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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조부모의 날’과 한국어 클래스

너무 늦게 세상에 온 나는 양가 조부모님을 뵙지 못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연로해 보였다. 6·25 전쟁에서 전사한 큰오빠의 딸이 함께 살았고, 나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조카가 연상(年上)이었기에, 우리 집안의 가족관계를 주위에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 회의가 있을 때, 나는 아버지나 엄마가 학교에 오시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친구들은 ‘야, 월화야, 너희 할머니 오셨다’라고 큰 소리로 알려주곤 했다. 피하고 싶었다.     그랬던 내가 조모(祖母)가 된 지 오래되었다. 큰딸의 막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조부모의 날 축하연에 초대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5학년 학생들이 강당에서 환영 공연을 할 것이고, 공연 후에 조부모들은 손주들의 교실로 안내되어 교육환경을 살펴보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조부모들은 가정에서 아끼는 아이템을 가져와 손주들과 함께 물품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어 주기 바란다는 내용도 있었다. 집안에 가보는 없지만, 의미 있는 물건이 있는지, 한참 동안 생각해 보았다.   큰 딸네가 가주를 떠나 정착한 곳은 당일 다녀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손주들은 할머니가 해 주던 한국 음식도 먹고 싶다고 했다. 사실 나는 제대로 요리를 배우지 못했지만, 의과대학을 다닌 관계로 실험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그래서 손주들과 가끔 음식 만드는 실험을 하곤 했다. 음식의 유행, 흐름은 어쩌면 그렇게 해서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할머니가 만드는 음식들은 ‘퓨전’ 즉, 이것저것 섞였다는 것도 아이들은 잘 안다.     콩나물 같은 음식 재료와 애들이 필요할 것 같은 라면,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챙겨 자동차로 다녀왔다. 서둘지 않고 하는 자동차 여행이 나쁘지 않았다. 가보는 없지만, 골동품인 ‘목수용 줄 금이(line marker)’를 가져갔다. 눈금 긋는 기구가 없던 조선시대 목수가 썼다는 까만색의 길이 7인치 정도의 나무로 만든 것이다. 먹물을 담는 동그랗게 패인 미니 우물 같은 부분이 있다. 먹물을 갈아 넣고, 흰 실 뭉치를 담가 까맣게 물감을 들인 후, 미니 쇠 손잡이를 돌리면 반대쪽에 있는 못대가리만큼 작은 구멍을 통해서 실을 잡아당길 수 있다. 먹물에 젖은 실을 이용해서 벽이나 땅에 눈금을 그으면 된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든 천재적인 기구이다.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기회이므로, 한 면은 진한 빨간색, 다른 한 면은 진한 바다 색깔의 한국산 보자기에 쌌다. 골동품과 보자기를 보여주면서 조선시대 발달한 문명과 역사를 설명했다. 다른 조부모들이 가져온 귀중품 중에는 세계대전 참전 사진도 있었다.     손주가 다니는 초등학교에는 아시아계 학생이 눈에 뜨이지 않았다. 백인 계통으로 보이는 조부모들의 증언을 듣다 보니 흥미롭게도 모두 다민족, 다국적의 사람들이었다. 아시아 계통이 없었을 뿐이었다. 행사 후, 한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아, 윈트의 할머니는 한국분이시군요. 나의 부모님, 증조부님들은 여러 나라 출신인데, 나의 1/8이 아시아에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나는 “상체 1/8? 아니면 몸의 왼편 1/8이요? 어느 부분이 아시아에서 받은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농담처럼 물었다.     뉴멕시코 주 교육청 웹사이트에는 40여 개의 교육구/학교들이 이중문해력인증서(Seal of Biliteracy)를 발급한다고 되어있다. 한국어 이중문해력인증서는 두 군데 학교에서 2015~2016년에 발급하였다. 한국어가 아직은 정규 과목으로 채택되지 않고 있다. 뉴멕시코 주 인구의 2%가 아시아계고, 한인으로 분류되는 숫자는 아시아계의 10%가 넘는 4800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LA교육원 통계에 의하면 이곳에는 한 개의 한글학교(주말학교)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한글학교가 있어서 고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시아계가 많지 않은 뉴멕시코 주 학교들에도 한국어 클래스를 넣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류 모니카 / 미국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조부모의 한국어 한국어 클래스 아시아계 학생 양가 조부모님

2024-04-10

한인 1.1%만 LA시장 배스에 A평가

LA 한인들은 현재의 경기 상황과 시정 운영에 타인종들에 비해 비교적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욜라매리마운트대(LMU)가 지난 3월 LA 거주 시민 2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한인들 37%가 ‘도시 운영이 잘 되고 있다’, 62.7%가 ‘잘못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에 포함된 아시아계 주민은 총 510명이며 이중 132명이 한인이다. 같은 질문에 다른 아시아계 주민은 각각 49.2%와 50.8%가 같은 답을 해 차이를 보였다. 응답 전체 시민들은 각각 46%, 54%를 보였다.   경찰에 대한 한인들의 기대는 비교적 낮아 경찰이 ‘항상 옳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8.9%, ‘대부분’이 47.1%, ‘일정 부분만 그렇다’고 답한 경우가 35.2%였다. 같은 질문에 타 아시아계 주민들은 각각 10.1%, 49.1%, 34.4%가 답해 소폭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경찰 서비스의 질’을 묻는 질문에 한인들은 좋다가 20.4%, 보통이 49.3%, 좋지 않다가 30.3%에 달해 다른 아시아계 시민들이 각각 28.9%, 56.6%, 14.5%로 답한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평가를 했다.     하지만 한인들의 경찰에 대한 만족도는 소폭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2년 여름 LMU의 같은 조사에서 한인들 40%는 경찰 활동에 불만스럽다고 답했으며 매우 만족은 14%에 불과했다. 당시 조사에서 한인들은 ‘서비스와 보호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62%만 그렇다고 답해 영어권 71%, 중국어권 78%, 스패니시권 69%에 비해 저조한 수치를 보인 바 있다. 〈본지 2022년 10월 1일 A-3면 참조〉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 홈리스에 대한 시정부 서비스는 전체 응답자가 좋다(30.1%), 보통(48.2%), 좋지 않다(21.7%)라고 비교적 긍정 평가한 반면 한인들은 각각 15%, 13.9%, 71.1%가 답해 혹평을 유지했다.   이런 혹평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지인에게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인들은 ‘적절한 주거비’ 측면에서 83.4%가 ‘추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타 아시아계 주민들의 73.%, 응답자 전체의 74.4%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최근 들어 부쩍 시위와 파업이 잦아진 각급 노조에 대한 지지 여부도 물었는데 한인 82.3%(강력 지지 18%, 일부 지지 64.3%)를 보여 다른 아시아계 주민의 72.7%(강력 지지 19%, 일부 지지 53.7%)에 비해 소폭 높은 지지를 표시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주거 환경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한인들 26.7%가 ‘매우 큰 영향’이라고 답해 다른 아시아계(14.4%)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았다. 응답자 전체는 19.9%가 같은 답을 했다. 주거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건강에 미친 영향’에서도 한인들은 25.4%가 매우 큰 영향을 받았다고 답해 타 아시아계 주민들(17.3%)에 비해 더 큰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캐런 배스 시장의 지난 1년 동안 홈리스 분야 업무 성적에 어떤 평점을 주겠냐는 질문에 한인들은 1.1%만이 A를 줬으며 B 14.4%, C 25.1%, D 32.2%, F 27.1%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타 아시아계 주민들은 같은 질문에 각각 4.6%, 18.8%, 34.6%, 23.6%, 18.4%로 A~F 평점을 줬다. 전체 응답자 평가는 이보다 소폭 높은 8.8%, 24.8%, 27%, 17.8%, 21.6%를 보였다. 한인들은 시장의 공공안전과 인종관계 분야에 대한 평점에서도 다른 그룹에 비해 비교적 낮은 평가를 내놓았다.   한편 도시 내 대기업들의 난개발에 대한 우려에 대해 한인들 83.9%는 시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타 아시아계 주민들이 77.1%, 전체 응답자가 80.2%에 비해 소폭 높은 비율을 보였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아시안 한인 아시아계 주민들 응답 한인들 아시아계 시민들

2024-04-08

[스파 총격 참사 3주기] 아시안 증오범죄 해결책은 "역사 교육"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이 면죄부 악용돼...공교육 통해 소수계 비하·차별 줄여나가야 캘리포니아선 아시아계 역사교육 의무화...막상 교실에선 가르칠 교사 없어 겉돌기만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 학생은 민족학을 필수로 배운다. 학생들은 이 교과를 통해 1992년 4·29 LA 폭동 당시 한인-흑인 갈등이 어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촉발됐는지, 어떤 정치적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할 수 있다. 당시 민족학 커리큘럼 승인을 위해 열린 공청회에서 시민단체들은 "오직 교육만이 비극적 증오범죄를 예방하고 대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아시안 증오범죄는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게 아시아인을 침입자나 외부인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경찰력과 처벌 강화가 아닌 '아시아계 역사 교육'(AAS)이 꼽히는 이유다.   러셀 정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는 "아시아계에 대한 몰이해는 우리를 질병 전파자, 공산주의자, 저임금 노동자, 첩자로 쉽게 인식하게 만든다"며 "이러한 광범위한 편견 자체가 증오범죄를 용인하는 면죄부로 악용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K-12 공립학교에서 아시아계 역사교육을 의무화한 곳은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뉴저지 등 전국 10개 주에 불과하다.   15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장태한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소수인종학과 교수는 캘리포니아 각 교육구의 세부 커리큘럼 확정을 위한 자문을 맡았다. 지난해 제정된 법(AB 1354)에 따라 향후 3년 내에 K-12 공립학교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와 일부 주립대학도 포함된다. 오렌지 카운티 애나하임 고등교육구는 2023학년도부터 전국 최초로 미주 한인사를 가르치고 있다.   아시아계 역사 교육은 캘리포니아주 교육 당국이 인종평등을 위해 내린 전향적 결정이지만, "막상 학교 현장에서는역부족"이라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공립학교에서 아시아계 역사를 가르칠 역량을 가진 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의 역사 이해도 부족으로 2020년 공개된 인종학 커리큘럼 초안에는 미주 한인사가 누락된 반면 미국 내 K팝의 인기 현상이 중심 주제로 담기기도 했다. 주 내 민족학 박사학위 과정이 개설된 대학은 버클리와 샌디에이고, 리버사이드 등 3곳에 불과하다.   역사 과목의 대부분은 인종 갈등을 흑백 이분법 논리로 다루고 있다. 장 교수는 "수백 쪽에 달하는 역사 교과서 중 아시아계는 대륙횡단철도를 놓은 중국인 노동자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내 수용소에 집단 감금됐던 일본계, 두 장면에만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민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 예술을 펼치는 한인 1.5세 허견 파슨스디자인스쿨 교수는 AAAJ(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 주최 추모식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이 나라에 언제, 왜, 어떻게 오게 됐는지를 매번 설명해야 존재의 정당성을 입증받을 수 있다"며 "평생 자신의 에너지를 존재 증명에 소진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인 커뮤니티가 차세대 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한글학교도 대부분의 역사 교육이 '한국사'에 치중돼 있고, 한인 '이민사'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과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순신 장군이 아닌 도산 안창호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창호 선생은 한국사에서 독립운동가로 주로 기술되지만, 한인 이민사에서는 미주 최초의 한인타운인 파차파 캠프를 세운 위인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인종 역사와 문화가 공교육에서 균형있게 다뤄지면, 학교 안팎의 소수자 비하와 왜곡, 차별 사례가 줄어든다는 점은 다양한 실증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장 교수는 "소수자가 사회적 차별에 맞설 근거를 내재하는 것이 역사교육"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인 등 소수계 청소년들은 유년 성장기 대부분을 인종차별적 환경에서 보내는데, 한인 이민의 역사적 맥락을 알지 못해 무력하게 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모 역시 이민 역사를 잘 알지 못하면, 자녀의 인종차별 경험을 어린 시절 흔히 겪는 또래 간 다툼으로 묵인하게 된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애틀랜타 스파 총격 3주기 역사 교육 아시아계 역사교육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2024-03-15

“선거 참여해 아시아계 목소리 들려주자” 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 등

오렌지카운티의 대표적 아시아태평양계 단체들이 대선의 해를 맞아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합동 캠페인을 벌인다.   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이하 KCS, 총디렉터 엘렌 안), OC아태계커뮤니티연합(OCAPICA, 대표 메리 앤 푸), 베트남계 단체인 사우스랜드인터그레이티드서비스(이하 사우스랜드, 대표 트리샤 우엔), 중국계 단체인 사우스코스트차이니즈컬처럴센터(이하 SCCCC, 대표 율란 청)는 4일 가든그로브의 KCS 사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캠페인의 출발을 알렸다.   안 대표는 “OC는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스윙 카운티이므로 아시아계 유권자가 스윙 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5일(오늘) 열리는 예선과 11월 5일 대선에 꼭 참여해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들려주자”라고 역설했다.   4개 단체는 11월 5일 열릴 대선까지 지속적으로 아시아계 커뮤니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문자 메시지 발송과 유권자 대상 전화(폰뱅킹), 우편 홍보물 등으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한편, 유권자 등록과 투표 방법 등에 관한 교육도 제공한다. 소수계 밀집 거주 지역에선 가가호호 방문도 고려 중이다. 단,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위한 캠페인은 하지 않는다. 캠페인 비용은 관련 기금을 유치한 OCAPICA가 댄다.   OCAPICA의 푸 대표는 아시아계의 대표적 단체들이 함께 캠페인을 벌이는 것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라며 “정치는 주택, 헬스케어, 시니어, 스몰 비즈니스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의 한 표, 한 표가 소중하다”라고 역설했다.   우엔 대표는 OC의 아시아계 인구가 전체의 22~25%에 달하지만 각종 기금 등 자원 배분에선 제 몫을 차지하지 못한다며 “적극적인 투표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 대표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에겐 민주주의와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시민 참여와 적극적인 투표로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상환 기자아시아계 목소리 아시아계 유권자 아시아계 커뮤니티 선거 참여

2024-03-04

한인 최초 도미니크 최 LAPD 임시국장 오늘 취임

도미니크 최 임시국장이 오늘(1일) 오전 8시 LA경찰국(LAPD) 본부에서 LAPD 제58대 국장으로 취임했다. 비록 임시국장이지만 최 국장은 LAPD 역사상 한인 최초, 아시아계 최초로 LAPD 수장이 됐다. 오늘 행사에는 캐런 배스 LA 시장 외에 하이드 펠드스타인 소토 LA 시 검사장, 폴 크레코리언 LA 시 의회 의장, 이멜다 파디야 LA 제 6지구 시의원, 트레이시 팍 제11지구 시의원, 존 리 제12지구 시의원, 팀 맥오스커 제15지구 시의원, 리차드 테팡크 경찰위원회 위원장 등 많은 주류 인사들이 참석해 사상 첫 아시아계 LAPD 수장의 탄생을 축하했다.  취임식에서 캐런 배스 LA시장이 직접 최 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고, 최 국장의 가족들도 참석한 가운데 아버지가 직접 유니폼 배지를 최 국장에게 달아줘 눈길을 끌었다.   최 국장은 정식국장직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캐런베스 시장과 경찰청 위원회는 2026년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을 앞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더욱 신중하고 신속하게 차기 LAPD 국장 후보를 계속 물색할 예정이다. LA에서 태어난 최 국장은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 USC에서 회계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 국장은 1995년 LAPD에서 경찰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올해로 29년째 근무하면서 여러 보직을 거쳐 LAPD 수장에 올랐다. 한편, 마이클 무어 LAPD 전 국장은 2월29일 공식 퇴임했다.     박준한 기자 [park.junhan@koreadaily.com]임시국장 아시아계 최근 임시국장 국장 후보 도미닉 최

2024-03-01

한인 극단선택 비율, 아시안 중 최다…한인 극단 선택 실태·대책①

  지난해 3월3일 오후 11시쯤 한인 대형교회에서 20년간 전도사로 활동해 온 조셉 정(51)씨가 아내(49)와 딸(8)을 흉기로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사결과 정씨는 당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이를 알아챈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정씨 가족 사망사건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간혹 볼 수 있던 ‘가족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유형이다.〈본지 2023년 3월 7일자 A-1면〉   지난 12월 초에는 박철언(64)씨가 LA한인타운 갤러리아 마켓 4층 주차장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했다. 무연고자였던 박씨는 지난 2년간 세인트제임스교회 김요한 신부가 운영하던 셸터에서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셸터 관계자에 따르면 박씨는 셸터 내에서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않았고 혼자 술을 마시면서 외롭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2023년 12월 21일자 A-1면〉   한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계속 늘고 있다. 본지 조사결과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에서 한인 235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표 참조〉  관련기사 [연도별 한인 극단적 선택 현황 분석] 아시아계의 2배…성공·체면 중시가 문제 키워   ‘한인 자살률(명/인구 10만명당)’에서 그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아시아계 중에서도 가장 높다. 2022년 전국 한인 자살률은 15.7명으로 중국계 5.9명, 일본계 5.2명, 필리핀계 4.3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프 참조〉   가주, LA 등 지역별로 나눠봐도 아시안 전체보다 2배 가까이 많다. 2022년 가주내 한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2.4명, 아시아계 전체 6.8명이다. 같은 해 LA카운티 한인 자살률도 인구 10만명당 12.3명(아시아계 전체 6.3명)으로 파악됐다.   한인 커뮤니티 차원의 정신건강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본지는 한인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월 12일부터 22일까지 웹사이트(koreadaily.com)에서 ‘한인사회 마음(정신)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가주 등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총 310명(남 67%, 여 33%)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자 2명 중 1명은 최근 1년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3명 중 1명은 그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이 모든 한인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한인사회가 직면한 정신건강 위기상황의 단면은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고립감과 외로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가족 간 불화로 힘들 때’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응답자 5명 중 4명은 아픈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들 중 87%는 ‘혼자 해결하고 싶고, 부끄러워서, 도움받을 방법을 몰라’ 꾹꾹 참았다. 응답자 중 21%만이 주변에 죽고 싶다는 마음을 이야기해봤다고 답했다.   LA에서 활동하는 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자살(시도) 직전으로 굉장히 위험한 시기”라며 “당장 정신과 전문의를 찾든지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응답자 2명 중 1명이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는 결과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LA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 한국어 6번), 전국 자살방지 핫라인(988)에서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성공 강박 벗어나 미국식 개방적 사고 즐겨야" "죽고 싶다" 고백은 "살려 달라"는 외침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중앙일보-USC 힐링 캘리포니아 프로젝트 시리즈 한인 자살률 자살률 아시아계 아시아계 자살률

2024-02-14

[사설] 유리천장 부순 도미니크 최 국장

미국에서 두 번째 큰 도시인 LA시의 경찰 책임자에 한인이 임명됐다. 이는 LA뿐 아니라 미주 전체 한인 사회가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특히 지난 1992년 4·29 LA폭동 당시 경찰의 늑장 대응에 울분을 토했던 한인들은 남다른 감회를 느낄 듯하다.         LA시 경찰위원회는 지난 7일 도미니크 최 LA경찰국(LAPD) 수석부국장을 임시국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위는 풍부한 경험, 뛰어난 업무 지식과 판단력, 지역사회의 평판 등을 최 임시국장 임명 이유로 꼽았다. 한 마디로 그가 방대한 규모의 LAPD 조직을 무리 없이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LAPD 내부는 물론 커뮤니티 전체가 그의 임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임시’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최 국장의 임명은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부쉈다는 의미가 있다. 155년이나 되는 LAPD역사에서 아시아계 국장의 탄생은 그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최 임시국장은 한인은 물론 많은 아시아계 후배 경관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다.        최 임시국장의 능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1995년 경찰 배지를 단 그는 2014년 캡틴, 2017년 커맨더로 승진했고, 2019년 수석부국장이 된 직후인 2020년에는 서열 2위의 수석부국장에 올랐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의 그가 정식 임기의 국장에 도전하지 않은 것이 의아할 정도다.     최 임시국장의 국장직 수행 기간은 6~9개월가량 될 전망이다. 그는 “무겁지만 소중한 기회에 감사한다”며 “신임 국장이 임명될 때까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임시국장직 수행 후에도 LAPD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엔 임시국장이지만 다음에는 정식 국장에 취임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한인 사회의 바람이다.사설 유리천정 도미니크 임시국장직 수행 임시국장 임명 아시아계 국장

2024-02-14

[기고] 스몰비즈니스 활성화 공약 물어봐야

한인 경제에서 스몰 비즈니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인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에 구인난, 인플레이션, 그로 인한 자금난 등이 그 원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한인 스몰 비즈니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내 스몰 비즈니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다른 아시아계 업주들도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전국 아태계상공회의소(National ACE)에 따르면 아시아계 업체는 2021년 총 1조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자영업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또 한인 등 아태계 스몰  비즈니스 290만 개가 51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는 게 이 단체의 칠링 통 회장 설명이다.     아시아계 스몰 비즈니스 오너들이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자금 확보 문제다. 이 단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스몰 비즈니스의 30%가 당장 쓸 수 있는 비상금5000달러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계 업주들의 자금 문제는 크레딧 및 언어 장벽 때문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2021년 미국 정부가 실시한 페이첵 프로텍션 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 PPP)에 백인 스몰 비즈니스 업주는 75%가 신청을 했지만, 아시아계 신청률은 66%에 머물렀다.     올해 아태계 스몰 비즈니스의 체감경기는 ‘정중동’으로 보인다. 스몰 비즈니스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의 엇갈린 전망 때문이다. 먼저 개솔린 가격은 팬데믹 당시에 비해 느리지만 하락세를 보인다. 펜데믹 상황이던 2022년 전국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3.95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3.52달러로 약간 낮아졌다. 올해 역시 15센트 정도 추가로 하락해 3.45달러에서 3.50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에너지 기업 OPIS의 덴튼신쿠그라나 수석 분석가의 전망이다.   아파트 소개 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Apartment List)’의 롭 워녹 선임 연구원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팬데믹이전에 비해 45% 이상 상승했다. 그는 “팬데믹으로 인해 공급과 수요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소득 수준을 상회할 정도로 올랐다”며 “올해도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 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더 이상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택 구매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아파트 등 렌트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팬데믹 기간 렌트비는 세입자 대부분이 소득의 30% 이상을 지출할 정도로 폭등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건축 붐이 일어나며 50만 채에 달하는 신축 아파트가 렌트 시장에 나오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렌트비는 4%가량 하락했다. 워녹 선임 연구원은 “신축 아파트가 렌트비 인상을 억제하면서 향후 12~24개월 동안은 신축 아프트 렌트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몰 비즈니스는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중소기업청(SB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사업자로 등록한 스몰 비즈니스는 전국적으로 550만 개나 됐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 전체 스몰 비즈니스 숫자는 3300만개에 달한다.   전국아태계상공회의소의  통 회장은 “대체로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은 올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그 이유는 최근 3년 동안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 회장은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은 올해 선거에서 경제를 살릴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 대한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의 관심도 전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 환경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인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도 올해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스몰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공약을 갖고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스몰비즈니스 활성화 한인 스몰비즈니스 스몰 비즈니스 아시아계 스몰

2024-02-04

신규<2013~2022년 가주> 이민 절반 아시안…고학력자 중심으로 변화

가주 지역 이민 인구의 구성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가주로 유입된 신규 이민자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 태생이며, 대부분 고학력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주공공정책협회(PPIC)가 발표한 ‘1월 가주 이민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2년 사이에 가주로 온 이민자 중 51%는 아시아계다. 신규 이민자 2명 중 1명이 아시아계인 셈이다. 이민자들이 과거 농장 노동자 등으로 왔던 것과 달리 오늘날 이민 동향은 고학력자 중심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PPIC는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아시아 태생의 이민자 중 65%가 학사 학위 이상 소유자”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체 이민자 중 한국어 사용 비율은 다섯 번째를 기록했다. PPIC에 따르면 가정에서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는 한인은 전체 이민자 중 3.1%를 차지한다. 한국어는 스패니시(51%), 중국어(10%), 타갈로그어(5.9%), 베트남어(4.7%) 다음으로 많다.   이민 인구를 전제로 살펴보면 가주에서는 총 1040만 명의 이민자가 살고 있다. 가주민의 약 27%가 이민자인 셈이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는 ▶LA카운티 전체 인구의 33%가 이민자 ▶가주 지역 이민자 비율은 타주 평균(12%)보다 두 배 이상 높음 ▶가주 지역 이민자는 크게 라틴계(49%)와 아시아계(40%)로 나뉨 ▶가주 지역 미성년자의 약 46%가 부모 중 한 명의 이상이 이민자 ▶가주의 주요 노동자층인 25~54세 사이 연령대 중 34%가 외국 태생 ▶2021년 서류 미비 이민자의 비율(18%)은 2007년(28%)과 비교했을 때 감소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PPIC마리솔메히아 연구원은 “가주민의 약 69%가 이민은 미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준다고 답했다”며 “대신 지난 2010~2022년 사이 가주의 이민자 인구는 약 31만명 가량 증가했지만, 이는 2000~2010년(120만 명 증가) 때와 비교하면 증가 폭은 적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아시아계 이민자 지역 이민자 신규 이민자 이민자 분석

2024-01-22

한인 변호사, 아시아계 최초 마틴 루터 킹 데이 기념 인권상 수상

아시아계 최초로 한인 변호사가 마틴 루터 킹 데이 기념 인권상을 받았다.     이경원리더십센터 측은 김도형(사진) 변호사가 지난 14일 남부기독교지도회의(SCLC-SC)가 LA국제공항 쉐라톤 호텔에서 주최한 제54회 마틴 루터 킹 데이 기념 인권상 시상식에서 ‘정의를 위한 메이저 드럼상(Award of Major Drum for Justice)’을 수상했다고 15일 밝혔다. 주최 측은 한인을 포함, 아시아계가 정의를 위한 메이저 드럼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정의를 위한 메이저 드럼상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민권운동을 기리고자 매년 약자를 대변하고 사회 변화를 이끈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주최 측은 김도형 변호사가 이경원리더십센터 소장으로 활동하며 민권운동과 청소년 리더십 교육에 앞장선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김도형 변호사는 이날 수상 연설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억하며 하버드 대학에 진학했을 때 전공도 흑인 인권문제로 전했다”며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1992년 한인사회가 겪은 4·29 폭동을 언급하며 “폭동이 발생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 공동체는 한인타운이 재건되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도형 변호사는 LA한인타운에서 활동하며 공권력 남용, 수감자 학대, 고용차별, 임금 절도 피해 사례를 전문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2003년 이경원리더십센터를 설립해 한인 청소년에게 4·29 폭동 역사 및 정체성 교육을 펼치고 있다. 김형재 기자아시아계 변호사 한인 변호사 김도형 변호사 데이 기념

2024-01-15

[기고] 아시아계 인종차별 역사도 기억해야

미국 최대 한인타운이 있는 LA에서는 150여년 전 참혹한 사건이 있었다. 1871년 발생한  중국인 학살 사건(Chinese Massacre of 1871)이다. 발단은 어이없는 일에서 비롯됐다. 그해 10월 LA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들끼리 다투다 백인 술집 주인이 숨지고 경찰관 1명이 상처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백인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졌고, 500여명의 폭도가 차이나타운으로 몰려와 중국인 18명을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폭도 25명이 기소됐지만 재판에 넘겨진 것은 10명에 불과했고, 그중 8명 만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죄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은 이후 빠르게 잊혔고, 오히려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역사는 인종차별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교와 사회에서 지속해서 인종차별 문제를 되새기고 예방 교육을 한다. 그러나 정규 교과 과정에서 흑인과 유대인 차별의 역사는 가르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계 등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 내용은 거의 없다. 앞에서 언급한 LA 중국인 학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LA에 있는 차이니스아메리칸 박물관(Chinese American Museum)의 마이클 트룽 사무총장은 “당시 LA에 있던 중국인 이민자 172명 가운데 18명이 피살됐으니 중국인의 10%가 살해된 엄청난 사건이었다”며 “이러한 인종차별의 역사를 알고 기억해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모기업인 스미소니언 연구소(Smithsonian Institution)는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우리의 미래: 인종차별의 과거를 되돌아보다 (Our Shared Future: Reckoning With Our Racial Past)’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에 대한 인종차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이 전시회는 LA의 차이니스아메리칸 박물관, 재패니스아메리칸 박물관(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 LA아트플라자(LA Plaza de Cultura y Artes) 등에서도 나뉘어 열린다. 이 전시회는 전시물 뿐만 아니라 무용, 영화, 음악 등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온가족이 참석할 수 있는 행사다.   스미소니언의 전시회 책임자인 데보라 L 맥 박사는 “교육자들로부터 이러한 주제를 다뤄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불평등의 역사를 지금 이야기하지 못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취지를 밝혔다.   전시장 중 하나인 재패니스아메리칸 박물관의 제임스 헤르 국장은 “박물관이 세워진 곳은 2차 대전 당시 LA의 일본계 미국인들이 집단수용소로 끌려가기 전 모였던 역사적 장소”라며 “미국 시민들이 적법한 절차(due process) 없이 시민의 권리를 빼앗겼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여론, 그리고 2017년 무슬림 여행금지조치에 대해서 일본계 미국인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는 LA에서 열리지만 스미소니언 박물관 홈페이지(oursharedfuture.si.edu) 또는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보며 한인들의 아픈 역사도 기억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992년 LA폭동을 비롯해 2021년 애틀랜타 총격 사건도 한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잊히고 있다. 주류사회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한인 이민사 박물관에서도 아시아계 인종차별에 대한 전시회를 함께 한다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아시아계 인종차별 인종차별 문제 스미소니언 박물관 차이니스아메리칸 박물관

2023-12-05

한글·한자 문신에 정체성 새기는 아시안

한인 등 아시아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글과 한자’ 문신을 통해 향수를 달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4일 LA타임스 칼럼니스트 프랭크 쉬영은 아시아계가 모국의 언어를 몸에 새김으로써 고향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들이 한글이나 한자 문신을 하면서 정체성을 되새기고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   쉬영은 자신이 처음 문신을 하게 된 2014년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계 문자의 힘을 긍정했다. 그는 대만 방문길 한 시장통에서 자신의 가족 성을 몸에 새겼고, 이후 문신을 할 때 한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실 한글이나 한자를 문신으로 선택할 때는 그 의미나 뜻을 고려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서구권에서는 그저 ‘이국적 느낌’으로 한글이나 한자를 문신에 쓰인다. 물론 이국적 느낌의 문신에는 동양을 바라보는 선입견이 반영될 때도 많다.   실제 베니스비치 등 LA 주요 번화가에서는 한글이나 한자를 몸에 새긴 비아시아계를 종종 볼 수 있다. 쉬영은 이들의 몸에 새겨진 한자 등은 발음이나 뜻과 상관없이, 중국 문화권의 정신적 유산을 생각할 겨를 없이 그저 무심하게 ‘소비’될 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인과 중국계 등 아시아계가 모국의 언어를 몸에 새길 때는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쉬영은 자신의 팔뚝에 한자와 한글을 새긴 경험을 토대로 뿌리를 각인하며 정체성을 되새기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LA에서 활동하는 한인이나 중국계 문신 아티스트 상당수는 자신의 몸에 한글이나 한자를 새기고 있다. 이들은 문신을 금지하는 1세대 부모의 유교적 관습에서도 벗어났다. 특히 한글이나 한자 문신을 남들도 쉽게 볼 수 있는 목 주위에 크게 새겨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베니스비치에서 11년째 문신가게 오션프런트를 운영 중인 마이크 조(45)씨도 목의 앞부분에 성 ‘조’를 한글로 크게 새겼다. 조씨는 “부모님이 내 목의 문신을 보고 뭐라 하실지 걱정도 됐다”며 “하지만 한글을 몸에 새기는 일은 신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자를 몸에 새기려는 이들이 꾸준히 찾아온다”며 달라진 분위기도 전했다.   한편 쉬영은 한자나 한글 문신이 중국이나 대만, 한국을 방문한 기억을 소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 광주를 방문했다는 그는 조씨 가게에서 손목에 한글 ‘맛’을 새겼다. 그는 광주의 맛있는 음식과 즐거웠던 경험을 기억하고 싶어 한글 문신을 선택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아시아계 정체성 아시아계 정체성 한글 문신 한자 문신

2023-11-24

[중앙칼럼] 묘지마저 모퉁이로 내밀린 아시안 이민자

아시아계 이민 사회도 미국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그런데도 가장자리로 밀려나야 했다.    포틀랜드에서 모퉁이로 내밀렸던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반면, 묘비는 말하고 있다. 인생이 응축된 흔적이라 그렇다.     포틀랜드 지역 론 퍼(Lone Fir) 묘지 구석 자리엔 ‘블록 14’로 불리는 구역이 있다. 묘비조차 없는 곳이다. 중국계 이민자의 역사가 영원히 지워질 뻔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곳은 중국계 초기 이민자들이 묻혀있던 땅이었다. 1867년부터 1927년까지 중국계  2892명이 묻혔다.     정부가 이 땅을 콘도 단지로 개발하려 하자 중국계 커뮤니티가 막아섰던 과정을 최근 취재했다. 이는 이민자들의 단순한 투쟁기가 아니다.   블록14는 론 퍼 묘지 내에서도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묘지마저 이방인 취급을 받는 구역이었다. 그들은 죽어서까지 외면받는 처지였던 것이다.   중요하다면 절대로 지울 수 없다. 블록 14를 갈아엎으려 했던 이야기는 모퉁이 땅에 묻혀있던 아시아계 이민자의 역사를 주류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민자는 미국 역사의 전체 맥락에서 그런 식으로 모퉁이 취급을 당했다.   중국계는 그러한 인식에 반기를 들었다. 차별보다 심각한 건 배제다.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물리적 압박을 가하는 행위보다 더 무서운 건 역사에서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일이다.   중국계 이민자들은 그 지점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민사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 중국계 커뮤니티가 지난한 투쟁을 벌였던 이유다. 이번 기획 기사의 목적은 묘지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주류 사회내 암묵적인 아시안 차별 인식의 기저까지 접근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계 이민자가 오리건 주에 처음 도착한 것은 1851년이었다. 그들은 철도를 놓고, 도로 건설과 강둑을 짓는 힘든 일에 동원됐다. 이민자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리건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터다.   현재 포틀랜드의 중국계는 이민  4~5세대가 대부분이다. 이미 그들의 언어를 잃은 지도 오래됐다. 하지만 블록 14의 보존 과정에는 언어는 잃었어도 정체성과 이민 역사마저 잃을 수 없다는 그들의 절박함이 배어있다.   실제 포틀랜드 지역 차이나타운은 본연의 색이 희미해진 지 오래다. 아니 사실상 흔적만 남아있다. 너덜너덜해진 색바랜 한자 간판이 텅 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포틀랜드 중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한인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곧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 한인 사회에도 이미 언어를 잃은 2세, 3세대가 생겨나고 있다. ‘한인타운’의 개념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한인들의 생활권이 넓어지면서 더는 한인 다수 거주 지역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한인 사회의 구심점이 됐던 시대도 지났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는 올해로 120년에 이른다. 이 시점에 우리는 자문해봐야 한다. 이민사를 유지하고 보존하려는 열망이 있었는지 말이다. 변변한 박물관 하나 없는 게 한인 사회의 현실이다.     한인 이민자가 미국 역사에 어떻게 공헌했는지도 깊이 있게 연구해봐야 한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남기고, 알리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오늘의 현실도 미래에는 흔적이 된다. 역사의식이 없다면 그 흔적마저 사라지고 만다. 한인들의 이민 역사도 얼마든지 블록 14처럼 강제로 지워질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미국 문화에 젖어 살더라도 역사만은 잃어선 안 된다. 블록14의 이야기는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려면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 단순히 증오범죄 현상을 규탄하는 팻말보다 중요한 건 미국 역사 속에서 한인 이민자가 어떤 존재였는가를 알려야 한다.     포틀랜드의 중국계 커뮤니티가 지켜낸 건 단순히 땅이 아니었다. 그들의 이야기, 곧 이민자들의 역사였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모퉁이로 아시안 아시아계 이민자 초기 이민자들 한인 사회

2023-11-12

[기고] 노인간병, 사회적 지원 필요하다

얼마 전 미국 내 아시아계 노인들을 소재로 한 15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연작을 본 적이 있다. 각각의 영화마다 노년의 부모를 간병하는 아시아계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효자·효녀같은 모습만 보이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영화는 몸이 불편한 부모의 거동을 돕고, 종종 벌어지는 감정 기복에 당황하며, 때로는 갑자기 크게 화를 내는 노인의 모습에 곤란해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애틀 비영리단체 전국아태계노인센터(NAPCA)에서 제작하고 일본계 리사 모리토모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이제는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가족들이 노인을 돌보는 아시아계 가족의 힘든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든 NAPCA의 베니 라이 사무총장은 노인간병이 숭고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라이 사무총장은 “노인간병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간병하기로 했으면 준비해야 한다”며 이 영화를 만든 취지를 밝힌다.   미국인들은 보통 자녀가 독립해서 살며, 부모가 나이가 들어도 혼자 지내거나 노인아파트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집에서 노인을 봉양하고 간병하는 한국,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계 미국인의 사례는 미국인들에게 상당히 특이하게 비치는 듯 하다. 그러나 아시아계 노인들의 목소리는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을 간병하는 자녀들 역시 오랜 시간 노력과 인내를 각오해야 하는 형편이다.     비영리단체 PIK2AR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타주 노인간병 가족들은 평균 5년 이상 노인을 간병해왔으나, 이들 중 67%만이 노인간병 훈련을 받았고, 26%만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PIK2AR는 아시아계 노인간병 가족들의 사례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단체의 칼라니투쿠아푸 국장은 “어르신을 모시는 것은 아태계에게 있어 큰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미국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보스턴의 비영리단체 아시안아메리칸 리소스 워크샵(AARW)의 다이아나라 리베라 국장은 노인간병 문제는 이제 개별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차원에서 다가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아시아계 간병 가족들이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며 “가족간의 일을 외부에 알리기도 꺼리고, 외부에 도움을 청해도 거절당할까 봐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노인간병 가족들의 사례를 알리고,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 관심과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심히 일하고 이제 나이를 먹은 이민1세들이야말로 아시아계 이민사회를 세운 주축들이기 때문이다.   미니애폴리스의 비영리단체 동아시아 아시안 디아스포라 프로젝트(SEAD)는 최근 ‘우리의 즐거움을 이해하자(Knowing Our Joy)’는 주제로 미술전시회를 열었다. 스토리텔러 17명과 일러스트레이터 20명으로 구성된 젊은 아시아계 예술가들이 아시아계 노인과 가족들의 삶에 대해 소개했다. 아시아계뿐만 아니라 비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전쟁을 겪은 한인과 베트남계 노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이들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고 감상을 밝혔다.   미국내 한인사회도 노인을 간병하는 가정이 많다. 그러나 노인간병은 ‘효자효녀’라는 이름만으로 간단히 치부될 문제가 아니다. 노인 간병시설에 모든 것을 맡기는 일반적인 미국인과 달리 가족단위로 노인을 간병하는 한인 가족들은 이제 혼자 고민할 때가 아니라 미국 정치권 및 사회에 당당하게 지원을 요청할 때가 됐다. 그것이 한인사회를 세운 1세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그 가족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할수 있는 방법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노인간병 사회 아시아계 노인간병 노인간병 가족들 노인간병 문제

2023-11-09

코로나 사망자 20%가 아시안…인구 비율보다 4%p 높아

팬데믹 기간 캘리포니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은 사람 5명 중 1명은 아시아계로 나타났다.   최근 가주 공공보건국(CDPH)이 발표한 ‘코로나19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주에서는 총 61만232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했고 이 중 10만4436명이 목숨을 잃었다.     CDPH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병원 입원환자는 하루 평균 268명, 사망자는 하루 평균 17명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6월 기준 코로나19 감염 사망자 중 아시아계는 19.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계 인구비율이 가주 전체의 15.4%인 것보다 4.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CDPH 로한 래드학리시나 최고평등책임자(Chief Equity Officer)는 아시아계 매체 AsAm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이라며 “최신 백신을 접종하면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DPH는 겨울 독감철에는 통상 코로나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환자도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CDPH는 가주민이 가입한 보험사 상당수가 코로나19 최신 백신과 독감백신 접종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힌 뒤, 최근 1년 이상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코로나 사망자 코로나 사망자 아시아계 인구비율 감염 사망자

2023-11-02

교사가 "김정은 닮았다" 학생 놀려…유타주 공립학교 수업에서

교사가 아시아계 학생에게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닮았다고 말해 인종차별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지역방송 abc4와 KSL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알파인 교육구 내 레이크 마운틴 중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한 교사는 아시아계 학생(12)을 향해 “김정은이 너랑 닮았다(Hey, he looks like you)”고 말했다.     당시 이 교사는 프로젝터를 이용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소개하는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교사는 수업 중 김정은의 사진을 프로젝터에 띄운 직후 아시아계 학생에게 농담했고, 수업 중인 학생들에게 “맞지?(Right?)”라고 동의까지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해당 교사의 발언으로 인해 수업 중이던 학생 상당수가 맞장구를 치고 웃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이 ‘차별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학부모는 전했다.     학교 측에 ‘인종 차별’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아버지는 “아들은 일주일 뒤에서야 이같은 일이 벌어졌음을 내게 말했다”며 “그 일이 벌어진 뒤 아들은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에 걸렸고, 당시 이야기를 전할 때 감정이 격했었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공립학교 교사가 특정 인종을 겨냥해 농담하고 수치심을 준 행위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이크 마운틴 중학교 교장을 만나 재발 방지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해당 중학교에서 아들이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중학교 학생들은 피해 학생의 음식을 ‘개고기 음식’으로 놀리거나 째진 눈 흉내를 냈다고 한다. 피해 학생 가족은 일본 출신이다.   해당 민원을 접수한 알파인 교육구 측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킴벌리 버드 대변인은 “알파인 교육구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허용하지 않고, 그런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교육구 절차에 따라 해당 사안에 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김정은 공립학교 공립학교 교사 뉴욕주 공립학교 아시아계 학생

2023-11-02

모퉁이로 내밀린 아시안(1) 지워질 뻔한 묫자리…굴곡의 땅 지켜낸 이민자

인간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묘지는 삶이 마지막으로 다다르는 곳이다. 묘비는 이야기다. 인생을 함축한 흔적이다. 후세는 거기에서 앞서간 이들을 기린다. 이 당연한 일이 아시안에겐 사치였다. 이방인으로 여겨진 이민자는 죽어서도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는 아시아계 이민자의 그늘진 역사가 있다. 서러운 망자들의 이야기가 영원히 지워질 뻔했던 곳이다.     포틀랜드의 하늘은 푸른색을 잃었다. 땅은 부슬비로 젖고 있다. 파란 풀 내음만 도드라진다.   21일 오전 10시, 포틀랜드의 론 퍼(Lone Fir) 묘지다. 1855년 조성된 이곳(약 30에이커)엔 2만 명 이상이 잠들어 있다. 진녹색 이끼가 묘비에 새겨진 이름마저 가렸다. 육중한 시간의 무게를 품은 공간이다.   빈 땅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득한 잿빛 묘비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가까이 가니 손바닥 두 개 크기 정도의 돌 표식(사진)이 땅의 존재를 알린다. 'Block 14'.     돌 표식은 무성한 잡초 사이에 박혀 있다. 무릎을 꿇고 봐야 할 정도다. 표지판이 뒤에 세워져 있다.     '이곳은 버려진 땅이 아닙니다. (This is not an empty field)'     현재 론 퍼 묘지의 땅은 오리건주 정부 기관인 메트로(Metro) 소유다.   메트로의 한나 에릭슨 마케팅 담당자는 "한때 이곳은 한자가 새겨진 묘비석으로 붐볐던 구역"이라고 소개했다.     한자는 곧 중국계를 가리킨다. 그는 이어 "14구역은 1867년부터 1927년까지 오리건주에서 철도 노동, 통조림 공장, 광산, 농장 등에서 일했던 중국계 이민자 2892명이 묻혔던 장소"라고 말했다.   철조망 너머는 찻길이다. 모리슨 스트리트와 20가 교차로에 있는 14구역(약 1에이커)은 론 퍼 묘지에서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다. 가장 구석진 자리다.   오전 11시, 고요했던 이곳에 하나둘씩 주민이 몰려들었다.   메트로가 오리건중국인통합자선협회(CCBA), 중국계미국인시민연합(CACA) 등과 함께 진행하는 공청회에 온 이들이다.   이곳에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추모 정원이 조성된다. 공청회는 정원 디자인 두 개를 놓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 유권자들이 채권 발행을 승인하면서 메트로가 400만 달러를 투입,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14구역은 굴곡의 땅이다. 1948년이었다. 론 퍼 묘지를 소유했던 멀트노마 카운티 정부가 구획 변경을 위해 CCBA에 유해 발굴을 요청한 뒤 땅을 갈아엎었다. 당시 256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카운티 정부는 더는 유해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 위로 정부 건물(모리슨 빌딩.1953년 완공)과 주차장이 들어섰다. 14구역은 건물이 철거(2005년)되기까지 무려 50년 이상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다.     카운티 정부는 지난 1997년 14구역 부지만 제외하고 묘지 소유권을 메트로에 넘겼다. 이어 2004년에 이곳에 있던 정부 건물을 허물고 콘도 단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엔 중국인 커뮤니티가 가만있지 않았다.   포틀랜드리패밀리협회 마커스 리(70) 이사는 중국계 혼혈로 4세대 이민자다. 추모 정원은 중국계 커뮤니티의 숙원이었다. 이민 선조의 역사를 보존하려는 열망이었다.   그는 "중국인 커뮤니티가 모두 나서 '유골이 남아 있을 수 있다'며 부지 개발을 강력히 반대했다"고 말했다. 역사가 두 번이나 지워지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었다. 땅을 지켜내야 했다.   포틀랜드 지역 CCBA는 설립(1890년) 때부터 중국인 이민자들의 매장을 도왔다. 전통 관습에 따라 유해를 상자에 담아 고국에 보내는 일도 했다. 14구역에 아직도 유해가 남아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건 기록뿐이다.     CCBA 닐 리 회장은 "포틀랜드엔 1800~1900년대 서부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었다"며 "우리 단체는 역사적으로 장례를 도왔기 때문에 이곳에 묻혔던 중국인 이민자들의 목록을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카운티 정부는 반발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 2005년 1월 자체적으로 전문가들을 섭외해 고고학 분석을 진행했다. 중국계 커뮤니티의 주장이 결국 옳았다. 한자가 새겨진 도자기 및 묘비 조각 등 유물은 물론이고, 더는 없을 것이라던 유해까지 발견됐다.   CACA 헬렌 잉 회장은 "그때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유해가 나왔다"며 "이는 14구역 개발이 중단돼야 한다는 점을 모두에게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그 순간부터 이곳은 개발이 아닌 보존 돼야 할 땅이 됐다. 카운티 정부는 즉각 개발 계획을 중단했다. 14구역의 소유권도 메트로에 넘겼다. 2007년의 일이다.     에릭슨 마케팅 담당자는 "14구역 이야기는 미국 역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그들의 공헌이 지워지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추모 정원 프로젝트는 어쩌면 역사가 지워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지역 정치인과 주민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메모지에 주민들이 손수 세세하게 적은 의견들을 살펴봤다.     알로(Arlo)라는 다섯 살짜리 아이는 작은 손으로 이렇게 썼다.     '뭔가 아이들도 놀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시안의 묫자리는 가장자리였다. 그렇다고 삶까지 모퉁이는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 역시 존중받아야 할 미국의 역사다. 관련기사 보는 이 없는 기록물…낡은 벽이 이민사 전시장   포틀랜드=장열 기자ㆍ사진 김상진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이민자 포틀랜드 오리건주 포틀랜드 아시아계 이민자

2023-10-29

1·2지구, 아시아계 시의원 후보에 가장 유리

어바인 시의회가 지역구별 선거제 도입을 위한 최종 지도를 확정했다.   시의회는 지난 10일 회의에서 찬성 3표, 반대 2표로 151번 지도를 채택했다. 시의회는 내년 3월 열릴 대선 프라이머리에서 지역구별 선거제 도입에 관한 주민 투표를 시행한다. 주민 과반수가 지역구 선거 시행에 찬성하면 내년 11월 시의회 선거부터 151번 지도가 사용된다.   지역구 선거제 도입이 확정되면 현재 시 전체를 단일 선거구로 삼는 어바인 시의원 선거는 6개 지역구의 주민이 해당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후보 중 시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단, 시장 선거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시 전체 유권자가 참여한다.   선거 제도가 바뀌면 현재 시의원 4명과 직선 시장 1명인 시의회 구성도 6명의 시의원과 직선 시장 1명으로 변경된다.   파라 칸 시장과 래리 에이그런, 마이크 캐롤 시의원은 151번 지도 채택에 찬성했고, 태미 김 부시장과 캐슬린 트레세더 시의원은 반대했다.   김 부시장과 트레세더 시의원은 아시아계 유권자가 6개 지역구 중 2곳에만 집중된 것에 우려를 드러냈다.   151번 지도의 아시아계의 투표 가능 연령 주민(CVAP) 비율을 살펴보면 1지구 49%, 2지구 50%, 3지구 39%, 4지구 34%, 5지구 27%, 6지구 29%다. 〈표 참조〉   김 부시장은 “151번 지도는 아시아계를 1지구와 2지구에 집중되도록 했다”며 더 많은 선거구에 아시아계 비율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레세더 시의원은 아시아계 CVAP 비율이 최소 3곳에서 40%를 넘고, UC어바인 학생들이 한 지역구에 속하는 지도를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에이그런 시의원은 151번 지도가 주민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라면서 지역구 선거제 도입을 위해선 많은 이가 공감하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의회가 선택한 151번 지도에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가 시의원 당선을 노리기에 가장 유리한 곳은 단연 1지구와 2지구다. 주민 비율로만 보면 아시아계는 1, 2지구는 물론 3지구와 6지구에서도 가장 높지만, 실제 선거에선 투표를 할 수 있는 집단인 CVAP의 비율이 훨씬 중요하다. 시 전체 주민 중 아시아계와 백인 비율은 각 49%, 34%지만, CVAP 비율에선 아시아계가 37%로 46%인 백인에 뒤진다.   1, 2지구의 아시아계와 백인 CVAP 비율은 각각 49%대 37%, 50%대 37%다. 반면, 3, 6지구의 비율은 39%대 45%, 29%대 45%로 백인보다 낮다.   아시아계의 1, 2지구 CVAP가 가장 높다 해도 출마가 곧 당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2020년 기준 등록유권자 비율로 비교해보면 1지구의 아시아계와 백인 비율은 36%대 48%로 역전된다. 2지구에선 여전히 아시아계가 37%로 가장 많지만, 백인(29%)과의 차이는 8%p로 좁혀진다.   결국 1, 2지구에서 아시아계 시의원이 당선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캠페인을 통해 아시아계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어바인 시 전체 한인 CVAP 비율은 약 7.4%로 대만계를 포함한 중국계(약 14.1%)보다 낮다. 부에나파크, 풀러턴과 달리 어바인의 한인은 특정 지역에 밀집 거주하기보다 시 곳곳에 분산 거주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한인을 위한 선거구’를 특정할 수 없다. 김 부시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1, 2지구에 한인이 더 많이 산다고 봐야겠지만 어바인엔 인도, 파키스탄, 이란, 필리핀 출신 등 다양한 아시아계가 살기 때문에 한인이 출마할 경우, 한인들의 표에만 기대선 당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별 선거제가 도입되면 현직 시의원들은 잔여 임기에 따라 내년 또는 2026년에 자신이 속한 지역구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시 전체 유권자가 선출하는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김 부시장은 지역구별 선거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편, 시의회는 내년 3월 지역구별 선거 발의안 주민투표 시행에 필요한 비용 50만 달러를 배정하는 안도 가결했다. 임상환 기자아시아계 시의원 지역구 선거제 지역구별 선거제 아시아계 비율

2023-10-18

[기고] 내년 대선과 한인 유권자들의 표심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11월 일부 지방선거에 이어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가 열린다. 2024년은 전반기엔 민주, 공화 양당의 당내 경선과 지방선거, 11월은 대통령 선거로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 공화 양당 모두 특히 아시아계 유권자에게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은 이미 아시아계 유권자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공화당 역시 아시아계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이미 니키 헤일리 전 UN대사와 비벡 라마스와미 등 인도계 2명이 당 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인 유권자들은 내년 선거에서 무엇을 쟁점으로 삼고, 후보들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전체 한인 사회의 의견은 아직 알 수 없지만,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한인을 비롯해 아시아계 유권자 70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그 결과 아시아계 유권자들이 꼽은 내년 선거 최대 쟁점은 인플레이션(inflation)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1%가 1순위로 인플레를 꼽았다.  이어 경제적 불평등(economic inequlity)이 16%, 폭력 범죄(violent crime)가 2, 3위를 차지했다.     한인 유권자들만 따져보면, 38%가 인플레를 내년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지적했고, 불평등(19%), 기후변화(12%)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몇 년간 아시아계 사회를 뒤흔들었던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과 반아시안 정서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점이다. 아시아계 유권자 가운데 공화당 지지자는 6%, 민주당 지지자는 11%만이 인종차별 문제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 교육의 질 문제를 우선순위로 꼽은 아시아계 유권자도 3%에 불과했다. 인플레 등 경제 문제가 워낙 심각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반아시안 정서와 인종차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눈길을 끄는 점은 아시아계 유권자의 97%가 후보자의 인종보다 정책을 보고 투표하겠다고 대답한 사실이다.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후보가 같은 아시아계라고, 혹은 소수계라고 해서 무작정 찍지는 않을 것을 시시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두 번째로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라티노 유권자와는 다소 비교가 된다. 중장년층 라티노 유권자는 이민개혁과 인종 문제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지만, 젊은 라티노 유권자는 경제 문제와 일자리 문제가 우선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아시안 유권자와 젊은 라티노 유권자들은 인종이나 이민 문제보다 인플레 등 경제문제와 일자리 문제가 더욱 시급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인플레로 인한 물가 상승, 구인난, 그로 인한 스몰비즈니스의 어려움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주류 정치인들은 한인 등 아시아계 유권자에 대해 깊은 이해 없이, 단순히 “인종차별 없애겠다, 소수민족 차별 없도록 하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공약만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제 한인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내년 선거에서 한인 유권자들은 어떻게 인플레를 해결하고 경제를 살릴 것인지에 대해 후보자들에게 날카롭게 질문하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유권자 내년 아시아계 유권자들 한인 유권자들 인종차별 문제

202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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