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디아스포라
42년째 미국에서 한국인 의사로 일하면서 치료해온 많은 환자, 10명 중 2명은 한국인 환자 그리고 8명은 외국인 환자였습니다. 이들 외국인 환자들은 대개 자기들은 미국인이고 한국인 의사인 본인은 외국인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은 미국인 환자, 실제로는 본인보다 약 한 세대 전에 미국에 이민해 온 한 외국인 환자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마리아는 젊은 시절 턱 보트를 운전하던 아주 강인해 보이는 이탈리아 혈통의 여성으로 1993년 그녀의 나이 46세에 유방암으로 왼쪽 유방전절제술과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검은 레인코트를 팔에 걸치고 6층 수술대기실 창가에서 걱정스럽게 창밖을 응시하던 유대인 혈통의 그녀의 남편 이삭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부부는 오존 파크에서 카펫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수술 후 마리아와 이삭은 6개월마다 그리고 5년 후 1년마다 꾸준히 오피스 방문을 하며 친근하게 되어 가끔 가족 이야기도 하고 때가 되면 오피스의 카펫을 아주 싼 값으로 바꾸어 주고는 했습니다.
2018년 마리아는 오른쪽 유방촬영에 이상이 있어 조직 검사결과 0기 유방암(ER+DCIS)이 발견되어 오른쪽 유방 부분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마취과 과장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모습이 매우 흡사한 이삭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수술 후 회복실에서 그녀의 곁을 지켰습니다. 그녀는 방사선 치료 및 호르몬 치료를 받기로 예약하였습니다. 2019년 그녀의 남편 이삭이 갑자기 돌아가신 후 그녀의 방문이었습니다.
약 50년을 함께 한 부부였고, 무뚝뚝하지만 항상 그녀의 건강을 염려하던 이삭이 그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은 모두에게 참으로 뜻밖의 슬픈 일이었습니다. 이삭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차고의 이곳저곳에서 많은 현금을 발견한 그녀는 그것이 언젠가 이삭 없이 살아갈 마리아를 위한 저축이라는 데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른쪽 유방 방사선 치료를 끝맺었고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양측 유방에 암이 발생하여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하였으나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그녀의 딸 에리카는 늘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오피스를 방문하였으며 어머니의 양측 유방암 진단으로 걱정하던 그녀의 유방암 유전자 검사와 정기진단 소견은 이상이 없었으며 항상 동행한 홀로된 어머니에게 젊은이의 위트로 웃음을 주고는 했습니다.
2021년 4월 30일은 마리아의 마지막 방문이었습니다. 그녀는 2018년 오른쪽 유방암을 위한 호르몬 요법을 거의 끝냈고 유방 검사 및 유방 촬영 소견은 이상이 없었습니다. 2022년 4월 22일은 마리아의 1년 후 오피스 예약이 있었습니다. 마리아가 4월 22일의 예약을 지킬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2022년 4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4월 초 마리아가 급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는 연락을 그녀의 딸 에리카로부터 전해 받았습니다.
두 번의 유방암 수술과 치료, 평생을 함께하던 반려자의 죽음, 심근경색의 병원 응급실 진단이 있었으나, 약 삼십 년을 가까이 보살피던 이방인 외과 의사로서 두 번의 유방암 치료와 마리아의 뜻밖의 죽음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인과 관계를 생각합니다.
성갑제 / 의사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