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한국에셔 경험한 양극화
김 윤 상 / 변호사·노동법
지난 10년간 정기적으로 한국 방문은 했지만 악명높은 한국의 찜통더위를 피하거나 살짝 걸쳤지 본격적으로 불볕 가마솥 속에 나의 몸을 맡긴 적은 없었다. 밖은 온통 사우나에 들어간 후텁지근한 날씨와 택시, 상점 등 웬만한 건물과 집들에 설치된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공존하고 있었다. 밤에 잘 때는 에어컨을 틀면 춥고 끄면 더운 게 반복돼 왠지 이 환경에선 건강이 좋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 기후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 국민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지만. 에어컨을 사서 집에 둘 여력이 없거나 일의 성격이 에어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은 이 더위에 얼마나 힘들까도 생각해 보며 내가 처한 환경에 감사를 해봤다.
날씨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팁과 세금 걱정 없이 메뉴판에 적힌 밥값만 지불하면 되는 점,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된 지하철과 대중교통과 저렴한 교통비용, 친절한 관공서 직원들의 자세, 언제든 의사를 부담 없이 찾아가 만나볼 수 있는 점, 언제 어디든 해주는 배달 서비스들은 여전히 한국의 장점이요 부러운 점이었다.
이렇게 한국에 잠시 체류하는 동안 한국 역시 캘리포니아 주 고용주들이 안고 있는 유사한 이슈로 사회갈등이 유발되고 있었다. 알바, 비정규직, 최저임금 인상 등이 내가 체류하고 있는 동안 북한 문제를 빼고는 가장 많이 접하게 된 사회적인 이슈였다.
체류 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결국엔 양측이 다 만족스럽지 못한 선에서 일단 휴전(?)을 하고 최저임금을 미국 돈으로 7달러 선에서 합의하는 것을 지켜봤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 원을 목청껏 소리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를 가장 많이 쓰는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은 인상 반대나 소폭 인상 쪽을 원한다. 최저임금 문제는 여기도 그렇지만 찬반양론이 다 그럴 듯한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또 하나의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와 얽힌 게 알바 문제다. 일을 의미하는 아르바이트란 독일어의 어원이 아마도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어원이 변질된 듯한데 대학생들이 학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임시로 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변화된 아르바이트가 이젠 알바라는 용어로 변화됐고 단순히 대학생뿐만 아니라 임시 시급으로 일하는 모든 일을 가리키는 듯하다. 알바는 곳곳에 널려있는 편의점과 기타 프랜차이즈식 상점들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직종이랄까.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존재를 전제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알바직 보단 사업체가 좀 규모가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한다. 많은 경우 임금 면에선 알바보단 낫지만 고용안정성과 임금 외 혜택에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알바나 비정규직의 공통점은 미국식으로 치면 고용 안정성이 거의 없는 임시직의 의미가 강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노동계급 간의 갈등이 노와 사만큼의 갈등만큼 심각한 상태다.
알바와 비정규직 등 힘든 노동계급이 있는 만큼 한편으론 일년내 신생 자영업자 생존율이 바닥이라고 할 만큼 영세 상인과 중소 기업주들도 어려운 상태다. 한국 사회는 지난 10년간 대기업과 재벌, 강남 땅 부자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계층 간 갈등이 곪아있어 북한 문제만큼이나 사회 양극화 문제는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가 된 것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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