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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도 더 이상 민주당 텃밭 아니다

뉴욕 퀸즈에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만 이기면 무난하게 당선으로 이어졌던 시대는 지났다.     퀸즈 한인밀집지역의 현역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본선거에서도 모두 당선되기는 했으나, 예전보다 공화당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들며 더 이상 퀸즈를 ‘민주당 텃밭’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워졌다.   먼저 플러싱·베이사이드 등 한인밀집지역을 포함하는 뉴욕 연방하원 6선거구의 현역 그레이스 멩 의원은 60.3%(11만1592표) 득표하며 38.1% 득표한 공화당의 토마스 즈미치 후보(7만566표)를 누르고 승리했다.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22.2%포인트인데, 2022년 본선거 당시 득표율 차이인 약 27%포인트보다 낮아진 수치다.     더글라스턴·리틀넥·화이트스톤·칼리지포인트 등 지역을 포함하는 뉴욕주상원 11선거구에서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자리를 지켜온 현역 토비 앤 스타비스키(민주 )의원이 54% 득표하며 공화당 후보인 이야틴 추 후보(46%)를 다소 근소한 차이인 8%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는 2022년 선거 당시 득표율 차이인 14%포인트보다 낮아진 수치다.     이번 당선으로 7선에 성공한 뉴욕주하원 40선거구의 현역 론 김(민주) 의원은 55%를 득표하며 공화당의 필립 왕 후보(45%)와 10%포인트 차로 겨우 자리를 지켜냈다. 앞서 2022년 본선거에서도 론 김 의원은 공화당 후보와 500표도 안 되는 표 차이를 보이며 아슬아슬하게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클랜드가든·프레시메도·베이사이드 등 지역을 포함하는 뉴욕주하원 25선거구에서 7선에 성공한 민주당의 닐리 로직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한인 후보인 케네스 백 후보와 6%포인트 차이로 겨우 자리를 지켰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퀸즈 유권자들이 과거에 비해 공화당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뉴욕시립대(CUNY)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는 뉴욕시 유권자들로부터 2020년 대선 당시보다 약 10만 표 더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인밀집지역인 퀸즈에서는 지난 대선 때보다 트럼프에 투표한 비율이 약 11% 늘었으며, ▶맨해튼 5% ▶스태튼아일랜드 8% ▶브루클린 6% ▶브롱스에서는 11% 증가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hye@koreadailyny.com민주당 퀸즈 민주당 텃밭 민주당 예비선거 퀸즈 한인밀집지역

2024-11-07

[이 아침에] 그래도 너희 아버지는

아침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낮에는 등살이 뜨거운 햇살, 참 좋다. 텃밭에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부추를 심어 놓고 매일 그곳으로 향한다. 오늘도 층층이 올려놓은 돌에 걸터앉아 마른 잎들을 다듬으며 부추 한 줌을 딴다.     텃밭에 나와 고개를 돌려보면 여기저기 할 일이 산더미다. 가족들은 몸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잔소리가 심하다. 사실 텃밭을 가꾸다 보면 허리도 무릎도 아프지만, 그 순간에는 잡생각이 나지 않고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정원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가끔은 텃밭 일 중간에 그리움의 고운 구름에 올라타 멍해지기도 한다.     ‘아버지 날’이 다가온다. 새삼 아버지가 그리운 시기다. 어릴 적 나는 부잡스러운 오빠와 동생 때문에 잘못도 없는데 함께 무릎을 꿇고 반성하는 벌을 받곤 했다.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말했으면 그런 억울함은 없었을 터인데, 나름 의리를 지킨다고 그러질 못했다. 어머니는 큰오빠와 작은 오빠 머리에는 늘 혹이 있었다며 아버지 흉을 보시곤 했다. 아버지는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중학교 때 사 주신 영어 사전을 아직 보관하고 있다. 마치 아버지의 유품 같아서다. 사전의 옆면에는 ‘제일 건강, 제이 계속 노력’이라는 아버지 멋진 글씨가 있다. 나는 잔병치레는 하지 않았지만 몸은 약했기 때문이다.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며 아버지가 가꾸던 친정집 꿈을 꾸곤 했다. 아버지가 나를 위해 그네를, 오빠와 동생을 위해 철봉 만들어 준 작은 마당이 그리웠다. 분홍 찔레꽃으로 덥힌 판자 울타리에는 아버지가 분필로 쓴 시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꽃을 꺾지 말고 쳐다보자.’   나도 아버지처럼 우리 뜰에서 그렇게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아버지는 너무 강직한 성격 탓에 어머니와 자식들은 고생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런 아버지의 정신적 유산이 오히려 자랑스럽다. 어버지는 올바르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했고, 채소를 가꾸고 꽃나무를 심으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아버지 기일이 되면 촛불을 켜며 행복한 회고를 하셨다.     ‘불(부처) 효자’라는 영화를 만든 마가 스님의 아버지는 오랜 외도 끝에 늘그막에 본처에게 돌아왔다고 한다. 본처는 그런 그를 용서하며 자녀들이게 “그래도 너희 아버지는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들 같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모든 아버지께 축복을 보낸다. 최미자 / 수필가이 아침에 아버지 아버지 기일 너희 아버지 사실 텃밭

2024-06-02

[행복한 가드닝] 도시에 들인 자연

몇 년 전 속초에 강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집에서 멀지 않지만 환경은 사뭇 다르다. 설악산 IC에서 오가는 차량으로 4차선 도로가 온종일 소음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작은 강의실을 짓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자작나무와 측백나무로 건물을 감쌌다. 안쪽으로 몇 평 안되는 정원도 만들었다.   지난해 봄, 양양 오일장에 갔다가 예쁜 흰닭 백봉오골계에 꽂혀서 병아리를 샀다. 남편이 나흘 고생해 닭집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닭들은 잘 살아줬다. 그러다 수탉도 없는데 암탉이 달걀을 끌어안고 밥도 안 먹고 시위를 해서 유정란을 사서 넣어줬다. 그런데 어머나 세상에! 보름 후 새끼 다섯 마리가 부화했고, 거기에 수탉이 생겨 다시 두 마리가 늘어 지금은 아홉 마리다. 암탉이 낳은 달걀로 아침을 대신할 때가 많다. 거창하게 ‘팜 투 테이블’ 아니냐고 외치며!   요즘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기만 했던 도시가 각성 중이다. 런던의 가장 번화한 곳, 피커딜리 서커스에 자리 잡은 포트넘 앤 메이슨 백화점은 옥상에서 벌을 키운다. 꿀이 생산되면 백화점에서 판매도 한다. 뉴욕에서는 1990년대 ‘옥상 텃밭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맨해튼의 수천여 식당에서 소비하는 채소를 인근에서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 텃밭에 들어선 옥상 식당은 늘 줄을 선다. 건물 대형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이용해 창문에 화분을 걸어 채소를 재배하는 ‘윈도 파밍’도 유행이다. 게다가 이제는 벌레를 쫓는 것이 아니라, 도시로 돌아오라고 집터를 마련해주고, 작은 동물이 쉬어갈 수 있는 쉼터도 만든다.   나는 도시를 탈출했지만 모두가 이럴일도 아니다. 도시에 자연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을 열어주면 된다. 그 틈으로 멀어진 자연이 성큼 돌아와 준다. 창가의 작은 화분으로도 그 시작은 충분하다. 오경아 / 정원디자이너행복한 가드닝 도시 자연 요즘 자연 옥상 텃밭 옥상 식당

2023-09-05

"공원서 텃밭 가꾸세요" 귀넷, 35달러에 1년 임대

가드닝을 좋아하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귀넷 주민은 카운티 전역의 공원에서 개인 텃밭을 임대해 가꿀 수 있다.     귀넷 카운티는 커뮤니티의 건강 증진과 환경 교육 개선 등을 위해 '리브 헬시 귀넷(Live Healthy Gwinnett)'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귀넷 공원과 제휴하여 데큘라, 로렌스빌, 스넬빌, 슈가힐, 릴번, 스와니, 로건빌, 노크로스, 그레이슨에 있는 공원에 개인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임대하는 텃밭은 4'x8' 크기로, 1년 주기로 임대를 연장할 수 있다. 한 텃밭 당 임대료는 1년에 35달러이며, 추가 텃밭을 임대하고 싶은 경우에는 신청서를 내고 허락을 받으면 된다.   리브 헬시 귀넷 프로그램 산하 '하베스트 귀넷(Harvest Gwinnett)' 팀은 체험식 환경 교육을 통해 주민들이 신선한 농작물을 직접 심어보고 키워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번 개인 텃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하베스트 측은 1월 동안 무료 가드닝 교육을 제공하기도 했다.   개인 텃밭에 허용되는 비료, 살충제 등의 종류는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개인 텃밭이 있는 공원으로는 스와니에 피치트리릿지 공원, 데큘라 공원 등 10곳이다.     한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가드닝 혹은 텃밭 가꾸기는 육체 및 정신적 스트레스 레벨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웹사이트 및 신청서=bit.ly/3wB11Eo 문의=HarvestGwinnett@GwinnettCounty.com 윤지아 기자공원 텃밭 텃밭 프로그램 추가 텃밭 텃밭 가꾸기

2023-01-27

"민주당 텃밭에서 '공화당 배지' 단 죄"

    8일 열린 펜실베이니아 32지구 주하원의원 선거.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이 곳 선거의 당선자는 이미 한달 전에 사망한 현역의원 토니 델루카였다. 현재의 미국 선거판은 이렇게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적만 달고 나오면 죽은 사람도 당선 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현실이 되는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장 선거. 인구 2만4,500명의 작은 도시에서 당적도 걸지 않는 '비당파 선거'로 진행된 이 선거에 도전했던 한인 이상현 후보는 단지 공화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석패했다. 다년간의 연방의회, 연방공무원 경력 등으로 증명되는 자질은 아무런 상관 없었다. 이 후보를 꺾은 상대후보 캐서린 리드는 아이들을 둔 평범한 주부로 정치나 공직의 아무런 경력도 없었으나 단지 '민주당적'이라는 무기 하나로 118표차 승리를 일궜다.     8일 저녁 페어팩스 시티 A 레스토랑. 페어팩스 시장 및 시의원 선거에 나섰던 공화당 소속 출마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지지자들과 함께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상현 후보가 118표 차로 석패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다. 모인 이들은 비통해했고, 비열하리만큼 네거티브적이었고, 당파적이었던 상대 측의 선거운동을 성토했다. "기존의 정치에 신물을 느껴서 출마한다며 '신선함'을 앞세웠던 상대후보가 가장 큰 네거티브 선거의 주인공이었다니"라는 통탄이 흘렀다.         실제로 캐서린 리드 후보는 초반부터 이념공세로 몰아가면서 페어팩스 시장 선거는 당파적인 선거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 소속인 리드 후보는 이상현 후보가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해 민주당 텃밭이라는 잇점을 한껏 이용했다. 심지어 리드 후보는 이상현 후보가 별다른 이념적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극우주의자라고 매도했다. 리드 후보는 공립학교 트랜스젠더 화장실 사용 문제와 낙태 이슈 등을 제기하며 이상현 후보에게 입장을 물어보라고 압박했다.   이상현 후보는 이러한 이슈 공격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구입가능한 주택 정책과 비즈니스 진흥책, 공립학교 발전 대안, 소수계 포용 정책 등을 홍보하며 비당파적 캠페인의 정석을 따랐으나 결국 당파적 공격을 넘어서지 못했다.   리드 후보는 보수적인 글렌 영킨 주지사가 이상현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바바라 콤스탁 전 연방하원의원이 정치자금을 기부한 점을 꼬집었다.하지만 리드 후보가 엘린 필러-콘 전 버지니아 하원의장이 주도하는 정치행동위원회로부터 2500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관계자들이나 언론인들 역시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티 시장선거에서 한인 이상현 후보가 석패한 가장 큰 이유는 상대 후보가 지나치게 당파적인 캠페인을 전개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이상현 후보는 민주당과 무소속 시의원, 공화당 소속 전 시장 등의 지지를 얻는 등, 전형적인 비당파 선거 후보였으나, 상대후보가 북버지니아가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이용해 선거기간 내내 이념색채가 강한 주장을 내놓으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런 이상현 후보의 북버지니아에서의 정치적 미래는 '공화당 뱃지'를 벗어 던져야만 보장받을 수 있을까? 그의 장래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민주당 공화당 민주당 텃밭 상대후보 캐서린 이상현 후보

2022-11-11

[이 아침에] 물뿌리개

비가 오지 않는다. 강과 댐이 메말라 있고 흙이 갈라져 거북이 등을 연상케 한다. 로스앤젤레스는 사막기후로 겨울철이 우기가 되어 강수량을 채워 주었다. 지난 겨울엔 비 온 날이 몇 손가락이나 꼽혔을까?    넓은 뜰 덕분에서 코로나19팬데믹 상황이었지만 남편 은퇴 행사와 내 출판기념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신선한 바람 속에서 여유를 만들어 주는 뜰을 좋아했던 마음이 근심으로 바뀌었다. 누렇게 변한 잔디를 바라보니 마음마저 황량해진다.      봄철이면 텃밭에 갖가지 야채를 심는다. 손주를 돌보듯이 그들을 키우는 보람이 날 젊게 했다. 초록 고개를 들고 넝쿨을 뻗어가던 수박, 호박, 오이 이파리가 시들시들 기운을 잃는다. 가지, 토마토, 고추도 예전처럼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다. 뜰에서 화사하게 웃어주던 꽃잎도 고개를 숙여 쉬 떨어지고 만다. 다알리아꽃이 봉오리를 활짝 열지 못하고 뾰로통하게 오므린 입술 모양을 하고 있다. 이를 어쩌나! 정성 들여 키운 초록 가족을 방치할 수 없다.      남편이 수동 호스를 끌어와 키 작은 묘목에 물을 준다. 절수의 방법으로 고심 끝에 선택한 방법이다. 나는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꽃의 뿌리 부분에만 물을 부어준다. 마른 입술에 물을 축이듯이. 몸에 기별이나 가려는 지 모르겠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부지런히 물을 준다. 입 벌린 손주에게 수유한다고 생각하니 힘든지 모른다.      암스트롱 화원에서 볼록한 배에 목선이 미끈하게 빠진 앙증맞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얼른 그의 손잡이를 잡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초록색 물뿌리개다. ‘Watering Can’으로 포르투갈의 분출이라는 어원에서 온 일본어 ‘조로, 조루’가 합치고 변형되어 ‘물조리개’가 되었단다. 나는 그를 ‘물뿌리개’로 부르기로 했다.    손잡이를 기울이면 기다란 목을 타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분사기 역할을 하는 휴대용 용기이므로 손으로 식물에 물을 주는 데 편리하다. 필요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물을 주니 낭비를 막는다.      화씨 9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에 텃밭 가족이 걱정되어 눈을 뜨자마자 정원으로 향했다. 여린 채소는 어린아이와 같아서 자주 먹어야 하는데 어제도 물을 주지 못했다. 죽은 듯 숨죽인 모습을 예상하며 가까이 다가섰는데 웬걸! 다행이다. 흙이 촉촉했다. 하루의 기온 차이가 큰 탓에 새벽에 이슬이 내렸나 보다.      물뿌리개는 메마른 마음을 소리 없이 적셔주는 이슬비와 같다고 할까. 이슬비는 담담하고 유연한 자태로 어려움을 건너며 다가온다. 흙과 같은 내 안 깊숙이 찾아와 마음을 다독인다. 물뿌리개의 줄기가 채소와 꽃잎을 부드럽게 두드린다. 가뭄의 아픔을 만져주며 성장토록 한다.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돕는 자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물뿌리개 꽃잎도 고개 텃밭 가족 초록 고개

2022-07-0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부자지만 가난했다

공들인 만큼 소출이 생긴다. 세상에 헛수고는 없다. 몇 알의 씨앗이 이토록 많은 수확의 기쁨을 주다니. 이른 아침 송송 돋아난 새파란 잎사귀들을 자식 얼굴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초여름 폭염에 어깨가 축 쳐진 채소들에 물을 준다. 생명은 모질고 아름답다. 금새 파릇파릇 살아난다.   새집 지어 이사오며 텃밭을 일구려고 단단히 맘 먹었다. 30년을 넘게 산 옛집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하늘을 가린 탓에 채소가 잘 자라지 못했다. 봄이면 땅을 갈아 업고 말똥 섞어 땅을 부드럽고 비옥하게 다듬어도 소득이 없었다. 농사는 좋은 땅과 찬란한 햇볕, 무시로 쏟아지는 비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동남쪽으로 향하는 곳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었다. 멀리 병정처럼 둘러선 나무 숲과 연못 외에는 하늘을 가릴 나무가 없어 좋았다.   사람이건 풀잎이던 햇볕을 받아야 생명을 키운다. 막힌 데 없이 넓고 황량하게 빈 뒷마당을 무심히 바라본다.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꽉 채우며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뜰이건 마음이건 비어있으면 바람도 지나가고 흐느끼는 잎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휘둘리며 모방하고 훙내 내며 살지 않아도 된다. 유배지에서 귀양살이 하듯 단조롭게 살면 세상 모든 근심 내려놓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머리 꼿꼿이 쳐들고 잘난 척 깃발 휘날릴 일 없고 무릎 꿇고 사죄할 후회도 없을 것이다. 살면 살아지는 피곤한 반복이 아니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꿈 꿀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부자지만 가난했다. 현대미술화랑을 운영하며 대작을 팔면 오늘은 부자였는데 내일은 그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가난한 사람은 20불이 부족하지만 부자는 수만불이 필요하다. 사업하다 문 닫으면 외상하고 재고만 남는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은 외상 거래가 없다. 소매화랑 접고 화랑 딜러로 바꾸면서 화랑 두 곳 재고 정리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 ‘적게 가진 자가 부자다.’   우리 화랑 고객은 대체로 부자들이다. 화랑 고객 중 최고인 마담 T는 손꼽히는 재벌이다. 미스 오하이오 출신으로 땅부자인 재벌과 결혼했는데 내가 사는 옆 도시 이름은 남편 이름을 따왔다. 남편과 사별한 후 베르사이유궁처럼 화려한 집 짓고 수십점의 작품을 의뢰했다. 자식 없이 개 두 마리와 사는데 그녀가 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화려한 궁에 갇힌 외로운 노인일 뿐이다. 부엌은 요리한 냄새나 흔적이 없어 뭘 먹고 사는지 걱정이다. 에그롤 갖다 주면 무지 좋아한다.   온라인 도매업은 비대면이라 효율적이다. 고객 시중 들 일 없다. 인터넷과 사진 작업의 발달로 전문 기술과 사업 방식, 창의적인 고객 관리가 성패를 가른다.   뉴욕 사는 고객은 4캐럿의 다이아반지와 내가 추천한 작품 사이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럴 땐 눈물 머금고 “반지를 부인에게 먼저 선물하세요”라고 말한다. 부인 맘을 사는 게 우선이다. 서두르면 잃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나는 다이아몬드와 작별했다. 며느리와 딸에게 분양했다. 이젠 다이아보다는 빛나는 별이 더 아름답고, 진수성찬보다는 텃밭의 푸성귀와 소찬이 맛 난다.   나는 요즘 우산 파는 일과 아이스케끼 장사를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면 트레일 산책을 못 가 비비적거리고 햇볕이 쨍쨍 내리면 텃밭 채소가 목이 탈까 걱정이다. 작은 걱정들에 올망졸망 둘러싸여 가난한 부자로 사는 게 행복이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부자 가난 땅부자인 재벌 화랑 고객 텃밭 채소

2022-06-21

[본선거 D-14] 민주, 플러싱 텃밭 이상기류

민주당 텃밭인 플러싱 20선거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선거구는 대표적인 민주당 아성으로, 예비선거에서 승리가 곧 본선거 승리를 의미할 정도로 민주당세가 강한 선거구다. 그러나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옌 초우 후보가 본선거를 불과 2주일 앞둔 상황에서 자질과 성향을 문제 삼고 나선 당내외 비판세력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화당 피터 구 후보가 반사이득을 취하고 있어 선거판세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옌 초우 후보에게 결정타를 안긴 것은 민주당 성향의 정치단체와 주민기구협의회. 이들 단체들은 초우 후보 대신 피터 구 후보를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선거판에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플러싱 지역의 주민기구협의회 ‘웨스트 플러싱 시빅 어소시에이션’ 리차드 자나치오 회장은 지난 18일 각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본선거에서 구 후보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자신을 ‘37년 골수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초우 후보는 교만한 선거 캠페인과 중국 언론의 과장보도로 무장돼 있다”면서 “초우 후보의 행동은 대만계 그룹만을 위한 후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그의 당선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플러싱 커뮤니티에 큰 재앙”이라고 맹비난했다. 일부 중국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후보자들의 당적보다는 개인의 인물 성향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초우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옌 초우=초우 후보측은 ‘웨스트 시빅 어소시에이션’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며 대응할 필요도 없다는 반응이다. 초우 후보의 캠페인 매니저 마이클 올메다는 “초우 후보는 플러싱 지역 30여개 주민협회와 단체 등으로부터 공식지지를 받았다”면서 “흑인과 히스패닉, 동남아시안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초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메다는 또 “그들이 어떠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하는지 관심도 없으며 초우 후보의 긍정적인 캠페인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구=구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최대한 당적 노출을 삼가하고 있다. 민주당 텃밭에서 당적을 강조하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기 때문이다. 구 후보는 “20선거구에서 공화당이라는 당적은 그저 후보로 나서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이번 선거 전략을 설명했다. 구 후보 선대본부도 인물 중심의 캠페인을 전개중이다. 홍보 포스터에도 공화당이라는 단어를 넣지 않았다. 특히 플러싱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한 경험, 커뮤니티보드 활동 경력 등을 부각시켜 특정 정당 후보가 아닌 지역 주민의 모습으로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안준용·신동찬 기자 jyahn@koreadaily.com

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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