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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 공격…최소 180발 미사일 발사

이란이 1일(현지시간) 저녁 이스라엘을 향해 최소 18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을 경고하면서 중동 전쟁 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군사·안보 핵심 시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이어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은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압바스닐포루샨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의 살해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미사일 발사가 포착된 직후부터 이스라엘 전역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방공호 대피령이 내려졌다. 공습경보가 발령된 지 약 1시간이 지나 이스라엘군은 대피령을 해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브리핑에서 "미사일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서 일부 타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공격은 격퇴됐고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과 미군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은)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양측 간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는 장중 5% 넘게 폭등했다. 전면전 확전 우려에 유가는 오르고,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이스라엘 미사일 이스라엘 공격 미사일 발사 저녁 이스라엘

2024-10-01

[이 아침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다

세상을 뒤집어 놓는 큰 사건도 처음에는 별것 아닌 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 노동절 연휴 동안 내가 경험한 일이 그러하다.   내 차에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박스가 달려 있다. 차에 탄 후 스위치를 누르면 박스가 열리고, 체인이 내려와 휠체어를 박스에 싣는다. 이놈 덕에 남의 도움 없이 혼자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     토요일 저녁 생일을 맞은 친구네와 저녁을 먹은 후, 맥도널드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휠체어를 내리려는데 박스가 열리지 않는다. 스위치를 누르면 ‘딸깍’ 하고 연결되는 소리가 나야 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박스 한 귀퉁이에 있는 뚜껑을 열고 수동으로 박스를 열어 휠체어를 꺼내고, 주일에는 휠체어를 접어 아내가 트렁크에 넣고 교회에 가면 되고, 수리는 휴일이 지나고 천천히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탓이다.     집에 돌아와 조카 녀석을 불러 휠체어를 꺼내 달라고 하니, 잠시 후, 수동도 작동이 안 된다고 한다. 갑자기 난감해졌다. 나를 업고 집에 들어간들 그다음은 어떻게 한다? 차고에 있는 간이 접이식 전동 휠체어 생각이 났다. 아내가 그놈을 꺼내와 타고 겨우 집에 들어왔다.     3일간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전동 휠체어는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거나 먼 거리를 다닐 때는 편리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50년대에 지어진 미국 집들은 복도며 화장실의 공간이 좁다. 전동 휠체어로 좁은 실내를 누비고 다니는 일은 고난도의 조종 기술을 필요로 한다. 변기와 세면대에 접근하는 것도 평소에 쓰던 휠체어와는 각도와 거리가 다르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3일을 겨우 버티고 화요일 아침 수리점으로 달려갔다. 평소에 안면이 있는 앤디가 나왔다. 장황한 내 설명을 듣더니 아무 말 않고 스위치를 누른다. 박스가 열리며 휠체어가 내려온다. 어찌 이런 황당한 일이!     이야기는 3주 전으로 돌아간다. 조카 녀석의 생일이라 세 식구 외식을 하고 돌아와 휠체어를 내리는데 박스 안에서 ‘따악’ 하며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아내와 조카에게 이야기하니 손전등을 비추어 보고는 어딘가 연결되어 있던 스프링의 한쪽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한다. 박스를 다시 여닫아 보니 작동하는 데는 이상이 없다. 아마도 안에 있는 전기배선을 잡아 주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다음에 수리점에 갈 때 봐달라고 해야지 하고 넘어갔다.     박스를 점검한 앤디의말인즉, 그 스프링은 박스를 여닫을 때 부품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박스가 낡아 이것저것 갈아야 할 것이 있다고 했다. 일단 작동은 되니 오늘은 집에 가고, 부품이 오면 연락해주마고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기계도 사람의 몸도 이상이 생기면 신호를 보낸다. 별 탈 없이 돌아간다고 이를 무시하면 큰코다칠 일이 생기는 법이다. 평소에 관리를 잘하고 스프링이 부러졌을 때 수리점에 갔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안전불감증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며 다시 되새겨 본다. “유비무환” 고동운/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가래로 호미 전동 휠체어 접이식 전동 토요일 저녁

2024-09-04

감미로운 교향악 선율에 담은 설날 인사

김포 청소년 오케스트라(단장 박정훈 목사)가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에게 감미로운 교향악 선율에 담은 설날 인사를 전했다.   오케스트라는 OC장로협의회(이하 장로협, 회장 배기호)가 OC한인회(회장 조봉남)와 함께 지난 10일 오후 6시 세리토스 선교교회(담임목사 방상용)에서 개최한 ‘설 맞이 동포 음악의 밤’을 통해 교향악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연주를 선사했다.   설날 저녁 열린 공연엔 흔히 접하기 어려운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기 위해 600명이 운집했다. OC장로협 측은 “500석 규모인 본당에 600명이 몰려 가득 차 서둘러 의자를 추가 배치했다”고 전했다.   배기호 장로협 회장은 공연에 앞서 “올해 장로협의회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김포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초청했다.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며 설날 저녁을 즐기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종대 음악의 밤 총괄준비위원장은 오케스트라는 물론 특별 출연한 오위영 테너, 지경 소프라노, 피아노를 연주한 김창달 김스피아노 대표, 색소폰 연주자 김성규씨, 찬조 출연한 아리랑합창단, 오렌지미션콰이어 관계자 등을 무대에 오르게 해 연주할 곡에 관해 미리 설명하도록 했다.   오케스트라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OST, 베토벤 7번 교향곡, 아리랑 메들리 등을 선보였고 마지막엔 청중과 ‘고향의 봄’, ‘설날’을 함께 불렀다.   김 위원장은 “연주자들과 사전에 소통을 한 덕분에 청중이 음악을 한층 더 즐길 수 있었다. 관객들이 기립 박수도 여러 차례 보내며 뜨거운 호응을 보여줬다. 특별, 찬조 출연한 팀도 큰 박수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장로협은 김포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장 박정훈 목사, 장소를 제공한 세리토스 선교교회 방상용 담임목사 등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조봉남 한인회장은 가든그로브 시 명예 시민증을 박 목사에게 전달했다.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실 허상길 보좌관은 오케스트라 단원 전원에게 스틸 의원의 감사장을 수여했다.   한편, 지난 5일 LA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포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음악의 밤에 출연하기 하루 전인 9일 옥스포드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합동 공연을 갖고 OC제일장로교회(담임목사 김종규)에서도 공연했다. 입국 후 LA 시내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샌디에이고 관광도 즐긴 단원들은 그랜드캐년 투어를 마치고 오는 15일 출국한다. 임상환 기자교향악 선율 교향악 선율 설날 인사 설날 저녁

2024-02-12

[살며 생각하며] 불안한 아이들(2)

최근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며, 머리가 아프다며 데이케어 가기를 거부한다는 네 살짜리 A, 원래도 데이케어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처음에는 매일 떨어질 때마다 울어, 떼어놓고 일을 가야 하는 싱글맘의 마음을 아주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엄마와 헤어지고 나면 선생님들과 시간을 잘 보내던 아이였다. 이렇게 매일 아프다며 엄마와 안 떨어지려고 하는 것은 약 한 달 전부터라고 했다.     혹시 A의 분리불안이 아빠와 상관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엄마에게 물었다. “아빠는 얼마나 자주 A를 만나나요?” “원래 매주 토요일 아이를 데려가 일요일 저녁에 데려오기로 되어 있어요.” “아빠가 약속을 잘 지키나요? A는 아빠 만나는 것을 좋아하나요?” “A는 원래 아빠를 아주 많이 좋아했어요. 어릴 때도 아빠가 많이 놀아주고 내가 일이 늦어지면 아이를 자상하게 많이 돌보았거든요.”     “이혼 후 처음 아빠가 집을 나갔을 때 A도 아주 힘들어 했겠네요.” “그때는 겨우 두 살이어서 그랬는지 전보다 많이 울고 나한테 매달리기는 했어도, 데이케어도 그런대로 잘 다니고 큰 문제는 없었어요. 아빠가 처음에는 약속을 잘 지켜서, 주말에는 꼭꼭 아빠와 시간을 보냈어요. 크면서부터는 아빠 만나는 주말이 기다려진다고 늘 말하곤 했어요.” 말하던 엄마가 갑자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아이가 아침마다 아프기 시작한 때가 아빠와 상관이 있는 거 같네요.” 이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순간 분노가 확 느껴졌다. “사실 아이 아빠가 자기 여자친구와 작년에 살림을 합쳤어요. 4살 난 아이가 있는 여자예요. 그러면서 종종 A를 안 데리러 오는 주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A가 많이 기다렸을 텐데요.” 엄마의 얼굴은 이제 노골적으로 분노를 나타내고 있었다. “마음이 변한 거 같아요. 아무리 독촉을 해도 온갖 변명을 하며 A를 안 데리러 오기 시작했어요. 나도 주말이라도 내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아이에게 매여있으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요.” 아빠가 두 시간 거리로 이사를 한 두 달 전부터는 이제 A를 만나는 것을 거의 중단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면서, A도 A의 엄마도 둘 다 너무 안쓰럽기만 했던 첫 세션이었다.   부모가 훌륭하든 부족하든,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온 우주가 된다. 대부분의 우리는,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의 막중함과 숭고함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 채 어느 날 부모가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고귀한 생명에게 일생 영향을 끼치는 그들의 전 우주가 된다. 갑자기 우주 한 부분이 무너져버린 어린 A에게, 아빠가 사라진 우주는 많이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도 주말마다 느끼는 아빠의 사랑이 그 아이의 불안한 우주를 그럭저럭 지탱해주고 있었을 터였다.     그러다 아빠가 아주 사라져버린 지난 두 달, 그녀의 작은 우주는 아빠가 안 보이는 슬픔의 안개로 가득 차고, 아빠가 다신 안 올까 봐, 자신을 영영 떠나버렸을까 봐, 불안하고 두려울 때마다 무서운 천둥 번개가 마구 내리치고 있었을 터였다. 그러다 보니 옆에 있는 엄마와도 더 떨어지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바람이, 이 아이에게 두통이나 배 아픔 같은 정신적 이유로 인한 신체 증상(psychosomatic)들을 나타나게 했다.     A 엄마도 이제 A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고 매달리는지(clingy) 그 가장 큰 이유가 깨달아지는 것 같았다. 엄마의 힘든 감정을 공감해주고 엄마는 엄마대로 지원 해주면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A의 분리불안을 치료해보기로 하였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불안 자기 여자친구 일요일 저녁 무의식적 바람

2024-01-31

24일 저녁 남가주 샌버나디노에서 규모 4.2 지진 발생

24일(수) 밤에 규모 4.2의 지진이 남부 캘리포니아 전역을 흔들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샌버나디노를 중심으로 오후 7시 43분에 발생한 이 지진은 리버사이드, 폰타나, 리알토, 랜초 쿠카몽가, 모레노 밸리, 레드랜즈 등 내륙 지역을 흔들었다. 규모 4.2의 지진은 대형 트럭이 건물에 부딪힌 정도의 진동이 느껴진다.   주민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오렌지 카운티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는 약한 진동을 느껴졌다고 말했다.   진앙지는 샌버나디노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5마일, 샌버나디노 디포 기차역에서 북쪽으로 0.5마일 떨어진 곳이다. 지진은 이 지역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단층선 중 하나인 샌  하신토 단층 바로 동쪽에서 시작되었다.   샌 하신토 단층은 약 130마일에 걸쳐 있으며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카혼 패스(Cajon Pass)에서 남동쪽으로 멕시코 국경을 향해 이어진다. 샌 하신토 단층은 샌버나디노, 콜튼, 모레노 밸리, 레드랜즈, 로마린다, 헤멧, 샌 하신토와 같은 도시와 리버사이드, 리알토, 폰타나 인근을 통과하여 내륙 지바역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지진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단층이다.   올해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규모 4 이상의 첫 지진은 새해 첫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해안에서 발생했다. 규모 4.1의 지진은 산페드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10마일, 란초 팔로스 버디스에서 남동쪽으로 11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최근 3년간의 데이터 샘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서는 매년 평균 25건의 규모 4.0~5.0의 지진이 발생한다.  지진 남가주 저녁 남가주 남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폰타나

2024-01-25

애틀랜타 소방국,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주의' 경고

애틀랜타 미드타운의 히어(HERE)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 4일 저녁 리튬이온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6일 제리 드베리 애틀랜타 소방국장은 화재 현장에서 안전 표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불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리튬 배터리는 급속 충전이나 장시간 충전으로 인한 과열될 시, 폭발성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드베리 국장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장돼 있는 전동킥보드, 스쿠터 등은 화재에 취약하므로, 가연성 물질이 없는 주택 바깥 공터 등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부분의 화재는 배터리 결함이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인증 표시가 부착된 배터리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지아 내 리튬이온전지 관련 사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월 라즈웰에 있는 한 노인 복지 주택에서 과열된 핸드폰 속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어 8월에는 뱅크 카운티의 재활용 센터에서 SK 배터리 아메리카(SKBA)가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폐기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리튬이온전지 애틀랜타 애틀랜타 소방국장 리튬이온전지 관련 저녁 애틀랜타

2023-12-06

[필향만리] 朝聞道 夕死可矣 (조문도 석사가의)

“아침에 도를 듣는다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을 것이다.” 『논어』 이인(里仁)편 제8장 구절이다. 공자님 말씀치고는 적잖이 과격하게 들린다. ‘사생유명(死生有命)’ 즉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천명(天命)’이라고 한 공자가 불쑥 죽음을 거론하며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고 했기에 과격하게 들리는 것이다.   대부분 “그만큼 공자는 바른 도를 듣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라는 의미로 풀이하지만, 일부 연구자는 이 말이 공자의 의지를 표명한 말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영웅을 자처하는 자들이 날뛰고 하극상이 발생하여 도가 땅에 떨어진 당시 상황을 한탄하며 ‘도다운 도’ ‘말다운 말’을 들을 수만 있다면 오늘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겠다는 탄식을 한 것으로 이해하자는 주장이다. 의지 표현이든 탄식이든, 분명한 것은 당시에 도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요즈음 우리도 도를 담은 바른말 듣기가 쉽지 않다. 사술(邪術)이 도로 둔갑하고, 편견이 정론인 양 퍼지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난세일까. 진실은 제구실을 못하고,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으니 우리는 어느 아침에나 도를 들을 수 있을까. 이진위사(以眞爲師)! 파사현정(破邪顯正)! 진실을 스승 삼고, 삿됨을 깨뜨려 바름을 드러내자!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석사가 조문 공자님 말씀 바른말 듣기 오늘 저녁

2023-10-01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노을·은하수·반딧불…침묵의 향연

미국 서부 애리조나와 유타 경계에는 앤틸롭캐년, 호슈 벤드, 레인보우 브릿지, 파리아캐년, 벅스킨 걸치, 더 웨이브, 화이트 포켓 등 수많은 비경이 숨어 있다.   이곳은 컬러풀 하면서도 은은한 샌드스톤 지형들로 유명하다. 호수나 강물이 흘러가면서 깊은 계곡을 만들어놓고 좁은 슬롯 계곡을 빚어 놓았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을 실제로 경험하고 카메라에 담노라면 감회가 색다르다.   사진이나 동영상에 관심이 있다면 이 많은 풍경들 중에서도 알스트롬 포인트(Alstrom Point)를 놓칠 수 없다.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 무대이기도 했던 알스트롬 포인트는 1968년 영화 '혹성 탈출'에서 주인공 찰튼 헤스튼과 동료들이 그들의 우주선이 도착한 장소가 지구인지 다른 행성인지 몰라 헤맸던 장면을 연출할 만큼 경이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알스트롬 포인트는 콜로라도강에 글렌캐년 댐(Glen Canyon Dam)이 건설되면서 샌드스톤 계곡 사이로 호숫물이 차오르면서 형성되었다.   많은 방문자가 이곳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경험한다. 특히 아침 저녁으로 햇살을 받으며 협곡 전체가 붉은빛을 발하는 신비한 경관은 숨막히는 감동 그 자체이다.   알스트롬 포인트로 들어가는 비포장 도로는 잘 닦여져 있고 안내판도 설치가 되어 있다. 무엇보다 구글 지도에 표시가 되므로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마지막 1마일 정도가 일반 차량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험로여서 바닥이 높은 4륜 구동 차량이 필요하다. 만약 일반 자동차로 들어간다면 1마일 전에 주차를 하고 하이킹을 해서 다녀 오면 된다.   알스트롬 포인트에서 하룻밤을 묵는 캠핑은 특별한 경험이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끓여먹고 커피나 차를 들면서 계곡을 바라보는 기분은 아무리 설명해도 충분하지 않다.   캠핑을 하면서 노을을 즐기고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아래편 호수에 정박한 보트에서 반딧불처럼 비치는 빛을 보노라면 정말 외계의 행성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 캠핑은 퍼밋이 필요하지 않다. 아무런 시설이 없으므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즐긴다. 주변은 조용하고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나 동물은 없다. 장작을 싣고 들어와 캠프파이어를 하는 그룹도 보인다. 평화로운 밤하늘을 보면서 태고적부터 아득하게 전해오는 침묵의 향연을 듣는 것 같다.   LA에서 유타주 캐납(Kanab)을 통해서 오면 알스트롬 포인트까지는 약 9시간 운전거리이다. 아침에 출발하면 알스트롬 포인트에 저녁 노을이 질 시각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계절에 따라 변수가 있으므로 해지는 시각을 미리 점검하는 게 좋다.   이곳은 애리조나주 페이지(Page)시 북쪽으로 약 18마일 거리인 빅 워터(Big Water) 마을에서 비포장 도로를 23마일 운전해 들어가서 만나게 된다.   알스트롬 포인트 방문에는 바닥이 높은 차량이 꼭 필요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여분의 옷과 음식물을 준비하는 게 좋다. 또한 길이 유실되거나 닫힌 경우에 대비해 빅 워터 방문자 센터에 현지 도로 상태를 미리 알아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절대 하지말아야 할 것은 밤중에 이곳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다. 아무런 인위적인 빛이나 건물이 없는 지역이어서 어두운 밤길에 이곳을 운전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다른 행성에 온 기분을 맛보고 태고적 신비를 경험하는 알스트롬 포인트는 잊지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미국 서부 유타와 애리조나 관광의 허브인 캐납과 페이지에 많은 숙박 시설이 있으며 빅 워터에도 모텔이 있다. 단지 휴가 시즌이나 연휴에는 매우 비싼데 그나마도 예약을 해야만 한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반딧불 은하수 저녁 노을 애리조나주 페이지 샌드스톤 계곡

2023-08-31

[삶의 뜨락에서] 힘들 때 찾아갈 수 있는 장소

아들과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왔다. 소낙비는 내리고 동네 몇 바퀴 돌았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오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하는 수 없이 친구 집 문을 두드렸다. 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내 얼굴이 상기되어 있어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아들하고 싸우고 갈 데 없어 왔다고 했다. 무조건 들어오라고 한다. 그날은 한국에서 온 손님도 있고 식구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날이었다. 저녁을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다. 염치없지만 의자에 앉아 손님과 담소를 하고 있었다. 식구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냥 나오자니 겸연쩍고 앉아 있자니 쑥스럽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 버티고 있는 사이 안면이 있는 친구 동생이 왔다. 그래도 아는 사이가 훨씬 앉아있기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도 친구는 농담을 섞어가며 나를 위로한다. 식구처럼 편하게 있으라는 무언의 암시다. 파 잘게 써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와 바쁘게 움직이는 손끝은 보이는데 맛있는 음식 냄새는 코를 자극하지 않는다. 너무 마음이 상해 신경의 일부가 마비된 상태인 것 같다. 어느새 처음 먹어보는 오리탕이 나왔다. 국그릇 위에 들깻가루를 듬뿍 뿌려 구수한 냄새까지 곁들였다.   가끔 동네에 있는 식당을 찾는다. 그곳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는 생긴 것은 물론이고 그윽한 목소리와 거동까지 여러모로 영화 시스터 액트에 나오는 우피 골드버그를 닮았다. 어느 날 식사를 하러 다소 주뼛거리며 식당에 들어선 내게 그녀는 아주 반가운 사람을 대하듯 다가와 식탁을 안내했다. 친절함이 몸에 밴 사람 같다. 의례적인 친절이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손님과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을 만난 것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해야 하는 일이 제법 많아 보였지만 그녀는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자기의 일터를 우애와 따뜻함이 감도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그녀를 유심히 관찰했다. 식당을 떠나는 이들도 그녀를 찾아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난다.   마음 둘 곳이 없는 세상이다. 경쟁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살다 보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외로움이 젖어 든다. 가족이나 벗들에게도 그 외로움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칭얼거리는 사람 취급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그 장소는 특정한 공간일 수도 있고 공동체일 수도 있다. 아무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곳에서는 혹은 그의 곁에서는 그저 나답게 있어도 괜찮은 장소가 있다면 우리는 삶의 곤고함을 이겨낼 수 있다. 정원을 가꾸며 시름을 달래는 이들도 있고 밭에서 호미질하며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이들도 있다. 잔디밭에 종류가 다른 풀을 몇 시간 뽑고 나면 땀도 나고 심신이 피곤해지면 안으로 들어와 샤워하는 동안 잡생각이 멀리 도망간다.   가게와 같은 블록에 있는 이집트 교회가 있다. 교인이 5000명이라고 해서 놀랐다. 크지 않은 건물인데 그 많은 교인이 어떻게 예배를 드리나 의심했는데 하루는 손님이 곱게 차려입고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그 교회는 일요일에만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자기가 편리한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되는 교회였다. 항상 교회 문이 열려있어 누구나 들어가 기도할 수도 있는 곳이다. 사람들 마음이 어수선할 때 찾아가 기도하는 안식처다. 마음이 편치 않을 때 나만의 괴로움을 떨쳐 버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이집트 교회 친구 동생 저녁 식사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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