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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에 실종돼 미국 입양된 한인, 40년 만에 가족 상봉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지 40여년 만에 친어머니를 화상으로 만나게 된 벤저민 박(한국이름 박동수·45)씨는 18일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일리노이주에서 사는 박씨는 이날 화상으로 어머니 이애연(83)씨와 친형 박진수 씨를 만났다.     친척집에 맡겨졌던 박씨가 1984년 5살의 나이로 엄마를 찾겠다며 집을 나가 실종된 지 40여년 만이었다. 그는 고아원에 머물다가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미국으로 입양돼 살아왔다.     박씨가 친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재외동포청과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한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 제도’ 덕분이었다. 한국 정부는 2020년부터 34개 재외공관을 통해 무연고 해외 입양한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한국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유전자 검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가족을 찾은 사례는 이번이 5번째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어머니 이씨는 1980년 박씨를 포함한 4남매를 경남 김해의 큰집에 잠시 맡겼다. 남매들은 1984년 어머니를 찾겠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고, 박씨는 보호 시설과 입양 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2001년 모국 땅을 처음 밟았다. 헤어진 가족을 찾고자 입양 기관을 찾았지만, 가족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없었다. 2012년 재입국한 박씨는 계명대 어학당을 다니던 중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등록한 뒤 201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경찰에 유전자 정보를 남겨두면 언젠가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던 박 씨의 큰형 박진수씨가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1년 10월 무렵이었다. 당시 큰형 박씨는 실종신고를 하면서 함께 거주하고 있던 어머니의 유전자를 채취해 경찰서에 등록했다. 이듬해 8월에는 박씨와 어머니가 친자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오자 가족 상봉에 대한 희망이 커졌다.   경찰은 이때부터 미국에 거주 중인 박 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출입국외국인청 협조를 통해 박씨의 미국 내 과거 주소지를 확인했고, 주시카고대한민국총영사관의 협조를 거쳐 박 씨의 주소를 파악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경찰청, 재외공관과 더욱 협력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 모든 해외 입양동포가 가족 찾기를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고, 한국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미국 가족 유전자 검사제도 가족 상봉 한국 실종자

2024-03-18

5살에 실종 미국 입양 한인, 40년 만에 가족 상봉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지 40여년 만에 친어머니를 화상으로 만나게 된 벤저민 박(한국이름 박동수·45)씨는 18일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일리노이주에서 사는 박씨는 이날 화상으로 어머니 이애연(83)씨와 친형 박진수 씨를 만났다. 친척집에 맡겨졌던 박씨가 1984년 5살의 나이로 엄마를 찾겠다며 집을 나가 실종된 지 40여년 만이었다. 그는 고아원에 머물다가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미국으로 입양돼 살아왔다.     박씨가 친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재외동포청과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이 합동으로 진행한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 제도’ 덕분이었다. 한국 정부는 2020년부터 34개 재외공관을 통해 무연고 해외 입양한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한국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유전자 검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가족을 찾은 사례는 이번이 5번째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어머니 이씨는 1980년 박씨를 포함한 4남매를 경남 김해의 큰집에 잠시 맡겼다. 남매들은 1984년 어머니를 찾겠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고, 박씨는 보호 시설과 입양 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2001년 모국 땅을 처음 밟았다. 헤어진 가족을 찾고자 입양 기관을 찾았지만, 가족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없었다. 2012년 재입국한 박씨는 계명대 어학당을 다니던 중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등록한 뒤 201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경찰에 유전자 정보를 남겨두면 언젠가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던 박 씨의 큰형 박진수씨가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1년 10월 무렵이었다. 당시 큰형 박씨는 실종신고를 하면서 함께 거주하고 있던 어머니의 유전자를 채취해 경찰서에 등록했다. 이듬해 8월에는 박씨와 어머니가 친자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오자 가족 상봉에 대한 희망이 커졌다.   경찰은 이때부터 미국에 거주 중인 박 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출입국외국인청 협조를 통해 박씨의 미국 내 과거 주소지를 확인했고, 주시카고대한민국총영사관의 협조를 거쳐 박 씨의 주소를 파악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경찰청, 재외공관과 더욱 협력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 모든 해외 입양동포가 가족 찾기를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고, 한국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미국 실종 유전자 검사제도 가족 상봉 한국 실종자

2024-03-18

[세상만사] 장수와 양생법(養生法)

진시황은 불사약을 찾아 해외까지 사신을 보냈다는데 본인은 정작 50세에 여산 지하궁전에 묻혔다고 한다. 중국 전설에 삼천갑자 동방삭(東方朔)이는 서왕모가 심은 복숭아를 훔쳐 먹고 삼천 갑자년, 즉 18만년을 살았다고 한다.     현재 한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이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30%, 90세까지는 5% 100세까지는 0.04%라고 한다. 예상 수명 도표로 나의 예상 수명을 계산해 보니 90세까지 살 확률이 33.8%나 나온다.     나의 모계 평균 사망 연령은 95세였으니 장수 유전자를 물려받은 셈이다. 비타민도 없고 된장국에 밥 말아 먹는 게 전부였던 시절에 나의 모계  수명은 평균치보다 훨씬 길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 모두 오래 사는 데 관심이 높다. 그래서 양생법에도 관심이 많다. 양생이란 병 없이 오래 살며 건강을 지키는 심신단련 수명 연장법을 말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그 배경은 중국의 황제내경, 한국의 동의보감이 교본으로 사용되고 소녀경도 참고가 된듯하다.     도가에서 말하는 양생법이란 곡식을 익혀 먹는 것이 아니라 주로 생식을 하는 것이다. 솔잎, 대추·밤 등 열매를 볶아 먹고 산에서 채집한 약재로 탕약을 끓여 마셨다.  그리고 운동과 호흡법으로 신체연마를 통하여 도인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소녀경의 내용은 성교는 하되 마지막 사정을 안 하는 접이불루(接而不漏)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인도의 슈나미티즘도 젊은 기를 흡수하여 장수를 도모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에 가면 많은 지역에 황토 밟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그것도 장수법에 속한 듯 싶은데 결과가 정말 좋은지는 미지수라 생각된다.   통계에 따르면 젊은 층으로 갈수록 평균 수명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60세까지 사는 사람이 드물어서 환갑잔치를 해주었고, 70세까지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70세를 ‘고래 희’, 즉 ‘고희’라고 불렀다.  그런데 요즘은 고희잔치도 하지 않는 추세다.     그런데 너무 오래 사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친구가 없어지고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는 경우도 있다. 가까웠던 친구, 친지는 다 숨져 전화 걸 곳도 없고 교류할 사람도 없게 된다면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싶다.     요즘 유행하는 ‘99 88 234’ 즉,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는 게 소원이라는데 그렇게 되기는 쉽지가 않다.     나의 건강 유지 방법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작업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작업장에 가지 못할 때는 30분에서 1시간가량 걷고, 그것도 못하는 날엔 짐에 가서 운동기구를 이용해 약 30분 정도 운동을 한다.     식사는 야채, 과일 위주로 하고 탄수화물 성분은 될 수 있는 한 적게 먹는다. 그리고 과일에 우유나 콩 우유를 넣어 만든 스무디와 요구르트를 마신다. 또 가능한 한 활동적으로 일하고 두뇌 회전을 통한 치매 예방을 위해 책도 많이 읽는다.   김호길 / 시인세상만사 양생법 장수 장수 유전자 예상 수명 모계 수명

2024-02-13

유전자 분석 데이터 690만개 유출…23andME 회원 계정 해킹

유명 유전자(DNA) 분석 서비스업체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700만 개에 달하는 데이터가 유출됐다.   유전자 및 혈통 분석 서비스 전문업체 23앤드미(23andME)는 지난 1일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전체 회원의 0.1%인 1만4000여개의 계정이 해커에게 유출됐음을 밝혔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23andME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회원 계정에 침입한 해커들이 유전적 친척을 찾을 수 있는 ‘DNA 친척’이라는 기능을 통해 약 550만 개의 프로필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해커들이 DNA 친척 프로필 140만 개의 가계도 하위 정보에도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23andME는 지난 10월 회원 데이터가 손상됐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ID 관리업체인 옥타(OKTA)가 해커들이 고객지원시스템의 모든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훔쳐갔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해커들은 다른 웹사이트에 사용된 오래된 사용자 이름(ID)과 비밀번호를 재사용해 23andME 고객 계정에 침입했으며 일부 회원들의 이름, 혈통 보고서, 우편번호, 출생연도 등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23andME는 지난 2일 회사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포렌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완료했으며 법에 따라 영향을 받은 고객에게 통지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모든 회원에게 비밀번호 재설정을 요구하고 신규 및 기존 회원들에게 2단계 인증을 요구하는 등 회원 데이터 보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유전자 회원 데이터 유전자 분석 회원 계정 23andMe DNA 해킹 해커 유출

2023-12-07

소식하면 오래 산다? 12%만 줄여도 된다!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장수 비결이 적게 먹는 것, 바로 ‘소식’이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우리 선현들의 가르침이 사실이고 증명까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으면, 아침에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거나 점심에 칩 한 봉지 등 하루에 수백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2년에 걸쳐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12% 줄인 성인, 즉 2000칼로리 일일 식단에서 하루 240칼로리를 줄인 사람이 건강한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경로를 활성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섭취 칼로리 감소는 에너지 생성과 대사를 담당하는 유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염증 유전자의 활성을 감소시켜 염증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 노화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의 루이지 페루치(Luigi Ferrucci) 박사는 보도 자료에서 “염증과 노화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칼로리를 줄이는 것은 많은 시니어에게 발생하는 염증 유발을 예방하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만성 염증은 알츠하이머, 심장병, 제2형 당뇨, 암과 다양한 고령자 질환과 관련이 있다.     노화 세포(Aging Cell) 저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임상 시험의 참가자 자료를 분석, 적당한 칼로리 제한이 인간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이미 동물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를 제한하면 노화 관련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경우에 따라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9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근육 생검의 유전적 변화를 연구한 결과 연구원들은 칼로리를 12% 줄이면 근육을 개선하기에 충분하고 노화 유전자를 건강하게 자극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루치 박사는 “줄여야 하는 칼로리 섭취량이 12%라는 것은 매우 작은 수치”라며 “이 정도의 칼로리 섭취량 감소는 누구나 가능하며 따라서 건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팀의 이전 연구에서는 칼로리 제한이 성인의 노화 속도를 2~3%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는 사망 위험을 10~15% 줄이는 데 충분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DNA 손상을 줄이고 심장 건강, 수면 및 성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칼로리 제한은 단식 다이어트가 아니라고 건강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모든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면서도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일반적인 수준, 시니어의 경우 하루 1600~2600칼로리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이런 식습관이 동물(인간 포함)이 노화로 인한 질병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를 연구자들은 아직 알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칼로리 제한의 장기적인 영향과 특히 시니어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병희 기자소식 국립노화연구소 노화 유전자 칼로리 섭취량 염증 유전자

2023-10-29

[일터에서] 시간의 부자

나이 70에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부자가 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게는 온종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잘 사용해야 시간의 부자가 되는 걸까. 당연히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40년 넘게 시험관 아기 박사로서 한 우물을 파는 직업이 있으니, 이거야말로 최고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제 일하는 것을 고급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니 즐거운 일이 됐다.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아침 7시 반부터 얼린 수정란 녹이는 작업을 하고, 8시부터는 난자 채취를 하고, 환자 남편의 정자를 처리해서 시험관 아기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9시 반에 수정란 이식을 위해 다른 환자 부부가 오면 엄마의 아기집에서 자랄 수정란을 잘 지키기 위한 조언을 해주고 함께 명상 수행도 할 예정이다. 수정란이 아무리 잘 자라도 엄마의 아기집이 좋은 상태가 아니면 잘 자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부의 정성이 담긴 진짜 자식 농사는 수정란 이식 후에 시작된다. 이때 중요한 일은 항상 ‘태풍의 눈’을 찾는 명상을 해야 한다는 거다. 부모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엄마의 아기집에서 자라는 수정란에는 태풍 같은 위협이다.   수정란 이식이 끝나면 집에서 휴식시간을 즐긴다. 낮잠도 자고 빈둥거리다가, 오후 3시쯤 다시 수정란 실험실에 가서 아침에 채취한 난자들 가운데 활성도가 좋은 것에만 특수처리 후 보관해둔 환자 남편의 정자들을 합해준다. 체온 상태의 시험관에 15만 개의 정자들이 들어가면, 활성화가 되어 엄청 빠른 속도로 난자들을 향해서 돌격한다. 18시간  동안 정자와 난자들이 스스로 수정하는 작업을 밤새도록 하게 한 다음 다음 날 아침 10시쯤 수정 상태를 확인하고, 수정된 난자들을 선별해 엄마의 아기집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특수 배양기에서 나흘 동안 키운다.  잘 자란 수정란은 얼려 놓았다가, 엄마의 아기집이 최적화되었을 때 이식을 하게 된다.   내일 난자 채취를 하는 환자는 부부가 다 혈액 질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전에 태어난 아이는 이미 혈액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상태다. 이럴 경우에는 수정란이 사흘 동안 자란 16 세포 중에서 세포 하나를 떼어내 유전자 검사 실험실로 보내고, 유전자 검사 실험실 요원은 밤새 작업을 해서 다음 날 아침 8시에 내게 수정란의 염색체 이상 유무를 통보해준다. 나는 즉시 환자 부부에게 결과를 통보해주고, 정상적인 수정란들을 개별적으로 얼려야 한다.     유전자 검사 실험실 요원은 염색체가 정상으로 판명 난 세포들만 따로 혈액 질환 유전자를 검사하는데, 결과가 나오는 데는 14일이나 걸린다. 다음에 혈액 질환 유전자가 없는 수정란을  엄마의 아기집에 이식하게 된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Sickle cell anemia) 등 유전적 질환들도 이런 식으로 검사하게 된다. 수정란의 성별도 이식하기 전에 미리 알게 되고, 다운 증후군문제도 미리 알게 되니 환자들에게는 필요한 시술이다. 김학남 / 시험관 아기 박사일터에서 시간 부자 수정란 실험실 수정란 이식 유전자 검사

2023-10-08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편안하면 가라앉는 것이다

1년에 한번씩 배우나 영화업계 종사자들에게 상을 주는 시상식이 거행된다. 미국에서는 아카데미상이라고 부르고 한국은 예전에 대종상이라고 불렀다. 미남미녀 배우들이 정장을 멋지게 차려 입고 수많은 팬들과 기자들 앞에서 사진촬영을 한다.     어렸을 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깊은 반성을 했다. 요즘이야 배우들이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소위 “딴따라”라고 불리었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조차 일년동안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다. 일년동안 위험한 연기도 하고, 수치스러운 역이나, 악역도 맡으면서 열심히 연기를 하고 나서 연말에 이런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아주 일부의 사람들만 시상식에 초대를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하고 아주 멀리서 지켜만 본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지난 1년동안 어떻게 살았던가? 과연 저들처럼 1년을 치열하게 살았을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일상만을 살았던 것인가? 나의 일생은 또 어떨 것인가? 인생의 막이 끝난 후에 나는 시상식에 참석한 주인공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웃으며 시상식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시르투인(Sirtuin)이라는 장수유전자가 있단다. 우리 몸의 노화를 지연하고 염증을 억제한단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유전자는 우리 몸이 극한의 단계에 빠지면 분출된다고 한다. 전력을 다해 힘껏 달리기를 한다든지, 온도가 높은 사우나에서 오래 견디기를 해야 나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이 생존을 위협받을 만한 정도의 심한 충격을 주어야, 우리 몸이 긴장하면서 이런 생존 유전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생존 유전자는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의 극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존 유전자는 오히려 우리 몸을 활력 있게 하고 젊음을 유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근육이 연금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어 근육이 줄어들면 움직이지 못해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 게다가 근육이 없어서 자기 혼자 움직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이 들어 남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연금을 사용해야한다. 하지만 자기 혼자 움직일 수 있으면 그만큼 연금이 적게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나이 들어 제아무리 연금이 많이 나와도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말이다.     근육이 커지는 원리는 이렇다. 무거운 것을 들면 근육이 찢어진다. 찢어진 근육이 다시 회복되면서 근육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항상 편하고 가벼운 것만 들던지, 아무 것도 들지 않으면 우리의 근육은 절대 커지지 않는다. 근육이 찢어지려면 자신의 한계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어디 우리 몸만 그럴까? 한번도 해보지 않은 도전적이고 어려운 일을 하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그럴 때 우리의 실력이 늘어난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만 하면 실력은 절대로 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일, 처음 해보는 일을 해냈을 때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어려운 일을 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단다. 그래서 처음에는 낯설고 새로웠던 일이 겪고 나면 금방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뇌가 일상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새로운 일을 경험해야만 한다.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야만 한다. 나의 몸과 마음이 지금 편안하다는 것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게 서서히 밑으로 침몰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생존 유전자 미남미녀 배우들 한번씩 배우

2023-08-17

“타고난 유전적 특성은?” 요즘 MZ들이 앱으로 자신을 알아가는 법

나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하기 위해 MBTI와 혈액형을 물어보던 시기가 지났다. 이제 MZ들은 DNA와 퍼스널 컬러로 자기 자신을 이야기한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지만(50.3%),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는 응답률도 50.3%였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특성에 기반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 퍼스널 컬러, 건강기능식품 등 나에 대해 알려주는 서비스는 실로 다양하다. 유전자 검사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젠톡’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대표 김창훈)은 개인 취향대로 원하는 항목만 골라서 하는 모바일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젠톡(GenTok)’앱을 출시했다.   ‘젠톡’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각자 타고난 유전적 특성을 정확히 알고 보다 건강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지금까지 시중에서 받아볼 수 있던 DTC(Direct-To-Consumer∙소비자 직접 신청) 유전자 검사 서비스와는 달리 개개인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원하는 대로 골라서 구매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젠톡에 접속해 피부/모발, 운동, 영양소, 건강관리 등 6개 항목별 69가지 유전자 검사 중 원하는 항목을 골라 신청하면, 검사 키트가 배송된다. 사용법에 따라 검체를 채취한 후 반송 접수를 하면 10일 내 플랫폼에서 유전자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젠톡은 MZ 세대를 겨냥하여, 개성 있는 비주얼을 더한 결과 카드와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각 개인에게 필요한 건강관리 팁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젠톡 론칭을 기념해 플랫폼 신규 가입자들을 위한 무료 유전자 검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모션은 매일 오전 10시 01분 젠톡 내 선착순 신청을 통해 한정 제공되며 젠톡에 회원가입한 회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신청 가능하다.   AI가 알려주는 나의 퍼스널 컬러, “코콘”   블랙탠저린은 퍼스널 컬러를 진단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패션 앱 '코콘'을 통해 제공한다. 퍼스널 컬러란 개인이 타고난 피부 톤과 가장 어울리는 색깔을 의미한다. 퍼스널 컬러는 본인의 얼굴 톤에 가장 어울리는 색상을 골라주어, 이미 뷰티 및 패션 분야에서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패션 스타일 추천 앱 ‘코콘’은 AI를 활용해 퍼스널 컬러를 진단한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해 사진 한 장으로 얼굴의 색감, 채도, 명도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3200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보여준다. 퍼스널 컬러를 진단한 후에는 이에 맞는 스타일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이미지 진단을 통해 얼굴형, 눈, 코, 입을 세세하게 분석해 스타일 팁을 제공해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건강기능식품부터 식단까지, 건강 관리 도우미 “필라이즈” 필라이즈는 건강검진 기록, 키, 체중, 건강 고민, 알레르기 등 개인 건강 데이터를 받아, 이를 국내외 2만 6000여 개 제품, 1200개 영양 성분을 AI로 종합 분석해 유저에게 맞는 영양제를 추천하는 앱이다. Pill(영양제) + Analyze(분석)의 뜻을 가진 합성어로, 영양제를 개인에 맞게 AI로 분석, 관리할 수 있는 ‘영양제 맞춤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의 특성에 따라 영양 성분의 최적 섭취량, 추천, 비추천 성분 등을 고려한 결과를 제공해 본인 특성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똑똑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성별과 연령, 하루 활동량과 식단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분 섭취량 피드백을 주는 알림 서비스를 제공했다. 필라이즈의 영양제/식단 맞춤 분석 기능과 연계해 사용자가 나트륨이나 카페인, 알코올, 식이섬유 등을 많이 섭취한 경우 수분 추가 보충 피드백을 보내주는 식이다. 또한 운동 관리 기능을 추가해 하루 운동량과 소모 칼로리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한다.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유전 유전자분석 결과 유전자 분석 유전자 검사

2023-08-13

[음식과 약] 백세인 따라하기

지난달 17일 미국의 초백세인 루이스 레비가 112세로 사망했다. 레비는 장수와 유전의 관계에 대한 연구의 대상이었던 700명이 넘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여러 해외 언론에서 그녀의 사망 소식을 다뤘다. 백세인은 점점 늘고 있다. 1990년 전 세계 9만5000명에서 2015년에는 45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10세를 넘겨 사는 초백세인은 매우 드물다.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생존하는 초백세인은 500명을 넘지 않는다.   초백세인이 그저 수치상으로만 장수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질병 없이 오래 산다. 112세까지 살면서도 레비는 심장질환·당뇨병·알츠하이머병을 앓지 않았다. 그녀의 장수 비결은 뭐였을까. 레비 본인은 긍정적 태도, 저콜레스테롤 식단, 하루 한 잔 레드와인을 마신 게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장수인의 유전적 특성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과학자 니르 바질라이는 유전자에 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레비는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일원이었는데 이들은 유전 변이 덕분에 노화가 늦춰지고 심장병·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위험도 낮아지는 유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중 60%가 흡연자, 5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절반에 못 미치는데 질환 위험은 낮게 나타나는 건 유전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흡연하든 운동을 안 하든 과체중이든 괜찮다는 식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장수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환경이라도 바꿔줘야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특히 소식하는 게 중요하다. 백세인은 따로 소식하지 않아도 칼로리 제한 식단을 하는 사람과 비슷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 소식이나 간헐적 단식으로 섭취 열량을 줄여주면 혈중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고 인슐린 민감도가 향상되는데 장수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그런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부럽다. 하지만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게 먹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뿐이다. 다만 이렇게 적게 먹을 때는 영양실조가 되지 않도록 영양소 간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활동량을 늘리는 건 좋지만 낙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루이스 레비가 사망한 것도 엉덩이관절 골절 때문이었다. 수술과 재활 뒤에 감염이 발생하며 쇠약해진 것이다. 고관절 골절로 누워있는 동안 근육은 줄고 대사기능이 떨어지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쉽다. 회복 뒤에도 다시 골절을 겪게 될 위험이 크다.   과학자들은 백세인, 초백세인의 유전자를 흉내 내어 건강 수명을 늘려주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약 없이도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자.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백세 장수 유전자 사망 소식 고관절 골절로

2023-08-02

[기고] 매머드 유전자에 담긴 의미

빙하기의 아이콘이자 코끼리의 사촌격인 매머드(mammoth)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왔다. 그렇지만, 정확한 표현은 털복숭이 매머드(wooly mammoth)가 맞다. 우선, 털복숭이 매머드의 특징은 푹신한 머리카락과 작은 귀, 내한성을 위해 지방 저장 능력이 높은 체질과 건조한 귀지를 가지고 있다. 추위에 적응한 체형이 많은 유전적 정보를 제공해 준다.     16년 전 독일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을 때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채굴한 매머드의 어금니, 즉 상아가 홍콩으로 밀반입 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다. 중국은 과거 상아를 조각해 황제에게 진상했을 만큼 상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이 코끼리 상아보다 더 귀한 매머드 상아를 은밀히 채집해 거대 마켓이 형성된 홍콩으로 반입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매머드 상아의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범죄집단에 의해 불랙마켓이 형성되어 고가에 반출된다고 한다.     러시아의 시베리아에는 거대한 동토층이 형성되어 있고 그 동토층에 매머드 사체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매머드 사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호스처럼 강력한 수압으로 언 땅을 녹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는 기후변화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고농도 메탄을 포함하고 있는 동토층을 파괴함으로써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벌이에만 눈이 먼 범죄자들은 동토층 중요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베리아에서 매머드와 상아를 도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동토층이 파괴되었는지 알 수 없다.     매머드의 유전적 평가를 위해서, 시베리아 동토층에 보존된 매머드 사체를 기반으로 23개의 게놈을 분석해 현 아시아와 아프리카코끼리 28마리의 게놈 분석과 비교했다. 이 연구의 목표는 코끼리에는 없는 돌연변이, 즉 털복숭이 매머드에게만 있는 유전적 적응력을 찾는 것이다. 그 결과 매머드는 유전적으로 촘촘한 털, 지방 저장 및 신진대사, 열 감각 능력 등 추운 북극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게놈 분석은 70만년 전의 초기 매머드와 나중에 살았던 다른 매머드가 북극 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즉, 지구의 기후가 차가워졌을 때 (빙하기), 등장한 이 종은 유라시아 북부와 북미 지역에 서식했다. 대부분의 매머드는 대략 1만년 전 빙하기 말기에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멸종했다. 마지막 매머드 개체는 4000년 전 시베리아 연안의 북위 71도 랭겔 섬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연구 결과는 독특한 돌연변이의 92%가 지속적인 진화와 함께 종의 초기에 이미 존재했음을 언급했다. 즉, 매머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푹신한 털과 귀는 더 작아지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70만년 전의 초창기 매머드는 마지막 빙하기의 매머드보다 귀가 더 컸을 것으로 추정했다. 즉, 털북숭이 매머드는 키가 약 4미터로 현대 아프리카코끼리 정도의 크기였지만, 귀 표면에서 체온이 손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귀는 훨씬 작은 모습으로 진화되었다고 한다.     매머드의 모피 유형 및 성장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는 현대의 코끼리와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하나는 빗질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건조하고 곱슬 거리는 모발이 특징인 ‘빗질할 수 없는 모발 증후군 (uncombable hair syndrome)’ 과 관련성이 있다. 촘촘하고 푹신한 털은 점점 추위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연구는 매머드의 머리 색깔이 붉은색이 가미된 갈색이었다는 것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됐다. 또 면역계와 관련된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그 종이 어느 시점에서 심각한 병원체의 발생에 적응했는지를 알 수 있게도 한다.  이렇듯 매머드는 과거의 생활상을 유전자에 기록한 채 동토층에 보존되어 있다 인간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긴 세월 동안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환경에 순응하는 진화를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의 발달은 베일에 싸였던 진실을 알려 준다.     시베리아의 동토층은 타임캡슐이다. 동토의 융해는 매머드를 비롯한 미지 미생물의 존재 등 생물학적 측면과 매탄폭탄이라는 지구화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매머드 유전자 매머드 상아 털복숭이 매머드 매머드 사체

2023-06-09

[삶의 뜨락에서] 디아스포라

42년째 미국에서 한국인 의사로 일하면서 치료해온 많은 환자, 10명 중 2명은 한국인 환자 그리고 8명은 외국인 환자였습니다. 이들 외국인 환자들은 대개 자기들은 미국인이고 한국인 의사인 본인은 외국인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은 미국인 환자, 실제로는 본인보다 약 한 세대 전에 미국에 이민해 온 한 외국인 환자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마리아는 젊은 시절 턱 보트를 운전하던 아주 강인해 보이는 이탈리아 혈통의 여성으로 1993년 그녀의 나이 46세에 유방암으로 왼쪽 유방전절제술과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검은 레인코트를 팔에 걸치고 6층 수술대기실 창가에서 걱정스럽게 창밖을 응시하던 유대인 혈통의 그녀의 남편 이삭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부부는 오존 파크에서 카펫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수술 후 마리아와 이삭은 6개월마다 그리고 5년 후 1년마다 꾸준히 오피스 방문을 하며 친근하게 되어 가끔 가족 이야기도 하고 때가 되면 오피스의 카펫을 아주 싼 값으로 바꾸어 주고는 했습니다.     2018년 마리아는 오른쪽 유방촬영에 이상이 있어 조직 검사결과 0기 유방암(ER+DCIS)이 발견되어 오른쪽 유방 부분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마취과 과장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모습이 매우 흡사한 이삭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수술 후 회복실에서 그녀의 곁을 지켰습니다. 그녀는 방사선 치료 및 호르몬 치료를 받기로 예약하였습니다. 2019년 그녀의 남편 이삭이 갑자기 돌아가신 후 그녀의 방문이었습니다.   약 50년을 함께 한 부부였고, 무뚝뚝하지만 항상 그녀의 건강을 염려하던 이삭이 그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은 모두에게 참으로 뜻밖의 슬픈 일이었습니다. 이삭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차고의 이곳저곳에서 많은 현금을 발견한 그녀는 그것이 언젠가 이삭 없이 살아갈 마리아를 위한 저축이라는 데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른쪽 유방 방사선 치료를 끝맺었고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양측 유방에 암이 발생하여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하였으나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그녀의 딸 에리카는 늘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오피스를 방문하였으며 어머니의 양측 유방암 진단으로 걱정하던 그녀의 유방암 유전자 검사와 정기진단 소견은 이상이 없었으며 항상 동행한 홀로된 어머니에게 젊은이의 위트로 웃음을 주고는 했습니다.   2021년 4월 30일은 마리아의 마지막 방문이었습니다. 그녀는 2018년 오른쪽 유방암을 위한 호르몬 요법을 거의 끝냈고 유방 검사 및 유방 촬영 소견은 이상이 없었습니다. 2022년 4월 22일은 마리아의 1년 후 오피스 예약이 있었습니다. 마리아가 4월 22일의 예약을 지킬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2022년 4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4월 초 마리아가 급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는 연락을 그녀의 딸 에리카로부터 전해 받았습니다.     두 번의 유방암 수술과 치료, 평생을 함께하던 반려자의 죽음, 심근경색의 병원 응급실 진단이 있었으나, 약 삼십 년을 가까이 보살피던 이방인 외과 의사로서 두 번의 유방암 치료와 마리아의 뜻밖의 죽음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인과 관계를 생각합니다. 성갑제 / 의사삶의 뜨락에서 양측 유방암 유방암 유전자 오른쪽 유방암

2023-05-31

[이 아침에] 이게 다는 아니겠죠?

조카가 딸을 낳았다. 조카사위는 눈이 크고 키도 크고 인물이 좋다. 훈남 아이돌 같다. 조카는 그 반대로 키도 눈도 작은 얌전이. 아기는 누가 봐도 모계로 보인다. 아빠 닮아 눈이 크면 좋으련만 하고 속으로 살짝 아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 할 말 없으니 “귀엽네” 하며 축하 인사했다. 심지어 내 남편은 “장군 같네”라고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딸이다.   우리 집의 4남매는 모두 눈이 크다. 우리 형제들은 친가와 외가가 왕눈이어서 큰 눈엔 별 매력을 못 느꼈는지 배우자는 모두 작은 눈의 홑꺼풀을 골랐다. 세 며느리와 한 사위가 모두 쌍꺼풀이 없다. 무쌍의 가늘고 긴 눈을 가졌다.   내가 결혼할 땐 역시 큰 눈의 이모가 내 옆구리를 찌르면서 “왜 저런 눈을 골랐니? 저런 눈은 성깔이 있는데”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나는 느끼한 쌍꺼풀보다 성깔 있는 외까풀 선호파이다.   둘째 남동생의 큰 눈과 올케의 작은 눈 사이에 태어난 조카는 작은 눈을 가질만하다. 그 조카가 큰 눈의 조카사위 사이에 다시 작은 눈의 아기를 낳았으니 한번 알아봐야겠다 싶어서 오래전 배운 멘델의 법칙을 찾아봤다.   먼저 쌍꺼풀은 있는 것이 우성이란다. 따라서 쌍꺼풀의 유전은 멘델에 따르면, 우열의 법칙에 의해 쌍꺼풀과 외까풀 유전자를 모두 가진 (일명 잡종인 사람)은 우성인 쌍꺼풀을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외꺼풀의 눈을 가진 부모에게서 쌍꺼풀이 있는 자식은 태어날 수 없단다. 열성은 숨어 있어 표현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우성은 숨을 수 없기 때문인데, 쌍꺼풀에 대해 열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끼리 결혼을 한다면 외까풀이 태어나는 게 상식이라고 한다. 작은 눈의 손녀 덕분에 고모할머니가 열심히 구글링을 해보았다.   얼마 전 이런 글을 읽었다. “눈이 정말 작은 제자가 있었는데 여자 친구와 스티커 사진을 찍은 후 헤어지게 됐다고 한다. 이유인즉, 찍은 직후 잡티제거 기능을 눌렀는데 그 순간 사진에서 제 눈이 없어져 버린 걸 본 여자 친구가 연락을 끊더라고요.”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K교수님의 제자 이야기였는데 웃으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조카에게 아기 사진 찍을 때 잡티제거 기능을 누르지 말라고 속히 알려야겠다 싶었다.   올케와 전화로 수다 떨다가, 사위가 했다는 말을 전한다. “장모님, 아기 눈이 이게 다는 아니겠죠? 점점 커지겠죠?”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묻더란다. 아이가 자라 몸집이 커지고 키가 커지고 해도 눈 사이즈가 비례해서 커지지는 않는다. 아기 살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눈이 커 보이기는 하겠지.   과학의 힘을 빌려서 눈은 커질 수도 있으니 너무 염려 말게 정서방. 그리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천 번이나 변한다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조카사위 사이 모두 쌍꺼풀 열성 유전자

2022-12-21

[이 아침에] 이게 다는 아니겠죠?

조카가 딸을 낳았다. 조카사위는 눈이 크고 키도 크고 인물이 좋다. 훈남 아이돌 같다. 조카는 그 반대로 키도 눈도 작은 얌전이. 아기는 누가 봐도 모계로 보인다. 아빠 닮아 눈이 크면 좋으련만 하고 속으로 살짝 아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 할 말 없으니 “귀엽네” 하며 축하 인사했다. 심지어 내 남편은 “장군 같네”라고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딸이다.   우리 집의 4남매는 모두 눈이 크다. 우리 형제들은 친가와 외가가 왕눈이어서 큰 눈엔 별 매력을 못 느꼈는지 배우자는 모두 작은 눈의 홑꺼풀을 골랐다. 세 며느리와 한 사위가 모두 쌍꺼풀이 없다. 무쌍의 가늘고 긴 눈을 가졌다.   내가 결혼할 땐 역시 큰 눈의 이모가 내 옆구리를 찌르면서 “왜 저런 눈을 골랐니? 저런 눈은 성깔이 있는데”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나는 느끼한 쌍꺼풀보다 성깔 있는 외까풀 선호파이다.   둘째 남동생의 큰 눈과 올케의 작은 눈 사이에 태어난 조카는 작은 눈을 가질만하다. 그 조카가 큰 눈의 조카사위 사이에 다시 작은 눈의 아기를 낳았으니 한번 알아봐야겠다 싶어서 오래전 배운 멘델의 법칙을 찾아봤다.   먼저 쌍꺼풀은 있는 것이 우성이란다. 따라서 쌍꺼풀의 유전은 멘델에 따르면, 우열의 법칙에 의해 쌍꺼풀과 외까풀 유전자를 모두 가진 (일명 잡종인 사람)은 우성인 쌍꺼풀을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외꺼풀의 눈을 가진 부모에게서 쌍꺼풀이 있는 자식은 태어날 수 없단다. 열성은 숨어 있어 표현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우성은 숨을 수 없기 때문인데, 쌍꺼풀에 대해 열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끼리 결혼을 한다면 외까풀이 태어나는 게 상식이라고 한다. 작은 눈의 손녀 덕분에 고모할머니가 열심히 구글링을 해보았다.   얼마 전 이런 글을 읽었다. “눈이 정말 작은 제자가 있었는데 여자 친구와 스티커 사진을 찍은 후 헤어지게 됐다고 한다. 이유인즉, 찍은 직후 잡티제거 기능을 눌렀는데 그 순간 사진에서 제 눈이 없어져 버린 걸 본 여자 친구가 연락을 끊더라고요.”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K교수님의 제자 이야기였는데 웃으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조카에게 아기 사진 찍을 때 잡티제거 기능을 누르지 말라고 속히 알려야겠다 싶었다.   올케와 전화로 수다 떨다가, 사위가 했다는 말을 전한다. “장모님, 아기 눈이 이게 다는 아니겠죠? 점점 커지겠죠?”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묻더란다. 아이가 자라 몸집이 커지고 키가 커지고 해도 눈 사이즈가 비례해서 커지지는 않는다. 아기 살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눈이 커 보이기는 하겠지.   과학의 힘을 빌려서 눈은 커질 수도 있으니 너무 염려 말게 정서방. 그리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천 번이나 변한다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조카사위 사이 모두 쌍꺼풀 열성 유전자

2022-12-11

[살며 생각하며] 이 가을에 필요한 부모님 보약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 하고잊혀져야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생각나는 10월 첫날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아! 어느새 새벽의 스산함이 긴바지, 긴소매로 손이 가게 한다. 하기야 입추가 8월 7일,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가 23일,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백로가 9월 8일, 추분이 9월 23일이었으니 변하는 계절의 수레 앞에 더위 신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릴 적 자연 시간에 배운 기억력을 소집해보면, 계절변화의 요체는 지구의 축이 23.5도 기울어진 채 자전하며 1년에 한 번 태양 주위를 돌도록 섭리하신 하나님의 지혜 때문이다. 따라서 북반부 중반에 위치한 한국과 미국은 때로는 태양의 광원을 직각으로 오랜 시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짧은 시간 비스듬하게 받으므로 여름에는 해수욕을, 겨울은 눈 덮인 산을 스키로 오르내리고 봄에는 꽃망울의 신비한 개함을, 가을에는 오색찬란한 단풍을 구경하는 등 같은 장소 다른 분위기 속에서 폭넓은 삶을 구가할 수 있다.   고대에도 이런 천체 운행을 암시하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음을 본다. 가나안 정복 전쟁 때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가 지는 태양을 향해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달아 너도 아일론 골짜기에 머물러라고 명하자 천체 운행의 주재자 하나님이 해의 운행을 하루 동안 정지시키므로 전쟁에 승리케 하셨고, 또 히스기야 왕 때 아하스의 해 그림자를 10도 물러나게 했다 함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가을을 남자와 연관시킨다. 아마 가수 이용의 노래처럼 남자들이 가을을 많이 타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그렇다. 가을, 그중 10월은 남자들을 한없이 쓸쓸하고 외롭게 하되 특히 홀로 사시는 어른들에게 말이다.   사회성이 좋기로 알려진 붉은털원숭이 가운데 항상 무리에서 떨어져 외롭게 생활하는 놈을 대상으로 백혈구를 조사해 보니 놀랍게도 외로움을 잘 타는 노인들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껏 스트레스를 준 뒤 피검사를 하니 노르에피네프린이란 호르몬의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 호르몬은 미성숙 단핵구가 많아 항바이러스 유전자의 생성을 저해하는 물질이란다. 그 후 원숭이에게 바이러스성 질병을 주입하자 뇌와 혈액에 넓게 퍼졌다고 한다. 외로움이 질병에 취약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다.   필자의 부친은 72세를 사셨다. 동갑이셨던 어머니는 그보다 5년 일찍 67세에 돌아가셨다. 젊어서 지켜본 아버지는 물 한 그릇도 손수 해결하시는 법이 없으셨다. 모두가 어머니가 대신하셨다. 그렇게 수족처럼 받들며 사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의 건강은 쉽게 무너져 내렸고 종래는 허리, 무릎, 뼈의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어 앉고 일어서심이 불편한 채 어머니 곁으로 가셨다. 지금 생각하니 어머니 없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가져다준 항바이러스 결여로 생명 단축현상을 빚은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이 시간 한쪽 부모님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자녀들 계시면, 보약보다 귀한 보약, 외롭고 쓸쓸함에 맞는 처방을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지켜드리길 권면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가을 부모 부모님 보약 천체 운행 항바이러스 유전자

2022-09-30

[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인의 언어문화 유전자

우리 문화는 독특한가요? 한국의 문화와 중국, 일본의 문화는 다 다른가요? 동양의 문화와 서양, 아프리카의 문화가 다 다르지만, 다 다르다고 독특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문화는 개인 차이가 있을 정도로 다양성이 있지만, 나만의 문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독특함이나 독창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쉽지 않은 결과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문화의 유전자라고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문화의 독특함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유전자라고 하는 것이 개인과 개인을 구별하는 중요한 특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DNA 검사를 한다든지 하는 것이 친자 확인에 사용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은 유전자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다른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공통점을 전제하고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에 실제로 공통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르다는 말은 우리가 서로 구별된다는 정도로만 기억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그 다르다고 하는 것 역시 서로 같은 점을 바탕으로 조금 달라져 있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 다르다는 점이 강조되기 때문에 다툼이 시작되는 겁니다.    저는 문화의 유전자라는 말에서 그런 위험성을 봅니다. 제가 말하는 문화의 유전자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문화 유전자가 다르다거나 한국과 중국의 문화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 유전자가  다르다는 말이 공통점을 배제하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문화는 같은 부분이 많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라납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각 문화 간의 차이점도 도드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생각해 봐도 알 것입니다. 국수와 우동과 라면, 스파게티 등은 완전히 다른 음식일까요? 밥을 짓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밥을 먹는 것은 대부분 일치합니다. 한복과 기모노와 중국 한족의 옷, 청나라 시기의 치파오는 완전히 다른 옷인가요? 유럽 각국의 옷을 아시아인들은 잘 구별해내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유럽인들은 아시아의 옷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동남아시아의 전통의상을 잘 구별할 수 있나요? 물론 잘 살피면 특색이 나타날 겁니다. 문화 유전자를 살피는 것은 넓은 공통점과 세밀한 차이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더 어려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어원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도 어렵고 복잡하고, 확신할 수 없기에 어원을 알기 어려운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당연히 어원을 통해서 문화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표현을 비교, 대조할 때도 많은 어려움을 만납니다. 어디까지가 한국어의 독특한 표현인지 확증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어에는 한자 등 중국어의 영향이 지대할 것입니다. 단순히 단어뿐 아니라 문장 구조나 표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일본어의 경우도 일제강점기의 세월이 크나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화기를 거치고, 학교 제도가 정착되던 시기라는 점은 일본어의 영향이 상상외로 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기억 못 하는 옛날에 다른 언어와 서로 교류한 것은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어를 통한 문화 유전자를 찾는 노력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 속에 나타난 한국인의 사고를 살피는 일, 문화의 특징을 살피는 일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구축해 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 혼자만의 문화가 아니라 함께 이루어온 문화이고 그 속에서 서로 영향을 미쳐 왔음을 인정하는 태도만 전제된다면 문화 유전자를 찾는 노력은 즐겁고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문화 한국인 언어문화 유전자 우리 문화 청나라 시기

2022-09-25

[아름다운 우리말] 문화의 씨앗, 언어

우리에게 어떠한 상황이나 조건에서도 끝까지 남아있을 문화의 씨앗은 언어입니다. 문화를 후손에게 이어온 수단 역시 언어였습니다. 언어는 인간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인간이 곧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어가 없는 인간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팔, 다리 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말 중에는 새로 생긴 말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을 형성해 온 것입니다. 인간과 함께, 인간 속에서 소통되어 온 도구입니다. 인간과 불가분의 도구인 셈입니다.      그래서 언어는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고,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고, 인간 지혜의 정수(精髓)이기도 합니다. 언어를 인간의 문화 유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세포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DNA를 통해 인간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의 모습입니다. 인간 문화의 모습을 확인하는 방법은 언어를 살피는 일입니다. 말이 ‘피’이고, 말이 ‘세포’인 셈입니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는 말 속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한국인만의 문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사람과 만나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더 커진 것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말을 공부해야 합니다. 말이 문화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유형의 문화와 무형의 문화로 나뉩니다. 그래서 문화재도 유형과 무형의 문화로 나뉩니다. 저는 유형 문화재의 꽃은 기록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의 성경 그리스 로마의 신화, 사서삼경, 수메르 문명의 기록들,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해례 등 기록 유산은 당시 사람들의 문화를 알게 합니다. 기록이 인간의 지혜이고 역사이고 삶의 흔적입니다.      무형 문화재의 꽃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져가는 언어나 방언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언어가 사라졌습니다. 방언이 사라지는 속도는 상상 이상입니다. 일본의 원주민인 아이누어는 현대 이후에 사용자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의 원주민어나 오세아니아의 원주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인류학자들이 조사하였던 언어들도 문명의 침탈과 함께 사라져 갔고, 사라져 갑니다. 큰 손실입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서도 인간의 문화 유전자라는 관점에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연구가 깊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간의 유전자가 우리의 몸을 통해서 전해져 온다면 문화의 유전자는 언어를 통해서 전해 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연구하듯이 인간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어에는 어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가 담겨있을까요? 인간의 유전자가 그러하듯이 한국인만의 유전자는 아닐 겁니다. 문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끊임없이 바뀌어 왔습니다. 자라온 것입니다.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속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살피면서 한국인의 삶에 대한 태도, 가치관, 감정 등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인과 한국어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지도를 그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는 재외동포가 있습니다. 동포는 핏줄로도 한국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는 그야말로 문화 유전자로 작용합니다. 한국어를 알고, 한국어 속에 담긴 조상의 생각을 아는 것은 자신의 핏속을 흐르고 있는 문화를 아는 지름길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본인의 문화 유전자를 찾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씨앗 문화 유전자 유형 문화재 무형 문화재

2022-08-14

[열린광장] 도도새의 멸종이 주는 교훈

유전자 편집에 관한 연구가 생명공학 과학자들 간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워싱턴 DC에서 미국, 영국 그리고 중국의 해당 분야 학자들이 모인 대규모 국제회의가 있었다. 난자, 정자, 배아 등의 인간 생식 세포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다. 사안의 성격상, 윤리 문제가 제기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분야이다.     유전자 편집(gene-Editing)은 2020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는 것인데, 듀폰(DuPont) 회사에서는 이 기술을 농작물 생산에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중국 과학자들은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통한 ‘유전자 편집 인간’을 만들어 내어 사회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DNA를 수정하여 인간 생식 세포 계열을 편집한 것이다.  섬뜩한 일이다.     민감한 분야이다 보니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돌연변이 같은 함정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들었다. 만일 히틀러 같은 사람에게 이 같은 기술이 노출된다고 가정하면 가공할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뻔하다.     현재 인류는 기후 변화에서 오는 여러 가지 재해를 일상에서 겪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연의 법칙은 그 누구도 비켜 갈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이다.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외딴섬에서 평화로이 살다가 갑자기 천적을 맞아 멸종하게 된 도도새의 운명을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기록에 의하면 도도(dodo)새는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 모리셔스(Mauritus)에서 무리 지어 서식하던 새인데, 1681년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조류이다. 원래는 날 수 있었다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익숙해진 주위 환경에 안주하다 보니 몸은 비대해 지고 날개는 퇴화해 더는 날지 못하게 됐다는 통설이다. 도도새가 인간에게 알려지기는 1507년 포르투갈 선원에 의해서이었다. 칠면조보다 몸집이 약간 크고 행동이 민첩하지 못해서 쉽게 인간의 사냥 대상이 됐다. 그들이 낳은 알은 인간을 따라 들어온 원숭이 생쥐, 돼지들의 먹잇감이 됐고 이는 곧 그들의 멸종을 촉진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어에서 ‘도도’는 바보 멍청이를 뜻한다고 한다. 그 후로 섬이 네덜란드인들의 유형지로 쓰이면서는 인간의 남획이 더 심화 되고 그들의 수는 급감하여 종국에는 멸종의 운명을 맞게 됐다.     도도새의 멸종에서 교훈을 얻는다. 생존 수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편안한 주위 환경에 안주하려는 안이한 타성에서 과감히 탈피함으로써, 변화하는 생태계에 빨리 적응하는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 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은 곧 생존에 필요한 생태계의 파괴를 뜻한다. 지구 위에는 인간의 자연 파괴 행위 때문에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이 적지 않다. 자연법칙을 어겨 가며 멸종을 재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연의 섭리 하에 공존·공생한다는 신념을 간직했으면 한다. 라만섭 / 회계사열린광장 도도새 멸종 도도새가 인간 크리스퍼 유전자 자연 파괴

2022-07-27

[J네트워크] 왜 쓴맛은 제각각일까

인간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쓴맛이 있다. 단맛 수용체는 딱 한 종류다. 하지만 쓴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25종이나 된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그대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자몽의 쓴맛에 민감한 사람이 있고 IPA 맥주의 쓴맛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 요즘 인기가 상승 중인 제로칼로리 음료를 마시고 나서도 어떤 사람은 쓴맛을 느낀다. 유전적으로 혀의 쓴맛 수용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설탕은 단맛 수용체만을 자극하지만 사카린·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는 단맛 수용체에 더해 쓴맛 수용체와도 결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쓴맛 수용체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제로칼로리 음료를 마시면 단맛 뒤에 쓴맛이 남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달콤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는 거다.   쓴맛 수용체는 개인에 따라 발현 정도에도 차이가 크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은 ‘맛의 원리’에서 그 차이가 최대 1000배까지 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쓴맛 감각이 이렇게 개인 차가 큰 이유는 뭘까. 과학자들의 추측에 따르면 쓴맛을 피하는 게 인류의 생존에 중요했기 때문이다.     야생에서 쓴맛이 나는 식물은 독성을 가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집단 내의 사람 모두가 쓴맛을 동일하게 감각한다면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 채집한 식물을 쓴맛 때문에 안 먹는 사람은 혹시라도 그 식물이 독성이 있는 것이었을 때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쓴맛 수용체의 다양성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관찰되는 특성이다. 개구리는 사람보다 쓴맛 유전자 종류가 두 배로 많다.   어린이가 채소를 싫어하는 현상도 쓴맛 때문이다. 이제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유아가 만약 쓴맛에 둔감하다면 무엇이든 입에 넣고 삼킬 위험이 있다. 집이 아닌 들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결과는 더 끔찍하다. 특히 슈퍼테이스터로 불리는 일부 사람은 쓴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들은 혀에 버섯 모양 돌기가 많아서 맛을 더 강하게 느낀다. 달면 더 달고 시면 더 시고 쓰면 더 쓰다.   이런 현상을 처음 발견하고 슈퍼테이스터란 이름을 붙인 심리학자 린다 바토슉에 따르면 슈퍼테이스터는 전체 인구의 25% 정도이다. 이들은 채소를 싫어하고 편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렇게 미각이 민감한 사람이라도 새로운 음식을 탐험하길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면 다르다. 맛이 자극적이거나 쓴맛이 나더라도 도전을 반복하면 그 음식을 즐기게 된다.   쓴맛은 다양하다. 옆자리에 앉은 미식가가 느끼는 쓴맛을 나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남들은 다 좋아하는 음식을 나는 쓰다고 싫어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르게 세상을 감각한다. 쓴맛은 말한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현실로 받아들이라고.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J네트워크 제각각 쓴맛 쓴맛 수용체 쓴맛 유전자 단맛 수용체

2022-07-20

[열린광장] 도도새의 멸종이 주는 교훈

유전자 편집에 관한 연구가 생명공학 과학자들 간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워싱턴 DC에서 미국, 영국 그리고 중국의 해당 분야 학자들이 모인 대규모 국제회의가 있었다. 난자, 정자, 배아 등의 인간 생식 세포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다. 사안의 성격상, 윤리 문제가 제기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분야이다.     유전자 편집(gene-Editing)은 2020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는 것인데, 듀폰(DuPont) 회사에서는 이 기술을 농작물 생산에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중국 과학자들은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통한 ‘유전자 편집 인간’을 만들어 내어 사회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DNA를 수정하여 인간 생식 세포 계열을 편집한 것이다.  섬뜩한 일이다.     민감한 분야이다 보니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돌연변이 같은 함정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들었다. 만일 히틀러 같은 사람에게 이 같은 기술이 노출된다고 가정하면 가공할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뻔하다.     현재 인류는 기후 변화에서 오는 여러 가지 재해를 일상에서 겪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연의 법칙은 그 누구도 비켜 갈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이다.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외딴섬에서 평화로이 살다가 갑자기 천적을 맞아 멸종하게 된 도도새의 운명을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기록에 의하면 도도(dodo)새는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 모리셔스(Mauritus)에서 무리 지어 서식하던 새인데, 1681년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조류이다. 원래는 날 수 있었다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익숙해진 주위 환경에 안주하다 보니 몸은 비대해 지고 날개는 퇴화해 더는 날지 못하게 됐다는 통설이다. 도도새가 인간에게 알려지기는 1507년 포르투갈 선원에 의해서이었다. 칠면조보다 몸집이 약간 크고 행동이 민첩하지 못해서 쉽게 인간의 사냥 대상이 됐다. 그들이 낳은 알은 인간을 따라 들어온 원숭이 생쥐, 돼지들의 먹잇감이 됐고 이는 곧 그들의 멸종을 촉진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어에서 ‘도도’는 바보 멍청이를 뜻한다고 한다. 그 후로 섬이 네덜란드인들의 유형지로 쓰이면서는 인간의 남획이 더 심화 되고 그들의 수는 급감하여 종국에는 멸종의 운명을 맞게 됐다.     도도새의 멸종에서 교훈을 얻는다. 생존 수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편안한 주위 환경에 안주하려는 안이한 타성에서 과감히 탈피함으로써, 변화하는 생태계에 빨리 적응하는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 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은 곧 생존에 필요한 생태계의 파괴를 뜻한다. 지구 위에는 인간의 자연 파괴 행위 때문에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이 적지 않다. 자연법칙을 어겨 가며 멸종을 재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연의 섭리 하에 공존·공생한다는 신념을 간직했으면 한다.  라만섭 / 회계사열린광장 도도새 멸종 도도새가 인간 크리스퍼 유전자 자연 파괴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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