.5% 증가한 2620채로 집계됐으며, 신규 리스 계약은 1717건으로 전년 동기(1063건) 대비 61.5%나 늘었다. 또 컨세션(세입자 유치 위한 혜택)을 제공하는 비중은 전체 임대 계약의 17.2%를 차지해 전년 동기 6.2% 대비 거의 세 배로 증가, 세입자 유치 경쟁이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22개월 연속 임대 주택 재고 물량이 증가하면서 과잉공급으로 인한 렌트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조은 기자 lee.joeun@koreadaily.com

2017-07-13

[중앙칼럼] 소득 양극화 부추기는 감세안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야심차게 세제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안이 될 것이라는 자화자찬까지 있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비판적 시각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감세 혜택이 소득 최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된 '부자감세'라는 지적이다. 기존 7개 구간인 개인 소득세율을 3개 구간으로 축소하면서 최고 세율을 39.5%에서 35%로 낮췄다. 상속세도 폐지된다. 또 현재 35%인 법인세율도 15%로 내려간다. 여기에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 예치해 둔 천문학적인 현금자산에도 한 차례만 낮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감세의 역효과에 대한 우려다. 세금을 깎아주면 세수부족이 뻔한데 이를 보완할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감세가 이뤄지면 투자확대와 고용창출 소비증가 세수확대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결국 감세가 재정적자 폭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결국은 증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답한 것도 이런 이유다. 트럼프 정부의 목표치인 경제성장률 3%의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감세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연방 의회에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답은 나온다. 세제개혁안의 무게 중심을 차라리 빈부격차 해소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세부담은 더 줄이고 부유층은 세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다고 소비가 크게 늘어날 리도 없는 반면 미국의 빈부격차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버지니아주에서 발생한 '공화당 의원 총격사건'의 범행 동기도 소득격차에 대한 불만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지난해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의원의 열렬한 지지자로 '월가 점령시위' 등에도 동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표현 방식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의 문제 의식까지 용서받지 못할 것은 아닌 듯싶다. '버니 샌더스 돌풍'은 경제적 이슈가 점차 사회.정치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소득격차가 192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정책연구소(EPI)라는 곳에서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1% 이상을 가져갔다. 결국 99%가 나머지 79%를 나눠가졌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소득 상위 1% 가구의 연소득과 나머지 99% 가구의 소득 격차가 25.3배까지 벌어졌다. 경제정책연구소는 70년대에는 10배 안팎이었던 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른바 수퍼리치로 불리는 소득 최상위 0.1%의 연평균 소득은 608만7000달러로 하위 90%의 평균 소득 3만3000달러의 184배에 달했다. 이 정도의 격차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빈부격차 해소를 주장하는 한 시민단체는 '그나마 다양한 사회보장제도가 있어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더구나 최근에는 부의 대물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마디로 '아메리칸 드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미국이 기회의 나라가 아니라 세계에서 소득격차가 가장 심한 곳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7-06-18

[특별기획 2]한인 소득 양극화 현상 심해

재미한인들의 연소득 평균(세전 5만 9089달러)은 미국인 전체(4만9170달러)와 백인(5만 4699달러)보다 높지만,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의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통계를 분석한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은 “높은 평균 소득에 가려져있는 저임금 저소득층이 있다”며 “미국인 전체나 백인과 비교할 때 재미한인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재미한인 5명 가운데 1명은 6만 달러 이상 벌고 있다. 연소득이 6만 달러 이상인 한인은 전체 한인의 19.4%나 된다. 이는 전체 미국인이나 백인보다도 높은 수치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서 6만 달러 이상 버는 미국인은 15.8%밖에 안된다. 백인들 가운데, 6만 달러 이상 버는 백인은 18%다. 이와 달리 연소득 9900달러 이하인 한인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들 가운데 22.5%가 연 9900달러를 못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인이나 전체 미국인보다 높은 수치다. 백인은 18.7%에 불과하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서 연소득 9900달러 이하는 20.8%다.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특히 한인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재미한인은 노인빈곤율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인 노인 5명 중 1명이 빈곤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백인의 경우 14명 가운데 1명만이 빈곤상황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인 노인 빈곤율은 7.4%다. 미국인 전체에서도 빈곤 노인은 10명 중 1명 정도로 빈곤율은 9.6%다. 이창원 연구원은 “두터운 한인 저소득층과 심각한 노인빈곤은 그동안 덜 주목 받아왔다”며 “한인사회 내 불평등과 빈곤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인사회 빈곤 문제에 대해 우태창 버지니아 한인회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재취업을 위한 ‘기술’이 최고”라며, 버지니아 한인회에서 운영하는 한사랑종합학교를 추천했다. 그는 “기술을 배워 일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한인들에게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그 사람이 취업을 하면 등록금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영천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연합회 차원에서 노인빈곤 해결에 나설 것”이라며 “동포사회 노인빈곤 현황을 파악하고, 찾아가거나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기성 워싱턴지역한인교회협의회장은 “미국 노인들은 은퇴 뒤에도 월마트나 세이프웨이같은 마트에 들어가 소일을 한다”며 “노인들에 대한 재정지원도 중요하지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7-01-17

[시론] 사회 양극화를 치유하는 '처방전'

'미국정부는 9·11 테러를 사전에 알고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은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사건이다' '아폴로11호 달 착륙은 연출된 것일뿐 실제가 아니다' 등은 미국이 경험했던 음모론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허위정보에 맞서 정확한 팩트로 초기에 차단해 대처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 특히 한국인은 MM형 유전자 때문에 발병률이 높아서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하기만 하면 100% 광우병에 걸린다.' 한 방송국이 제기한 이 음모론은 100만 시민을 촛불시위 현장으로 100일 동안 이끌어 냈다. 한국정부는 허위정보 대처에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또한 미래의 동일한 사태의 예견이나 사태의 차단을 위한 대책도 수립해 놓지 못한 듯하다. 미국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캐스 선스타인이 작년에 발표한 저서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원제: Conspiracy Theory)'가 최근 정보서적 부문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선스타인은 하버드대학 교수로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규제정보국장(OIRA: 2009~2012)을 지냈다. 이 책은 음모론의 발생원인과 전파과정, 대처법을 사회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살폈다. 정부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음해론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어떻게 빨리 대처해야 하는가, 또 고위 공직자가 신분이 바뀌면 자기가 행했던 직무에 대해 어떤 누설이 가능할 것인가를 예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폰,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무수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받는 시대가 됐다. 온갖 종류의 정보를 받게 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허위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검증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믿는 데서 음모론이 싹트게 된다. 정보통신 시대에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어, 음모론 감염에 항상 노출돼 있다. 사람에게는 심리적으로 자신과 관점이 다른 정보는 배제하고, 일치하는 내용만을 취사선택해 자기의 주장을 강화해 가려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을 저자는 '절름발이 인식론(Crippled Epistemology)'이라 지적한다. 허위정보는 '사회적 폭포현상(Social Cascades)'을 일으키고, 결국엔 '집단적 양극화(Group Polarization)'를 조성한다. 사회적 폭포현상이란 허위 정보를 믿는 자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그것을 따라 믿게 되는 현상이다. 집단적 양극화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면서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중상모략으로 테러까지 초래하는 현상을 뜻한다. 요즘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는 집단적 양극화 현상이다. 양극화된 집단을 치료하기 위해 선스타인이 내린 처방전은 양쪽 공히 '최소주의'와 '중간주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최소주의는 이론 논쟁은 뒤로 미루고, 오늘 해결해야 될 문제부터 풀어가자는 것이다. 중간주의는 양편이 신봉하는 신념을 서로 인정하면서 타협을 통해 해결의 종지부를 빨리 찍자는 것이다. 이 둘은 화해가 전혀 불가능한 갈등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함께 존속하고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현실에서, 최근 최순실 사태로 대한민국마저 좌우로 갈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대한민국의 여야 정치뿐 아니라, 미주 한인들도 좌우로 양극화되고 있다. 조속히 상호 불신을 허물고 최소주의와 중간주의를 실행한다면 통합과 개혁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6-12-21

[컬처 스토리] 양극화 시대의 그림, 이삭줍기

지금 서울 예술의 전당에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날아온 '이삭줍기'가 걸려 있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옛 이야기처럼 익숙하고 정답고 그만큼 뻔하기도 한 명화. 하지만 1857년 장 프랑수아 밀레가 이 그림을 발표했을 때, 평론가들은 이 온화한 그림이 '위험하고 선동적'이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졸저 '그림 속 경제학'의 몇 구절을 인용해본다. "일단 이삭 줍기라는 테마 자체가 당시에는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졌다. 먼 옛날부터 추수가 끝난 뒤에 이삭을 줍고 다니는 사람은 자신의 농지가 없어서 주운 이삭으로 배를 채워야 하는 최하층 빈민이었으니까. 밭 주인이 추수 때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그냥 내버려두는 게 일종의 원시 사회보장제도였다. 그러니 밀레의 그림 속 여인들은 자기 밭에서 이삭을 줍는 것이 아니라 남의 밭에서 품을 팔고 품삯으로만은 모자라 이삭을 줍는 가난한 아낙네들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굽힌 등 너머로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문제였다. 거기에는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풍요롭게 빛나는 곡식 낟가리들과 곡식을 분주히 나르는 일꾼들, 그들을 지휘하는 말 탄 감독관, 즉 지주의 대리인이 있다. 반면에 여인들은 기울어진 햇빛을 등지고 서서 어둑어둑해지는 밭에서 자잘한 이삭을 찾고 있지 않은가. 이 조용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대조야말로 빈부격차를 고발하고 농민과 노동자를 암묵적으로 선동하는 것이라고 당시 비평가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이건 과민반응이었다. 밀레는 그 자신과 동료 화가들이 밝혔듯 정치적이기보다 종교적인 화가였고, 그가 나타내려 한 것은 농민의 노동에 대한 애정과 존경, 자연에 대한 서정이었으니까. 그러나 동시에 그는 현실도피나 감상주의에 빠지는 화가가 아니어서, 그가 직접 체험한 농민의 고된 현실을 정확히 포착했다. 그 온화한 화면에 깃든 한 줄기 예리함이, 19세기 중반 사회 갈등이 폭발하던 프랑스에서, 보수적 평론가들을 불편하게 하고 빈부격차 문제를 제기하던 사회 운동가들을 열광하게 했던 것이다. 뛰어난 고전은 시공간을 초월해 담론을 낳는다. 지금 서울에 온 '이삭줍기'를 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최근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 발표를 보니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가 다시 악화됐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는 10월 말 중앙선데이 헤드라인의 표현대로 '노력하면 성공하는 나라'에 대한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지금 한국의 정치는 거기에 어떤 답을 하고 있는가?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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