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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 ‘환경미화원’ 오타니

“반 고흐의 그림을 본 적 있는가.(Did you see Van Gogh paint?)”   1995년 8월 14일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커버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야구담당 기자 톰 버두치는 ‘역사상 최고의 투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큼이나 이 투수의 피칭을 보는 것이 값진 일이라고 소개했다. 주인공은 바로 컨트롤의 마법사로 불렸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그렉 매덕스였다. 그로부터 28년이 흐른 2023년. 버두치는 ‘역사상 최고의 투수’가 아니라 ‘역사상 최고의 야구선수’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 선수야말로 (치고, 던지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진정한 ‘야구선수’다.”   버두치가 말한 역사상 최고의 야구선수는 최근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 초대형 계약을 맺은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다.   오타니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일화가 있다. 길을 가는데 쓰레기가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쓰레기를 못 본 척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내가 버린 쓰레기도 아닌데 이걸 왜 주워야 하지.’   그런데 오타니는 다르다. 운동장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꼬박꼬박 주워서 휴지통에 버린다. 오타니는 말한다. “나는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다. 남이 무심코 버린 ‘운(運)’을 줍는 것이다.”   오타니는 최고의 투수인 동시에 최고의 타자다. (오른손) 투수와 (왼손) 타자를 겸업한다는 뜻에서 일본에선 ‘이도류(二刀流)’, 미국에선 ‘투웨이(two-way)’로 불린다. 기량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초현실적이다. 마운드에 오르면 시속 161㎞의 강속구를 던진다. 타석에선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다. 키가 1m93㎝인데 발도 빠르다. 도루도 20개를 넘는다. 이걸 한 시즌에 동시에 해내는 선수가 바로 그다. 그래서 오타니야말로 역대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타니가 29세 나이에 ‘역사상 최고’라는 찬사를 듣는 비결은 뭘까. 당연히 이전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걸출한 실력 덕분이다. 그런데 가장 큰 비결은 따로 있다. 그의 기량이 초현실적이라면 그의 캐릭터는 비현실적이다.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 수도승 같은 극도의 절제가 오타니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겸손하면서도 성실한 자세, 불굴의 의지가 그의 무기다. 이걸 다 갖췄다니, 한마디로 그는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다.   오타니가 15세 때 ‘만다라트(만다라+아트)’ 계획표를 만들었단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이 계획표를 만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실천 과제까지 빼곡히 적어 넣었다.(만다라트란 1970년대 일본의 경영연구소가 고안한 습관 관리표다. 이 계획표가 불교의 만다라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만다라트라고 불린다.)   오타니는 체력·정신력과 함께 ‘인간성’과 ‘운(運)’도 목표 달성을 위한 8가지 항목 중 하나로 봤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행운이 따라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타니는 열다섯 살 때 이미 깨우쳤다. 보통 소년이라면 중2병이 절정에 달할 나이에 성공을 목표로 이런 작은 일까지 챙겼다. 즉, 오타니는 사람의 ‘운’까지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었다.   행운을 불러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타니가 내린 결론은 교실 청소에 앞장서고, 어딜 가든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다. 인사를 잘하고, 긍정적 사고를 하는 것도 운을 불러들이기 위한 그의 전략이었다. 이런 구도자 같은 생활이 몸에 밴 사람에게 마약이나 음주·흡연이 끼어들 공간은 없다.     그런데 천하의 오타니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팀의 우승이다. 최근 나온 책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이재익 지음, 도도서가)의 문구가 눈에 띈다.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던 마이크 트라웃과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오타니는 2018년부터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선수 두 명을 데리고도 소속팀 LA 에인절스는 가을야구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야구는 선수 개개인보다 팀 의존도가 높은 스포츠다. 이 점에서 야구와 인생은 무척 닮았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다. 그 흔한 사랑도, 싸움도, 치킨집도 혼자서는 못한다.” 정제원 / 한국 문화스포츠디렉터시 선 환경미화원 오타 커버 스토리 야구 역사상 선수 개개인

2023-12-27

한인 포수 미 12세 이하 야구 월드컵 제패 기여

한인 학생이 지난 6일 막을 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12세 이하 야구 월드컵 대회에서 미 대표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세리토스에 사는 브라이언트 주(한국명 주태호·12·카메니타중)군이다. 주군은 이날 대만의 타이난 경기장에서 열린 중화 타이베이와의 결승전에 주전 포수, 4번 타자로 나서 미국팀의 10-4 승리를 도왔다. 주군은 4회 안타를 기록한 뒤 후속 타자의 안타로 득점을 올리는 등 공, 수에서 빛나는 활약을 보였다.   주군은 지난 7월 29일부터 시작된 대회 기간 미국 대표팀의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주로 4번 또는 5번 타자로 나섰으며,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는 날엔 외야수 또는 지명타자로 활약했다. 주군은 대회 기간 3개의 홈런을 치며 대회 홈런 순위 3위에 올랐다. 또 타점 10개로 6위, 출루 8위, 득점 13위를 기록하는 등 착실한 플레이로 팀의 금메달 획득에 공헌했다.   주군의 금메달 여정은 험난했다. 대표팀 승선 과정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   월드컵에 출전할 꿈을 품고 전국 각지에서 노스캐럴라이나 주 캐리 시에 모인 24개 팀 350여 명의 선수들은 나흘 동안 대회를 치러야 했다. 대회가 끝난 뒤 36명의 선수가 남았고, 1주일 동안 이어진 훈련을 거쳐 최종 18명의 엔트리가 확정됐다.   18명의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한 한인인 주군은 이번 대회 기간 중 한국팀과 경기를 치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주군의 어머니 사라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태호가 한국 선수,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한국말도 더 배우겠다고 해 기뻤다”라고 말했다.   사라씨는 또 “태호가 이전까지는 꿈으로 여겼던 ‘메이저리거’를 대회 우승 후엔 열심히 노력하면 실현이 가능한 목표로 여기게 됐다. 태호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최선을 다해 서포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년 중 대부분을 ZT내셔널 팀에 속해 경기를 치르는 주군은 1년에 2~3회는 한인 선수들로 구성된 ROK 세리토스 팀에 합류해 경기를 치른다. ROK 세리토스의 데이비드 송 코치는 “브라이언트는 의젓하고 착한데 실력도 뛰어나다. 원래 경기에선 내가 피칭 사인을 내는데, 브라이언트가 포수를 맡는 날엔 대부분 사인을 브라이언트에게 맡길 정도다”라고 말했다.   주군은 융자회사의 론 오피서인 대니얼 주씨와 사라 주씨 부부의 2남1녀 중 둘째다. 형 조던(세리토스고 1학년)도 야구를 하고 있다. 사라씨는 “남편도 학창 시절 야구를 했고 나도 야구팬이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야구를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군은 4살 때부터 야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주군의 팀 내 별명은 ‘맘바’다. 주군이 생전 ‘블랙 맘바’로 통한 NBA 수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를 엄청 좋아했고, 그의 사후 백넘버를 24번으로 바꾼 것이 계기가 됐다. 주군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 선수는 LA다저스의 무키 베츠다.   주군의 다음 단계 목표는 U-15 대표팀 합류에 도전하고, 야구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주군은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자랑스러워 할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상환 기자월드컵 한인 한인 선수들 대표팀 선수 이하 야구

2023-08-25

배드민턴·야구·탁구 ‘금’…OC체육회 선수단

재미대한 오렌지카운티체육회(회장 최재석)가 지난 23~25일 뉴욕 일원에서 열린 제22회 전미주한인체육대회(이하 미주체전)에서 소수 정예 선수단으로 종합 5위의 호성적을 거뒀다. 〈본지 6월 26일자 A-2면〉   106명으로 구성된 OC선수단(단장 정철승)은 전통적인 ‘금맥’인 배드민턴 종목에서 12개의 금메달과 3개의 은메달을 휩쓸었고, 야구에서 금메달 1개, 탁구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또 볼링과 태권도에서 은메달 1개씩, 아이스하키에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종합 5위에 올랐다. 농구는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메달 획득엔 실패했다.   대회가 열리기 전, OC선수단은 종합 순위 3~4위 내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최재석 회장은 “선수단 규모에 따른 참가 점수에서 동부 지역 팀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관심과 응원을 보내준 모든 이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개최지와 가장 먼 미 서부에서 출전한 팀 중에선 OC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선수와 임원 모두 하나가 돼 열심히 뛴 결과라 만족한다”고 밝혔다.   뉴욕 선수단은 총점 5368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뉴저지(4652점)는 2위에 올랐다. 달라스(3938점)는 워싱턴DC(3625점)와 대회 마지막 날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불과 13점 차이로 3위에 올라섰다. OC 선수단은 총점 2335점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차기 미주체전이 2025년 LA에서 열린다. 바로 옆 지역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2년 뒤엔 충분히 종합우승을 노릴 만하다. 우승을 목표로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임상환 기자배드민턴 야구 뉴욕 선수단 선수단 규모 은메달 1개씩

2023-06-27

벼랑 끝 선 한국 야구…11일 체코, 13일 중국과 경기

한국 야구가 벼랑 끝에 몰렸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1라운드 B조 조별 리그 호주와 첫 경기에서 패(7-8)하면서 일본전을 비롯한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다른 팀의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단 한 경기라도 패하면 사실상 조별 리그 탈락이다.   한국팀은 일본전을 마치고 체코(11일 오후 7시·이하 서부시간 기준), 중국(13일 오전 3시)과도 일전을 치러야 한다.   야구 열기는 그래도 식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총출동한 미국 대표팀의 C조 조별 리그 경기가 영국전(11일 오후 6시)을 시작으로 멕시코(12일 오후 7시), 캐나다(13일 오후 7시), 콜롬비아(15일 오후 7시) 등 연이어 열린다.   한편, 중앙일보는 WBC 우승국 맞히기 경품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벤트 참여를 원하는 독자는 미주중앙일보 이벤트 페이지에 접속한 후  예상하는 우승 국가명과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집 코드 등을 기재하면 된다.   응모 기간은 7일부터 17일까지이며 우승국을 맞힌 독자들을 추첨, 대상 1명에게는 바디프랜드 안마의자를 준다. 또한 이벤트 응모자 100명을 뽑아 스타벅스 카드(10달러)도 제공한다. 당첨자는 오는 27일 미주중앙일보 웹사이트와 신문 지면을 통해 발표된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중국 한국 한국 야구 한국 대표팀 미주중앙일보 이벤트

2023-03-09

한국 야구, 오늘 호주와 WBC 격돌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에 나선다.   ‘야구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이 8일(오늘) 개막한다.   B조(일본·호주·중국·체코)에 속한 한국팀은 오늘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호주와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지난 2013년 WBC 1라운드에서 호주를 만나 6-0으로 손쉽게 제압한 바 있다. 한국은 호주와의 역대 전적에서 8승 3패로 앞서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8강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호주전 승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 경기(10일 오전 2시)가 ‘한일전’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WBC에 나선 일본 대표팀 전력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타자와 투수를 겸하는 야구 천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필두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라스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빅리거 5명이 합류했다. 이밖에도 현재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비롯한 미야기 히로야, 토고 쇼셰이, 이마나가 쇼타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포함됐다.   물론 한국도 만만치 않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2명의 ‘빅리거’와 박병호(KT), 김현수(LG), 김광현(SSG), 양현종(기아) 등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도 다수 포진돼있다. 또, 현재 메이저리그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정후(키움) 선수도 일본팀을 위협할 선수로 꼽힌다.   한국팀은 지난 2009년 2회 대회 때 일본과 결승에서 만나 3-5로 석패,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대회는 14년 만에 설욕전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B조에서 2위 안에만 들면 8강에 진출한다. 8강은 15일(A조 2위와 B조 1위)과 16일(A조 1위와 B조 2위)에 열리는데 여기서 승리하면 미주 한인들은 더욱 가까이서 야구 열기를 접할 수 있게 된다.   4강 진출국은 태평양을 건너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이동, 경기를 치르게 된다. 결승전(21일 오후 4시)이 열리게 될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의 결승전 티켓은 모두 팔릴 정도로 벌써 열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야구팬이라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팀 경기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현재 C조(멕시코·콜롬비아·캐나다·영국)에 속해있다.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모두 총출동했다. 마이크 트라웃(애너하임 에인절스), 무키 베츠(LA다저스), 윌 스미스(LA다저스),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미국팀은 11일 오후 6시 영국과 첫 경기를 시작으로 우승을 노린다.     WBC를 생중계로 보는 방법은 많다. 먼저 WBC는 폭스 스포츠 채널(foxsports.com)은 총 47경기를 독점 생중계한다. 휴대폰으로 ‘폭스 스포츠 애플리케이션(Fox Sports Watch Live)’을 다운로드 받은 뒤 거주지의 TV 공급업체를 설정해 시청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푸보TV(Fubo TV)’, ‘슬링TV(Sling TV)’ ‘디렉트 TV’ 가입자라면 시청이 가능하다.   한편, 이번 대회 총상금은 1440만 달러다. 총 20개국이 출전한다. 1라운드 1위로 통과한 뒤 우승까지 하면 최대 3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국가대표팀 야구 국가대표팀 한국 야구 한국대표팀 화이팅

2023-03-07

[수필] 공들의 계절

막 연두색에서 진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은 거리의 나뭇잎들이, 5월의 살랑대는 훈풍과 가벼운 스킨십을 나누고 있다. 아침 일찍 맥도날드에 가서 5인분의 아침 식사를 사 들고 딸네 집으로 향했다. 오늘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노리치의 축구 시합을 딸네와 아침을 먹으며 보려는 것이다. 잠옷 바람의 두 손주까지 아침 식사를 빌미로 아래층 TV 앞으로 불러 내렸다.   프리미어리그 2021~2022시즌이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시즌 득점왕을 노리는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의 골 수는 21골, 리버풀의 살라 선수는 오늘까지 22골을 갖고 있다. 손 선수도 살라 선수도 오늘 한 게임씩을 남겨두고 있는데 살라가 마침 다쳤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우리의 바람대로 그가 오늘 게임에 결장하면 손 선수는 한 골만 추가하면 그와 공동 골든 부츠 상을 받게 되고 두 골을 넣으면 손 선수 단독 수상이다.     8시 정각, 토트넘과 노리치의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조금 후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살라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오늘 울버햄프턴과의 게임에 선발로 출전했다는 것이다. 그쪽에서도 손 선수의 21골을 의식했으리라. 살라가 오늘 추가 골을 넣으면 안 되는데… 결코 만만치 않은 파라오의 후예 살라,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후반 25분, 손 선수가 날아올랐다. 노리치 수비수가 실수로 놓친 공을 모우라 선수가 잡아 환상적인 턴으로 손에게 연결했고 손은 골키퍼를 앞에 두고 곧장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골망이 출렁했다. 22 골, 살라와 나란히 공동 수상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손은 5분 뒤 다시 25야드 밖에서 오른발로 길게 감아 찼고 공은 꿈결처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23호 골, 눈 깜짝할 사이에 손은 두 골을 만들었다. 단독 득점왕이 코 앞인데 그런데 곧이어 전해진 살라의 23호 골 성공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     23골로 손흥민은 게임을 마쳤는데 토트넘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리버풀은 아직 4분의 잔여 게임 시간이 남아 있다. 살라가 추가 골을 넣을 수도 있는 피를 말리는 4분,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기억나는 온갖 조상신께 기도하고 살라의 알라신에게도 오늘만은 대충해 주시기를 빌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4분이 지나고 살라의 추가 득점 없이 리버풀의 게임도 끝이 났다. 드디어 EPL 공동 골든 부츠 상을 수상한 손흥민은 황금빛 구두를 두 팔에 안고 한국 국가대표 A매치를 위해 그 밤에 귀국했다. 손에 든 트로피만큼이나 싱그러운 미소를 띤 채. 나이스 원 쏘니!   젊었을 때 숙부는 야구 국가대표 선수였다. 유난히 막냇동생을 아끼던 아버지는 숙부의 시합이 있는 날은 온 가족을 이끌고 게임이 열리는 동대문 운동장을 찾아 응원했다. 시합이 끝난 후에는 경기의 승패와 관계없이 늘 장충동 골목길에서 막국수를 먹었다.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몇 해 전 귀국길에 그 막국수 집을 찾아보았는데 찾지 못했다. LA에 정착한 뒤로는 다저스 팬이 되었는데 언제부턴가 야구보다는 축구를 보며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낀다.     같은 둥근 공이지만 축구공이 선의의 공이라면 야구공은 적의를 품은 것으로 느껴진다. 마운드에 들어선 야구의 투수는 상대가 맞히지 못하기를 바라며 공을 던진다. 공을 하늘로 날려 버리든가 헛스윙해서 삼진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쫓아내려고 한다. 타자가 히트해서 일단 필드에 진출한 후에는 더욱 험난한 여정과 마주한다. 그 길에는 2루와 3루와 그리고 홈까지의 고비들이 있다. 멀리 가까이 외야수, 내야수들에게 포위되어 세 차례의 위기를 뚫고 홈인 할 때까지 홀로 외롭고 지루한 싸움을 해야 한다. 그에 반해 축구는 가장 아래의 수비수로부터 가장 위쪽 공격수의 발끝에 이르기까지 공은 열의를 담고 연결된다. 필드를 도반들과 끊임없이 함께 누비며 골을 넣기 위해 원팀 정신을 발휘하는 협동과 화합의 한 마당은 늘 가슴을 뛰게 한다.     곧 월드컵이 시작된다. 주최국인 카타르의 여름 더위를 피해 이번 월드컵은 처음으로 11월에 개최된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수선스러움이 지난 후, 가을에 열리는 대회에 차분한 기대감이 차오른다. 한국은 가나, 포르투갈 그리고 우루과이와 자웅을 겨룬다. 우리 손 선수와 우루과이 국가 대표인 토트넘의 벤탄쿠르 선수가 월드컵에서 만난다. 한솥밥을 먹는 절친인 두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각기 조국의 명예를 걸고 대결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가슴이 설렌다.     외국팀에서 활약하는 모든 대한민국 선수가 남은 기간 소속팀에서 다치지 않고 대표팀에 합류해 월드컵에서 선전하기를 기원했는데 며칠 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마르세유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우리 손 선수가 얼굴을 많이 다친 것이다.   그가 부상으로부터 속히 회복되기를 염원하며 머언 동쪽 하늘 너머로 기도 한 자락을 보낸다.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 위험한 일을 당한 때 주 너를 지키리’. 박유니스 / 수필가수필 계절 선수 단독 야구 국가대표 한국 국가대표

2022-11-10

[삶의 뜨락에서] 가을 야구를 보면서

메이저리그 야구가 4월부터 시작하여 162게임을 소화하고 10월에 들어서면서 포스트 게임이 시작됐다.     야구의 규칙은 단순하다.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안타든 홈런이든 볼넷이든 투수가 던진 공이 선수의 몸에 맞든 어떻게든 수비를 뚫고 살아나간 다음 2루, 3루를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팀에 세 차례 주어진 죽음의 기회를 현명하게 이용해서 집으로 살아 돌아오는 게임이다.     선수가 길은 정해져 있으나 그 길 위에서 선수들이 생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1루에서 2루로 훔치거나 짧은 안타에도 재빠르게 달려 매트에 손이나 발을 슬라이드 해서 공보다 먼저 들이대는 1초보다 빠른 속도의 동작은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야구경기에서 타자는 모두 숙명처럼 공포와 싸운다. 시속 90마일이 넘는 속도로 날아오는 공은 본능적인 공포의 대상이다. 빠른 공이 직속으로 던져지기도 하고 미끄러지듯 달려오기도 하며 빙빙 굴러 들어오는 공을 배트 가운데를 맞춰 탁 쳐낸다는 갈림길에서 잘 맞으면 홈런이나 안타가 나오지만 빈 배트는 투수가 점수를 얻어 이기고 지는 살벌한 게임이다.     선수들이 상대 수비를 이겨내고 살아나가 집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역시 하루하루의 삶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려고 버둥대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아침에 일터로 나가서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겹쳐 생각해 본다. 경기를 담담히 보지 못하고 매번 열광과 분노, 격려와 실망 위안과 좌절 등의 감정에 사로잡히는 이유이다.   잔혹한 경쟁에 노출된 삶을 망각하고 싶어 하지만 야구 속에서 우리는 결국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한순간도 안정된 삶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하는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실패의 위험과 퇴출의 불안에 시달리는 내 야구가 있다.     가을 야구가 끝나면 개개인의 타율, 방어율, 승률, 장타율, 승리 기여도 등 정교한 숫자들 동작 하나하나를 분석해서 측정하고 지배하는 숫자들에 의해서 몸값이 정해지고 매 경기 선수들을 추적하고 작은 실수도 잊지 않고 책망하는 시스템이 선수들은 편안하지 않다.     축구가 몸으로 직접 적들과 맞서 싸우면서 협력해 골을 넣는 전장의 드라마라면 야구는 끝없이 닥쳐오는 죽음의 폭력을 몸과 꾀를 써서 극복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험의 서사시에 가깝다.     호메로스 서사시에 빗대면 축구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격렬한 전투를 노래한 일리아드이고 야구는 세상을 떠돌면서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오디세우스의 다채로운 모험을 담은 오디세이아 같이 보인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가을 야구 가을 야구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 선수들

2022-10-19

[삶의 뜨락에서] 가을 야구를 보면서

메이저리그 야구가 4월부터 시작하여 162게임을 소화하고 10월에 들어서면서 포스트 게임이 시작됐다. 뉴욕 메츠와 양키스가 모두 합세했다. 메츠는 계속 디비전 1위를 달려오다 마지막에 넘어져 와일드카드에 진입했다. 한국 김하성 선수가 맹활약하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와일드 게임에서 패배의 잔을 마셨다. 한국 선수가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우리는 뉴욕 메츠가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 확신했었다. 아직은 양키스가 잘 나가고 있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응원하며 애론 저지 선수의 홈런볼을 기대하고 있다.   야구의 규칙은 단순하다.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안타든 홈런이든 볼넷이든 투수가 던진 공이 선수의 몸에 맞든 어떻게든 수비를 뚫고 살아나간 다음 2루, 3루를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팀에 세 차례 주어진 죽음의 기회를 현명하게 이용해서 집으로 살아 돌아오는 게임이다. 선수가 길은 정해져 있으나 그 길 위에서 선수들이 생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1루에서 2루로 훔치거나 짧은 안타에도 재빠르게 달려 매트에 손이나 발을 슬라이드 해서 공보다 먼저 들이대는 1초보다 빠른 속도의 동작은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야구경기에서 타자는 모두 숙명처럼 공포와 싸운다. 시속 90마일이 넘는 속도로 날아오는 공은 본능적인 공포의 대상이다. 빠른 공이 직속으로 던져지기도 하고 미끄러지듯 달려오기도 하며 빙빙 굴러 들어오는 공을 배트 가운데를 맞춰 탁 쳐낸다는 갈림길에서 잘 맞으면 홈런이나 안타가 나오지만 빈 배트는 투수가 점수를 얻어 이기고 지는 살벌한 게임이다. 선수들이 상대 수비를 이겨내고 살아나가 집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역시 하루하루의 삶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려고 버둥대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아침에 일터로 나가서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겹쳐 생각해 본다. 경기를 담담히 보지 못하고 매번 열광과 분노, 격려와 실망 위안과 좌절 등의 감정에 사로잡히는 이유이다.   잔혹한 경쟁에 노출된 삶을 망각하고 싶어 하지만 야구 속에서 우리는 결국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한순간도 안정된 삶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하는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실패의 위험과 퇴출의 불안에 시달리는 내 야구가 있다. 가을 야구가 끝나면 개개인의 타율, 방어율, 승률, 장타율, 승리 기여도 등 정교한 숫자들 동작 하나하나를 분석해서 측정하고 지배하는 숫자들에 의해서 몸값이 정해지고 매 경기 선수들을 추적하고 작은 실수도 잊지 않고 책망하는 시스템이 선수들은 편안하지 않다. 축구가 몸으로 직접 적들과 맞서 싸우면서 협력해 골을 넣는 전장의 드라마라면 야구는 끝없이 닥쳐오는 죽음의 폭력을 몸과 꾀를 써서 극복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험의 서사시에 가깝다. 호메로스 서사시에 빗대면 축구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격렬한 전투를 노래한 일리아드이고 야구는 세상을 떠돌면서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오디세우스의 다채로운 모험을 담은 오디세이아 같이 보인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가을 야구 가을 야구 메이저리그 야구 한국 선수

2022-10-18

브레이브스 유명 외야수, 귀넷서 음주운전 체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유명 외야수 마르셀 오즈나(31)가 지난 19일 새벽 귀넷 카운티 노크로스시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됐다.    귀넷 카운티 교도소 기록에 따르면 오즈나는 오전 4시 30분경에 음주운전과 차선 위반 혐의로 비버루인로드에서 체포되어 귀넷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보석금 1830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 조직은 이런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법적 문제인 만큼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더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즈나는 지난해 5월, 샌디스프링스의 집에서 아내를 폭행하고 목을 조른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서 중범죄인 가중폭행 혐의로 체포됐지만, 검찰은 후에 중범죄 혐의를 취하하고 가정폭력 구타 및 경범죄 혐의만 유지했다. 오즈나는 초범이었기에 조지아의 재판 전 개입 프로그램(PTI)을 통해 혐의가 기각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 측은 지난해 조사 과정 중 오즈나에 20경기 무급 출장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으며, 그는 이번 시즌에 팀에 다시 합류했다. 윤지아 기자브레이브스 야구 외야수 음주운전 귀넷 노크로스

2022-08-19

“다저스의 목소리가 떠났다”…MLB 캐스터 빈 스컬리 별세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경기를 67년간 전담 중계한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가 세상을 떠났다.     MLB닷컴 등은 3일 다저스 구단의 발표를 인용해 “스컬리가 자택에서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다저스 구단은 추모 성명을 내고 “스컬리는 ‘다저스의 목소리’라는 수식어 그 이상이었다. 다저스의 양심이자 계관 시인으로 팀의 아름다움을 포착했다”며 “재키 로빈슨부터 샌디 쿠팩스, 커크 깁슨을 거쳐 클레이턴 커쇼에 이르기까지 다저스 영광의 연대기를 기록해 왔다. 여러 면에서 다저스와 LA공동체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애도했다.   MLB닷컴도 “80여 년간 TV와 라디오 중계를 해온 스컬리는 뛰어난 재능과 시대를 초월하는 감각을 자랑했다. 단순히 경기의 결정적 장면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소름 끼치는 순간을 숱하게 선물했다”며 “그를 직접 못한 수백 만명의 스포츠팬들도 그를 친구이자 진정한 동료로 여겼다”고 추모했다.   1927년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스컬리는 포덤대학교를 졸업하고 방송에 입문한 뒤 1950년 브루클린 다저스의 경기 중계로 다저스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다저스가 1958년 연고지를 동부 브루클린에서 서부 LA로 옮기자 스컬리도 다저스를 따라 삶의 터전을 바꿨다. “이제 다저스 야구를 볼 시간(It’s time for Dodger baseball)”이라는 경기 개시 코멘트는 스컬리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는 2016년 10월 2일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라이벌전을 끝으로 마이크를 놓을 때까지 67시즌 동안 다저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고, 전달했다. 1965년 9월 쿠팩스의 퍼펙트게임, 1974년 베이브 루스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깬 행크 에런의 715호 홈런, 1988년 깁슨의 월드시리즈 끝내기 홈런 등 역사적인 순간마다 그가 있었다.   스컬리는 야구 중계 캐스터로는 역대 6번째로 1982년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2016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수여하는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이 메달은 국가 안보와 세계 평화, 문화·스포츠 분야에 뚜렷한 공헌을 남긴 미국인에게 주는 최고 권위의 시민상이다.MLB 다저스 브루클린 다저스 다저스 야구 다저스 구단

2022-08-03

[이 아침에]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작가 정여울의 심리 테라피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를 읽었다. 책에서 진정한 성숙을 위해서는 나의 “바람직한 측면뿐 아니라 부끄러운 측면까지 전체성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구절을 접하게 되었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우리 안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대면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쓰고, “그럼에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써보는 것이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써보고, 그다음에는 “그런데도 나 자신이 기특했던 순간들”을 써보고,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쓴다. 순서가 중요하다. 그래야 뒤로 갈수록 더 나은, 더 깊은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내가 싫은 점, 후회되는 점, 고치고 싶은 점을 먼저 써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남들에게는 너그럽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잘 들어주면서도 가족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준 기억은 별로 없다. 가족이 말을 시작하면 넘겨짚어 판단하고는 고치고 가르치려 했다. 물론 나도 할 말은 있다. 남은 남이니 내가 그냥 들어주면 되지만, 가족의 일은 내 일이며 가장인 내가 책임지고 고쳐서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회되는 점도 이와 연관된 일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여행도 하며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부모님에게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한 일도 아쉽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기 전, 양로병원에 계셨다. 나는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가족이 아프면 장기로 병가를 낼 수 있었다. 그때 시간을 내서 자주 병원을 찾아 옛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어 드리고, 함께 기도를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이 또한 나름대로 핑계는 있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동안 우리 곁에 계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내가 기특한 점도 적어 보았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으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60년대 한국에서 나 같은 중증 장애인이 학교에 다니기는 매우 힘들었다. 나 역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집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 특히 영어를 공부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미국에 와서도 영어가 되니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인 공무원이 별로 없던 시절, 주 정부 공무원이 되어 31년 장기근속을 한 것도 자랑할만한 일이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쓸 차례다. 자식들과 마음을 트고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 가끔 만나 함께 영화도 보고 고기도 구워 먹고 싶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눈 폭풍이 예상되는 겨울날, 기차를 타고 오리건을 거쳐 워싱턴 주까지 눈길을 헤치며 달리고 싶다. 야구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팀이 있는 대도시를 돌며 야구를 보고, 도시를 둘러보고 싶다. 한국도 좋고, 유럽이나 미국 어디라도 좋다. 작은 마을에 한 달쯤 머물며 나를 모르는 낯선 이들 가운데 살아보고 싶다.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다소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당신도 신문을 내려놓고 커피 한 잔 만들어 책상에 앉아보세요. 그리고 이 순서대로 적어 보세요. 삶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 겁니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이 아침에 한인 공무원 정부 공무원 야구 시즌

2022-07-06

[시론] 미주총연, 그들만의 리그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올해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6년간이나 기다렸던 축배를 든 것이다. 반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결국 2017년 우승당시 ‘사인 훔치기’ 오명을 씻는데 실패했다.   미식축구의 슈퍼볼 열기만큼은 덜 하지만, 월드시리즈는 미국인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구촌으로 무대를 넓히면 월드시리즈 시청자수가 슈퍼볼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야구와 미식축구는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이다. 이 두 스포츠의 룰을 모르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야구가 미식축구보다 인기가 있을 경우, 미국사회는 더 스마트하다’는 야구 예찬론자의 칼럼도 예전에 읽은 적이 있다.   이 같은 프로야구도 한 때 존폐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바로 2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많은 선수들이 군에 입대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부족, 프로 야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구단주들은 고육지책으로 여성들로 이루어진 야구팀을 결성했다. 1943년 설립된 전미 여자 프로 야구 리그(AAGPBL)는 1954년까지 존속했다. AAGPBL은 초반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여자가 무슨 야구냐"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자 다소 관심을 끌었지만, 그마저도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이 끝나 선수들이 돌아오자 다시 시들해졌다.  결국 폐지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1992년 개봉한 페니 마셜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는 이 여성 야구리그를 다룬 작품이다. 지나 데이비스, 로리 페티가 주연을 맡았다. 톰 행크스는 한물간 야구 선수이자 주정뱅이 코치로 등장한다. 가수 마돈나도 출연한다. 그녀가 부른 OST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담으로 톰 행크스가 했던 "There's no crying in baseball!”(야구에서 우는 게 어디 있어!)란 대사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제목의 뉘앙스 때문인지 ‘그들만의 리그’라는 표현은 지금도 여러 상황에 두루 쓰이고 있다. 좋은 뜻이 아닌 경우가 많다.   최근 화제가 된 ‘오징어게임’도 결국 ‘그들만의 리그’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했다.   피와 땀을 흘리면 성공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명제 속에서, 진정한 승자는 어쩌면 그 진흙탕 밖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드라마는 전하고 있다. 참가자는 생사를 건 게임을 하고 있지만, 이를 관전하는 VIP들은 흙 한 톨 묻히지 않고 돈을 버는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미주한인사회에도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탄받는 단체들이 있다. 그 중에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가 있다. 말이 총연합회지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그로 그럴 것이 지난 2011년 제24대 회장 선거 이후 회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과 지루한 법정공방은 선거 때마다 재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총연합회 창립총회에서 배제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왜 그럴까? 미주한인 전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권에 눈이 멀어 다투기 때문이라고 언론계에선 꼬집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탓이다. 얼마전 한 지역한인회장은 그들의 일면을 꼬집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통합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2년전 미주 30개 지역 현직 한인회장들은 이 단체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어 8개 미주광역한인단체연합회도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재외동포재단의 압력(?)때문인지 최근 또 다시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주총연은 통합을 위해 이달 20일 임시총회를 열고, 제29대 총회장 선거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전제조건인 갈등 봉합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주한인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다. 어차피 한인들의 실재 생활과는 관계없는 ‘그들만의 리그’이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시론 리그 객원논설위원 여성 야구리그 야구 리그 올해 프로야구

2021-11-04

'비바 USA' 푸에르토리코 꺾고 첫 우승

야구 종주국 미국이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미국은 22일 다저 스타디움서 벌어진 제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선발 마커스 스트로맨이 무실점 호투하고 3회초 이언 킨슬러의 선제 투런 홈런으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8-0으로 대승, 2차리그에서의 5-6 패배를 설욕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미국은 5회초에도 킨슬러의 안타에 이어 애덤 존스의 볼넷, 크리스찬 옐리치의 우익수 방면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푸에르토리코의 선발 세스 루고를 강판시키며 4-0으로 일찌감치 승세를 굳혔다. 푸에르토리코와의 2라운드 첫 대결 등판에서 4.2이닝 4실점으로 극히 부진했던 미국팀 선발 스트로맨은 5피트8인치(약173cm)의 단신임에도 불구,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조국을 무너뜨리며 '스트롱맨'으로 거듭났다. 경기전 에드윈 로드리게스 푸에르토리코 감독은 "스트로맨을 무너뜨릴 복안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스트로맨은 이날 경기에서는 73개의 볼만 던지며 6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특히 무려 11개의 땅볼 아웃을 유도하며 6회까지 노히터로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21일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네이트 존스 등 6명의 불펜 투수를 소모했던 미국은 구원진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발 스트로맨의 투구에 힘입어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이다. 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bong.hwashik@koreadaily.com

2017-03-22

개최국 맞아? 한국 1R 최소 관중 신기록

11년만에 처음으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안방에 유치한 한국이 역대 최악의 성적과 더불어 흥행면에도 참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나흘동안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제4회 WBC 서울 라운드(1R A조) 6경기에서 입장한 관중은 모두 5만2610명으로 경기당 평균 8768명에 점유율 5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관계기사 4면> 이같은 수치는 2006년 출범한 WBC 본선 라운드 사상 가장 적은 관중이다. 이전 기록은 제1회 WBC 1라운드 D조로 당시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6경기에서 총관중 5만9988명 평균 9998명만 구장을 찾았다. 그러나 서울 라운드는 이보다 1230명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랜도의 크래커 잭 스타디움 수용 규모가 9500명인 점을 감안할때 11년전에는 매진 관중을 기록한 셈이다. 반면 올해 서울 시리즈는 1만6800석 규모의 고척 스카이돔을 한번도 꽉 채우지 못한 것이다. 개막전이던 지난 6일 한국-이스라엘전이 1만5545명으로 1위였고 7일 한국-네덜란드전은 1만5184명으로 2위였다. 최종전이었던 한국-대만전은 1만2029명에 머물며 한번도 만원을 기록하지 못했다. 더구나 외국팀끼리의 경기는 관중석이 텅텅 비었다. 7일 이스라엘-대만전 3507명 8일 대만-네덜란드전 3606명 9일 네덜란드-이스라엘전 2739명으로 웬만한 아마추어 경기보다 적었다. 2라운드 진입을 위해 한국이 반드시 이겨야 했던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끝에 1-2로 패하고 네덜란드전에서도 0-5로 완봉패한 한국의 부진한 경기내용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쓴잔을 든 한국은 WBC 역대 최소 관중 기록까지 경신하는 수모를 당했다. 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bong.hwashik@koreadaily.com

2017-03-10

굿바이 '국민감독' … 5번째 도전 아쉬운 마침표

한국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A조 대만과의 최종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1-8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6점 차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7회 말 8-8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9회 말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김인식(사진) 대표팀 감독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투입,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았다. 10회 초가 돼서야 김태균의 투런홈런이 터졌다. 1승2패. 1998 방콕아시안게임에 프로선수들이 처음 참가한 이래 한국 야구 대표팀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19이닝 동안 1점을 내는 데 그친 타선과 볼넷을 남발한 투수력 모두 문제였다. 선수들의 태도도 논란이 됐다. 지고 있는 상황인 데도 웃고 떠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팬들의 분노가 커졌다. 경기력도, 경기를 대하는 태도도 2017 WBC는 '참사' 수준의 대회였다. 한국은 A조 최약체로 꼽힌 대만을 상대로도 졸전을 펼쳤다. 선발 투수 양현종이 3이닝 3실점하고 교체됐고, 심창민(2실점)-차우찬(2실점)-장시환(1실점)도 크게 흔들렸다. 타선도 김태균의 홈런이 터지기 전까지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번 대회는 선수단 구성부터 힘겨웠다. 류현진·추신수가 부상을 이유로 빠졌고, 강정호는 음주뺑소니 탓에 하차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가자 김 감독은 예비 엔트리에도 없었던 오승환을 선발했다. 오승환은 이번 대회 유일한 빅리그 선수였지만 해외 원정도박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터라 비난 여론이 일었다. 1라운드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국은 4개 팀 가운데 가장 먼저 탈락했다. 컨디션 관리에 실패한 선수들은 줄부상에 시달렸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용인술이 뛰어난 김인식 감독이 손 한 번 쓰지 못한 채 대회가 끝났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나는 이제 마지막이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이번 대회를 끝으로 사임할 뜻을 밝혔다. 지난 2002년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그해 부산아시안게임 우승, 2006년 초대 WBC에서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끌었다. '국민감독'으로 불렸던 김 감독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퇴장하게 됐다. "선수는 죄가 없다.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다음에는 젊은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네덜란드 꺾은 이스라엘, 3승으로 조 1위 이스라엘이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서울라운드 A조 3차전에서 네덜란드를 4-2로 이겼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3전 전승으로 A조 1위를 차지했다. 2승1패가 된 네덜란드는 조 2위로 2라운드에 나선다. 2라운드는 12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20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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