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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정치 양극화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기소되면서 정치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가 유력해지면서 양측의 ‘묻지마 지지 세력’도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대배심은 지난 1일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선거 방해 모의, 투표권 방해 등 트럼프의 4개 혐의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벌인 1·6 연방의회 난입사태의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연방 특검은 기소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패배 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기밀문서 보관과 관련 두 번이나 기소가 된 바 있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트럼프는 2일  “이렇게 뜨거운 지지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잇단 기소에도 그의 열성 지지층은 떠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바이든 정부가 검찰 권력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 등 반트럼프 진영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른바 트럼프 사법 리스크는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 주의 대선 결과를 바꾸도록 압박한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금융사기 의혹에 대한 조사도 받고 있다. 또 성관계 입막음용으로 성인영화 배우에게 돈을 주고 이를 회사 회계 장부에 허위로 기재한 혐의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추가 기소 여부 혹은 판결 결과에 따라 양측의 대립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양극화로 인한 후유증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하향 조정한 것이다. 피치는 지난 5월 정치 양극화로 인한 미국의 혼란을 우려한 바 있다. ‘열성 지지자’가 아니라 합리적인 목소리가 필요한 시기다.사설 미국 양극화 정치 양극화 트럼프 지지자들 반트럼프 진영

2023-08-02

[시론] 정치가 ‘팬텀싱어’의 감동을 선사하려면

TV 음악 프로그램 JTBC ‘팬텀싱어’시리즈가 시작한 2016년 이후 7년이 흐른 올해 ‘팬텀싱어4’를 최근 최종회까지 모두 시청했다. 남성 사중창단의 하모니를 들으며 형언할 수 없이 감동했다. 국민평가단과 함께 눈물 흘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정치는 왜 국민에게 이런 감동을 주지 못할까.”   한국의 정치 만족도는 지난 2000년 25%로 아시아 꼴찌였지만, 2006년엔 75%로 급등했다는 한 조사가 있었다. 그만큼 괄목할만한 정치발전을 이룬 경험이 있지만, 그 후 줄곧 후퇴해 오늘날 극단적 양극화에 빠졌다. 진영의 깃발은 거세게 나부끼지만, 총선을 9개월가량 앞둔 요즘 유권자의 40%는 찍을 정당이 없다고 한탄한다.   필자가 논평가로 데뷔한 2000년대 초만 해도 정치 양극화가 이렇게 심하진 않았다. 정치인은 정당을 대변했지만, 4~6명으로 구성된 TV토론에서 적어도 2명 이상은 당파와 무관하게 전문가적 식견으로 양당 사이에서 심판관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아예 토론이 실종되다시피 했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방적 주장이 유튜브를 가득 채운다. 양극단이 강화될수록 합리적 유권자들은 양당을 외면하고 정치 불신은 깊어진다.   우리 정치가 후퇴한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 담론 형성의 장이 사라진 데 있다. ‘팬텀싱어’와 바람직한 정치는 한 가지 유사점이 있다. 어제의 경쟁자가 내일의 팀원이 된다는 점이다. ‘팬텀싱어’ 참가자들은 상대 팀보다 더 잘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데 왜 정치인들은 상대를 적대시하고 악마화할까. 정치판은 ‘팬텀싱어’프로그램의 몇 가지 우수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팬텀싱어’에 출연한 경연자는 물론 시청자도 경연 과정에서 전문가의 즉각적이고 투명한 피드백을 받는다. 엄청난 학습을 통해 같이 발전한다. 하지만 정당은 민주주의 학습이 부족한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흑백논리에 경도되고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둘째, ‘팬텀싱어’에서는 대학생과 기성 음악가가 평등하고 투명하게 실력으로 경쟁한다. 하지만 정당 공천은 권력자와의 친소 관계나 진영 논리의 포로가 된 권리당원이 좌우한다.   셋째, ‘팬텀싱어’는 각 팀의 하모니와 새로운 시도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정치에선 청년들의 새로운 시도나 창의성이 억압된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죽기 살기로 싸우고 무책임한 선동가들이 더 많은 표를 얻는다.   ‘팬텀싱어’의 평가 기준과 방식을 그대로 차용해 새로운 토론·심의 경연 TV 프로그램이 탄생하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학습하고 그만큼 우리 정치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새 토론 프로그램은 ‘팬텀싱어’처럼 여러 명의 심사위원과 참가자 1명이 토론하는 예심을 통해 선발한다. 사회적 갈등 쟁점과 정책에 대한 주제를 주고 일정 기간 준비한 뒤 1대1 토론, 2대2 토론, 3대3 토론에서 살아남은 최종 12명이 세 개의 파이널 팀을 만들어 경쟁하게 된다.   각 팀의 최종 멤버 4명은 반대 입장에서 2대2 토론을 하되 서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심의 과정을 통해 4명이 협력한 단일 해법을 제시한다. 세 팀은 서로 다른 정책 대안을 갖고 토론하되, 심사위원과 국민평가단이 최종적으로 가장 훌륭한 결과를 도출한 팀을 선택한다. 꼼꼼한 심의를 거친 합리적 대안은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도 있고, 여기에서 훈련받고 선발된 참가자들은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의 등용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훈련을 거쳐 탄생한 정치인들은 생각과 이념이 다른 상대와도 협력·타협해 국민께 감동을 주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란 사실을 배운다. 지켜본 국민도 심의 과정과 협력을 통해 흑백논리가 얼마나 단세포적이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학습한다.   이렇게 키워진 정치인들은 정파를 뛰어넘어 우정을 쌓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공동의 어젠다를 만들고, 해법을 제시하는 선진국 정치를 실천하게 된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참여도 환영한다. 합리적인 담론 형성의 주체인 언론사들이 민주주의 학습의 장을 제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기숙 /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시론 팬텀싱어 정치가 토론 프로그램 정치 양극화 민주주의 학습

2023-07-23

[기고]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

나는 교육의 다양한 정의 중에 ‘아이를 사회 안에서 기능할 수 있는 독립된 성인으로 길러내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회사의 비전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별 걱정 없이 아이가 직업을 가진 성인이 될 것을 기대하겠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성인기에 독립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목표이다. 스스로 옷을 입기, 음식을 준비해서 먹기, 길을 찾아가기.     그러나 아이가 하는 것이 영 불안하고 성에 차지 않으니 계속해서 손을 대게 된다. 날씨에 맞는 옷을 골라주고, 옷 끝을 잡아당겨서 매무새를 만져준다. 음식을 준비해주고, 숙제를 했는지 묻고 결과를 봐준다. 여름을 맞아 외부 활동을 위한 지원 서류를 작성하다가 “혼자서 ○○를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 앞에서 멈칫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의 입사 조건은 ‘혼자서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베어베터 이진희 대표는 “아이가 혼자서 시도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세요”라고 대답한다. 부모가 계속 도와주고 대신해줬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아주 간단한 문제도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챙겨주고 결정해준 결과로 아이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없이 어른이 되는 것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아이가 미숙한 상태에서 스스로 배우는 시간을 참고 지켜보지 못하는 것은 어떤 부모들이나 비슷하다.     자녀의 대학입시나 경력에 과도하게 개입한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의 뉴스가 지치지도 않고 신문 지상을 장식한다. 미국에서는 2019년에 입시 컨설턴트가 큰 돈을 받고 명문대학의 입학 서류를 날조한 스캔들이 크게 터져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엘리트 세습: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대니얼 마코비츠)이라는 책은 교육 성과를 기반으로 한 능력주의가 기득권층의 아이들을 과도한 학습과 불안으로 내몰고, 공교육을 받는 중산층의 정상적인 성취를 방해함으로써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최근에 잘 갖춰진 이력서를 갖고 있지만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젊은이들을 왕왕 만난다. 잘 준비된 답변을 하지만 추가 질문에는 답을 잘 못 하거나, 코딩 시험에서 답안을 베껴서 제출하는 경우, 과제를 준 이후에도 자세한 지시를 마냥 기다리는 경우들을 만난다.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해서 가능성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들만큼이나, 똑똑하게 태어나 공부도 열심히 했으나 정작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다.   “아이가 혼자서 시도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세요.” 어느 시대에나 적용될 만한 현명한 조언이지만 부모가 쉽게 할 수 있는 결심이 아니다. 아이들 수보다도 더 많은 대학이 있다는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치열한 경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사교육에 동의하지 않아도 적당한 선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대학 입시에 창의적으로 개입한 사회 지도층들의 이야기가 연일 보도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과 박탈감은 깊어진다. 현재의 시스템은 어른들이 미래 세대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올해의 입시제도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다음에는 저쪽에서 또 이쪽으로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간섭이 미래 세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교육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뼈아프게 반성할 시간이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음 세대가 키워야 할 역량이 무엇일지, 아이들이 혼자서 시도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개입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욕망을 어떻게 막아낼지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이 너무나 시급하지 않은가. 이수인 / 에누마 대표기고 조언이지만 부모 사회 지도층들 사회 양극화

2022-05-11

주한미군·중국군, 한반도 유사시 대비 핫라인 놓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 제재 이행 상황과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정보 공유에 합의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5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양국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북한을 관할하는 양측 군사 담당 부문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직통전화(핫라인)를 개설키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사히는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양국 군의 정보기관 담당 간부들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여는 것 외에 유사시에 대비해 북한을 담당하는 중국군 북부전구와 서울의 주한미군사령부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양측 간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정보 외에도 대북제재 이행이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 미국과 북한 간 충돌 또는 북한 체제 붕괴 등의 유사시 북한 핵의 안전성 확보 난민 발생 문제 등에 대한 정보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아사히는 또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양국 군 고위 관계자들 간 '합동전략대화'에서도 유사시 양국 군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위기관리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면서 "한반도 유사시의 문제가 최대 의제였다"는 미 정부 관계자 발언도 함께 전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 내부 급변사태와 관련해 "(미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38선 이남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중국에 약속했다"고 밝힌 것도 현재 양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논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중국 측이 지금까지는 한반도 유사시에 대한 논의 자체를 꺼려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측의 자세가 달라진 건 미.북 간 충돌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충돌이 현실화하면 이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아사히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시간30분 동안 북한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압력을 계속 가해야 하고 ▶ 제재 등의 대북 조치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강화해 이를 완전히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중국이 북한에 대해 취하는 조치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의 상무.세관.금융 당국이 수주일 또는 수개월마다 관련 조치의 이행 상황을 미국에 설명하기로 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중국이 이 같은 협조를 이어가는 한 미국 측도 대북 군사행동을 포함한 단독행동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며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이 주장하는 '대화에 의한 문제 해결'에 이해를 표시했다고 한다. 아사히는 그러나 "제제 이행과 정보 공유가 충분치 않을 경우 미국 측은 강경노선을 더 강화할 것이며 (이럴 경우엔 양국 간) 협력체제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2017-12-25

[법과 생활] 한국에셔 경험한 양극화

한국의 여름을 잊은 지가 벌써 30년이었는데 가족 일정을 맞추다 보니 한여름에 맞춰 한국에 나가게 됐다. 이번 여행은 캘리포니아 그것도 남가주에 사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가를 일깨워준 여행이었다. 지난 10년간 정기적으로 한국 방문은 했지만 악명높은 한국의 찜통더위를 피하거나 살짝 걸쳤지 본격적으로 불볕 가마솥 속에 나의 몸을 맡긴 적은 없었다. 밖은 온통 사우나에 들어간 후텁지근한 날씨와 택시, 상점 등 웬만한 건물과 집들에 설치된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공존하고 있었다. 밤에 잘 때는 에어컨을 틀면 춥고 끄면 더운 게 반복돼 왠지 이 환경에선 건강이 좋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 기후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 국민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지만. 에어컨을 사서 집에 둘 여력이 없거나 일의 성격이 에어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은 이 더위에 얼마나 힘들까도 생각해 보며 내가 처한 환경에 감사를 해봤다. 날씨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팁과 세금 걱정 없이 메뉴판에 적힌 밥값만 지불하면 되는 점,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된 지하철과 대중교통과 저렴한 교통비용, 친절한 관공서 직원들의 자세, 언제든 의사를 부담 없이 찾아가 만나볼 수 있는 점, 언제 어디든 해주는 배달 서비스들은 여전히 한국의 장점이요 부러운 점이었다. 이렇게 한국에 잠시 체류하는 동안 한국 역시 캘리포니아 주 고용주들이 안고 있는 유사한 이슈로 사회갈등이 유발되고 있었다. 알바, 비정규직, 최저임금 인상 등이 내가 체류하고 있는 동안 북한 문제를 빼고는 가장 많이 접하게 된 사회적인 이슈였다. 체류 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결국엔 양측이 다 만족스럽지 못한 선에서 일단 휴전(?)을 하고 최저임금을 미국 돈으로 7달러 선에서 합의하는 것을 지켜봤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 원을 목청껏 소리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를 가장 많이 쓰는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은 인상 반대나 소폭 인상 쪽을 원한다. 최저임금 문제는 여기도 그렇지만 찬반양론이 다 그럴 듯한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또 하나의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와 얽힌 게 알바 문제다. 일을 의미하는 아르바이트란 독일어의 어원이 아마도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어원이 변질된 듯한데 대학생들이 학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임시로 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변화된 아르바이트가 이젠 알바라는 용어로 변화됐고 단순히 대학생뿐만 아니라 임시 시급으로 일하는 모든 일을 가리키는 듯하다. 알바는 곳곳에 널려있는 편의점과 기타 프랜차이즈식 상점들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직종이랄까.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존재를 전제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알바직 보단 사업체가 좀 규모가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한다. 많은 경우 임금 면에선 알바보단 낫지만 고용안정성과 임금 외 혜택에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 알바나 비정규직의 공통점은 미국식으로 치면 고용 안정성이 거의 없는 임시직의 의미가 강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노동계급 간의 갈등이 노와 사만큼의 갈등만큼 심각한 상태다. 알바와 비정규직 등 힘든 노동계급이 있는 만큼 한편으론 일년내 신생 자영업자 생존율이 바닥이라고 할 만큼 영세 상인과 중소 기업주들도 어려운 상태다. 한국 사회는 지난 10년간 대기업과 재벌, 강남 땅 부자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계층 간 갈등이 곪아있어 북한 문제만큼이나 사회 양극화 문제는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가 된 것으로 느껴졌다.

2017-08-13

브루클린 주택시장 양극화

브루클린 주택시장이 양극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더글라스엘리먼이 13일 발표한 지난 2분기 맨해튼.퀸즈.브루클린 주택 매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브루클린 주택 중간 매매가는 전년 동기 대비 20.6%나 뛴 79만5000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평균 매매가는 22.1% 오른 99만7654달러로 100만 달러에 가까워졌다. 이 기간 콘도 중간 매매가는 90만 달러, 코압은 42만3000달러, 1~3가구 주택은 104만6440달러로 모든 종류의 주택에 걸쳐 매매가가 동시 상승했다. 브루클린 주택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3분기부터 세 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중간 매매가는 4개 분기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지난 2분기 주택 매매량은 총 2845채로 전년 동기(1888채) 대비 50.7%나 늘었으나, 재고 물량은 2257채로 전년 동기(2672채) 대비 15.5%나 줄어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한 것이 가격 상승을 이끈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택 렌트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동시 발표된 렌탈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브루클린 중간 렌트는 전년 동기 대비 1.6% 내린 2813달러로 조사됐다. 반면 임대 주택 재고 물량은 전년 동기(2309채) 대비 13.5% 증가한 2620채로 집계됐으며, 신규 리스 계약은 1717건으로 전년 동기(1063건) 대비 61.5%나 늘었다. 또 컨세션(세입자 유치 위한 혜택)을 제공하는 비중은 전체 임대 계약의 17.2%를 차지해 전년 동기 6.2% 대비 거의 세 배로 증가, 세입자 유치 경쟁이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22개월 연속 임대 주택 재고 물량이 증가하면서 과잉공급으로 인한 렌트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조은 기자 lee.joeun@koreadaily.com

2017-07-13

[중앙칼럼] 소득 양극화 부추기는 감세안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야심차게 세제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안이 될 것이라는 자화자찬까지 있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비판적 시각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감세 혜택이 소득 최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된 '부자감세'라는 지적이다. 기존 7개 구간인 개인 소득세율을 3개 구간으로 축소하면서 최고 세율을 39.5%에서 35%로 낮췄다. 상속세도 폐지된다. 또 현재 35%인 법인세율도 15%로 내려간다. 여기에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 예치해 둔 천문학적인 현금자산에도 한 차례만 낮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감세의 역효과에 대한 우려다. 세금을 깎아주면 세수부족이 뻔한데 이를 보완할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감세가 이뤄지면 투자확대와 고용창출 소비증가 세수확대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결국 감세가 재정적자 폭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결국은 증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답한 것도 이런 이유다. 트럼프 정부의 목표치인 경제성장률 3%의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감세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연방 의회에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답은 나온다. 세제개혁안의 무게 중심을 차라리 빈부격차 해소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세부담은 더 줄이고 부유층은 세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다고 소비가 크게 늘어날 리도 없는 반면 미국의 빈부격차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버지니아주에서 발생한 '공화당 의원 총격사건'의 범행 동기도 소득격차에 대한 불만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지난해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의원의 열렬한 지지자로 '월가 점령시위' 등에도 동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표현 방식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의 문제 의식까지 용서받지 못할 것은 아닌 듯싶다. '버니 샌더스 돌풍'은 경제적 이슈가 점차 사회.정치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소득격차가 192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정책연구소(EPI)라는 곳에서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1% 이상을 가져갔다. 결국 99%가 나머지 79%를 나눠가졌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소득 상위 1% 가구의 연소득과 나머지 99% 가구의 소득 격차가 25.3배까지 벌어졌다. 경제정책연구소는 70년대에는 10배 안팎이었던 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른바 수퍼리치로 불리는 소득 최상위 0.1%의 연평균 소득은 608만7000달러로 하위 90%의 평균 소득 3만3000달러의 184배에 달했다. 이 정도의 격차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빈부격차 해소를 주장하는 한 시민단체는 '그나마 다양한 사회보장제도가 있어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더구나 최근에는 부의 대물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마디로 '아메리칸 드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미국이 기회의 나라가 아니라 세계에서 소득격차가 가장 심한 곳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2017-06-18

[특별기획 2]한인 소득 양극화 현상 심해

재미한인들의 연소득 평균(세전 5만 9089달러)은 미국인 전체(4만9170달러)와 백인(5만 4699달러)보다 높지만,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의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통계를 분석한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은 “높은 평균 소득에 가려져있는 저임금 저소득층이 있다”며 “미국인 전체나 백인과 비교할 때 재미한인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재미한인 5명 가운데 1명은 6만 달러 이상 벌고 있다. 연소득이 6만 달러 이상인 한인은 전체 한인의 19.4%나 된다. 이는 전체 미국인이나 백인보다도 높은 수치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서 6만 달러 이상 버는 미국인은 15.8%밖에 안된다. 백인들 가운데, 6만 달러 이상 버는 백인은 18%다. 이와 달리 연소득 9900달러 이하인 한인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들 가운데 22.5%가 연 9900달러를 못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인이나 전체 미국인보다 높은 수치다. 백인은 18.7%에 불과하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서 연소득 9900달러 이하는 20.8%다.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특히 한인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재미한인은 노인빈곤율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인 노인 5명 중 1명이 빈곤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백인의 경우 14명 가운데 1명만이 빈곤상황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인 노인 빈곤율은 7.4%다. 미국인 전체에서도 빈곤 노인은 10명 중 1명 정도로 빈곤율은 9.6%다. 이창원 연구원은 “두터운 한인 저소득층과 심각한 노인빈곤은 그동안 덜 주목 받아왔다”며 “한인사회 내 불평등과 빈곤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인사회 빈곤 문제에 대해 우태창 버지니아 한인회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재취업을 위한 ‘기술’이 최고”라며, 버지니아 한인회에서 운영하는 한사랑종합학교를 추천했다. 그는 “기술을 배워 일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한인들에게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그 사람이 취업을 하면 등록금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영천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연합회 차원에서 노인빈곤 해결에 나설 것”이라며 “동포사회 노인빈곤 현황을 파악하고, 찾아가거나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기성 워싱턴지역한인교회협의회장은 “미국 노인들은 은퇴 뒤에도 월마트나 세이프웨이같은 마트에 들어가 소일을 한다”며 “노인들에 대한 재정지원도 중요하지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7-01-17

[시론] 사회 양극화를 치유하는 '처방전'

'미국정부는 9·11 테러를 사전에 알고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은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사건이다' '아폴로11호 달 착륙은 연출된 것일뿐 실제가 아니다' 등은 미국이 경험했던 음모론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허위정보에 맞서 정확한 팩트로 초기에 차단해 대처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 특히 한국인은 MM형 유전자 때문에 발병률이 높아서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하기만 하면 100% 광우병에 걸린다.' 한 방송국이 제기한 이 음모론은 100만 시민을 촛불시위 현장으로 100일 동안 이끌어 냈다. 한국정부는 허위정보 대처에 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또한 미래의 동일한 사태의 예견이나 사태의 차단을 위한 대책도 수립해 놓지 못한 듯하다. 미국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캐스 선스타인이 작년에 발표한 저서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원제: Conspiracy Theory)'가 최근 정보서적 부문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선스타인은 하버드대학 교수로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규제정보국장(OIRA: 2009~2012)을 지냈다. 이 책은 음모론의 발생원인과 전파과정, 대처법을 사회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살폈다. 정부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음해론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어떻게 빨리 대처해야 하는가, 또 고위 공직자가 신분이 바뀌면 자기가 행했던 직무에 대해 어떤 누설이 가능할 것인가를 예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폰,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무수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받는 시대가 됐다. 온갖 종류의 정보를 받게 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허위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검증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믿는 데서 음모론이 싹트게 된다. 정보통신 시대에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어, 음모론 감염에 항상 노출돼 있다. 사람에게는 심리적으로 자신과 관점이 다른 정보는 배제하고, 일치하는 내용만을 취사선택해 자기의 주장을 강화해 가려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을 저자는 '절름발이 인식론(Crippled Epistemology)'이라 지적한다. 허위정보는 '사회적 폭포현상(Social Cascades)'을 일으키고, 결국엔 '집단적 양극화(Group Polarization)'를 조성한다. 사회적 폭포현상이란 허위 정보를 믿는 자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그것을 따라 믿게 되는 현상이다. 집단적 양극화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면서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중상모략으로 테러까지 초래하는 현상을 뜻한다. 요즘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는 집단적 양극화 현상이다. 양극화된 집단을 치료하기 위해 선스타인이 내린 처방전은 양쪽 공히 '최소주의'와 '중간주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최소주의는 이론 논쟁은 뒤로 미루고, 오늘 해결해야 될 문제부터 풀어가자는 것이다. 중간주의는 양편이 신봉하는 신념을 서로 인정하면서 타협을 통해 해결의 종지부를 빨리 찍자는 것이다. 이 둘은 화해가 전혀 불가능한 갈등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함께 존속하고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현실에서, 최근 최순실 사태로 대한민국마저 좌우로 갈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대한민국의 여야 정치뿐 아니라, 미주 한인들도 좌우로 양극화되고 있다. 조속히 상호 불신을 허물고 최소주의와 중간주의를 실행한다면 통합과 개혁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6-12-21

[컬처 스토리] 양극화 시대의 그림, 이삭줍기

지금 서울 예술의 전당에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날아온 '이삭줍기'가 걸려 있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옛 이야기처럼 익숙하고 정답고 그만큼 뻔하기도 한 명화. 하지만 1857년 장 프랑수아 밀레가 이 그림을 발표했을 때, 평론가들은 이 온화한 그림이 '위험하고 선동적'이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졸저 '그림 속 경제학'의 몇 구절을 인용해본다. "일단 이삭 줍기라는 테마 자체가 당시에는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졌다. 먼 옛날부터 추수가 끝난 뒤에 이삭을 줍고 다니는 사람은 자신의 농지가 없어서 주운 이삭으로 배를 채워야 하는 최하층 빈민이었으니까. 밭 주인이 추수 때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고 이런 사람들을 위해 그냥 내버려두는 게 일종의 원시 사회보장제도였다. 그러니 밀레의 그림 속 여인들은 자기 밭에서 이삭을 줍는 것이 아니라 남의 밭에서 품을 팔고 품삯으로만은 모자라 이삭을 줍는 가난한 아낙네들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굽힌 등 너머로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문제였다. 거기에는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풍요롭게 빛나는 곡식 낟가리들과 곡식을 분주히 나르는 일꾼들, 그들을 지휘하는 말 탄 감독관, 즉 지주의 대리인이 있다. 반면에 여인들은 기울어진 햇빛을 등지고 서서 어둑어둑해지는 밭에서 자잘한 이삭을 찾고 있지 않은가. 이 조용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대조야말로 빈부격차를 고발하고 농민과 노동자를 암묵적으로 선동하는 것이라고 당시 비평가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이건 과민반응이었다. 밀레는 그 자신과 동료 화가들이 밝혔듯 정치적이기보다 종교적인 화가였고, 그가 나타내려 한 것은 농민의 노동에 대한 애정과 존경, 자연에 대한 서정이었으니까. 그러나 동시에 그는 현실도피나 감상주의에 빠지는 화가가 아니어서, 그가 직접 체험한 농민의 고된 현실을 정확히 포착했다. 그 온화한 화면에 깃든 한 줄기 예리함이, 19세기 중반 사회 갈등이 폭발하던 프랑스에서, 보수적 평론가들을 불편하게 하고 빈부격차 문제를 제기하던 사회 운동가들을 열광하게 했던 것이다. 뛰어난 고전은 시공간을 초월해 담론을 낳는다. 지금 서울에 온 '이삭줍기'를 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최근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 발표를 보니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가 다시 악화됐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는 10월 말 중앙선데이 헤드라인의 표현대로 '노력하면 성공하는 나라'에 대한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지금 한국의 정치는 거기에 어떤 답을 하고 있는가?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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