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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 양극화를 치유하는 '처방전'

이보영 / LA민주평통 위원

'미국정부는 9·11 테러를 사전에 알고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은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사건이다' '아폴로11호 달 착륙은 연출된 것일뿐 실제가 아니다' 등은 미국이 경험했던 음모론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허위정보에 맞서 정확한 팩트로 초기에 차단해 대처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 특히 한국인은 MM형 유전자 때문에 발병률이 높아서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하기만 하면 100% 광우병에 걸린다.' 한 방송국이 제기한 이 음모론은 100만 시민을 촛불시위 현장으로 100일 동안 이끌어 냈다. 한국정부는 허위정보 대처에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또한 미래의 동일한 사태의 예견이나 사태의 차단을 위한 대책도 수립해 놓지 못한 듯하다.

미국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캐스 선스타인이 작년에 발표한 저서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원제: Conspiracy Theory)'가 최근 정보서적 부문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선스타인은 하버드대학 교수로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규제정보국장(OIRA: 2009~2012)을 지냈다. 이 책은 음모론의 발생원인과 전파과정, 대처법을 사회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살폈다.

정부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음해론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어떻게 빨리 대처해야 하는가, 또 고위 공직자가 신분이 바뀌면 자기가 행했던 직무에 대해 어떤 누설이 가능할 것인가를 예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폰,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무수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받는 시대가 됐다. 온갖 종류의 정보를 받게 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허위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검증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믿는 데서 음모론이 싹트게 된다. 정보통신 시대에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어, 음모론 감염에 항상 노출돼 있다.

사람에게는 심리적으로 자신과 관점이 다른 정보는 배제하고, 일치하는 내용만을 취사선택해 자기의 주장을 강화해 가려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을 저자는 '절름발이 인식론(Crippled Epistemology)'이라 지적한다.

허위정보는 '사회적 폭포현상(Social Cascades)'을 일으키고, 결국엔 '집단적 양극화(Group Polarization)'를 조성한다. 사회적 폭포현상이란 허위 정보를 믿는 자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그것을 따라 믿게 되는 현상이다. 집단적 양극화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면서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중상모략으로 테러까지 초래하는 현상을 뜻한다. 요즘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는 집단적 양극화 현상이다.

양극화된 집단을 치료하기 위해 선스타인이 내린 처방전은 양쪽 공히 '최소주의'와 '중간주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최소주의는 이론 논쟁은 뒤로 미루고, 오늘 해결해야 될 문제부터 풀어가자는 것이다. 중간주의는 양편이 신봉하는 신념을 서로 인정하면서 타협을 통해 해결의 종지부를 빨리 찍자는 것이다. 이 둘은 화해가 전혀 불가능한 갈등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함께 존속하고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현실에서, 최근 최순실 사태로 대한민국마저 좌우로 갈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대한민국의 여야 정치뿐 아니라, 미주 한인들도 좌우로 양극화되고 있다. 조속히 상호 불신을 허물고 최소주의와 중간주의를 실행한다면 통합과 개혁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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