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페미니스트
여자는 검다세상의 모든 것을 흡수해야만 했기에
여자의 피부는 질기다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만 했기에
다른 길은 아예 몰랐기에
아이의 어머니
가정의 어머니
세상의 어머니로
부딪히고 깨지고
참고 닳아 둥글어져만 갔다
입은 봉긋 다물어야 했고
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조율했고
시선은 늘 먼 곳에 던져야만 했다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여자는
늘 미소로 마무리되었다
때가 왔다
여자 차례가 왔다
이제 여자는 검정을 한 겹씩 힌 겹씩 벗기기로 했다
외치기로 했다
이제 여자 속에서 끓고만 있던 용암이
터질 차례다
터진 불덩어리는
어디로 어떻게 흐를지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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