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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매머드 유전자에 담긴 의미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빙하기의 아이콘이자 코끼리의 사촌격인 매머드(mammoth)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왔다. 그렇지만, 정확한 표현은 털복숭이 매머드(wooly mammoth)가 맞다. 우선, 털복숭이 매머드의 특징은 푹신한 머리카락과 작은 귀, 내한성을 위해 지방 저장 능력이 높은 체질과 건조한 귀지를 가지고 있다. 추위에 적응한 체형이 많은 유전적 정보를 제공해 준다.  
 
16년 전 독일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을 때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채굴한 매머드의 어금니, 즉 상아가 홍콩으로 밀반입 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다. 중국은 과거 상아를 조각해 황제에게 진상했을 만큼 상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이 코끼리 상아보다 더 귀한 매머드 상아를 은밀히 채집해 거대 마켓이 형성된 홍콩으로 반입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매머드 상아의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범죄집단에 의해 불랙마켓이 형성되어 고가에 반출된다고 한다.  
 
러시아의 시베리아에는 거대한 동토층이 형성되어 있고 그 동토층에 매머드 사체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매머드 사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호스처럼 강력한 수압으로 언 땅을 녹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는 기후변화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고농도 메탄을 포함하고 있는 동토층을 파괴함으로써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벌이에만 눈이 먼 범죄자들은 동토층 중요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베리아에서 매머드와 상아를 도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동토층이 파괴되었는지 알 수 없다.  
 


매머드의 유전적 평가를 위해서, 시베리아 동토층에 보존된 매머드 사체를 기반으로 23개의 게놈을 분석해 현 아시아와 아프리카코끼리 28마리의 게놈 분석과 비교했다. 이 연구의 목표는 코끼리에는 없는 돌연변이, 즉 털복숭이 매머드에게만 있는 유전적 적응력을 찾는 것이다. 그 결과 매머드는 유전적으로 촘촘한 털, 지방 저장 및 신진대사, 열 감각 능력 등 추운 북극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게놈 분석은 70만년 전의 초기 매머드와 나중에 살았던 다른 매머드가 북극 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즉, 지구의 기후가 차가워졌을 때 (빙하기), 등장한 이 종은 유라시아 북부와 북미 지역에 서식했다. 대부분의 매머드는 대략 1만년 전 빙하기 말기에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멸종했다. 마지막 매머드 개체는 4000년 전 시베리아 연안의 북위 71도 랭겔 섬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연구 결과는 독특한 돌연변이의 92%가 지속적인 진화와 함께 종의 초기에 이미 존재했음을 언급했다. 즉, 매머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푹신한 털과 귀는 더 작아지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70만년 전의 초창기 매머드는 마지막 빙하기의 매머드보다 귀가 더 컸을 것으로 추정했다. 즉, 털북숭이 매머드는 키가 약 4미터로 현대 아프리카코끼리 정도의 크기였지만, 귀 표면에서 체온이 손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귀는 훨씬 작은 모습으로 진화되었다고 한다.  
 
매머드의 모피 유형 및 성장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는 현대의 코끼리와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하나는 빗질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건조하고 곱슬 거리는 모발이 특징인 ‘빗질할 수 없는 모발 증후군 (uncombable hair syndrome)’ 과 관련성이 있다. 촘촘하고 푹신한 털은 점점 추위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연구는 매머드의 머리 색깔이 붉은색이 가미된 갈색이었다는 것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됐다. 또 면역계와 관련된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그 종이 어느 시점에서 심각한 병원체의 발생에 적응했는지를 알 수 있게도 한다.  이렇듯 매머드는 과거의 생활상을 유전자에 기록한 채 동토층에 보존되어 있다 인간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긴 세월 동안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환경에 순응하는 진화를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의 발달은 베일에 싸였던 진실을 알려 준다.  
 
시베리아의 동토층은 타임캡슐이다. 동토의 융해는 매머드를 비롯한 미지 미생물의 존재 등 생물학적 측면과 매탄폭탄이라는 지구화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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