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마당] 텃밭
시
이 저녁 엄마가 더 그리워져
고향 생각에 뜰 앞에 나섰는데
오늘도 잘 살았다고 손짓하는 담장
아래 꽃들
엄마가 좋아했고 내가 좋아했지
채송화 봉선화 국화…
담장 넝쿨이 근사했던 흙담 높이
해 질 녘 반짝이던 똘망똘망 땡감들
뒤뜰을 지키던 싸리나무
상추 고추가 정답게 자라고
작은 나를 내려다보던 참죽나무
봄이면 새순들 밥상의 귀한 손님이
되어 주었지
보랏빛 싱그러운 포도 넝쿨까지
먹거리 풍성했던 내 어릴 때 살던 집
새로운 옛이야기 만들고 싶어
나도 텃밭 있는 집을 사서
화초 가득 심고 과일나무도
심어야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오손도손
살면서
친구들과 새들 놀러 오면
앞치마 가득 행복을 나눠 줘야겠다.
엄경춘 / 시인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