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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11월의 기억

가을 아침입니다
 
새떼들의 아침 여는 이야기가 요란합니다
 
이쪽저쪽 빌딩 꼭대기에 나란히 앉아 주고받다가
 
급기야 하늘을 날며 노래합니다
 
밝고 따뜻한 태양을 사랑하는 날갯짓으로
 
함께 노래를 불러도 될까요
 
 
 
낙엽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서로 다독이다가 떨다가 땅 위를 구르다 조용히 가라앉는 모습
 
길가에 수북이 쌓여 어디론가 가는 꿈을 꾸나 봅니다
 
나무의 고독은 자기 잎새의 춤사위가 없어 생긴 고독입니다
 
태양은 수퍼문 아래서 빨갛고 노란 열매와 사랑에 빠지지만
 
헐벗은 나목을 보는 것은 가슴이 아리다 합니다
 
 
 
온 세상이 11월의 빛으로 가득합니다
 
햇빛의 꿈은 무엇일까요
 
햇빛 마당과 내방의 재삼 지대에 관해 그림자에게 물어보렵니다
 
사무치는 가을 저녁에는 그리운 사람들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꽃 엽서를 기다립니다
 
오래된 일들이 재생되는 봄 저녁
 
모든 생물이 살아나는 척 살아나는  
 
지독한 봄날의 꿈
 
꽝! 하고 몸 도장이라도 찍어놓을까요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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