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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촌보다 좋은 이웃

나는 미국이 좋다. 편하다. 낯설고 물 선 이국 땅도 맘 붙이니 덜 외롭다. 고향은 유년의 추억을 실어 나르는 호랑나비다. 호랑나비는 날개가 크고 아름답다.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에 앉아 있는데/ 아니 도대체 왜 한 사람도 /즐겨 찾는 이 하나 없네요 (중략) 하루가 지나가도/ 아무리 기다려도/ 찾는 이도 없는데 왜’-던(DAWN)의 ‘호랑나비’중에서.     맑은 봄날, 황토 길 따라 아른거리던 아지랑이는 내 얼굴을 기억 하고 있을까.   낙동강 하류를 굽이 돌아 옆길로 빠진듯한 냇가에서 해가 비슬산 너머로 빠질 때까지 동무들과 놀았다. 머슴애는 팬티만 입고 여자애들은 내복을 걸치고 물장난을 쳤다. 발바닥이 따끔거릴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른 백사장은 사금파리처럼 반짝인다.     삼만이 아재가 짚을 꼬아 그네를 묶어준 수양버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양철 지붕을 얹은 가게는 라면을 판다. 목젖까지 서늘하게 적셔주던 수박을 매달았던 깊고 차갑던 우리집 우물은 콘크리트로 덥힌 지 오래다. 발 뒤꿈치 들고 아! 하고 소리 지르면 우물 속에 어른거리는 내 얼굴이 작은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간절한 만남과 사랑의 실체가 없는 고향은 망연한 그리움일 뿐, 빛 바랜 일기장 속에 유년의 추억은 향수로 흩어진다.     이웃집에 슬픈 일이 발생했다. 그저께 밤, 앞집에 앰뷸런스와 소방차, 경찰차까지 총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슨 일인지 함부로 근접 못하고 옆집 아저씨와 지켜보며 애를 태웠는데 아침에 모시고 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브라이언 가족은 나의 소중하고 절친인 이웃이다. 친구나 자식보다 더 가깝고 필요한 사람이다. 기계나 컴퓨터는 물론 간단한 살림 도구까지 조립이 불가능한 기계치 몸치로 나는 명성이 자자하다. 아들이 대학간 뒤에는 제 컴퓨터로 원격 조절해 문제를 해결해 주더니 장가가 애 둘 뒷바라지 하느라 제 코가 백자라서 남보다 더 요원한 사이가 됐다.     ‘앓느니 죽는다’는 각오로 홀로서기에 진입, 키 보드 이것저것 함부로 누르며 극한 생존대결의 길로 들어섰다. 근데 심각한 문제 발생! 20년 늙은 사업용 메인 컴퓨터가 폭파(?) 됐다. 그동안 몇 번 죽었다 살았다 하더니 드디어 사망에 이르렀다.   새 컴퓨터 구입해도 문제는 30000여개가 넘는 미술 작품과 30년 묵은 고객 명단, 포토샵과 기타 파일 등등을 복원하는 일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대장정이다.     ‘뒷간에 빠졌다 나와도 장미꽃 향기 난다(fell in the outhouse came out small like roses)’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어록이다. 나의 친절한 이웃 사촌이 컴퓨터 전문가라니! 이틀 만에 새 컴퓨터로 교체하고 모든 파일을 복구 했다. 위기 상황에도 자존심 지키는 것은 필수, “컴맹이라도 난 그림은 잘 그린다”며 작품 두 점을 선물했다. 가는 정이 없으면 주는 정도 사라진다. 초상집은 먹거리가 필요할 것 같아 소문난 요리 집 치킨 윙 50개를 주문 배달했다. 맘씨 좋은 옆집 아저씨는 우리집 드라이브 웨이 눈도 치워준다. 집 앞을 왔다갔다 하면 눈치 채고 두 이웃이 손을 내밀어 도와준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 서툴었던 내 동작도 유연해지고 어눌했던 언어도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정 붙이면 모든 것들이 정겨워진다. 내 청춘과 장년을 송두리채 바치고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내가 발 딛고 사는 곳이 나의 고향이다.     이젠 방황하지 않는다. 내 땅 남의 땅 내 것 네 것 가리지 않는다. 지구는 둥글고 하나다. 고향은 아련한 추억으로, 그리움은 잘 익은 포도주처럼 달달하게 혀끝을 적신다. 사촌보다 자식(?)보다 더 좋은 이웃을 사랑하며 매일 미국을 배운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촌 이웃 이웃 사촌 우리집 우물 옆집 아저씨

2024-01-30

[열린광장] 계묘년과 교묘교변(巧卯巧辯)

2024년이 시작되면서 ‘용의 해’라며 행복을 빌었다. 잘 먹고, 좋은 옷 입고, 편안히 잠잘 수 있기를 빈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이곳저곳에서 인재와 천재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     지난해 주인공이었던 토끼는 슬기롭지만 잔꾀도 많은 동물로 비유된다. 한국의 토끼전을 보면 용궁에서 죽을 위기를 넘긴 토끼가 “만산 풍경을 다시 보게 될 줄 뉘 알았으며,  옛날 먹던 산과일을 또 한 번 먹게 될 줄 뉘 알았던고” 라고 떠들어대다가 그만 독수리한테 잡힌다. 공중에 올라간 토끼는 용궁에서 가져온 의사 주머니를 바위 밑에 숨겨 놓았다고 독수리를 꾀어 바위 밑으로 내려가자마자 탈출해 바위 밑으로 깊숙이 들어가 목숨을 건졌다.   사람들은 올해가 60갑자 중 푸른 용을 뜻하는 갑진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데 용은 좋은 의미의 상징도 있지만 반대로도 쓰이고 있어 푸른 용의 해를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용은 상서로운 동물로 임금을 상징하기도 한다.  용이 매우 중요하게 쓰인 문헌이 있는데 바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다. 세종 27년(1445년)에 쓰인 용비어천가는 조선 건국의 위업과 선대 육조(六祖)의 덕을 칭송하는 것으로 최초의 한글 문헌이다. 여기서 세종 임금을 지칭한 용이 쓰여진 것이다.    여기서 토끼의 교번(巧辯)을 한 번 들어본다. 토끼는 임인년(2022년)과 함께 먼저 떠나버린 호랑이가 보고 싶어 그를 만나려고 숲으로 찾아갔다. 한데 불이 나 모든 동물이 달아났고 호랑이도 간신히 피해 숲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를 본 토끼가 중얼거렸다. “난세야,  난세!”  이 소리를 들은 호랑이가 외쳤다. “이놈아! 내가 누구신 줄 알 텐데 내 턱밑에까지 와서 물을 마신단 말이냐!”  이 때 토끼가 말했다.  “호랑이 아저씨! 우린 피난길에 아저씨 눈치를 봐야겠지만 아저씬 무서울 게 하나도 없을 텐데 혹시 머리에 뿔이 있고 몸통은 뱀과 같으나 네 다리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용이 무섭지 않나요?”     이 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숲속의 왕자인 내가 세상에 있지도 않은 그따위 용을 무서워할 것 같으냐? 사람들은 마술쟁이 같은 용을 무서워할지 모르지만 난 하나도  무섭지않다. 난 사람이 무섭단 말이다. 이 맹추야, 강원도 포수가 나타나면 누굴 쏘겠느냐, 널 쏘겠느냐 날 쏠 게 아니냐!”고 말했다. 호랑이가 사라지자 토끼는 “힘만 세면 단 줄 알지만 나처럼 힘이 약해도 슬기롭게 사는 게 장땡인 거야.”   별주부전에 나온 것처럼  슬기는 착한 데에 쓰이지만 잔꾀는 모진데 쓰인다. 잔꾀를 부리는 사람이 많으면 사기와 부정 등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옛 로마 장군 케이토는 “슬기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한테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어리석은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상상 속 동물인 용보다 슬기로운 토끼의 이야기에서 배울 점이 꽤 많은 것 같다. 2월 10일이면 진짜 용의 해가 시작된다. 갑진년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날지 꽤 궁금해진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교묘 호랑이 아저씨 세종 임금 아저씨 눈치

2024-01-25

[수필] “아저씨! 담뱃불 좀 부칩시다”

한국에서 사십 대 초반 때 일이다.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간단한 회식이 있었다. 이럴 때는 으레 술도 마시게 된다. 나도 소주 서너 잔을 마셨다. 음주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내 철칙이었기에, 택시로 귀가하기로 마음 먹고 담배를 피우며 발길을 택시 정류장 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거의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두 청소년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중 한 명이 “아저씨! 담뱃불 좀 부칩시다.” 어투가 조금은 건방졌다.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욱’하고 참지 못하는 기질이 발동했다. “뭐야? 너는 아버지도 없냐?” 나는 그 애의 멱살을 움켜쥐고 뺨을 한 대 때렸다. 불의에 일격을 당한 녀석은 조금은 겁먹은 듯 말투는 다소 공손해졌다. “왜 때려요? 파출소 가요!” “뭐? 파출소 그래 잘됐다. 따라와” 나는 그 애의 허리띠를 부여잡고 앞장섰다.     파출소는 회사 근처에 있어 금방 도착했다. 그 애는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엄마라는 사람이 와서 다짜고짜 "나도 안 때려 본 자식을 네가 뭔데 손찌검이야? 경찰 아저씨! 저 사람 처벌해 주세요." 그녀는 내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진술 과정에서 그 애들이 Y공고 2학년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럴 때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이 잘못하면 죄인이 된 심정으로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 했습니다. 제 자식을 혼내서 사람 만들어 주세요" 라며 자식의 머리를 쥐어박지 않았던가?   그녀는 내가 조서를 받기 위해 경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는지 자식을 데리고 나갔다. 파출소장이 "선생님! 제 직권으로 훈방 조치해 드리고 싶지만, 피해자 부모가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했기에 사정은 딱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라며 미안해했다. 자정이 다 되어 나는 순찰차에 태워져 영등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넥타이와 혁대를 풀어 놓고 난생처음 철창에 갇혔다. 유치장은 을씨년스러웠고 냉기 때문에 추위가 엄습해 왔다. 사복 착용의 담당 경찰관이 내 조서를 읽어보고는 혀를 차며 "세상 참 이상하게 변해가네"라며 한탄했다. 그는 "담배 피우고 싶으시죠? 여기는 금연구역이니, 감시카메라가 선생님 쪽을 비추면 고개를 저쪽으로 돌려 연기를 내 뿜으세요"라며 자신의 담뱃갑을 통째로 건네주었다.     억울한 마음인지 추위 때문인지 바들바들 떨다가 새벽 5시쯤 문래동 ‘즉결재판소’로 이송되었다. 그곳에는 관내 파출소로부터 집결된 피의자들이 50여명 넘게 있었다.   오전 8시가 조금 지나자 법복을 입은 여자 판사가 입정했다. 고성방가, 무전취식, 미풍양속 저해, 폭력, 노점상 단속 등의 죄질에 따라 구류 29일 미만으로 판사가 처벌하고 있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다. "다음은 이진용 선생님!" 어찌 된 영문인지 판사는 나를 ‘선생님’으로 깍듯이 호칭하고 있었다. "선생님! 참 잘하셨습니다. 이 선생님 같은 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폭력을 행사하신 것은 잘못된 일이지요?" 나는 "예, 잘못했습니다" 짧게 답했다. "벌금 일만원에 처합니다. 수중에 만 원이 있으신가요? 없다면 제가 빌려 드리겠습니다." 카랑카랑한 판사의 음성이 법정을 울려 퍼졌다. 일순간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나는 벌금형에 처해졌고 납부처에 벌금을 내고 아침 10시가 다 되어서 법원을 나설 수 있었다.   철창에 몇 시간 갇혀 있으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루도 안 되는 구금 상태에 있었지만 마치 몇 년 갇혀 있다가 풀려 난 기분이었다. "모든 것은 담배를 피우는 것이 죄다. 이번 기회에 담배를 아예 끊어 버리자." 나는 굳은 결심으로 반 정도 남은 담뱃갑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 날 아침 날씨는 유난히 밝았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나는 휘파람을 불며 늦은 출근길에 나섰다.   언젠가 저명인사들의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서 ‘맞담배질’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적인 정서로는 자신보다 열 살 이상 윗사람 앞에서는 담배를 삼가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라고 했다. 삼십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런 상황이 또다시 닥치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못 본 척 지나쳐야 하는가?     아무튼 그 날 이후 나는 지금까지 담배를 한 대도 피우지 않았다. 결국, 그 사건이 나에겐 전화위복이 되었다. 이진용 / 수필가수필 아저씨 담뱃불 경찰 아저씨 자식 교육 이진용 선생님

2023-04-27

‘비아컴퍼니’ 물류 브랜드 ‘밥(BOB)아저씨’ 선보여

  물류 스타트업 ‘비아컴퍼니’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통합 물류 브랜드 ‘밥(BOB)’를 선보이면서 물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스마트 통합 물류 브랜드 ‘밥(BOB)’은 우리나라 물류의 근본인 보부상에서 따 온 브랜드이다. 캐릭터로는 친근한 이미지의 ‘밥(BOB) 아저씨’를 내세우고 있다.     ‘비아컴퍼니’는 지난해 8월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스마트 물류 스타트업 ‘비아컴퍼니’를 설립했다.     팁스(TIPS)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인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으로, 선정 시 최대 5억 원의 연구개발비(R&D)를 포함해 멘토링, 해외마케팅 등 최대 7억 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업화 자금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자를 통한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혜택이 동반되기 때문에 스타트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아컴퍼니’는 물류 업계 경력이 최소 8~30년 된 인원들과 함께 창업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이 물류업계에서 배테랑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비아컴퍼니’는 스마트 물류 브랜드 ‘밥(BOB)아저씨’를 런칭하고 박스단위 보관 서비스와 박스단위 소형이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클릭 몇 번이면 누구나 손쉽게 이사를 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강조 하고 있다.       ‘밥(BOB)아저씨’는 현재 서비스의 일부만 제공되고 있지만 이사를 비롯해 배달, 택배, 퀵, 용달, 보관, 셀프스토리지 등 물류 시장을 하나로 묶은 종합 물류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밥(BOB)아저씨’ 서비스의 핵심기술은 박스단위로 잘게 쪼갠 짐들의 물류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최적화하여 관제, 운영하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비아컴퍼니 정철승 대표는 “트럭 한 대라는 최소단위를 박스 한 개 단위까지 소형화 시킨 박스 단위 자동 물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을 활용해 앞으로 각 단계별로 자동화 된 프로세스는 소비자에게 투명한 가격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며, 더욱 질 좋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철승 대표는 “자동화 기술에 발전해 발맞춰 비아컴퍼니가 개발 중인 물류 시스템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며 “물류는 기술과 기술, 더 크게는 산업과 산업 사이의 혈관이고 비아컴퍼니가 개발중인 기술은 이 혈관에 피를 돌게 하는 새로운 심장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술개발에 대한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한편, ‘밥아저씨’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짐 보관 서비스는 현재 첫 보관 1년 보관료 무료 이벤트를 시행하고 있다. 고비용을 내는데도 창고까지 직접 가져가야 하는 셀프스토리지와는 다르게 소비자가 있는 곳까지 직접 박스를 가지고 찾아가 주니 고객은 물건만 준비하면 된다.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브랜드 아저씨 물류 시스템 스마트 물류 물류 스타트업

2023-04-26

[문장으로 읽는 책] 임계장 이야기

“아빠, 저 경비 아저씨, 참 힘들겠네.” 아빠가 대답했다. “응, 많이 힘들 거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창졸간에 나는 공부를 안 해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이가 없어 아빠를 한참 쳐다봤더니 무안했던지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지하실을 보금자리로 살아가는 고양이가 밥 먹는 내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밥알이 바닥에 떨어지자 어디선지 개미떼가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문득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공부를 안 해서 이렇게 된 것일까?   조정진 『임계장 이야기』   솔직히 자녀교육이랍시고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한 적 있다. 부끄럽고 죄스럽다. 당신은 어떠신가.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2016년 60세로 퇴직한 저자는 버스회사 배차관리, 아파트 경비, 청소 업무를 하는 시급 노동자가 됐다. 일터에서 ‘임계장(님)’으로 불렸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비정규직의 삶은 고달팠고 노인이라는 이유의 차별까지 있었다. 하루하루 울분과 설움을 메모로 남긴 게 생애 첫 책이 됐다. 생생한 노동일기의 울림이 크다. 임계장은 ‘고다자’라고도 불린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뜻이다.     저자는 ‘감사의 글’에서 가족에게 특별한 부탁을 남겼다. “수많은 임계장들 이야기를 나의 노동 일지로 대신 전해 보고자 쓴 것이니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기 바란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임계장 이야기 임계장들 이야기 임계장 이야기 경비 아저씨

2022-12-28

[시로 읽는 삶] 맹목적이지만 치열한

너의 서식지는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오늘도 나의 다짐은 추락하지 않고,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나의 착란은 뼈마저 버린다 너는 결코 이방(異邦)이 아니다 태초부터 회귀점이다.   -김종화 시인의 ‘맹목’ 부분       청소년들의 문화라고만 여겨지던 팬덤 문화가 언제부터인가 삼사십 대는 물론 중장년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웃에 사는 사십 대 여성은 방탄소년단이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보도를 듣고 큰 충격에 빠져 있다. 그녀는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에 가입했다고 상당히 들떠 있었다.   아미에 가입하고 신이 나 있던 그녀에게 아미 가입이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아미에 가입하면 아미카드가 배송되고, 아미카드가 있으면 방탄소년단의 공연 티켓팅 할 때 선 예매는 물론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팬으로서의 자부심은 물론 팬들끼리의 유대감도 누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특정 연예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의 집단을 팬덤, 그런 사회현상을 팬덤 문화라고 하는데, 팬덤이란 열광자·광신자라는 뜻의 ‘fanatic’, 영토를 뜻하는 ‘dom’이 합쳐진 합성어로 열성 지지자들을 일컫는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에게 열광하며 조직된 팬클럽의 유래는 꽤 오래전이겠지만 우리에게 표면화된 것은 80년대 가수 조용필의 등장 이후 감성 소녀들의오빠 부대로 보는 예가 많다. 90년대 PC 통신의보급으로 스타와 팬들의 소통이 용이해지고 팬클럽이 조직화·활성화되었다.   2000년대 새롭게 등장한 팬덤 문화에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있다. 스타에 열광하던 십 대 팬들이 아줌마·아저씨가 되고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한다. 조용필의 아줌마·아저씨 팬들은 기존의 팬클럽인 ‘위대한 탄생’ 외에 그들만의 팬클럽인 ‘이터널리’를 만들기도 하고 이제는 24시간 조용필의 노래만을 방송하는 인터넷 방송 ‘조용필 방송국’까지 차렸다고 한다.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스타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대중에게 사랑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들의 기쁨과 환희를 대리만족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한다. 사랑받는 존재가 되려는 인간의 기본 욕구가 작용하는 것, 그들의 삶에 투시되어 그들의 후광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의 사회적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사람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타란 그들만의 아우라를 지니고 대중을 흡입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연예인을 선호하고 지지하는 일이 밋밋한 일상에서 활력소가 되어준다면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닌 듯하다. 마음이 가는 대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건조함에서 들이켜는 생수 아닐까 싶다.   사람은 연대하기를 좋아한다. 혼자이기보다 다수일 때 저변이 확대된다. 팬클럽 역시 그들만의 연대의식으로 커가며 좋아하는 스타를 진정한 스타가 되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은 뭔가에 열광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열광할 때 분출되는 내적 열기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형성되는 감각과 지각이 긍정성을 되어 삶의 단비가 되듯이 팬클럽 역시 순기능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맹목 조용필 방송국 팬덤 문화 아줌마 아저씨

2022-06-21

[수필]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우리들의 이웃은   고립된 현대사회에서   이웃은 우리를 돌봐주며   이해하는 친근한 존재다 단순히 가까운 거리라는   의미를 떠나 넓은 범위의   친밀한 동아리이다”   멀쩡하던 유치원 입구 강철 대문이 쓰러져있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월요일 아침 출근한 나는 열쇠를 꺼내다가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주말에 누군가가 차로 들이박은 흔적이다. 철공소에 전화하고 구부러진 철을 뜨거운 불로 야들야들 녹여 펴서 일으켜 세우고 레일을 고치니 철문이 열렸다. 등원하는 학부모가 불편하지 않도록 큰길에 서서 교통정리까지 하며 오전 내내 애를 태웠다.     등교 시간이 지나 유치원 앞이 조용해지자 사무실로 들어서는 내게 뒷집 아저씨가 다가왔다. 지난 토요일에 지나가던 차가 철문으로 직진하여 부순 후 뺑소니쳤다는 것이다. 그는 그 순간의 긴박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듯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더니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철문을 들이받은 회색 차가 급히 뒤로 차를 빼더니 휭하니 떠나는 뒷모습에서 번호판을 읽을 수 있었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액을 보상받기를 원하느냐?’ 리포트를 하는 내게 경찰이 물었다. 나는 차마 그 남자를 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웃 사람이 밤에 실수했으리라 여기며 리포트를 하는 것으로 끝내겠다고 했다. 동영상을 촬영해준 이웃 아저씨처럼 그 사람도 분명 이웃일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좋은 이웃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유치원의 담이 벽돌로 막혀 있었는데 그것을 부수고 여닫이 철문을 만들어 드라이브 웨이로 만들었다. 일방통행으로 길 정리를 하니 우리에게는 안전하고 효율적이라 여겼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뒷동네로부터 차가 반대 방향에서 들어오는 위험한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것이었다.     ‘Do not Enter’ 사인판을 걸었는데도 소용없었다. 그 사인을 본 사람은 더 속력을 내어 빠져나갔다. 지나가는 차의 운전자에게 저 사인판을 못 보았느냐고 다그치니 ‘지름길(Short cut)’이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 할 말을 잃었다. 이웃인데 화를 낼 수도 없고, 어디까지 그들의 편의를 봐주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좋은 이웃으로 지내는 방법을 모색하여 나부터 솔선수범하여 최선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는지.   딸이 어린 시절에 즐겁게 시청한 ‘미스터 로저스의 이웃(Mr. Rogers’ Neighborhood)'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같이 사는 이웃을 통해 폭넓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에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날'이라는 영화가 그를 기억하며 만들어졌다.     영화는 로저스와 그의 전기물을 쓴 저널리스트와의 우정을 보여주었다. 로저스는 냉소적이고, 깨진 가족의 관계에서 상처 입은 마음과 분노를 자제할 수 없는 로이드의 말을 친절하게 들어주고 이해함으로써 상대방의 태도를 공손하게 변화시켰다.   로이드는 마음이 아프면 대화하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끼며 연결된 이웃 관계를 만드는 모습으로 힐링이라는 단어의 느낌을 보여주었다. 용기와 힘을 주는 그는 진정한 우리 이웃의 모습이었다.   이웃이란 고립된 현대 사회에서 두렵고 불안한 우리를 돌봐주며 이해하는 존재로 친근함을 전해준다. 단순히 가까운 거리라는 의미보다 넓은 범위의 친밀한 동아리가 아닐까 싶다.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은 우리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든다. 어려움을 당한 사람을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우리의 바람직한 이웃의 가치로 다가온다.     '좋은 이웃과 함께 아름다운 날을 만들어 간다.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더욱더 풍요롭고 따뜻한 세상으로 함께 가자는 초대장의 한 구절처럼 들린다.     이희숙 / 수필가수필 이웃 이웃 아저씨 이웃 관계 이웃 사람

2022-02-17

무한 마음!

 집안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저씨는 제가 M 그룹에서 일할 때 그룹 부회장 겸 사장님 이셨습니다. 아저씨는 전설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아저씨에 대한 기사를 보고 싶어 인터넷 조회를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관련기사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도 한 줄로 평가된다는 명언(?)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에 대한 한 줄의 평가도 없었습니다. 집안 형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형님은 좀 더 자세히 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형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집안 형님은 세월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고 하시면서 참 인생이 허무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허무한 마음’ 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습니다. “마른 잎이 한 잎 두 잎 / 떨어지던 지난 가을날 / 사무치는 그리움만 남겨놓고 / 가버린 사람 / 다시 또 쓸쓸히 낙엽은 지고 / 찬 서리 기러기 울며 나는데 / 돌아온 단 그 사람은 소식 없어 / 허무한 마음 / (간주) / 다시 또 쓸쓸히 낙엽은 지고 / 찬 서리 기러기 울며 나는데 / 돌아온 단 그 사람은 소식 없어 / 허무한 마음.       지금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입니다. 가을에 많은 사람들이 허무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나이가 50대를 지나면 잘 살고 있는가 라는 회의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조카 K(59세)는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사장님’ 입니다. 맨손으로 여기까지 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모두에게 인정받고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자녀를 출가시키고 나서는 부쩍 부부싸움도 잦아졌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딸 내외는 엄마하고 만 소통하려 합니다.회사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직원들은 쏜살같이 사라져 혼자 밥을 먹습니다. 언젠가 직원들이 뒤에서 험담하는 걸 들은 이후로는 ‘인생이 원래 이렇게 허망한 것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고 눈물이 핑 도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한국의 50대 남성들에게 ‘허무함을 느끼는가?’ 라는 질문에 69%가 ‘그렇다’ 고 답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18%, ‘전혀 그렇지 않다’는 13%에 불과했습니다(한국경제신문). 성경에 ‘전도서’ 라는 책이 있습니다. 전도서는 12장까지 있습니다. 이 책에 ‘허무’ 라는 단어가 37회나 나옵니다. 허무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지혜와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도 불합리한 삶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삶을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인식론적). 두 번째 이유는 육체적 쾌락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삶의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존재론적). 세 번째 이유는 부자나 지혜자나 죽음 앞에서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것입니다. 즉 삶의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가치론적).      ‘전도서’ 에는 ‘선물’ 이라는 단어도 나옵니다. ‘인생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기, 물, 음식, 사회적 관계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필요한 것들을 우리 몸에서 만들지 못합니다. 하나님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삶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면 ‘허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삶의 주인이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면 기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선물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허무한 인생’ 과 ‘기쁨의 인생’ 이 갈리게 됩니다.선물(삶)을 주신 분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우리는 비교하게 됩니다. 비교하다 보면 불만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웃이 경쟁자로 보이게 됩니다. 끊임없이 경쟁하다 보면 피곤하게 됩니다. 이 선물(삶)을 선용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손자에게 장난감을 선물했는데 감사의 표현도 없고, 열어보지도 않고, 벽장에 처박아 놓는다면 얼마나 섭섭하겠습니까? 이 선물(삶)을 이웃과 나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서 나에게 온 것이기 때문에 나도 이웃에게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허무한 생각이 든다면 ‘지금’을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에 ‘선물’이나 ‘지금’ 은 똑같은 ‘Present’ 라는 단어를 씁니다. ‘선물(삶)을 ’지금‘ 즐기면 ’허무한 생각‘ 은 물러갈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은 친구를 사귀면 좋을 것입니다. 행복은 전염된다고 합니다. 비관적이고 늘 비판하는 친구는 멀리해야 할 것입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친구를 사귀면 행복감이 올라갈 것입니다. ‘전도서’는 ‘허무’에 대해서 많은 말을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결론을 말합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12:13)!”   목회칼럼마음 에콰도르 집안 아저씨 무한 마음 집안 형님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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