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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빚 부담에…“인생 중요 결정 영향”

학자금 대출을 받은 적이 있거나, 현재 대출 빚을 갚고 있는 이들 10명 중 7명은 빚 부담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미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이나 차를 사는 결정이나 부모로부터의 독립 시기, 결혼, 자녀계획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17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1만4032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자금 빚이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29%였다. 바꿔 말하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이들 중 71%가 빚 부담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은 중요한 결정을 미룬 적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자금 대출 경험이 있는 이들 중 29%가 집을 사는 데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차를 사는 시점을 미뤘다는 응답자는 28%였다. 대출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을 떠나기 어려워졌다는 이들은 22%였고, 사업시작(20%)·자녀계획(15%)·결혼(13%) 등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뉴욕주립대(SUNY) 경제학과 졸업을 앞둔 한인 킴벌리 유씨는 “다행히 올여름부터 뉴욕시에서 인턴을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빚을 갚으면서 혼자 살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며 “안정적인 벌이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브루클린 벤슨허스트의 부모님 집에 함께 거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 또래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지지하는 강력한 이유가 바로 학자금 대출 탕감정책 때문”이라며 “소송 때문에 대출 탕감에 차질을 빚기는 했지만, 시점만 잘 맞으면 빚을 없앨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에 바이든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졸업해 학자금 대출 부담이 큰 30대 변호사 레이첼 김은 “사회 초년생이 뉴욕 렌트를 부담하며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면 빠듯하다”고 전했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영향을 크게 느낀 비율은 아시안(76%)이 타민족보다 높았다. 히스패닉(72%).흑인(70%)·백인(70%) 등은 학자금 대출로 인해 중요한 결정을 미룬 비율이 아시안보다는 낮았다. 또한 남성(76%)이 여성(64%)보다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대출 규모가 클수록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학자금 대출로 6만 달러 이상을 빌린 사람 10명 중 9명 이상(98%)이 “학자금 대출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미루게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적은 학자금 대출이라도 심적, 물리적 부담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만 달러 미만을 빌린 이들도 63%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학자금 인생 학자금 대출 대출 탕감 대출 규모

2024-04-17

[이 아침에] 21세기 문화의 흐름 속에서

노년에 접어들면서 내 삶은 느리게 가는 수레 위에 실려 가는 느낌의 일상이다. 거의 외출이 없는 생활은 또 다른 영역으로 나를 이끌어 준다. 집안에서 보내는 안일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되는 정보나 명강의, 복음의 말씀들, 남의 인생 사연들을 듣는 시간으로 소외되는 노년의 외로움을 피해간다,   특히 나는 다른 사람들이 경험한 가슴 아픈 인생 사연을 즐겨 듣는다. 심신의 고난과 고통의 암초를 겪어 낸 타인의 인생 사연을 통해서 한 사람의 삶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상사,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과 세상의 어둡고 추악한 뒷면을 자세히 알게 된다.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처럼 연출되고 있음에 견딜 수 없는 혐오감이 든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즐거움이 많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이 사람과 사람 관계가 아닌가 싶다. 이 시대는 속이고 속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온갖 사기꾼들이 활개를 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거짓 즉 가짜를 선동하며 남의 인생을 밟고 풍비박산을 내는 작태는 비애를 느끼게 한다.     일상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대개 인생의 진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지나간다. 누구도 인간 심연의 바닥을 본 사람이 없기에 거짓, 가짜와 참 사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다 우리는 서로가 믿지 못하고 무서워하며 살아야 하는 살벌한 시대에 사는 것이다.   귀 기울이며 듣는 타인의 사연에서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잃은 것과 얻는 것이다. 자신도 빈곤한 처지에서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베풀었던 선행이 훗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축복으로, 즉 대박으로 돌아왔다는 훈훈한 얘기도 있다. 선한 일을 행한 자는 하늘이 돕고 악한 일을 행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합당한 벌을 내린다는 진리를 다시 일깨워주는 얘기다. 사람은 자기 행위의 열매를 먹는 것이다,   21세기의 문화는 속도, 가짜(거짓), 해체다. 지금 우리는 모두 이 문화 속에 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도에 적응하느라 허둥지둥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따라갈 수 있다. 가짜(거짓)얘기 들이 난무하고 그 가짜(거짓)는 진실을 때리고 억누르며 그 가짜의 악을 선으로 둔갑시킨다.   시대는 변하고 인간사회의 고정 관념은 끊임없이 해체되어 새롭게 개조되어가는 21세기 문화의 흐름 속에 우리는 옛것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서로 믿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종족끼리의 거짓(가짜)과 불신으로 마음 아픈 21세기 문화 속에서 우리는 갈대가 아니라 대나무가 되어 인간 본성의 선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잘 견디고 버터내야 하리라 김영중 / 수필가이 아침에 문화 거짓 가짜 인생 사연들 속도 가짜

2024-04-17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인생을 바꾼 음악

“한 편의 비디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비디오를 틀면 불량, 불법 비디오를 퇴치하자는 캠페인과 함께 이 멘트가 나왔다. 그런데 비단 비디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렇게 인생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극적이고 강렬한 영향을 주는 대상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책이나 영화, 음악, 그림일 수도 있다.   여기 음악 한 곡을 듣고 인생이 완전히 바뀐 사람이 있다. 1965년, 당시 23살의 경영학도였던 길버트 카플란은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세상의 소리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장대한 음향이 카네기 홀을 가득 메우는 순간 그는 수만 볼트의 번개가 온몸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음악이 앞으로 평생 자기를 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활’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고 난 후, 카플란은 스스로 이 곡을 지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지휘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1982년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평생의 소원이던 ‘부활’을 지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어쨌든 소원을 풀었으니까. 그런데 그 후 여기저기서 제의가 들어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그 후 ‘부활’만 전문적으로 지휘하는 아마추어 지휘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카플란은 금융전문지의 발행인이자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사업가였다. 아마 별일 없었으면 그는 평생 금융맨으로 세상을 살다 갔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들었던 음악 한 곡으로 완전히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 그 곡이 바로 말러의 ‘부활’이다. 궁금한 사람은 한 번 들어 보시라. 그러면 카플란이 느꼈던 전율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인생 음악 영화 음악 여기 음악 아마추어 지휘자

2024-04-15

법무장관이 전한 한인 학생들을 위한 '인생 조언'

      제이슨 미야레즈 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이 한인 학생들에게 '인생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미야레즈 장관은 2일 저녁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소재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미주한인재단 워싱턴(회장 로사 박) 산하 한인학부모회(회장 소피아 강) 주최 멘토링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쿠바 출신 이민  2세로 현재까지의 '성공담'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 했다.     미야레즈 장관은 "6살 때 엄마를 따라 '시민권 선서식'에 갔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면서 "여러분처럼 부모님들을 따라 미국에 오게 된 이민 2세며, 미국의 교육과 혜택을 통해 주 검찰총장에 당선되는 등의 성공을 일궜다"고 했다. 또한 "나도 교육을 강조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열심히 공부했는데, 여러분들도 현명하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해 좋은 학교에 들어가길 바란다", "소셜미디어, 핸드폰을 끄고 진짜 사람들과 대화하고 사귀어야 한다"는 등 다소 '꼰대'스러운 조언들도 전해 이날 함께 모인 한인 학부모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강연에서 미야레즈 장관은 '부모님 세대의 지혜'를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들보다 먼저 살았던 이들의 지혜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여러분보다 먼저 살아간 사람들, 특히 여러분들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고민했고, 어려움을 극복했던 지혜들을 곱씹고 거울 삼으면, 여러분들의 인생을 위한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날 강연회의 사회를 맡기도 한 이현민(맥클린 고교) 군과 곽예은(센터빌 고교) 양은 미야레즈 장관의 강연을 "뜻깊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곽예은 양은 "법무장관으로 엄숙하고 틀에 박힌 강연을 할 줄 알았는데, 따뜻하고 유머러스 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현민 군은  "영화 '미나리'를 감명깊게 봤는데, 자신은 희생하고 두번째 수확을 풍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뿌리 내리는 '미나리'가 미국에서 일하시며 자식들의 뒷바라지 해 주는 부모님들과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군은 "법무장관님의 강연을 들으며 이 생각을 다시금 곱씹었고, 우리 세대가 이제 성장과 번영,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법무장관 한인 버지니아주 법무장관 산하 한인학부모회 인생 조언

2024-04-12

법무장관이 전한 한인 학생들을 위한 '인생 조언'

      제이슨 미야레즈 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이 한인 학생들에게 '인생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미야레즈 장관은 2일 저녁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소재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미주한인재단 워싱턴(회장 로사 박) 산하 한인학부모회(회장 소피아 강) 주최 멘토링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쿠바 출신 이민  2세로 현재까지의 '성공담'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 했다.     미야레즈 장관은 "6살 때 엄마를 따라 '시민권 선서식'에 갔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면서 "여러분처럼 부모님들을 따라 미국에 오게 된 이민 2세며, 미국의 교육과 혜택을 통해 주 검찰총장에 당선되는 등의 성공을 일궜다"고 했다. 또한 "나도 교육을 강조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열심히 공부했는데, 여러분들도 현명하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해 좋은 학교에 들어가길 바란다", "소셜미디어, 핸드폰을 끄고 진짜 사람들과 대화하고 사귀어야 한다"는 등 다소 '꼰대'스러운 조언들도 전해 이날 함께 모인 한인 학부모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강연에서 미야레즈 장관은 '부모님 세대의 지혜'를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들보다 먼저 살았던 이들의 지혜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여러분보다 먼저 살아간 사람들, 특히 여러분들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고민했고, 어려움을 극복했던 지혜들을 곱씹고 거울 삼으면, 여러분들의 인생을 위한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날 강연회의 사회를 맡기도 한 이현민(맥클린 고교) 군과 곽예은(센터빌 고교) 양은 미야레즈 장관의 강연을 "뜻깊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곽예은 양은 "법무장관으로 엄숙하고 틀에 박힌 강연을 할 줄 알았는데, 따뜻하고 유머러스 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현민 군은  "영화 '미나리'를 감명깊게 봤는데, 자신은 희생하고 두번째 수확을 풍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뿌리 내리는 '미나리'가 미국에서 일하시며 자식들의 뒷바라지 해 주는 부모님들과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군은 "법무장관님의 강연을 들으며 이 생각을 다시금 곱씹었고, 우리 세대가 이제 성장과 번영,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법무장관 한인 버지니아주 법무장관 산하 한인학부모회 인생 조언

2024-04-03

시칠리아 가는 낡은 배…16세 선장의 인생 항해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환상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동반한다. 세네갈 사람들에게 이탈리아는 꿈의 나라다. 그러나 그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할 뿐, 영화의 주인공 세이두처럼 아프리카 사막을 건너고 지중해를 항해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그 꿈이 공포로 뒤바뀌어 지옥을 경험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희망의 부스러기를 주워 담는 이야기다.     2008년 범죄 르포소설을 영화화한 ‘고모라’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마테오가로네의 신작 ‘이오 카피타노’는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수상했고 다가오는 제96회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이탈리아의 출품작으로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16세의 세이두(Seydou Sarr)는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외곽에서 홀어머니, 그리고 여러 명의 여동생들과 함께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세이두와 그의 사촌 무사는 부모 몰래 이탈리아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학교 대신 공사판에 나가 노동을 하며 돈을 모은다. 이탈리아로 가서 돈을 벌어 가족들을 돕겠다는 생각, 그리고 힙합 스타가 되어 백인들로부터 싸인 공세를 받는 꿈을 꾸면서.     세이두의 어머니는 떠나겠다는 아들에게 불호령을 내린다. 그러나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두 소년을 자제시키지 못한다. 세이두와 무사는 마법사의 중보로 조상들의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가짜 여권을 구입하고 픽업트럭의 뒷자리에 올라 아프리카 대륙을 달린다. 수천 마일 죽음의 여정이 시작된다.   말리 군인들에게 린치를 당한 일행은 이제부터 걸어서 사막을 건너야 한다.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다. 리비아에 도착하지만, 무사는 어디론가 끌려가고 세이두는 납치되어 온갖 고문 끝에 벽돌공 노예로 팔린다.     세이두와 무사는 공사판에서 극적으로 재회한다. 심한 외상을 입은 무사를 돌보며 세이두는 이탈리아행 배를 타기 위해 돈을 모은다. 뱃삯을 지불하고 나서야 브로커들은 방향키를 한번도 잡아 본 적이 없는 세이두에게 선장의 책임을 떠맡긴다. 황당해할 틈도 없이 세이두는 수백명의 밀입국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낡은 배를 몰고 시칠리아를 향한 항해에 나선다.     영화는 공포의 현실 세계와 황홀한 영적 세계가 뒤섞여 있는 가운데 죽어가는 생명들 앞에 인간의 마지막 도리를 포기하지 않는 세이두의 영웅적 모습을 그린다.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불허의 반전이 이어진다. 아프리카 사막과 망망대해 지중해에 흩어진 희망의 부스러기들을 붙잡고 배를 몰고 가는 세이두의 외침 “나는 선장이다(Io Capitano)!” 그는 끝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시칠리아 선장 인생 항해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주인공 세이두

2024-02-23

손주에게 남기고 싶은 인생 교훈

시니어 작가인 제이니 이머스(Janie Emaus)가 소개한 '손주에게 남기고 싶은 인생 교훈'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해주는 조언과는 조금 궤를 달리한다.  제이니 이머스의 조언을 참고해서 우리도 손주들을 위한 인생 교훈을 남겨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     ▶꿈을 따르라= 누구도 자신의 길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 손녀는 댄서와 배우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손자는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들에게 내 할머니의 말씀을 반복했다. 누구도 자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네게 말하도록 두지 마라. 춤추고 싶으면 춤춰라.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림을 그려라.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도 한때는  젊었다. 모두 꿈에서 시작했다.     ▶비오는 날을 위해 아껴두라=우산은 비를 맞으며 걸어가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성인이 되서야 알게 된다. 손주들에게 저축과 401(k) 프로그램을 설명해야 한다.     ▶피부를 관리하라=할머니 세대는 비누를 사용하여 피부를 깨끗이 씻었다. 현대는 아름다운 피부와 영원한 젊음을 강조하면서 햇빛을 너무 많이 쬐고 있다. 나이가 들면 회복이 불가능하니 젊어서 피부를 잘 관리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삶이 아무리 잔인해 보일지라도 곧 좋은 일이 나타날 것을 가르쳐라. 모든 일은 어떤 이유 때문에 일어난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항상 명확하지 않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인 일이 발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라=유머 감각을 심어주고 웃게 만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라. 손주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웃음이 집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게 하라.   ▶편리한 도구 상자를 마련하라=손주가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 도구상자를 사주라. 항상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도 간단한 일을 고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라. 자신에게 의지할 수 있으면 삶이 훨씬 쉬워진다.  장병희 기자손주 인생 인생 교훈 할머니 세대 도구 상자

2024-02-11

[신영웅전] 구텐베르크의 인생 유전

1440년대 어느 날 프로이센 마인츠의 한 집에 귀족들이 모여 도박을 하고 있었다. 30대 청년 구텐베르크는 도박판에서 연신 돈을 잃고 있었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지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돈을 잃고 집에 돌아온 그는 돈을 딸 궁리는 하지 않고 도박용 골패(骨牌)에 새겨진 글씨와 그림을 도장처럼 만들면 글씨를 대량으로 박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곧 나무에 알파벳을 새겨 도장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서구 최초로 만든 목판활자다. 그러나 그는 자금이 없었다. 휴머리라는 이웃집 부자 금은 세공업자를 찾아갔다. 이 사람은 사업 두뇌도 비상한 인물이었다. 휴머리는 구텐베르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나무 활자가 마멸되자 그들은 세공 기술을 이용해 구리 활자를 만들어 성경을 찍기 시작했다.   최초로 만든 성경책은 양피지에 36행에서 시작해 42행을 거쳐 46행을 찍은 것인데 이를 마자린 판이라고 부른다. 구텐베르크는 떼돈을 벌었다. 그러다가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휴머리의 배신이었다.   자금주가 배신하자 방법이 없었다. 구텐베르크가 낙심해 있을 무렵 낫소의 주교 아돌프 2세가 마인츠 시장으로 부임해 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구텐베르크를 찾았다. 아돌프 2세가 성서 제작과 판로까지 도와줘 구텐베르크는 영화를 누리며 말년을 보냈다. 그 성경이 지금 미국 의회도서관 복도에 전시돼 있다.   구텐베르크의 일생을 보노라면 한 인간의 성공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먼저이며, 세상살이에 한때 실수를 하더라도 받아줄 곡예사의 보호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독자들은 씁쓸할 것이다. 인류 최고의 문화인 인쇄술이 도박판의 골패에서 연유했다는 사실과 그렇게 되기까지 기만·배신·좌절, 그리고 인정가화(人情佳話)가 두루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년들이여, 낙심할 것 없다. 그대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 테니까.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영웅전 구텐베르크 인생 청년 구텐베르크 인생 유전 나무 활자가

2024-01-07

[문장으로 읽는 책]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장자는 마침내 마음의 지옥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 아내가 죽자 장자는 슬퍼하기는커녕 통을 두드리며 노래한다. 애도는 하지 못할지언정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는 대꾸한다. 사람이 죽으면 태어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법이라고. 태어나기 전이나 죽은 뒤나 모두 삶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태어나기 이전 상태에 대해 슬퍼한 적이 있냐고. 태어나기 이전 상태에 대해 슬퍼한 적이 없는데, 왜 죽었다고 새삼 슬퍼하느냐고.   김영민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다양한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을 ‘허무’란 주제로 묶었다. “영혼이 있는 한 허무는 아무리 씻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이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듯이,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말하자면 허무와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글인데 그림과 문학·고전 속에서 사유의 단서를 찾아낸다. 위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와 같은 장자의 위로에 공감하려면, 인생을 보다 큰 흐름의 일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죽은 뒤의 상태뿐 아니라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까지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글쓰기도 허무와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의 하나다. 작가는 이윤주의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를 인용한다. “엄습하는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쓸 필요가 있다고. 쓰기 시작하면 불안으로 인해 달구어졌던 편도체는 식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고. 쓰는 행위를 위해서 우리는 진정될 수 있다고.”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인생 김영민 서울대 이전 상태 글쓰기도 허무

2023-12-13

[독자마당] 영정사진

어느 날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이 사진은 죽은 후에 사용할 사진이 아닌가 !   그제야 죽음이란 단어가 가슴에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자 나의 앞에 다가올 죽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베드로전서 1: 24)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된다. 이 땅에서 아무리 강한 힘이 있다고 큰소리쳐도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기에 나의 소유물들은 잠깐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학벌이나 지위, 재물 등으로 우쭐댈 것 하나도 없다. 세상 것에 너무 애착하지 말자.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만 있으면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지만 거기엔 생명이 없기에 아무것도 아니다. 참 인생을 성공한 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주님으로  모시는 순간이다.     참 행복은 인생 문제가 해결된 자이다. 인생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자는 행복이 멀리 있는 자이다.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와 주님으로 영접하는 순간 우리의 동결되었던 영이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영 속에 보혜사 성령이 내주하셔서 영원히 떠나지 않으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비스러운 변화이다.  ‘영정사진’ 을 촬영하면서 귀한 진리 속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영순·샌타클라리타독자마당 영정사진 성경 말씀 인생 문제 주의 말씀

2023-12-05

[등불 아래서] 우리의 뒷배, 하나님

세상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실력이다. 돈이나 학벌이나 외모만이 아니다. 감동이 있다면 내 인생 이야기까지도 실력이 되는 시대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것이 실력이다.   그래서인지 살면서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은 서럽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이 속으로 얼마나 한이 되었는지 교회에서도 "하나님이 너의 빽이다. 기죽지 마라"는 말을 꽤 들었다.   실지로 온 우주를 지으신 찐 부자 하나님께서 내 뒷배라는 사실에 힘을 얻기도 했다. 무엇이 걱정인가. 우주 최고의 부자가 내 아버지이신데. 그래서 이 부자 아버지가 인색하게 구시는 날이면 분노했다. 그렇게 세상 돈 다 가지시고, 능력이 무한하신 분이 왜 나한테는 이러시냐고 눈을 치떴다. 그래도 하나님은 무서워서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기는 했지만 말이다.   뒷배란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이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나의 뒤에서 나를 보살펴주는 하나님. 그런데 만일 당신이 이런 뒷배 하나님을 만났다면, 애석하지만 지나치시라. 그는 하나님이 아니다. 당신이 하는 일을 무조건 응원해 주고, 묵묵히 바라봐주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아름다운 뒷배라도 하나님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뒷배 하나님은 실은 이름만 바꾼 당신의 욕심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욕심과 싸우실 터이니 뒷배가 아니시고, 당신이 원하는 것이 진리라면 함께 가실 터이니 뒷배가 아니시다. 하나님은 당신의 조건이 아니다. 하나님이 하나님이신 이유는 우리를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시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의미 있게 만드시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의 시작과 마지막이 되시고, 우리의 인생이 되신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사신다. 그래서 주님이시다.     세상은 하나님을 뒷배로 삼으라고 계속 가스라이팅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없는 것이 실력이다. 돈이 없어서 실력이고 학벌이 없어서 실력이다. 내 인생이 밋밋해서 실력이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하나님을 바라보고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만드는 모든 것이 실력이다.   오해하지 마시기를. 좋은 학교, 소중한 경력,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버는 돈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이 단어들 앞에는 "자랑할"이란 말이 붙는다. 자랑할 돈이 없는 것이 실력이고, 앞세울 학벌이 없는 것이 실력이다. 하나님만이 내 자랑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내 빽이 아니라, 내 전부이시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하나님 부자 하나님 인생 이야기 부자 아버지

2023-12-04

김태형 에모리 명예교수, 마라톤 자서전 출판기념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를 맡은 아마추어 마라토너이자 시인인 에모리의대 명예교수인 김태형(85) 씨가 '마라톤, 은인들, 그리고 나의 천사들' 책을 출판하며 내달 2일 오후 12시둘루스주님의영광교회에서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이 책은 저자인 김 교수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동기, 기억에 남는 마라톤 대회, 마라톤 일지 등 마라톤 인생에 관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 그는 사진을 비롯, 과거에 썼던 시, 수필, 시론 등 다양한 자료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김태형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출판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라며 후배들의 도움으로 모으기 쉽지 않았던 자료를 모아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8년부터 애틀랜타 에모리대 의과대학에서 20여년간 소아 종양 분야 연구와 진료로 명성을 쌓았으며, 1997년에는 서울 아산병원에 초청을 받아 돌아가 8년간 골수이식 전문 뇌센터를 이끈 바 있다.     김 교수는 애틀랜타에 온 후 48세에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은퇴 후에도 마라톤을 계속해 73세에 최고령 선수(조지아 참가자 355명 중)로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했다. 그는 총 3번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 마라톤 풀코스는 총 36번 완주했다. 그는 3년 전 폐암 수술 이후 뛰지 않고 걷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체력 부족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에모리대 재직 중 바빠서 운동하지 못했는데, 아들과 스톤마운틴에 올랐다가 천둥번개를 피해 뛰어 내려가게 된다. 이때 숨이 차고 기절까지 한 경험으로 심각성을 느끼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뛰다 보니 다른 사람보다 빠르더라"라고 언급하며 이후 마라톤 모금 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아산병원에 몸담고 있을 때는 춘천마라톤에 7번 참가하며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마라톤을 통해 모금 운동을 진행했다. 춘천마라톤을 뛸 때는 한 번에 1000만원씩 걷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책에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김태형 교수가 한국 선수들을 안내했던 이야기, 1950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함기용 선수의 잃어버린 금메달을 찾아준 이야기 등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한국 온라인 서점 등에서 구매하거나 12월 2일 출판기념회에서 살 수 있다.     출판기념회 주소=3480 Summit Ridge Pkwy 윤지아 기자출판기념회 명예교수 보스턴 마라톤 출전 마라톤 마라톤 인생

2023-11-16

[등불 아래서] 먼지 한 톨도 무겁지만

예전에 아침 등굣길은 버스에 올라타려고 뛰어가는 순간부터 숨 막히는 전쟁이었다. 더는 도저히 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들은 버스 안으로 빨려 올라가고 문을 닫지도 못한 안내양들은 마지막 잎새처럼 난간에 매달려 숨 고르기를 했다. 운전기사의 전설적인 S자 운전을 기다리는 것이다.   한쪽으로 사람들을 기막히게 몰아버리는 순간,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모두를 밀어 넣으며 문을 닫는 기술은 아침부터 비명과 함께 경탄을 자아냈다. 흰 장갑을 끼고 숨을 몰아쉬던 누이들은 지금 생각해 보니 겨우 서너 살 더 많았던 정말 삶을 치열하게 살던 전사들이었다.   피곤함에 지쳐 한 정거장에서 쪽잠을 청하다가, 조금 늦게 문을 열었다고 막무가내 승객이 퍼붓던 한 사발 욕을 다 먹기도 했다. 그렇게 꿋꿋해 보이던 그녀는 한 승객이 "그러니 왜 잠을 자. 서울까지 뭣 하러 와서는"이라는 말에 돌아보지도 못하고 조용히 서럽게 울었다.     설상가상. 눈 위에 서리가 내린다는 이 말은 원래 더해 봤자 표도 안 나는 잔소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이 가벼운 서리가 무거워졌다. 엎친 데 덮친다는 뜻이 되었으니 말이다. 정말 힘들 때는 먼지 한 톨도 무거운 법이다.   우리도 모두 인생의 무게를 지고 걷는다. 한마디 말이 먼지 같지만, 그 먼지로 무너지기도 한다. 그 말이 연자 맷돌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문가에 서서 서럽게 울던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금세 눈을 훔치고는 '오라이'하며 씩씩하게 버스 옆구리를 치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얼굴을 고치려고 꺼냈던 조그만 손거울. 그리고 그 뒤에 붙어있던 가족사진.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작은 손거울 뒤에 붙은 가족사진이 힘차게 '오라이'를 외치게 했다면, 우리 인생을 홀로 두지 않고 그 어깨에 우리를 짊어지는 분이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외칠 수 있을까? 내 인생을 짊어진 그 분이 눈 위에 다시 내린 서리를 어찌 짊어지지 못하겠는가? 나의 상처를 자기 심장에 새긴 분이 어찌 먼지 한 톨을 함께 새기지 못하겠는가.   내 인생의 거울. 그 거울 속에는 내 얼굴만 있지 않다. 예수님의 얼굴이 있다. 먼지 한 톨도 무겁고, 상처 하나도 아프지만 주님은 넉넉하게 우리 인생을 모두 짊어지신다. 주님이 나의 발자국이 되어 주시는 인생이라면 우리도 힘차게 '오라이(all right)'라고 외치자. "주님, 모두 괜찮고 모두 좋습니다. 앞으로 가세요. 함께 가겠습니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먼지 우리 인생 모두 인생 버스 옆구리

2023-11-06

"내 인생 돌려줘" 징역 28년만에 무죄 석방

      강도, 납치, 성폭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28년을 감옥에서 지낸 남성이 무죄로 석방되는 일이 발생했다.   LA 카운티 검찰은 지난주 게라르도 카바니야스 기소와 관련해 증거물 등을 재검사한 결과 그에 대한 기소를 무효화했다. 26일 공개된 보도자료에서 조지 개스콘 LA 카운티 검사장은 카바니야스의 징역형은 "심각한 불의"라고 표현했다.   개스콘 검사장은 "증거물에 대한 재검과 해당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과정을 통해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었다"면서 "카바니야스씨에게 우리 형사 사법 시스템이 무너진 것과 정의가 왜곡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의를 표하는 바"이라고 말했다.   카바니야스는 1996년 4월, 당시 18세의 나이에 모두 14개 중범죄 혐의로 기소돼 최소 15년형에서 최고 종신형에 더해 72년 연속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     개스콘 검사장에 따르면 카바니야스는 위증을 통해 기소가 확정됐다. 당시 물적 증거는 하나도 없었고 지문조차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것들과 일치하지 않았다. 만약 최근에 결과가 나온 DNA 증거조차 채택되지 않았다면 카바니야스는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   카바니야스는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병일 기자인생 징역 무죄 석방 카바니야스 기소 연속 징역형

2023-09-27

[중앙칼럼] ‘마음 표현’이 중요한 이유

‘극단적 선택’, 천부인권을 쥐고 태어났다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독한 결단’을 실행하기도 한다. 동물 가운데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집단자살 현상이 목격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의지 발현에 따른 사회적 자살은 인간이 유일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 자유의지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찬사 이면에는 독사과를 품은 사유라는 존재가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르네 데카르트의 말은 인간의 이중성도 보여준다. 성찰은 우리네 인생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지혜의 힘을 주지만, 동시에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져 무의미라는 자각에 허우적거리게 하기도 한다.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져본 이는 알겠지만,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인간은 의미를 찾기 위해 사는 존재라는 말로 삶의 연속을 긍정할까.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질문을 파고들수록 인식의 확장이란 지적 희열을 주지만, 수틀리면 냉소와 허무 앞에 무릎 꿇게 만든다.   극단적 선택은 자유의지가 품은 독사과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인간에게 발현하는 생각하는 힘의 무서움이다. 내가 듣고 보고 느끼는 현실을 스스로 중단하는 행위, 삶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냉혹한 판단이자 실행력이다. 자살을 함부로 재단하기엔 한 존재의 사유와 고통이 너무 깊다. 삶의 힘겨움을 아는 시기가 되면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연민과 공감마저 든다. 내 삶이 소중한 만큼 남의 삶도 소중하다는 간단한 세상 이치를 알아서일까. 어느 순간 자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자살하면 왜 안 되는가’라는 질문도 있다. 이런 되물음은 충동적 호소일수도, 우문현답일 수도 있다. 당장 삶의 희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흔한 객관식 답변이 호소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정신건강 전문가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각’에 잠식당해서라고 한다.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지면 자살이라는 선택지만 보인다고 한다. 지금까지 버틴 삶의 노력, 삶의 이야기 속에 꿈꾸던 미래,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 한 관계 등이 한순간 붕괴하면 극심한 고독과 고통을 반복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이란 선택지만 몰두하다 후자에 관심을 두게 된다.   다만 극심한 고독의 상황에서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 표현’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 지인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솔직함을 주저할 필요도 없다.  공허의 소용돌이 속에 꼭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죽음은 두려움의 영역이다. 그 두려움 만큼 ‘삶에 대한 미련’도 강렬하다. 전문가는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질 때 타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라고 당부한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다른 선택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자각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주변인은 자세다. 고민을 털어놓은 당사자에게 ‘그런 생각 말아라. 다들 힘들어도 산다’는 단편적 반응은 당사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살고 싶다’는 외침을 외면하지 말자.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공감은 삶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은 때론 충동적일 수 있다. 평소 본인의 심리상태와 정신건강을 돌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의학적 기준에서의 우울증 항목은 ▶슬프고 울고 싶은 감정 ▶평소 흥미를 느꼈던 활동에 대한 관심 저하 ▶체중 및 식욕 변화 ▶과한 수면 또는 불면증 ▶무기력증 ▶자존감 저하 및 잦은 죄책감 ▶사고력 및 집중력 감퇴 ▶자살 등 죽음에 대한 관심  ▶삶의 의욕 상실 등이다. 위 항목 중 5가지 이상 해당하고,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난다면 당장 주변에 속마음을 표현해보자.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마음 표현 마음 표현 선택지 인생 극단적 선택

2023-09-25

[마음 읽기] 고갱의 그림 ‘우리는 누구인가’

태풍이 가고 습습한 법당에 향과 초를 켜놓고 고요히 앉아본다. 거센 비바람에 온몸을 흔들던 처마 끝 풍경처럼 어수선했던 마음을 따라가니, 거기 의문 하나가 남는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라는.   그러다 문득 그림 한 점이 떠올랐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고갱의 작품이다. 오래전, 인생을 논하며 한 스님이 내게 이 그림을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 기억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인생의 흐름을 묻게 하는 명작이다. 나처럼 그림에 문외한이어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도록, 친절하게 작품 제목을 왼쪽 맨 위에 적어 놓았다. 나이 불문하고 모두가 느낄 만한 인생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그림에 깔려 있는 듯 보인다. 그림을 찾아보며 다시 또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 서 있을까?   어릴 땐 하루가 왜 그렇게 길던지 시간이 안 가서 강가의 해지는 노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있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덧 인생이 짧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변한 건 젊어서는 남이 내게 준 상처를 곱씹으며 살았다면, 지금은 내가 남에게 준 상처에 대해 생각하고 후회한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의 원인은 나의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음을. 그러니 좀 더 지혜롭게 살고 싶다.   출가자든 아니든 방향만 다를 뿐, 인간의 욕망에는 쉼이 없다. 가끔 자신은 욕심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세속적 잣대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진실이 아닐 공산이 크다. 초월한 듯 살아도 결국 그 이면에는 명예를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에서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살펴보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얼마나 휘둘리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하고 불온한 감정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돌아보면 그런 어리석은 마음작용이 인생을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만 밀어냈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게 하고, 외면하고 회피하도록 말이다.   중국 당나라 때, 배휴(裵休)라는 불심 깊고 학식도 뛰어난 관리가 있었다. 그가 하루는 절에 찾아왔다. 마침 그 절에는 돌아가신 옛 고승들의 초상화를 모신 작은 법당이 있었다. 배휴는 법당을 안내하는 주지 스님에게 “영정은 여기 있는데, 고승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당황한 주지 스님은 뒷방에서 참선하는 스님을 불러와 배휴를 응대하게 했다. 그때 등장한 뒷방 스님이 바로 황벽 선사다.   선사가 오자 배휴가 다시 물었다. “스님, 영정은 여기 있는데, 이 고승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그러자 황벽 선사가 호령하듯 말했다. “배휴여! 그러는 당신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이에 배휴는 대답하지 못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의 힘은 결국 근원적인 질문을 할 줄 아는 힘이며, 근원적인 것을 꿰뚫어 핵심을 파악하는 안목이다. 배휴가 자기 깐에는 근원적인 질문을 한다고 했으나, 황벽 선사는 배휴가 서 있는 자리를 외려 꿰뚫어 되물었다. 그렇게 묻는 당신은 지금 어디 머물러 있느냐고.   사람들은 삶의 문제를 객관화하여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서 자기 자신은 쏙 빠져버리고 객관적인 척 남 이야기만 한다.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당연히 사람은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장년이 되면 주위의 친지들이 죽는 것을 보며, 부모도 친구도 이런저런 사유로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점차 자기의 죽음에 대해 인식하면서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자기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한다.   그건 그렇고, 요즘엔 인공지능 얘기가 부쩍 많이 들린다. 뭣 모르는 내게는 AI가 주는 편리함보다 미래에 대한 공포감이 더 크다. 왠지 보이지 않은 거대한 시스템, 그 힘에 의해 나도 모르게 피동적으로 주어진 삶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주는 공포감이다. 무력감과 소외감마저 느끼며 나는 생각한다. 나를 추동하는 힘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나 자신인가? 아니면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인가? 나는 주체적인 삶을 살 것인가? 노예처럼 살아갈 것인가?   이제 우리 다시 한번 차분히 살펴보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나의 행동양식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선 자리를 명확하게 인식하면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일이다. “일 년 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은 단 이틀뿐이다. 하루는 ‘어제’이고 또 다른 하루는 ‘내일’이다. ‘오늘’이야말로 사랑하고 믿고 행동하고 살아가기에 최적의 날이다.” 달라이라마 존자의 말씀처럼,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고갱 그림 스님 영정 뒷방 스님 오래전 인생

2023-08-18

[삶과 믿음] 의문의 주요성

신앙 수행에 있어서나 어떤 세상에서인생 목적을 향해서 나갈 때 큰 믿음을 가지고 열정으로서 전진해 가는 것이 주요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주요한 것은 머리를 잘 사용해 지혜롭게 문제 해결을 하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려고 가는데 현관문이 잠겨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문을 망치로 용감히 부수고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우선 화분 밑 등 주변에 혹시 열쇠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연구를 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좌선할 때 망념이 너무 많고 잠이 너무 많이 오는 경우 그냥 열심히 지속해서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때론 멈추어서 “내가 왜 이렇게 좌선 때 잠이 오지 혹은 왜 망념이 많지?” 하며 자기 생활을 한번 반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좌선 전에 과식한다거나 정신적, 육신적으로 너무 피로하다거나, 생활에서 마음을 흩트리는 습관이 지속한다거나 (예를 들어 SNS에 시간을 많이 소모하거나, 평상시에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등) 등 돌아보아 내가 망념과 졸음을 제공하는 환경을 많이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자기 체질과 근기를 잘 살펴보아 좌선이 잘 안 되면 행선, 독경, 기도, 절 수행 등 여러 가지 다른 수행으로 대처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사업을 하거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힘들 일이 생길 때 기도 등을 하는 것도 주요하지만, 멈추어 서서 그 해결책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신앙 수행에 있어서나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일을 이루려고 할 때 우리 수행과 인생을 돕는 아군을 신(信), 분(忿), 의(疑), 성(誠)이라고 하시며,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를 ‘진행사조(進行四條)’라 말씀하셨습니다. 즉 믿음, 분발, 의심, 정성이 우리 수행과 인생길을 진행, 진척시켜 주는 아군입니다.     또한 수행과 인생 성공을 방해하는 적군을 ‘사연사조(捨捐四條)’라고 하시고, 이는 불신(不信), 탐욕(貪慾), 나(懶), 우(愚)라 말씀하셨습니다. 즉 믿음이 약하거나 없는 것, 헛된 욕심, 나태심, 어리석음이 바로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서 사연(捨捐), 즉 버려야 하는 네 가지 적들이라는 것입니다.   “의(疑)란 일과 이치에 모르는 것을 발견하여 알고자 함” 이라고 하셨습니다. 인간관계의 해결에 있어서, 사업 혹은 마음공부의 성공에 있어서 잘 안되면 안되는 이유 즉 ‘모르는 것을 발견하여 아는 것’이 바로 ‘의(疑)’입니다.   뉴턴은 만유인력이라는 개념으로 왜 밀물과 썰물이 생기며, 왜 달이 지구를 돌며, 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가 등 수많은 자연 현상을 중력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완벽히 설명했습니다. 어느 날 한 지인이 어떻게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었냐고 뉴턴에게 물었습니다. 뉴턴이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전 수년 동안 그것만을 항상 생각, 연구해 왔습니다.” 연마하고 궁구하지 않고 ‘일과 이치에 모르는 것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부처라는 말은 산스크리트로 ‘깨달은 자’라는 뜻입니다. 무엇을 깨달았다는 말인가요? 우주와 인생의 비밀, 즉 진리를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 자연 현상에 대한 많은 의문이 걸려서 이를 해결하고자 산신에게 물어보기 위해 수년간 어린 시절 산에서 기도도 했고, 도사를 찾기도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 고에 대해 고민을 했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생로병사의 근원적 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체험하고 어떻게 해야 생로병사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서 구도를 시작하셨습니다. 대종사이건 부처님이건 우주와 인생의 의문으로 구도를 시작한 것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주요성 의문 대종사이건 부처님이건 신앙 수행 인생 성공

2023-08-17

[삶의 뜨락에서] 하나 그리고 둘 (A One And A Two)

창문을 열어놓고 호박 잎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고, 여우비 같이 지나가는 소나기를 바라본다. 계절이 간다. 무심토록 빠른 시간, 벌써 7월이 중순으로 접어든다. 멍 때리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친구의 전화 소리에 화들짝 깬다. 벌써 올 한해도 반년이 지났다며 궁시렁거리더니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인데 시간은 날개 돋친 듯 날아가고 어찌하면 인생, 길게 늘려 재미있게 사는 방법 없을까?” 내게 묻는다. “글쎄, 있긴 있지” “ 뭔데” “어떻게?”바로 화살처럼 튀어 오르는 질문에“영화를 봐 나처럼. 영화광, 인생 무지 재미있어”하며 웃던 대화가 생각난다.     영화는 슬픔과 행복이 혼합된 희비극의 인생 같다. 영화가 발명된 이후 타인의 인생을 간접경험 해보며 우리는 세 번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영화 속의 대사를 친구에게 전달하며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A Two)을 추천해 주었다.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가운데 8위를 차지하며 중화민국 영화 중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영화! 인간에게 영화가 필요한 이유라는, 영화 비평가의 최대의 찬사에 깊이 공감했던 영화이다.     영화는 환희의 결혼식으로 시작하여 엄숙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오랜 연인을 두고 다른 여인과 바람을 피워서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강행하게 되는 둘째 아들 밍밍의 결혼식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평범한 가족들, 개인의 삶의 이야기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연계되어 흐르며, 인생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유도하는 통찰 깊은 걸작이다. 멀티 플롯, 영화에 주인공은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다 아파서 쓰러지는 할머니, 회사에 다니며 3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는 아버지 N J, 삶이 힘겨워 잠시 종교로 의탁하는 엄마 밍밍, 친구의 애인에게 사랑을 느끼는 큰딸 팅팅, 세상의 진실을 대면하고픈 어린 철학자 같은 막내아들 양양의 이야기가 긴 호흡으로 전개된다. 가족이라도 개개인이 삶을 바라보는 각자 다른 시선을,  과거와 현재, 공간과 시간, 인물과 인물의 교차편집을 매력으로 대치시키며, 에드워드 양 감독 영화의 특징인 대만의 도회적인 분위기를 매력으로 분산시킨 미장센이 빼곡히 숨어있다.     툭 던지는 대사 속에 급소를 찔린 듯한 강펀치에 매몰되는 잔상이 긴 여운의 영화다. 영화를 보며 마음이 가는 각자의 인물이 있겠지만 나는 어린 아들 양양에 몹시 마음이 끌렸다. 아버지가 사준 카메라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 소년, 자신이 절대 바라 볼 수 없는 자신의 뒤통수, 삼촌의 뒤통수를 찍은 필름을 건네주며 삼촌이 스스로 볼 수 없어 내가 도와준다는 장면을 보고 크게 감동하며 숨겨진 그 철학적 사유의 늪에 오래 둥지를 틀어야만 했다. 마지막,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읽어주는 편지글 “할머니 저는 남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남이 미처 보지 못 하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요.” 이 대사는 예술가로서의 평생의 사명을 고뇌한 참으로 아름다운 감독의 자전적 독백인 듯하다. 영화를 보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결국, 나의 삶을 더욱 고양시키게 하는 통찰 깊은 감독의 심안(心眼)에 박수를 보낸다. 빛과 같은 영화의 대사를 퍼오며 글을 맺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깨달은 건, 삶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거야.” “매일 아침두려움 없이 일어나는 것처럼, Every morning is new !!” 곽애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영화광 인생 감독 영화 중화민국 영화

2023-07-18

[삶의 뜨락에서] 그때는 몰랐기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출간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류시화 시인 시집의 제목이자 그 시집에 실린 시 중 하나로 이미 많은 이에게 울림을 준 구절이다. 시는 말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을 것이고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을 것이고 사랑에 더 열중하고 더 많은 용기를 가졌을 것이며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했을 것이라고. 이 시에 공감을 보낸 많은 사람들은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때는 더 현명하고 더 지혜로운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도 후회가 덜 남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 조금 더 용기 있게 부딪혀 보지 못했던 기억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어이 모진 말로 상처를 줬던 기억.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에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의미 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시간과 끝내 가보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아쉬워한다. 또한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던 느티나무 같은 부모님과 평생이고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던 사랑하는 내 소중한 사람을 일찍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들의 빈 자리를 그리워하며 더 빨리 철들지 못했던 나를 자책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는 몰랐기 때문에 더 즐거웠고 덜 고민했고 더 용기 냈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이 방학에 들어갔다. 맞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방학 때 아이들 때문에 고충이 많다. 여유가 있든 없든 집에서 놀릴 수 없어 각종 캠프를 찾아 보내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동네에 있는 교회 여름 캠프 프로그램 6주에 2000달러를 지불한다. 특별한 캠프는 천정부지라서 구지 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우리 아이들 교육 시킬 때는 캠프가 있는지도 몰랐고 경제적 여유는 손톱만큼도 없었으니 하는 수없이 가게에 출퇴근을 같이 했다. 아이들이 가게 안에 갇혀 8시간 이상을 무엇 했겠는가. 조그마한 TV 하나 놓고 장난감 몇 개로 3개월을 버티며 지냈으니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래도 어름어름 다른 아이들에 뒤처지지 않고 커준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옆집 델리가게 이집트 부부에게 어린 두 아이들이 있다. 가게에 나와 답답하니까 도로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자동차도 위험하고 걸어 다니는 사람에 실수로 다칠까봐 측은한 마음이 든다. 한국에서는 학원의 일타강사에게 수강하기 위해서 경쟁을 한다고 한다. 일타강사는 학원에서 제일 인기 있는 선생이고 그 강사에게 배우지 않으면 희망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고 한다. 수능 시험에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킬러 문항이 있어 그 문제를 풀기위한 학습지도를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고액 입시 컨설팅이 있어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없으면 원하는 대학 입학이 어렵다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교육 시스템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많은 것을 경험하는 동안 몰라서 헤맸고 실수도 잦았고 상처도 많았지만 충분히 헤맸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에 성장했다. 내가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실패할 일은 도전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나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 많은 인생 경험을 할 수 있는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몰랐기 때문에 더 많은 걸 경험했고 그를 통해 배웠고 성장했다. 그 모든 경험을 자양분 삼아 지금의 내가 되었기에 이 모습이 얼마나 더 가치 있고 오늘 이 시간이 더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옆집 델리가게 인생 경험 대학 입학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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