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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이 가을에 필요한 부모님 보약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 하고잊혀져야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생각나는 10월 첫날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아! 어느새 새벽의 스산함이 긴바지, 긴소매로 손이 가게 한다. 하기야 입추가 8월 7일,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가 23일,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백로가 9월 8일, 추분이 9월 23일이었으니 변하는 계절의 수레 앞에 더위 신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릴 적 자연 시간에 배운 기억력을 소집해보면, 계절변화의 요체는 지구의 축이 23.5도 기울어진 채 자전하며 1년에 한 번 태양 주위를 돌도록 섭리하신 하나님의 지혜 때문이다. 따라서 북반부 중반에 위치한 한국과 미국은 때로는 태양의 광원을 직각으로 오랜 시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짧은 시간 비스듬하게 받으므로 여름에는 해수욕을, 겨울은 눈 덮인 산을 스키로 오르내리고 봄에는 꽃망울의 신비한 개함을, 가을에는 오색찬란한 단풍을 구경하는 등 같은 장소 다른 분위기 속에서 폭넓은 삶을 구가할 수 있다.
 
고대에도 이런 천체 운행을 암시하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음을 본다. 가나안 정복 전쟁 때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가 지는 태양을 향해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달아 너도 아일론 골짜기에 머물러라고 명하자 천체 운행의 주재자 하나님이 해의 운행을 하루 동안 정지시키므로 전쟁에 승리케 하셨고, 또 히스기야 왕 때 아하스의 해 그림자를 10도 물러나게 했다 함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가을을 남자와 연관시킨다. 아마 가수 이용의 노래처럼 남자들이 가을을 많이 타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그렇다. 가을, 그중 10월은 남자들을 한없이 쓸쓸하고 외롭게 하되 특히 홀로 사시는 어른들에게 말이다.
 
사회성이 좋기로 알려진 붉은털원숭이 가운데 항상 무리에서 떨어져 외롭게 생활하는 놈을 대상으로 백혈구를 조사해 보니 놀랍게도 외로움을 잘 타는 노인들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껏 스트레스를 준 뒤 피검사를 하니 노르에피네프린이란 호르몬의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 호르몬은 미성숙 단핵구가 많아 항바이러스 유전자의 생성을 저해하는 물질이란다. 그 후 원숭이에게 바이러스성 질병을 주입하자 뇌와 혈액에 넓게 퍼졌다고 한다. 외로움이 질병에 취약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다.
 
필자의 부친은 72세를 사셨다. 동갑이셨던 어머니는 그보다 5년 일찍 67세에 돌아가셨다. 젊어서 지켜본 아버지는 물 한 그릇도 손수 해결하시는 법이 없으셨다. 모두가 어머니가 대신하셨다. 그렇게 수족처럼 받들며 사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의 건강은 쉽게 무너져 내렸고 종래는 허리, 무릎, 뼈의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어 앉고 일어서심이 불편한 채 어머니 곁으로 가셨다. 지금 생각하니 어머니 없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가져다준 항바이러스 결여로 생명 단축현상을 빚은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이 시간 한쪽 부모님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자녀들 계시면, 보약보다 귀한 보약, 외롭고 쓸쓸함에 맞는 처방을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지켜드리길 권면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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