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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쓰지 못한 소설

4월 2일 아침, 바닷가 낚시터에서 제물을 발견했다. 사과 한 접시, 쿠키 한 접시가 잡은 고기를 손질하는 도마 위에 차려져 있었다. 바나나 접시는 바람에 날려 바닥에 떨어져 있고 새가 먹다 만 과자도 흩어져 있었다. 약 2년 전부터 낚시터에는 이름 모르는 남자의 사진과 함께 조화가 꽂혀 있었다. 오늘이 그가 운명한 날인지도 모른다.   로잘린 하버 바닷가에 아침마다 기도하는 아시아계 여인이 있다. 그녀는 추운 날씨에도 10분 정도 엎드려 절을 한 후 작은 배낭을 메고 달린다. 언젠가 굿모닝 인사를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벌써 5년은 되었을 것이다. 베트남 여행 중 하노이 근처에 있는 작은 사당을 찾았다. 한 젊은 여인이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며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진실해 보여 유심히 바라보았다. 여인은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베트남은 긴 나라다. 남쪽 호지명 시티(사이공)에서 북쪽 하노이까지는 1100마일, 인구도 8000만이나 된다. 호지명 시티는 태평양에 인접해 스페인, 포르투갈 해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피부색, 언어도 다르고 문화적으로도 유럽에 가깝다. 중국과 붙어 있는 수도 하노이는 중국의 영향권에 속하고 중국계 후손이 많다. 문화적으로도 불교, 유교 전통이 강하다. 도로변 주택에는 한 집에 3대가 기거하고 있고, 마을 입구에 귀신 먹으라고 음식을 차려 놓은 것을 목격했다.   베트남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영어로 쓰고 싶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인의 사진을 사 왔다. 책의 표지로 디자인할 생각이었다. 소설의 줄거리를 구상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장교와 미군 장교 친구가 있었다.   한국 장교는 주말에 미군 장교와 어울렸다. 어느 날 카페에서 두 베트남 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한 여자는 하노이 근처에서 내려온 사람, 조용한 미소, 수수한 차림, 수심에 찬 얼굴에는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다른 한 여자는 화려한 옷차림에 발랄한 성격, 유럽 피가 섞였는지 이국적이었다. 두 여인 모두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두 장교는 어느 여자가 더 마음에 드는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한국 장교는 화려한 베트남 여인을, 미군 장교는 전통적인 북쪽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들의 데이트는 계속된다. 미군 장교는 어느 날 여자가 사는 마을을 찾아간다. 그녀는 집에 없었다. 사당에서 향불을 피우고 절을 하고 있었다. 그는 먼발치에서 심각하도록 경건한 그녀를 바라본다. 여인에게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 있었다. 남자는 왜 그렇게 절을 하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매일 절을 합니다. 전쟁에서 숨진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참전 중인 오빠의 무사 귀환을 위해 빕니다.” 미군 장교는 충격을 받고 그녀의 무속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 장교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런 여자가 싫다. 서구적인 베트남 여자가 훨씬 좋다. 그런데 결혼은 어려울 것이다. 부모님이 월남 여자와의 혼인을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장교는 의아해했다. 우리 부모는 내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내가 그녀를 택한다면 그것은 나의 선택이다. 전쟁이 끝나고 미군 장교는 그녀의 믿음을 존중하고 아름다운 베트남 여인과 결혼, 미국에서 행복하게 산다. 한국 장교는 베트남 여인을 부모에게 선보였다가 큰 야단을 맞고 헤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구상만 했을 뿐 소설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소설을 쓰려면 다시 베트남 전쟁 현장을 찾아다니고, 미국과 한국, 베트남에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1~2년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시도할 수 있겠지만 건강이 허용할지 알 수 없다.   바닷가 공원에는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수많은 사람이 드나든다. 해를 바라보고 돗자리 깔고 절하는 무슬림들, 물가에 모여 세례받는 기독교인, 아침 해를 바라보고 기도한 후 조깅하는 여인, 제물을 차려놓고 비는 사람들,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모두는 모두의 믿음과 사생활을 존중한다.     이날 비가 내렸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머리 숙이고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모두가 모두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소설 베트남 여자 베트남 여인 베트남 전쟁

2024-04-09

[음악으로 읽는 세상] 나비부인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음악적으로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편안하게 즐길 만한 것이 못 된다. ‘나비부인’은 일본의 나가사키 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핑커톤이라는 미군 장교와 일본인 게이샤 초초상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오페라다. 동양 여자가 자신을 희생하며 맹목적으로 서양 남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서양 사람들에게는 판타지일 수 있지만, 우리 같은 동양인에게는 별로 유쾌한 이야기가 못 된다.   미군 장교 핑커톤은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전형적인 서양 남자다. 나가사키 항에 내린 그는 배가 새로운 도시에 닿을 때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데리고 놀’ 여자를 구한다. 일본인 포주는 그에게 어떤 여자든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단돈 100엔에 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 음흉한 남자들의 행각에 걸려든 것이 바로 초초상이라는 게이샤다. 핑커톤은 그녀와 장난삼아 결혼하지만 초초상의 사랑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녀는 핑커톤과의 사랑에 목숨을 걸었다.   핑커톤은 잠시 초초상을 데리고 놀다가 다시 배를 타고 나가사키 항을 떠났다. 그 후 핑커톤의 아들을 낳은 초초상은 하염없이 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기다림이었다. 핑커톤은 본국으로 돌아가 다른 여자와 정식으로 결혼을 한다. 핑커톤이 본부인을 대동하고 자기 앞에 나타났을 때, 초초상은 진실을 알게 된다. 삶의 희망을 잃은 그녀는 어린 아들을 남겨둔 채 단도로 자기 가슴을 찔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초초상은 아리아 ‘어떤 갠 날’에서 핑커톤이 “나의 버터플라이!”라고 부르며 자기에게 돌아오는 날을 상상한다. 그렇게 한동안 달콤한 꿈을 꾼 다음 그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외치며 노래를 끝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외침이 처절한 절규처럼 들린다, 그 사랑이 곧 파국으로 끝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나비부인 게이샤 초초상 서양 남자 동양 여자

2024-03-18

[오늘의 생활영어] anyway you look at it; 어떻게 보더라도

(Roberta is talking to Roger during lunch … )   (로버타가 점심 먹으면서 로저와 얘기한다…)   Roberta: So how are you getting to the airport on Friday?   로버타: 그래 금요일에 공항에 어떻게 갈 거야?   Roger: I’m up in the air about that.   로저: 아직 결정된 것 없어.   Roberta: Are you going to take a taxi or a bus?   로버타: 택시타고 갈 거야 버스타고 갈 거야?   Roger: I don’t have the slightest idea.   로저: 난 잘 모르겠어.   Roberta: A taxi will get you there much faster but it’s more expensive.   로버타: 택시타고 가면 훨씬 빠르지만 더 비싸지.   Roger: And a bus?   로저: 버스는?   Roberta: The bus will be cheaper but it will take you longer to get there.   로버타: 버스는 더 싸지만 가는데 더 오래 걸릴 거야.   Roger: So any way I look at it it's going to cost me.   로저: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돈이 드네.   Roberta: Yes. I would take you but I have a lot on my plate on Friday.   로버타: 응. 내가 데려다 주고 싶지만 금요일에 내가 아주 바쁠 것 같아.   Roger: Oh I understand. That’s okay.   로저: 알았어. 됐어.   기억할만한 표현   * up in the air: 미결상태다 불확실하다     "She's up in the air about renting that apartment near the beach." (그 여자 바닷가 그 아파트를 임대할지는 미결상태에요.)   * (one) does not have the slightest idea: 전혀 모르겠다     "I don't have the slightest idea where my keys are." (제 열쇠가 어디 있는지 저도 전혀 모르겠어요 .)   * (one) has a lot on (one's) plate: 할 일이 아주 많다 아주 바쁘다     "I can't play golf this weekend because I have a lot on my plate." (전 이번 주말에 할 일이 많아서 골프를 못 치겠어요.)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look airport on plate on 여자 바닷가

2024-01-07

한인 공연 예술가 강주은 뉴욕 무대서 맹활약

  문학·영화·연극·회화 등 다방면의 예술 장르에서 퍼포머와 창작가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뉴욕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인 공연 예술가 강주은(JueunKang)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을 배우 그리고 ‘부조리 공연을 만드는 사람(absurdist performance maker)’으로 소개하는 강주은은 중학생 때부터 꿈을 찾고자 서울에 있는 가족과 집을 떠나 밴쿠버, 보스턴, 미시간을 거쳐 시라큐스와 런던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2년 전 뉴욕에 도착했다.     그 동안 뉴욕에서 무려 16개의 독립영화를 쉬지 않고 꾸준히 찍어온 그의 활약들은 올해 결실을 맺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35회 뉴 페스트 영화제(35th New Fest Film Festival) ▶2023 뉴욕 단편 국제영화제(New York Short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23 스웨덴 보덴 국제영화제(Sweden Bode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23 런던 바운드리스 국제영화제(London Boundles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23 뉴욕 한인 영화제 KAFF (Korean American Film Festival) 등 유명 국제 독립영화제 수상·선정작인 ‘디어바네사(DEAR VANESSA)’, ‘콜라(COKE)’, ‘나에게서 멀리(FAR FROM ME)’ 등의 주연 배우로 연이어 출연, 뛰어난 연기력으로 세계 영화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주은이 카메라 앞에 있지 않을 때엔 주로 자신이 직접 극작 기획·연출 및 무대제작 그리고 퍼포머의 역할까지 맡으며 컨템포러리 광대극, 부조리극, 이머시브 전시 퍼포먼스 등 실험적인 융합예술 의식을 담아 경계를 초월하는 듯한 독특한 공연 형태로 관객과의 교감을 넓히고 있다.     특히 강주은의 대표적인 창작 부조리극 ‘조용한 섬들(ISLANDS NEVER SAY)’은 뉴욕의 ‘그래쓰루츠 극단’과 ‘더 쎌 극장’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매진과 함께 성공적인 초연을 치르며 뉴욕 첼시 관객들과 평단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또, 그의 오랜 친구이자 콜라보레이터인 채 리(Che‘Li)와 공동창작한 광대극 ‘두 여자(DOO INDAYZ)’는 지난 해 소호 ‘플레이하우스(Soho Playhouse)’에서 개최된 라이트하우스 창작연극제(Lighthouse New Play Festival) 경쟁부문에서 5월과 7월 두 차례 연이어 관객 투표를 휩쓸며 ‘우수연극’으로 선정되는 등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계에서 신예 연극인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두 여자’에서 컨템포러리 광대극의 선진적인 작품성과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를 인정받은 강주은과 채 리는 그들의 공동창작 광대극 시리즈를 잇는 신작, ‘아무도 아닌 자들(SOME NOBODIES)’을 내년 4월에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아무도 아닌 자들’ 공연 티켓 정보는 웹사이트(www.bricktheater.com) 참고. 박종원 기자강주은 공연 예술가 강주은 Jueun Kang 채 리 Che’Li absurdist performance maker 조용한 섬들 ISLANDS NEVER SAY 두 여자 DOO INDÁYZ 라이트하우스 창작연극제 우수연극 아무도 아닌 자들 SOME NOBODIES

2023-11-27

“아시안 젊은 여자는 착하다…렌트는 이들에게만”

#. “아시안 젊은 여자는 착하다. 렌트는 이들에게만 준다.” 뉴욕 퀸즈 아스토리아에 단독주택 건물 세 채를 갖고 있다는 한 타민족 집주인의 말이다.     “한국·일본의 젊은 여자는 착해서 계약서를 안 따진다. 내가 이들에게만 렌트하는 이유가 있다. 불만없는 조용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맨해튼·롱아일랜드시티에서 아파트를 렌트한다는 한 인도계 집주인의 말이다. 집주인을 대신해 아스토리아에서 단독주택·아파트 렌트를 중개하고 있다는 한인 에이전트 김모씨도 “집주인이 인종을 본다”며 “젊은 아시안 여자는 얼굴만 봐도 조용하고 깔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얼굴만 봐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자들은 들이지 않는다. 쫓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퀸즈 일대에서 한국·일본 출신의 젊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집을 렌트하려는 주인들이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퀸즈는 미주에서 한인이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특히 롱아일랜드시티·서니사이드·아스토리아·플러싱은 맨해튼보다 저렴한 렌트로 유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 인기다.   22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아시안 여성 전용 매물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성만 넣어 거주하게끔 하는 안전상의 이유가 아니라 젊은 아시안 여성을 특정해 선호한다는 내용이다.   집주인이 계약시 젊은 아시안 여성에게 불공정 조건을 강요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상대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다. 일부 집주인은 자신의 정보는 공유하지 않고 계약을 강요한다. 아스토리아의 한 단독주택을 거래한다는 집주인은 1층에 자신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거주지는 다르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롱아일랜드시티의 한 집주인은 건물을 판매할 예정이면서도 젊은 아시안 여성만 상대로 렌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아시안 여성답지 못하다”거나 “한국 아줌마처럼 질문이 많다”는 등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일본계 젊은 여성에게만 렌트하는 서니사이드의 한 타민 집주인은 이달 갑작스레 월세를 올렸다. 월세가 오른 내막을 묻는 세입자에게는 묵묵부답이다.   젊은 아시안 여성에게만 렌트하는 아스토리아의 한 집주인은 세입자의 방에 통보없이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끼워넣었다. 이 집주인은 자신의 정보는 공개하길 거부했지만 계약서를 통해 세입자의 한국 부모님 이름·연락처도 작성하길 요구했다.   롱아일랜드시티의 인도계 집주인도 한국 부모님의 이름·연락처를 요구했다.   그는 “젊은 아시안 여성은 말을 잘 들어 불만이 없다”면서도 “불만이 있다면 이상한 아시안 여성이다. 불만을 말하면 바로 한국 부모에게 연락한다”고 했다. 이 집주인의 아파트는 곧 판매 예정이나 여전히 젊은 아시안 여성을 대상으로 렌트하고 있다.   뉴욕주법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적절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세입자 조직도 결성할 수 있다. 집주인이 이를 저지하는 것은 불법이다. 특히 거주 관련 문제·건물 수리·갑작스러운 월세 인상·안전 등을 정당하게 질문하는 세입자에게는 어떠한 형태의 보복도 해선 안 된다.   한국·일본계 젊은 여성만 선호한다는 부분도 연방·뉴욕주법에 따라 문제가 된다.   연방·뉴욕주법은 집주인이 국가·성별·연령·인종 등을 이유로 렌트를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불법행위를 겪는다면 사건 발생 1년 이내에 뉴욕시인권위원회(NYCCHR)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세입자괴롭힘방지태스크포스(THPT)에도 이메일(THPT@hpd.nyc.gov)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강민혜 기자일본 아시안 아시안 여자 아시안 여성 아파트 렌트

2023-11-23

[글마당] 소하의 죽음에 대한 여자들의 가십

소하의 죽음에 대한 친정 식구들은 시부모 구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집 식구들은 미국에 초청한 친정 식구들이 자리 잡는데 도와달라는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또 다른 엇갈린 소문은 ‘남편의 외도로 속 썩이다’가 쓰러졌다고 여자들은 쑥덕거렸다.   소하는 봉제 공장을 다니다가 미싱 서너 대를 가라지에 들여놓고 바느질 공장을 차렸다. 미싱이 불이 날 정도로 달궈지면 다른 미싱으로 옮겨가며 밟았다. 밥때가 되면 배고프다는 시부모 성화에 부엌데기로 세상 밖을 나가지 못하고 돈 버는 기계였다. 영어를 읽을 줄 몰라서 운전도 할 수 없었다. 온몸에는 무지개색 실밥이 풀풀 날렸다. 머리는 산발이었다. 혈색은 누렇게 떴고 병색이 돌았다. 남편도 실밥 묻은 홈드레스 입은 초라한 소하의 모습이 창피한지 외면하고 먼 산 보듯 했다.     “너 하라는 미싱질은 하지 않고 언제 시민권을 따서 친정 식구를 부른 거야. 누구 맘대로. 두고 보자 하니까 이게 못 하는 짓이 없네.”   시부모의 폭언 수위가 높아졌다. 옆집 사는 손위 시누이는 머리채를 낚아챌 기세로 툭하면 달려왔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남편은 골 아프다고 집 나가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는 한인타운에서 가게 하는 여자와 눈이 맞아 딴 살림을 차렸다. 시부모와 시누이는 상냥하고 싹싹한 내연녀 편으로 돌아섰다. 단지 소하를 내치지 못하는 것은 미싱만 밟으면 내연녀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소하와 더 멀어진 데는 친정 식구도 한몫했다. 친정 식구들이 미국에 오면 자기에게 힘을 실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들이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남편 앞에서 소하를 끌어내리기에 급급했다.     “소하야, 너는 미국에 온 지 꽤 됐는데 도로표지를 읽지 못해 프리웨이를 타지 못한다며. 네 동생 정인이는 오자마자 차를 몰고 프리웨이를 싱싱 달리는데. 네 꼴이 그게 뭐냐. 머리라도 제대로 빗던지. 김 서방 바람피워도 할 말 없겠다.”     엄마를 구박하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자란 소하의 딸과 아들도 엄마를 무시하다가 대학으로 떠난 후 돈 달랄 때만 연락했다. 남편은 이혼하자고는 하지 않았다.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었다는 뻔뻔한 태도로 내연녀의 가게 셔터맨을 하며 두 집 살림했다. 이따금 시부모를 본다는 핑계로 와서 돈을 집어 갔다. 시누이 남편은 심장마비로 쓰러져 갑자기 죽었다. 시누이는 생명 보험금을 타서 친구들과 크루즈 여행 다니느라 바빴다. 두 자식 모두 부모에게 살갑게 굴지 않고 크루즈 여행 한 번 가자고 하지 않는 것에 시부모는 섭섭했다. 잔소리와 악다구니가 점점 줄어들더니 드디어는 소하의 눈치를 보며 뒷방 늙은이가 됐다. 시아버지가 죽고 그 이듬해 시어머니도 죽었다.     남편은 내연녀의 가게가 잘 안되는지 집에 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남편이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말을 섞지 않다가 눈빛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죽음 여자 시누이 남편 시부모 성화 시부모 구박

2023-10-06

[삶의 뜨락에서] 절망에서 희망을

지난주는 나에게 아주 힘든 한 주였다. 직장에서 한꺼번에 3명의 죽음을 마주쳐야만 했다.     첫 번째 환자는 76세로 40년을 신경외과 중환자실(neurosurgery intensive care unit)에서 근무하다가 72세에 은퇴한 간호사였다. 은퇴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 후 일 년 만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항상 남편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 병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지난주에는 그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뇌전증 발작(seizure)을 일으켜 앰뷸런스에서 응급실로,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왔다. CT 스캔 결과 평소에 고혈압이 있었던 그녀는 뇌혈관이 터졌고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 뇌부종과 뇌사로 판정이 났다. 평생 열심히 살아왔던 그녀는 그렇게 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거의 실성하다시피 환자의 남편은 계속 울다 웃기를 반복하며 그동안 제대로 못 해준 것에 대해 후회하며 사과했다. 보통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주 보는 시나리오이다. 환자가 죽고 나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잘해주었던 일은 다 잊고 못 해준 일, 서운하게 해주었던 일들을 후회한다.     두 번째 환자는 32세의 여자 환자로 백혈병 치료 과정 중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녀는 러시아에서 의대를 마친 후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고자 4년 전에 어렵게 비자를 받아 뉴욕에 왔다.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그녀는 올 7월부터 우리 병원에 수련의 자리를 따냈다. 준비 과정 중 신체검사에서 5월에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바로 항암 치료에 들어갔고 두 번째 사이클을 마친 후 항암 약 합병증의 하나인 심근병증(cadiomyopathy)을 겪게 되었다. 증상은 날로 악화하여 심부전의 결과로 호흡 곤란, 피로, 다리부종이 오고 심근의 수축력이 떨어져 펌프 기능을 잃게 되었다.   환자의 전 가족은 러시아에 있고 여기는 지난 4년 동안 사귀게 된 지인들이 전부였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심근 강화제와 혈관 수축제 6종류나 투여했지만 환자의 장기는 하나둘씩 기능을 잃어갔다. 마지막으로 호흡 곤란이 왔다. 이제 인공호흡기 꽂을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는 그녀의 폐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해줄 뿐 환자를 정상으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었다. 의사는 러시아에 있는 환자의 어머니와 화상통화를 한 후 더는 치료를 계속하지 않기로 했다. 환자는 점점 의식을 잃어서 우리는 날마다 화상통화로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에게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환자는 결국 토요일에 숨이 멎었다. 토요일은 유대인의 안식일로 러시아 유대인인 그녀는 방문객 한 명 없이 홀로 쓸쓸히 떠났다. 임종이 임박하여 랍비와 지인들에게 전화 통화를 해도 누구 하나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병원 규칙상 환자의 시신은 냉동실로 옮겨갔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안타까운 상황, 또 쓸쓸히 홀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지리적인 또한 종교적인 이유가 나를 혼미하게 했다.     세 번째 죽음은 현재 우리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15년간 일해 왔던 주임 의사였다. 49세인 그녀는 토요일 아침 주거지인 맨해튼 자신의 콘도에서 발견되었다. 금요일 정상 근무를 마친 후 심한 두통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곧장 퇴근했다고 한다. 사인은 구형 뇌동맥류(Saccular Brain Aneurysm)으로 판명 났다. 결국 뇌동맥류가 터져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이다. 그녀는 싱글이었고 의대 교수와 중환자실 주임 의를 겸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 정말 애석하고 믿기지 않았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이 경우가 아닌가 한다. 이 세 명의 죽음은 나를 가로막고 잠시 내 뒤를 돌아보게 했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고 있을까. 나에게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 오늘 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일을 뒤로 미루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절망 희망 신경외과 중환자실 여자 환자 보통 환자

2023-10-06

[우리말 바루기] 휘두나 휘두르나

누구라도 표적이 될 수 있는 ‘묻지마 범죄’가 늘고 있다. 실제로 “특별한 이유 없이 행인에게 흉기 휘둔 20대 남자 붙잡혀” “일면식도 없는 편의점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둔기 휘둔 40대 검거” 등과 같은 기사를 자주 접한다.   범죄 관련 기사에서 칼 따위로 위협하는 범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휘둔’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휘둔’을 ‘휘두른’이라고 해야 바르다. 이리저리 마구 내두르다는 뜻의 동사는 ‘휘둘다’가 아니라 ‘휘두르다’여서다. ‘휘둘다’의 활용형 ‘휘둔’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휘두르다’는 사람이나 일을 제 마음대로 마구 다루다는 의미도 있다. 이때도 “누가 전권을 휘둘고 있나”처럼 쓰면 안 된다. ‘휘두르고’로 고쳐야 한다. 휘두르다를 활용하면 ‘휘두르고·휘두르니·휘둘러·휘두른·휘둘렀다’가 된다. 어간의 끝음절 ‘르’가 어미 ‘-아’ ‘-어’ 앞에서 ‘ㄹㄹ’로 바뀌는 르불규칙용언이므로 ‘휘둘러·휘둘렀다’로 활용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비슷한 형태의 동사 ‘머무르다’는 ‘머물다’, ‘서두르다’는 ‘서둘다’라는 준말이 있어 ‘머문’ ‘서둔’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와 연관 지어 ‘휘둘다’를 ‘휘두르다’의 준말로 생각하기 쉽지만 ‘휘둘다’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짓무르다·주무르다·문지르다’도 마찬가지다. ‘휘두르다’를 ‘휘둘다’로 줄일 수 없는 것처럼 ‘짓물다·주물다·문질다’ 형태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우리말 바루기 편의점 여자 범죄 관련

2023-09-22

[잠망경] 여자, 여인, 여성

한 주일 내내 궂었던 날씨를 뒤로하고 며칠을 청명한 하늘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2023년 9월 중순 뉴욕 가을 초입이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어린 시절 동요 가사가 떠오른다.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부분에서 피식 웃는다. 어린 나이에 여자가 치마를 갈아입는 장면을 연상하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맞다. 방금 ‘여자’라 했다. 남자의 반대말로 쓰이는 여자. 군대 시절에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이라는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해변의 여인아~♪” 부분에서는 ‘여인’이라는 말이 아주 쿨하게 느껴졌다.   여인은 여자의 아어(雅語). 우아한 단어다. ‘해변의 여자야’, 하면 기분을 잡쳐버린다. 여자의 반대말은 남자지만, ‘여인’의 반대말로 ‘남인’이라고 하지는 않는 게 이상하다. 조선 시대의 사색당파 중 그 남인(南人)?   한국 소식에 50대 여성이, 그다음 날에는 70대 남성이, 어찌어찌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연거푸 여성, 남성 하는 말투가 좀 이상하게 들린다. 영어로 여성, 남성은 ‘female sex, male sex’라는 쪼다 같은 직역이 가능하다. 여자, 남자로 쉽게 표현하면 될 것을 요즘엔 왜 ‘sex, 性’에 대한 뉘앙스를 풍기려 하는가. 억지스러운 우스갯말로, 이런 식이라면, 동네 목욕탕의 남탕, 여탕을 ‘남성탕’, ‘여성탕’이라 할 참인가.   여성은 집합명사다. 여자라는 개인들의 집합체를 통틀어서 여성이라 부르는 것이다. ‘여성운동’이라는 말은 있어도 ‘여자운동’이라는 말은 없다. ‘여성상위시대’라는 표현을 ‘여자상위시대’라 하면 어딘지 잡스럽게 들린다. 여성과 여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치 인류(人類)라는 집합명사와 사람이라는 단수명사를 혼동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당신은 ‘옆집 사람’을 ‘옆집 인류’라 부르겠는가.   한국인들은 왜 여자를 여성이라 부르고 싶어 하는가. 내 나라, 내 집, ‘my wife’라는 말 대신 우리 나라, 우리 집, 우리 와이프라 지칭하듯 단수(單數)보다는 복수(複數)의 장벽 뒤에 숨으려는 수줍은 마음에서인가. 일개 여자보다 여성이라는 거대한 무리를 송두리째 소유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남성심리의 발로인가.   성(性)은 섹스를 연상시킨다. ‘여성’은 더 심한 연상이다. ‘sex’의 어원은 14세기 말경 라틴어 ‘section, 과(課)’하고 말뿌리가 같고, 처음에 ‘자르다, 분류하다’는 뜻이었다가 16세기 초에 동물의 ‘암컷, 수컷의 특징’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dissect, 절개하다, 해부하다’, ‘sect, 종파(宗派)’ 같은 단어와 어원이 같다.   ‘sex’는 1906년에 성교(性交)라는 뜻으로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는 기록이다. 영어도 우리말도 다른 성품, 이성(異性)과의 만남이 섹스다. 얼굴을 붉히거나 할 이유가 없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냉담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얼마 전부터 야수파 또는 인상파로 알려진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 그림 중에서 한 여자를 화폭에 담은 것들만 주제로 삼아 시를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시 제목을 “마티스 그림, ‘책 읽는 여자’에게”라 붙이고 한결같이 어찌어찌 하는 ‘여자에게’라 하며 지금껏 수십 편을 썼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모두 여자라는 말 대신 여성이라고 하는 세상에 ‘책 읽는 여성에게’ 하면 어떨까 하다가 기겁을 한다. 내 시를 여성이라는 집합 명사에게 증정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여자 여성 여자 남자 여성 남성 일개 여자

2023-09-19

19세 고프, US오픈 챔피언 등극

여자 테니스 '신성' 코코 고프(19·미국)가 올해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US오픈에서 여자 단식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고프는 9일 플러싱 메도코로나파크에 위치한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13일째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25·벨라루스)에게 2대 1(2-6, 6-3, 6-2)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4년생인 그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일궈냈을 뿐 아니라, US오픈 정상에 오른 역대 10번째 10대 선수가 됐다. 미국인 10대 선수의 US오픈 테니스대회 우승은 1999년 세리나 윌리엄스(은퇴)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세계랭킹 6위인 고프는 US오픈 정상에 오르면서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게 된다. 앞으로 시비옹테크(1위·폴란드), 사발렌카와 함께 여자 테니스계 최정상급 반열에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육상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프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였고, 다섯 살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 2019년 윔블던에서 역대 최연소인 15세 122일의 나이에 예선을 통과해 '테니스 천재'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시비옹테크에게 0대 2로 완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 윔블던에선 소피아 케닌(미국)에게 덜미를 잡혀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이에 따라 테니스계에선 고프의 실력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고프는 시상식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관중석에서 세리나, 비너스(윌리엄스 자매) 경기를 봤는데 이 대회에서 우승해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이들이 나를 믿지 않았고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기름을 부어준 셈"이라며 "덕분에 지금 내가 밝게 불타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us오픈 챔피언 us오픈 테니스대회 us오픈 챔피언 여자 테니스계

2023-09-10

US아주투어, 지구 반대편 그 섬에 가고 싶다 '뉴질랜드'

남태평양에 위치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이 한창이다. 미국은 온 대륙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월드컵 게임이 벌어지는 뉴질랜드 그라운드의 관중들은 두툼한 외투 차림 일색이다.     이번 여자 월드컵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9개 도시에서 치러진다. 특히 뉴질랜드에서는 4곳의 도시에서 경기가 열린다. 오클랜드의 이든 파크 웰링턴의 웰링턴 리저널 스타디움 해밀턴 와이카토 스타디움 그리고 더니든의 포사이스 바 스타디움이다.   뉴질랜드의 8월과 9월은 봄과 초여름 날씨다. 평균기온이 섭씨 10도에서 16도 사이로 축구 경기가 열리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여행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날씨다. 코끝을 살며시 자극하는 뉴질랜드의 밤공기는 상쾌하기 그지없다. 지구 반대쪽 뉴질랜드로 더위를 피해 날아가 볼까?     뉴질랜드는 2개의 섬이 남북으로 공존한다. 북섬의 관문은 '항해의 도시' 오클랜드. 미션베이는 여행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며 지열지대인 로토루아에서는 화산활동을 보기가 너무나도 쉽다. 펄펄 끓어오르는 머드풀을 지나면 어느새 폴리네시안 온천의 휴식이 우리를 반긴다. 반딧불의 은하수가 반사된 석순과 종유석이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와이토모 동굴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아그로돔 목장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세계적인 양 목장이다. 350에이커에 달하는 대초원에서 직접 양과 어울릴 수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촬영지인 푸른 초목의 레드우드는 영화 속 명장면의 생동감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유유히 흐르는 와이카토 강과 비옥한 레드우드는 뉴질랜드 아름다움의 원천으로 그야말로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다.   남섬의 자연 풍광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비할 데 없는 순수함이 베어 있다.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퀸즈타운은 다양한 액티비티로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번지점프에 몸을 맡긴 채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등골 오싹한 짜릿함을 잊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오르드에서 삼림이 울창한 우림과 빙하 계곡 시원한 폭포수가 그려지는 밀포드 사운드는 1만 2000년 전 빙하에서 만들어져 현재까지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2011년 대지진의 상처를 입은 크라이스처치는 타우포 호수를 낀 매켄지컨트리부터 멀리 북쪽 카이코우라까지 아우른다. 광활한 평야에서 고산준령까지 해안에서 빙하 호수까지 지구상의 생명력이 모두 어우러진 그곳이 바로 캔터베리 지역이다.   'US아주투어'는 오는 10월 2일 피지 호주 뉴질랜드 남북섬으로 12박 13일 일정의 남태평양 패키지를 떠난다. 가격은 정가 4998달러+항공에서 20% 할인된 3999달러+항공이며 선착순 모집한다.   ▶문의: (213)388-4000 뉴질랜드 반대편 호주 뉴질랜드 뉴질랜드 여자 뉴질랜드 아름다움

2023-08-13

한국 여자 월드컵팀 오늘 모로코와 일전…미국 등 주요 경기 잇따라

축구 팬들의 가슴이 다시 한번 뛴다.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진출한 한국 및 미국 대표팀이 잇따라 일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경기 일정(LA 시간)을 보면 ▶한국 대 모로코(29일 오후 9시 30분) ▶미국 대 포루투갈(8월 1일 자정) ▶한국 대 독일(3일 오전 3시) 등 굵직한 경기들이 잇따라 열린다. 〈표 참조〉   먼저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모로코를 상대로 16강 진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단판 승부를 가린다.   한국팀은 29일(오늘) 오후 9시 30분(LA 시간) 호주 쿠퍼스 스타디움에서 H조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양팀은 지금 벼랑 끝으로 몰렸다.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팀은 콜롬비아(0-2 패)에, 모로코는 독일(0-6 패)에 패했다. 16강 진출의 희망을 가지려면 양 팀은 이번 경기에서 양보 없는 승부를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다.   피파랭킹 17위인 한국팀은 대회전부터 모로코(랭킹 72위)를 첫승 제물로 여겨왔다.   일단 한국팀은 무조건 모로코를 잡아야 경우의 수를 노릴 수 있다. 비기거나 패하면 사실상 16강 진출이 힘들어진다.   3차전에서는 피파랭킹 2위인 독일과 맞붙는다. 모로코를 이긴다면 기세를 이어 독일과도 제대로 된 승부를 펼쳐볼 수 있다.   여자 축구 세계 랭킹 1위인 미국팀은 1일 자정에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미국팀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1차전에서 지난 대회 준우승팀인 네덜란드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미국팀은 포르투갈을 이기고 일찌감치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 짓겠다는 각오다.   한편, 여자 월드컵을 생중계로 보는 방법은 많다. 먼저 폭스 스포츠(foxsports.com), 스패니시 방송인 텔레문도(telemundo.com) 등에서 독점 생중계를 한다. 이 밖에도 피콕tv(peacocktv.com), 푸보TV(fubo.tv), 슬링TV(sling.com), 디렉트 TV 등에 가입하면 시청이 가능하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면사진설명 월드컵 여자 월드컵 선수들 한국 캠벨타운 스포츠

2023-07-28

[우리말 바루기] ‘사겼다’?, ‘사귀었다’?

문자 메시지나 SNS 글을 보면 “여자친구랑 2년간 사겼다” “이런 남자 있으면 나도 사겼다” “지난해부터 사겼다” 등처럼 ‘사겼다’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사겼다’를 풀이해 보면 ‘사기다’에 과거를 나타내는 ‘었다’가 결합한 ‘사기었다’가 줄어든 말이다. 그렇다면 ‘사기다’는 무슨 뜻인가.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것을 의미하는 ‘사기(詐欺)’에 서술형어미인 ‘다’가 붙은 형태다. 따라서 “여자친구랑 2년간 사겼다”는 말은 여자 친구와 2년간 함께한 시간이 사기였다는 말과 비슷해진다.   ‘사기다’가 아니라 원말이 ‘사귀다’이므로 ‘사귀+었다’ 형태인 ‘사귀었다’가 맞는 말이다. ‘사귀었다’는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으므로 ‘사겼다’로 쓰면 안 된다. ‘ㅟ’와 ‘ㅓ’ 모음이 합쳐질 때 발음을 표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귀’와 ‘었’이 합치면 ‘겼’이 아니라 그냥 ‘귀었’이 된다.   ‘바꼈다’도 마찬가지다. ‘바꼈다’는 ‘바끼다’와 ‘었다’가 결합한 ‘바끼었다’의 준말이다. 그러나 ‘바끼다’는 단어는 없다. ‘바뀌다’에 ‘었다’가 결합한 ‘바뀌었다’가 바른말이다. ‘바뀌었다’ 역시 더는 줄어들 수 없으므로 ‘바꼈다’로 표기해서는 안 된다. ‘할퀴다’도 ‘할켰다’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할퀴었다’로 적어야 한다.  우리말 바루기 문자 메시지 여자 친구

2023-07-11

한인이 한국 여자축구 대표됐다…케이시 유진 페어 주전 선발

“제 장점은 속도, 그리고 피지컬이 강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케이시 유진 페어(PDA 소속)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나서는 콜린 벨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이로써 한국 축구사상 여자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든 최초의 혼혈 선수가 탄생했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23인을 발표하면서 페어의 이름을 포함했다.   페어는 명단 발표 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취재진과 만나 “측면에서 1대1 공격 등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팀에 기여할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회를 받아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잘 수행해보겠다”고 했다.   2007년생 페어는 미국 명문 유소년팀 PDA에서 뛰는 선수로, 자신의 설명대로 동 연령대 선수들보다 우위인 체격조건을 살린 저돌적 돌파가 강점으로 꼽힌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페어는 복수국적자다. 지난해 15세 이하(U-15) 대표팀 소집 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미국에서도 촉망받는 자원이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직 어떤 성인 대표팀 소속으로도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어 FIFA 규정상 결격 사유가 없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페어는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지난 4월에는 16세 이하(U-16) 대표팀 소속으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여자 아시안컵 1차 예선에 출전해 2경기에서 5골을 몰아쳤다.   페어는 16세 1개월의 나이로 월드컵에 나서며 ‘최연소’ 기록도 썼다. 20년 전 박은선(서울시청·16세 9개월)의 기록을 깼다.   페어를 발탁한 벨 감독은 “피지컬이 좋고 양발을 사용한 마무리 능력도 뛰어나다. 학습 능력도 좋다”며 “잘 적응하고 있고 이 명단에 들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김상진 기자사설 여자 아시안컵 케이시 페어

2023-07-05

[아름다운 우리말] 남자는 없다

세상의 반은 남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반은 여자입니다. 분명한 사실입니다. 음양의 조화라고도 합니다. 세상을 숫자로 표현하자면 1은 나이고, 2는 부부 또는 남녀이고, 3은 부모와 나입니다. 1은 주체적이고, 2는 상대적이고 조화로우며, 3은 안정적입니다. 2는 상대적이면서도 조화라는 말이 어울리는 관계입니다. 서로 다르기에 서로를 배려하며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을 살펴보면 이런 조화는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말에는 죄가 없습니다. 말은 차별하고 구별 지으려는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사회언어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유표와무표가 있습니다. 유표는 표시를 한다는 뜻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특별히 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키 큰 외과 의사’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남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외과 의사는, 키가 큰 외과 의사는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의사는 그냥 남자일 거라는 믿음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그것이 언어에 남아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여자 의사가 거의 없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여자 의사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라고 하면 남자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의사’라는 말이 그 증거입니다. ‘남의사’라는 말은 왠지 어색합니다. 이는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교수는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남교수는 좀 어색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도 남자라는 말은 잘 안 붙입니다. 여중, 여고, 여대라는 말은 자연스럽지만 남중, 남고는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같은 이름의 여고와 남고가 있는 경우에는 남고라고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고에 가보면 학교 이름에는 남자가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희여고, 경희남고라는 말은 하지만, 용산남고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경희남자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 경희고를 졸업했다고 하고, 경희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 경희여고를 졸업했다고 말합니다. 이화여대를 이화대학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화여대가 익숙합니다.    남자에 해당하는 말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성을 중심으로 생활하기에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모님의 반대말입니다. 사회 활동을 주로 남자가 하였던 시절에는 사모님만이 존재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부인은 사모님이지만 선생님의 남편은 부를 말이 없습니다. 사장님의 부인은 사모님이지만 사장님의 남편은 뭐라고 해야 할지 당황스럽습니다.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왠지 무술영화의 느낌이 나서 우스울 때가 많습니다. 바깥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표현이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실제로 대중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영부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남편을 나타내는 말은 없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의 남편이 있은 적이 없어서 이런 고민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영어에서는 퍼스트 젠틀맨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퍼스트 레이디의 상대어로 만든 것입니다. ‘영남편’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니 우습네요. 갑자기 호남편이라는 단어도 생각이 나서 헛웃습니다. 우리나라 광역 단체장의 경우는 여성이 된 적이 없어서 부인만 익숙하지 남편은 어색합니다. 놀라운 일이지만 현재도 광역 단체장은 여성이 전무합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도 여성 비울이 매우 적다고 합니다.   우리말 단어에 남자에 해당하는 표현이 적은 것은 역설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적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단어에도 남자에 해당하는 표현이 늘어나기 바랍니다. 균형이 맞추어지기 바라고, 어느 한쪽이 어색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게 유표, 무표라는 언어학 용어가 보여주는 세상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남자 경희남자 고등학교 외과 의사 여자 의사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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