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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의 끝, 무자비하여라

그만의 독창적인 색깔, 때로는 극단적으로 그로테스크한 표현이 트레이드 마크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딸 케이틀린 크로넨버그 감독의 데뷔작. 스타일리시한 공포영화 장르의 획기적 변화를 이룬 ‘셔더(Shudder)’가 제작사라는 사실만으로도 영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예상된다.     영화의 시기는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와 있는 듯한 가까운 미래. 녹아내리는 빙하로 해수면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허리케인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으며 매해 반복되는 기록적인 폭염과 걷잡을 수 없는 산불 등의 환경문제는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죽어 나가는 게 일상. 생태 붕괴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한 곳에 모이고 인류는 급기야 멸망을 피하기 위해 인구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다. 각 국가는 국민에게 ‘안락사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내 가족, 나의 이웃이 나를 위해 죽어줄 것을 바라는 세상!   부와 명성을 얻고 얼마 전 은퇴한 셀럽 뉴스맨 찰스 요크(피터 갤러거·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부인과 함께 안락사 프로그램에 자원하기로 결정하고 네 명의 자녀들을 디너 테이블에 불러모은다. 그러나 부인이 도망가버리는 순간 우아하게 자녀들과 이별을 고하려던 찰스의 계획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자녀들과 언쟁을 벌이는 동안 찰스의 안락사를 집행할 요원들이 도착한다.     가족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혼란이 야기된다. 타자의 자비를 원하면서 각자의 악이 드러난다.       과연 인간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존재들일까?     안락사는 죽음의 고통을 받는 사람에게 자비(humane)를 베풀어 그의 삶을 끊어주는 행위를 말한다. 영화는 그 일을 정부에 맡긴다. 군인들이 거리에 서 있고, 확성기를 통해 정부의 메시지가 들려온다. 정부는 가짜 뉴스라며 시민들의 메시지를 통제한다. 개인의 자유는 없다. 황폐함 속 질서는 파시즘에 근거한다. 안락사를 집행하는 기관 D.O.C.S.가 휘두르는 힘은 막강하다. 그 어디에도 자비는 없다.     지구는 여전히 생태 파괴의 원인 제공자들이 부를 누리고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삶은 그에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위기가 한 가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악몽 그 자체이다. 영화 ‘휴메인’의 무자비한 세계관은 환경문제에 게으른 인간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며 경고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이상기후 휴메인 안락사 프로그램 영화 분위기 공포영화 장르

2024-04-24

버지니아도 안락사 허용하나

    버지니아 상원의회가 밀기 질환 환자가 원할 경우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21대19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민주당 소속의 자잘라 하쉬미 의원이 발의했으나 의원 각자의 소신대로 찬반이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말기 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요청할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했다. 안락사는 독극물 주입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락사는  존엄사로도 불리며,  의학적으로 완치되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극약을 투입해 스스로 자살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의식불명 상태의 환자 뿐만 아니라 불치병, 난치병 환자에게 자기 생명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게 된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 등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의식불명 환자에 대해 산소호흡기를 제거해도 범죄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 존엄사 법률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버지니아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적극적 존엄사 법률로,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행위를 죄악시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의원들은 노인과 장애인에게 선택이라는 명목으로 죽음을 강요하는 법안이라고 반대했다.   하쉬미 의원은 “말기 질환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도 정부의 의무”라면서 “생명의 자기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인권과 관련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존엄사 법안은 기독교 윤리에 충실한 흑인 커뮤니티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들 흑인 민권단체에서는 주의회의 존엄사 법률 제정이 흑인말살 정책의 일환이라고 비판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세속화된 백인계층을 중심으로 실리적인 관점에서 존엄사 찬성비율이 높다.   1997년 오레곤주를 시작으로 , 워싱턴, 버몬트, 몬태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주 등이 존엄사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낙태는 양당 사이의 치열한 진영논리로 대립하고 있지만, 존엄사는 뚜렷한 구분점을 찾기 힘들다. 주로 보수적인 기독교 색채가 강한 공화당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양당의 정책적 차이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될 경우 매우 민감한 이슈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존엄사는 고액의 진료비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에게 매우 손쉬운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자의 경우 연명치료를 계속하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연명치료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존엄사를 허용할 경우 저소득계층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버지니아 안락사 버지니아 상원의회 존엄사 법안 버지니아 의회

2024-02-16

IL 주의회 안락사 허용 법안 상정

지난 5일 70년을 함께 산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동반 안락사를 선택한 가운데 일리노이 주의회에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는 안락사 법안이 상정돼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고 주지사의 승인을 받으면 일리노이는 전국에서 11번째로 안락사가 허용되는 주가 된다.     지난 8일 로라 파인(민주, 글렌뷰), 린다 홈스(민주, 오로라) 주 상원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성인이 불치병을 앓고 있고 6개월 이상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경우 스스로 생명을 중단할 수 있는 처방약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일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의료진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의사는 환자에게 호스피스나 통증 조절, 완화 치료(palliative care) 등을 선택할 수 있음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자는 약물을 요구한다는 구두 신청을 두 번 해야 하며 신청 사이에는 5일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종교 기관에 속한 병원측의 입장을 고려해 의사나 의료 기관, 약사들은 해당 법안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오레곤과 버먼트주 등과는 달리 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일리노이 주민이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법을 시행하고 있는 곳은 워싱턴 D.C.와 버몬트, 오레곤주 등 10개 주가 있다. 일리노이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의원들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해당 법을 남용하거나 강요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종교 단체에서는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리노이 카톨릭 연합회에서는 지난 2020년에도 유사한 법안이 상정됐을 당시 반대 운동을 펼쳤으며 이번 법안의 의회 통과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톨릭 연합회는 이 법안에 대해 “이 자살 도움 법안은 의사들의 치료를 거부하게 만들고 전체 자살 숫자를 늘릴 것이다. 불치병으로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생명을 잃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Nathan Park 기자주의회 안락사 안락사 법안 일리노이 법안 동반 안락사

2024-02-12

애완동물 안락사 늘어난다

안락사 되는 애완 동물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시카고 시 동물 관리국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관리국에 의해 안락사 된 애완동물은 모두 1764마리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9마리 증가한 것으로 25% 늘어난 수치다.     동물 관리국이 자체 보호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애완동물들을 안락사시키는 이유는 다양하다.     애완동물의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보호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관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행동이 거친 경우도 있다. 아울러 보호소가 더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들이 들어온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기르던 주민들이 애완동물들을 유기하기 때문이다.     보호소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동물들은 적당한 시기에 보호자를 만나 입양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내다가 병에 들거나 안락사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안락사 되는 애완동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특히 팬데믹 이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당시 많은 가정에서 애완동물들을 키웠고 이로 인해 뒷마당에서 교미가 늘어나며 개체수가 증가한 것도 이유로 꼽았다.     반면 팬데믹 당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줄어들면서 수의사로부터 중성화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경우는 증가했다.     이로 인해 개체수가 증가했고 보호소로 들어오는 사례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애완동물을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된 주민들이 유기한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된 동물 중에서는 고양이보다는 개가 많고 개 중에서도 소형견보다는 덩치가 큰 핏불 종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시청 동물 관리국이 운영하고 있는 보호소는 가급적 안락사를 피하기 위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민간 동물 보호소에 동물들을 넘기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6500마리에서 9000마리를 민간 보호소에 넘겼는데 팬데믹 이후로는 이 숫자가 25% 이상 줄어들었다. 협력 민간 보호소의 숫자도 200개에서 120개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Nathan Park 기자애완동물 안락사 애완동물 안락사 가급적 안락사 동물 관리국

2023-12-14

존엄사 선택 증가세…찬반 논란은 여전

가주에서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 ELOA)이 시행된 지도 벌써 8년째다. 지난 2016년 발효된 법안에 따라 수 천명이 죽음을 선택한 가운데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본지 8월 16일자 A-1면, 17일자 A-3면〉 특히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 중이다. 이제까지 현황을 알아본다. ◆존엄사와 존엄사법   가주 존엄사법(ELOA)은 2016년 발효됐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존중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법안이다.     존엄사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안락사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다. 특히 가주 존엄사법의 경우, 원래 '선택적 안락사(aid-in-dying)' 혹은 '능동적 안락사'에 관한 법안인데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로 명확한 번역이 어렵고 길고 복잡해서 그냥 '존엄사법(ELOA)'으로 부르고 있다. 반면 '수동적 안락사'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가족들이 동의 하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무의미한 추가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좁은 범위의 존엄사로 일반적으로 존엄사라 하면 이를 말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수동적 안락사와 더 좁은 의미의 존엄사를 구분하기도 한다. 가주에서는 '존엄사법'이라고 쓰고 '선택적 안락사를 실행하기 위한 법률'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가주 존엄사법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안 적용조건을 따져보면 명확해진다. 우선 18세 이상의 가주 거주자여야 한다. 타주 거주자가 '극약 처방'을 위해서 가주 의사를 만난다면 안된다고 볼 수 있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환자여야 한다. 6개월이나 시한부라는 것이 의학적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최소 2명의 의사로부터 판정을 받아 처방을 받아야 한다. 당뇨 같은 일반 불치병은 제외된다. 또한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여야 하는데 누군가에 의해서 떠밀리 듯 의사에게 잘못된 요청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6개월 시한부 말기 환자로 자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해 2명의 의사에게 극약 처방을 받아 이를 시행하는 것이다.   반면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것으로 존엄사법과는 거리가 멀다. 가주에서는 불법 의료행위다. 안락사는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뜻이지만 한국, 미국, 그외 여러나라에서도 불법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실제 의사들조차도 존엄사와 안락사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안락사를 동의 여부에 따라서 다르게 분류하기도 한다. 환자가 처방약을 먹거나 의사나 법이 허락하는 의료인이 환자의 요구대로 극약을 주사하는 '자의적 안락사'와 환자의 동의 없이 극약을 주입하는 '수동적 안락사'가 있다. 수동적 안락사는 살인으로 해석하는 나라도 많다.     ◆가주 법 제정 경과 및 결과   2016년 6월9일부터 가주 존엄사법(ELOA)이 시행됐다. 당시 가주는 오리건(1994년), 워싱턴주(2008년), 몬태나(2009년), 버몬트(2013년)에 이어 전국에서 5 번째로 존엄사를 허용했다. 현재는 이들 외에도 워싱턴DC, 뉴저지, 뉴멕시코, 버몬트, 콜로라도, 하와이 등 총 11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2022년1월1일부터는 개정된 가주 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다. 약물 신청 기간이 15일에서 48시간으로 크게 단축됐다. ELOA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가주 거주자 ▶환자의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라는 의학적 판단 ▶치사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의사 2명으로부터 정신적으로 결정 능력이 있음을 확인 받아야 한다.   가주에서 2022년 853명이 존엄사를 선택했다. 전년 522명에 비해 331명(63%)이나 늘었다. 최근 4년간 추이는 423명(2018년), 497(2019), 496(2020), 522(2021)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증가세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이런 결과는 가주공공보건국이 발표한 '2022 연례보고서'에 나타난다. 2022년 가주에서는 1270명이 ELOA에 따라 치사 약물을 처방 받았고 이중 853명이 실제 약물을 복용해 사망했다. 처방 받은 환자 10명 중 7명이다.     보고서 본지 분석 결과, 지난 2016년부터 가주는 총 5168명이 약물 처방을 받았고 이중 3349명이 약물 복용 후 사망했다. 역시 처방자 중 65%가 존엄사를 선택했다. 인종 별로 보면 백인(2951명.88.1%)이 가장 많고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210명.6.3%), 히스패닉(116명.3.5%), 흑인(28명.0.8%) 등의 순이다. 한인은 21명이다. 아시아계만 보면 중국계(90명), 일본계(32명)에 이어 3번째다. 연령 별로 보면 70~79세(1048명.31.3%)가 가장 많았으며 60세 이하도 345명(10%)을 차지했다.     말기 질환별로 보면, 2291명(68.4%)이 폐, 췌장, 전립선 등의 말기암 환자였다. 신경계통 환자(351명.10.5%)이었으며 이중 루게릭병(202명), 파킨슨병(61명)이 가장 많다. 이외 대졸 이상은 1714명(51.2%), 남성이 1703명으로 여성(1646명)보다 많았다. 대부분이 가족의 동의(2875명.85.8%)를 얻었고 자택(3028명.90.4%)에서 생을 마쳤다. 대다수가 존엄사 신청을 메디케어 또는 의료 보험(2384명.71.2%)을 이용했다.     ◆찬성론   법안에 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은 무엇이 더 인도주의적인 것이냐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도 중요하지만 존엄도 중요하다고 보며 인간답게 살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고 불치병으로 인한 고통이 투병 중일 때보다 더 크다면 이를 멈춰 주는 것이 더 인도적인 것이라는 논리다.     법안을 실제로 통과시키고 시행하는데 큰 역할을 한 찬성 측은 말기 환자의 가족이거나 이들을 바로 옆에서 치료했던 의료진이다. 찬성론자 중에 암전문의, 너싱 홈 관계자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법안을 이끈 비영리 단체도 고통이 극심한 환자를 지켜보다가 법안 제정에 나섰고 25년 만에 법제화시켰다고 알려졌다. 한 찬성론자는 "존엄사는 자살 방조가 아니라 환자에게 의료 행위의 선택권을 넓혀준 것"이라며 "법에 대한 진실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반대론   법안을 반대하고 폐지하자는 소송이 지난 4월에 제기된 바가 있을 정도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찬성측에 의료진이 많듯이 반대측에도 의료진이 많다. 이들의 주장은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치료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6개월 시한부, 말기 환자에 대한 판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예측이 50%는 틀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통은 고통 치료 전문가들에 의해서 경감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견해다.   다른 견해는 '고통 경감'을 핑계로 보고 있다. 뒤에는 돈을 절약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의 교묘한 방법의 살인이라는 것이다. 상당수의 말기 환자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 시스템에서 치료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먼저 시행되고 있는 나라들이 의료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은 북유럽 국가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12세부터 존엄사가 가능해 실제로는 인권 침해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종양 관련 전문의는 "대상자가 결국 가난하고 늙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로 몰리는 최악의 상황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장애인의 삶은 무가치하다고 믿는 사회적 인식, 우생학적 관점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또한 환자 중 상당수가 남은 가족들에 대한 배려로 존엄사 선택을 도모한다는 의견이다. 말기 환자의 경우 대부분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병원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나오고 가족들이 환자에 매달려 생계에 어려움이 있어 환자가 오히려 가족을 걱정하며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대론의 가장 강력한 그룹은 역시 종교계다. 가톨릭의 경우 '신의 영역'이라며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고 개신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절대자에 의해서 주어진 생명을 그렇지도 않은 인가들이 종료 시킬 권리는 없으며 누구든 서둘러 사망하게 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가주 존엄사법에 따르면 병원 등 의료 시설은 고용한 전문의에게 약물 처방을 금지할 수 있다. 가주 전체 병원의 13%를 차지하는 가톨릭 및 개신교 관련 병원들이 그렇다. 개인 클리닉 역시 처방하지 않아도 되며 상담조차 거부할 수 있다. 장병희 기자증가세 존엄사 선택적 안락사 말기 환자여야 가운데 존엄사

2023-08-27

[오픈 업] ‘존엄사’, 무엇이 존엄한 것인가?

얼마전 급히 한국을 다녀왔다. 100세에서 3년이 모자라는 시어머님이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였다. 몇 년 전부터 양로시설에서 지내오셨는데 응급상황이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셨다. 치료는 연명 치료였다. 한국말로는 ‘비경구영양법’이라고 하는 치료로 ‘티피엔(Total Parenteral Nutrition)’ 주사가 정맥으로 흐르고 있었다.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액을 정맥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시어머님처럼 가사(假死) 상태일 때는 정맥주사를 통해서 영양제를 빨리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산소호흡기와 오줌을 받아내기 위한 폴리 카테터도 연결되어 있었다.     한국은 그동안 의료 관련 분야에도 엄청난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죽음을 바라보는 의학적 사회적 법적 윤리적 관념의 변화일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있는 시어머님은 '죽음의 윤리'나 행정적인 변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신다.     남편과 그의 형제들은 시어머님이 위기를 넘기고 양로시설로 돌아가시는 것에 우선 안도했다. 그러나 다시 응급상황이 생길 경우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형제들은 ‘존엄사'를 의논했고 그 방법이 아프지 않고 가장 편안하게 세상을 뜨는 방법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은 것 같았다. 그러나 시어머님은 유언장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d Directives)를 작성하신 적이 없어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     ‘존엄사'와 ‘안락사'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죽음이 가깝다고 확정된 사람들이 대상이지만 불치병은 해당하지 않는다.     ‘안락사'는 그리스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뜻이지만 진정 아름다운 죽음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안락사'는 한국 미국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불법이다.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먹거나 의사나 법이 허락하는 의료인이 환자의 요구대로 극약을 주사하는 ‘자의적 안락사'와 환자의 동의 없이 극약을 주입하는 ‘수동적 안락사'가 있다. ‘수동적 안락사'는 살인으로 해석하는 나라도 많다.   ‘존엄사'란 문자 그대로 ‘잘 죽는 것' 또는 ‘존엄하게 죽는 것'이라는 뜻이다. ‘존엄사'는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한 죽음'이라고도 한다. 본인이 정신이 있을 때 연명 치료 여부를 문서로 기록해 놓았다가(사전연명의료의향서) 때가 되면 그대로 하는 것이다.     문서를 미리 작성하지 못했지만 임종이 가깝고 본인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라면 그때라도 ‘연명의료계획서'를 만들 수 있다. 문서가 없는 상태에서 회생 불가능 판정이 났다면 가족들 합의하에 연명을 포기하고 ‘존엄사'의 길을 가는 것이다.     존엄사(Death with Dignity) 안락사(euthanasia) 능동적 안락사 타의적 또는 수동적(involuntary) 안락사 의사조력사망(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 의사조력자살 임종의료지원(medical aid in dying:MAiD) 등의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5년 동안 무려 25만6377명이 ‘존엄사'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일 년에 평균 5만 명이 넘는다. 2021년 캐나다 1만64명 네덜란드 7666명 미국 1300명(자료: statista)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 미국도 근본적으로 비슷한 법을 갖고 있다. 조력자살은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 몬태나 하와이 뉴멕시코 등 10개 주서만 합법이다.     그런데 한국의 연명의료결정 사망자 중 61.5%가 본인 결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생명 경시 현상 탓은 아닌지 우려된다.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존엄하다고 믿는 죽음을 택하기 전에 생명이 주어져 세상으로 불려왔던 것처럼 그렇게 세상에서 불려 나가야 맞을 것 같다. 한국의 ‘존엄사'방식 선택 절차를 더 이해하려면 2023년 4월 15일 업데이트 된 법제처 웹사이트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존엄사 존엄 존엄사방식 선택 안락사 의사조력사망 수동적 안락사

2023-06-05

[휴먼 & 펫] 끌리는 마음만으로는…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아는 집에서 얻거나 애견센터에서 구매한다. 과거엔 사고파는 물건처럼 여겼지만 ‘입양’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부양하겠다는 태도가 정착하고 있다. 하지만 진료하다 보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동물 치료에 국가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진료비를 대느라 전셋집을 월세로 옮긴 가정이 있었다. 고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며느리는 반려견을 키우는 게 싫었지만 시어머니가 좋아해 내색하지 못했는데, 강아지가 병에 걸리자 안락사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그래서 동물을 키워 보겠다면 결심이 필요하다. 몇 가지 요건을 따져보기 권한다. 우선 경제적 형편이다. 밥그릇, 목줄, 패드, 장난감, 이동장 등 갖출 물건이 꽤 많다. 사료·간식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치료비, 약값, 보험료도 고려 대상이다. 다음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는지 살펴보자. 동물은 정기적으로 산책과 운동을 해야 한다. 문제 행동 없이 사람과 어울려 살게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보통 1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게 해야 한다.   일정한 집안 공간도 필요하다. 동물이 쉬고 잘 곳과 먹이를 먹는 장소, 대소변을 볼 곳 정도로 나눌 수 있다면 바랄 나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상황이다. 가족 모두가 입양에 동의하고 동물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면 좋다. 이런 가족은 동물의 습성과 건강 관리 지식을 함께 알아가는 재미를 공유한다. 하지만 동물 털 알레르기나 공포감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무작정 동물을 키워보겠다고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일로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꽤 발생한다. 이러면 키우던 사람에게도 상처가 남지만, 특히 동물에는 불행한 일이다. 끌리는 마음만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려는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사람 사이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동물과의 만남에서도 중요하다. 서강문 /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휴먼 & 펫 마음 동물 치료 가족 구성원 안락사 문제

2023-04-26

[오픈 업] 존엄사, 안락사와 생명 윤리

얼마 전 플로리다주의 한 말기 환자 병동에서 환자의 부인이 남편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은 병이 위중해지자 존엄사를 원했다고 한다. 부부는 ‘살해 후 자살’ 시나리오를 계획했고 남편은 숨졌지만 부인은 자살에 실패했다. 플로리다주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 부인은 살인혐의로 구속됐다. 숨진 남편에게 증상 완화를 위한 호스피스 치료를 제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존엄사나 안락사의 해당 범위나 시행 규정은 국가에 따라 다르다. 존엄사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안락사라는 것은 의사 (또는 면허가 있는 전문인)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말기 환자들이 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을 일찌감치 제정하고 시행해 온 국가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범주가 넓어지면서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생명윤리를 배반하는 숨겨진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선천성 기형, 치매, 극심한 청각장애, 만성간경화, 폐쇄성 질환, 면역 결핍증 환자들이 안락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차트조차 정확히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이런 병들은 불치병인 것은 맞지만, 금방 죽을 병은 아니다. 고혈압, 당뇨도 완치되는 병은 아니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통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사용되는 용어도 ‘존엄한 죽음(death with dignity)’, ‘자의적 안락사(voluntary euthanasia)’, ‘의사조력 사망(physician assisted death)’, ‘임종 의료지원(medical aid in dying:MAiD)’, ‘조력사망(assisted dying)’, ‘타의적 안락사(involuntary euthanasia’ 등 다양하다. 어떤 경우가 ‘존엄사’ 이며, 어떤 경우가 ‘안락사’인지 혼동되기 쉽다.   우리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난 것처럼, 때가 되면 예외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죽음은 자연사, 사고사, 존엄사, 안락사 등 네 가지 길을 통해서 도달한다. 아파서 죽는 것은 자연사, 피살은 사고사로 분류된다. 존엄사는 본인이 행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고통경감을 위해서 조기 사망을 유도하는 것인데, 타인이 죽는 과정에 개입한다. 어떤 죽음을  존엄, 또는 안락사라고 할 수 있을까? 종교적 가치관은 차치하더라도 인위적인 사망을 윤리적으로 또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벨기에는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불치병이나 말기 질환 때문에 고통 받는 환자 중에, 남은 삶이 6개월 미만일 때 안락사를 허용한다. 시행 20년이 지나면서 안락사 숫자가 10배나 늘었다고 한다. 2014년에는 아동에게도 이 법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얼라이언스 비타(Alliance Vita)라는 프랑스 인권단체는 지난해 벨기에의 규정 적용이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존엄한 죽음’을 위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 및 의사 조력사망 법제화에 대한 안건이 인권위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두 안건 모두, 인위적 죽음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 몇몇 선진국들처럼 제한적인 연명의료결정법이 있지만 아직조력사망, 또는 조력 존엄사를 입법화하지 않고 있다. 조력 사망은 대다수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26명/10만명, 미국 14.2명/10만명)을 생각할 때 존엄사, 안락사는 염려스럽게 다가온다. 생명의 귀함을 무시하고, 아파서 괴로워한다고 인위적 죽음을 제시하거나,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도록 종용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인은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 지침서(advanced directive)를 준비해 놓고, 사회는 개개인의 행복한 삶,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이미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돕고, 말기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호스피스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생명을 놓고 거래하거나, 법을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존엄사 안락사 안락사 숫자 타의적 안락사 자의적 안락사

2023-01-31

죽을 날 받아놓자 되찾은 웃음…콜롬비아 여성에 안락사 재허가

죽을 날 받아놓자 되찾은 웃음…콜롬비아 여성에 안락사 재허가 루게릭병 앓는 50대…콜롬비아서 말기 환자 아닌 안락사 첫 사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난치병을 앓고 있는 콜롬비아 50대 여성이 두 번의 투쟁 끝에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할 권리를 얻어냈다. 28일(현지시간) 일간 엘티엠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콜롬비아 법원은 마르타 세풀베다(51)에 대한 안락사 절차를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관계기관에 48시간 이내에 세풀베다와 안락사 일시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사실 세풀베다가 안락사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을 앓고 있는 세풀베다는 지난 8월 안락사를 요청해 허가를 받았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말기 환자의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세풀베다의 경우 콜롬비아에서 말기 환자가 아님에도 안락사를 허가받은 첫 사례였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는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가 아니더라도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심각한 난치병 환자도 안락사 허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는 루게릭병은 서서히 몸이 마비되면서 사망에까지 이르는 퇴행성 질환으로, 세풀베다는 2018년 첫 진단을 받았다.   지난 10일로 안락사 날짜를 받아놨던 세풀베다는 죽음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는 현지 카라콜TV에서 "내가 겁쟁이일 수도 있지만 더는 고통받고 싶지 않다. 지쳤다"며 "안락사 허가를 받은 후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더 잘 웃고 잠도 잘 잔다"고 말했다. 세풀베다의 아들도 "어머니가 행복해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정된 안락사를 불과 36시간 앞두고 의료당국이 안락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며 결정을 뒤집었다. 인터뷰에서 보인 세풀베다의 상태가 안락사 허가 결정 당시에 알고 있던 것보다 좋아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세풀베다는 반발하며 안락사 결정을 얻어내기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고 했다. 아들도 "어머니가 전처럼 절망적이고 슬픈 상태가 되셨다"며 "어머니의 존엄성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세풀베다는 곧 두 번째 안락사 날짜를 받게 된다. 콜롬비아에선 1997년 안락사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2015년 안락사가 법제화된 뒤 지금까지 157명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생을 마감했다. 콜롬비아 외에 캐나다,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콜롬비아 안락사 안락사 재허가루게릭병 콜롬비아 여성 안락사 허가

2021-10-28

[오픈 업] 안락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키스 판 데 스타이(Kees van der Staaij)는 네덜란드 극우파 SGP(네덜란드 신교 정당)의 당수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는 의사가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했다. 진보파 국회의원들이 '안락사', '존엄사'의 해당 범위를 건강한 사람이라도 삶을 마감하고 싶다면 허락하자는 법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는 이미 어린이들을 안락사 대상에 포함시킨지 오래된다. 네덜란드 의사들은 말기 불치병 환자들에게 '의사 조력 자살(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 또는 독물 주사를 사용하는 '안락사'를 2002년부터 합법화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6개의 주에서 '의사 조력 자살'을 합법화했지만 '안락사'는 불법이다. 네덜란드 통계에 의하면 2016년에는 7000여 명이 이 방법으로 죽었다. 염려스러운 것은 23%가 보고되지 않았고 431명은 분명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다. 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신질환은 만성병이지 말기 질환이 아니다. 네덜란드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66명의 정신질환 환자가 안락사했다. 그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미국 의사인 스콧 김 전문의가 작년 '미국 의사회 정신학 저널(JAMA Psychiatry)'에 발표했다. 그는 미국 국립 보건국(NIH) 소속 정신과 의사이며 생명 윤리학자다. 그가 보고한 내용은 이렇다. 30세부터 70세 후반까지 다양한 나잇대의 환자들이었고 11%는 제3의 전문의의 독립적 소견을 받지 못했으며 소견을 받았다 하더라도 24%의 경우 의사들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 안락사라는 의료 행위에 의사들의 개인적인 판단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지적했다. 객관적 가이드라인에 의한 안락사 결정이 아닌 개인의 편견이 있었다는 추측일 것이다. 나는 가끔 환자들이 '죽고 싶어요!'라고 하는 말을 듣는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할 수도 있고 아픔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으며, 자신을 돌보아 주어야 하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또는 경제적인 부담에 대한 염려의 표시라고 늘 생각해 왔다. 또 사전의료 지침서가 있어도 이것을 작성했던 건강했을 때와는 무척 다른 상황에 와 있기 때문에 지침서대로 행해 줄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도 많다. '죽고 싶다'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늙음도, 아픔도, 우울도, 당면한 죽음도 제삼자가 논할 것이 되지 못한다. 서둘러 죽지 않아도 될 환자에게 숨은 목적이 있어 죽음을 종용하는 친척이나 가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현주소이기도 하다.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들은 자비로운 죽음이 무엇인가를 숙고해야 할 때다. 자비로운 죽음이 서둘러 죽는 것과 같은 뜻이 아니다. '안락사'라는 이상적인 아이디어가 커다란 사회적 죄악을 잉태할 수도 있다. 의사들은 목숨을 끊는 극약을 처방하기 전에 본인과 가족들에게 충분한 상담과 완화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거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7-08-10

DC, 안락사 허용되나, 연방 의회·기독교계 반대

워싱턴DC 시정부가 환자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안락사 법안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한인교계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뮤리엘 바우저 DC 시장은 지난해 12월 안락사 법안(The Death with Dignity Act 2016)에 서명을 했다. DC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내놓으며 체계적으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DC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환자는 죽음을 부르는 약 처방을 DC 면허를 가진 의사와 약사에게 요청할 수 있다. 환자가 의사에게 죽음을 요구하는 과정은 크게 3단계다. 먼저 환자는 의사에게 구두로 ‘죽음을 부르는 약’을 요청하고, 15일 이내에 신중하게 생각한 뒤 DC 행정서류에 안락사를 원한다는 내용을 적어야 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의사에게 안락사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DC가 추진하는 안락사 법안은 시행이 불투명하다. 연방 상원과 하원, 대통령의 승인을 통과해야 시행할 수 있는데, 의회에서 반대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북미주 한인기독실업인회 회장인 박상근 변호사는 “연방 의회에서 막으면 시행이 불가능한데, 안락사를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아 어려울 것”이라며 “하나님이 주신 목숨, 신성한 생명 기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제성경연구원 김양일 원장은 “인위적으로 죽는 것은 하나님 뜻이 아니고, 성경적인 관점에서는 자연사가 맞다”며 “안락사를 선택하려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스러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우리는 힘들더라도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7-07-19

"내 삶을 내가 마무리할 수 있는 것에 큰 위안"

말기 골수암으로 시한부 판정 "갈 때 되면 처방 약물 먹을 것" 악기 레슨 등 버킷리스트 실천 말기 골수암 진단을 받은 로버트 스톤(69)은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죽음을 삶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보다는 남은 날을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리며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연명하다 죽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달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낼 수 있는 약물을 처방받았다. 지난 6월 존엄사법이 발효된 캘리포니아에서 스톤은 존엄사를 택한 첫번째 환자들 중 한 명이 됐다. LA타임스는 3일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 실버레이크에 사는 스톤의 스토리를 소개하면서 섣부른 자살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논란 속에서도 존엄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존엄사 합법화를 추진하는 주도 25개 주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존엄사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모두 5개 주다. 오리건주가 1997년 처음으로 존엄사법을 시행한 데 이어 워싱턴주(2008년), 버몬트주(2013년)가 뒤를 이었다. 몬태나주는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2009년 주 대법원이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존엄사가 인정되고 있다. 2014년 11월 이후 25개 주가 존엄사 합법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갖은 논란 속에서도 이렇듯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들이 늘고 있는 것은 베이비부머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대학 노인학 연구소의 렌 피셔맨 디렉터는 "5년 전부터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80~90대까지 살면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신체적, 인지적 질환을 겪으며 연명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근래들어 단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집중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존엄사를 택한 스톤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1992년 울혈성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한 그의 엄마는 병원 침대에 양손이 묶이고 목구멍에 튜브를 끼워 넣은 채 한달 여 연명치료를 받다가 결국은 코마 상태로 숨졌다. 당시 그의 엄마는 80세 생일을 몇 주 앞두고 있었다. 스톤은 "엄마도 아버지도 삼촌도 숨지기 전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면서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스톤의 의사는 그에게 화학요법이 더 이상 효과가 없고 길면 1~2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스톤은 엄마처럼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스톤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몸이 계속 쇠약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약물을 먹지 않을 것"이라며 "떠날 때가 되면 몸이 알 수 있을 것이고 내 삶을 내가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 살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베트남과 일본을 여행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보관해온 옛날 편지를 다시 읽고 있다. 196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편지를 읽으며 옛 친구들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감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 자유의 바람이 거셌던 60년대 UC버클리를 다녔고 평화봉사단으로 필리핀에서 봉사했고 노숙자들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보람있게 일했고 …." 그는 LA타임스에 "진단을 받은 이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코디언으로 '레이디 오브 스페인'을 연주하고 싶어했는데 몇 주 후면 11살 때 포기한 아코디언 레슨도 다시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8%가 존엄사를 지지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10%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6-08-03

행복 위한 존엄사 선택 … 무겁지만 밝은 로맨스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감독: 테아 샤록 출연: 에밀리아 클라크, 샘 클라플린 장르: 로맨스 등급: PG-13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새 직장을 찾던 중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윌(샘 클라플린)의 임시 간병인이 된다. 루이자의 우스꽝스러운 옷과 수다스러운 농담이 불편한 윌과 절망에 빠져 매사 비뚤어진 태도를 보이는 윌이 치사하기만 한 루이자. 하지만 둘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여행광, 만능 스포츠맨, 촉망받던 젊은 사업가였지만 사고로 인해 목 위와 한 손의 손가락만 움직이는 근육 손실 환자가 된 윌.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없이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루이자. 상반된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하며 변화한다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윌이 6개월 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계획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 비포 유'는 기존의 로맨스영화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존엄사를 택한 윌. 루이자는 그가 삶을 버틸 수 있게끔 노력하지만, 결국은 그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보내 주는 것과 붙잡는 것 중 어떤 게 더 사랑하는 걸까.' 이 질문은 각각 윌과 루이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봐도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존엄사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영화의 톤은 밝다는 것. 이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보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더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판단과 의지대로 후회 없이 살아왔고, 죽음까지도 스스로 선택한 윌은 인생을 의미 없이 보내는 루이자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긴다.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멋지게 살길 바라는 그 마음을 담아서. "인생은 한 번이에요.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게 삶에 대한 의무예요"라는 윌의 조언은 저마다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며 깊은 여운을 준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귀엽고 사랑스런 루이자를 표현한 에밀리아 클라크와 윌의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샘 클라플린의 섬세한 연기는 루이자와 윌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 원작에서 가져올 부분과 버릴 부분을 영리하게 택하며, 536페이지의 원작 소설을 111분이라는 상영 시간 안에 모자람 없이 담아낸 원작자이자 각본가 조조 모예스의 문력이 빛을 발한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2016-06-02

[닥터 권 줌인]존엄사 vs 살인

존엄사(death with Dignity)와 안락사(Mercy Killing)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안락사는 ‘고통스런 불치병이나 신체질환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지만 자연적인 죽음보다 훨씬 이전에 생명을 마감시키며, 질병에 의한 죽음이 아니라 인위적인 행위에 의한 죽음까지 포괄한다. 반면 존엄사는 의학적 치료를 했음에도 죽음이 임박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즉,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 약물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를 소극적 안락사라고도 한다. 현행 법률과 판례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생명을 단 1분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시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중단시키기 위해 약물을 주입시키는 적극적 안락사와 인공호흡기를 떼고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소극적 안락사를 미국에선 ‘사전의사 결정제도’로 인정하고 있다. 즉, ‘인간이 스스로 자의에 의해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이를 구속하지 못한다’고 하는 이율배반적이고 좀 혼란스런 규정인 것 같다. 오늘 저녁에 한국에서 대학 친구가 “친구야, 예쁜 우리 엄마가 어제 밤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라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순간 눈물이 핑 돌고 한국으로 당장 달려가서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근무할 땐 슬플 때나 기쁠 때, 아무리 멀어도 언제든 달려가서 서로 나누고 위로하던 친구다. 정확히 13년 전 2003년 4월의 일이다. 친구의 어머니는 그 때 정년 퇴직하시고 딸이 사는 곳을 잠시 방문하셨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코마(coma)상태가 되었다. 뇌 수술을 세 번이나 하셔서 그 미인이시던 어머니의 이마가 보기 흉하게 움푹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의식 상태가 계속 되었고 친구는 어머니를 병원에서 자신의 집 안방으로 모시고 온갖 정성을 다해 어머니가 깨어나도록 도왔다. 물론 풀타임(full-time) 간호원을 고용했지만 코마 상태인 환자를 돌보는 것은 중노동이라 그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결국 파격대우 즉, 출퇴근 9-5시, 주말은 휴가, 그리고 높은 연봉으로 어렵게 좀 오래 머무는 간호원을 어머니 곁에 둘 수 있었다. 저녁과 주말에는 친구가 학교에서 일이 끝나면 항상 어머니 옆에서 병간호를 했다. 친구의 병 간호는 그야말로 감동적이었다. 의식 없는 어머니를 의식 있는 사람을 대하듯 대화했다. 예를 들면, 내가 전화하면 “엄마, 내 친구야, 알지? 그 미국 유학한 친구” 라고 말하면서 나에게도 “어머니와 대화해 보라”고 했고 나도 “어머니 안녕하세요? 좀 어떠세요?”라고 인사 드리면서 무반응인 어머니였지만 그 친구가 평소에 하던 대로 나의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1년이 지나도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직장 가기 전에 그리고 돌아와서 어머니를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인사하고 저녁엔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어머니이게 자세히 들려 준다. 코마 상태인 어머니를 일으킬 때도 몸을 닦아 드릴 때도 갓난 아기 다루듯이 진정한 사랑으로 정성스럽고 부드럽게 돕는다. 2년이 지난 2005년 주위 사람들의 희망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친구야, 딸이 아니면 이런 간호도 어려울 거야” 라며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정성껏 어머니를 간호했다. 2006년 2월, 코마상태로 3년을 침상에서 보낸 어머니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친구 어머니가 깨어나서 일어나신 것이다. 책도 읽으시고 식사도 하시고 약해진 다리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시지만 행복해 보였다. 지난해, 2015년 9월,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머님은 농담으로 나에게 영어 인사를 하시면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13년 전에 친구 어머니에게 ‘생명 연장한 보조기구들’을 떼어 버렸다면 ‘존엄사’ 일까 아님 ‘살인’이라고 해야 할까? 내 조카도 초등 때 가족여행 중 교통사고로 1년간 코마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가 곁에서 회복을 기원하며 치료를 도왔고 1년 후에 다시 깨어나서 건강해졌다. 그녀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다. 인체의 신비를 대할 때마다 난 고등학교 천재 물리 선생님이 “우리가 배우는 모든 지식은 이 우주의 먼지 즉 점과 같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존엄사는 인간의술의 한계와 윤리 도덕적 문제로 아주 신중히 다루어져야 할 것이며 움직이는 모든 생명, 심지어 미물도 그리고 식물조차 그 생명은 소중하고 존중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2016-03-03

[독자가 묻고 기자들이 답합니다] 연명 의료 행위 중단 '소극적 안락사'가 존엄사

약물 투약하는 직접적 방식은 '적극적 안락사' 현재 전국 5개 주만 합법…긍정 여론 확산 추세 뉴욕·뉴저지 등 일부 지역서도 허용 법안 계류 중 여론조사 응답자 88% "죽음에 대한 선택 보장돼야" Q. 안락사와 존엄사가 있는데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현재 미국에선 안락사에 대한 법적 규정이 어떻게 돼 있나요?. A. 안락사는 말 그대로 편안한 상태로 죽음을 맞는 것을 말합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불치의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치료와 생명 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될때 직.간접적 방법으로 고통없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행위'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안락사는 전세계에서 지금까지도 찬반 논란 속에 일부 국가에만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안락사 이슈는 오랜 세월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다 올해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이른바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해 있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과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의료계와 환자 가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끝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으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은 여전히 환자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전국 5개 주에서만 허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안락사(Euthanasia)를 크게 자발적(Voluntary) 안락사와 비자발적(Non or In-voluntary) 안락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안락사는 환자의 동의와 요청에 의한 것을 의미하고 비자발적 안락사는 환자가 나이가 아주 어리거나 병환으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해 직접 의견을 밝힐 수 없을때 적용됩니다. 대부분 비자발적 안락사는 금지돼 있으며 일부 주에서만 매우 특별한 사유가 있을때에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락사와 존엄사=자발적 안락사는 크게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다시 분류되는데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라고 합니다. 적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몸에 약물을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소극적 안락사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생명 연장을 위해 해오던 각종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적극적 안락사는 직접적이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환자의 생명을 끊는 것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치료를 중단해 환자가 스스로 생명을 잃게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존엄사는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소생과 상관없이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치료를 중단하는 행위라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법적 현황=미국에선 안락사라는 표현 대신 '의사 도움에 의한 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란 단어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는 도움을 받아 생명을 끊는 행위를 의미하는 '어시스티드 다잉(assisted dying)' '에이드 인 다잉(aid in dying)'이란 표현도 쓰이고 있습니다. 또 죽음을 보다 존엄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데스 위드 디그니티(death with dignity)'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안락사 다시 말하면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는 오리건.버몬트.워싱턴.캘리포니아.몬타나주 등 5개 주입니다. 이 중 몬타나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다른 주들과 다른 점입니다. 1998년부터 허용하기 시작한 오리건주가 가장 먼저 존엄사를 합법화했고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허용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뉴욕과 뉴저지주는 현재 관련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뉴욕주의 경우 올해 회기가 시작되면서부터 허용 법안이 주의회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에이미 폴린(민주.88선거구) 주하원의원과 존 보나식(공화.42선거구) 상원의원이 각각 하원과 상원에서 발의한 법안(A.5261-B/S.5814)은 불치병을 앓는 환자 중 정확한 의사 소통이 가능한 경우 자살을 위해 정식으로 독극물 처방 요청을 허용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의사가 처방을 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한 폴린 의원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고통스럽고 괴롭게 맞아야 한다는 것은 남은 가족에게도 더 큰 정신적 고충을 주는 것"이라며 "내가 불치병에 걸렸다면 내 스스로 생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저지주 역시 현재 존엄사 허용법안(A2270)이 지난 2014년 주상원과 하원 보건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캔자스.매사추세츠.미시간.미네소타.노스캐롤라이나.오클라호마.펜실베이니아주 등지에서 존엄사 허용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중적 정서=미국에서 존엄사가 처음 시도된 것은 1900년대 초입니다. 오하이오주에서 허용법안이 상정됐으나 결국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미국에 본격적인 존엄사 허용 찬반 논란이 촉발합니다. 바로 '죽음의 의사'로 알려진 병리학자 잭 케보키언때문입니다. 케보키언 박사는 '죽을 권리'를 주장하며 9년 동안 130명의 불치병 환자의 자살을 도와 2급 살인 혐의로 수감됐다 가석방되기도 했습니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지난 2013년 뇌종양을 앓던 이성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밝혀 존엄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이씨는 가족의 반대로 존엄사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당시 한인사회에 존엄사에 대한 선택권 여부를 놓고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뉴욕주 유권자 가운데 4명 중 한 명은 존엄사 허용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88%는 불치병에 걸릴 경우 죽음에 대한 선택은 절대적으로 환자가 의사의 자문을 받아 가족과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선택권은 환자 본인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87%는 불치병 환자의 죽음에 대해 정부가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신동찬 기자

2016-02-23

존엄사법 시행 임박…이르면 상반기 발효

해가 바뀌면 각종 법규도 바뀐다. 올해에 발효되는 가주의 새로운 법안은 모두 807개. 1일부터 발효됐거나 연내에 발효될 주요 법규를 살펴봤다. 이어폰 두 귀에 꽂고 운전하면 단속=차량 운전 또는 자전거를 몰면서 이어폰을 양쪽 귀에 모두 꽂아선 안 된다.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출동 차량의 사이렌 소리, 다른 차량의 경적소리 등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총기 압류=경찰이 폭력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주민 소지 총기를 임시압류할 수 있게 됐다. 압류를 위해 총기 소유주를 기소할 필요가 없으며 최장 3주간 압류가 가능하다. 총기 압류조치에 불복, 법적대응에 나설 기회도 제공되지 않는다. 프리웨이 전광판으로 뺑소니차 수배=각 지역 경찰국은 프리웨이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을 이용해 뺑소니차 관련 정보를 전파, 범인 검거에 프리웨이 운전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가주 최저임금이 1일부터 종전의 시간당 9달러에서 시간당 10달러로 1달러 올랐다. 가뭄 내성 조경에 대한 벌금 부과 금지=로컬정부는 주택소유주가 뜰의 잔디를 없애고 가뭄에 강한 식물을 심거나 잔디에 물을 주지 않아도 벌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인조잔디에 대한 벌금 부과도 금지됐다. 고교졸업시험 폐지=가주 고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 졸업시험을 볼 필요가 없어졌다. 이 법의 효력은 2017~2018학년도까지 지속되고 2004년까지 소급적용된다. 아동 예방접종 사실상 의무화=부모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자녀의 예방접종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절대 다수의 학생이 가을학기엔 각급학교에 예방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환자에게 죽음 결정권 부여=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가 의사의 처방약을 받아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은 헬스케어 관련 특별회기가 끝난 뒤 90일 이후 발효된다. 회기 종료 시점은 결정된 바 없으나 이르면 이달 중 끝날 수도 있다. 운전면허증 신청 시 자동 유권자 등록=가주차량등록국(DMV)에서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거나 갱신하는 시민권자는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자동으로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 시행은 6월 중 가주유권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완료된 이후 가능하다. 임상환 기자

2016-01-01

"존엄사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유혹 경계해야"

당사자가 잘 결정하도록 철저한 교육이 선행돼야 존엄사 부추기는 건 우려 의료계에서도 의견 갈려 지난 10월 제리 브라운 가주 주지사가 서명함으로써 미국에서 5번째로 존엄사가 법(End of Life Option Act)으로 허용된 주가 되었다. 2016년 시행을 앞두고 의견들이 이미 분분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 대하고 있는 안상훈 LA암센터 암전문의, 류모니카 카이저병원 방사선 암전문의,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R.N.)과 조동혁 신장내과 전문의와 함께 의견을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행될 존엄사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안상훈) 18세 이상인 환자가 2명의 의사로부터 6개월 이상 살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때 순전히 본인이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상태에서 15일 이상 간격을 두고 2차례 구두로 존엄사를 희망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 다음 2명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존엄사를 원한다는 것을 글로 한 번 적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존엄사 신청서를 2명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직접 작성하여 이것을 본인이 담당의사에게 전해주는 것이 일 단계의 절차이다. 의사는 위의 진행과정들에 하자가 없는 지를 확인한 다음에 약을 처방하여 직접 환자에게 건네준다. 환자는 이 처방을 갖고 약을 구입한 후 누가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순수히 자신의 손으로 먹는 것이 이번 존엄사법의 큰 윤곽이다." "(유분자) 지금 우리 소망 소사이어티에서 해오고 있는 '아름다운 죽음 준비하기'와는 그래서 실제의 내용에 차이가 있다. 당사자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마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치료를 원치않은 상태에서 서서히 평화롭고 또 마음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말기환자의 경우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 어느 단계에서 튜브를 뽑아달라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통과된 존엄사법은 우리와 같은 자연사(소극적인 안락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액티브하게 약을 본인이 먹음으로써 자신의 생을 자의로 마감할 수 있다. 적극적인 안락사라고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류모니카) 미국에서 1997년에 처음 시행된 오리건주를 보면 2012년에 122명에게 약 처방을 해주었는데 실제로 이 약을 본인이 먹고 생을 마감한 사람은 71명으로 나타났다. 70% 정도가 실제로 본인이 먹고 사망했지만 30%는 자신이 결정해서 약 처방까지 받았지만 막상 그 순간에 마음이 변했음을 말해준다. 지금 이미 실행되고 있는 오리건주를 비롯한 워싱턴주, 몬타나주, 버몬트주의 평균적인 약 복용률은 0.2%~0.3%이다. 이 같은 비율은 미국 외에 존엄사법을 갖고 있는 네덜란드(최초 시행국), 독일, 스위스 등에서도 비슷한 상태다." -이 법이 환자와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나. "(안) 둘 다 영향은 미칠 것이다. 암 4기로 치료가 불가능할 때 호스피스를 권하면 환자 쪽에서는 이제 죽는 것만 기다리라는 것이구나 하면서 절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태에서 스스로 죽음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환자는 한순간의 감정으로 섣불리 선택할 위험소지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호스피스와 특히 고통을 줄여주는 증상완화치료가 많이 개발되었다. 호스피스를 권한다고 해서 반드시 곧 죽음을 뜻하지 않고 또 고통 그 차제만도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통증완화치료제에 대한 개발 노력이 이로 인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암전문의로서 앞선다." "(조)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진료하고 있을 때 12개 응급실 중에서 반 정도가 회복되기 힘든 상태에서 튜브에 의존하는 환자들이었다. 이런 환자들은 물론 특히 가족들에게는 약을 먹고 그 상황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 한 예로 투석을 반복해 온 환자들은 이젠 힘들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는데 이때 의사가 간접적인 방법으로(직접 권할 수 없다) 은근히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투석 환자들은 비록 그 순간만 넘기면 다시 계속해서 삶을 살아간다. 환자 쪽이나 또 의사 쪽에서나 자칫 악용할 위험요소가 있다고 본다. 영어로 'physician-assisted suicide(의사 도움을 받아 시행하는 자살)'란 표현을 사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류) 존엄사의 역사를 보면 호스피스나 안락사는 개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정했다. 나치정부의 경우 선천성 기형이나 지능부족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안락사 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무모한 죽음을 당한 케이스가 몇십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시대가 변화되어 이것을 인간의 (죽을) 권리라는 이슈로 접근하는데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치료비용, 보험관계 등등 철저한 자본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시행을 두고 이견들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안) 의사라고해서 생명을 대하는 시각이 항상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닥터 류가 지적했듯이 미국처럼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실상 환자에게 의사가 마음을 존엄사쪽으로 유도할 수 있는 유혹들은 사실상 너무나 사방에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극단적인 예로 암선고를 받았을 때 처음에 충격을 받고, 원망하다가 절망하는 단계에 있는 환자에게 옆에서 의사가 '단숨에 고통에서 해결될 방법'이라며 간접적으로 존엄사를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닥터 조가 언급한 것처럼 우울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서는 쉽게 그쪽을 택할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존엄사법을 환영하지 않는다." "(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들이 충분히 이성적으로 시간을 갖고 고민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교육과 계몽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소망 소사이어티에서의 이같은 교육프로그램이 더 홍보돼야겠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 좋은 점은 뭘까. "(류) 굳이 한가지 든다면 오랜 투병 끝에 진정으로 죽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재차 강조하지만 그 전에 호스피스, 증세완화치료와 충분한 상담이라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카이저병원에서는 윤리위원회가 있다. 만일 존엄사를 생각한다면 당사자가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도록 전문적인 상담을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선택하게 된다면 나치정부 때처럼 무모한 생명들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리를 해주신다면. "(안) 설사 6개월밖에 못산다고 해도 지금 본인이 약을 먹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과연 존엄한 죽음일까 의문이 생긴다. 유선생님 말씀처럼 이를 계기로 호스피스와 증세완화치료에 대한 교육과 계몽이 더 요구됨을 느낀다." "(조) 투석이 힘들어서 이제 그만 받고 싶다며 존엄사를 얘기하는 환자에게 나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말릴 것 같다. 그리고 그 환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증세를 어떻게든 완화해주는 데 집중할 것 같다. 그것이 의사인 내가 할 일이므로. 그래서 개인적으로 참 궁금하다. 존엄사법에 의료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닥터 안의 말처럼 의사라고 해서 다 한마음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순 기자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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