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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어느 날 문득

쨍하던 여름날이
 
소리 없이 온갖 꽃을 피우더니
 
어느 날 문득 사라져 가면, 내 맘에 어느새
 
어영부영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겠지.
 
 
 
10년은 인생 문턱, 20년은 애틋한 어미
 
30년은 흰 백발 할머니였네.
 
 
 
이제 붉은 황혼이 나를 에워싸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으려나.
 
 
 
가시처럼 주렁주렁한 인연 때문에
 
울어도 웃어도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
 
이제 어느 날 문득 두 손을 모으니
 
허망하게 가버린 세월일랑
 
황혼은 불타는 정열로 아름답고
 
어미는 애틋해서  사랑스럽고,
 
인생은 하늘과 맞닿아 애절한 것을.
 
 
 
어느 날 문득 온 세상이 찬란한 것을.
 
 
 
흔들흔들, 한 송이 들꽃마냥
 
피었다가 사라져 가고 있구나.

정린다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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