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옛 우정국 건물 시계탑 오류?
워싱턴D.C. 조지타운에 위치한 옛 연방우정국 건물 시계탑의 4를 뜻하는 로마숫자가 IV 대신 IIII를 쓴 이유에 대해 새삼 논란이 일고 있다. 로마숫자는 원래 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 순으로 나가지만 하필 시계탑은 IIII를 고집하고 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자신들이 떠받드는 목성(Jupiter)의 신 이름이 ‘IVPPITER’이기 때문에 4를 IV로 표기하는 것을 꺼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학술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 프랑스 왕 찰스5세가 1370면 시계공 헨리 비크에게 명령해 명품시계를 만들었으나 쓸데없는 트집을 잡으면서 시계 숫자 표기가 달라졌다는 설도 있다. 찰스5세는 IV대신 IIII를 쓰는 것이 타당하다며 고집을 부렸으고 이때부터 고착됐다는 것이다. 초창기 시계가 지금과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금은 시계바늘이 돌고 판이 고정돼 있으나, 과거에는 시계바늘이 고정돼 있고 판이 돌았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IV와 VI이 혼동돼 IV대신 IIII를 썼다는 것이다. 시계공들이 예전에는 미적 감각이 뛰어났던 미술가와 건축가였기 때문에 미학적인 관점에서 I, II, III, IIII를 한묶음으로, V, VI, VII, VIII를 대조시키고 IX, X, XI, XII과 쌍을 이루려고 숫자를 바꿨다는 설도 있지만, 이 역시 증명된 바는 없다. 뉴저지주의 럿거스 대학 코리 브레넌 라틴문학 교수는 “고대로마 사람들은 4를 IV로 쓰지 않고 IIII를 썼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검증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시계가 IV 대신 IIII를 쓰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사당 건물인 ‘빅 벤’은 IIII 대신 IV를 사용한다. 최근 중국산 짝퉁 시계 중에도 IIII 대신 IV를 쓰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시계에만 IIII가 등장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으며, IIII 대신 IV를 쓰는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빅벤에 익숙한 영국 관광객들이 워싱턴D.C.의 시계탑을 비웃으며 만든 루머라는 설이 더 정확하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우정국 시계탑 연방우정국 건물 1370면 시계공 시계 숫자