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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이게 다는 아니겠죠?

조카가 딸을 낳았다. 조카사위는 눈이 크고 키도 크고 인물이 좋다. 훈남 아이돌 같다. 조카는 그 반대로 키도 눈도 작은 얌전이. 아기는 누가 봐도 모계로 보인다. 아빠 닮아 눈이 크면 좋으련만 하고 속으로 살짝 아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 할 말 없으니 “귀엽네” 하며 축하 인사했다. 심지어 내 남편은 “장군 같네”라고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딸이다.
 
우리 집의 4남매는 모두 눈이 크다. 우리 형제들은 친가와 외가가 왕눈이어서 큰 눈엔 별 매력을 못 느꼈는지 배우자는 모두 작은 눈의 홑꺼풀을 골랐다. 세 며느리와 한 사위가 모두 쌍꺼풀이 없다. 무쌍의 가늘고 긴 눈을 가졌다.
 
내가 결혼할 땐 역시 큰 눈의 이모가 내 옆구리를 찌르면서 “왜 저런 눈을 골랐니? 저런 눈은 성깔이 있는데”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나는 느끼한 쌍꺼풀보다 성깔 있는 외까풀 선호파이다.
 
둘째 남동생의 큰 눈과 올케의 작은 눈 사이에 태어난 조카는 작은 눈을 가질만하다. 그 조카가 큰 눈의 조카사위 사이에 다시 작은 눈의 아기를 낳았으니 한번 알아봐야겠다 싶어서 오래전 배운 멘델의 법칙을 찾아봤다.
 
먼저 쌍꺼풀은 있는 것이 우성이란다. 따라서 쌍꺼풀의 유전은 멘델에 따르면, 우열의 법칙에 의해 쌍꺼풀과 외까풀 유전자를 모두 가진 (일명 잡종인 사람)은 우성인 쌍꺼풀을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외꺼풀의 눈을 가진 부모에게서 쌍꺼풀이 있는 자식은 태어날 수 없단다. 열성은 숨어 있어 표현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우성은 숨을 수 없기 때문인데, 쌍꺼풀에 대해 열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끼리 결혼을 한다면 외까풀이 태어나는 게 상식이라고 한다. 작은 눈의 손녀 덕분에 고모할머니가 열심히 구글링을 해보았다.
 
얼마 전 이런 글을 읽었다. “눈이 정말 작은 제자가 있었는데 여자 친구와 스티커 사진을 찍은 후 헤어지게 됐다고 한다. 이유인즉, 찍은 직후 잡티제거 기능을 눌렀는데 그 순간 사진에서 제 눈이 없어져 버린 걸 본 여자 친구가 연락을 끊더라고요.”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K교수님의 제자 이야기였는데 웃으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조카에게 아기 사진 찍을 때 잡티제거 기능을 누르지 말라고 속히 알려야겠다 싶었다.
 
올케와 전화로 수다 떨다가, 사위가 했다는 말을 전한다. “장모님, 아기 눈이 이게 다는 아니겠죠? 점점 커지겠죠?”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묻더란다. 아이가 자라 몸집이 커지고 키가 커지고 해도 눈 사이즈가 비례해서 커지지는 않는다. 아기 살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눈이 커 보이기는 하겠지.
 
과학의 힘을 빌려서 눈은 커질 수도 있으니 너무 염려 말게 정서방. 그리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천 번이나 변한다네.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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