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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우리들의 이웃은  
고립된 현대사회에서  
이웃은 우리를 돌봐주며  
이해하는 친근한 존재다
단순히 가까운 거리라는  
의미를 떠나 넓은 범위의  
친밀한 동아리이다”
 


멀쩡하던 유치원 입구 강철 대문이 쓰러져있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월요일 아침 출근한 나는 열쇠를 꺼내다가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 주말에 누군가가 차로 들이박은 흔적이다. 철공소에 전화하고 구부러진 철을 뜨거운 불로 야들야들 녹여 펴서 일으켜 세우고 레일을 고치니 철문이 열렸다. 등원하는 학부모가 불편하지 않도록 큰길에 서서 교통정리까지 하며 오전 내내 애를 태웠다.  
 
등교 시간이 지나 유치원 앞이 조용해지자 사무실로 들어서는 내게 뒷집 아저씨가 다가왔다. 지난 토요일에 지나가던 차가 철문으로 직진하여 부순 후 뺑소니쳤다는 것이다. 그는 그 순간의 긴박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듯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더니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철문을 들이받은 회색 차가 급히 뒤로 차를 빼더니 휭하니 떠나는 뒷모습에서 번호판을 읽을 수 있었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액을 보상받기를 원하느냐?’ 리포트를 하는 내게 경찰이 물었다. 나는 차마 그 남자를 범죄자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웃 사람이 밤에 실수했으리라 여기며 리포트를 하는 것으로 끝내겠다고 했다. 동영상을 촬영해준 이웃 아저씨처럼 그 사람도 분명 이웃일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좋은 이웃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유치원의 담이 벽돌로 막혀 있었는데 그것을 부수고 여닫이 철문을 만들어 드라이브 웨이로 만들었다. 일방통행으로 길 정리를 하니 우리에게는 안전하고 효율적이라 여겼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뒷동네로부터 차가 반대 방향에서 들어오는 위험한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것이었다.  
 
‘Do not Enter’ 사인판을 걸었는데도 소용없었다. 그 사인을 본 사람은 더 속력을 내어 빠져나갔다. 지나가는 차의 운전자에게 저 사인판을 못 보았느냐고 다그치니 ‘지름길(Short cut)’이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 할 말을 잃었다. 이웃인데 화를 낼 수도 없고, 어디까지 그들의 편의를 봐주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좋은 이웃으로 지내는 방법을 모색하여 나부터 솔선수범하여 최선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는지.
 
딸이 어린 시절에 즐겁게 시청한 ‘미스터 로저스의 이웃(Mr. Rogers’ Neighborhood)'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같이 사는 이웃을 통해 폭넓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에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날'이라는 영화가 그를 기억하며 만들어졌다.  
 
영화는 로저스와 그의 전기물을 쓴 저널리스트와의 우정을 보여주었다. 로저스는 냉소적이고, 깨진 가족의 관계에서 상처 입은 마음과 분노를 자제할 수 없는 로이드의 말을 친절하게 들어주고 이해함으로써 상대방의 태도를 공손하게 변화시켰다.
 
로이드는 마음이 아프면 대화하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끼며 연결된 이웃 관계를 만드는 모습으로 힐링이라는 단어의 느낌을 보여주었다. 용기와 힘을 주는 그는 진정한 우리 이웃의 모습이었다.
 
이웃이란 고립된 현대 사회에서 두렵고 불안한 우리를 돌봐주며 이해하는 존재로 친근함을 전해준다. 단순히 가까운 거리라는 의미보다 넓은 범위의 친밀한 동아리가 아닐까 싶다.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은 우리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든다. 어려움을 당한 사람을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우리의 바람직한 이웃의 가치로 다가온다.  
 
'좋은 이웃과 함께 아름다운 날을 만들어 간다. 내 이웃이 되어 줄래요?'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더욱더 풍요롭고 따뜻한 세상으로 함께 가자는 초대장의 한 구절처럼 들린다.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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